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제18·19대 회장 이취임식 개최…윤자희 회장 체제 출범

경기도 여성의 발전과 권익 신장을 위해 역할하는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가 23년간 쌓아온 이금자 회장의 역사를 마무리하며, 윤자희 신임회장 체제의 첫 발을 내디뎠다.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는 21일 오전 11시 경기여성의전당에서 제18대·제19대 회장 이·취임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도여성단체협의회 명예회장 정우영 여사, 윤태근 자문위원장, 이상일 용인시장, 신계용 과천시장 등 내빈과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원 300여명이 참석했다. 본격적인 이·취임식에 앞서 2002년 11월 취임 이후 23년간 경기여성을 위해 뛰어온 이금자 전 회장에게 공로패 전달과 그의 업적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이 전 회장은 “가슴에 너무 많은 말이 있어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며 “도여성단체협의회를 위해 지난 23년간 한번도 멈추지 않고 달려올 수 있던 동력은 책임감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경기여성의전당 완공까지 알게 모르게 힘써준 회원과 지인들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우리 도여성단체 회원들과 60만 경기도 여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한 우리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는 영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로 취임하는 윤자희 회장에 대한 칭찬과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회장은 조직을 세우고,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인물이 맡아야 하는데 윤 신임회장이 바로 그런 인물”이라며 “우리가 어렵게 쌓아 올린 이 기반이 흔들리지 않고 단단하고 더 크게 이어져가길 바란다. 앞으로도 대표이사로서 협의회와 윤자희 회장과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윤자희 신임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소통·화합 통한 조직 결속력 강화 ▲ 시대 흐름에 앞서가는 여성 경쟁력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추진 ▲실질적인 성평등 기반으로 안전한 경기도 구현, 돌봄 공백 해소 및 안전한 환경 조성 ▲나눔과 봉사 통한 지역사회에 온기 전달 등 협의회가 나아갈 네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용인문화원 부원장으로 용인사랑라인온스클럽 회장과 도여성단체협의회 부회장 등 오랫동안 지역사회와 여성계를 위해 힘써 온 윤 신임회장은 “경기도 및 유관기관과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도여성단체협의회의 변화를 이끌겠다”면서 “경기도 여성을 위해 나아가는 도여성단체협의회장 윤자희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윤 회장의 임기는 지난 3월부터 3년간이다. 도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을 맡아온 이금자 전 회장은 대표이사직을 이어간다.

국가유산청, 페루 마추피추 보존 협력…중남미 첫 문화유산 ODA

정부가 중남미 지역 첫 문화유산 국제개발협력(ODA) 사업으로 5년간 잉카 문명의 대표 유적지인 페루 마추픽추 복원에 힘을 보탠다. 국가유산청은 21일 국가유산진흥원과 함께 페루 문화부와 마추픽추 보존 및 관리 역량 강화 ODA 사업을 위한 협의의사록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협의의사록은 사업의 대상, 예산, 일정, 분담사항 등을 규정한 협의 문서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이어 이번 협의를 바탕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마추픽추 원형을 보존토록 구체적인 사업을 본격화한다. 이번 사업은 우리나라의 문화유산 보존 기술이 라오스,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이집트에 이어 아메리카 대륙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잉카 제국의 수도였던 마추픽추는 해발 2천430m에 자리 잡은 고대 도시 유적이다. 198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후 연간 150만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모이고 있지만, 최근 자연재해와 기후변화 등으로 보존 우려가 큰 상황이다. 특히 안데스산맥의 불규칙한 집중호우가 잇따르면서 지반이 약화하고, 산사태 발생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하루 관람객 수를 제한하기도 했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은 앞으로 5년간 유적 일대를 3차원(3D)으로 정밀하게 기록하고 보존 환경을 분석·점검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시스템은 안전 상황 진단과 훼손 예방 조치, 디지털화, 보수 등을 포함한다. 문화유산 관리를 위한 지침 제작도 지원한다. 국가유산청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중남미 지역에서 추진되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문화유산 국제개발협력 사업”이라며 “5년간의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전 세계에 한국 문화유산 분야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기후위기라는 글로벌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선도적인 ODA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미국 암연구학회서 ‘1호 개발 신약’ 전임상 결과 발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 연례 학술대회에서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SBE303의 연구 데이터를 공개했다고 21일 밝혔다. SBE303은 종양세포에서 과발현하는 넥틴-4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차세대 ADC 항암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에 따라 국내외 파트너사와 공동 연구 및 라이선스를 계약해 개발한 1번째 신약 파이프라인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일(현지 시각) 현장 포스터 발표 세션에서 SBE303가 종전 넥틴-4 표적 치료제 대비 항체의 종양세포 결합 특이성과 세포 내 약물 전달 효율이 개선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안전성 평가 부분에서 종전 넥틴-4 표적 치료제의 이상반응인 피부 독성이 나아진 결과를 보였다. 심각한 부작용으로 비가역적 손상을 일으키는 간질성 폐질환도 나타나지 않았다. 또 체내 독성 반응을 보이지 않는 최대 투여량인 최대 내약 독성용량(HNSTD은 40 ㎎/㎏으로, 넓은 치료 안전역 확보를 통한 SBE303의 임상 현장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신동훈 부사장은 “SBE303의 후속 임상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보유한 차세대 ADC 항암제로 개발하겠다”며 “이를 통해 다양한 의료 미충족 수요 해소 가능성을 검증할 것”고 말했다. 한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한국과 미국 등에서 SBE303의 글로벌의 임상 시험(1상)을 본격화했다. 오는 2030년 7월까지 진행성 불응형 고형암 환자 149명을 대상으로 의약품 안전성 및 초기 유효성 등을 평가할 예정이다.

양주문화관광재단 ‘첫발’…창립총회 열고 10월 본격 출범

양주시 문화관광재단 출범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창립총회를 개최해 정관과 규정 제정,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해서다. 20일 시에 따르면 양주문화관광재단은 최근 양주시 종합관광안내센터 교육장에서 초대 임원진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열고 재단 설립을 위한 주요 안건을 심의 의결하고 향후 운영방안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선 초대 임원에게 임명장이 수여됐으며 설립취지서 채택, 정관 및 제규정 제정, 올해 사업계획과 예산 등 10개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 재단은 행정안전부의 지방 출자출연기관 설립 기준에 따라 단계적으로 설립을 추진해 왔으며, 지난해 12월 관련 조례 제정을 마쳤다. 시는 21일 경기도에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하는 등 법인 설립 등기 등 후속 절차를 마무리하고 하반기에는 직원 채용과 사무실을 마련한 뒤 오는 10월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재단은 앞으로 지역 문화정책 개발·지원, 문화예술단체 육성, 축제·공연·전시 기획 운영, 관광자원 발굴, 콘텐츠 개발, 문화관광시설 운영 등 다양한 사업들을 수행하게 된다. 홍미영 문화관광과장은 “양주문화관광재단은 지역 문화와 관광 발전을 위한 실행기구로, 지역 문화예술 진흥과 관광 기반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포천 고모호수공원, 카페·야경 품은 ‘주말 핫플’로 부상

포천 고모호수공원이 농업용 저수지에서 시민 휴식형 수변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0일 시에 따르면 고모호수공원 리뉴얼 사업을 마무리하고 이날 공원 광장에서 준공식을 열어 새롭게 정비된 수변 공간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이번 사업은 노후화된 광장시설을 전면 정비하고 시민 누구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쾌적한 수변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모호수공원은 수도권과 인접한 관광지로 꾸준히 방문객이 이어지는 공간이지만, 시설 노후화로 이용 환경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원 전반에 대한 정비를 추진했고, 농업생산기반시설 협의와 농업보호구역 해제, 도시관리계획 결정 및 실시계획인가 등 행정절차를 거쳐 약 4년만에 사업을 완료했다. 이번 정비를 통해 야외무대와 수변 산책길, 관람형 휴게공간, 정원, 야간조명, 주차장, 사진 촬영 구역 등 다양한 시설들이 새롭게 조성됐다. 특히 수변과 맞닿은 보행 동선을 강화해 이용 편의성을 높였고 야간 경관을 개선해 낮과 밤 모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을 확장했다. 고모호수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농업용 저수지라는 본래 기능 위에 생활형 휴식공간이 결합된 점이다. 넓은 수면이 만들어내는 개방감과 수변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도심 공원과 다른 여유를 제공하며,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도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저수지를 따라 형성된 카페와 음식점 상권은 고모호수공원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감성 카페와 식음 공간이 촘촘히 들어서면서 드라이브와 산책, 식사를 동시에 즐기려는 젊은 층 방문이 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개통한 포천~화도 고속도로가 수도권 동남부에서의 접근성을 개선하면서 주말마다 ‘드라이브 관광객’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더위를 식혀줄 야외 분수시설이 가동되며, 방문객들의 발길과 시선을 동시에 붙잡고 있다. 지역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인근 광장에서 ‘고모마켓’ 등 마켓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인 점도 관광객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변광장을 중심으로 공연과 휴식,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열린 구조를 갖춰 지역 문화활동과 소규모 행사 공간으로서 활용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준공식은 기념사와 제막식, 테이프 커팅, 기념식수, 기념 촬영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시 관계자는 “고모호수공원이 단순한 산책 공간을 넘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머물고 즐기는 지역 대표 수변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운영과 관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노력 부족 아냐" 우리 아이 난독증, 뇌가 보내는 성장 신호 [건강 칼럼]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의 교육 환경은 급격히 변화했다. 비대면 수업과 스마트기기 사용 증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아동의 언어발달 지연과 난독증 증가다. 이는 단순한 학습 부진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신호라는 점에서 보다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난독증은 흔히 ‘노력이 부족한 아이’라는 오해를 받기 쉽다. 그러나 이는 지능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닌 뇌의 언어 처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발달적 특성이다. 글자를 인식하고 이를 소리와 의미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개입할 경우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특성이 제때 인식되지 못하고 방치될 때 발생한다. 학습 부진은 물론이고 반복되는 실패 경험으로 인해 자존감 저하와 정서적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적 상호작용 감소와 언어 자극 부족이 맞물리며 언어발달 지연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일정 시기가 지나도 또래 수준의 발달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를 단순한 개인차로 넘겨서는 안 된다. 정확한 평가와 전문적인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난독증 같은 발달 문제는 단편적인 접근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의학적 진단, 언어치료, 학습 지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적 관리가 요구된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접근 또한 중요하다. 특히 다문화가정 아동처럼 언어 환경이 다양한 경우 더욱 세심한 평가와 지원이 요구된다. 아이에게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다. 말이 트이고 글을 이해하는 과정은 사고의 확장과 직결된다. 그렇기에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보다 필요한 순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학습의 결과’가 아니라 ‘발달의 과정’을 바라봐야 한다.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 기울이고 적절한 시기에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이야말로 건강한 성장을 위한 가장 책임 있는 선택일 것이다.

부천시립합창단 모차르트 ‘c단조 미사’ 무대 올린다

모차르트의 장대한 합창 작품 ‘증거자 축일 장엄 저녁기도’와 ‘c단조 미사’가 무대에 오른다. 부천시립합창단은 23일 오후 7시 30분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제178회 정기연주회 ‘모차르트 c단조 미사’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김선아 상임지휘자의 지휘 아래 소프라노 이윤정, 알토 이은영, 테너 김효종, 베이스 김이삭이 협연하며 부천시립합창단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오르가니스트 구민아가 함께한다. 1780년 작곡된 ‘증거자 축일 장엄 저녁기도(Vesperae solennes de confessore)는 잘츠부르크 대성당 전례를 위해 쓰인 합창곡으로 다섯 개의 시편과 마니피캇(Magnificat)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혼성합창과 독창, 오케스트라가 함께 어우러지는 이 작품은 모차르트 종교음악의 전형적인 균형감과 밝은 에너지를 보여준다. 특히 다섯 번째 악장 ‘Laudate Dominum’은 소프라노 독창과 합창이 어우러져 모차르트 특유의 신앙적 경건함을 드러낸다. ‘c단조 미사’는 모차르트가 1782~1783년에 작곡한 대규모 종교음악이다. 그의 종교 작품 가운데에서도 가장 장대한 규모와 음악적 깊이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된다. 오늘날 연주되는 버전은 모차르트가 남긴 미완성 악보를 바탕으로 복원과 보완을 거쳐 연주된다. 이 미사는 오페라적 성격의 화려한 독창과 웅장한 합창이 결합된 작품으로 특히 ‘Et incarnatus est’와 같은 아리아는 모차르트의 섬세한 성악 작곡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웅장한 합창과 정교한 대위법, 극적인 음악 전개는 인간적 감정과 신앙적 숭고함이 교차하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부천시립예술단 관계자는 “완성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라며 “모차르트가 남긴 가장 인간적이고도 장엄한 종교음악의 진수를 부천시립합창단의 음색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무에게 묻는다”…‘한국현대목판화협회 2026 회원전’ 목판화의 현재를 묻다

나무를 파내는 자리마다 이미지가 남는다. 덜어냄과 비움을 통해 완성되는 목판화는, 류연복 작가의 말처럼 ‘시의 언어’에 가깝다. 판을 깎고 다시 찍어내는 작업의 결과는 온전히 작가의 의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칼과 목판, 나무의 결, 손의 힘이 겹쳐지며 비로소 장면이 드러난다. 2026 한국현대목판화협회 회원전 ‘나무에게 묻는다’는 나무에게 건네는 질문이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맡길 것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읽힌다. 해움미술관에서 2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작가 50여 명이 참여해 70여 점의 작품을 내걸었다. 김상구, 손기환, 안정민, 류연복, 김억 등 한국 목판화를 이끌어온 작가들과 젊은 신진 작가들이 함께 참여했다. 다양한 판화 기법이 공존하는 이번 전시는 목판화의 현재를 수도권에서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드문 기회로 마련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검은 선으로 단단히 새겨진 화면 옆에는 색이 겹겹이 쌓인 판화가 걸리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재료 자체를 바꿔버린 실험이 이어진다. 서로 다른 속도와 결을 지닌 작업들이 한 공간에서 맞물린다. 한때 1980년대 민중미술의 강한 이미지로 기억되던 목판화는, 이제 다양한 기법과 재료, 주제를 통해 훨씬 넓은 스펙트럼으로 확장되고 있다. “목판화는 시의 언어가 아닐까요.” 연꽃이 돋보이는 작품 앞에서 만난 류연복 작가는 한국 목판화의 한 축을 형성해온 인물이다. 1980~90년대 민중의 저항정신을 담은 벽화운동과 걸개그림을 거쳐, 이후 자연과 생명, 인간의 삶을 목판 위에 새겨왔다. 그는 “나무를 판다는 건 형상을 남기고 비워내는 시와 닮아 있다”고 비유했다. 그의 작품 ‘꽃한송이’에는 바위 위 연꽃과 함께, 그 아래 단면 속에 사람의 얼굴들이 겹겹이 숨어 있다. 시대와 생명, 풍경과 사람이 한 화면 안에서 겹쳐 보인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서로 다른 결의 작업들이 한 공간에서 교차해 더욱 뜻깊었다. 신진 작가부터 오랜 시간 작업을 이어온 중견 작가들까지 참여해 세대의 흐름을 함께 드러냈다. 서울과 경기, 울산, 부산, 제주 등 각 지역에서 출발한 시선은 해녀의 삶, 도시의 풍경, 추상적 이미지 등 다양한 주제로 확장된다. 전통적인 흑백 목판부터 색을 겹겹이 쌓거나 재료를 결합한 작업까지, 목판화의 표현 방식 또한 폭넓게 펼쳐졌다. 매체의 가능성을 확장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안정민 작가는 독일과 프랑스 등 해외 무대에서도 활동하며 목판화의 확장을 시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천 위에 실리콘을 캐스팅한 신작 ‘해인31’을 선보이며 목판을 순백의 설원처럼 표현했다. 그는 “프레스 기계 없이 작업할 수 있는 방식을 연구했다”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방식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색채를 통해 감각을 환기하는 작업도 공개됐다. 40여년간 20차례 개인전, 200차례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한국목판화협회의 초기를 이끌어온 김억 작가는 오랜 시간 국토의 풍경과 그 안에 스민 사람들의 삶을 목판에 새겨온 국내 목판화의 대표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평소의 작업과 색다르게 붉은 색감이 돋보이는 ‘홍매’ 시리즈를 선보였다. 작품은 분홍과 붉은 색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마치 꽃향기가 번지듯 봄의 기운을 전한다. 그는 “봄을 맞이해 밝고 명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며 “보는 이들이 기분 좋은 감상을 가져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한지를 활용해 볼륨감과 함께 부드럽고 정겨움이 돋보이는 작품 ‘화조’를 출품한 손기환 한국현대목판화협회장은 목판화가 나아갈 길에 관한 고민도 함께 전했다. “디지털화되는 시대 속에서 목판화의 정체성과 미래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전시가 마련됐다”라고.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