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오는 18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사후조정을 재개할 예정인 가운데 정부가 노사 교섭 재개를 환영하며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노사가 총파업을 앞두고 사후 조정을 재개한 것에 대해 정부는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피력했다.
긴급조정권은 파업이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조정 절차로, 발동 시 30일간 파업이 금지되고 중노위가 강제 조정에 나서게 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분명히 말씀드린다.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노사 모두 이 자리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에 대해선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 수출 감소, 금융시장 불안, 수많은 협력업체의 경영과 고용 악화, 국내 투자 위축 등 국민 경제 전반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라며 “마주해야 할 경제적 손실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구체적인 피해 규모도 제시했다. 그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단 하루만 정지되어도 최대 1조 원에 달하는 직접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파업으로 웨이퍼 폐기가 발생할 경우 경제적 피해는 최대 1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 번 가동이 중단된 생산 라인을 다시 안정화하고 정상 생산체계를 회복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어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총리는 파업의 시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삼성전자가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HBM4 양산에 성공하고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는 등 반도체 경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며 “본격적인 성장 국면을 맞아 국가 경제의 반등을 이끌어야 할 시점에서 발생하는 파업은 우리 반도체 산업의 신뢰와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 총리는 삼성전자 노사 양측을 향해 파업을 피할 방안을 찾아줄 것을 거듭 강력히 촉구했다. 그는 “삼성전자 노조는 파업을 고집하기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요청하고 “사측 역시 책임 있는 자세로 교섭에 임해 노조 목소리를 경청하고 노사 상생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며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날 정부는 삼성전자 파업 관련 논의를 위해 2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노사는 11~13일 1차 사후조정을 진행했으나 노조 측이 협상 불가를 선언하며 결렬됐고, 중노위가 16일 추가 조정을 요청했지만 노조가 다시 거부하며 불발 위기에 놓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16일 연이어 노조와 사측을 직접 만나 양측 입장을 조율한 끝에 가까스로 18일 재개에 합의했다.
사측이 노조의 김형로 부사장 교체 요구를 수용하고, 노조도 김 부사장이 발언 없이 조정장에 참석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노사가 한 발씩 물러서며 마련한 결과다.
다만 긴급조정권 발동 카드는 노조의 합법적 쟁의행위권과 정면충돌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미 3월 중노위 조정 결렬로 쟁의행위권을 확보한 상태로,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정부가 노조의 합법적 파업을 강제로 멈추게 하는 셈이 된다.
노동부가 그간 긴급조정권에 대해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노동계는 긴급조정권 발동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최근 성명에서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를 경제 논리로 위축시키는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긴급조정권 여론몰이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긴급조정권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선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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