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염종현 도의장, ‘오직 도민’ 생각하며 협치 이뤄내야

11대 경기도의회 전반기 의장에 더불어민주당 염종현 의원(4선·부천1)이 선출됐다. 예상을 뒤엎은 이변이다. 여야 의석수가 ‘78 대 78’로 같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에서 최소 5표 이상 이탈표가 나왔다. 득표수가 같을 경우 ‘연장자를 우선한다’는 경기도의회 회의규칙에 따라 국민의힘 김규창 의원(3선·여주2)이 의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뒤집어졌다. 한 달 넘게 파행을 겪어 온 경기도의회는 9일 제362회 임시회 1차 본회의를 열어 의장 선거를 했다. 재적 의원 156명이 전원 참석, 2차까지 간 투표에서 염 의원은 83표를 얻어 71표를 받은 국민의힘 김 의원을 누르고 의장에 당선됐다. 투표 시작 전부터 내부 분열 조짐을 보였던 국민의힘은 선거 결과가 말해 주듯 민주당에 패했다. ‘연장자 우선’이라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도 내부 이탈표로 의장을 빼앗긴 국민의힘은 당분간 혼란이 예상된다. 갈등부터 봉합하고 심기일전해야 할 상황이다. 염종현 신임 도의장은 10대 전반기 민주당 대표의원을 지낸 4선 의원이다. 염 의장은 당선 소감을 통해 “대화와 타협을 통한 여야 협치로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의 성공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도의회가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의 선봉이 돼 전국 모범을 만들고 시대를 선도해 나가야 할 때”라며 “여야정 협의체의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의정 활동 지원과 의회사무처 전문성·독립성 확보를 통한 의원 역량 배가도 약속했다. 경기도의회 의장은 전국 최대 광역의회 의장으로 본회의 의사 진행·안건 상정·의회사무처 인사 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11대 전반기 도의회는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에서 의장이 선출돼 도의회 운영 주도권을 민주당이 쥘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동연 지사의 경기도정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의장 선출을 두고 파행을 거듭하던 도의회가 원구성을 마치고 이제라도 출발하게 돼 다행이다. 자리싸움에 민생을 팽개친 도의회 행태에 경기도청 공무원노조가 정상화 촉구 성명서를 냈고, 시민사회단체와 소상공인들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도민들은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민생고를 겪고 있는데 시급히 처리해야 할 추경예산 처리가 멈춰 서 분노가 컸다. 의장단 구성을 마친 경기도의회는 다시 새로운 각오로 출발해야 한다. ‘오직 민생만’ 바라보고 가야 한다. 사사건건 대립하기보다, 정쟁을 뒤로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협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도의회의 주인은 도의원을 뽑아준 도민이다. 도의회는 도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 염종현 도의장의 역할이 크다. 도의원들간 소통도 중요하고, 도의회와 도지사와의 중재 역할도 잘해야 한다. 기대하고 지켜보겠다.

[지지대] 온난화 기상이변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라고 배웠다. 그러나 지금은 아닌 듯하다. 기후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시기는 7월 중순. 이른바 장마였다. 장마만 지나면 무더위 속에 한두 차례 태풍이 지나가고 가을을 맞았다. 우리가 아는 통상적인 기상예보도 현재는 달라졌다. 올해 기상청은 지난달 27일 장마 종료를 발표했다. 이후 폭염과 열대야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했다.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것까지는 과거와 동일하다. 이후 새롭게 등장한 기상현상이 있다. 국지성 집중호우다. 장마 뒤 집중호우는 최근 매년 발생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 8일부터 경기도, 인천, 서울 등 수도권을 강타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폭우로 인구가 집중된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은 큰 피해를 입었다. 집중호우는 기상이변으로 분류된다. 단기간 국지적으로 쏟아붓는 집중호우는 예측하기 어렵고 당해내기도 힘들다. 기상이변 이야기는 어제 오늘 나온 것이 아니다. 수십년 전부터 기상학자들이 경고한 문제다. 오존층이 파괴되고 남극의 빙하가 녹는다. 기상이변의 원인은 지구 온난화다. 이 같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인간으로 지목되고 있다. 무차별 화석연료 사용, 환경 파괴로 온난화를 가속시켰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기상이변 발생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기록적인 홍수와 한파, 가뭄 등은 인간의 환경 파괴의 대가다. 그동안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 문제는 남의 일처럼 여겨졌다. 미리 대비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은 피상적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누군가 준비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은 이미 우리 옆에서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번 수도권 집중호우가 보여줬다. 그동안 지구 온난화에 대해 안일했던 태도를 반성하며 정부는 물론 개인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문화카페] 최후의 만찬(2)

레오나르도의 ‘최후의 만찬’은 3년에 걸쳐 완성된 작품이다. 작품을 의뢰받은 후 기한에 맞춘적이 거의 없던 레오나르도는‘최후의 만찬’을 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지만 당시 전해지는 일화에는, 레오나르도가 받침대에 올라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며 붓 한번 대지 않고 팔짱을 낀 채 하루 종일 같은 자세로 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작품 제작은 지연되었지만 사실상 이러한 사색이 ‘최후의 만찬’에서 나타나는 증오나 분노, 배신, 종교적 계시 등 다양한 은유들이 가능하게 하였다. 그래서 지속적인 복원이 필요할 정도의 희미해진‘최후의 만찬’이지만 작품의 감동은 여전했고, 인간의 천재성이 만들어낸 기적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 화가들은 그림을 단순히 텍스트에 대한 설명이나 종교적 상징을 넘어 예술가의 독창성과 예술성을 강조하였다. 그러한 혁신이 오늘날 예술로서의 미술이라는 체계를 확립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레오나르도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림 속에 수많은 은유를 설정함으로써, 그림이 단순히 심미감을 넘어서 ‘예술적 진리’라는 인간 사유의 포괄적인 영역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최후의 만찬’은 템페라 기법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그림의 훼손의 정도가 심해졌다. 그림의 완성 후 수 차례 복원이 이루어졌고 최근의 복원은 1999년에 시행되었다. 이러한 복원을 통해 ‘최후의 만찬’의 음식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빵과 포도주 등의 음식은 분명히 알 수 있는데, 의견이 분분한 것은 도마의 앞에 놓인 접시의 내용물이었다. 명확히 보이지는 않지만 그 내용물은 생선과 레몬으로 특히 생선은 장어라는 것이었다. 구석기 시대의 벽화에 물고기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인류의 등장과 함께 생선은 인간의 주요 식량원이었다. 로마시대에 대규모 생선 시장이 등장하였고, 많은 그리스 철학자들의 책에는 생선 요리법이 기록되어 있다. 또 카이사르의 승리 기념 연회에는 6천마리의 곰치 뱀장어가 요리되어 식탁에 올랐다는 기록도 있다. 그 외에도 고대 벽화에는 다양한 생선 그림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것이 연어이다. 그리고 송어, 농어, 뱀장어 등이 그 뒤를 따른다. 연어는 예나 지금이나 귀족 생선이었다. 일단 최후의 만찬에 물고기가 사용된 것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 신의 아들, 구원의 주(lesus Critus Theoun Uios Soter)의 첫 글자를 이으며 ‘이쿠타스(ICTUS)’로 물고기를 뜻하는 말이 된다. 즉 생선이 곧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이다. 또한 생선은 물밑에 있다가 떠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뱀장어일까? 레오나르도는 일상사와 여러 가지 생각들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현재 남아있는 메모 수첩은 약 4천장에 이른다. 여기에는 일기와 그림들, 다양한 어록들이 전해진다. 이 수첩들 중에 레오나르도가 뱀장어를 사서 제자들과 먹고 그것을 그렸다는 기록이 있다. 그리고 복원된 그림의 생선은 껍질은 미끈미끈하고 둥글게 토막 친 것처럼 보인다. 레오나르도는 다양한 직업을 가졌는데 그 중의 하나가 요리사였다. 직접 음식점을 운영했다는 말도 전해진다. 뱀장어 요리 역시 레오나르도가 즐겨 요리하던 재료로 예수의 생존 시대와 상관없이 자신의 취향에 맞춰 요리된 뱀장어 그림을 그렸다는 추측이 있다.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

[기고] 진정한 이웃

과천교회 장애인 부서에서 농아 등 장애인을 평생 보살피던 분이 지난 2015년 자신의 시신을 대학병원에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혈액이나 장기를 기증하는 것, 헌신적인 봉사가 아닐 수 없다. 2015년 여름 유럽 여행 중 알게 된 분이 있다. 그분은 신장이 망가져서 기증받지 않고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었는데 부인이 신장을 기증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2015년 캄보디아에서 KOICA 해외봉사단으로 근무할 당시 바탐방주 교사교육원에 강의하기 위해 출장 가는 길 곳곳에 오토바이 사고가 발생했다. 인근 주민들이 달려와 내 일처럼 사건 현장을 지켜봐 주고 수습해 주는 모습을 봤다. 이 나라는 현재 개발도상국이지만 과거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 식량을 무상 공급해줄 정도로 부유한 나라였다. 캄보디아에는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헤브론병원이 있는데 외국인들에게는 소정의 진료비를 받고 내국인에게는 무료로 진료한다. 내국인은 진료 받기 위해 진료 전날부터 숙식하면서 차례를 기다릴 정도로 현지인들에게는 인기가 높다. 지인 부부가 이 병원에서 장기간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다가 2022년 봄 출국했다. 뎅기열, 말라리아 등 열대 풍토병과 불의의 사고로 어려운 일 당하지 않고 봉사를 잘 마치고 귀국하기를 소망한다. 정신적 힐링은 우리 가슴속에 맺힌 아픔의 응어리, 즉 한(恨)을 풀어주는 일이요, 마음의 상처 때문에 죽어가는 영혼을 생명이 되살아나도록 돕는 일이다. 한이란 가슴속에 억압돼 있는 아픔의 덩어리이자 마음 한가운데 오랫동안 쌓여온 분노의 앙금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고난과 함께 사는데 그것은 우리의 삶과 떨어질 수 없는 한 부분이다. 마음속에 억압돼 있는 한은 큰 저수지의 물과 같다. 물이 수력발전기를 통해서 흘러나올 때에는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만 댐이 무너져 홍수가 발생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힌다. 인류 역사를 움직인 위대한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속의 응어리를 위대한 힘으로 분출했던 사람들이다. 마음속에 쌓인 응어리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위대한 힘도 되고 파괴적인 힘도 될 수 있는 것이다. 한민족은 한 많은 민족이다. 남북 간의 갈등, 이산가족의 이별의 아픔, 일본군에 위안부로 붙들려간 10대들의 아픔, 가족 간의 갈등, 형제간의 갈등, 사별의 아픔 등 수없이 많다. 우리는 이러한 응어리를 가슴속에 간직하지 말고 치유해야 한다. 봉사를 통해 쉼을 얻고 서로 나누고 베풀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 캄보디아인들 역시 한이 많은 민족이다. 민족 간의 전쟁으로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제는 한 많은 우리 민족이 캄보디아 국민들의 한을 풀어줘야 한다. 열사의 나라 캄보디아 전국 각지에서 봉사하고 있는 코이카 봉사단, 종교인들, 민간단체 봉사자들은 과거 우리 민족이 처했던 것과 같은 상처를 치유해 주는 가운데 기쁨을 얻고 새로운 활력을 얻을 때 우리 모두 진정한 봉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현우 보건학 박사·前 KOICA 해외봉사단

[삶과 종교] 허공에 대한 명상

허공, 즉 하늘에 대해서 명상을 해보자. 우리에게 시간이 있다면 하늘을 바라보며 때로는 눈을 뜨고 때로는 눈을 감은 채로 명상을 해보자. 이렇게 눈을 감아도 하늘에 대한 명상이 가능함은 우리의 내면에도 하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늘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돼 있다. 하늘은 항상 현존하면서도 동시에 부재(不在)이다. 하늘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하늘은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존재한다. 하늘은 모든 것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그 무엇도 담고 있지 않다. 하늘은 죄인이든 성인이든 선이든 악이든 아름다움이든 추함이든 모든 것들을 받아들인다. 가왕이라 불리는 조용필의 노래인 ‘허공’ 가사에서도 “사랑했던 마음도 미워했던 마음도 허공 속에 묻어야만 될~”이라 했다. 하늘에는 아무런 차별이 없어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도 없다. 검은 구름이 몰려오면 하늘은 그것을 위해 자리를 양보한다. 흰 구름이 몰려와도 마찬가지다. 하늘에는 어떠한 차별도, 어떠한 선택도 없다. 그저 받아들이기만 한다. 이것을 일러 역시 가수 김국환의 노래 제목처럼 타타타(tathata·如如)라고 부른다. 하늘은 이렇게 타타타의 상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타타타 상태의 하늘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다. 남자와 여자, 동물, 새, 나무, 돌, 별과 태양, 모든 것에게 무조건적이다. 누구나 가까이할 수 있다. 하늘은 모든 것을 보호해 주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돌보지 않는다. 구름은 오가지만 하늘은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하늘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됐지만 아직도 이슬처럼 신선하다. 하늘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우리는 사실 항상 내면의 하늘과 외부의 하늘 사이 문턱에 서 있다. 외부의 하늘이 무한하다면 내면의 하늘도 무한하다. 만일 우리가 외부의 하늘로 향한다면 그것은 기도가 된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내면의 하늘로 향한다면 그것은 명상이 된다. 하지만 양자는 궁극적으로 동일한 것이다. 두 하늘은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다. 양자를 나누는 경계선은 항상 우리 자신이었다. 우리가 하늘처럼 ‘나’라는 에고와 ‘입장’이 사라진다면 그러한 경계선도 사라질 것이다. 그때는 안이 밖이고, 밖이 안이다. 우리의 존재 전체를 받아들이는 하늘은 그 존재를 감싸면서도 동시에 손끝 하나 대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하늘, 즉 반야라는 큰 지혜의 작용 방식이다. 최성규 철학박사·한국미술연구협회 이사장

[천자춘추] 내가 없는 세상

이 세상에 내가 없다면 세상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이 오랜 세월 자신에게 은연중 던졌던 질문이다. 세상을 바라보며 관계하는 관점의 ‘세계관’이며 나를 세상에서 어떤 위치이자 역할로 생각하는지의 ‘가치관’이라고 하자. 그럼에도 나를 감히 세상과 비교해 배치하다니 오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조금 수정을 하자. 세상에서 잠시 빠져나오기! 이전 여행과 달리 세상에서 홀연히 빠져나가고 싶었다. 존재 의의를 찾으려는 것이 아닌 나만의 고독과 무위가 궁금하다. 어차피 내가 태어나기 전이나 사후에도 세상은 굳건히 이어질텐데 유독 작금에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한 달로 제약된 탈주를 선택한 후에 이어지는 질문들이다. 전기도 없는 문명 뒤편이다 보니 최소로 줄어든 의식주 덕에 중요하다고 할 일도 없다. 만나는 이는 고산병을 유일한 걱정으로 함께 걷는 몇 명뿐이다. 하루 하루 번잡하지 않고 말도 머리도 쓰지 않아서 좋다. 그동안 내게 이런 시간이 있었는지 기억이 별로 없다. 목적과 목표를 향해 치열했던 일에서 벗어난 공백의 희열이다. 그렇다면 한 달보다 더 긴 기간도 좋겠다. 그간의 여행과는 사뭇 다르다. 무엇을 찾아 즐기거나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심지어 어떠한 일도 하지 않겠다는 작심도 했었다. 회로를 잠시 멈추는 것이 아닌 전원을 아예 뽑자던 결기도 이참에 새로웠다. 세상으로 돌아갈 한 달 후 일상다반사가 다시 주변을 감쌀 때 오늘을 달콤하게 기억할 것이다. 기왕지사 통신이 두절된 곳을 추천한다. 세상이 넓어서 할 일이 많은 곳보다 거친 자연과 극소수의 사람만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어려운 일이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거침없이 돌변하는 고산과 황무지, 보기에는 황홀한 설산이지만 낙석과 빙설 떨어지는 소리가 무시로 들리는 그곳은 ‘탈출한 세상 밖’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이었다. 매일 짐을 풀고 싸는 일도 예상 밖으로 번거롭다. 세상 걱정은 고사하고 나의 생명 부지를 위해 나에게 애쓰는 일들이다. 세상에서 빠져나와 내가 없는 세상을, 그래서 나를 다시 보는 그런 세상을 느껴본다. 박태원 디앤아이사회적협동조합 대표

[경기만평] 난리통에 고립된...

[사설] 수도권 역대급 폭우, 피해 복구·예방 최선 다해야

지난 8일부터 수도권 전체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물폭탄으로 사망·실종·부상자 등 인명 피해가 속출했고 이재민도 수백 명 발생했다. 특히 서울 강남 일대가 물에 잠겨 아수라장이 됐다. 지하철 역사와 선로에 물이 넘치고, 도로가 무너지고 잠겨 곳곳에서 지하철과 버스 운행이 중단됐다. 주택과 상가, 주차장이 침수된 곳도 많다. 지반침하와 싱크홀이 생기고, 하천이 범람하고, 산사태도 났다. 갑작스러운 물난리에 수도권이 마비되면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교통대란 속에 큰 불편을 겪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8일 오전 0시부터 9일 오전 11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서울(기상청) 425.5㎜, 경기 여주 산북 415㎜, 양평 옥천 402㎜, 광주 396.5㎜ 등이다. 7월 한 달간 내릴 비의 양이 하루만에 쏟아진 것이다. SNS에는 물바다가 된 도로나 지하철 역사, 그 속에 갇힌 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시시각각 올라 왔다. 물폭탄에 속수무책인 처참한 상황은 마치 재난영화를 방불케 했다. 중부지방의 집중호우는 102년 만에 내린 역대급 폭우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호우로 9일 오후 7시 현재 사망 9명, 실종 6명, 부상 9명 등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재민도 400여명 발생해 인근 학교와 주민센터, 체육관 등에서 머무르고 있다. 각 소방본부에는 수백 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문제는 이런 집중호우가 11일까지 수도권에 100~300㎜ 더 내린다는 것이다. 경기남부는 350㎜ 이상 쏟아질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다.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린 만큼 더 내릴 수 있는’ 상황이어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중대본은 9일 오전 1시를 기해 대응 수위를 ‘비상 3단계’로 올렸다. 풍수해 위기 경보도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발령했다. 산림청은 오전 11시 전국 49개 시·군에 산사태 예보가 발령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복구 대책을 지시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가 심각한데 11일까지 폭우가 더 내린다니 걱정과 불안감이 크다. 주민 불편과 피해가 큰 만큼 응급 복구를 서둘러야 한다. 지반 등이 약해져 2차 피해가 예상되므로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인명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경찰, 소방, 지자체 공무원 등의 역할이 크다. 재난 관리는 예방과 재발 방지가 우선이다. 기상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지만, 사전 대비하기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수해위험지구에 대한 정비 등 되풀이되는 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등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사설] 취업률 100% 반도체 마이스터高 설립/용인, 수원, 평택, 화성...어디가 좋겠나

경기도에 반도체 마이스터고가 설립될 것 같다. 경기도교육감직인수위원회 정책백서에 담겼다. 인수위가 8일 경기교육을 이끌 로드맵을 공개했다. 10대 정책목표, 25대 정책과제, 80대 추진과제 등으로 구성됐다. 그중에 주목되는 것은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이다. 학생 맞춤형 직업·진로교육을 위한 ‘High Tech 고등학교 설립’이고, 이를 위해 용인 등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지역에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을 추진한다고 돼 있다. 반도체는 경제안보 및 국가경쟁력과 직결되는 미래 전략산업이다. 이를 현장에서 만들어갈 전문 인력 양성은 국가적 과제다. 정부가 지난달 19일 ‘10년간 15만명 인재 양성’이라는 장기 목표를 발표했다. 여기서의 인력은 주로 학사, 석사급의 연구 인력이다. 전문가들이 생산 현장에서의 인력 충원 계획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내놨다. 그 인력을 양성하는 전문 고등학교를 만든다는 게 반도체 마이스터고 설립 구상이다. 시의 적절한 구상이다. 반도체 마이스터고의 잠재력은 이미 증명됐다. 앞선 예로 충북 반도체 마이스터고가 있다. 출발은 1969년 종합고등학교였다. 2010년 반도체 장비 분야 마이스터고로 지정됐다. 지금은 반도체제조과, 반도체장비과, 반도체케미컬과로 세분화돼 있다. 졸업생의 진로가 놀라울 정도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재학 중 삼성전자 등 대기업과 취업 약정을 맺는다. 2013년 첫 졸업생 이후 현재까지 취업률은 거의 100%(일부 진학)에 육박하고 있다. 인수위 구상에는 구체성도 보인다. 폐교 부지 활용안을 내놓고 있는데, 전국 단위 기숙 형태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고등학교를 반도체고로 전환하는 방법도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민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다. 설립 지역이다. 인수위 안에는 ‘용인 등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지역’으로만 규정돼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라면 용인 외에도 수원, 평택, 화성이 있다. 이들 지역에도 희망 학교나 희망 여론이 있을 수 있다. 참고할 만한 선례가 있다. 경기도가 2019년부터 시작한 경기도 산하기관 이전 프로젝트다. 27개 기관 중 15곳을 동·북부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이전 부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공개 경쟁했다. 해당 지역의 민의가 충분히 반영됐다. 시민의 관심도 크게 높였다. 반도체 마이스터고를 모든 지역에 만들 수는 없다. 결국 한 곳을 우선 선택해야 하는데, 그 결정 과정을 공개 경쟁으로 하면 괜찮을것 같다. 반도체 마이스터 설립엔 그만한 가치가 있다. 임태희 교육감 4년, 이 하나로도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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