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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 적폐청산의 2가지 문제

박수영   2018년 02월 12일(월)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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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짜리 전셋집을 얻어가도 수리를 하는 게 보통이다. 벽지도 바르고 전등도 갈고 묵은 때도 닦아낸다. 전세가 아닌 정권이야 더 말해 무엇 할까? 적폐를 청산하는 건 당연하다. 알게 모르게 쌓인 부정부패도 척결하고 공무원들이 정신 바짝 차릴 수 있도록 조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9개월째 계속되고 있고 아마 5년 내내 지속될 것 같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은 적어도 두 가지 과오가 있다.

우선, 시스템 개혁이 아닌 사람에 대한 처벌이 앞서는 게 문제다. 범죄를 저지른 공무원이 있다면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몇 사람이 처벌받는다고, 부정한 행위가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되는 기적 같은 일은 생기지 않는다. 적폐청산의 목표가 대한민국을 바꾸어 더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라면, 사람에 대한 처벌보다 제도 개선, 시스템 개혁이 우선되어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말 외환위기 사태를 초래해서 형편없는 지지율로 마감했지만, 집권 초기 단행한 몇몇 개혁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실명제다. 당시에는 가ㆍ차명계좌 한두 개 안 가진 사람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본인 확인 없이 나무도장 하나만 가져가면 통장을 만들고 돈을 넣어둘 수 있었던 시대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우리 사회는 엄청나게 투명해졌다. 금융정보분석원이 만들어지고 자금세탁이나 비자금 조성을 추적할 수 있게 된 것도 금융실명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로, 지금 방식의 적폐청산은 공무원 복지부동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정책이 잘못되었다면, 그 정책을 결정한 정치인과 최고위 공무원은 형사적 처벌이나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정과정에는 관여하지 못한 채 집행과정에만 충실했던 직업공무원까지 처벌하면, 어느 누가 열심히 일하려 하겠는가? 최근 공무원 수난사라 할 정도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신망받던 1급에서 강임당한 것이 ‘급성 호흡정지’로 사망한 원인일 거라고 추정되는 전 문화체육부 체육정책실장이 있었다. 또 한일 위안부 협상을 담당했던 외교부 동북아국장 2명도 있다. 협상을 시작했던 국장은 대사 부임 후 임기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급거 귀임해야 했고, 협상을 마무리했던 국장은 다른 석연찮은 이유가 구실이 되어 중징계를 받았다.

물론 공무원들이 완벽한 집행을 하지 못한 것이 빌미가 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정책결정을 어떻게든 이루어내려고 했던 분들에 대한 처벌로는 지나치다. 이런 경향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직업공무원들은 복지부동을 넘어 복지안동(伏地眼動: 땅에 엎드려 눈만 깜빡거림)의 자세를 갖게 될 것이다. 국가적 아젠다를 돌파해야 하는 부서보다는 일이 없는 부서나 해외파견, 교육훈련만 전전하다가 때 되면 승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영원할 것 같아도 대통령직은 5년짜리 전세다.

특히 단임제 대통령은 첫해에 미래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2~3년차에 적극 추진하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4년차부터는 레임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벌써 9개월의 아까운 시간이 흘렀다. 20~30년이 지나면 누구도 적폐청산이라는 과거지향을 현 정부 업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세계화를 추진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IT강국을 만들었듯, 미래 먹을거리를 만들어야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는다. 대통령이 과거가 아니라 미래와 대화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영 아주대 초빙교수·前 경기도 행정1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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