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갑보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아래와 같은 사례를 가정해 본다: 남편과 일찍 사별한 A는 자녀를 둔 B와 재혼해 십수년을 함께 살았으나, B의 가정폭력을 견딜 수 없어 B에게 이혼을 요구해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협의이혼 신고를 마쳤다. 그런데 이혼 당시에는 빨리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재산분할에 대해서 아무런 협의 없이 이혼을 했으나 막상 이혼 후에는 경제상으로 어려움에 처하게 돼 전 남편 B에게 재산분할을 요구하려고 했으나 그 사이 B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A는 더 이상 재산분할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일까?
민법은 “협의상 이혼한 자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 위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839조의2). 따라서 협의이혼 당시에 재산분할 협의를 하지 않았더라도 협의 이혼 후 2년 내에는 전 배우자를 상대로 재산분할 청구가 가능하다.
한편 민법은 “협의상 이혼한 자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해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위 사례처럼 막상 재산분할 청구를 하려니 상대방(전 배우자)이 사망한 경우에 대해서는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 일반적으로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그 행사 여부가 청구인의 인격적 이익을 위해 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전적으로 맡겨진 권리로서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을 가진다고 해석되고 있으므로 전 배우자가 이미 사망한 경우 재산분할청구권 행사의 상대방을 누구로 할 것인지가 모호하다.
재산분할 제도는 이혼 등의 경우에 부부가 혼인 중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즉 재산분할은 혼인 중 부부의 어느 일방이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의 특유재산으로 하는 부부별산제를 취하는 민법의 규정을 보완해, 이혼을 할 때는 그 재산의 명의와 상관없이 재산의 형성 및 유지에 기여한 정도 등 실질에 따라 각자의 몫을 분할해 귀속시키고자 하는 제도다. 따라서 재산분할 청구 사건에 있어서 혼인 중에 형성한 재산의 청산 뿐만 아니라 이혼 후의 부양적 요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로서의 성질 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논거로 최근 대법원(2026년 1월15자 2024스876 결정)은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행사상의 일신전속성을 가지지만 혼인 중 형성한 재산관계를 이혼에 즈음해 청산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와 공평의 관념에 비추어 보면, 이혼을 한 당사자 일방이 사망하는 경우 그의 재산분할의무는 상속인들에게 승계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혼을 한 당사자 일방은 사망한 전 배우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요컨대 비록 전남편 A가 사망했지만 B는 A의 자녀들(예컨대 A와 A의 전처 사이에서 출생한 자녀들)을 상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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