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만평] 새삼스러울 게 없는...

[사설] ‘철도 복지 경기도’의 시작은 GTX-C 착공이다

경기도내 12개 철도 노선이 궤도에 올랐다. 제2차 도시 철도망 구축 계획 반영이다. 12일 국토부가 최종 승인·고시한 청사진이다. 1차 계획에서 밀렸던 6개 노선과 함께 신규 6개 노선이 반영됐다. 총연장 104.48㎞에 총사업비는 7조2천725억원이다. 김포·광주·용인·고양·시흥·성남·수원 등이 혜택 지역이다. 경기도 도시 철도 건설의 중장기 청사진이 본격 가동될 것으로 경기도는 설명했다.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와 다른 ‘철도 고통(苦痛)’이 있다.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는 GTX-C 노선이다. 민간투자(BTO) 방식으로 컨소시엄 주간사는 현대건설이다. 지난해 1월25일 의정부에서 착공식까지 열었다. ‘2023년 착공, 2028년 완공’ 일정도 공표했다. 그래 놓고 2년 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이런저런 분석은 많지만 문제의 출발은 돈이다. 민간은 ‘공사비 급등’에, 국토부는 ‘중재안 도출’에, 기재부는 ‘형평성 부담’에 막혀 있다. 의정부시민들이 참지 못하고 일어섰다. 4일 ‘GTX-C 조속 착공 시민 결의대회’를 했다. 시민들이 “정부가 조속히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 마련, 정책 신뢰 회복을 위한 즉각 착공, 출퇴근 고통 해소를 통한 저녁이 있는 삶 보장, 개통 시기 단축을 위한 최우선 추진 등의 시민 요구를 채택했다. 이게 어찌 의정부시민만의 요구 사항이겠는가. GTX-C를 향한 경기 북부 전체의 갈망일 것이다. 또 다른 형태의 부작용도 감지된다. 10월 회천중앙역 파라곤 특별공급 청약이 있었다. 544가구 모집에 42명만 지원했다. 1순위 청약에서는 803가구 모집에 134명 신청했다. 2순위 청약에서도 청약률은 7.6%였다. 라피아노 스위첸 양주 옥정도 미분양으로 3억원대 가격 할인까지 제시하고 있다. 지웰 엘리움 양주덕계역도 1천319가구 모집에 156명만 신청했다. GTX-C 지연이 부동산 시장까지도 얼어붙게 했다. 사업시행자는 급등한 물가를 반영한 계약을 원한다. 국토부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어느 정도 수긍한다. 기재부는 ‘규정도 없고 형평도 안 맞는다’며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이견이 오가면서 2년을 허송했다. 최근에는 재정 사업으로의 전환 얘기도 흘러나온다. 물론 이것도 책임 있게 나온 얘기는 아니다. 이쯤 되면 ‘지연된 일정’이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부작위’, 이게 바로 복지부동의 전형이다. 철도 노선 12개가 입안(立案)됐다. 중요하다. 착공식 끝낸 철도 노선이 멈춰 있다. 더 중요하다. ‘철도 복지’ 경기도의 출발은 GTX-C 노선 착공이다.

[사설] 청소년 ‘스마트폰 과의존’... 제도적 장치 도입해야

스마트폰은 2007년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효시다. 이후 전 세계 사람들 일상을 쥐락펴락한다. 이제는 과의존증이 문제다. 현저성이라는 전문용어까지 생겨났다. 스마트폰 이용이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는 것을 말한다. 조절 실패도 있다. 스마트폰 이용에 대한 자율적 조절능력 상실 상태다. 인천시가 청소년 1천5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봤다. 잠재적 위험군과 고위험군을 더한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이 28.7%로 나왔다. 10명 중 3명꼴이다. 잠재적 위험군이 402명, 고위험군이 43명이었다. 과의존 위험군은 일반 사용자군에 비해 정서적으로 불안했다. 일반 사용자군의 자존감은 12.8점이었다. 그러나 잠재적 위험군은 11.2점, 고위험군은 10.3점으로 낮았다. ‘다른 사람 의견을 귀 기울여 듣는다’도 일반사용자군 10.1점, 잠재적 위험군 9.4점, 고위험군 9.3점이었다.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한다’ 질문은 사회적 고립도 조사다. 고위험군이 11.5점으로 가장 높았고 잠재적 위험군 10.6점이었다. 반면 일반 사용자군은 9.7점이었다. ‘화가 나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자기통제력 조사다. 일반 사용자군은 16.1점으로 순간 만족과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높았다. 그러나 잠재점 위험군과 고위험군은 각각 13.9점, 12.5점으로 자율적 조절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1천551명 중 1천65명이 평소에 게임을 한다고 답했다. 이 중 97명(9.1%)은 게임 중독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위험군 중 23.7%는 온라인 범죄에도 노출돼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채팅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성관계를 제안받거나 원치 않은 사람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연락을 받는 등이다. 평소 게임을 하는 청소년들 중에서는 ‘돈 내기 게임을 한 적이 있다’는 답변도 적지 않았다. 인천 청소년만이 아니다. 정부 최근 조사에서 10대 청소년 43%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왔다. 관련 범죄·사건도 잇따른다. 이달 초 경남 창원시 한 모텔에서 20대 1명과 10대 3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 역시 SNS가 연결 고리였다. 호주는 최근 16세 미만 청소년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의 시행에 들어갔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주요 플랫폼이 규제 대상이다. 뉴질랜드와 덴마크도 미성년자의 SNS 접근을 막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 한다. 과의존 예방 교육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청소년을 지킬 법적 제도적 장치, 우리도 늦출 수 없다.

[지지대] 손흥민과 살라

“1992년생, 월드클래스, EPL 득점왕....”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캡틴’ 손흥민과 ‘이집트 왕’ 살라의 이야기에는 이처럼 공통 분모가 많다. 그런데 영국 생활의 마지막 서사는 극명하게 갈린다. 한 명은 영원한 팀의 레전드로 남았지만 다른 한 명은 극심한 에이징 커브를 이겨내지 못하고 팀을 와해시키는 주범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스토리는 이랬다.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차고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꺾고 우승, 토트넘에 41년 만에 유럽대항전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정확히 10년을 보냈다. 공식전 454경기, 173골, 101도움. 수치만으로도 전설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유로파리그 우승 뒤 새로운 도전을 택하고 미국으로 향했다. 박수받을 때 떠났고 모두가 그리워했다. 살라는 2017년 리버풀에 합류한 뒤 420경기, 250골, 116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EPL 득점왕 3회, 리그·UCL 우승 등 숱한 업적을 남기는 등 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시즌에도 34골, 23도움이라는 엄청난 기록으로 리버풀의 리그 정상 탈환에 기여했고 구단은 그에게 역대 최고 대우의 2년 재계약을 안겼다. 이 선택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올해 살라는 경기력 저하와 이기적인 플레이로 도마에 오르다가 세 경기 연속 선발 제외의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비슷한 시기에 손흥민은 토트넘 구장에서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성대한 작별식을 한 반면 살라는 공개석상에서 팀과 감독을 저격했다. 그리고 여론마저 그에게 등을 돌렸다. 참 다른 결말을 마주한 동갑내기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떠날 때와 남을 때를 알아야 레전드로 오래도록 사랑받는다. 내년에 치러지는 6·3 지방선거에서 박수받을 때 떠날 줄 아는 낭만 가득한 정치인은 누가 될까. 정치권의 손흥민과 살라도 다른 결말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문화산책] 캐럴, 지리·기후 반영된 전통음악

세계 어느 지역이든 그 지역만의 전통 음악에는 문화가 녹아 있다. 지난번 연재에서 소개해 드린 스페인 플라멩코에도 당연히 이베리아반도 사람들만의 문화가 담겨 있으며 우리가 플라멩코를 표현할 때 ‘낭만과 정열’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이 단어들은 스페인 사람들의 정서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지중해 특유의 기후 역시 담겨 있다. 우리가 러시아 전통 음악을 연상한다면 왠지 시베리아까지는 아니더라도 혹독한 추위와 장엄한 설원, 그리고 남성 합창 등을 떠올리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북반구를 기준으로 음악이 기후와 지리를 잘 반영하다 보니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전통 음악 중에는 음산하기 이를 데 없는 북유럽 음악과 전통 문화도 있다. 한 예로 북유럽 설화나 민담에서는 매우 무서운 초자연적 존재들이 등장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민화에 등장하는 도깨비만 해도 사람들과 좀 친숙한 편이다. 계절의 변화에 민감한 건지 변덕도 심하고 기분이 좋으면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도 하며 착한 일을 한 사람에게는 금은보화도 종종 선사하는 초자연적 존재다. 하지만 북구 민화 속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초지일관 사람을 잔인하게 잡아먹을 뿐이다. 북유럽 사람들이 겨울을 반영해 상상하고 창작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북구 설화나 민담에 담은 교훈은 간단하다. 북구 사람들에게 한겨울 어두운 밤에 바깥으로 나가는 행위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짓이라는 경고의 의미다. 북유럽 사람들은 집 밖에 나가는 일 또는 혹독한 자연의 무서움을 알리기 위해 민담이나 설화에 무서운 초자연적 존재를 설정했다. 재미있는 부분은 민담 속에 등장하는 괴물은 사람이 문을 열어놓지 않는 이상 절대로 먼저 집 안에 들어올 수 없다는 설정이다. 집 안은 안전한 곳, 그리고 따뜻하고 가족이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이들의 음악을 들어보면 민요조차 차갑다 못해 음산하기도 하지만 가족과 집을 주제로 할 경우 일반 민요나 그 어느 지역 전통 음악보다도 훨씬 따스하고 정겹다. 그리고 그 결정판이 바로 연말연시에 함께 듣고 부르는 캐럴이다. 북유럽에서는 언어마다 표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북유럽 언어권에서는 성탄절을 ‘율(Joul)’, 캐럴을 ‘율송(Joulsong)’이라 부른다. 이 북유럽 사람들조차 캐럴 속 겨울은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아름다운 사랑의 연말연시로 묘사한다. 캐럴 또는 율송은 종교를 떠나 가족과 이웃, 그리고 한 해 동안 수고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시하는 연말연시 한정 특별 전통 음악이다. 북반구로 한정한다면 캐럴이 겨울, 연말연시 등을 상징하는 노래이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캐럴이 기후에 영향을 받는 전통 음악 중 예외라는 사실도 잊지 말자. 캐럴이 흐르는 연말연시는 남반구 사람들에게는 한여름이다. 또 북반구이면서도 낭만과 정열의 나라이자 플라멩코를 즐기는 스페인에서는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 대부분이 지중해성 기후라 1년 내내 눈을 볼 수 없지만 카탈루냐 캐럴 ‘성모의 아들’처럼 교회 음악과 겨울 분위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노래도 있다. 올해는 종교와는 무관하게 우리네 마음을 좀 더 따스하게 나눌 수 있도록 세계 곳곳에 세계 각지의 다양한 캐럴이 좀 더 많이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기고] 장애인 교원 의무고용 개선돼야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공무원 정원의 3.8% 이상을 장애인으로 의무 고용해야 하며 이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고용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다른 공무원 직군과 달리 교원은 임용제도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의무고용률을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실제로 2024년 경기도교육청 장애인 교원 고용률은 1.34%이고 장애인 응시율은 46.3%에 불과한데 이마저 합격률은 14.5%에 그쳐 장애인 교원 채용이 쉽지 않다는 교육 현실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2025 경기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밝혀졌듯이 문제 해결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경기도교육감의 적극적인 대응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제도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논의 대신 부담금 납부에만 의존하며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민선 5기 임태희 교육감 취임 이후 경기도교육청은 의무고용 미달로 인해 약 1천200억원의 부담금을 납부해 왔다. 2023년 부담금 감면 특례가 종료된 이후 2023년 149억원, 2024년 324억원, 2025년 356억원 등 이미 800억원을 납부했고 내년에 420억원을 또 납부해야 한다. 2026년도 경기도교육청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규모는 전년 대비 1조1천518억원 감소해 교육재정에 막대한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학생과 학교를 위해 쓰여야 할 필요 재원이 ‘과태료’ 성격의 부담금으로 계속 빠져나가는 모순된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이제는 임 교육감이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법과 제도의 한계를 이유로 소극적 태도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경기교육의 수장으로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 현실을 반영한 장애인 의무고용 기준의 필요성을 중앙정부와 국회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부담금 발생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임 교육감에게 주어진 핵심 역할이자 남은 임기 동안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교육재정과 장애인 고용이 함께 개선될 수 있도록 교육감의 책임 있는 결단과 경기도교육청의 전사적인 대응이 뒷받침되기를 기대하는 바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의 시시각각] 소수 의견 존중, 민주주의의 최소 안전장치

필리버스터의 어원을 살펴보면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필리버스터는 16세기에서 17세기에 걸쳐 카리브해 일대에서 활동하던 해적 혹은 약탈자를 가리키는 스페인어 ‘필리부스테로(filibustero)’에서 유래했다.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 행위를 이러한 약탈 행위나 해적 행위에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소수 의견이라도 배제하지 않고 제도에 반영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만약 소수 의견이 반영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소수 정당들이 이에 저항하는 것은 오히려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소수의 목소리가 무시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이러한 이유로 국회 내에서의 필리버스터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12월10일 국회에서는 필리버스터를 둘러싼 논란이 발생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필리버스터 발언을 중단시킨 것이다. 공식적인 사유는 두 가지였다. ▲나 의원의 발언 내용이 필리버스터 대상 법안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점 ▲ 무단으로 사적인 마이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법리적으로 검토하면 이러한 사유가 존재할 경우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를 제지할 수는 있다. 실제로 국회법 제102조는 ‘의제와 관계없는 발언이나 허가받은 발언의 성질과 다른 발언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언의 내용이 상정된 의안과 관련이 있는지는 의장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표면적으로는 의제와 무관해 보이더라도 간접적이거나 포괄적 차원에서는 관련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국회의장 단독의 판단만으로 특정 의원의 발언 적절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과거 사례를 봐도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발언을 중단시킨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2016년 테러방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총선에서 야당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을 당시에는 이러한 행위가 모두 허용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마이크를 끄고 발언을 제지했으니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현재 국민의힘은 분명 소수 정당이지만 동시에 제1야당이다. 제1야당은 여권의 주요 국정 운영 파트너이고 동시에 이들의 목소리는 소수 의견이기에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든 우 의장은 나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중단시켜서는 안 됐다. 우 의장의 이번 조치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가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정치적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과거 비상계엄 정국에서 존재감을 보였던 우 의장이 시간이 흐르며 점차 주목을 덜 받게 되자 자신의 정치적 위치를 부각시키기 위해 이처럼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러한 해석은 어디까지나 일각의 주장일 뿐 그것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만큼 드문 선례였기에 이런 해석이 등장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 의장의 필리버스터 중단 조치 외에도 주목해야 할 사안은 또 있다. 현재 민주당은 이른바 '필리버스터 제한법'을 추진 중인데 이 법안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연설자를 국회의장이 지정하고 해당 정당 의원의 5분의 1 이상이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으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자주 필리버스터를 시도하면서도 정작 연설하는 의원 외에는 대부분 본회의장을 이석한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법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서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국민의힘이 빈번히 필리버스터를 시도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반대하는 법안을 민주당이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는 데 맞설 수 있는 수단이 필리버스터밖에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현재 여권은 입법권과 행정권 모두를 장악하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만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다.

[인천시론] 장애인거주시설의 반인권 행위

2012년 10월24일, 인천에서는 세계장애인대회가 열렸다. 당시 필자는 2012 아시아장애인포럼(APDF) 한국조직위원회 콘퍼런스단 단장을 맡아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을 지적한바 있다. 중점적으로 제안한 것은 대회에서 도출된 결과물들이 유엔의 주요 협약인 장애인권리협약(CRPD)과 연계성을 가지고 실효성이 담보돼 작용하기 위해서 당시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주목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점 파악과 대안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50개 조항의 평등, 비차별의 원칙을 담아 2006년 제정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협약 가입 국가들이 이행 상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세계장애인대회를 앞두고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원주 귀래 사랑의집 사건이 발생했다. 사랑의집 사건은 장애인 거주시설을 운영하면서 장애인의 탈주에 대비해 팔꿈치부터 팔목까지 문신으로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새기고 후원금 착복, 폭행, 사망자 냉동고 방치 등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진, 대표적인 장애인 거주시설 반인권 사건이었다. 당시 장애계는 세계장애인대회에 즈음해 시설 수용 정책이 가지는 한계와 반인권적인 측면, 시설정책의 고수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이 담고 있는 탈시설 자립생활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는 것 등을 정부 당국이 수용해 협약의 실질적인 이행과 각국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길 바라는 기대를 안고 콘퍼런스에서 사례로 드러내며 공론화했다. 그러나 세계장애인대회 이후 각국 정부의 능동적인 변화와 이행과는 달리 우리 정부와 관련 자원들은 탈시설정책에 미온적이었으며 반인권 행위 재발 방지에 대한 대책도 소극적이었다. 불행한 상황이 발생하면 피해자 분리조치와 피해 복구의 원칙,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수사)와 처벌의 원칙, 관련 자원의 사과 및 사안별 재발방지 대책의 수립의 원칙 등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으며 이런 와중에 사랑의 집 가해자는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임에도 3년6개월 징역형이라는 가벼운 처벌을 받는 데 그쳤고 적반하장식으로 SNS와 각종 매체에 자신의 무고를 주장하는 뻔뻔한 행위를 일삼았다. 이러한 일들의 반복, 연장선으로 인천지역에서는 연수구 장애인거주시설 학대사건, 영흥도 장애인거주시설 사망사건 등이 이어졌으며 최근 강화도의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반인권행위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장애인들이 시설에서 차별받고, 폭력을 당하고, 죽어야 이러한 일들이 멈출까? 우리가 주목하고 경계해야 할 점은 인권의 원칙에 위배되는 가치전도와 무관심, 이를 방지하는 사회적 안전망의 미비가 바로 반인권적 패륜 범죄행위의 재발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지켜낸 민주주의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잊혀질 만하면 언론에 의해 알려지게 되고 마지못해 떠밀리듯 대응하는 공공 부문과 관련 단체들의 반복적 대처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현재 강화를 포함한 인천 지역은 장애인 거주시설 전수조사 중이다. 조사원 교육을 포함한 조사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채 조사가 이뤄짐에도 불구하고 부디 이 조사를 계기로 시설 내 인권보장의 향상과 탈시설 로드맵의 가속화가 이뤄지길 소망해 본다.

[천자춘추] 이민사회통합, 실효적 조치가 절실하다

필자가 일하는 경기도이민사회통합지원센터는 지원 기관이자 정책 개발 기관이도 하다. 정책 개발을 위해 매년 조사가 이뤄진다. 올 해의 조사 주제는 이주배경도민의 ‘공공서비스 이용 실태’, 곧 서비스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이 주제를 선택한 이유는 경기도가 목표로 하는 ‘모두가 환영받고 모두가 존중받는 사람중심 이민사회’의 성패가 이주민의 사회통합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공공서비스 접근성과 공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의 참여는 국제사회가 공유하는 이주민의 사회통합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다. 이주민의 일상 생활은 체류, 구직 활동, 자녀 보육과 교육, 보건·의료, 납세, 안전 등 공공 서비스 매개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번 조사는 도내에 거주하는 공공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19세 이상의 이주배경도민 및 국적취득 이주민 49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전체 이주민의 3분의 2가량은 공공서비스 이용 경험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용자의 53%가량은 ‘단독 이용’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었다. 이용자의 3분의 1가량은 서비스 이용 시 차별까지 경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점은 서비스 이용 시 조력자 의존율이 가장 높은 집단이 한국어 역량과 한국문화 이해도가 최고 수준인 영주권자와 국적취득자들이었다는 점이다. 공공서비스 이용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경험하는 집단 역시 한국에서 생활한 지 ‘5~10년’ 된 이주민들이었다. 분석 결과 한국 사회 적응과 정착의 주요 지표로 알려진 ‘한국어 역량’이나 ‘가족 동거’ 여부는 서비스 이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통념과는 다르게 거주안정성, 곧 한국어와 한국문화 습득 수준이 높은 정주 이주민일수록 서비스 장벽을 더욱 높게 체감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에 참여한 이주배경도민의 무려 93%는 한국의 공공서비스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관대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번 조사는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엄격한 요건과 역량을 갖춘 이주민들조차 여전히 사회통합의 정당한 파트너로 인정받기보다는 사회적 타자로서 주변부적 위상을 강요받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기도민으로서의 소속감과 정체감을 가지고 지속가능한 사회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기꺼이 매진할 준비가 돼 있는 다수의 이주배경도민의 사회 참여가 거부돼야 하는 어떠한 정당한 이유가 있을까. 그들이 더 이상 자신들의 역량과 열정을 낭비하지 않도록 실효적 조치의 도입이 적극적으로 모색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설] 수원FC, ‘이사(理事)’들이 축구했나

수원FC에 ‘책임의 시간’이 와 있다. 6년 만의 리그 강등에 대한 책임이다. 이사장 이하 이사진 전원이 사임했다. “구단 수뇌부는 그 어느 누구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사회부터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공식 입장이다. 결단의 취지를 존중한다. 그런데 책임의 크기는 잘 모르겠다. 적정성이 선뜻 와 닿지 않는다. 이사회에 그럴 만한 권한이 있었나.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었나. 수원FC 역사에는 명확한 구획이 있다. 2013년 이후 2020년까지다. 대체로 2부 리그 시절이다. 2016년 승격했지만 곧바로 강등됐다. K리그1 역사는 2021년부터 시작이다. 2025년까지 다섯 시즌을 연속 지켰다. 성적은 2021년 5위, 2022년 7위, 2023년 11위, 2024년 5위, 2025년 10위다. 현 최순호 단장—김은중 감독체제는 2023 시즌부터다. ‘첫해 추락 위기—이듬해 5위—셋째 해 10위 강등’이었다. 등락이 크다. 전임 김호곤 단장 체제가 이룬 성적도 있다. ‘승격-5위-7위’라는 호성적이었다. 이승우 선수의 성공적 영입도 이 시기에 있었다. 시(市)가 김호곤 단장 체제와 2022년 말 결별했다. 이 과정에서 팬들의 우려와 반대가 있었다. 수원FC 공식 서포터스인 리얼크루가 그 핵심에 있었다. 이후 성적이 좋지 않았다. 2024년 5위라는 성적은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두 시즌은 ‘강등권(잔류)-강등권(추락)’이었다. 책임론의 중심이다. 여기에 주목할 주장도 있다. 주장 이용 선수의 발언이다. “프런트부터 바뀌어야 한다.” 감독은 경기를 만들고 프런트는 판을 만든다. 선수 영입·방출·연봉, 이적 전략, 행정 지원.... 많은 업무가 프런트에 있다. 시민구단에서의 프런트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이용 선수가 ‘프런트 변화’를 꼭 집은 배경은 알 수 없다. 언론도 ‘작심 발언’이라고 평했지만 구체적 내용을 보도한 바는 없다. 하지만 중하게 듣고 토론해야 할 부분이다. 안타깝다. 2026년 K리그1 지도에서 수원은 지워졌다. 수원삼성도 1부 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팬들의 실망이 크다. 하지만 두 팀 사이에는 엄존하는 차이가 있다. 수원삼성은 기업이 주인이고, 수원FC는 시민이 주인이다. 수원삼성은 자금으로 운영되고, 수원FC는 세금으로 운영된다. 수원삼성의 책임은 기업이 묻는 것이고, 수원FC의 책임은 시민이 묻는 것이다. 그래서 수원FC의 책임이 축구와 행정에 걸쳐 있는 것이다. 이사회가 ‘구단 수뇌부 책임’을 얘기했다. 선수 대표가 ‘프런트 변화’를 언급했다. 속 시원히 말해야 하고 함께 토론해야 한다. 패배를 당당히 내 건 대화의 장(場)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2027년에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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