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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면서] 하르츠 개혁이 주는 교훈

박수영   2018년 05월 14일(월)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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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6.4%라는 유례없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 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고용주들이 임금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여 감원을 단행함으로써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임시직, 일용직, 고졸 이하 근로자의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는 5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여성 일용직 일자리가 5만6천개나 줄면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지켜보면서 독일 하르츠 개혁이 주는 교훈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세계경제에서 잘 나가는 국가들은 노동시장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인데, 스웨덴의 샬쮀바덴 협약, 네덜란드의 와세나르 협약, 덴마크의 유연안정성 모델, 독일의 하르츠 개혁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 경제를 회생시킨 하르츠 개혁은 다른 나라 개혁과는 차이가 있다. 이 개혁은 월소득 450유로(약 58만원)에 불과한 미니잡과, 850유로(약 110만원) 이하인 미디잡, 그리고 일정한 자리를 갖지 않고 서비스가 필요한 사업장을 옮겨 다니는 플로터잡 등 양질의 일자리와는 거리가 먼 임시직 일자리를 확대했던 것이다. 해고 요건도 완화하고, 비정규직 계약기간과 신규 근로자의 수습기간도 늘려 고용주의 부담을 확 줄여주었다.

처음 하르츠 개혁을 접한 학자들은, 고소득 정규직이라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지 않고, 저소득 파트타임 일자리를 확대한 독일의 개혁에 시큰둥했다.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이라는 큰 변혁을 이룬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와는 급이 다른 개혁으로 치부했던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파트타임 일자리야말로 취약계층을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일자리다. 뛰어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굳이 정부가 챙기지 않아도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가게 되는 반면, 학력도 낮고 기술도 없고 병이나 집안사정 때문에 일할 시간이 많지 않은 분들이 진짜 취약계층이다. 이분들에게는 비정규직 파트타임 일자리라도 많이 생겨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가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고, 나쁜 일자리라도 없는 일자리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도저히 사회민주당이 채택한 정책이라고 볼 수 없었던 이 개혁 이후 슈레더 총리는 노조의 지지를 잃고 선거에 패하게 된다. 그러나 개혁의 효과는 후임 메르켈 총리 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여 500만명에 육박하던 실업자 수가 200만명대로 크게 줄어들어, 독일은 유럽경제의 강자로 등장하고 이후 EU 경제를 끌어가는 중심축이 된다.

우리 정부가 일자리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제로화 등 친노동 3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바로 이 정책들이 우리 사회 가장 어려운 분들의 일자리를 없애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좌파정부의 이념에는 맞지만,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늘려 감원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등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버클리대학 스티븐 코언 교수는 ‘현실의 경제학’이라는 책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성공적으로 경제를 운용하는 나라에서 경제 정책은 이념적이지 않고 실용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취약계층 일자리의 급감이라는 현실의 경제문제를 만난 정책 당국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경구가 아닌가 한다.

박수영 아주대 초빙교수·前 경기도 행정1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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