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고모호수공원이 농업용 저수지에서 시민 휴식형 수변공간으로 탈바꿈했다. 20일 시에 따르면 고모호수공원 리뉴얼 사업을 마무리하고 이날 공원 광장에서 준공식을 열어 새롭게 정비된 수변 공간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이번 사업은 노후화된 광장시설을 전면 정비하고 시민 누구나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쾌적한 수변공간으로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모호수공원은 수도권과 인접한 관광지로 꾸준히 방문객이 이어지는 공간이지만, 시설 노후화로 이용 환경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공원 전반에 대한 정비를 추진했고, 농업생산기반시설 협의와 농업보호구역 해제, 도시관리계획 결정 및 실시계획인가 등 행정절차를 거쳐 약 4년만에 사업을 완료했다. 이번 정비를 통해 야외무대와 수변 산책길, 관람형 휴게공간, 정원, 야간조명, 주차장, 사진 촬영 구역 등 다양한 시설들이 새롭게 조성됐다. 특히 수변과 맞닿은 보행 동선을 강화해 이용 편의성을 높였고 야간 경관을 개선해 낮과 밤 모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을 확장했다. 고모호수공원의 가장 큰 특징은 농업용 저수지라는 본래 기능 위에 생활형 휴식공간이 결합된 점이다. 넓은 수면이 만들어내는 개방감과 수변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도심 공원과 다른 여유를 제공하며,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도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저수지를 따라 형성된 카페와 음식점 상권은 고모호수공원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감성 카페와 식음 공간이 촘촘히 들어서면서 드라이브와 산책, 식사를 동시에 즐기려는 젊은 층 방문이 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개통한 포천~화도 고속도로가 수도권 동남부에서의 접근성을 개선하면서 주말마다 ‘드라이브 관광객’ 유입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더위를 식혀줄 야외 분수시설이 가동되며, 방문객들의 발길과 시선을 동시에 붙잡고 있다. 지역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한 인근 광장에서 ‘고모마켓’ 등 마켓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인 점도 관광객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변광장을 중심으로 공연과 휴식,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열린 구조를 갖춰 지역 문화활동과 소규모 행사 공간으로서 활용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준공식은 기념사와 제막식, 테이프 커팅, 기념식수, 기념 촬영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시 관계자는 “고모호수공원이 단순한 산책 공간을 넘어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머물고 즐기는 지역 대표 수변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운영과 관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경기아트센터 임직원과 예술단원 400여명이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경기아트센터는 20일 아주대학교 실내체육관에서 ‘2026년 경기아트센터 하모니 데이’를 개최했다. 부서 간 경계를 허문 팀 활동을 통해 유대감과 일체감을 다지고 조직 결속력을 재편·강화하고자 마련됐다. 특히 이번 행사는 본부와 예술단이 혼합해 총 네 팀으로 구성하며 협동심을 공고히 했다. 김상회 사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과 예술단원들은 파랑·주황·초록·노랑 조끼를 맞춰 입고 줄다리기, O/X퀴즈, 단체달리기, 공던지기, 신발던지기 등 미션형 체육 프로그램과 장기자랑·레크레이션을 진행했다. 아트센터 구성원들은 ‘한 팀’이라는 명목 하에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협력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대면 교류가 본격화 되는 흐름 속에 조직의 활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아트센터 관계자는 “조직 안에서 각자 역할을 수행하느라 몰랐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돼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오늘을 계기로 더욱 결속력 있는 경기아트센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사회의 교육 환경은 급격히 변화했다. 비대면 수업과 스마트기기 사용 증가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미처 주목하지 못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아동의 언어발달 지연과 난독증 증가다. 이는 단순한 학습 부진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성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신호라는 점에서 보다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난독증은 흔히 ‘노력이 부족한 아이’라는 오해를 받기 쉽다. 그러나 이는 지능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닌 뇌의 언어 처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발달적 특성이다. 글자를 인식하고 이를 소리와 의미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개입할 경우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특성이 제때 인식되지 못하고 방치될 때 발생한다. 학습 부진은 물론이고 반복되는 실패 경험으로 인해 자존감 저하와 정서적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적 상호작용 감소와 언어 자극 부족이 맞물리며 언어발달 지연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일정 시기가 지나도 또래 수준의 발달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를 단순한 개인차로 넘겨서는 안 된다. 정확한 평가와 전문적인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난독증 같은 발달 문제는 단편적인 접근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의학적 진단, 언어치료, 학습 지원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적 관리가 요구된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와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접근 또한 중요하다. 특히 다문화가정 아동처럼 언어 환경이 다양한 경우 더욱 세심한 평가와 지원이 요구된다. 아이에게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세상을 이해하는 창이다. 말이 트이고 글을 이해하는 과정은 사고의 확장과 직결된다. 그렇기에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보다 필요한 순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제 ‘학습의 결과’가 아니라 ‘발달의 과정’을 바라봐야 한다. 아이가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 기울이고 적절한 시기에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이야말로 건강한 성장을 위한 가장 책임 있는 선택일 것이다.
모차르트의 장대한 합창 작품 ‘증거자 축일 장엄 저녁기도’와 ‘c단조 미사’가 무대에 오른다. 부천시립합창단은 23일 오후 7시 30분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제178회 정기연주회 ‘모차르트 c단조 미사’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김선아 상임지휘자의 지휘 아래 소프라노 이윤정, 알토 이은영, 테너 김효종, 베이스 김이삭이 협연하며 부천시립합창단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오르가니스트 구민아가 함께한다. 1780년 작곡된 ‘증거자 축일 장엄 저녁기도(Vesperae solennes de confessore)는 잘츠부르크 대성당 전례를 위해 쓰인 합창곡으로 다섯 개의 시편과 마니피캇(Magnificat)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혼성합창과 독창, 오케스트라가 함께 어우러지는 이 작품은 모차르트 종교음악의 전형적인 균형감과 밝은 에너지를 보여준다. 특히 다섯 번째 악장 ‘Laudate Dominum’은 소프라노 독창과 합창이 어우러져 모차르트 특유의 신앙적 경건함을 드러낸다. ‘c단조 미사’는 모차르트가 1782~1783년에 작곡한 대규모 종교음악이다. 그의 종교 작품 가운데에서도 가장 장대한 규모와 음악적 깊이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된다. 오늘날 연주되는 버전은 모차르트가 남긴 미완성 악보를 바탕으로 복원과 보완을 거쳐 연주된다. 이 미사는 오페라적 성격의 화려한 독창과 웅장한 합창이 결합된 작품으로 특히 ‘Et incarnatus est’와 같은 아리아는 모차르트의 섬세한 성악 작곡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웅장한 합창과 정교한 대위법, 극적인 음악 전개는 인간적 감정과 신앙적 숭고함이 교차하는 깊은 울림을 전한다. 부천시립예술단 관계자는 “완성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라며 “모차르트가 남긴 가장 인간적이고도 장엄한 종교음악의 진수를 부천시립합창단의 음색으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무를 파내는 자리마다 이미지가 남는다. 덜어냄과 비움을 통해 완성되는 목판화는, 류연복 작가의 말처럼 ‘시의 언어’에 가깝다. 판을 깎고 다시 찍어내는 작업의 결과는 온전히 작가의 의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칼과 목판, 나무의 결, 손의 힘이 겹쳐지며 비로소 장면이 드러난다. 2026 한국현대목판화협회 회원전 ‘나무에게 묻는다’는 나무에게 건네는 질문이자,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맡길 것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읽힌다. 해움미술관에서 2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작가 50여 명이 참여해 70여 점의 작품을 내걸었다. 김상구, 손기환, 안정민, 류연복, 김억 등 한국 목판화를 이끌어온 작가들과 젊은 신진 작가들이 함께 참여했다. 다양한 판화 기법이 공존하는 이번 전시는 목판화의 현재를 수도권에서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드문 기회로 마련됐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검은 선으로 단단히 새겨진 화면 옆에는 색이 겹겹이 쌓인 판화가 걸리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재료 자체를 바꿔버린 실험이 이어진다. 서로 다른 속도와 결을 지닌 작업들이 한 공간에서 맞물린다. 한때 1980년대 민중미술의 강한 이미지로 기억되던 목판화는, 이제 다양한 기법과 재료, 주제를 통해 훨씬 넓은 스펙트럼으로 확장되고 있다. “목판화는 시의 언어가 아닐까요.” 연꽃이 돋보이는 작품 앞에서 만난 류연복 작가는 한국 목판화의 한 축을 형성해온 인물이다. 1980~90년대 민중의 저항정신을 담은 벽화운동과 걸개그림을 거쳐, 이후 자연과 생명, 인간의 삶을 목판 위에 새겨왔다. 그는 “나무를 판다는 건 형상을 남기고 비워내는 시와 닮아 있다”고 비유했다. 그의 작품 ‘꽃한송이’에는 바위 위 연꽃과 함께, 그 아래 단면 속에 사람의 얼굴들이 겹겹이 숨어 있다. 시대와 생명, 풍경과 사람이 한 화면 안에서 겹쳐 보인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서로 다른 결의 작업들이 한 공간에서 교차해 더욱 뜻깊었다. 신진 작가부터 오랜 시간 작업을 이어온 중견 작가들까지 참여해 세대의 흐름을 함께 드러냈다. 서울과 경기, 울산, 부산, 제주 등 각 지역에서 출발한 시선은 해녀의 삶, 도시의 풍경, 추상적 이미지 등 다양한 주제로 확장된다. 전통적인 흑백 목판부터 색을 겹겹이 쌓거나 재료를 결합한 작업까지, 목판화의 표현 방식 또한 폭넓게 펼쳐졌다. 매체의 가능성을 확장하려는 시도도 눈에 띈다. 안정민 작가는 독일과 프랑스 등 해외 무대에서도 활동하며 목판화의 확장을 시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천 위에 실리콘을 캐스팅한 신작 ‘해인31’을 선보이며 목판을 순백의 설원처럼 표현했다. 그는 “프레스 기계 없이 작업할 수 있는 방식을 연구했다”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방식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색채를 통해 감각을 환기하는 작업도 공개됐다. 40여년간 20차례 개인전, 200차례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한국목판화협회의 초기를 이끌어온 김억 작가는 오랜 시간 국토의 풍경과 그 안에 스민 사람들의 삶을 목판에 새겨온 국내 목판화의 대표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평소의 작업과 색다르게 붉은 색감이 돋보이는 ‘홍매’ 시리즈를 선보였다. 작품은 분홍과 붉은 색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마치 꽃향기가 번지듯 봄의 기운을 전한다. 그는 “봄을 맞이해 밝고 명랑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며 “보는 이들이 기분 좋은 감상을 가져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한지를 활용해 볼륨감과 함께 부드럽고 정겨움이 돋보이는 작품 ‘화조’를 출품한 손기환 한국현대목판화협회장은 목판화가 나아갈 길에 관한 고민도 함께 전했다. “디지털화되는 시대 속에서 목판화의 정체성과 미래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전시가 마련됐다”라고.
‘이야기의 마술사’, ‘기도하는 작가’, ‘그림 그리는 나무늘보’, ‘멋쟁이 로봇보이’…. 에이블아트센터 작가들의 애칭은 어딘가 특별하다. 이들이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 역시 다르다. 누군가는 사람과 동물을 주인공으로 상상 속 이야기를 풀어내고, 누군가는 작업 전 자신과 동료를 위한 기도를 올린다. 이는 작가가 심리적 안정을 찾아가는 하나의 과정이 된다. 또 다른 작가는 색연필과 펜으로 집과 나무 등 일상의 풍경을 따뜻하게 그려낸다. 미세하게 떨리는 선은 오히려 자연스럽고, 종이의 질감과 어우러지며 고유한 화면을 만든다.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상상력, 그리고 섬세한 감각은 익숙한 관습에 머물러 있던 시선에 새로운 결을 드러낸다.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지난 16일 개막한 고색뉴지엄 기획초대전 ‘사월, 인터-뷰 : 봄에 마주한 이야기’는 신경다양성 예술가 9인의 작업을 통해 ‘말이 아닌 방식의 인터뷰’를 제안한다. 에이블아트센터 소속 성인 작가 4명과 청소년 창작반 ‘새파란’ 작가 5명이 참여했다. 작품은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솔직한 언어로 기능하며, 관람자는 이를 통해 작가의 세계와 마주한다. “여름을 그릴 거예요. 바다, 조개, 물고기를 그리고 싶어요.” ‘색과 선을 빚는 작가’ 최회승 작가(32)의 말은 단순했지만, 그의 작업은 그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는 사진을 보며 마커로 선을 쌓아가듯 그린다. 민들레와 목련, 선인장, 나뭇가지와 잎 등 관찰한 대상을 독특한 선과 기하학적 패턴으로 변환해 화면을 구성한다. 봄에는 꽃을, 여름에는 바다를, 겨울에는 크리스마스트리를 그리며 계절의 흐름을 작업으로 이어간다. 작업일지에 ‘좋아요’, ‘이뻐요’, ‘행복해요’를 자주 적는다는 그의 태도는 이번 전시의 정서와도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는 장애를 설명하기보다 작가의 감각과 표현 방식을 전면에 드러낸다. 대안예술공동체로 설립한 국내 최초의 전문 장애인문화예술 공간 ‘에이블아트센터’가 지향하는 방향과도 같다. 장병용 이사장은 “단순한 취미 교육이 아니라 장애 예술가의 고유한 감각과 상상력을 끌어내고 확장하는 공간”이라며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각자의 감각이 스스로 자라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익숙한 미술 문법과 다른 반복의 밀도, 예기치 않은 전개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이유다. ‘이야기의 마술사’ 한대훈 작가(32)는 명화와 애니메이션, 오페라, 자신이 가고 싶은 여러나라의 문화 등을 그만의 독특한 해석으로 결합한다. ‘겨울철 한옥에서 김장하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같은 제목은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는다. 17세기 유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와 조선의 김홍도가 그린 풍속화, 한옥과 김장 풍경이 한 작가의 상상 속에서 하나의 장면으로 이어지며 기존 서사와는 다른 장면을 만들어낸다. 한 작가는 책과 영상, 음악에서 만난 세상에 자신만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이야기를 만든다. 한 작가는 앞으로 오페라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모두 그려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창작반 ‘새파란’은 또 다른 결을 보여준다. 성인 작가들이 축적한 조형 언어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간다면, 청소년 작가들은 더 직관적이고 순수하고 즉각적인 방식으로 감각을 드러낸다. ‘친절한 젠틀맨’ 김동근 작가는 한국 역사에 관한 이야기를 꾸준히 그리며 사람과 역사 이야기를 친근한 장면으로 풀어내고, 회화와 조형을 넘나드는 ‘멋쟁이 로봇보이’ 최윤우 작가는 섬세한 손끝과 집중력으로 거침 없이 자신의 세계를 표현한다. 이들을 지도하는 이혜원 에이블아트센터 강사(작가)는 “작업을 시작하기 전 이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각자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첫 걸음이었다”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9인 작가에게 붙여진 애칭 역시 이러한 대화 속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말이 어려울 때는 표정과 반응을 읽고, 어떤 색 앞에서 미소 짓는지 살피는 일부터 시작한다는 말은 단순한 지도법이 아니라 하나의 태도처럼 들린다. 이창세 고색뉴지엄 관장은 “작품을 보며 전문 작가 못지않은 완성도를 느꼈다”며 “이번 전시가 서로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30일까지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과 관련된 기존 통설을 되짚고 그의 거주지와 주변 인물에 관한 새로운 기록이 제시됐다. 지난 17일 수원특례시 팔달문화센터(예당마루)에서 ‘나혜석 탄신 130주년 기념 2026 나혜석 심포지엄’이 열렸다. 나혜석 생가터복원·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주관으로 개최한 이번 심포지엄에선 기존 서사에서 벗어나 나혜석의 삶과 주변 인물, 그리고 공간적 이동을 재해석한 연구들이 발표됐다. 특히 나혜석 연구가 이순옥 서양화가의 ‘나혜석 그림 기억재생 프로그램’ 29회 초대개인전이 심포지엄과 함께 개막해 23일까지 이어지며 과거와 현재, 두 여성 예술가의 세계를 연결하며 의미를 더했다. 이순옥 작가(나혜석 생가터복원·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한동민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장은 ‘새로운 자료로 본 나혜석-최승구, 김숙배, 지동에 대한 재검토’를 발제했다. 한 관장은 “나혜석의 삶에서 커다란 상흔이 된 애인 최승구는 그간 1917년 사망설이 통용됐지만, 나혜석의 글과 당대 기록을 종합하면 1916년 2월 사망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는 나혜석이 전남 고흥까지 직접 찾아가 병간호를 했다는 기록과 정황을 근거로 한 것이다. 또 나혜석의 고향 수원 거주지에 대해서도 기존 연구의 오류를 짚었다. 한 관장은 “나혜석이 수원 지동 태장면 지리 557번지에 정착한 시점은 1935년 초로 볼 수 있다”며 “일부 연구에서 ‘성 밖 서호 인근’으로 잘못 해석됐지만, 실제로는 남수문 인근 수원천을 경계로 한 지동 지역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공간은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라 나혜석의 가족 네트워크와 지역 기반이 작동한 장소”라며 “사촌과 외가, 수원 지역 유지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찬석 평론가는 발제를 통해 나혜석의 예술·문학·여성운동을 종합 평가하면서, 향후 과제로 ‘기념관 건립’을 제시했다. 채 평론가는 “나혜석은 화가이자 작가, 여성운동가로서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조명할 공간이 부족하다”며 “생가 복원과 함께 기념관 건립을 통해 그의 삶과 업적을 지속적으로 연구·전시하며 지역 문화자산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혜석의 이혼 사건을 개인적 일탈이 아닌 법제와 사회 구조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관점도 제시됐다. 김정숙 수원문학대학 연구생은 “나혜석의 이혼 사건은 식민지 근대 법이 여성에게 어떻게 불평등하게 적용됐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혼 고백장’에 대해 “법과 도덕의 이중 기준에 저항한 여성의 목소리”라고 평가했다. 현장에선 심포지엄과 함께 화가 겸 수원문인협회 최초 여성 회장을 역임한 이순옥 작가의 개인전이 개막했다. 이 작가는 과거 나혜석의 생애를 다룬 소설 ‘불꽃혼 나혜석’의 집필 과정에서 쓰러져 혼수상태와 마비를 겪은 이후에도 예술 활동을 이어왔다. 전시에서는 나혜석의 삶을 재해석한 시와 회화 작품이 함께 공개됐다. 그는 금강산, 스페인, 사천 다솔사, 이화원 등 나혜석이 거닐었을 공간과 발자취를 상상을 통해 녹여냈다. 이 작가는 “나혜석은 과거의 인물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존재”라며 “그의 삶과 고민을 현재의 시선으로 이어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20일부터 ‘제1회 경기도어린이박물관 창작 그림책 공모전’을 개최한다. 이번 사업은 박물관이 추진하는 ‘그림책 기반 콘텐츠 IP(지식재산권) 제작 사업’으로 어린이 문화·예술·산업 관련 주체들이 연결되는 허브이자 창작·융합·확장의 플랫폼으로의 역할을 모색하는 의미가 있다. 공모전 응모 주제는 자유다. 출간되지 않은 순수 창작 그림책 더미북(PDF파일)을 제출하면 된다. 대상 1편에는 1천만원, 우수상 1편(이상)에는 500만원의 상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한 공모전 선정 작품은 2년 이내 단행본으로 출간되고 박물관은 작품을 기반으로 교육·체험·전시 프로그램 등을 개발·운영을 보장한다. 나아가 경기콘텐츠 진흥원과의 협력을 통한 콘텐츠의 2차 확장 지원까지 받게 된다. 접수는 내달 4일부터 6월5일까지 약 한 달간 진행된다. 자세한 공고는 20일부터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및 경기문화재단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림책 작가를 꿈꾸거나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창작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박균수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은 “이번 사업이 우리나라 어린이 문화·예술·산업 중흥의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그 시작인 이번 그림책 공모전에 역량 있는 작가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구강 건강 관련 궁금증을 해소할 유튜브 콘텐츠가 시작됐다. 경기도치과의사회(회장 위현철)는 유튜브 의학채널 ‘비온뒤’를 통해 매월 1회 정기적으로 구강건강 관련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지난 16일 진행한 첫 회 방송에선 ‘치아 신경치료’를 주제로 임재훈 부회장과 한보경 공보이사가 출연했다. 임 부회장과 한 이사는 신경치료의 정의, 전조증상, 치료 과정, 제 때 치료를 하지 않았을 때 안 좋은 점 등을 설명하고 신경치료 예방법을 소개했다. 또한 경기도치과의사회의 활동을 소개하며 ‘좋은 치과란 무엇인가’를 알리고 불법 의료광고와 저수가 이벤트를 통해 환자를 유인하는 치과에 대한 주의도 환기했다. 방송 이후에는 FAQ 시간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자와 소통을 하며 치아 관리법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받고 답변했다. 임 부회장은 “경기도치과의사회가 국민 구강건강에 힘쓰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유튜브 채널 ‘의학채널 비온뒤’에서 정기적으로 치과 관련 라이브 방송을 하게 됐다”며 “방송을 통해 국민들이 치아건강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고 경기도치과의사회 행보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서니 뜻밖의 풍경이 펼쳐진다. 수원시립미술관(관장 남기민)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는 광교호수공원과 이웃한 수원컨벤션센터 지하 1층에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전시 중인 ‘2026 교육체험전-하나 쌓고, 하나 빼-기’는 도대체 어떤 내용일까. “작가들의 창작 방식입니다.” 전시를 기획한 전상아 학예사의 설명을 들으니 새로운 눈 하나가 더 열린 듯 시야가 환해진다. ■ 더하기와 빼기 “어린이와 가족을 포함한 모든 연령층이 현대미술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수집과 축적의 ‘더하기’와 익숙함을 비틀어 새롭게 바라보는 ‘빼기’라는 두 가지 원리를 중심으로 구성했지요.” 8월2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에서 작가들은 관람객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을까. “관람객이 작품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간 속에서 직접 움직이고 체득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작가와 기획자는 관람객에게 적극적인 태도를 요구한다. 그래서 더욱 궁금하다. ‘더하기’에는 어떤 작가의 작품들과 마주할 수 있을까. 단순한 공간을 미로처럼 구성한 전시관의 동선이 재미있다. 널따란 전시실을 채우고 있는 대형 작품들이 밝고 따뜻하다. 둥근 원들이 마치 나이테처럼 겹쳐 있는데 한가운데 별과 사랑을 뜻하는 하트를 그려 넣어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겹겹이 쌓인 시간 관찰과 기록을 통해 일상의 조각들을 쌓아 올린 작가들의 세계를 보여줍니다.” 우리 주변의 다채로운 색채와 형태를 수집해 너른 공간에 펼쳐 놓은 박미나 작가의 작품이 매력을 발한다. 빛과 색의 지각을 다루는 윈도 시트 작업 ‘GR BGRY’(2026년)는 현대미술의 화사한 색감을 선사해 관람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유리관 안에 오리와 강아지를 비롯한 작은 인형을 가득 매달아 아이들이 경험한 즐거운 놀이의 추억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작품과 마주한다. 푸른 세모는 지붕이 되고 미색의 네모는 벽이 돼 집으로 완성된 박미나 작가의 ‘세모 네모 집’은 단순하지만 메시지가 강렬하다. “서로 다른 성질의 색으로 몸과 공간, 사물을 이루는 기본 감각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작품이지요.” 철사를 쌓고 석고를 덧바르는 반복되는 행위를 통해 탄생한 독특한 코끼리 형상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엄정순 작가는 코끼리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뒤에서 봤을 때는 분명 코끼리이지만 앞으로 자리를 옮겨 보면 코도 머리도 없다. 한쪽만 보고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라는 은유가 아닐까. 수많은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캔버스 위에 겹겹이 배치해 새로운 시각적 층위를 만들어낸 노상호 작가의 작업 방식도 신선하다. ■ 도전적인 기획전시 다음은 ‘빼기’다. 물건이 넘쳐나는 과잉의 시대여서 그런지 빼기라는 단어가 마음에 와닿는다. “기존의 상식을 지우거나 사물의 중심과 주변을 뒤바꿔 낯선 감각을 일깨우는 작가들의 방식에 주목해 보세요.” 익숙한 사물의 용도를 변형하거나 배치 방식을 비틀어 일상적인 공간을 새롭게 환기한 로와정의 작업 방식이 참신하다. “평범한 사물로 중심과 주변의 자리를 뒤바꾸는 방식으로 우리가 정답처럼 여겨온 가치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건축과 안무의 경계를 허무는 창작 집단인 뭎(Mu:p)은 더욱 용감하다. 신체와 공간의 상호작용을 재치 있게 다룬 설치물 ‘왼발, 그다음 오른발’(2026년)은 관람객이 공간 속의 문턱과 통로를 직접 지나며 신체적 감각을 경험하게 하는 재미난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단순 관람을 넘어 교육과 체험이 결합된 형태이므로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 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하기에 아주 좋습니다.” 수원시립 아트스페이스광교는 공간의 유동성을 반영하는 독특한 공립미술관이다. 미술관이 자리한 수원컨벤션센터는 개관 이후 국제회의와 전시 행사를 꾸준히 유치해 연평균 300여건의 행사가 열려 연간 80여만명의 참가자가 방문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수원컨벤션센터 주변에 형성된 광교테크노밸리에는 반도체와 바이오 및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기술 기업과 연구기관은 물론이고 신생 창업 기업이 밀집해 있고 백화점을 비롯해 대형 상업시설이 모여 있어 미술관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 걸어온 길, 앞으로 걸어갈 길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는 아이들을 불러 모으는 미술관이다. ‘뚜벅이 탐사단’을 꾸려 미술관과 인접한 광교호수공원의 생태 환경을 교육에 접목하고 미생물을 매개로 한 예술-과학 융합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현대미술을 관람하고 광교호수공원 생태 탐사 활동을 벌였다. 미생물의 소리를 상상하며 미생물 자화상을 제작하고 미생물 사운드 연주회까지 열었다니 그 기획력이 놀랍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 세계를 예술과 과학의 시선으로 탐험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아트스페이스광교의 열정적인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아이들이 생태계 속 다양한 존재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기회가 됐지요.” 지난해 5월 열린 ‘2025 아워세트: 김홍석×박길종’도 실험성이 충만하다.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전시의 주요 작품으로 분장한 뒤 실제 작품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야호! 나도 작품이얏~’를 진행했다. 모루 철사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미니어처 가구를 제작하는 ‘핑크 세상: 이야기 가구 만들기’도 관람객들의 호응이 높았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열었던 ‘2025 생생화화: 화두’도 기억할 만한 전시였다. 시민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창작생태계를 확장하는 문화예술기관으로 책임과 역할을 실천하기 위해 경기문화재단과 진행한 사업이다. 2013년 시작한 ‘생생화화’ 시리즈는 경기문화재단 공모사업을 통해 선정된 작가들의 성과발표 전시로 총 9명의 작가와 함께 ‘화두 話頭’를 열었다. 11월에는 예술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를 확장하고 감각을 회복하는 예술교육 워크숍 ‘혼자-함께’를 개최하고 창작 그룹 레벨나인(Rebel9)과 협력해 인공지능(AI)·확장현실(XR) 기반의 교육 전시 ‘괴물정원: 아츠츠 박사와 기억의 세계’를 열었다. 예술과 기술, 문학이 어우러진 융복합 전시 괴물정원은 동화책 읽기에서 시작해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혁신적인 구성이 돋보이는 전시였다. “관람객들이 AI와 XR 기술을 통해 기억과 지식을 확장하는 새로운 경험과 실재와 가상의 경계에서 존재와 연결의 의미를 탐구한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 수원시립미술관의 풍성한 식탁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 행궁 광장에 자리한 수원시립미술관은 아트스페이스광교를 비롯해 만석공원에 자리한 ‘수원시립만석전시관’과 파장동의 ‘수원시립북수원전시관’을 포함해 4개의 공간이 있다. 정조 시대 농사를 위해 조성한 인공 저수지인 만석거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조성한 만석공원에 자리 잡은 만석전시관에서는 ‘그린그린 뮤지엄: 별가루 신비정원’이 열리고 있다. ‘그린그린’은 두 가지 뜻을 담고 있다. 무언가를 ‘그리다’는 상상 및 표현의 의미와 자연의 색을 떠올리게 하는 ‘초록(Green)’이다.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에서 열리는 소장품전 ‘블랑 블랙 파노라마’와 2026년 상반기 기획전 ‘입는 존재’도 흥미로운 전시다. ‘입는 존재’는 관람객 자신이 무엇을 입으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선택을 둘러싼 기준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전시실을 나서는 순간까지 질문을 던진다. 수원시립미술관 행궁 본관에서 관람시간을 1시간 연장해 오후 6시까지 입장할 수 있고 4월1일부터 매주 수요일을 ‘문화가 있는 날’로 선언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언제 찾아도 기분 좋은 영혼의 샘터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