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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읽어주는 남자] 방문객

신종호   2018년 01월 10일(수)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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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대보다 환멸 앞선 우리 삶에 대한 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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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섬>, 문학판, 2015

‘손님’이란 말은 반갑고 정겹다. ‘손’은 다른 곳에서 나를 찾아온 사람을 뜻한다. 그 사람을 우리는 ‘손님’이라 높여 부른다. 손님은 이웃일수도 있고 일면식 없는 외지인일 수도 있다. 다급한 사연이 있어 찾아오기도 하고 별 이유 없이 찾아오기도 하는 게 손님이다. 하여간, 사람이 사람을 찾아간다는 것은 지극하고 신비로운 일이다.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먼 옛날, 어느 마을에 낯선 사람이 불쑥 찾아왔을 때 그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낯선 존재의 출현은 모종의 두려움을 야기한다.

손님에 대해 갖는 두려움의 비근한 일례가 바로 ‘손님마마’라는 표현이다. 손님마마는 천연두를 뜻한다. 예고도 없이 찾아와 죽음에 이르게 하는 천연두를 손님에 비유한 것을 보면 손님이란 반가운 존재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두려움에서 비롯된 외지인과 이방인에 대한 집단적 배척과 폭력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예수님께서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한 뜻은 모두 사람이 나의 이웃이고, 그 이웃이 바로 나라는 것을 알려주려 한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은 읽는 순간 가슴 한켠에 묵직한 울림이 전해진다. 그 울림은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는 엄숙한 진술에서 시작된다. 시인의 그 진술이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는 사실은 그동안 우리가 사람이 온다는 것을 ‘어마어마한 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의 뼈아픈 반증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방문을 두렵거나 혹은 귀찮은 일로 여기는 게 요즘의 세태인 듯하다. 필요와 목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상식이 되어버린 세계에서 누군가의 삶을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통해 오롯이 이해한다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일이 되었다.

누군가가 나를 찾아오는 것은 “부서지기 쉬운/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마음이 오는 것”이다. 부서지지 쉬운 슬픔의 갈피를 바람은 오롯이 알 것이며, 내가 그 바람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흉내내본다면 그것은 ‘환대’일 것이라는 시인의 짐작이 울컥하다. 환대보다 환멸이 앞선 우리의 삶에 사랑이라는 것이 아직도 살아 꿈틀거리고 있을까? 이웃의 얼굴은 나의 얼굴이다. 그 얼굴이 ‘어마어마한’ 사랑이고 환대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무술년 첫 각오를 다져본다.

신종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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