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농협이 존재하는 이유는?

격세지감(隔世之感), 이는 ‘아주 바뀐 다른 세상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말한다. 새정부 들어 달라진 작금의 세태를 적절하게 말하는 표현일 듯하다. 지난 정권 때 야심 차게 추진됐던 사업 중 하나가 새마을 운동 해외사업이다. 성장의 발판이 된 새마을 운동을 다시 한 번 되새기자는 취지다. 성공모델을 해외에 전파, 우리의 농업을 표본 모델로 삼자는 뜻도 갖고 있다. 대부분의 농업ㆍ농촌 기관 및 단체는 마치 제2의 농촌부흥운동으로 그 의미를 확대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25일 감사원이 공개한 성적표는 초라했다.전문성 없는 현지 교민 협력관 위촉으로 사업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됐다. 기관별 비슷한 사업추진으로 혼선이 따랐고 사업비 정산 및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이처럼 상당액의 혈세가 수반된 새마을 운동 해외사업은 지난 정권 때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왔다. 격세지감을 들게 한다. 올해 농협중앙회 김병원 회장의 가치는 두 가지 사업으로 집약된다. ‘농가소득 5천만 원 시대 창출’, 그리고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사업’이다. 쉽지 않은 모델이다. 농업ㆍ농촌에 대한 무한한 열정과 투자가 전제돼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도 농가 경제조사’ 결과치를 보면, 지난해 농가 평균소득은 3천719만 7천 원으로 조사됐다. 직전년도 3천721만 5천 원보다 오히려 줄었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더더욱 좋지가 않다. 농업소득은 정작 10.6% 감소한 반면, 농업 외 소득과 이전소득은 각각 2.1%와 11.1% 증가하는 기형적 모습을 보였다. 반면, 농가의 가계지출은 늘었다. 조사 결과, 3천104만 9천 원으로 전년도 대비 1.4% 증가했다. 결국, 소득은 줄고 지출은 늘어난 셈이다. 농촌에 희망이 있을 리 만무하다. 농가소득 증대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시대적 과제다. 새 정부의 국정 기조 또한 소득증대에 초점을 두고 있어 농가소득 5천만 원 구현은 시의적절한 프로젝트임에 틀림없다. 또 하나의 마을 만들기 사업을 보자. 기업 CEO와 단체장 등을 농촌마을의 명예이장으로 위촉하고 소속 임직원을 명예주민으로 참여케 하는 농촌사랑 운동이다. 수년 전 경기농협 박재근 본부장 때 추진됐던 농촌사랑운동(1촌1사) 시즌2격이다. 그 당시, 본지는 경기농협과 손잡고 농촌사랑 운동을 범도민운동으로 확산시킨 바 있다.농협만의 리그가 아닌 도내 각급 기관 및 단체, 회사, 주민들이 함께하는 범도민 운동이었다. 농촌을 생각하는 순수한 마음의 발로였다. 때문에 중앙회가 설정한 ‘1사1촌’이 아닌 ‘1촌1사’로 순서를 달리하면서 농촌에 더 큰 방점을 찍었다. 그 결과, LH(구 주택공사)를 시작으로 수백여 기관, 단체 및 회사들이 동참했다. 농촌마을과 결연을 맺은 뒤 다양한 형태의 봉사 및 도우미 활동을 전개했다. 도에서 불붙은 이 운동은 급기야 범국민 운동으로 확산되면서 비판의 중심에 있던 농협이 새롭게 태어나는 단초가 됐다. 하지만, 작금의 이 사업은 탄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단지 결연을 맺고 가끔씩 마을을 찾아 일손을 거들며 물품을 전달하는 단순논리의 사업이 아니다. 농업ㆍ농촌에 대한 애정을 불러 미래 먹거리 산업을 보듬고 농가의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의미다. 너와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하면서 말이다. 농협은 돈도 벌어들여야 하지만 농민을 위한 환원사업도 해야 하는 양날의 칼 위에 서 있다. 국민은 후자를 더욱더 요구하고 있다. 소득이 있어야 소비를 할 수 있고 나아가 국가 경제 선순환에 주체가 될 수 있다. 농가소득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농업ㆍ농촌에 대한 열정, 그리고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 역할을 농협이 담당해 주길 모두가 희망하고 있다. 이는 농협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동수 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새 정부 문화정책 성공의 조건

모든 발단은 문화였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구속, 장미대선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까지. 최순실이 나랏돈과 기업 돈을 집어먹으려 한 것도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 등 문화 사업을 통해서다.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관리에 들어간 것도 유독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자신도 모르게 불이익을 당했다. 박근혜 정권은 문화융성을 주창했지만 결국 문화를 갖고 장난치다 불명예스럽게 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광화문 광장에 나온 촛불은 또 하나의 문화를 형성했고, 그 여파로 인한 최대 수혜자는 이번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식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혔다. 협치와 소통을 강조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여소야대 정치구조, 북한 리스크,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 한ㆍ미ㆍ일ㆍ중 민감한외교 문제 등 산적한 현안에 새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이 녹녹치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조기 대선을 실시한 이후 새 대통령의 꼼꼼하고 책임있는 국정운영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특히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을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의 문화분야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문화 공약을 보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국가가 지원은 하되 지나친 간섭은 없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문화산업 지원을 투명하게 하고 예술인에 대해 복지 부분도 보장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문화 예술 공약은 예술인 문화복지 사각지대 해소, 예술인 창작권 보장, 생활문화 시대, 공정한 문화산업 생태계, 문화유산 보존 활용, 지역간 문화균형발전, 스포츠복지국가 조성, 관광복지사회 실현 등이다. 문화 복지와 문화균형발전 등이 눈에 띈다. 그러나 예산 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부분은 실제 적용이 될지 의문이다. 대한민국 만큼 문화라는 단어를 사랑하는 국민이 있을까? 모든 분야에 문화라는 단어를 적용한다. 술 문화, 밥 문화, 유흥 문화 등 우리 생활 속에 다양한 형태의 관행이나 관습 등에 문화라는 단어를 붙여 파생 단어를 만들고 즐겨 사용해 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 문화예술계의 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일부를 제외하고는 문화예술을 전업으로는 먹고 살 수 없는 구조다. 정부 예산편성시 삭감 대상 1순위가 문화예산이며 그나마 없는 예산도 나눠먹기식 지원구조다. 이 같은 현실에서는 제대로 된 문화 융성이 일어날 수 없다. 문화를 사랑하면서도 쉽게 보고 하찮은 것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이런 이중적 태도는 최순실과 같은 사회가 만든 돌연변이가 활개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각종 명목을 둘러대 문화체육관광부 사업과 예산에 손을 댔다. 문화융성이라는 구호를 자기 배를 채우는 데 이용했다. 문화는 양날의 검과 같다. 잘 사용하면 그야말로 각박한 삶을 풍요롭게 한다. 그러나 잘 못 사용할 경우 부정을 저지르는 수단과 도구로 악용된다는 것을 이번에 우리는 경험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다. 제대로 된 문화 정책을 통해 불신의 골이 깊어진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고 정상화해야 한다. 문화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과 공약도 공염불에 그치게 될 것이다. 이선호 문화부장

[데스크 칼럼] 장미대선의 변수, 수도권 투표율이 관건

대한민국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으로 치러지는 5.9 대선은 정치권과 국민을 혼돈에 빠트렸다. 누구도 상상하지도 못한 급작스런 대선에 주요 정당은 정책 공약 대결보다 후보들 간 네거티브에 치중하고 국민은 연일 쏟아지는 출처불명의 진짜 같은 가짜뉴스에 혼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일까, 이번 대선의 투표 열기는 그 어느 선거 때보다 뜨겁다.본보와 전국 지방대표 7개 언론사가 리얼미터에 의뢰, 지난 1일 보도한 제3차 대선관련 대국민 여론조사결과(조사일시 4월28~29일), 투표 참여의향이 86.9%로 나타났다. 유권자 10명 중 8명이 투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는 조기 대선의 원인인 제왕적 대통령에 대한 환멸과 정치 불신, 한 표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 결과로 분석된다.그렇다면 투표의향이 실제 투표에 얼마나 반영될까?. 투표 행동의 예측은 태도, 주관적 규범, 지각된 행동 통제력 등 세 가지 변수로 작용한다. 태도는 나의 행동으로부터 발생한 결과에 대한 믿음과 평가다. 주관적 규범은 지인이나 주변인으로부터 압박을 받는 정도와 그 특정 주변인들을 따르고자 하는 나의 행동 수행 여부에 대한 결과다.또 지각된 행동 통제력은 외부 요인으로 작용하는 각종 장애에 대한 나의 주관적 행동을 뜻한다. 한국갤럽이 역대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가량 앞두고 실시한 투표의향 여론조사(16ㆍ17ㆍ18대)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투표의향과 참여가 15~17%p까지 차이났다. 이렇듯 투표 의사가 있어도 실제 투표로 이어지기에는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여기서 본보의 ‘대선후보 당선 가능성’ 질문은 주목할 만하다. 응답자의 68.7%가 문 후보라 답했으며 13.2%, 10.1%가 각각 안, 홍 후보를 택했다. 지지후보가 누구인지와는 별개로 당선 가능성만 물은 것이어서 각 후보 진영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 특히 경기ㆍ인천 유권자의 투표 참여가 이번 대선에도 중요한 변수다. 역대 대선 결과를 보면 수도권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권을 잡았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19대 대통령 선거인명부 확정(국내선거인수+재외선거인수) 결과를 보면, 전국 유권자 수가 4천247만 9천710명이며 이중 경기지역 1천26만 2천309명, 인천지역 240만 9천31명으로 집계됐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유권자 4명당 1명이 수도권에 거주한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 16ㆍ17ㆍ18대 대선결과를 보더라도 수도권에서 승리한 후보가 청와대에 입성했다. 경기ㆍ인천 표심은 대선의 최대 승부처이자 바로미터임인 것이다. 그럼에도 주요 정당의 후보들은 수도권 공략보다 영호남지역을 집중 공략하며 공약을 쏟아냈다. 그나마 경기ㆍ인천 공약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3개 노선 사업 조속 착공, 수도권 광역교통 사각지대 해소, DMZ 평화벨트 조성 등 이미 역대 선거에서 발표된 것이나 사업 예정인 프로젝트를 제시해 경기ㆍ인천 유권자의 상대적 허탈감만 더했다. 주요 정당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은 뚜렷한 지역 성향도 없고 선거 때마다 바람을 타기 때문에 특별한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며 그 속내를 털어놨다. 그들에게 수도권은 핫바지인 셈이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경기도의 정체성은 ‘용광로’이다. 전국 시ㆍ도민이 모여 사는 곳, 그 누구도 경기도민이 되는 곳이 바로 경기도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더이상 수도권 유권자를 뿔 나게 해서는 안 된다. 공약( 公約)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김창학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대선, 반장선거에서 배워라

얼마 전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딸의 반장선거가 있었다. 이미 몇 차례 떨어진 경력(?)이 있어 ‘4전 5기’를 꿈꾸는 도전이었다. 선거 전 수차례 거울을 보고 정견발표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은근히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또 떨어졌다. 상처를 입었을까 걱정하는 마음과 달리 딸은 쿨하게 2학기 때 또다시 도전을 선언했다. 부모로서 도움 줄 것이 있을까 싶어 딸에게 반장선거에 대해 물어봤다가 예전과 다른 체계적인 민주주의 방식에 매우 놀랐다. 우선 친구의 추천을 받은 뒤 3명의 동의를 얻어야만 반장 입후보가 가능하다. 또 공약을 담은 포스터를 손수 만들고 ‘정견발표’ 를 통해 친구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공약을 발표해야 한다. 특히 친한 친구에게도 추천 및 동의요구는 물론 자신을 뽑아달라는 부탁을 할 수 없는 등 ‘부정선거’를 사전에 막아 버렸다. 여러 방안(?)을 마련해 은근슬쩍 딸의 친구들에게 잘 보여 2학기 때 반장이 되길 기대한 기자를 부끄럽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초등학교 선거가 중학교에 들어가면 몇 단계 업그레이드돼 ‘진짜 일꾼’을 뽑는 선거 방식이 도입된다. 도내 한 중학교는 후보로 선정되면 일정 기간 교실 청소 등 ‘미션’을 부여, 학생들이 후보의 마음가짐 등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토대로 추천 서명을 받고, 정확한 규격의 포스터로 선거운동을 한 뒤 최종적으로 반장을 뽑는다. 초ㆍ중학교부터 민주주의 의식을 함양하고 민주주의 꽃인 ‘선거’를 체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거 방식이 시도되는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대선전을 보면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대통령 파면과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야기된 대선이 극단적인 언어로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네거티브가 만연, 볼썽사나움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등장한 신조어만 봐도 정책대결보단 네거티브전이 주 선거전략인 듯하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는 뜻의 ‘문모닝’, ‘안모닝’이라는 말과 함께 ‘문찍김’(문재인 찍으면 김정은이 대통령). ‘안찍박’(안철수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 ‘홍찍문’(홍준표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 등 정책은 사라진 채 프레임만 만드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문모닝, 안모닝은 후보 측근들이 트위터 등 SNS를 활용해 비방 메시지를 올리는 것이다. 이들은 ‘문재인 아들 취업비리’, ‘노무현 사돈 음주운전 은폐’, ‘안철수 신천지·조폭’, ‘안철수 딸 재산 비공개’ 등 자극적인 소재만 들고 나온다. 이런 사정에 정작 실질적 정책대결은 보이지 않아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이 무엇인지 국민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초ㆍ중학교 선거도 공약을 발표하는데 한 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 선거에서 대한민국 미래를 가늠해 볼 공약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논어 ‘공야장편’에 나오는 ‘불치하문(不恥下問)’ 이라는 말이 있다. 공자의 제자 자공이 위나라 대부인 공문자(孔文子)의 시호가 어떻게 해서 ‘문(文)’이 되었는지를 물었다. 이에 공자는 “민첩해 배우기를 좋아하고,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로써 시호를 문이라 한 것(敏而好學 不恥下問 是以謂文也)”이라고 대답했다. 배우기를 진실로 좋아한다면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도 기꺼이 물어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뜻의 ‘불치하문’을 대선 후보자들과 선거에 임하는 모든 이에게 던져주고 싶다. 공정한 아이들의 반장선거 보다 못한 대선이 돼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대선에 나온 후보자 진영은 대한민국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공약과 비전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려 유권자는 물론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용성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장미의 향기여! ‘인천 홀대론’을 날려보내라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이 한 달 안으로 들어왔지만 인천의 존재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주요 5개 정당 대통령 후보의 입에서는 수많은 공약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인천 현안의 이슈화나 비전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얼굴을 직접 보기는 더 어렵다. 각 인천시당에서도 이미 모든 결과를 예측이라도 하고 있다는 듯이 긴장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일부 인천시당에서는 대선과 관련한 지역의 준비 상황 등에 대한 언론 취재조차도 시큰둥 하거나, 아예 대외 담당 관계자를 만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공식 대통령 선거기간이 시작되는 17일까지는 3일 남았지만 각 시당은 지역 현안 공약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이다. 자유한국당 인천시당이 12일 가장 먼저 ‘해경 부활과 인천 환원’을 핵심으로 하는 10대 공약을 공식 발표했지만 정작 홍준표 대선 후보 캠프와는 조율 전으로 공약 반영이 불투명하다. 특히 핵심 공약인 ‘해경 부활과 인천 환원’은 대통령 후보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으니 시당 차원에서 미리 선수를 치겠다는 수준이다. 같은 정당 내에서조차 신경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인천 현안 대선 공약화 움직임도 더디기만 하다. 인천시당은 타 지역과 이해관계가 있는 민감한 지역 현안의 공약화는 신중을 기하거나, 일방적으로 반영하지 않겠다는 입장까지 보이고 있다. 특히 문 후보가 최근 부산에서 인천이 유치 경쟁을 벌이는 해사법원을 부산에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 인천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총괄선거대책본부장 송영길 의원(전 인천시장), 공보단장 윤관석의원, 문 후보와 참여정부부터 함께한 박남춘 의원 등 문 후보 캠프 내의 인천 출신 라인업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상실감이나 허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바른정당 인천시당도 홍일표 시당위원장을 중심으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유승민 대선후보의 낮은 지지율과 인천 연관성 부족 등으로 좀처럼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도 ‘인천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통한 4차 산업 전진 기지’ 등을 지역 현안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4차 산업 육성’이라는 안철수 후보의 전국 대표 공약에 인천 옷만 살짝 입히는 모양새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각 정당 인천시당에는 후보의 당선 가능성 순으로 정치인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이들 역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라는 철새 정치꾼들의 행렬일 뿐이다. 이미 지역 정가에는 ‘인천에서 노력한다고 지역 공약이 모두 반영되는 것도 아니고, 당선을 결정하는 것도 아닌데…’ 라는 자포자기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지역 정가의 이 같은 안일한 의식에서 대선 후보들이 인천을 바라보는 시각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 이 현실이 인천의 정치적 현주소이다. 물론, 국정을 이끌어야 할 대통령이 어느 특정지역의 현안만을 해결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나 인천이 특정 지역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300만 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인천경제자유구역 활성화 방안과 같은 대한민국 미래 발전과 궤를 같이하는 현안이라면 이번 대선을 통해 반드시 조명되고, 해결돼야 한다. ‘4차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선 후보라면 인천경제자유구역과 인천국제공항, 항공정보기술산업 등이 어우러지는 인천의 ‘4차 산업’ 전초 기지화 방안도 살펴봐야 한다. 그동안 대선 때마다 꼬리표처럼 붙어 다녔던 ‘인천 홀대론’이 이번 장미대선에서만큼은 불식되기를 기대한다. 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국장

[데스크 칼럼] ‘허세남’과 어둠을 밝히는 ‘초인’

지난해 ‘기차 위를 날으는 러시아 배트걸’이라는 영상은 최근 해외 온라인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보는 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 배트걸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19살의 여성으로 전해질뿐이다. 지난 2005년 맑고 화창한 어느 날 아침, 독일 프랑크푸르트 주변 하나우의 전철역에서 놀라운 장면이 벌어졌다. 출근길 시민들이 탄 ICE 고속열차가 역을 막 떠나려는 순간 검은 복면의 20대 청년이 ‘닌자’처럼 바람막이로 뛰어들더니 고속열차 손잡이에 매달렸다. 그러고 이 서퍼는 20분 동안 시속 250㎞로 달리는 고속열차에 죽을힘을 다해 매달려 있었다. 승객들은 보나마나 그가 죽을거라며 연방경비대에 신고했다. 하지만 이 서퍼는 열차가 도착했을 때 손하나 다치지 않고 살아 있었다. 젊은이들이 이렇게 무모하게 자기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단순한 과시충동이 아니라 소외감이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된다. 이러한 행동을 ‘허세’라고 한다. 인류학자 피터 매캘리스터(서호주 대) 교수는 “무모하게 용기를 과시하려는 젊은 남성들의 보편적이고 충동적인 본능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누구나 젊었을 때는 그러한 ‘허세의 충동’은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충동은 갖고 있으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을 뿐인 것이다. 피터 교수는 이러한 허세가 매력적으로 보이는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여성은 연인이나 동성친구의 허세를 별로 매력적으로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트레인 서퍼 등 젊은 남성들은 자신의 허세가 여성에게 제대로 신호를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눈곱만큼도 알아차리지 못한다고 한다. 멋지지도 못하고 위험만 무릅쓰는 행동까지도 여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거라고 착각한다고 한다. 반면 남성은 동성친구의 허세를 ‘멋있게 느낀다’는 답이 많았다고 한다. 이 말은 남성이 허세를 부리는 진짜 상대는 여성이 아닌 다른 남성이라는 의미다. 즉, 아무 이득을 볼 게 없는데도 가까이 위험을 무릅쓴다고 자신을 광고함으로써 ‘막강한 연합 파트너’로서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허세와는 좀 달라도 ‘힘 있고 특권이 있는’ 남성들에게 동성친구들이 꼬이는 것도 연합파트너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남성과 남성의 유대, 즉 ‘형제 간의 유대’ 현상은 인간사회를 구성하는 중심 원칙이라고 한다. 1987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이문열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92년 감독 박종원)에서 보이는 또래 조직 내에서의 ‘권력’과 ‘허세의 효과’로부터 이해가 될 듯하다. 한편 여성은 ‘허세’와 관련해 훨씬 이성적(理性的)이라고 인류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여성은 남을 도우려고 하는 등 목적이 분명한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영웅에게는 큰 호감을 갖는다고 한다. 지구를 구하는 배트맨, 백성을 구하는 홍길동, 어둠을 밝히는 초인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될 듯하다. 심지어 이타적 혹은 영웅적인 대담함을 보인 인물에 대해서는 섹시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피터 교수는 “여성에게 매력적인 사람이 되려면 진정한 이타심과 용기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신호 인천본사 경제부 부국장

[데스크 칼럼] 체육특기생 최저학력제 안정적 방안 마련해야

과거 학교 운동선수들, 이른바 체육 특기생들은 ‘운동만 잘 하면 된다’는 식으로 학업은 등한시 하고 운동에만 전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 했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체육 특기자들은 운동시간은 물론, 훈련 외 시간에도 아예 수업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합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예도 많았다.학생의 본업인 학업은 아예 팽개치고, 어려서부터 오직 운동에만 전념하는 직업 운동선수로 길들여진 것이다. 이로 인해 과거 어느 국가대표 선수는 국제대회 출전을 하면서 공항에서의 출입국 등록 카드에 영문으로 자신의 이름 조차 쓰지 못했다는 웃지못할 사연이 선배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1등 만 추구하는 ‘성적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한국 스포츠의 슬픈 현실로, 기성세대들의 책임 또한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교육계와 스포츠계는 오래전부터 학교체육과 체육 특기자 제도의 개선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최저학점제 도입과 연간 전국 규모대회 참가 제한, 중앙과 지방정부의 명칭을 사용하는 대회 중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회의 학기 중 개최 금지, 특기자 입학제도 개선 등 ‘공부하는 학생 운동선수’ 육성을 위한 다양한 개선책을 내놨다. 그러나, 관행처럼 이어져 온 체육 특기자들의 잘못된 ‘학습문화’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고, 여전히 상당수 학교와 대학에서는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었다. 좀처럼 변하지 않던 체육 특기자에 대한 학습권 보장은 지난해 온 국민을 분노케 하고,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가져온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대변혁의 도화선에 불을 당기는 계기가 됐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와 조카 장시호씨의 학사 비리가 터져나오면서 교육당국과 대학, 체육계가 체육 특기자에 대한 학사 관리 정상화를 통한 ‘공부하는 학생 운동선수 육성’의 명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를 계기로 최근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가 올해부터 지난해 1,2학기 평균 학업성적이 C가 되지 않는 선수들에게 올해 협의회가 운영하는 농구, 축구, 배구, 핸드볼 등 4개 종목 출전을 불허했고, 실제로 일부 선수들이 이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출전길이 막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또한 교육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17개 대학의 ‘체육 특기자 학사관리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332명의 특기생과 교수 448명이 부당한 방법으로 학점을 취득하거나 준 것으로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과 더불어 올해부터는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라 초ㆍ중ㆍ고에서도 운동선수에 최저학력제가 도입됐다. 더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선수는 운동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학생 선수들이 공부를 병행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다만, 체육 특기자에 대한 학습권 보장을 위한 최저학력제 도입에 따른 양면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일선 현장의 지도자들은 운동선수들의 학업 병행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일반 학생과 동일한 학업 요구가 아닌 운동선수에 맞는 교육과정 프로그램의 도입,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체육 특기를 살려 학업할 수 있는 시간 배려, 엄격해진 학사관리에 따른 엘리트 체육의 위축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엘리트 체육’으로 대변돼 온 학교체육이 최저학력제 도입과 더불어 선진국 체육으로 발돋움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세태에 맞춰 무조건적으로 제도를 밀어붙이기 보다는 일선 현장의 소리를 담아 여러가지 보완을 통해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방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황선학 체육부장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시그널 경제정책이 부럽다

한국 경제가 답답하다. 걱정을 넘어 불안스럽다. 파다한 ‘4월 위기설’을 그냥 웃어넘겨버릴 일만은 아닌듯싶다. 그런데도 당국은 조금만 지켜보자는 식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경제는 통계와 시스템의 결정체다. 경제에 있어 즉흥적 대응은 많은 리스크가 뒤따른다. 미국을 보자. 그 나라는 항상 예측 가능한 경제 정책을 구현한다. 수없이 사전 시그널을 주면서 전방위적 사전 대응을 주문한다. 이런 경제는 필연적으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사전 수차례 시그널을 주면서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펼쳤다. 올해 두 차례 더 올리겠단다. 또 내년과 내후년에도 각각 세 차례씩 금리를 올리겠다는 시그널을 줬다. 금리를 3%대까지 인상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준비하라는 얘기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미국이 ‘한국도 금리를 올리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음에도 뚜렷한 대책이 없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 수장은 최근 미 금리 인상을 지켜보면서 “미국 금리가 오른다고 국내 기준금리를 당장 인상하진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의 필요성은 있지만, 그보다 경기회복이 급선무란 뜻이다. 맞는 판단인지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경제는 현재 트리플 악재에 빠져 있는 게 사실이다. 저성장 늪에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5%대를 넘나들던 경제성장률은 향후 2%대도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나온다. 여기에 실업률과 가계부채는 최고를 넘나들고 있다. 소비는 극도로 침체돼 있고 기업은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 악순환이다.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펼쳐온 저금리·완화정책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또 보자. 가계대출은 작년 말 1천344조 원을 넘어섰다.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대출은 빚이다. 한국은행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의 추가 이자 부담이 9조 원 정도 더 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국 ‘빚내서 집 사라’는 단기부양책은 우리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꼴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실업률이 7년여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치솟았다. 실업자 수는 135만 명으로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다. 외환위기 때인 1999년 6∼8월 이래 역대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12.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1년 전보다 0.2%포인트 하락했지만 199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다. 이처럼 경제 상황의 바로미터인 각종 지수가 올 들어 최악이다. 저금리 완화적 경제정책 기조의 결정체로 볼 수밖에 없다. 그 비판을 누가 감당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4월 위기설’은 그냥 넘겨버릴 일이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취약한 국내 경제기반에 있어 외적 충격은 곧바로 심한 상처로 다가 올 수밖에 없다.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할 게 아니다. 스스로 심각성을 목소리 높여 외쳐야 한다. 그래야만 내성이 생겨 이겨낼 수 있다. 변화와 진보를 거듭해가는 시그널 경제정책이 아쉽다. 김동수 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문화 편식을 개선하자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 다르다. 스파게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청국장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사탕, 과자 등 군것질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어려서부터 단맛에 길든 아이들의 식성을 고치는데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에게 편식하지 말고 골고루 먹으라고 지도하지만 편식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한번 길든 식성은 잘 고쳐지지 않기 마련이다. 어른이 돼서도 특정 음식 또는 식재료는 아예 입에도 안 대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요즘 공연, 예술 등 문화 소비 행태를 음식에 비유할 때 우리 사회는 문화 편식에 빠진 것 같다. 특정 장르에만 관객이 몰리고 나머지에는 관심이 없다.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장르는 존폐 위기에 놓이기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16일 공개한 ‘2016 공연예술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이 같은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공연예술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공연예술 티켓 판매액(2015년 기준)은 3천633억 원으로 전년(2천894억 원)보다 25.5% 증가했는데, 장르별 티켓 판매액을 보면 뮤지컬이 1천975억 원으로 전체 티켓 판매액의 절반 이상(54.4%)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연극이 729억 원(20.1%), 양악 321억 원(8.8%), 복합 99억 원(2.7%), 국악 90억 원(2.5%), 무용 70억 원(1.9%), 오페라 63억 원(1.7%) 순이었다. 또 공연예술 매출 가운데 티켓판매 수입(3천633억 원)이 46%를 차지했으며, 나머지는 전시·교육 등 공연 외 수입(1천182억 원), 공연단체 작품 판매 수입 및 공연 출연료(1천116억 원), 공연장 대관 수입(1천81억 원)에 그쳤다. 공연계에 뮤지컬 장르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물론 아이돌스타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거나 해외 대작을 직수입 기획하는 뮤지컬인 만큼 고가의 티켓가격에도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우리나라 공연 풍토 탓에 다양한 장르의 문화를 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예술적 가치는 뛰어나지만, 상업성이 떨어지는 장르의 작품은 살아남을 수 없고, 특정 장르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특히 국악 등 전통문화 분야는 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다. 비인기 장르라는 인식이 강하다 보니 국악인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으며, 관객들에게 더 외면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악, 전통무용 등 전통음악은 계승 발전하기보다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추세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관객들이 문화 편식에 빠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문화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왜곡된 대중의 문화 입맛을 건강하게 되돌릴 수 있도록 문화관련 공공기관에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상업성이 강한 민간에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공이 나서야 한다. 지역 문화재단의 여러가지 역할 중 중요한 부분이 소외된 문화 장르 분야가 계승 발전할 수 있도록 문화 균형을 맞추는 일일 것이다. 개인들도 우리 주변에 있는 접하지 않았던 문화 장르에 대해 관심을 둬보자. 이선호 문화부장

[데스크 칼럼] 헌재 판결 존중이 민주주의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선고의 날이 밝았다. 3월10일 오전 11시. 대한민국 국민의 눈과 귀가 헌법재판소에 머문다. 박 대통령의 ‘운명’을 거머진 헌재 재판관 개개인은 이미 결정했으나 그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인용(파면)ㆍ기각ㆍ각하’ 세 가지 결론이 가능하지만 결국, 인용이냐 기각이다. 각하는 탄핵심판의 본안 판단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을 그토록 지치게 하고 힘들게 했던 박 대통령 탄핵정국의 혼돈이 이제 끝을 보인다. 국회가 지난해 12월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키고 곧바로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지 92일 만이다. 이날까지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단체는 광화문 집회를 통해 인용을 촉구하고 탄핵반대 단체는 태극기를 앞세우며 기각을 외쳤다. 그동안 양 진영 간에 어떠한 불상사도 발생하지 않았다.하지만 헌재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점차 법치주의 실현은 사라지고 이념 대결의 장으로 변모하면서 분위기도 험악해지고 있다. 자신들의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오면 불복하겠다며 전의까지 다진다. 탄핵 반대진영은 지난 8일부터 헌재 인근에서 3박4일 집회에 들어갔고 8일째 단식을 벌이던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권영해 공동대표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이제 모여야 한다. 3월10일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태극기가 집결하는 날”이라며 세 결집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찬성진영도 9일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고 헌재 선고 당일에는 탄핵 촉구 기자회견을 하며 압박수위를 높인다. 다음 날엔 ‘제20차 범국민행동의 날’로 마지막 촛불집회를 개최해 광장집회의 정점을 찍는다. 양쪽 진영의 단체들이 헌재 선고 후에도 대규모 집회를 추진해 극심한 국론분열과 혼란이 우려된다.찬ㆍ반 진영 간에 자제력이 무너져 물리적 충돌을 벌일까 염려하는 까닭이다.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할수록 선로 위를 마주 보고 달리는 급행열차처럼 양 진영은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나 헌재 판결은 존중되고 받아들여야 한다. 집회를 통해 자신들의 주장을 펼 수 있으나 단순한 의사 표현을 넘어 헌재 결정을 불복, 위협하는 행위는 결코 묵과될 수 없다. 정치ㆍ종교ㆍ법조계의 헌재 탄핵 ‘선고 존중’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야가 탄핵결과에 대해 입장이 다르지만 대선주자들도 헌재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공언한 점이다.우리나라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한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우리의 민주주의의 길은 투쟁과 항쟁의 역사로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1960년 4·19혁명을 밑거름으로 1979년 10월 부마항쟁, 1980년 5월 광주항쟁,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을 거치면서 민주주의를 꽃피웠다. 이 과정에서 국민 의식은 성숙해지고 집회문화도 달라졌다. 그 대표적인 예로 ‘2002 월드컵’의 서울시청광장 응원이 꼽힌다. 당시 135만여 명이 모여 응원해도 떨어진 휴지 한 장 없는 나라로 세계인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탄핵정국에도 양 진영은 법 테두리에서 질서를 지키고 축제로 승화시키며 집회 문화를 한층 더 선진화했다. 헌법과 법률 절차에 따라 내려진 결론을 차분하게 수용하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이라는 것은 재차 말할 필요가 없다. 정치권과 양 진영은 헌재의 선고 이후 분열된 국론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갈등과 반목을 보듬어야 할 때다. 김창학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대권 주자들이여, 300만 인천을 똑바로 보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태로 조기 대선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대권 주자들이 잇따라 인천을 찾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후보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달 18일 인천시청을 찾아 대한민국의 시대 교체를 역설했고, 지난해 연말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성남시장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도 인천을 방문했다.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은 21일 인천에서 대권 도전을 공식 선언한다. 인천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전국 최종 투표 결과와 똑같은 표심(박근혜=전국 51.58%, 인천 51.55%, 문재인=전국 48.04%, 인천 48.02%)을 나타내며 정국의 잣대 역할을 했다. 대권 주자들이 각종 선거 때마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인천을 찾는 일은 당연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천을 똑바로 볼 수 있어야 대권을 잡을 수 있다’라는 점이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경제는 미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 끼여 아사 직전 상태이다. 정치나 경제 분야 모두 기대할 만한 동력도 없다. 특히 경제 분야는 원천기술은 없고 모방 기술은 한계에 부딪히면서, 상당수의 제조 기술 산업은 중국에 이미 추월당하고 있다. 이 같은 위기 경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992년 8월 한·중수교 체결 당시부터 대한민국 정부는 강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한·중수교 10년이나 지난 2002년에서야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거리를 창출할 국가 프로젝트로 인천경제자유구역 지정이 이뤄졌다.지리적으로 유리한 인천을 동북아시아의 대표 국제도시로 육성해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였다. 따라오는 중국은 따돌리고, 앞에 선 일본을 제치고 선진국으로 들어가자는 대한민국 핵심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인천 경제자유구역프로젝트는 노무현 정권 5년 동안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 논리에 발목이 잡혀 허송세월을 보냈다. 경제 대통령으로 한껏 기대를 모은 이명박 정부 5년은 4대강과 새만금개발사업만 쫓아 다니다 끝났다. 박근혜 대통령 정권 들어와서는 경제자유구역 지정 목적과 취지조차 사라질 정도로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상태가 됐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안상수 전 인천시장 8년과 송영길 전 인천시장 4년 등 12년이 야당 시장인데다, ‘힘 있는 시장’으로 출발한 유정복 시장마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힘을 잃으면서 경제자유구역은 사실상 개장 휴업상태이다. 이제부터라도 외국기업이 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번 대선이 인천경제자유구역을 활용한 대한민국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인천은 중앙 정부와 정치권의 오랜 무관심과 차별 속에서도 주요 도시 중 유일하게 인구 수가 증가하며 300만 도시로 성장했다. 인천공항과 인천항 등 글로벌시대에 필요한 기반시설과 지리적 여건 등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저력을 밑바닥에서부터 뿜어내고 있는 것이다. 인천발 KTX, 수도권정비계획법, 제3연육교,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수도권매립지 등 인천의 각종 주요 현안이 인천만의 발전이 아닌, (수 많은 동북아 국제도시들과 경쟁해야 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도시의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대승적 시각을 가진 국가 지도자가 필요하다. ‘인천을 위한 프로젝트’가 아닌 ‘인천을 활용한 대한민국을 위한 프로젝트’로 성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권 주자들이 인천을 똑바로 보고, 제대로 알아야 승리할 수 있고,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인천은 이미 인천항과 인천공항, 송도신도시를 중심으로 동북아 국제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인천을 중심으로 황해를 ‘아시아의 지중해’로 만들어야 한다”라는 한 대권 주자의 주장이 정치적 멘트가 아닌, 인천을 제대로 보는 깨달음이기를 기대한다. 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 부국장

[데스크 칼럼] 이데올로기와 시간의 분할

한국사람들은 지구상의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좀 색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데올로기에 의해 분할’돼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국인들은 지구촌의 다른 이들과 동일한 고민을 갖고 있다. 세월의 흐름을 따라잡기 힘든 ‘시간적 분할’의 스트레스를 세계인들과 함께 겪는다. 이데올로기의 경우, 한국은 특수한 상황으로 분할돼 있다. 레닌은 이미 1921년에 자기 자신이 만든 러시아의 관료제도를 비난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회주의자들은 테크노크러시(Technocracy, 기술에 의한 지배)와 행정관료(Bureaucracy)는 노동자계급의 적이라고 말했다. 마르크스나 애덤스미스 학파의 주장과 달리 노동자나 자본가가 아니라 제3의 권력자, 정치인(통합자)들이라는 게 엘빈 토플러(1928~2016)의 주장이다. 이 같은 세계적인 이데올로기 해소 상황과는 별개로 한국사회는 진보와 보수를 나눌 때 마르크스 주의를 중심으로 한 냉전 이데올로기를 우선 적용한다. ‘공개’와 ‘참여’의 문제는 이데올로기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진보와 보수측에서는 각각 “4차산업혁명에서 ‘공개’와 ‘참여’의 역할은 우리 진영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동성애 문제에 있어서 보수와 진보는 혼돈을 겪는다. 분단국가의 현실은 세계적인 이데올로기 종식의 시기에도 좌우익 분할의 혼란을 느끼게 한다. 지구촌이 느끼는 ‘시간적 분할’의 경험에 대해 말해 보자. 과학문명의 발전에 따라 제3의물결과 제3차산업혁명(정보화), 제4차산업혁명(인공지능, 드론, 로봇 등)이 진행되면서 문화적인 지체현상을 겪고 있다. 지체현상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때로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인의 농업인구는 2017년도에 전체인구의 4.7%인 247만명이다. 한국인 대부분은 산업화된 크고 작은 도시사회에 살고 있다. 그들은 1970년대 한국의 경제개발5개년계획들과 함께 산업의 역군으로 성장한 50대 이상의 연령들이다. 1개 교실에 60명 이상 공부하는 대중교육에 의해 성장했다. 농업에 대해서는 어릴 적 경험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농촌에서 벗어나 공단조성과 기계화 속에서 한국사에 있어서 처음으로 빈곤과 기아를 극복한 삶을 영위했다. 이보다 조금 더 나이가 어린 40대의 경우, 최근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 나온 세대들이다. 도시에서 성장한 이들은 농촌생활을 모르기 쉽다. 40대나 60대나 모두 자신을 ‘현대인’이라고 자부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 어느 순간 자신은 ‘옛날 방식’의 존재가 되고 있었다. 현재 30대 이하 수백만의 청소년과 청년들은 이미 미래의 생활방식에 따라 살고 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유행을 선도하고 있는 그들은 도시 한복판에서 미래의 한국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들 중 선발대이며 지금 탄생 중에 있는 제4차 산업혁명기의 최초의 성인, 미래인이라 할 것이다. ‘보다 빠른 생활’을 하고 있는 존재다. 이들 젊은이들이 항상 옳다면, 40대 이상의 현대인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이 SNS를 하며 국민여론을 형성하는 경우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때 지금의 20대는 옛날 방식의 어른이 되어 있을까? 인류의 미래가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닐까? ‘이데올로기와 시간분할’이라는 상이한 고민을 해보았다. 김신호 인천본사 경제부 부국장

[데스크 칼럼] 사상 최악의 AI는 인재였다

이른바 조류 인플루엔자로 불리는 AI는 Avian influenza의 약자다. Avian은 형용사로 새(조류)를 지칭하며 influenza는 유행성 감기를 뜻한다. 따라서 우리말로 직역하면 ‘새의 감기’, 또는 ‘조류독감’ 등으로 불린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독감이란 표현이 사라지면서 조류인플루엔자로 또는 AI로 칭해지고 있다. AI는 닭과 오리 등 조류에게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드물지만 사람으로의 감염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2000년대 초 들어 제기되고 있는 고병원성(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는) AI 바이러스의 인체감염 사례가 그 신호탄이다. 지난해 11월 16일(경기도 20일)부터 이날 현재까지 전국을 강타하고 있는 AI 바이러스는 고병원성 H5N6형으로 확인됐다. 여러 유형 중 하나인 이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무려 62%에 달하고 있다. 중국에서만 16명이 감염돼 10명이 숨졌다. 다행히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인체감염 사례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60여 일 가깝게 국내 축산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가금류 산업을 맹폭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도살 처분된 가금류 수는 3천170만 마리에 달한다. 주로 피해 종은 알 낳는 닭인 산란계다. 전체 사육두수 대비 32.9%인 2천300만 마리가 도살돼 피해가 가장 컸고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도 전체 사육규모의 절반을 넘는 43만 7천 마리가 사라졌다.이중 경기도의 가금류 살처분 수는 1천500여 마리에 육박한다. 전국 수치의 절반에 가깝다. 도내에서 사육 중인 5천400만 마리 중 30%가 매몰됐다. 그 피해액도 무려 8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사상 초유의 피해 규모다. AI가 본격적으로 상륙해 국내 가금류 산업을 뒤흔든 것은 2011년 초다. 당시 243만 마리가 살처분된 후 2014년 상반기 중 살처분 292만 마리로 정점을 찍었다. 2015년 상반기에는 214만 마리가 사라졌다. 그때마다 재앙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이는 전조 증세에 불과했던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분명, 올 재앙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안일한 대책을 빼놓을 수가 없다. 정부는 물론 경기도 또한 대통령 탄핵이란 정치적 혼란에 매몰돼 컨트롤 타워가 부재했다. AI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자 뒤늦게 대책본부를 가동하는 등 늑장대처로 일관했다.또 일선 방역현장에서는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역 간 전이를 유발하는 단초가 됐다. 방역초소 및 살처분 현장 투입 인력이 부족해 낯선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일부 지자체는 살처분 매뉴얼을 제대로 준수치 않았고 바이러스 유입의 원인으로 지목된 철새 도래지에 대한 초기 방역도 지극히 허술했다. 살처분 매몰지를 제때 찾을 수가 없어 지연된 사이, AI는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다. 총체적 부실이 만들어 낸 인재로 밖에 볼 수 없는 현장이다. 이제 가축전염병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다변화된 바이러스 변이에 대응한 연구와 질병에 대한 인식재고가 필요하다. 매뉴얼 재정비는 물론 사전대응 훈련도 요구된다. 전문 방역관 확보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 확보는 두말할 나이가 없다. 김동수 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문재인 전 대표의 ‘先 개혁, 後 개헌’ 꼼수

여야 4당이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개헌의 당위성에 대해선 정치권이나 국민 정서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다만 그 시기와 방식을 놓고 차기 대권을 향한 잠룡들의 셈법이 달라 용두사미의 특위가 될까 우려된다. 특히 야권의 대선 유력 후보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개헌이 필요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대개혁”이라며 ‘선(先) 개혁, 후(後) 개헌’의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개헌논의를 통해 공론을 모아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분이 다음 정부 초기에 이를 실행하면 된다며 사실상 ‘차기 정부 개헌’을 제시하고 있다.개헌에는 동의하지만 대선 이전 시행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따라 빠르면 내년 6월 이전 대선이 불가피해 정치 일정상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 이 같은 문 전 대표의 견해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차기 정부로 넘긴다 해도 국내ㆍ외 여건을 이유로 번복될 수 있어 개헌 추진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기존의 대통령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점에서 자칫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허무하게 마침표를 찍을 수도 있다.지난 7월 한겨레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발표한 개헌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6.9%로 ‘필요없다’(20.0%)는 응답의 3배를 넘었다. 개헌시기도 ‘대선 또는 그 이전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61.6%로 나타났다. 더욱이 5개월 뒤인 지난 12일 한국일보의 여론조사에서도 개헌찬성 65.5%, 개헌반대 27.4%, 차기 대선 이전 찬성도 절반을 넘는 결과가 나왔다. 국정을 혼란에 빠트린 ‘최순실 게이트’ 이후의 여론 결과라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개헌은 이 시대 국민의 간절한 바람이다. 개헌의 필요성은 정권마다 거론됐지만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을 골자로 하는 제9차 개헌 이후 30년 전 그대로다. 이로 인해 급변하는 시대 변화와 성숙해진 국민 정서를 반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국정운영은 역대 대통령의 측근비리, 권력형 비리의 온상이 돼 국민을 실망시켰으며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은 국민의 멘탈을 붕괴시키기에 충분했다.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 아이 손을 잡고 집회현장을 나온 가족, 수험표를 달고 역사현장에 나선 학생,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 근로자, 지방에서 올라온 이름 모를 시민. 이들의 목소리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분노인 동시에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단절이자 국가의 틀을 완전히 바꾸길 원하는 개헌의 사회적 공감대다. 대통령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다시는 간과하지 않겠다는 비장한 의지이기도 하다. ‘촛불민심’은 특정 정당을 위한 혹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기 위한 집회로 해석하기에 억지가 있다. 문 전 대표가 냉철히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1강 다약의 야권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 전 대표는 정권 창출에 유리한 위치에 있어 대선전 개헌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선(先) 개혁, 후(後) 개헌’의 정치 명분이 개헌론자들로부터 꼼수라고 직격탄을 맞는 이유다. 더욱이 새누리당의 분당으로 개헌 저지선도 무너져 야당의 개헌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상황이 됐다. 문 전 대표는 국민의 바람이자 희망인 개헌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더 이상 외면해서도 안 된다. 권력 분산을 통해 고루 잘사는 나라를 희망하는 국민의 염원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김창학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꽉 닫힌 지갑부터 열게 해야 한다

경제가 안 좋아 걱정이라고 하면 ‘언제 경제가 좋은 적이 있었느냐?’라고 반문하리만큼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국가위기 상태였던 IMF 외환위기 시절보다도 더 어렵다고 한다. 지난 9월 말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우려했던 내수 축소는 현실이 되고, 경제 심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더욱 위축되는 모양새다. 오는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보호무역주의와 금리 인상 등 대외적인 정책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가 미덕임을 강조하지만, 서민들은 쓸 돈이 없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 탓에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마저 해지하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25개 생명보험사와 16개 손해보험사가 고객에 지급한 해지 환급금은 14조 7천300억 원에 달한다. 해지환급금은 고객이 만기 전에 계약을 깨고 찾아간 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해지환급금보다 7천억 원 늘었다. 지난해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하니 2년 연속 최대치를 갈아치운 셈이다. 불안한 심리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아버렸다. 최근 통계청 발표만 보더라도 지난 3분기 전체 가구 중 월평균 지출이 100만 원이 안 되는 가구(2인 이상 가구 실질지출 기준) 비율이 13.01%나 됐다. 2009년 3분기 14.04%를 기록한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다. 월 지출 200만 원 미만 가구 비중은 늘었는데, 이유는 월 지출 200만∼400만 원 가구 비중이 줄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형편이 어렵다 보니 식료품 등 필수품을 중심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 지난 3분기 전국의 2인 이상 가구의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 문제는 4분기 이후 상황이 더 심각해질 거란 전망이다. 그래도 월급쟁이는 좀 낫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표들이 죽겠다고 난리다.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 않으면 재고로 쌓인다. 공장 가동이 줄면 인원도 줄여야 한다. 일자리를 잃으니 당연히 보험이라도 깨서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경기침체를 걱정하는 건 비단 우리만의 얘기는 아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근로자 퇴근 시간을 오후 3시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프리미엄 금요일’로 이름 짓고 소비촉진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도 펼친다고 한다. 경제단체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조기 퇴근이 산업 현장에서 실제로 이뤄질 수 있도록 각 기업, 단체들과 구체적인 시행 방식 협의에 들어갔다고 한다. 우리도 내수 진작을 위한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대외 여건에 좌우되는 수출과 달리 내수는 국내 정책으로도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정부는 청탁금지법 시행 탓인 내수 축소를 우려하며 지난 10월 대규모 할인 행사인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벌여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했다. 그런데 소비를 촉진하는 각종 행사가 붐을 타려면 우선 일자리나 소득이 보완돼야 한다. 그렇다고 당장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는 없다. 경기 침체로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저소득층 소득을 늘리는 정책이 강구돼야 한다. 연말연시는 그래도 소비가 살아나는 때다. 그럼에도, 올해는 시국이 어수선하다, 구설 타고 싶지 않다는 등등의 이유로 선물도 행사도 줄이고 있다. 청렴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돈을 쓸 수 있는 계층마저도 지갑을 닫게 하는 길이라면 그 길로 가는 게 옳은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경기도무형문화재의 눈물

한 경기도무형문화재가 말을 꺼냈다. “지사님을 뵙고 싶어 면담신청을 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3년 동안 지사님을 뵌 적이 없다.” 누구보다 경기도무형문화재의 현실을 잘 아는 그였고, 경기도무형문화재를 대표할 만한 그조차 일정이 바쁜 경기도지사를 만나 차 한잔을 하는 호사(?)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도지사에게 이런저런 무형문화재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아무도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지난 8일 열린 경기도무형문화재 위상 제고를 위한 학술 심포지엄은 청중석에서 지켜본 경기도무형문화재 관계자나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들이나 현실의 답답함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일반 시민들의 무관심에 대한 두려움도 느껴졌다. 무형문화재 그 이름 자체는 화려할 수 있지만 그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행정기관이 보는 무형문화재는 계승발전시킬 대상이기보다는 그저 명맥만 유지해야 하는 달갑지 않은 존재처럼 인식돼 왔다. 무형문화재들이 요구하는 것은 많다. ‘지원금을 늘려달라’ ‘시설을 확충해 달라’ 등 다 돈이 수반돼야 하는 일이다. 지자체 입장에선 다른 것도 할 일이 많은데 이들의 요구에 난처할 수도 있겠다. 한편으론 이해가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형문화재가 문화재로서 존경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쓰럽기까지 하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전통문화, 옛것에 대한 소중함을 인식하기란 어렵다. 그나마 유형문화재는 조금 인식이 나은 편이다. 수원화성, 남한산성 등 유형문화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되기도 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국보 1호 남대문 화재사건 때 눈물을 흘린 사람들의 경험담도 우리 유형문화재를 보존해야 한다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하지만 무형문화재에 대한 인식은 좀 다르다. 국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 시각도 있다. 무형문화재는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수되다 보니 불신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없어지게 방치할 것인가. 어쩌면 인간의 생명과 생명을 통해 전통을 이어가는 무형문화재는 더 귀하게 생각해야 한다. 개인이나 국가나 새로운 것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정치인들은 표와 관련돼 생각하기 십상이고 전통문화, 그중에서도 무형문화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그나마 살풀이, 민요 부문 무형문화재들은 공연장에 지속적으로 설 수 있어 형편이 나은 편이다. 공예 분야 전통 계승자들은 갈수록 활동할 수 있는 자리가 줄어들면서 대를 잇기도 어려운 지경에 놓여 있다. 무형문화재 보존 발전에 대해 정책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단순 지원금 확대로는 무형문화재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현상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경우가 많다. 이미 때가 늦으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 하다. 지원금 뿐만 아니라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확대하고 무형문화재를 존경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선호 문화부장

[데스크 칼럼] 인천 정치권이 시민 두 번 죽인다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 천지가 고통이다. 국민은 보도듣도 못한 사상 초유의 사태로 고통과 자괴감에 빠져 신음하고 있다. 국민의 심정을 보듬고 치유해야 할 대한민국 정치(政治)는 오히려 정략(政略)이라는 흉기로 변해 국민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다. 인천 시민은 한술 더 해 지역 정치권의 2차 정략에 따른 ‘최순실 1+1 고통’으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지역 정가가 최순실 게이트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며 황폐해진 시민의 심장에 다시 한번 심각한 내상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잇따른 논평을 통해 최순실 게이트와 유정복 시장의 연관성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8일에는 ‘인천아시안게임 차은택 비위, 유정복 시장 후광 없이 가능했을까?’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지난달 26일 ‘차은택을 향한 정권의 무한 은택. 유정복 시장은 진실을 밝혀라’라는 성명을 시작으로, ‘박근혜-최순실-인천진박’ 삼각 게이트 의혹 규명하라,’ 검단 스마트 시티 조성사업의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세일즈 외교-유정복 시장 관련설 등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유 시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비서실장, 대통령 시절 안행부 장관을 거쳐 정권의 구원투수로 인천시장에 당선된 ‘친박 실세’이니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어떤 경위로라도 관련돼 있지 않겠냐는 취지이다. 물론 필자를 비롯한 인천시민 상당수가 유 시장의 정치적 배경을 감안하면 ‘아! 정말 유 시장이 관련돼 있을 수도 있겠다’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또 유 시장이 관련돼 있다면 조속히 밝혀져야 하고 잘못된 일이 있다면 책임 져야 한다는 생각에도 다름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민주가 제기하는 현재의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 수준이다. 팩트는 없고, 출처는 ‘언론에 의하면’이다. 언론의 의혹 제기 보도가 나오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숟가락 얹는 식으로 ‘언론이 사실이라면’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인천 시민은 유 시장 관련여부가 궁금하고, 있다면 밝히고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 하지만, 관련돼 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대통령에 이어 시장까지 연루 됐다면 지역사회와 시민은 또 한번의 큰 상처를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더 민주 인천시당의 의혹 제기는 놀라고 지친 시민의 심정을 치유하기 보다는 혼란과 걱정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문제가 있다면 팩트를 확인하고 제기해도 늦지 않는다. 시민을 위해…. ‘최순실 괴물’ 탄생에 일조한 새누리당도 민심과 멀리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 2명에 당대표 등 한때 초호화 진용을 과시했던 인천지역 친박 정치인들은 어디들 가고 보이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과 함께 새로운 인천을 만들어 시민의 행복을 책임지겠다던 그들이다. 아마도 어딘가에서 박 정권과의 거리두기 묘수를 고심하고 있는게 아닌가도 싶다.새누리당 인천시당은 대오반성과 책임통감 보다는 유정복 시장 호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민주 인천시당이 제기한 ‘인천아시안게임 차은택 감독 선임 유정복 시장 관련 의혹’에 대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는 반박 논평과 ‘야당은 유정복 시장에 대한 무분별한 정치공세를 멈춰라’ 라는 성명을 잇따라 내놓으며 유 시장 호위에 나서고 있다. 지역 정가는 여야 모두 만신창이가 된 시민은 안중에도 없다. 더 민주당은 시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긴 이번 사태를 정치적 호재 삼아 득을 취하려는 모습뿐이다. 새누리당 역시 사태에 대한 반성보다는 ‘이 위기에서 어떻게 타격을 덜 받고 넘어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으로 가득차 보인다. 인천 정가만라도 정쟁의 성명이 아닌,‘대 시민 치유’ 성명을 내놓아야 한다. 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국장

[데스크 칼럼] 지금은 트라우마 시대

#몇년전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안성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앞서 달리던 차량이 갑자기 급정거하는 바람에 뒤따라오던 대형 트럭에 받혀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찌그러진 차량이야 수리해서 고치면 되고, 몸이 다친 거야 치료를 통해 완치되는 거라 별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자를 괴롭히는 것이 있다. 바로 하얀색 트럭이다. 사고 가해차량이 흰색 트럭인 탓에 도로를 달릴 때 비슷한 차량이 붙으면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날 정도로 긴장된다. 도로 위에서 우왕좌왕하던 기자의 모습까지 겹치면서 영원 같은 순간을 종종 경험한다. #친분이 있는 한 선배는 엘리베이터를 아예 타지 못한다. 수십 층의 고층 빌딩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한다. 남들에게는 건강을 생각해 엘리베이터를 안 탄다고 해명하는 이 선배의 말 못할 사정은 이렇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어린 시절 부모에게 다락방에 갇혀 체벌을 당한 것이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엘리베이터나 창문이 없는 방 등 막힌 공간에만 있으면 숨이 꽉 막혀 버리는 공포감이 생겨버렸다는 것이다. 트라우마는 일반적 의학용어로는 ‘외상’을 뜻한다. 심리학에서는 ‘정신적 외상’이나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격’을 말한다. 사고로 인한 외상이나 정신적인 충격 때문에 사고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됐을 때 불안해지는 것이다.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동반하는 일이 많고, 장기간 기억되는 것이 특징이다. 트라우마가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충격적이고 괴이한 사건, 공포감을 조성하는 상황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정신적 외상을 호소하는 국민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병행, 한반도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키며 전쟁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굉음을 동반한 비행기 소리만 들어도 뉴스 속보를 뒤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하루 이틀을 멀다 하고 동반자살, 백골상태로 발견된 딸, 낙동강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된 초등생 아들, 여섯 살배기 입양 딸을 죽여 유기한 엽기적 양부모 등. 연일 발생하는 끔찍한 사건들도 정신적 충격을 가하면서 매번 헤어나올 수 없는 답답함을 안기고 있다.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은 트라우마 시대의 정점을 찍었다. 지난달 12일 발생 이후 현재까지 458회의 여진이 일어나면서 경주시민은 물론 한반도 전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다. 많은 사람이 SNS를 통해 지진 발생시 꾸려야 할 짐 목록과 대처 방법 등을 공유하며 불안감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상처는 상처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휴식운동 등 자신을 사랑하기, 친구와 가족 간 대화 등을 제안한다. 대중매체와 인터넷 사용 중단도 있다. 반복적으로 정신적 충격을 준 장면이나 관련 소식을 재생하면서 더 깊이 상처 속으로 빠져들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기나 인터넷이 되지 않는 산속으로 들어가면 모를까. SNS 한 두 개쯤은 필수로 운영하고 원하지 않아도 각종 정보에 노출된 현대인에게 비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가장 현실적인 트라우마 극복 방안은 ‘사람’에 있다. 깊어가는 가을, SNS로 소식을 전하는 대신 내 친구 혹은 내 가족과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용성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김영란법과 국회의원

대한민국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전국을 휘몰아치고 있다. 김영란법이 당초 취지대로 자리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김영란법 대상 400만 명의 국민들은 시행 첫 날, 도청·시청 등 관공서 구내식당을 찾고 더치페이 하며, 고급 음식점서 접대 받지 않기 위해 저녁 약속을 피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다. 우선 시범케이스 1호에 걸리지 않기 위해 몸사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불편할 수 있지만 김영란법을 지켜보려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또 지자체, 초·중고교, 언론사 등은 김영란법 시행에 맞춰 청탁방지담당관을 임명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강화하는 등 달라지려 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상식선에서 생각하면 된다고 김영란법 강사들은 강조한다. 이처럼 국민들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 하지만 김영란 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도 변화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추석을 앞두고 선물을 받지 않는 등의 모습은 보여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잃고 있다. 국민들의 신뢰다. 20대 국회가 출범한지 4개월이 지났지만 19대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시작은 좋았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역시다. 20대 국회가 양보없는 협상으로 원구성 법정시한을 넘기자 국민의당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세비를 받지 않기로 결정하고, 국회 최다선(8선)인 서청원 의원(화성갑)이 통큰 결정으로 답답했던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의 물꼬를 트게 만든 모습 등은 신선해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첫 국감은 파행을 맞고 있고, 강 대 강 대치 속에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바랐던 협치는 보이지 않고 중재자도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 국감을 마친다면 일하는 국회가 아닌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린 역대 최악이라 불리워졌던 19대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20대 국회에 대한 기대가 커서 그런지 실망도 크다. ‘20대 국회 임기 4년 중 4개월 밖에 지나지 않아 조금 더 기다려 달라’, ‘아직은 역대 최악 19대와 비교·평가하기에 이르다’는 말이 국회의원들간 회자되면 모를까. 될 성 싶은 나무 떡잎부터 안다고 했다. 이 말이 틀리기 바랄 뿐이다. 또한 19대 대통령 선거가 15개월 정도 남았지만, 이미 대선 정국 블랙홀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선심성 정책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잠룡들은 대선이라는 목표를 향해 줄을 서고 있다. 단체장들도 임기는 아랑곳 않고 100m 달리기 출발선에 선 주자처럼 앞만 보고 달려가는 듯 해서 아쉽다. 20대 국회는 그야말로 일하는 국회가 되길 바란다. 여소야대 속에 출범한 20대 국회는 협치를 내세우고, 협치를 통해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식물국회로 전락한 19대 국회를 심판한 결과가 바로 3당 구도다. 여야 모두 협치를 요구한 국민들의 2016년 4월13일 선택을 명심했으면 한다. 정근호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반복되는 쌀값 폭락 언제까지 지켜볼 텐가

올 추석에 받은 선물 중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경기농협 여성복지실서 보내온 쌀과자다. 맛이 좋은 데다 추석을 앞두고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는 때에 농심(農心)을 생각한 마음이 예뻐서다. 허기를 달래는 데도 그만이었다. 밀가루로 만든 과자에 비해 쉽게 부스러지긴 했지만, 우리 땅에서 재배한 쌀로 만든 거라는 장점을 넘어설 정도는 아니었다. 본격적인 추수를 앞두고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쌀 농가들은 해마다 떨어지는 쌀값에 가슴에 멍이 들었다고 하소연한다. 경기농협 등에 따르면 올 추석 이전에 생산돼 지역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수매한 조생종 벼(40㎏) 1포대 가격이 지난해보다 3천~4천 원가량 떨어졌다. 산지에서 여주 조생종 벼(40㎏) 수매가는 지난해 7만3천 원 하던 것이 올해 7만 원으로 3천 원 하락했고, 이천 RPC 역시 지난해보다 가격이 3천 원 내려간 6만7천 원에 수매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경기미 전체 평균가(20㎏)도 지난해 4만7천~8천 원 선보다 5천 원가량 내려갔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가을볕이 좋은 데다 태풍도 비켜가면서 대풍(大豊)을 예고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많은 418만4천t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이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수확되는 만생종 벼가 나오면 쌀 가격은 더 내려갈 게 뻔하다.햅쌀은 그렇다 치고 남아도는 쌀이 더 걱정이다. 지난 5월 말 기준 경기도를 포함한 전국 쌀 재고량은 175만t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시기 143만t보다도 많아졌다. 경기도내 21개 미곡처리장 창고에만 2만1천700t의 쌀이 재고로 남아 있다.생산은 느는데 소비가 줄어드니 당연한 결과다. 지난 1985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28.1㎏이었는데, 2015년에는 62.9㎏으로 30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대신 밀가루는 통계가 잡힌 2012년을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소비량이 35kg으로 쌀의 절반을 넘어섰다. 국민의 식생활이 밀가루 의존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벼 대신 콩 등 타 작물 재배와 농지제도 개편, 직불제 개선 방안, 고품질 쌀 생산촉진, 사료용 벼 재배, 쌀 가공산업 활성화 등을 포함한 ‘중장기 쌀 수급 안정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올해 수확기를 앞두고 쌀값 폭락을 막지 못하고 있다.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이 지난 21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절대농지’로 묶여 있던 농업진흥지역의 해제 등을 통해 벼 재배면적을 줄여 쌀 공급과잉에 따른 대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쌀이 남아도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지만 쌀 재배면적을 줄이는 것은 영구적이어서 자칫 식량안보를 위협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쌀 소비를 늘리는 거다. 그렇다고 국민을 향해 쌀 소비를 늘려달라고 애원할 수도 없다. 이미 입맛이 달라진 세대에게 밥 많이 먹으라고 호소한다고 식생활이 바뀔 리 없다. 밥보다 과자나 빵, 특히 피자나 햄버거, 파스타 등을 선호하는 신세대가 좋아할 만한 음식을 쌀을 이용해 개발하고 소비가 촉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만 한다. 대세 프로그램인 ‘쿡방’, ‘먹방’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쌀을 이용한 음식이나 가공품을 자꾸만 보여주고 먹고 싶게 만들어야 소비가 이뤄진다. 경기농협 여성복지실처럼 기특한 생각을 한 기업이나 개인을 포상하는 것도 방법이다. 농민들이 자식처럼 가꾼 논을 갈아엎는 모습을 매년 되풀이해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박정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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