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인연, 걷고 사유하는 통로 '제주 올레 여행' 등 [책소개]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7일 별세했다. 23년의 기자 생활을 마치고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완주하며 고향 제주를 떠올린 그녀는 제주도에 ‘길’을 내겠다는 일념으로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설립했다. 제주도 전역에 꾸려진 스물 일곱 개 코스, 437km의 길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엔 걷기여행길, 둘레길 등 걷고 사유하는 통로가 늘었다. 그녀가 2024년 펴낸 책 ‘제주 올레 여행-놀멍쉬멍’과 그녀에게 ‘길’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은 스페인 산티아고 관련 도서를 소개한다. ◇ 제주 올레 여행(서명숙 지음) 시사주간지 최초의 여성편집장을 역임한 저자는 어느 날 홀연 걷기 여행을 떠났다. 스페인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산티아고 길 보다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길을 자신의 고향 제주에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2007년 9월8일 제주서귀포 시흥초등학교~수마포해안을 걷는 제1코스를 개장했고 2022년 6월 추자에 18-2코스를 끝으로 437km의 제주올레길을 완성한다. 서씨는 ‘집에서 거리길로 나가는 골목’을 뜻하는 단어 ‘올레’를 제주와 육지를, 제주와 세계를 잇는 길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붙였다. 바당올레, 하늘올레, 제주올레길은 시간에 쫓기고 일에 지친 이들이 걷고 쉬며 생각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길이다. 올레 길을 만들기 위해 때로는 해병대 장병들의 도움을 받아 손으로 일일이 돌을 옮겨 울퉁불퉁한 바위길을 평탄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사람의 발길이 끊겨 30여 년 동안 사라졌던 길을 복원해내기도 했다. 자동차 네 바퀴로는 볼 수 없는 데, 두 발로는 볼 수 있는 것. 차량으로 스쳐가면서 차장 너머로 본 풍경이 아닌 제주 속 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올레길은 제주의 오름과 바다, 나무와 들꽃, 하늘과 바람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길을 지향한다. 2024년 발간한 이 책에는 제주에 길을 만드는 여자의 꿈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녀가 걷기에 중독된 사연과 산티아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에 관한 기록, ’제주올레'길을 완성하기까지 웃음과 눈물이 뒤범벅된 사연, 올레 길에 사는 멋진 제주인들과 올레를 찾는 올레꾼들 이야기들이 유쾌하고 가슴 찡하게 펼쳐진다. ◇ 지금 산티아고에 가도 될까요(정명희 지음) 한 여행사의 조사에 따르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는 연령별 분포 1위는 45~65세로 나타났다. 40.5%를 차지한 중년들은 인생의 전환기, 은퇴 전후로 ‘나를 위한 시간’을 찾기 위해 이 길을 택했다고 답했다. 그리고 그들은 여행을 마칠 즈음 “진작 올걸” 탄식한다. 막상 수백 킬로미터를 걷는다는 생각에 체력과 비용 걱정,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 그들은 걸음으로써 얻는 성찰에 마음이 충만해짐을 느낀다. ‘지금 산티아고에 가도 될까요’의 저자 역시 적지 않은 나이의 여성이 처음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800km의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역사를 전공하고 10여년 시민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어느 날 문득 산티아고 순례를 떠난다. 걷고, 먹고, 자고, 일어나 또 걷는게 전부인 산티아고 길에서 만난 인연, 걷는 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담백하고 따뜻하게 담아냈다. 저자는 “전세계인이 모인 산티아고 길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의 이름을 묻고 그 인연을 떠올리며 오늘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느꼈다”고 말한다. 마침내 34일을 걷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도착하며 책은 마무리된다. 걷기 여행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은 순례객들에게, 독자들에게, 저자 자신에게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용기가 현재를 살아갈 힘을 전한다.

“느리지만 유쾌한 완행열차, 63세 최고령 신인의 위로”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 外 [신간소개]

■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부키 펴냄) ‘느려도 괜찮다’는 말이 넘치는 시대지만, 빠름이 미덕이 된 현실에서 그 위로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인생의 오후에도 축제는 벌어진다’를 펴낸 일본 작가 와카타케 치사코는 그 말을 건네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통해 느린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행복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는 63세에 일본 문예상과 아쿠타가와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한 최고령 신인이다. 첫 소설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로 데뷔하기까지는 집필 8년, 꿈을 품은 시간까지 더하면 반평생이 걸렸다. 화려한 성취와 달리 저자는 자신의 삶을 ‘느려 터진 완행 열차’에 비유한다. 한때는 내세울 것 없는 일상에서 무력감과 상실을 견뎌야 했지만, 그 느린 시간은 결국 자신을 돌아보게 했다. 이번 신간은 그의 삶을 3부로 나눠 풀어낸 첫 에세이다. 55세에 남편과 사별한 뒤 깊은 상실을 겪은 그는 자신과 마주하며 떠돌던 생각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슬픔은 단지 슬픔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그 속에는 결실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들의 권유로 시작한 소설 강좌는 삶의 전환점이 됐다. 오후에 마주한 축제에 마냥 기쁨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의 일상에는 ‘마감’과 ‘차기작’이라는 과제가 더해졌고, 육체적 부담과 불안도 뒤따랐다. 그럼에도 그는 “남은 시간이 얼마이든 계속 쓰겠다”고 말한다. 자기 안의 목소리를 세상 밖으로 내놓을 때 비로소 ‘나’다워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책은 인생 후반에도 새로운 가능성과 행복이 열릴 수 있음을 조용히 전한다. ■ 삶으로 다시 날아오르기 (빌헬름 슈미트 지음, 피카 펴냄) 도서 ‘삶으로 다시 날아오르기’는 어린 시절 한 번쯤 경험했을 그네 타기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땅을 딛고 발을 구르며 서서히 몸을 띄우는 순간, 처음에는 작은 흔들림에도 두려움을 느끼지만 이내 더 높이 오르기 위해 더 힘껏 발을 밀어낸다. 뒤로 크게 젖힐수록 그네는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가고, 그만큼 더 깊이 내려오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숱하게 발을 구르며 그네를 탔던 어른들은 그 원리를 몸으로 익혔기에, 두려움마저 스릴로 받아들인다. 세계적인 철학상 ‘메카처 철학상’을 수상한 독일 작가 빌헬름 슈미트는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의 삶과 닮아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삶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이유를 ‘흔들림’에서 찾는다. 인생은 고정된 궤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오르내리는 과정이며, 그 진동 자체가 삶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더 높이 오르기 위한 갈망과 정점의 기쁨, 그리고 반드시 뒤따르는 하강의 시간을 모두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아내를 떠나보낸 뒤 깊은 상실을 겪으며, 인생이 기쁨과 절망이 반복되는 흐름임을 체감했고 이를 책에 풀어냈다. 책은 그네의 시작인 ‘발 구르기’에서부터 상승과 하강, 일상으로 돌아오는 ‘안착’에 이르기까지 삶의 과정을 그네타기의 단계에 비유하며 짚어간다. 중요한 것은 정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르내림 속에서도 스스로를 지켜내는 태도라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삶의 굴곡을 피하기보다 그 흐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된다고 말한다. 흔들림을 견디는 법을 배울 때 비로소 삶을 지속할 수 있는 자신만의 리듬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인천 강화 임산부 ‘원정 진료’ 끝…비에스병원 산부인과 강화

인천 강화 비에스종합병원이 보건복지부의 '2026년 분만 취약지 외래산부인과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돼 매년 2억원의 운영비를 지원 받는다. 8일 비에스종합병원에 따르면 7월부터 1차 연도 운영비와 시설·장비비 등을 확보한 가운데 의료취약지 소아청소년과 지원사업과 도서지역 원격의료 협진 등 공공보건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강화군은 가임 여성 감소와 분만 인프라 축소로 임산부의 타 지역 진료 의존도가 높다. 특히 주말에는 강화대교와 초지대교 교통 체증으로 병원 이동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이번 사업 선정으로 임산부 의료 접근성과 산전·산후 관리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산부인과 및 보건의료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열어 사업계획의 타당성과 지역 의료 인프라, 운영 역량 등을 종합 검토해 비에스종합병원을 선정했다. 비에스종합병원은 강화군 내 유일한 종합병원으로 지역 응급의료기관을 비롯한 14개 진료과를 운영 중이다. 특히 산부인과 필수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어 안정적인 사업 수행 역량을 인정 받았다. 김종영 비에스종합병원장은 “섬 지역인 강화 임산부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인천시·강화군의 의료정책과 연계해 의료격차 해소와 안전한 출산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봄, 빛과 색이 흐르다

청명 지나 꽃비 내리더니 연둣빛 새잎이 흐른다. 부활절 예배에 기도 제목을 적어냈다. 가족 건강과 작업 성취를 적었는데 오늘이 어머님 소천일이라는 걸 알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임종도 지키지 못해 늘 죄를 안고 살았는데 망일도 잊을 뻔했고 기도 제목도 넣지 못했으니 말이다. 잠시 기도하며 고향과 어머니를 생각했다. 싱그러운 파밭에서 일하시던 모습, 무슨 생각을 하며 씨앗을 뿌렸을까. 돌이킬 수 없지만 함께 살던 마루 위의 제비처럼 어머니라는 부활의 박씨 하나 품어야겠다. 일전에 수원시청에 간 적이 있다. 내게 선행이란 공로로 시장 표창을 준다고 해서다. 문화예술 공로라면 몰라도 선행이라니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도 이런 상을 받아 우등상을 들고 자랑하던 사촌에게 수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진 선행상과 미술대회 입상 상장을 아버지는 매우 못마땅해하셨다. 선행이란 게 포괄적 의미가 있겠지만 모범생 같은 나약한 인식만 새겨지는 것 같아 스스로 상처만 받았다. 꽃과 잎이 물든 어반스케치 스케치북에 도시의 쇼윈도처럼 봄의 색을 입혀 본다. 화려한 봄의 이면이 두견화처럼 애처롭다. 아름다움이 승화된 꽃의 모순일까. 문득 최승자 시인의 시 한 자락이 허기처럼 몰려온다. “상처받고 응시하고 꿈꾼다. 그럼으로써 시인(화가)은 존재한다. 내일의 불확실한 희망보다 오늘의 확실한 절망을 믿는다.”

인천 펜타포트, 아시아 넘어 글로벌 K-컬처 관문으로 [2026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2026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한국을 경험하는 첫 관문 축제’를 내세워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글로벌 시장 확장에 나선다. 인천시는 7일 시청 신관 회의실에서 공동 주관사인 인천관광공사·경기일보 관계자들과 함께 ‘2026 인천 펜타포트 음악축제 착수보고회’를 열어 행사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음악축제의 메인인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오는 7월31일부터 8월2일까지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 60여 팀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시는 이번 펜타포트 음악축제의 비전을 ‘GATE WAY TO K’로 정했다. 인천이 세계가 처음 만나는 K-컬처의 관문도시라는 점을 바탕으로,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글로벌 K-컬처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글로벌 확장, 팬덤 자산화, 지역 연계, 디지털 확장, 지속가능성 등 다섯 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단순한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는 우선 글로벌 팬 확보를 위해 해외 홍보 채널을 확대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외국인 관람객을 위한 다국어 서비스도 제공해 ‘인천형 관문 축제’ 이미지를 구축할 방침이다. 여기에 아시아와 글로벌 음악 시장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쇼케이스 행사를 열어 국내 아티스트의 해외 진출을 돕고, 펜타포트의 국제 플랫폼 강화도 이뤄낸다. 시는 또 3일간의 축제 경험이 365일 이어지는 ‘팬덤 자산’으로 자리잡도록 다양한 콘텐츠도 마련한다. 팬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과 무대 사이 인터미션 때 ‘보이는 펜타 라디오’를 선보이고, 라인업 티저 콘텐츠와 공연 하이라이트, 비하인드 영상 등도 제공할 예정이다. 시는 지역 상권과 로컬 브랜드 참여를 확대하고 공연 현장의 에너지를 디지털 콘텐츠로 확장하는 숏폼·인터뷰 콘텐츠를 제작해 공연 기록화에도 나선다. 다회용기 사용과 분리배출 확대, 폐기물 감축 및 재활용률 데이터 관리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축제 운영에도 힘쓸 계획이다. 특히 시는 관람객 편의와 현장 혼잡 완화를 위한 운영도 개선한다. 티켓 부스를 이원화해 입장 게이트를 인천도시철도(지하철) 1호선 송도달빛축제공원역 인근과 송도달빛축제공원 입구 등 두 곳으로 나눠 대기 집중을 분산한다. 또 행사장에는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쿨존을 지난해보다 대폭 확대 운영하고 파라솔 테이블과 의자를 지난해보다 80세트 늘린다. ‘팬 아트 뮤지엄’과 함께 ‘키즈존’, ‘피크닉 라운지’ 등을 조성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 공간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시는 ‘펜타포트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 축제 관련 편의·안전·민원 서비스를 통합 제공할 예정이다. 앱을 통해 공연 시간표와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으며, 충성도 높은 관객 확보를 위한 ‘펜타 멤버십’도 도입한다. 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신인 밴드 발굴 및 육성 프로젝트인 ‘펜타 슈퍼루키’를 통해 신인 밴드가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물론 아시아의 페스티벌의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밖에 인천의 라이브 클럽에서는 록과 재즈 포크 등 장르를 초월한 라이브 공연을 하고,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끝난 뒤 다시 팬들이 모여 여운을 즐길 수 있도록 ‘펜타 애프터글로우’도 연다. 김기태 경기일보 인천본사 사장은 “지난해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는 태국과 인도 등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관광객들이 방문해 송도 일대 호텔 객실이 가득차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며 “시와 관광공사의 지원 속에 축제가 범아시아 행사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에는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음악 축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더욱 안전하게 행사를 치러내도록 애쓰겠다”고 덧붙였다. 전유도 시 문화체육국장은 “올해로 21년째인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한 것은 공동주관사의 헌신과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속 세계적 축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현장 안전 관리와 관람객 서비스 개선 등 행사 운영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청소년 Q&A] 한 박자씩 느린, 중학생 딸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Q. 중학생 딸을 둔 부모입니다. “몇 번을 말하니. 말귀를 못 알아 듣니”라며 야단치는 것이 일상이고 “또 사고 쳤니. 너만 왜 그러니” 하며 혼내기 바빠요. 한 박자씩 느린 아이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A.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됩니다. 다른 아이보다 늦되거나 소통이 어려운 자녀의 행동을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들 수 있어요. 그렇지만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라 특성으로 자녀를 새롭게 이해하면 갈등 상황을 원만하게 해결하고 부모와 자녀 관계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자녀는 자녀에게 맞는 속도가 있고 이해하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입니다. 내 자녀의 속도를 이해하고 맞춰 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부모의 역할일 수 있습니다. 또 자녀가 느끼는 반복적인 감정은 과연 어떤 욕구를 표현하기 위한 것인지 관심이 필요합니다. 여러 번 이야기해도 못 알아 듣는다는 것은 인지적 특성이고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이런 경우 엄한 훈육보다 반복해서 설명하며 할 수 있다고 응원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자녀의 위생이나 자기 관리, 학교생활에서는 또래관계, 용돈 관리를 통해 경제교육까지 부모는 자녀의 특성에 맞게 천천히 설명해 주고 단계를 나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지해 줘야 합니다. 생활 속에서 자녀의 강점은 찾고 조급함은 내려놓는다면 부모와 자녀 관계에도 긍정적 변화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자녀가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생활 속 작은 일들을 찾아볼까요. 공부 20분 하기, 자기 옷 골라서 빨래 개기, 방에 있는 휴지통 비우기도 좋습니다.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운동을 해 볼까요. 줄넘기 30번 하기, 자건거 타고 공원 두 바퀴 돌기도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성취 가능한 것이라야 다음에 다시 도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함께 활동하며 유대감을 형성한다면 자녀도 인정받고 칭찬받는 기분이 들면서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유경연 수원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

용인문화재단, 가족이 함께 즐길 '뮤지컬·발레' 공연 선보여

용인문화재단이 가족이 함께 즐길만한 공연 두 편을 준비했다. 재단은 용인문화예술원 마루홀에서 가정의달을 맞아 5월2일과 3일 뮤지컬 ‘슈퍼거북 슈퍼토끼’, 5월9일과 10일에는 ‘동화 속에 피어나는 발레-꿈을 춤추다’를 차례로 개최한다. 뮤지컬 ‘슈퍼거북과 슈퍼토끼’는 유설화 작가의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가족뮤지컬이다. 잘 알려진 동화 ‘토끼와 거북이’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력 있게 풀어낸 작품으로 아이들에게는 흥미로운 스토리와 풍성한 볼거리를, 부모에게는 공감과 메시지를 전한다. 5월 2~3일, 오전 11시, 오후 2시에 열린다. 5월9일 3시와 6시, 10일 오후 3시에는 동화 원작을 기반으로 한 발레 공연 ‘동화 속에 피어나는 발레-꿈을 춤추다’가 펼쳐진다. ‘신데렐라’와 ‘호두까기 인형’의 주요 장면을 중심으로 구성된 해설형 스토리 발레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해설이 더해져 클래식 발레를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 용인문화재단 관계자는 “뮤지컬과 발레라는 서로 다른 장르의 공연을 연이어 선보이며 가족 단위 관객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 시민 체감형 공연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2026 동시대미감전 ‘김덕용:빛과 결 자생지미’ 개인전

성남문화재단은 2026 동시대미감전으로 한국적 미감의 대가 김덕용 작가의 개인전 ‘빛과 결, 自生之美(자생지미)’를 10일부터 6월7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성남큐브미술관의 대표 주제기획전인 동시대미감전은 독창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들을 조명하며 우리 시대의 주요 예술적 담론을 공유해 온 전시로, 동시대이슈전과 격년으로 열린다. 올해 동시대미감전은 한국적 미감을 바탕으로 40여년간 작업을 이어 온 김덕용의 작품 세계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전통 재료와 기법이 현대 회화로 확장되는 흐름을 살펴본다. 김 작가는 동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적 아름다움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그의 작업은 전통 양식의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나무와 자개, 단청 기법, 재와 숯 등 한국적 재료와 기법을 현대 회화의 언어로 전환해 왔다. 특히 종이나 캔버스 대신 시간의 흔적이 담긴 나무를 화면으로 삼고, 그 위에 자개와 채색을 더하는 작업 방식은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선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생명의 기원과 기억, 존재와 부재, 자연과 우주로 이어지는 순환의 사유를 살펴볼 수 있다. 유년시절의 기억을 환기하는 ‘화양연화’와 생명의 근원을 담은 ‘어머니의 노래’, 우주적 질서와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주는 ‘玄-우주를 품다’, 그리고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암시하는 ‘우주산수’ 등 주요 작품들을 통해 그가 구축해 온 한국적 조형 언어와 그 확장 가능성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도자의 금기를 깨고, 관계를 잇다” 경기도자미술관 ‘흙과 우리 사이에 놓인 것들’ [전시리뷰]

흙은 인간의 의도를 온전히 따르지 않는 물질이다. 마르고 갈라지며, 불을 통과하는 순간 전혀 다른 상태로 변형된다. 도자가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일방적인 형성이 아니라, 흙의 물성과 이를 다루는 인간 사이의 예측할 수 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완성된다. 이천에 위치한 경기도자미술관 2026 기획전 ‘흙과 우리 사이에 놓인 것들’은 이러한 관계적 성질을 전면에 내세운다. 완성된 결과 대신, 변화하는 물질과 관람객의 행위가 개입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이 형성되는 방식을 묻는다. 관람객의 참여 속에서 전시는 끊임없이 변형되며, 그 과정에서 ‘나’와 타자, 개인과 공동체의 관계가 드러난다. 한국도자재단이 주최한 이번 전시는 7월12일까지 이어지며, 국내외 작가 10명이 참여한 도자 설치 작품 14점을 선보인다. 도자를 먼 발치에서 ‘완성된 공예품’으로 감상해온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물질과 인간, 관람객의 참여가 결합되는 과정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관람객은 오감을 통해 도자를 느끼며 예술을 ‘살아있는 과정’으로 경험하게 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세실 켐페링크(네덜란드)의 작품이 먼저 감각을 깨운다. 쇠사슬처럼 얽힌 원형의 도자를 손에 쥐는 순간, 예상과 다른 미묘한 탄성과 움직임이 전해진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보이지만 직접 움켜쥐고 늘려보는 순간 예상은 빗나간다. 반복되는 원형 구조는 서로 기대고 당기며 관계망을 형성한다. 미술과 무용, 섬유와 패션을 넘나드는 배경을 가진 작가는 ‘원’을 주요 소재로 삼아 하나의 감각으로 완성한다. 그 안에는 바람과 파도 같은 자연의 리듬이 담겨 있다. 세탁기에 던져진 오브제가 짧고 경쾌한 파열음을 남기며 청각을 깨운다. 포레스트 가드(미국)의 ‘빨래’는 돌돌 말린 양말 형태의 점토 오브제를 세탁기 통 안으로 던지는 행위를 통해 일상의 익숙한 장면을 낯선 감각으로 전환한다. 관람객은 오브제를 던지거나 저글링하듯 주고받으며 벽에 부딪히는 소리와 깨질 때의 리듬을 경험하고, 실제 양말과의 촉감 대비를 통해 감각을 확장한다. 어린 시절 아무렇게나 양말을 던져 넣었다가 혼나던 기억은 이곳에서 ‘어른을 위한 놀이’로 재구성된다. 금기를 깨는 깨짐은 훼손이 아닌 놀이의 일부로 허용되며,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노란 빛으로 채워진 포근한 공간 한 켠에는 계란판이 수북이 쌓여 있다. 정나영의 신작 ‘부화의 조건’은 ‘깨짐’을 파괴가 아닌 내면을 여는 과정으로 전환한다. 전시장에 놓인 3천 개의 계란은 관람객의 행위를 통해서만 열릴 수 있다. 긴장감을 갖고 도자 주먹으로 계란을 깨뜨리는 순간, 내부에 숨겨진 문장이 드러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무력함의 은유는 이곳에서 전복된다. 작가는 계란 형태를 만들고 문장을 넣어 다시 굽는 과정을 3천 번 반복했다. 그 문장이 인공지능이 생성한 것이라는 사실은, 감동을 만들어내는 언어의 주체와 의미를 되묻게 하며 관람객에게 또 다른 재미를 남긴다. 홍근영 작가의 ‘타오르지 못하고 소멸하지 않는 것들에 관하여’는 도자 작품을 손으로 만지고, 느끼며 비어 있는 내부에서 경계를 흔든다. 관람객은 야누스의 얼굴처럼 양면을 지닌 형상을 손으로 더듬고, 임신한 여성의 배를 연상시키는 비어 있는 공간 내부를 들여다보며 작품과 마주한다. 작가가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의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이 도자 조각들은 삶과 죽음, 몸과 사물,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교차시키며 질문을 던진다. 불을 거쳐 형태를 얻은 흙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상태로 남듯, 작품은 소멸과 생성의 경계에 놓인 존재의 조건을 드러낸다. 빈자리를 채운 관람객의 선물은 매 순간 전시의 모습을 바꾼다. 우관호의 ‘일만 개의 선물’은 관람객과 작가가 함께 작품을 완성하는 순환 구조를 실험한다. 관람객은 도자 오브제 하나를 선택해 자신의 공간으로 가져가고, 그 자리에 직접 만든 형태를 남긴다. 오브제는 일상 속에서 촬영돼 작가에게 전달되고, 다시 공유되며 작품을 확장한다. 어린아이 두상이나 타누키 형상을 본뜬 오브제는 인간의 본질과 본능을 상징하며, 작품은 미술관을 벗어나 개인의 삶과 기억 속으로 이동한다. 2014년 일본 시가현립 도예의 숲 레지던시에서 시작된 이 작업은 세계 여러 지역을 거치며 이어졌고, 작품은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관계를 만들어낸다. 김선의 신작 ‘마음의 기화’는 태움의 의례를 통해 감정의 전환을 드러낸다. 작가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49재에서 옷을 태우며 마음이 가벼워졌던 경험에서 출발해, 사적인 애도의 과정을 타인과 나누는 방식으로 확장했다. 관람객은 종이에 자신의 감정을 기록해 실로 엮고 항아리에 담는다. 이 항아리는 기억을 저장하는 매개가 되며, 4월과 6월 작가의 진행으로 미술관 가마 터에서 진행되는 태움 의식에서 종이는 불에 닿아 사라질 예정이다. 그러나 감정은 소멸되지 않고 흔적을 남긴 채 다른 형태로 전환된다. 그을린 자국을 품은 항아리는 전시장에 다시 놓이고, 개인의 기억은 타인과 겹쳐 축적된다. 애도는 이 과정에서 공동의 경험으로 확장된다. 각 작품의 참여 방법과 운영 시간은 경기도자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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