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재 대표 "기쁨과 즐거움 함께 나누는 마음이 진정한 낭독봉사"
‘읽어 주는 기쁨.’
여섯 개의 점으로 이뤄진 점자를 벗어나 목소리로 시각장애인들을 세상과 이어주는 이들이 있다. 얼굴, 나이, 사는 곳, 목소리는 다르지만 낭독봉사라는 한마음으로 모인 ‘책 읽는 사람들’이다.
지난 12일 오후 2시 고양시에 있는 자그마한 녹음실에서는 3명의 봉사자들이 각각 부스에 앉아 소리 내 책을 읽고 있었다. 짧은 글부터 시, 수필, 소식지까지 다양하다.
한 번 녹음에만 2~3시간 정도 장시간이 소요되지만 녹음을 마치고 나온 봉사자들의 입가엔 미소가 가득했다.
봉사자들은 “좁은 부스 안에서 오래 있다 보면 지치기도 하지만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행복해할 분들을 생각하며 한 글자라도 힘줘 읽었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 10년째 녹음실을 제공하고 있는 장영재 소리와사람들 대표의 음악작업까지 가미되면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질의 오디오는 어느덧 10년째 전국 각지 시각장애인복지관으로 전달되고 있다.
지금이야 전문 성우 버금가는 실력의 이들은 “오랜 연습 기간을 버텼기에 가능했다”고 고백한다.
‘단순히 글을 읽어 주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이곳을 찾아왔지만 1년이란 긴 낭독연습 기간을 거치지 않는다면 녹음실에 들어갈 수 없다. 성우 경력이 있더라도 예외가 아니다.
이 때문에 중간에 발길을 돌리는 봉사자들도 부지기수였다. 이에 성우 경력이 있는 장 대표는 지난 10년간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발음과 발성은 물론 국어교육까지 도맡아 봉사자들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고 있다. 이렇게 고된 수료기간을 거친 봉사자 수는 어느덧 100여명. 연령대도 다양하다. 10대 학생부터 80대 노인까지, 폭넓은 연령층이 저마다 목소리를 통해 세상의 크고 작은 소식들을 들려준다.
이들의 노력에도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후천적으로 시각장애를 얻어 세상과 단절했던 한 청취자가 책 읽는 사람들의 사연을 듣고 어둠에서 나왔다. 복지관으로 나가 다른 이들과 만남을 갖는가 하면 최근에는 책 읽는 사람들에 직접 사연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처럼 목소리로 큰 울림을 전하는 책 읽는 사람들은 오늘도 좁은 녹음실에서 세상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장 대표는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 가는 기쁨과 즐거움으로 함께 나누는 따뜻한 마음이 진정한 낭독봉사라고 느낀다”며 “그런 낭독봉사자들과 함께 오늘도 즐겁게 녹음하고 있다”며 웃음 지어보였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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