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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그곳&] 턱없이 부족한 열매 수거 장치, 은행나무 ‘악취’… 가을낭만 ‘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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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그곳&] 턱없이 부족한 열매 수거 장치, 은행나무 ‘악취’… 가을낭만 ‘착취’

특유의 냄새 길거리 곳곳 뒤덮어... 수원 등 도내 출퇴근 시민들 고역
지자체, 수종 교체·적화제 살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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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수원특례시 장안구 팔달로에서 한 시민이 바닥에 잔뜩 떨어진 은행나무 열매를 피해 걷고 있다. 윤원규기자

“은행 열매 악취로 출근길 버스 기다리는 시간이 고역이에요.”

경기지역에 식재된 은행나무 열매의 악취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나 이를 방지하기 위한 수거 장치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오전 8시께 수원특례시 팔달구 팔달로. 은행나무 열매와 특유의 암모니아 냄새가 길거리를 뒤덮었다. 시민들은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 마치 지뢰를 피하듯 열매를 밟지 않고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이곳 버스정류장에서 매일 서울로 출퇴근하는 장진희씨(20대·여)는 “은행을 밟은 신발로 회사에 출근하면 대역 죄인이 된 기분”이라며 “수원역 부근은 열매 수거장치로 거리가 깨끗한 데 왜 이곳에는 없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은행나무가 줄지어 있는 안산시 상록구 일동로도 상황은 마찬가지. 보도블록에는 밟힌 열매로 인해 생긴 검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이 때문에 이곳 인근에서 6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한상덕씨(38·가명)는 매장 바닥을 더럽힌 열매 자국을 닦는 등 매년 가을마다 은행나무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한씨는 “손님들이 은행을 밟은 신발로 매점에 들어오기 때문에, 하루에 수십 번 바닥을 청소하는 게 일상”이라며 “아무 필요없는 은행나무를 차라리 모두 뽑아버렸으면 좋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탓에 은행나무에서 열매가 거리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수거 장치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아예 설치되지 않는 시·군이 있는 등 해당 시설의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다.

도내 각 지자체에 따르면 수원특례시는 은행 열매를 맺는 암나무 3천384그루 중 36그루에만 이 같은 시설을 설치했다. 전체 1% 수준이다. 수원특례시는 관내 모든 암나무(수거장치 한 개 당 평균 비용 90여만원)에 이를 설치할 경우 총 50여억원이 소요되는 만큼 예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약 1천100그루 암나무가 있는 파주시는 25그루에만 이를 만들어놓았으며 4천628그루의 안산시는 올해 단 한 곳에도 이를 설치하지 않을 뿐더러 향후 관련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은 실정이다. 1천496그루의 시흥시도 마찬가지다.

한편 수원특례시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수거 장치 설치를, 파주시는 진동수확기로 열매를 수거하는 한편, 은행나무 교체 사업을 고려하고 있다. 안산시 역시 수종 교체를 하고 있으며 시흥시는 열매가 안 열리게 하는 적화제를 살포했다는 입장이다.

이정민기자·오민주·홍승주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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