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식통

박지훈의 단종 vs 조인성의 첩보 액션…설 연휴 취향대로 골라보는 '신작 빅3'

이번 설 연휴 극장가는 장르도, 정서도 서로 다른 국내 신작들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난 왕의 마지막을 그린 사극부터 남북 요원의 대결을 담은 첩보 액션, ‘집밥’이라는 일상적 소재로 가족의 의미를 되짚는 휴먼 드라마까지. 취향에 따라 고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왕과 사는 남자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쇼박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쇼박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쇼박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쇼박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지만, 정의의 무게는 단순하지 않다. 무엇을 실패라 부르고 누가 진정한 패자인지는 찰나의 결과가 아니라 후대의 기억이 말한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폐위된 단종(박지훈)이 강원도 영월 유배지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을 그린다. 개봉 이후 7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설 극장가 흥행을 이끌고 있다.

 

영화는 1457년, 계유정난으로 왕위에 쫓겨 유배길에 오른 어린 왕 이홍위의 길을 따라간다. 그가 닿은 곳은 강원도 영월 산골 마을 광천골. 촌장 엄흥도(유해진)와 마을 사람들이 어린 선왕과 함께하는 이야기는 관객을 역사의 시공간으로 몰입 시킨다. 이들은 함께 밥을 먹고, 일을 나누고, 일상의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며 왕을 한 사람의 이웃으로 받아들인다. 영화는 단종을 비극의 상징에 머무르게 하기보다, 공동체 속에서 스스로를 다잡아가는 존재로 그려내며 연민이 아닌, 우리가 미처 몰랐던 그의 단단함을 표현하고 있다. 장항준 감독이 던진 “실현되지 못한 정의는 잊혀야 하는가”라는 질문처럼, 작품은 패배와 실패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역사적 비극 위에 사람의 온기를 덧입히며, 잊혀진 이름을 오늘의 감정으로 되살려낸다. 묵직한 메시지와 서정적 연출이 어우러진 사극이다.

 

■ 휴민트

 

영화 ‘휴민트’ 스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영화 ‘휴민트’ 스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영화 ‘휴민트’ 스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영화 ‘휴민트’ 스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화려한 액션과 팽팽한 심리전을 앞세운 첩보 대작 ‘휴민트’도 설 연휴 관객들의 선택지다. 영진위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봉과 동시에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입증했다. ‘사람’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는 인적 첩보 활동을 뜻하는 ‘휴민트’를 소재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국경에서 얽히고설킨 남북 비밀 요원들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국정원 블랙 요원 조 과장(조인성)은 과거 작전에서 희생된 정보원의 흔적을 좇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그는 새로운 작전을 위해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신세경)를 정보원으로 포섭하고,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협력해야 하는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동시에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은 국경 지역 실종 사건을 추적하며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의 존재에 다가선다. 네 인물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며 이야기는 복합적인 구도로 전개된다. 순제작비 235억 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베를린’과 ‘모가디슈’를 선보인 류승완 감독의 세 번째 해외 로케이션 작품이다. 차가운 색감의 도시 풍경과 박진감 넘치는 액션, 그리고 인물 간 심리전이 어우러지며 장르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 넘버원

 

영화 ‘넘버원’ 스틸.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넘버원’ 스틸.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넘버원’ 스틸.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 ‘넘버원’ 스틸. ㈜바이포엠스튜디오

 

명절 정서와 맞닿은 휴먼 드라마 ‘넘버원’은 집밥에서 출발한다. 하민(최우식)은 엄마 은실(장혜진)이 차려준 밥을 먹을 때마다 눈앞에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다. 숫자는 음식을 먹을수록 줄어들고, ‘0’이 되면 엄마가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민이 집밥을 피할수록 모자의 오해는 깊어간다.

 

일본 단편소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를 원작으로, 영화는 남은 시간을 받아들이는 데서 나아가 운명을 바꾸려는 시도와 가족의 화해 과정을 그린다. 원작에 없던 인물 ‘려은’(공승연)은 모자 사이를 잇는 연결고리로 기능한다. 김태용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두 모자가 운명을 헤쳐나가는 과정 속 다리 역할을 하길 바랐다”며 자신의 자아가 개입된 캐릭터라 설명한 바 있다. ‘거인’ ‘여교사’를 연출한 김 감독의 세 번째 장편으로, ‘기생충’ 이후 다시 모자로 만난 최우식과 장혜진의 호흡이 웃음과 눈물을 오가며, 관객에게 가장 가까운 관계의 소중함을 전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