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사고시 대응 매뉴얼 등 계획... 실제 주민 대피 체계와 차이 커 사업장 화학물질 정보도 미공개... 지자체 “권한 제한 탓에 어려움”
경기도내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의 유출사고 대피 계획이 사실상 ‘서류 속’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형 누출사고가 발생해도 근로자 및 인근 주민들을 신속히 대피시킬 대비책이 부족해 ‘안전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각 사업장은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화학사고예방관리계획서를 기후환경에너지부 등에 제출해야 한다. 이 계획서에는 주민대피에 관한 사항, 긴급 구호물자 지급, 사고와 관련된 복구 및 지원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기후부가 발간한 지역화학사고 대응 매뉴얼 등에는 재난문자·마을방송 등을 통한 신속한 전파와 함께 대피장소 지정, 이동경로 설정, 대피소 운영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마련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런 근거로 각 사업장들은 화학사고예방관리계획서에 대피 계획을 명시하고, 이후 각 시·군은 이를 바탕으로 대피 구역을 설정한다. 대피 구역은 1구역(즉각대응)·2구역(예비대응)으로 각각 나뉘는데, 1구역은 화학물질 유출사고 영향범위(영향구역) 반경 1㎞, 2구역은 2㎞다.
그러나 각 사업장의 대피 계획이 실제 이송수단 확보나 수송체계 구축으로 이어지지 못해 ‘서류상 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기도의 경우도 2천300여곳이 넘는 유해화학물질 취급 사업장이 있어 유해화학물질 유출사고가 발생하면 산업단지 근로자 및 대피구역 영향범위 인근 주민들을 신속히 대피시켜야 하지만, 각 시·군이나 산업단지관리공단은 실제 이송수단을 마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유출 사고가 발생해도 관할 지자체는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사고 사실과 대피 요령만 안내할 뿐, 어떤 물질이 얼마나 누출됐는지 등의 구체적인 정보는 포함되지 않는다. 아울러 사고 시 근로자 및 주민 호흡기 보호 등을 위해 대량의 방독면 등도 마련돼야 하지만, 실제 이 같은 보호장비 및 사용법 숙지도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각 사업장이 제출한 화학사고예방관리계획서에 따른 대피계획을 마련하는 구조 때문인데, 사실상 유출사고 책임을 사업장에 떠넘기고 있다.
여기에다 각 사업장이 화학물질을 얼마만큼 보유 중인지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이들 사업장은 기후부에 보유 중인 화학물질을 의무적으로 신고한다. 그러나 정부 등은 사업장의 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구체적인 물질 종류와 보유량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선 지자체는 대피 장소 지정, 안내 등 일부 업무를 맡고 있는 실정”이라며 “만약 유출사고가 발생하면 지자체와 사업장이 대피 이행을 해야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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