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역대 최다 출품…5월16일 개막

인천시가 주최하고 인천영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13회 디아스포라영화제가 오는 5월16일 막을 올린다. 3일 시에 따르면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아시아 유일의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영화제로, 올해로 13회를 맞았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자신들의 문화를 지켜온 이주민들의 삶을 의미하는 말로, 영화제는 다양한 이주의 역사를 간직한 인천에서 화합과 공존, 존중의 가치를 조명하며 진정한 소통과 교류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는 총 58개국에서 794편의 작품이 접수해 역대 최다 출품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전문가 심사를 거쳐 장편 8편, 단편 31편이 최종 선정, 출품작 외에도 국내외 초청작들이 디아스포라라는 공통 주제를 중심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시는 개막작으로 재일동포 출신 전진융 감독의 ‘국도 7호선(Route 7)’을 선정했다. 이 작품은 분단이라는 아픔 속에 살아가는 재일동포의 삶을 진지하게 조명한다. 영화제 개막식은 오는 5월16일 오후 7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열린다. 행사는 5월17일부터 20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과 애관극장, 인천미림극장에서 열린다. 이 밖에도 시는 감독 및 배우와 함께하는 관객과의 대화, 아카데미 프로그램, 디아스포라 플리마켓, 야외 공연 및 상영, 체험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준비했다. 개막식에는 재외동포와 이주민이 인천 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을 만들고, 가수 십센치(10CM)의 축하 공연도 예정돼 있다. 윤도영 시 문화체육국장은 “시민들의 관심과 성원을 바탕으로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 영화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상] K오컬트와 한국형 애니메이션이 만난 '퇴마록' [핫플체크EP.38]

영화, 드라마, OTT 콘텐츠 등 볼 것 찾는 사람들을 위한 '핫한 플레이리스트'를 알려주는 '핫플체크' 누적 판매 부수 1,000만 부를 달성하며 ‘K-오컬트의 바이블’로 자리매김한 이우혁 작가의 소설 '퇴마록'이 한국형 애니메이션 영화로 재탄생했다. '퇴마록'은 현대 한국을 배경으로 무협, 엑소시즘, 도술, 힌두교, 동서양의 신화 등 다양한 요소를 혼합해 세계관이 탄탄한 판타지 소설 '퇴마록'을 원작으로한다. 특히 애니메이션에서는 퇴마록의 초반부인 해동밀교에서 절대악의 힘을 얻기 위해 금기를 깨는 '서교주'(황창영)와 도움을 청하는 '장호법'(홍상효)이 만난 파면당한 신부 '박윤규'(최한) 외 특별한 능력을 가진 퇴마사들이 맞서는 내용을 담았다. 박신부와 외에도 양아버지인 서교주에게 위협받는 천재적 재능을 가진 '준후'(정유정), 동생의 복수를 위해 무공을 익힌 '현암'(남도형) 등 각자의 상처를 안고 한 팀이 되어 서교주와 맞선다. 영화는 특히 탱화 등 동양적 색채와 함께 국악을 기반으로 한 오케스트라를 활용해 K-오컬트의 분위기를 살린다. 3D 그래픽 작업물을 2D애니메이션이나 카툰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인 '3D 카툰 렌더링'기법으로 입체적이고 회화적인 영상미가 가득하다. 각기 다른 능력을 지닌 캐릭터들의 타격감 넘치는 액션과 동서양 오컬트가 섞인 세계관 속에서 몰입감 넘치는 전투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퇴마록'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해외 12개국 판매 소식을 알리는 동시에 현재 누적 관람수 45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노스페라투’, 흡혈귀 고전을 이 시점에 불러낸 이유 [영화와 세상사이]

지난 1월 미국의 영화 감독 로버트 애거스의 ‘노스페라투’가 극장가를 찾았다. 개봉 전부터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동명의 영화 리메이크 버전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번 ‘노스페라투’는 독일 감독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가 연출한 1922년작의 두 번째 리메이크다. 친숙하지만 고리타분한 흡혈귀의 현대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올록 백작, 즉 노스페라투는 흡혈귀다. 설화와 민담 속 흡혈귀는 그간 매체 속에서 여러 이름으로 불려 왔다. 영어로는 뱀파이어로 부른다. 그 이명(異名)인 드라큘라와 노스페라투 역시 이제는 흡혈귀 하면 떠오르는 고유명사가 됐다. 대중에게 친숙한 흡혈귀 캐릭터는 여러 변주와 각색을 거치면서 오랜 기간 우리 곁에 살아 남았다. 드라큘라는 1897년 영국 작가 브램 스토커의 소설에서 처음 등장했고 이후 선보인 노스페라투는 영화화 작업에 있어 드라큘라의 판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제작진이 몇 가지 특징을 손봐 만들어낸 존재다. 또 2000년대 이후 등장한 ‘트와일라잇’ 역시 뱀파이어들의 로맨스를 소설과 영화로 풀어내 인기를 끌었던 시리즈다. 영화 ‘블레이드’ 시리즈에서는 반은 인간이고 반은 뱀파이어인 뱀파이어 헌터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가 뱀파이어들과 대결을 벌이면서 호쾌한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제 필요한 질문이 있다. 왜 흡혈귀 캐릭터인 노스페라투가 지금 이 시점에 왜 우리 곁에 다시 소환돼야만 했을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1922년작 ‘노스페라투’의 도입부는 어떠했나. “독일 위스보그(가상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고 극의 도입부와 실질적인 서사 사이 경계를 명확히 표현해냈다. 최신작은 어떠했나. 애거스 감독은 동시대 관객과 영화 속 배경을 연결 지으려 했다. 진보한 미술과 분장 기술을 통해 당대 시대상을 구현해낸 시도를 보면 그런 점이 느껴진다. 이 때문인지 ‘1838년 독일’을 자막으로 띄우면서 시작하는 이번 ‘노스페라투’가 이야기를 액자식 구성으로 풀어낼 생각이 없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선택으로 얻는 효과는 무엇일까. 액자식 구성을 포기한 덕분에 관객들은 이 고리타분한 흡혈귀 이야기가 여전히 우리와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다 손쉽게 인식하게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노스페라투가 잊혀 가는 설화 속 존재로만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미뤄볼 때 최신작 노스페라투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바로 올록 백작의 손아귀 그림자가 마을을 덮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외딴 성에 혼자 살던 노스페라투가 주인공 부부가 사는 마을로 진입한 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집 안에서 창밖을 향해 손을 든다. 뻗친 손의 그림자가 칠흑이 내려앉은 마을 전역을 덮어 까맣게 물들인다. 이 장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먼저 올록 백작의 존재가 전설 속의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재하는 위협으로서 마을에 당도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다. 또 주인공 부부뿐 아니라 공동체를 향한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표현해냈다는 점에서도 언급할 만하다. 사실 손아귀를 뻗치는 이 장면은 원작을 향한 오마주에 가깝다. 원작에서도 노스페라투가 대상에게 접근할 때나 누군가에게 공포로서 자리매김할 때 항상 그의 육신이 아닌 그림자가 돋보이는 방식으로 연출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따져봐야 하는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이번 영화가 원작의 흔적에 머무른 채 그 후광에 기대려는 작품인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고전을 빌려와 각색과 변주를 줄 때 창작자의 의지가 어느 정도 반영됐는지 알 수 있는 척도여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영화는 감독의 고민이 치열하게 묻어나는 산물이다. 그는 캐릭터의 유명세에 편승하거나 게으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영화에 들어차 있는 요소는 동시대 관객과 고전을 어떻게 하면 연결지을 수 있는지 다양한 방안을 탐색하는 시도들이다. 변치 않는 고전을 대하는 창작자의 시선 이 고민이 묻어나는 중요한 구간은 바로 엔딩이다. 올록 백작의 최후가 어떠했나. 우리가 아는 흡혈귀의 이미지를 떠올려 보자. 동틀 무렵 닭 울음 소리가 들려오고 햇빛을 받아내는 흡혈귀는 고통스러워하며 사라진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노스페라투의 몸이 소멸하는 대신 육체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토해내며 뻣뻣하게 말라비틀어진다. 사라지지 않고 그의 껍데기는 엘렌의 몸 위에 포개진 채 그대로 있다. 엔딩에서 감독이 포개진 두 존재의 몸을 부감(수직으로 피사체를 내려다보는 구도)으로 담아냈다는 데 주목해 보자. 악마로부터 흡혈당해 결국 생을 마감한 엘렌. 그 위에서 피를 토하며 역시 생명을 다한 올록 백작의 육체. 재밌게도 이 구간에서 감독은 이들의 모습을 측면에서 응시하지 않고 마치 신의 시점으로 내려다보길 선택했다. 이 영화가 고전을 빌려와 엘렌의 주체적인 면모를 강화한 재해석 버전이라는 점을 미뤄 보면 이 선택은 바로 엘렌의 행위와 결단으로 벌어진 사건의 경위를 순수한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보려는 의지의 산물처럼 비친다. 엘렌의 마지막 선택이 본인의 욕망을 채우는 등 스스로를 위한 것이었을지, 남편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을지, 정말 자기희생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구하기 위함이었을지, 순전히 본능과 호기심에 사로잡혀 충동적으로 관계를 나누기 위함이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영화 역시 그에 대한 명확한 단서나 가치 판단은 보류한 채 엘렌의 선택을 부감으로만 응시하는 것이다. 즉, 영화는 지금 이 시점에 고전을 빌려온 데 대해 관객에게 검증 내지는 판단을 받고 싶어하고 있다. 과정이 어찌 됐든 결과는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 고전의 내용은 바뀌지 않고, 재해석과 각색이 들어가더라도 이야기의 큰 줄기는 변하지 않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같은 엔딩의 묘사에서 감독이 선택한 연출법은 고전을 현대화하는 작업에서 창작자가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관객이 완성하는 영화, ‘서브스턴스’ [영화와 세상사이]

연말연시 국내 극장가를 강타한 영화 ‘서브스턴스’는 2024년 개봉한 독립예술영화 가운데 외화 관객 수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작지만 강한 돌풍을 보여줬다. 영화를 연출한 프랑스 출신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2017년 ‘리벤지’에 이어 두 번째 내놓은 장편을 통해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데 성공했다. 관객과 평단이 ‘서브스턴스’를 주목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이를 종합하면 호러와 스릴러 장르의 쾌감이 현실 풍자와 결합된 모양새가 뛰어나다는 의견으로 귀결되고 있다. 쉽게 생각해 보면 서브스턴스는 미디어에서 재생산되는 아름다움의 허상을 지적하면서 이상적인 미의 기준에 사로잡힌 현대인, 그 가운데 특히 여성의 초상을 전시하고 고발한다. 이때 우리는 이 작품을 보면서 간단한 구조를 만들어볼 수 있다.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는 왕년에는 잘나가던 배우였지만 중년에 접어들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해 버린 비운의 스타다. 그의 세포가 분열해 탄생한 클론 ‘수(마거릿 퀄리)’는 젊고 생기 있는 모습으로 대중의 호응을 한몸에 받는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한다. 극중 수는 엘리자베스를 극도로 혐오하면서 그가 세상에서 사라지길 바란다. 엘리자베스 역시 똑같다. 자신의 처진 피부, 힘이 없어진 모발, 꺼져 가는 생명력과 대비되는 수의 젊고 생기 넘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자괴감과 박탈감이 커져 가기 때문이다. 그들은 서로가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지만 문제는 수가 엘리자베스로부터 태어난 존재이기 때문에 둘은 절대 끊어질 수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즉,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고 떼어내고 싶지만 떼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 우선 엘리자베스와 수의 구도는 묘하게 선배 감독들과 파르자 감독 사이 관계와도 겹쳐진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파르자 감독 역시 그간 서구 사회 남성 중심의 영화 제작 환경에서 적응과 충돌을 반복해 왔을 테다. 그런 그가 끌고 온 페미니즘 영화는 그가 현실에서 느낀 지점들을 작품으로 발화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이때 파르자 감독이 서브스턴스에 녹여낸 연출 기법들을 잘 살펴 보자. 그는 남성 선배 감독들이 만들어낸 작품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빌려온 데다 그들의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지점도 대놓고 드러냈다. 숨길 생각이 없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서브스턴스는 ‘여성 신체의 대상화’라든가 ‘미디어 환경에서 소비되는 그릇된 여성 이미지나 이상적인 미의 기준’에 철퇴를 내리는 작품이다. 그런 작품이 역설적으로 남성 감독들의 전유물에 기대고 있는 셈이다. 결국 서브스턴스는 새로운 영화가 전혀 아니다. 서브스턴스를 보면 떠오르는 이름이 제법 많다. 영화 자체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비디오드롬’ 같은 신체 변형, 보디 호러 영화에 빚지고 있으며 데이비드 린치 영화에서도 모티브를 따왔고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이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앨프리드 히치콕의 ‘사이코’ 등을 오마주하는 등 감독이 영향받은 수많은 작품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대중 역시 각종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지에서 이 작품에서 찾을 수 있는 레퍼런스와 오마주 요소들을 정리하면서 ‘서브스턴스 2차 즐기기’에 몰입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때 사람들은 주로 이 작품이 선배들의 영화에 얼마나 많은 영감을 받았는지, 또 어느 정도로 오마주를 훌륭하게 해냈는지에 집중할 뿐 작품 자체의 고유한 매력을 즐기는 데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대중은 이 영화를 어떻게 소비하고 즐기는가. 사실 서브스턴스는 여지없이 몸의 영화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신체의 변형과 훼손을 통해 인물들이 어떤 감정과 생각에 몸담고 있는지, 또 그런 과정을 통해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때 관객들은 감각이 강조되는 이 여정을 따라가면서 인물들과 동기화될 수 있지만 어쩐지 이 영화에선 그 작업이 어려워 보인다는 점에 주목하자. 이유는 바로 이 영화가 몸을 몸 자체로 다루는 게 아니고 몸을 이미지처럼 다룬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눈에 띄는 일부 관객의 반응이 있다. 혹자는 이 영화를 보고 소셜 미디어 댓글 창에 “영화 속 수 배역을 맡은 마거릿 퀄리가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모습을 스크린에 영원히 박제해 놓았다. 너무 매력적으로 나오더라”는 식으로 적어 놓았다. 현대사회 속 자신을 갉아먹으면서 극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태를 고발하는 영화를 보고 이런 반응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씁쓸함을 더욱 짙게 만든다. 이 같은 요소들은 역으로 삭막한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여성들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를 펼쳐 놓을 때나 여성만이 다룰 수 있는 여성의 서사를 이야기할 때조차 남성들의 흔적에 기대야 하는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 작품 개봉을 계기로 드러난 셈이다. 게다가 과도한 레퍼런스와 오마주 요소들이 곳곳에서 보이는 탓에 사람들은 여성 신체를 다루는 작품의 진정성 내지는 몸의 화두라는 묵직한 지점들에 집중하는 대신 이 작품 속 이미지만을 가볍게 소비하고 있다. 틱톡 등의 플랫폼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영화 속 괴생명체를 따라한 분장 영상이 유행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맥락에서 서브스턴스가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작품 자체만으로는 감독의 의도가 완성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다수의 대중이 작품을 소비하고 가공하는 행태가 재생산됐기 때문에 이 영화가 겨냥한 현실과 동기화 지점이 늘어난 셈이다. 그렇기에 서브스턴스는 영화와 현실 사이 상호작용을 들여다볼 때 더욱 그 가치를 음미하는 사례가 된다. 현실은 영화보다 무섭다.

여전히 우리는 양조위의 시대에 살고 있다 [영화와 세상사이]

홍콩 배우 양조위(량차오웨이)의 이름 석 자는 스크린뿐 아니라 대중문화계 전반에서 여전히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다. 새해를 맞은 첫날에도 양조위와 탕웨이가 출연했던 ‘색, 계’가 오랜만에 극장가에 걸려 관객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해 12월18일부터 31일까지 CGV에서는 양조위 배우전을 통해 그의 주요 출연작도 만날 수 있었다. ‘화양연화’, ‘중경삼림’을 비롯한 왕가위(왕자웨이) 감독의 영화에서부터 ‘무간도’ 시리즈,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소개됐던 ‘암화’까지 스크린을 수놓았다. 양조위는 1990년대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도 중후한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미국 인기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메인 빌런 웬우 역을 맡아 보여준 그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장르물에서 펼치는 다채로운 액션을 소화하기엔 이미 그의 육체가 많이 노쇠했고 전성기에서 내려온 홍콩 배우가 미국의 상업영화에 나온다는 소식에 여론도 설왕설래하지 않았나.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언론과 평단, 커뮤니티 등지에서 나오는 반응은 하나같이 “역시 양조위는 양조위다. 죽어가던 영화를 양조위가 살렸다”며 칭찬 일색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양조위인가. 우리는 왜 여전히 양조위를 찾을 수밖에 없을까. 사실 양조위에 관해 이야기할 때 항상 언급되는 요소가 있다면 바로 그의 눈빛과 얼굴이다. 모두가 찬사를 보낸다. 우수에 찬 그의 깊은 눈동자 속에는 사랑과 시련을 비롯해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이 넘실대고 있지 않나. 또 그의 얼굴은 어떤가. 미간에 잡힌 자그마한 주름에도 기구한 사연이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 서려 있을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진다. 대사 한마디 없는 청각장애인 연기를 선보였던 1989년작 ‘비정성시’에서의 인상적인 모습도 떠오른다. 이처럼 삶의 굴곡과 감정의 파형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마음을 뺏길 수밖에 없다. 이때 함께 눈여겨봐야 하는 요소는 바로 그의 신체다. 문제는 양조위의 육체 자체는 눈길을 끌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왜소해 보이고, 대중이 선망하는 미의 기준인 근육질도 아니고, 키가 월등히 큰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재밌게도 역설적으로 양조위를 떠받치고 있는 요소 중에 빼놓으면 안 되는 게 있다면 바로 그의 얼굴과 눈빛이 아니라 그의 몸이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눈길 가지 않는 평범한 보통의 신체이기에 그는 누군가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언제나 그 캐릭터와 그 배역에 혼연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가 입은 옷도 의상팀에서 준비해준 게 아니라 길거리의 행인에게서 빌려온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얼굴 화장이나 세팅된 머리조차도 인위적인 손길이 닿지 않은 듯 생생한 현장감으로 둘러싸여 있다. 재밌는 일화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영화 ‘아비정전’ 촬영 당시 왕가위 감독이 양조위에게 건넸던 조언이 있다. 당시 왕가위 감독은 똑같은 장면을 32회나 촬영한 끝에 오케이 사인을 냈고 양조위는 당연히 불만을 터뜨렸다. 이때 감독은 양조위에게 “얼굴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연기를 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화를 내던 양조위를 납득시켰다고 전해진다. 양조위는 ‘아비정전’을 통해 본격적으로 왕가위와의 인연을 쌓게 됐다. 그 영향 덕분인지는 몰라도 양조위는 ‘중경삼림’,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일대종사’ 등 이후 왕가위와 함께 작업한 작품 속에서 얼굴과 눈빛으로만 승부를 보지 않았다. 그는 매 작품 사소한 몸짓과 움직임, 심지어 꿈틀거리는 입가와 힐끗대는 눈동자만으로도 공간과 분위기를 지배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도 했다. 이처럼 왕가위 감독과의 궁합이 좋았으나 사실 양조위가 누구와 작업하든 작품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만의 확고한 영역을 구축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안 감독의 ‘색, 계’(2007년)에서 양조위는 그간 연기해 왔던 캐릭터들과 비교하면 다소 이질적인 면모를 풍기는 인물을 연기했다. 양조위의 매력은 공간에 녹아들고 분위기에 동화된다는 데에 있지만 ‘색, 계’는 그럴 수 없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양조위는 감정을 분출하고 존재감을 시종 각인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떠안았다. 감정을 알 듯 말 듯 숨기거나 위장했던 ‘화양연화’에서의 연기와는 정반대의 환경이 아니었나. 그런데도 양조위는 벨트를 풀어 상대방을 때리는 납득하기 어려운 가학적인 순간조차도 관객들을 매혹하는 데 성공했다. 그건 바로 그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요소에 일부러 주도권을 내주다가도 순식간에 그 주도권을 가져오는 연기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그는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뿐 아니라 벨트를 쥔 손과 그로 인해 반응하는 신체의 말단 요소 하나하나까지 섬세한 감정을 부여해낸 것처럼 느껴진다. 결국 우리가 양조위를 바라볼 때는 단순히 얼굴과 눈빛이라는 상투적인 요소에만 매몰되면 안 된다. 중요한 건 양조위라는 존재 자체다. 오로지 그의 눈빛만 있다면 분위기를 사로잡을 수 없다. 중요한 건 그의 눈빛과 함께 포착되는 눈가의 주름, 반듯하게 정리된 머리카락, 다림질된 셔츠 그리고 그가 응시하는 상대방 따위의 요소들이 함께 양조위라는 존재의 당위성을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8년 만에 찾아온 최장 ‘설 황금연휴’... 극장가 신작 살펴보기 [설 특집]

이달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2017년 이후 8년 만에 ‘설 황금 연휴’가 찾아왔다. 31일에 휴가를 사용한다면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는 긴 휴일 동안 극장가도 특수를 노리며 기대감을 품고 있다. 이번 설 연휴 동안 남녀노소 어떤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지 다채롭게 소개한다. ■ 송혜교부터 권상우까지…한국 영화 풍년 코로나19 시국에도 누적관객수 240만을 기록하며 2020년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던 히트맨의 후속작 ‘히트맨2’가 개봉해 관객을 맞았다. ‘히트맨2’는 전설의 요원 출신 웹툰작가 ‘준’의 신작 웹툰을 모방한 테러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전편에서 호흡을 맞췄던 권상우, 정준호, 이이경, 황우슬혜가 다시 뭉쳐 코믹연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송혜교의 스크린 복귀작 ‘검은 수녀들’은 24일 개봉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2014) 이후 10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는 배우 송혜교와 ‘검은 사제들’(2015)을 이끈 장재현 감독의 만남으로 주목 받는다. 이 영화는 사제들에 초점이 맞춰졌던 기존의 오컬트 장르물과는 달리 수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기대를 키운다.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사제만이 구마 의식을 수행할 수 있다’는 금기를 깨는 수녀들을 담고 있다. 고 김수미의 유작 ‘귀신경찰’도 명절 극장가를 찾았다. 오늘(24일) 개봉한 영화 ‘귀신경찰’에서 김수미와 신현준이 다시 한번 모자로 호흡을 맞췄다. 벼락을 맞고 초능력이 생긴 경찰 신현준과 그의 욕쟁이 엄마 김수미가 겪는 일을 코믹하게 그렸다. ‘맨발의 기봉이’(2006). ‘가문의 영광4’(2011)에서도 모자 인연을 맺어 연예계 대표 ‘모자 전문 배우’로 불리는 이들의 케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독립운동 다큐멘터리부터 SF 판타지까지…골라보는 재미 독립운동가 백산 안희제 선생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백산-의령에서 발해까지’는 지난 22일 개봉했다. 안희제 선생은 과거 백범 김구, 백야 김좌진과 함께 ‘삼백’으로 칭송받았던 인물이다.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그가 항일 비밀결사 조직인 대동청년단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1932년 만주에 발해농장을 세우기까지의 일대기를 그렸다. 한·중·일 각지에 흩어져 있던 안희제 선생과 동지들에 대한 미공개 자료를 발굴해 연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탐사보도 전문가이자 환경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활동해온 진재운 감독과 제작진은 AI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안 선생의 얼굴을 복원했다. 생생한 고증과 가슴 뜨거워지는 독립운동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극장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동물로 변하는 신비한 이야기를 그린 ‘애니멀 킹덤’도 지난 22일 극장 상영을 시작했다. 동물로 변해가는 병에 걸린 엄마와 그의 가족들이 겪는 일들을 그린 이 영화는 외형이 달라져도 내면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 감동을 전한다. 영화는 아빠와 아들이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조명하고 돌아보게 한다. 프랑스의 청룡영화제 격인 세자르영화제에서 지난해 촬영상, 음악상, 음향상, 의상상, 시각효과상을 휩쓴 이 작품은 재작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초청된 바 있다. 당시 현장 관람객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영화가 이번 설 연휴에도 사랑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 애니메이션 줄줄이 개봉…온 가족 함께 즐겨요 연휴 전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 영화도 잇달아 개봉한다. ‘극장판 포켓몬스터 AG: 뮤와 파동의 용사 루카리오’, ‘마당을 나온 암탉’, ‘꼬마 판다 팡의 아프리카 대모험’이 스크린에 올랐고, 27일엔 ‘바다 탐험대 옥토넛: 극지방 대작전’ 등이 스크린에 오를 예정이다. 포켓몬스터의 8번째 극장판 시리즈인 ‘극장판 포켓몬스터’는 국내 극장에선 개봉되지 않았던 작품을 4K UHD 리마스터링해 선보인다. 특히 이번 작품은 환상의 포켓몬 뮤와 파동포켓몬 루카리오가 만나 어린이 예비 관객들의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 사라진 피카츄를 구하고 위기의 포켓몬 세계를 지키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액션과 감동 서사가 관람 포인트다. ‘바다 탐험대 옥토넛: 극지방 대작전’은 탐험선을 타고 극지방을 누비는 옥토넛의 이야기다. 눈과 얼음이 녹고 있는 남극과 북극을 지키기 위한 옥토넛과 옥토 요원의 모험기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극지방 생태계의 위기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즐기면서 학습하는 ‘에듀테인먼트’의 일종인 이 영화는 어린이들에게 현재 진행형인 기후 위기와 그에 따른 생태계 문제를 가르쳐 줄 예정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공개된 박스오피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꾸준한 인기를 보였다. ‘슈퍼배드 4’와 ‘사랑의 하츄핑’ 모두 관객수 120만 명을 넘겼고, ‘모아나 2’, ‘무피시: 라이온 킹’은 지난달 박스오피스 5위권에 올랐다. 이번 설 연휴에는 어떤 작품들이 어린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지 궁금해진다. 오랜만에 찾아온 긴 연휴,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다양한 작품이 쏟아지는 극장에서 영화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영상] 50살의 나 VS 젊고 아름다워진 나… 영화 '서브스턴스' [핫플체크 EP.33]

영화, 드라마, OTT 콘텐츠 등 볼 것 찾는 사람들을 위한 '핫한 플레이리스트'를 알려주는 '핫플체크' 지난해 12월 11일 개봉한 영화 '서브스턴스'는 나, 그리고 더 나은 버전의 나와의 지독한 대결을 그린 논스톱 블러디 스릴러다. 과거 명예의 거리에 올라간 대스타였던 '엘리자베스'(데미 무어)가 50살이 된 현재 더이상 어리고 섹시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TV에어로빅쇼에서 해고되자 '서브스턴스'로 젊고 아름다워진 자신의 클론 '수'(마가렛 퀄리)를 탄생시킨다. '수'로 과거의 영광을 다시 맛보게 되자 서로 7일동안 번갈아 살아가는 '서브스턴스'의 규칙이 어긋나기 시작하며 엘리자베스의 몸이 노화되는 문제가 생긴다. 영화는 외모지상주의 사회 속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이 담긴 '수'와 '엘리자베스'의 균형이 깨지면서 바디호러(고어 등 신체 변형으로부터 오는 공포를 다르는 장르)의 정점을 보여준다. 또한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등 '엘리자베스'의 단계를 표현한 원색의 색감들과 대비되는 '수'의 핑크 레오타드, 눈화장 등 화려한 색채들로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서브스턴스'는 청소년관람불가와 바디호러 장르임에도 입소문을 타고 개봉6주차에 상영확대 등 22만명의 누적관객수를 달성하며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자료제공 ㅣ 찬란, NEW

박물관 유물의 의미를 ‘영화’로 재해석…‘제1회 박물관영화제’ 성료

박물관과 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박물관영화제’가 의미있는 첫발을 내디디며 관객들에게 풍부한 문화적 경험을 선사했다. 경기도박물관이 주최하고 경기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제1회 박물관영화제가 지난 10일 개막한 가운데 박물관의 유물 속 의미를 영화적 시각으로 재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영화제는 박물관과 영화가 융합된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는 자리로, 유물과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다층적인 문화적 해석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됐다. 배우 김규리의 사회로 진행된 영화제 개막식에는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심재인 경기도박물관협회장, 정용재 국립고궁박물관장 등 박물관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또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과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 등 영화계 대표 인사들이 영화제의 성공을 기원하는 축하 메시지를 전달해 의미를 더했다. 김동호 전 이사장은 “고대 문화와 첨단 매체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영화제가 탄생했다”며 이번 영화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화제의 개막작으로는 영화 ‘관상’이 상영됐다. 권력 다툼과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영화 상영 후에는 정윤회 도박물관 학예사가 ‘관상과 초상 사이’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다. 토크콘서트에서는 조선시대 초상화와 영화 속 관상학적 해석을 연결해 박물관의 유물과 영화의 만남을 깊이 있게 탐구했다. 영화제는 오는 26일까지 주말마다 영화 ‘역린’, ‘상의원’, ‘이재수의 난’, ‘황진이’ 등을 선보이고, 영화와 관련된 토크콘서트를 진행해 박물관과 영화가 상호작용하는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할 예정이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유물은 정적이고 영화는 동적이다”라며 “두 가지를 비교하고 상호작용 하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