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국가 안보시스템의 해이를 질타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군기밀이 해킹당했다. 합참 의장이 천안함 사건을 보고받은 게 폭발 침몰한 지 무려 45분이 지나서다. DMZ의 총기 사고가 잦다. 링스헬기가 자꾸 추락한다. F15 전투기가 잇따라 곤두박질친다. 이만이 아니다. 땅과 바다와 하늘에서 구멍 뚫린 안보 태세의 누수 증후군 증세가 심한 지 오래다. 나사가 느슨하다. 큰 나사, 작은 나사 할 것 없이 하나같이 풀렸거나 빠졌다. 빠진 나사는 다시 끼우고 풀린 나사는 조여야 한다.
인민군이 의정부에 쳐들어오는데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용맹무쌍한 우리 국군이 적을 반격 중”이라고 보고했다. 이래서 나온 것이 대통령의 ‘서울 사수’ 방송이었다. 6·25 때 일로, 당시 국방부 장관은 신성모였으며 대통령은 이승만이다.
그러나 서울이 인민군 탱크에 짓밟힌 게 그로부터 불과 10여시간 만이다. 피란민들이 한강 다리가 끊긴 줄 모르고 건너다가 뒤에서 밀어대는 인파에 밀려 한강에 빠져 죽은 서울 시민이 많았던 게 그 같은 엉터리방송 때문이었다.
안보 해이는 6·25 악몽을 떠오르게 한다. 이를 질타하는 것엔 지나침이 없다. 그러나 노무현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 덴 할 말이 있다. 얼마 전 민주당은 “국가 안보가 총체적 부실”이라며 정부를 공격했다. 하지만 국가 안보의 총체적 부실을 가져온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2004년 국방백서에서 북측에 대한 주적 개념을 삭제한 것이 노무현 정권이다. 북을 주적으로 보는 것은 반민족 행위처럼 사갈시했다. 군 내부의 기강이 느슨해진 것이 이 무렵부터다.
전력 증강 또한 북의 위협에 대비하는 실전용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미래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한다며 ‘대양해군’ ‘항공우주군’을 강조했다. 그러나 위상을 높인 건 말뿐이다. 링스 헬기나 F15 전투기가 자꾸 추락하고, 북의 잠수함이 남쪽 바닷속을 안방처럼 드나드는 원인이 그 같은 말잔치에 기인된다.
“서울을 불바다로 만든다”는 것은 이미 수년 전 북녘 사람이 한 말이다. 협박은 근래에도 끊이지 않는다. “본때를 보여주겠다”고도 하고 “결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도 한다. “우리 군대의 엄숙한 경고를 무심히 대하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심지어는 DMZ의 평화적 이용을 두고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민간인 살상 위협을 노골적으로 했다.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문제인지, 철저히 찾아내 바로잡아야 할 때다”라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다. 대통령은 지난 19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라디오 인터넷 연설을 통해 천안함 희생자를 추도하면서 그같이 말했다. 희생된 부사관과 병사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면서는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국군 통수권자로서 참담한 심경을 금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위기관리 능력의 총체적 부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이젠 그런 걸 따지기보단, 대통령 말대로 부족한 문제점을 찾아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노무현 정권의 대북 태세 해이는 지나간 일이다. 더는 탓해 봤자 소용이 없다. 아울러 노무현 사람들 또한 국가 안보를 정쟁 수단으로 삼지 않는 절제가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그 눈물은 국민의 눈물이다. 국민의 눈물엔 여야도, 지역정서도, 사회계층도 있을 수 없다. 희생된 우리의 젊은이들은 국민과 국방의 간성이다.
위기관리체제의 개선은 국방력, 즉 전투력 보강이 전제되긴 하지만, 뭣보다 군기 확립이 시급하다. 군대다운 군대의 기풍이 군기다. 군기는 군의 사기와 직결돼 군기가 선 군대일수록 군의 사기 역시 높다. 강군은 무기가 강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정신무장이 완벽히 된 군대가 강한 군대다.
집 울타리가 시원찮으면 도둑 들기가 쉬운 건 나라 또한 다를 바 없다. 국방 태세 증강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다. 저들은 핵무기까지 보유하고 있다. 더는 북이 도발 행위를 자행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틈새를 드러내지 않아야 된다. 국가 안보에 심각한 경각심을 일깨운 것이 천안함 사태의 소중한 교훈이다. /임양은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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