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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法석] 엄벌 대신 '포용' 선택한 검찰, 한 가정을 보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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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法석] 엄벌 대신 '포용' 선택한 검찰, 한 가정을 보듬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딸과 다투던 중 종이에 불을 붙인 혐의로 구속된 엄마가 있다. 엄벌과 포용의 갈래길에서 검찰은 한 가정을 보듬는 길을 선택했다.

2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박은혜)는 최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구속 송치된 40대 여성 A씨에 대해 구속 취소를 결정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앞서 A씨는 지난 3월 20대 딸과 반려견 문제로 언쟁을 벌이다 자녀가 방문을 잠그자 불을 지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지적장애를 앓던 그는 수개월 전에도 유사한 사례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고, 경찰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구속을 결정했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범행사실 이면에 있는 ‘동기’에 주목했다. 정말 가족을 해치려 한 것인지, 왜 불을 붙였나 따져보기 위해 이례적으로 구속 상태의 피의자를 네 번이나 불러 조사했고 남편과 자녀들도 수차례 면담했다.

그 결과, 사건 당일 A씨가 불을 붙인 종이에 다른 자녀가 물을 뿌리면서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여러 자녀 중 일부도 A씨와 같은 정신질환을 앓는 등 불우한 가정환경에 놓였다는 점도 새롭게 확인했다.

A씨의 자녀들은 ‘엄마가 구속까지 될 줄 모르고 신고했다’며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왔고, 남편 역시 탄원서를 내며 선처를 호소했다.

檢, 범행사실 이면에 있던 '동기' 주목

구속 취소 부담 이겨내고 가정 회복

다만, 구속 취소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검찰은 보건소, 장애인복지관, 장학재단 등과 대책회의를 진행했다. 이어 검찰시민위원회를 소집하고 혹시 모를 재범에 대한 우려를 지역사회가 품어줄 수 있을지 의견을 구했는데, 시민들은 수감 대신 ‘치료’를 선택했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A씨에 대한 구속을 풀어낸 뒤 입원치료를 연계했고, 가족들을 위한 보조금 지원도 추진했다. 현재 A씨는 병원에서 치료와 함께 교육 훈련을 받는 중이며,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와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지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 취소는 구속의 사유가 실제로 발현될 경우에 대한 우려를 감수해야 하는 만큼 엄청난 책임감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려 했고, 처벌이 아닌 다른 수단으로 가족공동체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지난 20일 이번 사례를 형사부 우수 업무사례로 선정했다. 이 밖에도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지역사회 사건들에 대한 사후관리까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7월 자녀가 10명 이상인 가정에서 부친이 아동학대 혐의로 구속되면서 가족 전체의 생계가 곤란해지자, 검찰이 사건관리회의를 거쳐 돌봄 서비스 및 학자금 지원을 결정한 바 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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