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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론] 사법부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소고

이승기   2018년 06월 13일(수)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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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독립의 원칙은 민주주의를 위한 것이고 궁극적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제도이다.”
양승태 전(前) 대법원장의 퇴임사 중 한 구절이다. 하지만 재임 기간 불거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특별조사단의 조사결과는 퇴임사의 내용과는 사뭇 달랐다.

특별조사단이 찾아낸 문건의 면면을 살펴보면, ‘상고법원의 성공적 입법 추진을 위한 BH(청와대)와의 효과적 협상 추진 전략’, ‘VIP(박근혜 전 대통령) 면담 이후 상고법원 입법추진전략’, ‘상고법원 입법추진을 위한 BH 설득방안’ 등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설치를 성사시키기 위해 사법부가 얼마나 권력의 눈치를 봤는지 엿볼 수 있다.

특히 사법부는 사실상 상고법원 설치의 결정권을 지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협조를 얻기 위해, KTX 승무원 사건,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등 약 20건의 재판에 대해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려 노력한 증거라며 제시하기도 했다.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다 해고된 KTX 승무원들, 정리해고를 당한 쌍용차와 콜텍의 노동자들 모두 원심에서는 승소했으나, 대법원에 이르러서는 모두 패소했다.

긴급조치 9호에 대한 국가배상사건에서도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는 위헌이지만 긴급조치 발령은 고도의 정치적 행위로 국가가 배상할 필요가 없다”며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에게는 지난 군부독재 시절 강압적인 권력에 의해 법원이 휘둘리고, ‘재판’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희생양을 만들어 낸 아픈 역사가 있다. 국민이 아닌 권력의 편에 선 대가는 너무도 참혹했다. 그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옥살이를 한 사람들은 뒤늦게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았지만, 그렇다고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거나, 잃어버린 청춘이 돌아오지는 못한다.

하지만 작금의 재판거래 의혹은 사법부 스스로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최고권력자의 눈치를 보고, 맞춤형 로비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그럼에도 사법부 내부에서는 위와 같은 의혹에 대한 해결방안을 두고 수사의뢰를 하자는 입장과 사법권 침해가 우려되니 사법부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중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사법부 내 논란을 지켜보면, ‘국민’이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사법권 독립이라는 미명하에 스스로를 성역으로 만들어 국민이 든 회초리를 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수사기관이든 국회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아직도 많은 의문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 의문을 푸는 열쇠를 사법부가 꼭 쥐고 국민에게 내어주지 않는다면 사태는 더욱 악화될 뿐이다.

“부디 당신이 심판받기를 원하는 그 방법으로 나를 심판해 주기를….”
어쩌면 국민이 그리고 사법거래의 대상이 된 판결의 당사자들이 원한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게 해 달라는 소박한 바램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바램이 산산이 무너진 지금, 사법부는 더 이상 스스로를 성역으로 만드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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