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기자는 솔직한 것을 원한다

최근 회의 자료 이면지에 쓰인 글이 눈에 들어왔다. 본보가 운영하는 학생들의 기자체험프로그램 중 ‘기자란 무엇인가’의 학습 자료인듯했다. 제목은 “솔직한 것을 원한다”였다. 설명은 이러했다. 『기자들은 한번 기사가 된다고 생각하면 정말 늑대처럼 달려든다. 징그러울 정도로 물러서지 않고 끝까지 진실을 찾으려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기자에게 거짓말을 하기보다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오히려 합리적인 의미를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유용하다.』는 설명이 달렸다. 상당수 기자는 취재원들이 솔직하게 모든 것을 말해주기를 원한다. 취재원이 기자가 원하는 사실을 모두 오픈하고 기관의 사정상 또는 취재원의 신변의 문제로 특정 부분에 대해 기사 게재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현을 할 때가 있다. 물론 기자마다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기자들은 모든 정보를 제공한 취재원의 입장을 고려해 주는 경우가 많다. 반면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거나 사실을 숨기려 하는 취재원을 상대하는 기자들은 대부분 취재 의욕이 상승한다. 결국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에서 소통이 기사의 방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치부 기자 시절 남경필 전 경기지사에게 각종 루머에 대한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을 자주 했었다. 남경필 전 경기지사는 기자들의 짓궂은 질문에 허투루 답변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소문 중 하나는 남 전 지사 앞 동에 내연녀가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남 전 지사는 “근거 없는 소문은 없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자신의 집 앞 동에 동생의 집이 있는데 그 집에 전세로 사는 모녀가 있다고 했다. 남 전 지사는 그런 이유로 소문이 난 것 같다고 답변했다. 남 전 지사가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일축할 줄 알았지만 3~4개의 질문에 추가로 성의 있는 답변을 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경기도청 출입기자 중에 남 전 지사에게 질문을 가려서 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들 마약 투여 사건 때도 투여량을 가지고 논란이 일었는데 남 전 지사는 투여 방식에 대해 숨김없이 사실을 이야기해 줬다. 남 전 지사는 국외 출장을 갈 때 비서 없이 직원 5~6명, 기자 3~4명으로 파견단을 구성한다. 본인의 짐은 직접 가지고 다닌다. 또 식사도 끼니마다 전체 파견단과 함께한다. 기자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오픈하는 스타일이다. 최근 인천경기기자협회와 경기언론인클럽이 주최하는 토론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가 편향된 질문을 이유로 불참했다. 남경필 전 지사는 토론회에 단독으로 나서 기자들이 준비한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했다. 인천경기지역 기자들은 이재명 예비후보가 대선 경선을 진행할 때도 소통을 하지 못했다. 성남시장 재임 시절에는 중앙언론을 비롯해 지역언론 기자들과 크고 작은 갈등이 있었다. 지역 기자들은 이재명 예비후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왜곡된 소문도 있었고 정치적 신념 등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모습 말고 질문과 답변, 대화를 통해 정치인 이재명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사실 그대로 알리고 싶었다. 경기지사로서 그가 펼치는 정책적인 부분을 비롯해 이재명 예비후보에 관한 각종 루머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재명 예비후보는 편향된 질문으로 규정하고 답변 자체를 회피했다. 남 전 지사가 솔직하게 모든 것을 오픈하고 합리적인 의미를 강조하는 취재원이라면 이 예비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을 탓하며 답변을 회피하는 취재원의 유형인 것 같다. 기자는 취재원을 괴롭히고자 질문을 하지 않는다. 다만, 솔직한 답변을 원할 뿐이다. 최원재 문화부장

[데스크 칼럼] 어른들은 몰라요

어른들은 모른다. 학교와 학부모 등은 알지도, 알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설마 내 아이가, 내 학생이 그럴 리가 없다면서 말이다. 소리 없이 청소년을 위협하는 작업대출과 불법 청소년 도박, 심지어 사기나 절도 등 2차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의 문제다. 결국 이 같은 악순환에 빠진 청소년들은 금전적 압박 등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음주나 흡연의 유혹에도 쉽게 빠지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학생이 학생에게 돈을 빌려주고 과도한 이자를 받아내는 ‘작대(작업대출)’는 중ㆍ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겐 낯선 단어가 아니다. 돈을 빌려주면서 짧은 기간에 50%가량의 이자를 받는가 하면 명품 옷이나 신발, 시계를 담보로 잡고 ‘차용증’까지 작성하는 방식으로도 진행된다.더욱이 손쉽게 SNS를 통해 학생이 ‘소액대출문의’나 ‘대출해드립니다’ 등의 게시물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해, 타인은 볼 수 없는 서로 간의 개인 메시지로 대화가 마무리된 후 돈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도 잘 되지 않고 있다.미성년자인 학생들이 비교적 쉽게 돈을 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도 해 ‘독과’인 줄도 모르고 따먹는 일이 빈번히 발생한다. 성인들의 불법 사채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더욱 충격스럽고, 학교와 학부모들은 이 같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작대가 가장 쉽게 연계되는 부분은 바로 청소년 불법도박이다. 상당수 작대 피해학생이 불법 도박을 하는 학생들로 드러난 것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등 전문기관의 상담사례를 살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불법도박이 청소년들에게 쉽게 노출되는 이유는 스마트기기 발달 탓이 가장 크다. 이를 통해 도박에 대한 접근이 너무 쉬워졌다. 특히 사다리 게임 등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도박은 어른들이 쉽게 눈치 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기남부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이 버젓이 불법도박을 하고 있어도 학교나 학부모는 이게 불법도박인지 아닌지를 전혀 모른다고 한다. 오히려 학생들 간에는 교사가 지나간 후 자기들끼리 낄낄대고 웃으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고 한다. 학생들 역시 개인 휴대전화 등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면서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같이 불법도박과 작대의 늪에 빠진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님께 알리기 무서워하며 문제를 알리지 않다가, 결국 자신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인 수백만 원의 빚더미에 앉고서야 경찰이나 부모에게 알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특히 도박자금과 빚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절도, 중고물품 거래 사기, 명의 팔기 등 2차 범죄를 저지르기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 걱정으로 인해 흡연이나 음주 습관을 갖는 경우도 다반사다. 폐해는 비단 법적인 문제뿐이 아니다. 불법도박과 작대에 빠진 학생이 있는 가정의 가족간 갈등도 문제다. 학생 대신 돈을 갚아주는 부모와의 불신,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형제 간의 갈등 등은 여러 상담사례에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우리 아이는 아니겠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각각 개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닌 연쇄적인 악순환의 문제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신들만 학생 상담과 분석 등을 통해 알고 있다며, 학교와 학부모가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이고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야 한다고 한다. 이후 학교, 학부모, 전문가, 수사 당국이 합심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명관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평화 바람,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남북평화도 반갑고 대북사업도 좋지만, 당장 생계가 더 중요한 것 아닙니까” 6·13 인천 지방선거가 남북대화라는 거대 이슈에 매몰되면서 정작 시민이 먹고사는 생계 정책이 실종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민선7기 인천호를 4년간 이끌 선장을 결정하는 인천시장 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친문’ 박남춘 후보와 자유한국당 유정복시장 간의 양강 구도로 형성되면서 남북 평화 정책과 대북사업 중심의 공약과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물론 인천이 접경 지역이라는 점도 평화 바람에 한몫을 하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평화 바람’이 6·13 지방선거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박 후보는 물론이고, 유 시장마저 ‘평화가 곧 경제’라는 공식에 주요 정책과 공약을 끼워 넣는 모양새다. 박 후보는 9일 ‘동북아 경제 중심도시 인천’에 관한 구상을 발표했다. 그는 “판문점회담 이후 한반도에 부는 평화의 봄바람을 타고 서해는 평화의 바다로, 서해 5도는 평화의 섬으로, 인천은 평화의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라며 자신의 ‘1호 공약’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평화로 인천을 경제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천~해주~개성을 연계한 ‘남북 공동경제자유구역’, 남북공동어로구역 조성 및 해상파시, 해양평화공원 조성 등을 통해 말이다. 평화로 인천을 한반도로 들어오는 입구이면서 대외진출의 전략적 국제관문 역할을 하는 동북아 교통 중심지도 만들고, 평화로 인천을 동북아 문화·역사중심지도 만들겠단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평화 바람’에 편승하기는 같은 모양새다. 유 시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남북대화 분위기에 따라 ‘통일기반조성사업 및 남북교류사업’을 추진 할 것이고, 이를 위해 2022년까지 남북교류기금 100억 원도 조성한다”고 밝혔다. 인천과 개성공단, 해주를 잇는 서해평화 협력벨트 조성을 비롯한 서해5도 평화 남북 공동어로 신설, 한강 하구 주변의 관광·문화사업 등 박 후보와 비슷한 대북사업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각종 대북사업을 통해 지역 경제 발전과 시민 생활권 보장, 문화 활성화 등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들에게 ‘평화 바람’이란 마치 도깨비 방망이 같다. 물론 이들 후보의 공약과 정책에는 원도심 활성화와 출산, 청년 일자리 등과 같은 민생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당장의 민생에 도움이 안 되거나 일회성 지원에 그칠 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생계 유지와는 체감도가 떨어진다.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사용자에게는 임금 인상 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인천 곳곳의 근로자와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시가 재정건전화를 바탕으로 각종 복지정책을 확충했다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회적 취약층과 복지분야 종사자들은 수혜를 받지 못한 채 생계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 모든 선거는 국민의 기본생활권 보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절차이고, 각 후보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을 의무가 있다. “궂은 일을 하는 것은 내가 부족해서라지만, 일한 만큼의 기본생활은 유지돼야 할 것 아닙니까. 정치인들은 이런 우리들의 상황을 알기나 하는지….” 인천의 복지시설에서 박봉으로 근근이 생계를 꾸리는 한 직원에게는 ‘평화 바람’보다 당장의 처우 개선이 간절하다. ‘평화 바람’이 모든 이에게 도깨비 방망이는 아닌 것이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데스크 칼럼] 무디스의 ‘판문점 선언’ 평가와 트럼프의 북미회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대해 한국 신용도에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북 정상 간의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이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적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한국 담당 국가신용등급 총괄이사는 신용전망 보고서에서 “판문점 선언은 더욱 실질적인 추가 협상과 지정학적 긴장 완화의 전주곡”이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면서 지구촌 뉴스의 중심에 있었다. 북한 3세대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제1부부장을 비롯해 고위급인사가 남측 경계선을 걸어서 온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이 있는지 11년 만이다. 과거 김일성 주석,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정부 고위급 인사를 북한으로 초대해 정치적 상황을 타개하려 했다. 그러나 이날 김 위원장의 행보는 초반부터 파격적이고 경천동지(驚天動地)했다.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는 문 대통령의 물음에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며 김 위원장이 손을 이끌었다. 두 정상이 손을 잡고 북으로 넘어간 뒤 다시 남으로 건너는 깜짝 이벤트가 연출됐다.방송을 보는 이의 탄성이 절로 나오게 했다. 특히 ‘도보다리’ 위 두 정상의 대화 모습은 세계 외교사의 명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으로 돌아가기까지 시종일관 여유롭고 당당했다. 문 대통령에 말을 건네는 모습도 깍듯했으며 명확한 말투는 문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과 예의를 다하는 모습으로 다가왔다.방송을 보는 사람 대부분이 김 위원장에 대해 호의적으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정상 간에 만남은 분명히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그 사실은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인정한다. 이번 남북 정상 간의 대화와 협상으로 북한의 표준시가 바뀌고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는 등 안정적이고 구조적이며 실제로 남북관계가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무디스의 평가를 냉정하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즈만 이사는 “남북 정상 간 평화의 진전을 위한 합의에도 남북 간 긴장을 영원히 종식하기까지는 불확실성이 여전히 많다”고 전제한 뒤 미국과 중국 등도 관련된 복잡한 문제가 남아 있음을 지적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에서 최근 수개월간 고조된 남북 간 긴장을 완화했지만 무력충돌 관련 위험을 제거하지는 못했다고 진단했다.미국이 북한과의 정상외교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다고 느낄 경우 한반도 긴장은 다시 증폭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 정상화에 따른 후속 과정이 진행되더라도 군사적 긴장완화, 즉 북한 핵의 실제적 포기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 요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와중에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대한민국을 흔들었다. 문 특보의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외국 외교전문지 기고는 여야의 공방을 떠나 국민에게 ‘주한미군 철수 현실화’의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남북정상회담 후 호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북핵과 주한미군문제는 우리 안보와 직결됐다.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로 평화협정과는 무관하다”라는 견해를 서둘러 내놓은 것도 사안의 민감을 고려해 조기 진화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판문점 선언에서 제시된 공통의 목적을 실현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 과거 북한이 수용했던 추가 회담, 교류 행사, 이산가족 상봉, 대북방송 중단 등은 양보라고 하기 어렵다.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이 정전협정에서 종전선언을 통한 평화협정이라도 ‘선(先) 핵 폐기 후(後) 관계정상화’여야 한다. 달랑 핵 실험장 1곳을 폐기한다 해서 ‘북이 핵을 포기했다’고 낙관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에 꽂혀 우를 범하지 않을까 불안하다. 북미회담에 주목하는 이유다. 김창학 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경기農業 에피소드4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임박해 왔다. 신인들의 정치 입문으로 여겨지는 선거판이다. 난립하는 후보들과 또 이들 후보들에 의해 쏟아지는 공약들은 가히 장관이다. 그럴듯한 아님 어렵게 생각되는 공약들도 없진 않다. 이들의 약속이 공허한 메아리를 그칠지, 정책 실현으로 이어질지는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 했던가? 없는 것보다는 좋아 보인 것은 확실하다.다만 아쉬운 대목이 있다. 대다수 후보의 공약이 교통이나 주거, 복지, 환경 등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표심을 쉬이 자극할 수 있는 매력적 부문이기 때문이다. 그런 사이 농업 농촌 공약은 저만치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도내 농촌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없진 않지만 찾아보기가 극히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래서 그럴까? 광주에서 시장 출마에 나선 모 후보의 농업 관련 공약이 눈에 띈다. 그는 스마트 팜 농장육성으로 광주를 수도권 농업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농ㆍ축산업 예산을 2배까지 늘려 농업소득 증가를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실현 여부를 떠나 기분 좋은 공약임이 틀림없다. 농업ㆍ농촌은 다원적 가치를 지닌 첨단산업이라 말한다. 그 중요성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도시와 농촌 둘 중 하나를 고르라 했을 때 농촌으로의 방점은 쉽지가 않다. 이런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일게다. 농사의 찬밥신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통계청은 2017년도 농가경제조사치를 발표했다. 지난해 농가의 평균소득은 3천824만 원에 달했다. 전년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농가소득을 영농형태별로 보면 단연 축산농가가 7천152만 원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무려 농가평균치의 1.9배 수준으로 가장 높다. 반면 논벼(2천731만4천 원)나 채소(2천992만4천 원), 과수농가(3천416만7천 원)는 농가평균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농가의 평균 자산은 5억588만 원으로 6.7% 늘었다. 평균 보유부채는 2천637만 원으로 1.3% 줄었다. 소폭이나마 소득은 늘고 부채가 줄어드는 건전한 흐름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모순을 발견할 수가 있다. 농가소득의 본질인 농업소득이 오히려 뒷걸음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업소득은 농가소득의 26.3%인 1천4만7천 원으로 나타났다. 전년도보다 0.2%나 줄었다. 앞서 2015년 1천125만7천 원에서 2016년 1천6만8천 원으로 추락한데 이어 지난해까지 내리 하향길을 걷고 있다. 결국, 농가소득은 농업외 소득이 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농업외 소득은 무려 1천627만 원으로 전년대비 6.7%나 증가했다. 농가들이 농사가 아닌 제조업이나 숙박 및 음식업, 농외수입(급료)에 더 의존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농촌사회는 농사일 만으로는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다. 그나마 지난해 경기지역 농가소득은 전국 평균치를 크게 상회한 4천256만3천 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전년도 4천97만8천 원보다 3.9% 증가했고 전국 평균 증가치(2.8%)를 뛰어넘는 수치다. 농협은 지난해부터 농가소득 5천만 원 시대를 부르짖고 있다. 단지 선언적 행동에 그치지 않으려 무한히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 사이에 1년 이상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내놓을 만한 성적표는 찾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팔짱만 끼고 있을 때는 더더욱 아니다. 과제가 제시된 이상 이를 풀어가는 노력과 열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농가소득은 농부가 농작업으로 얻는 농업소득이 중심이 돼야 한다. 비용을 줄여 소득을 올리는 간편한 잣대를 들이대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또 선거판 기웃거리는 공무원들

1998년 6ㆍ4 지방선거(제2대) 때 도내 한 지방자치단체의 얘기다. 그 지역 출신 A 시장은 그야말로 열정적으로 시정을 펼쳤다. 주민과 지역발전만을 생각하며 불도저식으로 행정을 이끌었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공무원에겐 인기가 없었다. 저돌적 업무 스타일에 피로를 느낀 공무원들은 불만을 드러내며 시장을 안주 삼아 씹어댔고, 선거전 막판에는 상대방 후보를 응원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선거전 초기 크게 앞서던 A 시장이 나중엔 패배할 것이란 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다 선거일 며칠 전 상대후보인 B씨가 시청을 방문하면서 대반전이 일어났다. 시청사 건물 구석진 곳의 거미줄을 본 B 후보가 청소 상태를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소문은 삽시간에 시청과 외부에 퍼졌고, “벌써 간섭하는 것을 보니 당선 이후 괴롭겠다” “어찌 됐건 구관이 명관이다”는 등의 소리가 나돌았다. 이 때문인지 선거 결과는 현직 A 시장이 90여 표 차로 가까스로 당선됐다. 단체장 선거에 공직사회의 힘(?)이 얼마나 막강하게 작용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사례다. 20년이 지났다. 6ㆍ13 지방선거(제7대)가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선거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동안 선거 분위기도, 선거운동 방식도 많이 달라졌지만 공무원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경기도청 공무원은 1만2천여 명에 이르고, 31개 시ㆍ군 공무원까지 합하면 5만2천여 명이다. 이들의 가족이나 친지, 지인들까지 합하면 그 숫자는 훨씬 더 많고, 영향력은 더 클 것이다. 선거가 가까워 오고,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공직사회 줄서기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은근히, 때론 노골적으로 줄을 서고, 줄을 댄다. 한 지자체에선 공무원이 시장후보에 나서는 특정인을 돕다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돼 검찰에 고발당한 사례도 있다. 조만간 후보가 정해지면 공무원의 선거 개입이 더 노골화될 것이다. 민주당 김영진 국회의원이 밝힌 ‘공무원 선거법 위반행위 조치 현황’을 보면, 공무원 선거법 위반행위 건수는 2014년 제6대 지방선거 당시 206건이었다. 이는 제20대 국회의원선거(38건)의 5배, 제19대 대통령선거(17건)의 12배에 달한다. 공직사회의 선거 관여가 지방선거에서 더 두드러진다. 최근 지자체들이 ‘공직기강 100일 집중 감찰’ ‘공무원 엄정중립 결의대회’ ‘공직선거법 교육’ 등 공무원의 선거 불법 행태를 근절하고자 다양한 이벤트를 하고 있다. 지방선거 때마다 이런 행사와 교육을 한다는 건 공무원의 불ㆍ탈법 행위가 근절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안된다고 공직선거법에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선거 때마다 공무원 줄서기가 문제가 되니 고질병이다. 공무원의 선거 개입은 줄서기를 통해 승진 등 입신양명을 꾀하기 위해서다. 이는 행정의 불신을 초래하고, 선거 결과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면서 지방자치의 근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없어져야 할 적폐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와 함께 중요한 건, 새로 취임하는 단체장의 마인드다. 신분과 정년이 보장된 공무원들이 선거 때마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건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인사 태풍이 불기 때문이다. 어떤 지자체에선 ‘살생부’까지 나돌며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지니 공직사회가 눈치 보고, 편 가르며 흙탕물이 되는 것이다. 표만 의식하는 단체장들이 공무원을 선거꾼으로 내모는 측면이 있다. 현직 시장ㆍ군수의 재선, 3선 도전의 경우가 더 그렇기도 하다. 공무원의 선거 중립은 스스로 지켜야 하겠지만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의 자세나 의식 또한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 이용성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6·13 지방선거와 체육인의 선택

“A가 도지사가 되면 경기도 체육은 망한다.” “B는 체육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표 있는데만 모습을 나타낸다.” “C는 잘은 모르지만 체육을 좋아한다고 하더라.” “D는 체육에 대한 적극성이 남다르다고 하더라.” 6·13 지방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을 놓고 도민들의 평가와 호불호(好不好)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체육계 역시 후보 개개인의 체육에 대한 관심도와 기대감 등이 섞인 하마평이 무성하다. 앞으로 4년간 경기도정을 이끌 도백(道伯)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체육인들이 특히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바로 도지사가 당연직으로 경기도 체육의 수장인 ‘경기도체육회장’을 맡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경기도체육회의 살림을 꾸려갈 예산 대부분이 도비 보조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도지사 후보들의 체육에 대한 관심도와 열정이 어떻냐 하는 것은 체육인들에게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체육인들은 민선 7기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나선 예비 후보들 가운데 지지할 만한 후보를 선택하기 위한 검증과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도지사 예비 후보들 역시 선거기간 각 분야에 걸친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각 당이 예년보다도 빠른 행보로 후보자 공천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예비 후보들은 이른 아침부터 출근길에서 도민들을 만나고, 시장과 상가, 각 스포츠클럽, 각종 행사장에서 자신의 얼굴을 알리고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예비후보들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적극적이고 낮은 자세를 보이면서 각 체육단체와 유권자들은 마치 ‘슈퍼 갑’이라도 된 것처럼 봇물 터진 듯 요구사항을 쏟아낸다. 이달 하순께 여당의 도지사 후보가 결정되면 6·13 지방선거전은 본궤도에 올라 각 후보 캠프에서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분야별 정책 브레인들이 굵직굵직한 공약들을 쏟아낼 것이다. 말 그대로 본선 대결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6차례의 전례를 비춰볼 때 체육인들이 기대하는 체육관련 공약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선거 현장에서 쏟아지는 민원에는 대다수 후보들이 긍정적인 답변을 쏟아내지만, 정작 체육 현안에 관심을 갖고 공약을 내거는 후보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즉, 체육인들의 응집력과 감성을 이용한 득표활동에는 적극적이지만 정작 도정에 있어서 체육분야에 큰 비중을 두는 후보는 많지 않다는 얘기다. 이는 선거가 끝난 뒤 4년의 재임기간 동안 더욱 명확히 나타난다. 도지사가 된 이후 다른 분야 사안들에 밀려 체육분야에 대한 배려와 지원, 관심도는 더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면서도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특정 선수의 국제적인 활약이 있을 때만 반짝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것은 비단 경기도지사 뿐만이 아닌 대부분 정치인들이 보이는 일반적인 행태다. 항상 체육은 정치와의 함수관계에 있어서 홍보수단으로만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귀책사유는 바로 체육인들에게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체육계 현안에 대한 당당한 요구와 정책을 이끌어내기보다는 무조건 적인 특정인에 대한 집단 지지, 혹은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후보자들을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는 향후 4년 경기도의 발전을 이끌고, 더불어 경기체육의 발전을 이끌 적임자가 누구인지 꼼꼼히 따져보고 지지와 선택을 할 때야 비로소 반복되는 후회와 체육에 대한 무관심이 사라진다는 것을 명심하자. 선택은 찾는 자 스스로가 하고, 그에 대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주의의 참된 의미가 아닐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황선학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제주 4·3은 무능한 권력자들의 양민학살이다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제주 4·3을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ㆍ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독선거ㆍ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전국시ㆍ도 기자협회 대표단을 초청해 제주도 일원에서 ‘제주 4·3 바로 알기’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4·3 70주년을 맞아 역사의 올바른 이해와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전국적으로 널리 알리고자 마련됐다. 행사는 4·3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하고자 지난 2008년 조성한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지난 1988년부터 언론사에서 4·3 특별취재반을 구성해 활동한 것을 시작으로 30년째 4·3 진상 규명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양조훈 제주 4·3 평화재단 이사장의 특강으로 시작됐다. 양 이사장은 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4·3을 알리기 위해 ‘4·3을 말한다’라는 연재물을 500회 넘게 게재했다. 70년 전의 일이 30년 전에야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튿날 대표단은 마을이 통째로 불에 타 ‘잃어버린 마을’로 불리는 ‘무등이왓’을 방문했다. 무등이왓은 300여 년 전에 설촌된 마을로 주민들이 화전을 일구며 살았다. 이곳 무등이왓은 2년제인 동광간이학교가 건립될 정도로 규모가 큰 마을이었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마을 초입에 할머니 해설사 한 분이 서 있었다. 이 마을에 살았던 홍춘호 할머니(81)로 참혹했던 당시 아픔을 대표단에게 쏟아냈다. 토벌대의 초토화작전이 진행됐던 1948년 11월15일 홍 할머니는 11살이었다. 홍 할머니는 이날 마을 주민 11명이 총살되던 장면을 어제 일 같이 생생하게 증언했다. 할머니의 가족은 동생 2명과 아버지, 어머니 모두 5명이었다. 할머니의 가족들은 추운 겨울이 시작되자 안덕면 동광리의 큰 넓궤라는 용암동굴에서 40여 일을 은신해 있었다고 했다. ‘동광 큰 넓궤’에는 토벌대의 무자비한 학살을 피하고자 피신한 마을 주민 120여 명이 함께 있었다. 집요한 추적을 벌이던 토벌대는 주민들의 은신처를 찾아냈다. 청년들은 노인과 어린아이를 굴 안으로 대피시킨 후 이불 등 솜들을 전부 모아 고춧가루와 함께 쌓아 놓고 불을 붙인 후 키를 이용해 매운 연기가 밖으로 나가도록 부쳤다. 토벌대는 매운 연기로 접근이 어렵자 총만 난사하고 입구를 돌로 막아버렸다. 토벌대가 철수한 후 근처에 숨어 있었던 청년들이 입구의 돌을 치우고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피신시켰다. 하지만 홍 할머니 가족은 이곳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 할머니는 “40여 일 동안 아버지가 구해다 준 깨, 조 범벅을 먹어가며 씻지도 못하고 짐승처럼 살았다”고 했다. 대표단이 이곳을 들어갔다. 10여 명의 대표단은 20여 분을 기어서 굴 안쪽까지 들어갔다. 50㎡ 정도의 공간에서 대표단은 가지고 있던 랜턴의 불을 모두 껐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린이와 노인, 부녀자가 이곳에서 40여 일 살았단 말인가. 가슴이 먹먹하고 숨이 막혔다. 미군정과 이승만은 제주도를 ‘빨갱이 섬’(레드아일랜드)으로 규정하고 ‘초토화작전’을 벌이면서 어린이, 노인, 부녀자를 가리지 않고 죽였다. 해방 이후 혼돈의 시기, 혼란의 시기이긴 했지만 미군정과 이승만은 사태를 과연 이런 식으로 밖에 수습할 수 없었는지 묻고 싶다. 권력자들의 잘못된 판단이 너무나 참혹한 비극을 만들어냈다. 제주 4·3은 폭동도, 민중항쟁도 아닌 무능한 권력자들의 양민학살이다. 최원재 문화부장

[데스크 칼럼] 눈앞에 온 지방분권시대, 철저하게 준비하자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목표로 한 정부의 헌법개정 논란이 한창이다. 현재는 지난 26일 발의한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 즉 정치권으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이번 개헌안에는 권력구조와 선거제도의 개편, 검경수사권 조정을 포함한 권력기관 개혁, 개헌 국민투표 시기 등 참으로 많은 쟁점들이 있다. 이 중 국민적 공감대를 많이 얻고, 정치권에서도 큰 틀에서는 동의하는 부분이 지방분권 실현이다. 지난 21일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 중 지방자치 부분은 지방의 미래 등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고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방정부 권한의 획기적 확대, 주민참여 확대, 지방분권 관련 조항의 신속한 시행의 세가지 내용을 담았다. 우선 개정안 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국가운영의 기본방향이 지방분권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또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을 지방행정부로 명칭을 변경하는 등 지방정부 구성에 자주권을 부여했다. 자치행정권과 자치입법권도 강화했다. 무엇보다 국가와 지방정부간, 지방정부 상호간 재정조정에 대한 헌법적 근거를 마련해 자치재정권을 보장했다. 다만 지방자치 실현과 그 토대가 될 재정분권의 수위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개헌특위에서는 준연방제 수준이나 최소 광역지방정부형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부터, 점진적 접근이나 헌법보다는 법률을 개정하자는 의견까지 수준과 추진방법 등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다. 자치입법권 확대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이같이 지방분권 실현이 개헌안에 반영되기까지는 현 정부의 의지가 가장 크다. 큰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수원시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수많은 지자체와 국민의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원시를 들여다보면 지난 2013년 수원시 자치분권의 날 선포와 함께 수원시 자치분권 촉진 지원조례 제정, 수원시 자치분권협의회를 전국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출범했다. 이후 토론회를 통한 분야별 지방자치 및 분권 확대방안을 제시했고, 2016년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하는 지방분권개헌 500인 원탁토론도 개최했다. 올해에는 지방분권개헌 수원회의를 출범하고, 지방분권개헌 1천만인 서명운동으로 1개월 만에 31만여 명의 시민이 서명을 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개헌이 이뤄지면 지방분권에 대한 엄청난 힘이 생겨난다. 권한과 힘이 커지면 책임은 반드시 동반되기 마련이다. 지방정부는 이에 대한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기울여야 한다. 광교산의 항공사진을 보면 행정구역상 수원과 용인은 많이 다른 모습이다. 한 곳은 비교적 녹지축을 잘 지키고 있는 반면, 한쪽은 사진상으로도 난개발의 흔적이 비춰진다.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100년, 200년의 미래까지 고려하는 정책과 실천이 필요해 보인다. 수원군공항이전 문제를 놓고 볼 때 국가라는 큰 틀이 아닌 지역이기주의에 의한 목소리내기 같은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쓰레기소각장, 화장장 등 이른바 혐오시설에 대한 님비현상도 보다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남양주시 업체들이 포천시에 수천t의 쓰레기들을 버리는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남양주시의 나몰라라식의 행정도 지양돼야 한다. 많은 것이 바뀌는 만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지방정부에 소속된 공무원은 물론 주민들 스스로가 새로운 권리를 행사하고 누릴 수 있게 되는 만큼, 혼동과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명관 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업무상 위력’이라는 사회적 흉기, 제거해야 한다

‘업무상 위력’이라는 사회적 흉기, 제거해야 한다. 온 국민을 신경쇠약(mental breakdown)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의 가해자에게 적용되는 법규는 형법 제303조 1항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다. 당연히 이 형법은 이성간 벌어진 범죄적 행위에 한해 적용된다. 성범죄는 신고율이 2% 미만일 정도로 암수율(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숫자의 비밀)이 높은 범죄다. 미투의 빙산일각(氷山一角)만으로도 나라가 이 지경인데, 빙산의 실체가 모두 드러나면 거덜나지 싶다.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동성간 ‘업무상위력이나 조직상 지위 등에 의한 폭력(괴롭힘)’에 비하면 미투 또한 빙산일각이라는 항간의 지적을 듣고 보니 ‘헬조선’이라 해도 할 말이 없다. 직장과 거래처, 학교, 심지어 가정 주변에서까지 공공연히 벌어지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폭력’은 공공연하지만, 표면으로 드러낼 수 없어 피해자 처지에서는 고통스럽고 두렵다. 특히 가족의 생계를 볼모로 잡힌 채 모욕적 폭언이나 부당한 지시를 감수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대표적인 피해자들이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공개한 직장 폭력의 가장 일반적인 사례인 ‘직장 괴롭힘’에 대한 실태 조사 보고서를 살펴보면 충격적이다.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대책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직장 괴롭힘 피해자 10명 중 9명꼴인 88%가 우울증 등의 정신적 피해를 호소했다. 17개 조사 대상 사업장의 피해자 가운데 자살한 피해자도 4명이 있었다. 지속적인 직장 폭력이 피해자의 인격과 정체성을 파괴하며 결국에는 자살까지 몰아넣는 격이다. 17개 조사대상 사업장 가운데 15곳의 피해자에게서 우울증, 자살 등의 정신적 피해가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우리 사회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에서도 1천506명 중 73.3%인 1천104명이 직장 내에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는 ‘직장 괴롭힘’이란 직장 내에서 노동자의 신체·정신적 건강을 침해해 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직장 폭력은 가족의 생계가 걸린 직장에서 일어나는 만큼 피하기가 불가능하다. 미투나 직장 폭력 대부분은 힘의 차이가 있는 곳에서 발생되고 있다. 가해자들은 온갖 방법으로 힘의 차이(업무상 위력)를 만들고 그 힘을 흉기 삼아 교묘하게, 때로는 잔인하게 폭력을 휘두른다. 가해자 중 상당수가 힘의 평등과 상생을 유지하는 것은 내가 지는 것이고, 결국은 내가 사라져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빠져 있다. 그러니 상대방을 짓누를 수밖에….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라는 법령은 있지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동성간)폭력 이나 괴롭힘’이라는 법령은 없다. 미투 피해보다 더 광범위하고 관행화된 직장 폭력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아직 없다. 여러 보고서가 직장 내 폭력 근절을 위한 차별금지법(폭력 및 괴롭힘 등) 제정 등의 대안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하는 이유다. 이제는 ‘업무상이나 지위상 위력’에 의한 모든 폭력이 명백한 ‘법범 행위’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이 이뤄져야 한다. 미투 사태를 계기로 우리 사회 전반에 관행이란 미명 뒤에 숨겨져 있는 ‘업무상 위력’이라는 흉기를 제거해야 한다. 정부가 올 상반기 중에 ‘직장 괴롭힘 종합대책’을 발표한다고 한다. 직장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사회에서 ‘업무상 위력’이라는 흉기가 사라지기를 기대해 본다. 유제홍 인천본사 부국장

[데스크 칼럼] 철강관세와 한미 FTA 협상의 전략적 접근

미국 발(發) 철강관세 폭탄이 국내 시장에 터질지 모두가 숨죽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수입품 25% 관세 부과 방안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의 ‘바기닝 칩(협상용 카드)’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우리 통상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의 두 차례에 걸친 방미 설득에도 미국은 한국을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행정명령의 효력은 오는 23일부터 발효된다. 이른바 트럼프 발(發) 글로벌 무역전쟁이 선포되는 것이다. 중국과 EU 등 관세조치 대상국들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거쳐 보복 관세로 대항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는 대응할 수단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철강업계는 전체 생산량의 40%를 수출하고 있다. 이 중 대 미국 철강계 수출은 지난해 기준 354만t으로 전체 수출의 10%를 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번 행정명령 발동으로 미국 3위 철강 수출국인 한국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관세 부과로 3년간 한국의 경제적 부가가치 손실이 1조 3천여억 원에 달하며 실업자가 1만 4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피해는 경기도도 예외는 아니다. 도내 소재 철강과 및 철강선 수출 업체는 대다수 중소업체이다. 가뜩이나 국내 수요 정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관세마저 높아질 경우 가격 상승에 따른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최악에는 자금압박으로 인한 줄도산 현상까지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 조사 결과, 지난해 경기도 미국 수출 가운데 철강 관련 품목인 ‘철강관 및 철강선’은 5억 7천700만 달러다. 이는 반도체(25억 1천900만 달러), 자동차(23억 4천100만 달러), 무선통신기기(21억 500만 달러)에 이어 대미 수출 품목 중 4위다. 문제는 이 불똥이 한미 FTA로 자연스럽게 옮아붙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국과 무역법 232조와 관련된 추가 협의를 하는데 한미 FTA 개정 협상과 시기적으로 겹쳐 상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배제하기 어렵다. 자칫 철강관세의 국가면제와 품목제외 적용을 받기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이나 원산지 기준 강화 등 미국 측의 요구를 두 손 놓고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마지노선인 농산물 분야까지 확대될 경우 국내 충격은 메가톤급이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1차 회의에서 농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한 바 있다. 당장 제3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1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개최된다.한미 양측은 지난 2차례의 개정협상에서 각각의 관심사항으로 제기된 사항들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와 협상 방안 등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는 철강 관세와 한미FTA 협상의 연계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지난 9일 열린 ‘중견기업연합회 최고경영자(CEO) 조찬 강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철강) 관세가 한미 FTA 협상 기간과 같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그 틀 안에서 미국과 많이 협의해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협상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 이후 관세 부과 안이 시행되기까지 유예된 시간이 너무도 촉박하다. 정부가 이번 협상에서 우리나라를 관세 대상국에서 제외하기 위한 묘안 찾기에 주력할 것이다. 이번 주가 고비가 되겠지만 미국은 중요한 안보관계가 있는 국가가 철강 공급과잉과 중국산 철강 환적 등의 우려를 해소할 대안을 제시할 경우 관세를 경감 또는 면제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경제외교 채널 및 협상라인을 최대 가동하고 다자주의 틀을 활용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창학 경제부장

[데스크 칼럼] 2018년 청년 보릿고개

‘보릿고개’, 지난 가을에 거둬들인 양식이 바닥나고, 올해 보리가 미처 여물지 않은 5~6월을 말한다. 식량 사정이 매우 어려운 시기로 춘궁기(春窮期), 맥령기(麥嶺期)로도 불리운다. 예부터 우리의 농사기법은 천수답으로 하늘에 의지해 왔다. 가뭄이나 홍수로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허다했고 이때는 굶주림이 심했다. 특히 봄에서 초여름에 이르는 보릿고개 기간은 쉬이 넘기기가 어려웠다. 우리는 통일벼를 기억한다. 다수확 품종으로 배고픔을 해결해 준 녹색혁명의 상징이다. 해방 후 보릿고개 시절을 털어내 준 단초다. 경제 발전과 진화된 문명 속에 이제는 추억이 됐지만 말이다. 하지만, 2018년 보릿고개가 청년 실업으로 이어져 답답하다. 미래세대 청년들이 극심한 취업 보릿고개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설문자료를 공개했다. 대학생 5명 중 2명이 올해 1학기에 휴학할 계획이란다. 무려 3학년이 48.3%, 4학년은 45.6%다. 이유는 주로 ‘학자금 마련(43.6%)’ ‘취업 위한 사회경험(26.7%)’ 등이다. 취업에 배고픈 청년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결과치다. 청년실업 문제는 통계청의 2017년 4분기 및 연간 지역경제동향 자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말 전국의 실업자는 모두 102만 명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하지만,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9.9%까지 치솟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청년층 가운데 43만5천명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은 무려 21.6%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청년실업률은 왜 상승하는가?’ 보고서를 보면 짐작이 가능하다. 이 보고서는 치솟는 청년 실업률 배경으로 우리나라 청년인력 수준의 동질성에 초점을 맞췄다. 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치를 인용, 우리나라 25∼34세 청년 역량분포가 중간에 밀집돼 있고, 격차가 매우 작다는 점에 주목했다.중간 밀집 층은 취업시장에서도 사무직, 생산직 등 중간수준의 일자리만 고집했으나 정작, 이런 일자리는 기술혁신으로 빠르게 소멸되면서 수급 불균형을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동질적으로 양성된 청년들이 3D 등 저숙련 일자리 기피 현상을 보이면서 청년실업의 기폭제가 된 셈이다. 실업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기업의 신규채용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제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이 투자에 인색한지 오래됐다. 투자는 제대로 하지 않고 회사 금고에 돈을 쌓아놓고 있다는 얘기다. 채용도 소극적이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창출사업이 효과를 보기까지 일정기간 시일이 필요할 듯하다. 청년 고용에 따른 세제혜택 등 다양한 지원책이 기업현장에서 적절히 소화해 내는 것도 문제다. 여기에다 최저임금 상승, 근로시간 단축이 침체된 고용시장을 더욱 악화시키지 않을까 우려감도 적지 않다. 기업 및 노동환경이 급변하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삼중고다. 청년실업은 관련 지수와 통계 등으로 분명히 사전 시그널이 제시됐다. 그럼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과오는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더 이상 방관만 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 각계의 전방위적 지혜가 필요할 때다. 김동수 지역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가상화폐 대책, 더는 중구난방식이어선 안 된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오락가락 발표로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급기야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원금까지 날린 20대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안타까운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동안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해 유사수신행위를 적용해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법무부는 ‘제2의 바다이야기’를 언급하며 거래소 폐지를 강하게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화가 아니어서 무관하다는 태도이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금융이 아닌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과세에 집중했고, 한국은행은 가상화폐에 부정적 시선을 던졌다. 가상화폐에 정의가 없다 보니 각 부처가 자기 입장만 내세웠다. 특히 정부의 가상화폐 컨트롤타워는 금융위원회에서 법무부로, 다시 국무조정실로 바뀌었다. 이 같은 정부 부처 간 이견과 가상화폐를 다룰 컨트롤타워가 매번 바뀌면서 가상화폐 정책도 오락가락해 시장의 혼란만 가중됐다. 현재 정부의 가상화폐 컨트롤타워는 국무조정실로 일원화되어 있지만 금융위, 기재부, 법무부 간 명확한 정책 조율이 되고 있지 않다. 가상화폐 대책이 더는 중구난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정부는 가상화폐 시장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실명제와 과세 등을 통해 투기를 막아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은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정의부터 내리는 것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명확한 규제 방향성을 제시한 다음, 과세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시장의 혼란을 막고 투자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가상화폐 투자자가 300만 명에 달하고 하루 거래액이 수조 원에 이르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해킹에 무방비로 노출된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보안실태를 점검하고 거래의 안전성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가 해킹을 당해 5천600억 원에 달하는 가상화폐를 도난당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거래소 3곳이 해킹사고로 고객정보가 유출됐고, 지난해 말 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해킹으로 파산절차를 밟기도 했다. 특히 정부는 우리나라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가 북한에 해킹을 당해 피해액이 수백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중 가상화폐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가상화폐 규제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달 28일 마감됐기 때문이다. 관례에 따라 청와대 수석이나 각 부처 장관은 한 달이 되어가는 오는 27일 전까지 가상화폐와 관련된 정부 입장이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가상화폐는 규제하고 블록체인은 육성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해당 기술 분야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은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중앙의 통제나 간섭을 탈피하는 데서 출발한 공개형 블록체인은 가상화폐라는 보상체계 없이 유지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가상화폐 규제가 블록체인 기술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상화폐의 부작용은 막되, 기술은 살려야 한다. 가상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미래 기술의 핵심으로 꼽힌다. 가상화폐가 투기나 불법거래에 악용되는 일은 막아야겠지만, 가상화폐의 근간인 블록체인 기술이 정부의 잘못된 규제 때문에 사장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투기와 탈법을 법적 테두리 안에서 규제하고 가상화폐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이관식 디지털콘텐츠부장

[데스크 칼럼] 수원 아이스하키팀 창단, 큰 틀에서 바라봐야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수원이 때아닌 아이스하키팀 창단 논쟁으로 뜨겁다. 수원시가 1월23일 현 여자 국가대표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데려와 팀을 창단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부터다.이날 염태영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결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평창 올림픽의 평화유산이다. 수원시가 이런 역사적 의미를 계승 발전시키고자 여자 아이스하키팀을 창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수원시의회 야당의원 17명은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유소년 아이스하키팀도 하나 없는 수원시가 왜 정부가 해야 할 실업팀 창단을 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 사전협의도 없이 팀 창단을 결정해 발표하는 건 시민과 시의회를 무시하는 태도”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 같은 논란의 배경은 시가 연간 20억 안팎의 예산이 들어가는 아이스하키팀 창단을 시의회와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인 발표를 했다는 것에 대한 불쾌감과 함께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을 승계해 실업팀을 창단하려는 의도가 문재인 대통령의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방문시 애로사항 청취 후 이뤄진 것에 따른 중앙정치권의 영향이 작용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하지만 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수원시의 여자 아이스하키팀 창단 논란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팀 창단을 정치 논리가 아닌 스포츠 논리로 풀고, 업무 처리에 따른 절차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제라도 집행부가 명쾌하게 설명하면서 사과와 함께 시의회, 시민사회의 동의를 구하면 된다. 의회 역시 앞으로 창단 과정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 만큼, 여론을 수렴하고 창단에 따른 이해 득실 등을 꼼꼼히 따져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러내면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개최에 이어 세계 8번째로 동ㆍ하계 올림픽을 치른 국가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에 단 한 개의 팀도 없는 여자 아이스하키팀 창단은 주체가 누구든 간에 꼭 필요한 일이었다. 더욱이 사상 첫 남북 단일팀인 여자 아이스하키 팀을 인계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담고 있는 의미는 충분하다. 수원시는 그동안 ‘스포츠 메카’를 자부해왔음에도 불구, 동계종목 육성은 외면해 ‘반쪽 스포츠 도시’라는 오명을 썼다. 수원시는 스피드스케이팅의 봉주현, 이재식, 김용미, 최재봉, 박승희, 쇼트트랙 박세영, 노도희와 같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배출해 왔으나, 최근 시설부족으로 맥이 끊겼다. 여기에 2002년부터 탑동아이스하우스에서는 전국동계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수원이글스를 비롯, 유치부와 초등부 각 2개, 중등부 1개, 성인 클럽팀 3개 등 총 8개 클럽팀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영통구 하동에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수원복합체육시설의 아이스링크만 건립되면 수원시는 숙원인 동계종목 육성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된다. 의회나 시민사회가 염려하는 막대한 운영비도 꼭 지자체 예산만 고집할 것이 아니다. 국가적으로 필요한 팀을 창단해 운영하는 만큼 정부ㆍ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의 지원을 이끌어내고, 기업의 스폰서쉽을 적극 활용하는 마케팅을 펼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국내에 여자 아이스하키팀이 전무한 것도, 앞으로 동계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에서 여자 핸드볼처럼 성장하고 활약할 팀을 선도적으로 육성한다는 데서 수원시가 명분을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 첫 여자 아이스하키팀 창단을 둘러싼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보다는 명분과 실리를 살리는 데 집행부와 의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시민사회가 성원을 보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황선학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인천시장 선거, 큰 그림으로 승부해라

6·13 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7기 300만 인천호’를 이끌 인천시장 후보군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자유한국당 유정복 시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남춘, 윤관석 국회의원,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 홍미영 부평구청장, 국민의당 문병호 전 의원, 이수봉 시당위원장, 정의당 김응호 시당위원장 등이 민선 7기 인천호 선장을 자처하며 새로운 인천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유력 후보측 간에 재정건전화 성과를 놓고 벌이는 설전을 보면 이번 선거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마치 재정건전화만으로 시장 선거의 승패를 가르겠다는 기세들이다. 지난 2010년 5회 지방선거 당시 송영길 후보(민주당)가 안상수 시장(한나라당)의 ‘인천시 부채 7조 원’ 문제를 공략해 인천시 입성에 성공했고,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는 유정복 현 시장이 송영길 당시 시장의 ‘인천시 부채 13조 원’을 공격해 승리한 점을 감안하면 후보들 입장에서는 핫 이슈에는 틀림없다. 5, 6회 시장 선거는 재정위기가 문제였다면, 이번에는 재정건전화가 쟁점이다. 그러나 인천이 대구와 부산을 넘어 2대 도시로 도약한다는 마당에 재정건전화를 선거 주요 이슈로 삼기에는 걸맞지 않는다. 재정건전화는 단지 인천 성장을 위한 여러 가지의 필요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유 시장은 자신의 주장대로 임기 중 재정건전화를 이뤘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그 재정건전화라는 도화지에 어떤 큰 인천의 미래를 그릴지를 제시해야 한다. 재정건전화 성과만으로는 대한민국 2대도시를 운운하기에는 궁색하다. 유 시장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정건전화를 꾀하는 동안, 다른 한 켠에서 목말라 했던 인천의 큰 비전을 이번에는 내놓아야 한다. 나머지 도전 후보군 역시 부채 감소에 흡집을 내기보다는 팩트를 인정하고, 유 시장보다 더 좋은 비전을 제시하는 방법이 더 좋은 인천을 만들겠다는 도전 명분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인천은 세계 1위 인천공항과 국내 1등 경제자유구역, 항만, 신항 등 충분한 성장 동력을 갖추고도 중앙정부의 규제와 권한에 가로막혀 성장통을 앓고 있다. 인천은 300만 도시를 외치고 있지만 뚜렷한 대표 산업도, 관광도 없다. 특히 관광분야는 랜드마크 하나 없는 관광 불모지나 다름없다. 바다와 섬이라는 천혜의 조건과 인천국제공항, 수도권 인구 2천500만명이라는 단단한 배후 여건까지 갖추고 있지만 대표 관광 상품이라고는 차이나타운 정도가 고작이다. 부천과 통영시 등 인구 100만 이하 도시들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동피랑 마을과 같은 상징성 있는 관광 상품으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번 선거에 나서는 시장 후보들이야말로 인천의 수많은 구슬을 어떻게 꿰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도시 인천을 만들어 나갈 계획을 시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시대적으로도 지방분권이라는 호재를 만나고 있다. 각종 수도권 규제를 비롯해 경제자유구역과 항만 정책, 수도권 매립지, 인천국제공항 운영 등 인천의 성장동력 대부분이 중앙정부 권한에 발목이 잡힌 인천으로서는 이번 선거가 더없는 기회다. 인천 시장선거는 더 이상 재정건전화 정도로 승패를 볼 수 있는 동네 선거가 아니다. 보다 큰 그림으로 승부하고, 인천의 비전을 제시하기를 기대한다.

[데스크 칼럼] 6·13 지방선거 후보자들! 문화에도 관심을

연초부터 6ㆍ13 지방선거 때문에 지역이 어수선하다.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는 물론 기초자치단체들도 차기 단체장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장 후보자들은 이미 물밑에서 이름 알리기 등에 나서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승패는 얼마나 민심을 읽느냐가 관건이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들은 어떻게 해서든 시민들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후보자 자신을 어떻게 알릴지에 대한 고민 등 선거 전략 수립이 그만큼 중요하다. 최근의 선거 공약 추세를 보면 복지 쪽이 대세다. 무상 복지 시리즈 등을 내세워 재미를 본 정치인들이 많다. 그래서일까 어느 순간부터 복지 공약 전략이 중요해졌고, 너도나도 자신만의 복지 분야 공약 수립에 공을 들인다. 자신들의 치적으로 삼을 만한 대형 개발 프로젝트 관련 공약도 빠지지 않는 내용이다. 지역의 풀리지 않는 현안 해결사로 나서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공약 속에 문화 분야 관심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도 경기도지사 후보자들의 공약집을 살펴본 적이 있다. 여ㆍ야를 떠나 문화 분야에 대한 공약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문화 분야는 선거 때만 되면 찬밥신세가 되기 일쑤다. 이번 6ㆍ13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도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문화 분야는 소외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단 행정기관, 지방의회에서 문화 분야 관심이 떨어졌다. 일례로 경기도가 몇 년 전부터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며 준비했던 경기 정명 천년 사업 예산이 반 토막 났다. 2018년 경기 정명 천년을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경기도는 물론이고 경기도의회에서도 천년 관련 사업 자체에 시큰둥한 분위기가 반영됐다. 이와 관련, 설원기 경기문화재단 대표는 경기천년 기념사업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시작도 하기 전에 김이 빠진 형국이 됐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쓸 수 있는 예산은 한정돼 있다. 그래서 우선순위가 매겨진다. 그 우선순위를 정할 때 단체장의 역할과 의지가 중요하다. 어디에 관심이 많으냐에 따라 우선순위가 뒤바뀐다. 도시개발, 교통에 관심을 두느냐, 복지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민선 단체장의 4년 동안 지자체 사업 순위가 결정된다. 건설, 교통, 복지 등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분야는 없다. 종합 행정을 하는 지자체들이 모두 신경 써야 할 부분이지만 유독 문화 분야는 정치인들의 관심 밖이라는 점이 아쉽다. 그 생각 밑에는 표가 안된다는 인식과 문화 시설 등에 투자할 경우 전시 행정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던 통상적인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과거 대형 문화 고증사업을 추진한다거나 수십억원을 들려 중요 유물을 구입하는 일, 수천억원이 드는 전용 공연장을 건립하려면 호화, 예산낭비라는 비난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시민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어떻게 설득하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지지를 받기도 하고 욕을 먹기도 한다. 그만한 가치가 있고 명분이 있을 때 사업은 빛을 발하고 꼭 필요한 사업이 된다. 시민들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세대와 세대 사람과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것 또한 문화다. 경기도민으로서 공통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것, 31개 경기지역 지자체 주민들이 각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 또한 문화다. 올해 6ㆍ13 지방선거에서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문화 관련 공약이 발표되고, 보다 많은 문화 자치단체장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이선호 문화부장

[데스크 칼럼] 지방분권 개헌은 국민의 염원

무술년(戊戌年) 정가의 화두는 개헌이다. 오는 6월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 우리 손으로 뽑은 현직 대통령을 탄핵한 참담함이 더 큰 이유다. 더 이상 대통령제하의 무소불위 권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의 뜻이다. 지방 시각에서의 개헌은 지방분권 개헌이다. 대통령 임기를 결정하는 권력구조 개편인 개헌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는 지방분권, 자치분권, 재정분권이 전제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장 63명이 지난 2일 “지방분권 개헌하라”며 대국민 공동 신년사를 발표했다. 자치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 신년사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원시 등 전국 지자체마다 자치분권협의회를 발족,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자치분권 공감대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자치단체장의 바람은 권력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지방이 균형 있게 발전, 상생하는 것이다. 비단 단체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뜻도 같다. 언론의 신년 여론조사에도 ‘개헌 시기’ 의견이 팽배했지만 ‘개헌’ 그 자체에서는 찬성 응답이 우세했다. 또 응답자 다수가 바람직한 정부형태로 5년 단임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보다 4년 중임제를 선호했다.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를 찬성하는 응답도 있었지만 결국 개헌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어떤가. 지난해 말 여야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활동시한을 오는 6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만나 한국당이 개헌특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합의했다. 개헌에는 뜻을 같이 하지만 개헌안 마련 시기가 여전히 쟁점이다.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국당은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 대치로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양당 간의 틈새를 좁히지 못할 경우 2월 중 국회 개헌안 마련도 물 건너가게 된다. 결국, 절차상 이번 선거에서 개헌이 어렵게 된다. 여기에 부정적인 시각도 상당수다. 지방분권 국가로 운영한 적이 없는 우리나라가 성공할 수 있느냐며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되묻는다. 또 지방분권이 되면 관(官) 주도 정책 결정 및 그에 따른 공직자 비리, 지방의원들의 이권 행사 등을 시기상조의 이유로 꼽는다. 결국, 지방분권이 토착 세력을 위한 세상만 만들 뿐이라는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우리 국민의 시민의식은 이미 세계 선진국도 놀란 수준이다. 지난 촛불집회 때 국민의 역량을 세계에 충분히 보여줬다. 정치권은 지역논리, 당리당략에 매몰되지 말고 지방분권을 전제로 한 개헌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지방자치 20여 년을 지나면서 이미 지방행정의 수준은 중앙정부의 울타리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언제까지 지방정부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는가. 여야가 지방분권 수준과 추진방법 등 쟁점이 되는 사안마다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지방분권 개헌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물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개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고 정부의 개헌 의지가 결합한 지금이 지방분권 개헌의 최적기, 골든타임이다. 김창학 정치부장

[데스크 칼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학창시절에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를 물으면 주저 없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고 말합니다. 하루에 버스라곤 고작 네 번 지나는 시골서 살다 서울로 전학해 오니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에 놀랐습니다. 시장에 갔는데 간고등어 외에 생선 종류가 너무나 많아 또 놀랐습니다. 그리고 어마 무시한 영화 상영관의 화면 크기에 놀랐습니다. 학교 단체 관람차 간 서대문극장서 본 영화가 마가렛 미첼의 소설로 읽었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였습니다. 동시 상영관에서 중국 소림사를 주제로 한 영화나 미 서부극, 얄개 시리즈에 익숙한 여중생에게 실제 같은 음향과 화려한 색깔의 의상, 압도할만한 화면은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었습니다.그건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익숙한 지금 청소년들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특히 깜찍하고 도발적인 여주인공 비비안 리도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잘생기고 남자다운 클라크 게이블도 선망의 대상이었기에 감동은 더했습니다. 하지만, 가슴과 머리에 동시에 남은 것은 오늘 아무리 고달파도 내일은 또 다른 날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강한 메시지였습니다.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마지막 대사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는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스칼렛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로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라고 번역되면서 명대사로 기록됐습니다. 올 한해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사고도 잦았고, 천재지변도 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올 1년이 10년 같았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얼마나 하루가 길었으면 10년 같다 했을까요. 그런데 어느새 1년이 후딱 지나갔다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살다 보면 하루가 1년 같은 날이 있고, 1년이 지났는데도 하루를 산 거 같이 아쉬운 날도 있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니 저도 올 한 해는 좀 길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단한 날이 많았다는 뜻이지요. 비단 저만의 모습은 아닐 겁니다. 취준생의 하루도 그럴 것이고, 육아로 지친 나머지 ‘내 아이는 언제 크나’라며 지켜보는 맞벌이 주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내년 시급이 오르면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은 밝아지겠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소상공인은 벌써부터 한숨만 난다고 하소연합니다. 금리가 오르고, 내년 더 오를 거라는 예고에 이자로 생활하는 사람들이야 입가에 미소가 번지겠지만, 은행 빚 얻어 어렵게 집 장만한 가장들은 학비에 이자 걱정까지 잠 못 드는 날이 늘어납니다. 1천4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우리 경제의 ‘뇌관’입니다. 국가가 나서 가계 빚을 줄이겠다고 각종 정책을 쏟아내지만, 생계 걱정에 보험마저 깨야 하는 소시민에게는 먼 나라 얘기입니다. 주택자금 대출받아 생활비로 쓴다는 가정이 느는데 가계 빚이 줄을 리 없습니다. 10년 전이나, 5년 전이나, 내년도 경제가 좋아질 거라는 전망은 없습니다. 그래도 잘 버텨온 한 해를 뒤로하며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대사를 떠올려 봅니다. 힘차게 떠오르는 해의 기운을 받아 내년에는 하는 일마다 잘 됐으면 합니다. 일자리가 늘고 월급이 오르면 사고 싶은 것도 다 살 테니 경제도 살아나겠죠. 정동진부터 부산 태종대와 제주의 성산일출봉까지 해맞이 명소들은 많지만, 꼭 멀리 갈 필요는 없습니다. 고양 행주산성도 그렇고 성남 판교공원 마당바위나 수원 광교산, 팔달산도 해를 보며 희망을 품기에는 충분해 보입니다. 내년은 분명히 좋은 일이 많아질 거라 소원해 봅니다. 올 한해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박정임 지역사회부장

[데스크 칼럼] ‘갈길 먼’ 통합 체육단체 2년

통합 경기도체육회가 통합 2주년을 맞이한다. 2015년 12월29일 ‘새로운 시작, 하나된 체육’을 기치로 전국 17개 시ㆍ도 가운데 3번째로 통합돼 거대 체육단체로 탄생한 통합 경기도체육회는 외형상 ‘연착륙’(軟着陸)을 이룬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하지만 정부 정책에 따라 밀어붙이기식으로 이뤄진 체육단체의 통합은 ‘물리적 통합’만 이뤄냈을 뿐, 두 단체가 완전한 통합을 이뤄 체육 발전의 공통 분모를 가지고 시너지 효과를 내는 ‘화학적 통합’은 이루지 못했다. 대한민국 체육을 앞장서 이끈다는 자부심이 충만한 경기도 체육 역시 화학적인 통합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 체육인들의 중론이다. 경기도 체육은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간의 통합 과정에서 ‘선(先) 도체육회 통합, 후(後) 경기단체 및 시ㆍ군체육회 통합’의 명제에 따라 통합 경기도체육회가 먼저 출범하고, 이후 1년여의 긴 시간 동안 종목 경기단체들이 통합을 이뤄냈다.이 과정에서 시ㆍ군체육회와 도의 일부 종목단체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통합을 이룬 반면, 일부 단체는 상당한 통합 진통을 겪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심한 산통(産痛)을 겪으며 통합된 종목단체 중 몇몇은 아직도 통합 임원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 등으로 지루한 법정 싸움을 하느라 단체가 양분돼 있기도 하다. 또한 통합 단체들 중에는 전문체육인과 생활체육인 사이 갈등의 미봉합으로 인해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는 단체도 상당수에 달한다. 통합 추진과정에서 우려됐던 여러가지 문제들이 현실화되고 갈등이 심화되면서 통합 목적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두 체육단체를 통합하는 목적은 이원화된 체육단체 업무를 일원화시켜 선진국형 선순환 구조의 체육 발전을 이루려 함이었다. 경기도 역시 생활체육의 활성화를 통한 전문체육의 발전과 전문체육을 통한 생활체육 진흥을 목표로 통합 체육회를 출범시켰다.그러나, 통합 2주년을 앞둔 경기도 체육은 조직의 거대화 속에 내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주체들 간의 밥그릇 싸움 또는 권력 암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체육계에서는 체육단체의 통합으로 인한 발전은커녕 오히려 경기도 체육이 퇴보했다는 자조적(自嘲的)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체육단체의 통합이 모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은 것 만은 아니다. 일부 종목단체들 중에는 당초 통합의 취지대로 양 분야 관계자들이 슬기롭게 조화를 이뤄 경기도체육회가 표방하는 ‘전문체육의 생활화’와 ‘생활체육의 전문화’를 이뤄내고 있기도 하다. 통합 2주년을 앞둔 경기도체육이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게 느껴지고 있고 화학적 통합 또한 요원하다. 이는 태동 단계부터 화학적 통합보다는 물리적인 통합에 방점을 두고 성급하게 밀어붙인 결과 탓이다. 이제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차피 가야 할 통합의 길이라면 기득권을 내려놓고 다시 한번 올바로 가야하는 길의 퍼즐 조각을 맞춰야 한다. 그 작업은 체육인 스스로 이뤄내야 할 몫이고, 감내해야 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갈 길이 바쁘다고 해서 또다시 ‘바늘 허리에 실 매어 사용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데스크 칼럼] 2017 청년 농부 공감 토크콘서트

냉기가 제법 살갗을 애인 지난 6일, 청년 농부들이 안산을 찾았다. 미래 경기 농업의 주인공들로 농업 농촌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날 농업 최일선에서 자신들이 겪었던 애환을 솔직 담백하게 털어놨다. 또 농업의 무한가치에 반해 사회적 관심 부족을 따끔하게 지적했다. 청년 농부들의 이야기가 오간 ‘2017 청년 농부 공감 토크 콘서트’ 현장이다. ‘청년과 농부’란 단어를 생각하면 답답하다. 미래세대의 주인공으로, 또 미래산업의 주역인 이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탓일까? 청년부터 보자. 지금의 청년들은 장래 목표를 찾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을 찾지 못한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이는 청년 지수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률은 61.3%로 1년 전 61.1%보다 0.2% 상승했지만, 청년 고용률은 1년 전 42.4%에서 42.2%로 역행했다. 실업률 추이도 마찬가지다. 10월 실업률은 3.2%로 1년 전보다 0.2% 줄어든대 반해 청년 실업률은 8.6%로 0.1% 되레 상승했다. 10월 기준으로 18년 만에 가장 높았다. 게다가 체감실업률은 무려 21.7%에 육박, 청년 5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다. 이들의 아픔은 결국 ‘불행복’으로 이어졌다. 재단법인 행복세상의 ‘국민 행복도’를 보면 20대 청년층의 경우 52.3%가 행복하다고 응답, 6년 전 조사 때 66.2%보다 13.9%p 줄었다. 이 조사에서 눈여겨 불만 한 것은 소득과 행복이 비례했다는 점이다. 청년들의 문제는 이뿐 아니다. 통계청이 올 3분기 1인 가구 평균 소득을 따져보니 1년 전보다 6만 1천 원 줄어든 167만 8천으로 나타났다. 주된 원인이 노령층 증가도 있지만, 취업난으로 혼자 사는 20~30대 청년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한국노동연구원이 OECD 장기실업자를 조사한 결과, 올 들어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가 월평균 14만 4천여 명이었는데 이 중 청년층이 무려 43.6%를 차지했다. 반면 OECD 회원국 평균은 29.5%였다. 농부(농업ㆍ농촌)로 들어가 보자. 지난해 기준 경기도 농가호수는 12만 2천여 가구, 농가인구는 32만 5천여 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농가의 소득은 4천97만 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겉으로 보아 그럴듯한 액수다. 하지만, 실상은 녹록지가 않다. 농업인들이 농사를 통해 벌어들인 소득이 1천만 원 미만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3천여만 원이 농외소득으로 결국 농사가 생활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농협이 주도하고 있는 농가 5천만 원 소득시대 행보 또한 이런 농촌 농부의 아픔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희망은 엿보인다. 지난해 전국의 귀농과 귀촌 가구는 각각 1만 2천875가구, 32만 2천508가구로 전년도보다 916가구, 5천99가구 늘었다. 이 중 20~30대 청년 귀촌 자는 무려 44.5%를 차지할 만큼 높았다. 또 최근 농촌진흥청이 조사한 귀농 귀촌 실태를 보면, 20~30대 귀농 귀촌 인은 중노년층과 달리 농촌정착에 어려움이 있어도 농촌 정착을 재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농촌에 정착하려는 청년들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청년 농부 콘서트는 미래농업의 희망 소리다. 농촌을 찾고 또 농업을 이야기하는 청년들에게 용기와 격려가 필요하다. 이날 남경필 도지사의 청년 농부 콘서트 방문이 경기 농업사의 한 획으로 남길 기대해 본다. 김동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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