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공존의 가치, 금개구리 복원

“평지에 지여두 절은 절인디, 대복이라구 보는 것보덤 허는 게 낫은 줄 모를 거여. 준배 아버지는 대복이 역성을 들고픈 눈치였다. 보리밥풀루 잉어를 낚자는 심뽀지, 금개구리는 어떻고. 츤헌 짐승일수록 새끼버텀 깐다더니 되다 만 것이 인저 사람 도둑질루 들어섰단 말여.” 고(故) 이문구 작가의 연작소설 ‘관촌수필(冠村隨筆)’의 첫 구절이다. 이 대목에서 눈에 띄는 생물이 있다. 금개구리다. 좀 더 들여다보자. 길이는 6㎝ 남짓하다. 등에 금줄이 있다. 고막과 등의 옆줄에 있는 융기선은 연한 갈색이다. 배 쪽은 누런빛을 머금은 붉은색이다. 색의 스펙트럼이 넓다. 주둥이는 앞 끝이 둥글다. 콧구멍은 타원형이다. 여간해선 잘 울지 않는다. 울음주머니가 없어서다. 다른 개구리들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그래서 녀석들이 많이 사는 곳에 가도 고요하다. 여름 밤에도 말이다. 고양이나 광명 등지의 저지대 습지에서 서식하지만 도로 건설 및 농지 감소, 수질 오염 등으로 멸종위기에 처했다. 어렸을 적에는 논이나 웅덩이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참개구리한테도 밀리면서 현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Ⅱ급으로 지정됐다. 최근 금개구리 복원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성과(경기일보 23일자 2면)를 내고 있다. 국립생태원이 금개구리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2019년 수생식물원 일대에 준성체 금개구리 600마리를 방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한 결과다. 최근까지 920여마리가 안정적으로 서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복원사업은 금개구리를 과거 서식지에 재도입해 정착시키는 데 성공한 사례다. 생물다양성 증진 및 서식지 복원을 위한 생태학적 연구 측면에서 중요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수생식물원 일대는 국립생태원이 설립되기 전에 논으로 쓰였던 습지였고 금개구리가 발견된 곳이다. 국립생태원은 이번 복원 성과를 바탕으로 복원 성공 본보기를 확대할 계획이다. 녀석들의 울음소리를 듣지 않아도 좋으니 우리 곁에서 계속 있길 기대한다. 그게 공존의 가치다.

[시베리아·실크로드, 지구 반바퀴] 중국 내몽골에서 산시성 ‘다퉁’으로

중국 내몽골 ‘엘렌하오터’를 출발해 남쪽으로 460㎞ 떨어진 산시성 ‘다퉁(大同)’으로 향한다. 시베리아와 몽골고원 통과까지 약 5천500㎞를 달려왔다. 오늘부터 중국 영토의 실크로드 시안, 난저우, 둔황, 투루판, 쿠차, 타클라마칸사막, 카슈가르, 파미르고원을 지나갈 것이다. 오늘 중국 내몽골 자치성 고비사막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7월 고비사막의 한낮 기온은 매우 높다. 광대한 사막의 하늘은 높고 푸르다. 우리나라 봄철 황사(黃砂) 발원지를 지나고 있다. 놀라운 것은 460㎞에 이르는 고비사막의 고속도로 양옆으로 무성한 ‘가로수 숲’이 조성돼 있다. 한 그루씩 심은 가로수가 아니라 넓은 폭으로 ‘가로수 숲’을 조성해 놨다. 소나무, 포플러나무, 백양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도로 옆에 넓게 숲처럼 조성돼 있다. 멀리서 물을 끌어와 매일 물을 줘야 나무가 자라는데 엄청난 노동력이 필요하다. 사방 지평선이 펼쳐져 있는 넓은 사막의 텅 빈 하늘에 새 한 마리 안 보인다. 몽골고원, 고비사막의 원시적 자연의 기(氣)를 흠뻑 받으며 달린다. 황량한 사막의 단순함과 광대함은 세속의 마음을 비우게 만들고 우리 마음도 자연의 일부로 순화되는 것 같다. 몇 시간씩 텅 빈 광야를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내몽골 고비사막을 400㎞ 이상 지나 산시성 다퉁 가까이 왔다. ■ 뉴욕타임스 선정 세계 10대 위험한 건물, ‘현공사’ 숙소로 가기 전 다퉁시 외곽에 있는 타이항산맥 헝산의 ‘현공사’로 향한다. 오늘은 토요일 오후다. 현공사 입구부터 중국인 관람객이 인산인해다. 뉴욕타임스가 2010년 ‘세계에서 가장 기이하고 위험한 건물 10선’을 선정했다. 헝산 현공사는 피사의 사탑, 그리스 메테오라 수도원 등과 함께 선정돼 유명해졌다. 1400년 전 선비족이 북위 시절에 세운 오래된 사찰이다. 토요일이라 중국인 관광객이 너무 많아 절 목조건물까지 못 올라가고 계곡 건너편에서 바라만 봤다. 당시 이곳 다퉁은 흉노족 이후 몽골고원의 강자인 선비족이 세운 북위의 수도였다. 중국이 오랑캐라고 부르던 선비족이 세운 북위는 불교 보급에 크게 기여했다. 현공사는 유불선(儒佛仙) 세 종교의 성인인 공자, 부처, 노자 세 분을 모시고 있다. 세 사람 성인을 한곳에 모시고 기원하면 복을 세 배 받을 것이라는 유목민의 단순한 생각이 엿보인다. 절을 지탱하고 있는 현공사 나무 기둥은 30m의 가느다란 나무를 오랫동안 기름에 절여 만들었다. 기둥이 낡으면 수시로 교체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바위 절벽 하단의 빨간색 ‘장관(壯觀)’ 글자는 당나라의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이태백(李太白)이 이곳에 와서 쓴 글씨라고 한다. 이태백의 ‘산중문답(山中問答)’을 음미해 본다.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네.” 타이항산은 고사성어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전설이 깃든 산이다. 아주 먼 옛날 태행산과 왕옥산 산속에 사는 90세 노인이 높은 산을 넘어 다니는 것이 불편해 산을 평평하게 깎아 길을 내기로 결심했다. 모든 사람이 노인을 우공(愚公), 즉 어리석은 사람이라 불렀다. 노인은 동네 사람의 비웃음에 굴하지 않고 내가 못 하면 아들, 손자, 손자의 손자 등 계속하면 언젠가 길을 낼 수 있다고 말하며 산을 깎기 시작했다. 태행산 산신령이 우공의 우직함에 감동해 산을 옮겨 주었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라 한다. ■ 비단이 ‘로마’로 가게 된 역사적 사연 로마의 명장 ‘카이사르(율리우스 시저)’의 비단 사랑은 대단했다고 한다. 카이사르는 당시 최고급 사치품인 비단으로 만든 옷을 입고 위신을 과시했다. 당시 로마의 귀족 여인 사이에 비단옷이 대유행이었다. 속이 비치는 비단옷을 많이 입어 보수적인 원로원 의원은 풍기문란을 걱정하며 여성의 비단옷 착용을 금지했으나 소용 없었다고 한다. 로마인들은 비단이 어디서 오는지, 누에가 뽕잎을 먹고 만드는지를 몰랐다. 어떻게 비단이 험난한 대륙을 지나 로마제국 수도로 팔려 갈 수 있었을까. 역사적 사건은 한나라 건국자 유방의 평성의 치욕을 뜻하는 ‘평성지치(平城之恥)’다. 한 고조 유방은 항우를 토벌하고 한나라를 건국한 영웅이다. 기원전 200년 한 고조 유방은 30만 대군을 이끌고 흉노족을 정벌하러 ‘평성’(현재의 다퉁)에 왔다. 당시 흉노족 선우(왕) ‘묵특’은 4만 군사로 맞선다.묵특의 유인계에 빠진 유방은 포로가 될 위기에 처했다. 유방은 묵특선우의 부인에게 뇌물을 바치고 간신히 탈출에 성공해 목숨을 부지했다. 패배한 유방은 흉노족과 형제지간(한나라가 형, 흉노가 아우) 화친을 맺는다. 유방은 공주를 흉노왕에게 시집(‘화번공주’의 시초)보내고 매년 엄청난 양의 비단, 은화, 곡식 등 공물을 바치기로 약속한다. 흉노족이 받은 비단은 초원의 길을 오가는 상인들을 통해 로마제국까지 간 것이다. 한나라에서 흉노족에 시집간 화번공주 중 중국 4대 미녀로 꼽히는 ‘왕소군’이 있다. ‘왕소군이 눈부시게 아름다워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왕소군의 아름다움에 취해 날갯짓을 멈추고 땅에 떨어졌다’는 비유가 유명하다. 화공이 뇌물을 안 준 왕소군 초상을 추하게 그려 흉노왕에게 시집가도록 선발된 것인데 떠나는 날 임금이 절세미인임을 알고 초상화를 잘못 그린 화공을 처벌한 일화로 유명하다. 2천여년 전 흉노족의 비단 역사를 생각하며 다퉁에 도착했다.

[삶, 오디세이] 약한 이들에 먼저 닿는 재앙... 불평등한 기후 위기

어느 해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그날, 빗물은 반지하에 살던 우리 이웃의 삶을 앗아갔다. 그날 도심의 배수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홍수 같은 물이 저지대로 몰렸기 때문이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인재였지만 누구도 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같은 비를 맞았음에도 누구는 잠깐 불편했고 누구는 목숨을 잃은 것처럼 기후 위기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지구 온난화 관련 각종 과학적 수치가 쏟아지지만 기후 위기의 실체는 그 수치 뒤에 있다. 도심 외곽의 노후 주택, 에어컨이 없는 쪽방, 지하에서 일하는 노동자, 논밭에서 일하는 농민 등 가장 열악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가장 깊은 피해를 입는다. 그래서 기후 위기는 생태 문제이기 전에 사회적 약자에게 가혹한 불평등의 문제인 것이다. 폭염도 폭우와 다르지 않다. 냉방비를 아끼기 위해 하루 종일 창문만 열어 놓고 열기를 참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중 상당수가 65세 이상의 홀몸노인이다. 냉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에도 그것을 뒷받침할 공적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하다. 에너지바우처제도나 폭염 쉼터 정책은 있지만 수혜 범위는 제한적이고 접근성이 낮다. 이러한 기후 위기의 불평등은 도시와 농촌, 계층, 주거환경, 국적에 따라 격차가 뚜렷하다. 외국인 근로자 중 상당수가 컨테이너에 살며 폭염과 폭우로 인한 위험에 노출된다. 고온에서 농작업을 이어가는 노령층은 탈진과 열사병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닥칠 피해가 예외적인 사고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후 위기는 점점 더 일상이 되고 있고 그 위험 또한 구조화돼 간다. 이런 상황에서 정책은 보다 명확히 기후 불평등에 개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 차원에서 기후 취약 계층의 정의 등 기후 행정 시스템을 확립하고 이들을 우선 보호하는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폭염이나 한파 등 기후 재난 상황에서 단순한 대피소 제공을 넘어 주거환경 개선, 냉난방비 지원, 방문 돌봄 서비스 확대 등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후 재난 대응 시스템을 지역 실정에 맞게 세분화해야 한다. 지금처럼 전국 단위 경보만으로는 각 지역의 취약한 상황을 반영할 수 없다. 예컨대 저지대에 위치한 동네나 노후 주택 밀집 지역, 하천 인근 비주택 거주지를 우선 기후 행정 시스템 관리 구역으로 지정하고 사전 점검과 긴급 대응을 체계화해야 한다. 주민들이 실질적으로 피할 수 있는 장소를 지정하고 훈련까지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교육과 공공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기후 정의라는 관점을 강화해야 한다. 기후 위기를 단순히 지구를 위한 실천으로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누가 가장 먼저 피해를 입고 어떻게 사회가 이를 막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시민이 공감하고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해진다. 흔히 기후 위기는 모두의 문제라지만 이는 반쪽짜리 진실이다. 그것은 모두의 문제가 맞지만 그 재앙은 항상 약한 이들에게 먼저 닿고 지금까지 대응은 그 불균형을 바로잡기에 부족했기 때문이다. 기후 위기 시대의 정의란 단지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을 넘어 누가 가장 아픈가를 먼저 살피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그 질문에 응답하고 있는가. 혹시 못 본 척 지나치고 있지는 않은가.

[경기만평] 누구를 위한 청문회인가...

[사설] 中어선 ‘서해 바다 도둑질’, 새 정부 엄단 의지 보여줘야

아르헨티나도 중국 어선에 침해를 당한 지 오래다. 최근에는 ‘깃발 꽂기’ 수법으로 농락당하고 있다. 중국 어선이 아르헨티나 국기를 꽂고 조업하는 수법이다. 아르헨티나 오징어잡이배의 90%가 이런 경우였다고 한다. 참다 못한 아르헨티나가 군사 작전을 폈다. 코르벳함, 수송기, 대잠초계기까지 동원됐다. 아르헨티나 국방장관이 직접 초계기에 타서 지휘했다. 올 초 외신이 전했던 생생한 모습이다. 중국과 인접한 우리는 어떤가. 백령도, 연평도 인근은 황금 어장이다. 3~4월 꽃게철부터 어군이 형성된다. 때 맞춰 중국 어선들이 대거 몰려든다. 북방한계선(NLL) 인근에 특히 집중된다. 밤 사이 NLL을 넘어와 조업한 뒤 북상하는 수법이 용이해서다. 성수기에는 하루 100여척이 이런 짓을 한다고 한다. 어획량을 배정받은 선박의 불법행위도 골칫거리다. 비밀 어창 설치, 조업 일지 조작, 불법 어선 합류 등이 비일비재하다. 우리 해경의 퇴치 작전이 늘 전개된다. 하지만 좀처럼 없어지지 않는다. 줄어들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럴 기미도 없다. 오히려 그 수법이 교묘하고 대범하고 분업화했다. 그 상징적인 사건이 24일 발생했다. 300t급 중국 어선 한 척이 우리 해경에 나포됐다. 백령도 해상에서 발견된 선박이다. 이 선박의 용도가 흔히 알던 불법 어로가 아니다. 연료를 싣고 다니며 해상 주유를 하는 배다. 중국 국적 선원 4명이 타고 있었다. 중국 어선 28척에 연료와 식자재 등을 제공했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이 적발했다. 해군과 공조해 인천해경 전용 부두로 압송했다. 서해 불법 조업 어선에 연료를 주유하던 배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생태계가 완성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수역에서 중국 어선이 고기도 잡고, 기름도 넣고 있다는 얘기다. 불법 어로 어선 나포는 2024년에 46건 있었고, 2023년에도 54건 있었다. 하지만 어선이 아닌 주유 선박 나포는 다른 문제다. 상황을 다르게 봐야 한다. 앞서 아르헨티나의 대응을 소개했다. 해군이 군사 작전을 시행하고 있다. 국방부 장관이 초계기에서 지휘했다. ‘세계 국방력 40위’ 국가의 ‘마레 노스트룸(우리 바다)’ 작전이다. 의지를 보여주려 한 작전일 것이다. 세계 국방력 6위, 대한민국의 서해도 중국에 유린당하고 있다. 경찰이 힘겹게 막지만 틈만 생기면 밀고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피해 바다가 넓어졌고, 피해 어민도 늘어났다. 급기야 ‘해상 주유소’까지 버젓이 등장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 정부의 서해 수호 의지 선언이다. ‘유연한 외교’가 ‘유연한 서해’일 수는 없음을 보여야 한다. ‘서해 바다 도둑질’은 한중 협상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 상징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이 바다 위에서의 단호한 대처다.

[사설] 밑그림 나온 인천 노후도시정비... ‘난개발’은 피해야

지난해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노후계획도시는 지은 지 20년이 지난 100만㎡ 이상 규모다. 1990년대 이전에 지어진 베드타운 신도시들이다. 재건축이 시급하지만 기존 재건축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베드타운을 넘어서기 위한 도시 공간 재구조화가 필요해서다. 이에 특별법은 여러 개 단지를 묶어 특별정비구역을 지정토록 했다. 통합정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안전진단을 면제받고 용적률 150% 상향과 용도지역 변경도 가능하다. 인천에서는 ‘1기 신도시’급의 연수·구월·계산·부평·만수지구가 그 대상이다. 인천시는 지구별 통합정비를 위해 지난해 10월 노후계획도시 정비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최근 내년 3월 완성할 이 계획의 밑그림을 공개하는 포럼이 열렸다. 인천시는 5개 지구들을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 개발할 방침이다. 공공성을 확보하고 용적률 상향 및 기반시설 정비를 위해서다. 앞으로 다른 노후지구에도 적용할 인천형 도시정비의 시범모델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이번 정비계획의 목표를 단순 재건축을 넘어 종합적인 도시 리뉴얼에 둔다. 토지 이용 재편, 생활·사회간접자본 확충, 교통망 개선, 환경친화형 정주환경 등이다. 세대혼합형 주거공간과 상업·복합 기능이 공존하는 ‘미래형 거점지구’가 콘셉트다. 지구별 개발 방향도 제시됐다. 연수지구는 수인분당선 중심의 고용산업축으로 조성한다. 또 승기하수처리장 상부를 공원화하고 역세권 보행 네트워크를 마련한다. 구월지구는 인천종합터미널 중심의 광역교통시설과 예술회관 연계 문화먹거리 특화지역을 조성한다. 만수1지구에는 산림경관 특화 도심을 조성하고 만수2지구에는 시장 연계형 도심 활성화 방안을 찾는다. 이날 논의에서는 인천 노후계획도시정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 사업으로 늘어날 인구에 비해 기반시설 확충 능력은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 등이다. 인천시는 5개 지구의 용적률을 종전 178%에서 최대 35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럴 경우 일부 지구의 경우 2035년 예상 인구가 지금보다 2배로 늘어난다. 이에 따른 도로, 교육 시설, 상하수도 용량 확충 등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도시기반시설 부족분을 개발이익 공공기여로 보완할 방침이다. 그간 봐온 것처럼 과거 신도시들마다 초기 입주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교통 정체, 교육시설 과밀화 등이다. 이를 일러 총체적 ‘난개발’이라 부르기도 했다. 특히 정비 대상 노후도시들은 인구 증가 외에 기반시설 노후화라는 요인까지 감안해야 할 것이다.

[지지대] 당신의 ‘갓생’은 괜찮나요?

언제부턴가 자주 듣게 된 단어 하나가 있다. ‘갓생’, 신을 뜻하는 GOD과 살다를 뜻하는 생(生)을 합한 신조어다. 무엇이 맞다고 정의하긴 어렵겠지만 신처럼 완벽한 삶을 살아내는 것을 갓생이라 부른다.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기 위해 일찍 일어나 자기계발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갓생러라 일컫기도 한다. 코로나19 즈음부터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한 이 단어,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세상 속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스스로를 돌보는 일에 고개를 돌린 것이 원인 아닐까 추측한다. 그런데 가끔 갓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생긴다. 갓생을 살겠다며 2030 젊은층이 잠을 줄이기 시작한다. ‘죽으면 평생 잘 수 있는데’라며 시간을 쪼개고 쪼개 자신의 갓생살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기도 한다. 일찍 일어나 남들보다 먼저 하루를 시작하고, 중간중간 필요한 것들을 공부하며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하는 삶. 완벽하게 보이기에 이런 갓생은 가끔 지키지 못했을 때 죄책감이나 초조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다 얼마 전 SNS에서 평소 좋아하는 ‘토심이’ 만화를 보던 중 이런 글을 발견했다. ‘갓생, 그거 꼭 살아야 하는 걸까.’ 마침 서른의 마지막은 갓생이어야 하는 것 아닐까 고민하던 필자에게 꽤 큰 울림을 줬다. ‘그래, 맞아. 그거 꼭 살아야 하는 걸까. 내가 행복하면 그게 갓생 아니야’라고 말이다. 지금 인생을 꽤 열심히,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면 그것 또한 갓생이 아닐까. 처음 사는 인생인데, 뭘 또 꼭 잘하기까지 해야 할까 싶었다. 그래서 묻고 싶다. 당신의 갓생은 괜찮으시냐고.

[천자춘추] 우리동네 기후연구소

기후 위기가 더 이상 막연한 미래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연일 이어지는 급변하는 날씨는 우리의 일상과 삶의 방식까지 바꿔 이에 대한 인식과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기후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발맞춰 기후교육을 확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23년부터 고등학교 ‘기후 변화와 환경생태’ 교과서 개발을 시작했고 지난해 대전시교육청에서 인정 교과서로 선정됐다. 기후 변화에 대한 미래세대의 이해를 넓히기 위한 기상청의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의 결실이다. 하지만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진짜 첫걸음은 기후 변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함께 ‘실천’이 있어야 시작된다. 아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변화는 시작되는 것이다. 예컨대 일회용품 줄이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등 누구나 들어봤을 탄소중립 실천 내용은 ‘실천’이란 허들을 넘었을 때 의미가 있다. 이에 기상청은 시민들의 주체적 실천을 이끌고자 지역별로 지역 특색을 반영한 기후교육을 개발·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전국 곳곳의 학교, 지자체, 지역단체와의 소통·협력에 힘쓰고 있다. 수도권기상청이 서울 은평구, 경기 수원시 등의 지자체와 함께 운영 중인 기후교육 사업 ‘우리동네 기후연구소’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는 시민들이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자신이 사는 동네의 기온을 직접 관측하고 기후행동 실천을 인증하면 수도권기상청이 찾아가 해당 지역의 기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후 변화와 기후전망을 설명하고 탄소중립 실천의 중요성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기상청의 참여로 교육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실천 행동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왜 특정 행동이 필요한지, 그 행동이 나의 삶과 지역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이해할 때 작은 실천은 큰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교육의 진정한 목표는 ‘행동의 변화’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과학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실천 중심의 기후교육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모두가 각자의 삶과 지역에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행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그 시작과 끝에 늘 기상청이 함께할 것이다.

[함께하는 미래] 메타버스·AI 결합 ‘차세대 인터페이스’

애플은 6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리퀴드 글라스(Liquid Glass)’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선보였다. 기존 스마트폰 화면이 하나의 판 위에 정보를 보여줬다면 이제는 여러 겹의 투명한 유리창이 겹치듯 정보를 전달한다. 사진첩을 보다가 알림이 떠도 알림창이 반투명하게 처리돼 뒤의 사진을 계속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발표 직후 인공지능(AI) 경쟁에서 뒤처진 애플이 한가하게 예쁜 디자인에나 신경 쓴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이 기술의 함의를 놓치고 있다. 애플의 증강현실 기기인 비전 프로(Vision Pro)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이 투명 인터페이스는 단순히 화면을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정보를 습득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큰 화제를 모은 스타트업 ‘클루리’의 데모 영상에도 이 투명 인터페이스가 등장한다. 영상 속에서 연애 경험이 없는 학생은 데이트 상대 앞에 앉아 눈앞의 투명한 정보창에 끊임없이 떠오르는 AI 연애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클루리의 창업자 로이 리는 도발적인 인물이다. 그는 AI를 이용해 빅테크 기업들의 면접을 통과하는 과정을 공개했다가 컬럼비아대에서 퇴학당했지만 이후 오히려 수천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모든 것을 커닝하라’는 슬로건을 내건 회사를 차렸다. 한국계 미국인인 그는 모든 정보를 AI가 가지고 있는데 굳이 그것을 암기하고 평가하는 방식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인류는 AI라는 ‘치트키’의 도움을 받아 일상을 살아가야 할 것이고 이 치트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술이 주변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 세계와 디지털 정보가 겹치는 중첩형 투명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현실 세계 위에 디지털 정보를 덧입히는 방식은 이미 자동차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등을 통해 대중에게도 낯설지 않은 기술이다. 하지만 이 콘셉트가 새롭게 부각되는 이유는 투명 디스플레이 위에 펼쳐지는 것이 단순한 영상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맥락을 파악해 전달되는 AI 정보, 즉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지능(Ambient AI)’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 철학자 마크 와이저는 “가장 심오한 기술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게 사라지는 기술”이라고 했다. 이 개념에 맞춰 애플의 투명 인터페이스, 그리고 메타와 구글이 선보이는 스마트 글라스는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를 지우며 ‘보이지 않는 지능’의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는 2016년 증강현실이 “10년 후의 기술”이라고 예측했다. 그 10년이 돼가는 지금, 인공지능과 결합한 증강현실은 단순히 스크린을 눈앞으로 옮기는 것을 넘어 세상 전체를 화면으로 바꿔 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작은 스마트폰의 화면에서 벗어나 시야 위에 중첩되는 현실 세계의 정보를 실시간 맞춤형으로 볼 수 있다. 풍속과 심박수 등을 고려한 최고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달리기를 할 수 있고 안경 위에 뜬 AI의 실시간 가이드에 따라 기계를 조작하고 복잡한 외과수술을 할 수도 있다. 용도 폐기된 것 같았던 메타버스가 AI와 결합되면서 모바일폰을 대체할 차세대 인터페이스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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