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게라텀의 꽃말은 ‘신뢰’다. 아게라텀은 우리말로 멕시코엉겅퀴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산지는 멕시코나 페루로 국화과식물이다. 가을에 뿌려 여름에 피는 일년초지만 원산지에서는 반관목성 다년초로 야생한다. 아게라텀은 줄기 아래로부터 곁가지의 발생이 많아 초형이 둥글며 키는 20∼70㎝다. 줄기에 1.5㎝ 정도의 작은 꽃이 화방상으로 피며 꽃색은 청색 계통이 주를 이루고 연분홍색과 흰색이 있다. 화단에 심을 때는 20∼25㎝ 간격으로 심는다. 아게라텀만을 화단에 집단적으로 심을 수도 있지만 꽃색이 한정돼 있으므로 프렌치메리골드, 채송화, 샐비어 및 백일홍 등과 조화를 이뤄 심는 것이 좋다. 농촌진흥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임종빈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스타트업본부장 2025년 6월 현재 우리 경제는 유례없는 복합 위기에 빠져 있다. 12·3 계엄 이후 약 반년간의 정치적 혼란과 국정 공백은 내수 위축과 대규모의 외국인 투자 이탈을 초래했고 대외적으로는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외교 공백으로 이어지며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대한민국은 지금 국내외 모든 면에서 최악의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현실은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확인된다. 먼저 수출 부문에서 타격이 크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관세전쟁을 재개하면서 대외 교역 환경이 급속히 악화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6월 경제 동향’에 따르면 “5월 들어 미국의 관세 인상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며 수출 둔화 흐름이 뚜렷해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5월 우리나라 전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했으며 대미 수출은 8.1%나 줄었다. 특히 주력 품목인 자동차는 무려 32%나 감소했고 철강과 알루미늄은 관세가 50%까지 상향되며 수출 여건이 더욱 악화했다. 내수 역시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다. 통계청의 ‘4월 소매판매 동향’에 따르면 민간 소비는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매출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가 발표한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동향’에 따르면 1분기 소상공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2%, 직전 분기 대비 12.89% 감소했다. 동시에 금융 부담도 더 커지고 있다. 전체 개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약 15조원 증가한 719조2천억원에 달했고 이 가운데 연체된 원리금은 4조원이 늘어난 13조2천억원에 이르렀다. 내수 부진과 금융 부담이 맞물리며 소상공인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처럼 수출과 내수 양 측면에서 위기가 중첩되며 국가경제 전체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현재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 평가되는 위기 상황에서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민생 회복과 경기 부양을 목표로 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약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통해 국민 민생 회복 지원금, 지역화폐 확대, 일자리 창출, 신산업 육성 등을 집중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정부보다 한발 앞서 위기 대응에 나섰다. 민선 8기 경기도는 4천785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서고 있으며 지역화폐 발행 지원(299억원), 무역위기 대응 패키지(85억원), 스타트업 글로벌 펀드(50억원), 글로벌 수출기업 육성(13억원) 등이 포함됐다. 현재 진행 중인 도의회 심의가 마무리되면 바로 실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해 재정건전성,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우려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비교적 넓게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위기가 우리 경제의 결정적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고 동시에 민생 현장에서 극심한 어려움이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다. 지금 상황에서 추경은 단순한 예산안이 아니라 무너지는 경제를 떠받칠 수 있는 실질적 도구이며 국민 생활을 지켜줄 수 있는 마중물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정부와 경기도가 추진하고 있는 추경이 효율적이면서도 신속하게 편성·집행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머뭇거림이 아니라 과감한 결단이다. 이번 추경이 단순한 위기 극복을 넘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 회복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올 초, 사무실 창문 너머 나무에 두 마리 까치가 찾아왔다. 그리고 한동안 부지런히 무언가를 주워 날라 둥지를지었다. 둥지를 가까이서 본 건 처음인데 생각보다 크고 촘촘했다. 놀라운 건 까치둥지가 나뭇가지 외에도 철사와 건축자재 조각으로 지어졌다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오롯이 자연의 재료만으로 지어졌을 텐데, 이제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조차 둥지의 일부가 되어버려 마음 한 켠이 씁쓸했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 하나가 바다를 덮고 숲과 동물들의 삶에 스며들며 결국, 인간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환경문제의 현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마침, 지난 6월5일 ‘환경의 날’을 맞아 필자가 속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는 ‘폐전자제품 자원순환 캠페인’을 시작했다. 회사나 집에서 보유 중인 폐전자제품을 수거해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재활용하여 탄소 감축 및 환경 보호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또, 탄소중립실천 포인트제를 도입해, 텀블러·다회용컵 이용, 전자영수증 발급, 친환경제품 구매 등 9개 녹색생활 과제를 이행하도록 독려하고, ‘캠코 그린워킹 캠페인’을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개최해 임직원 걷기와 기부를 연계하고, 생활 속 걷기를 통해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와 에너지 절약 등 일상생활 속 탄소중립 실천을 생활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캠코는, 친환경·탄소중립을 선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환경부 탄소중립 경영대회와 자원순환 실천대회에서 장관상을 수상하고,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한국의 경영대상에서 ESG경영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명실상부한 탄소중립 선도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적수천석(滴水穿石)이란 말이 있다. 직역하면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로, 작은 실천이 모여 사회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환경은 미래 세대를 위한 빚이 아닌 함께 가꿔야 할 자산이다. 캠코경기지역본부는 지속 혁신으로 미래를 선도하고, 모든 업무에 국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방침을 바탕으로 물방울 같은 작은 힘이지만 환경보호에 적극 힘을 보탤 계획이다. 어제는 아내와 함께 차가운 커피 한 잔이 담긴 텀블러와 장바구니를 챙겨 30분 거리에 있는 매탄 시장을 걸어서 다녀왔다. 돌아오는 길이 무거운 짐 때문에 힘들었지만, 일상생활에서 탄소 절감을 실천했다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났다. 다시 사무실에서 까치둥지를 관찰했다. 이제는 까치가 보이지 않는다. 둥지를 떠난 까치가족이 더 안전한 자연의 품에서 힘차게 날고 있을 그날을 조용히 응원해 본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는 것, 자신에게 나쁜 짓을 저지른 이를 진심으로 용서하는 것, 그 밖에 자타공인 “진짜 어려운 일인데 그걸 해내다니, 대단해”라는 말을 들을 만한 것이라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로 손꼽을 수 있다. 각자의 경험과 생각, 처지가 다르므로 그 어떤 것을 유일하다고 말하기 어렵겠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바로 자식을 반듯하게 키워내는 것이다. 세상에 태어나 부모가 된 이들 중 부모 연습을 충분히 해보고 부모 된 이가 누가 있으랴. 누가 바로 옆에서 하나하나 자세하게 알려주는 것도 아니고 다 처음 해보는 것인데 그 과정이 어떻게 녹록하겠는가. 자식이 여럿인 경우라도 그 존재가 제각기이므로 첫째 키워냈다고 둘째가 쉽고 둘째 키워냈다고 그 아래 아이 키우기가 쉬울 리 없다. 다소 시행착오가 줄어들 뿐 매번 새로운 자식을 맞이해 새로운 육아를 하는 것이기에 부모 역할의 난이도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아이 문제로부터 기인한 가족 상담을 진행할 때면 혼란에 빠진 부모를 만나게 된다. “우리 아이는 원래 그런 애가 아닌데, 우리 아이가 아직 어려 뭘 잘 몰라서”라는 현실 부정에 빠지거나 아이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우리 애가 잘못은 했으나 책임지는 과정에서 혹여 상처받아 더 비뚤어질까 두려워서”라며 무조건적 보호 본능에만 충실한 부모를 볼 때면 안타깝다. 물론 어리고 몰랐다는 그 주장이 아예 틀린 말은 아니다. 어리고 몰랐기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자신에게도 생채기를 남기는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부모 나이대의 어른도 아직 철없이 행동하는 이가 수두룩한데 인격 형성 중인 아이가 미숙한 행동을 하는 건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더 분명하게 옳은 가치의 기준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온 가족이 아이가 저지른 잘못을 들여다보며 직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매우 괴롭고 힘든 일이지만 상황을 피하려 하면 절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부모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아이도 다시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다. 사랑하는 아이가 괴로워하는 걸 보면 부모의 마음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부모가 흔들리면 아이는 바로 눈치채고 모면할 궁리를 하게 된다. 내 아이가 특별히 나빠서가 아니다.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보호하려 자연스레 방어기제를 펼치는, 지극히 인간다운 대응일 뿐이다. 그럴 때마다 충분히 이야기하고 경청하고 또 관찰하면서 아이의 생각과 마음에 뿌리 내리려는 나쁜 씨앗을 솎아내야 한다. 아이의 행동이나 마음을 깊이 살피며 잘못된 행동에 대한 객관화 과정을 거쳐야 하고 그에 근거한 깊은 반성이 우선이다. 그래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잘못을 발판 삼아 더 반듯한 삶을 꾸려 갈 힘도 얻는다. 내 아이를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단 하나뿐인 정답처럼 명쾌하면 좋으련만. 흔들리지 않고 의지할 수 있는 커다란 기둥 역할과 안전하고 넓은 마음의 울타리가 돼 주며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해내는, 이 세상 모든 부모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지상의 고속도로 노선이 도심 생활권을 가른다. 지금은 최고 명품 도시가 된 한 지역이 그런 예다. 2000년대 초 경기도시공사가 개발을 시작했다. 그때 신도시를 가로지르는 영동고속도로가 문제였다. 도심 소음과 도시 분할이 불보듯 뻔했다. 소음은 폐쇄형 방음 시설로 완벽히 해결됐다. 하지만 도시 분할은 더 이상 논의되지 않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같은 신도시지만 완전히 다른 생활권이 됐다. 지금 그곳은 모든 게 극단적으로 나뉘었다. 이런 문제가 김포시에서 불거지고 있다. 김포시를 가로지르는 계양~강화 고속도로다. 계양구 상야동에서 강화군 갑곶리에 이르는 30㎞다. 총사업비 3조원을 들여 7공구로 나눠 개설된다. 현재 설계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기획재정부의 총 사업비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도로공사 구상은 연내 착공, 2031년 완공이다. 이 고속도로 노선이 한강신도시와 김포 한강2공공주택 지구를 관통한다. 두 도시를 완전히 쪼개는 노선이 그려져 있다. 도시 간 소통 단절과 생활권 분리는 불가피하다. 김포·경기 둘레길과 생태·휴식공간 침해도 우려된다. 김포시와 지역 정치권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4.2㎞의 4공구 중 신도시 구간만이라도 지하화를 요구하고 있다. 김병수 김포시장이 ‘고속도로 지하화’를 요구했고,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필요성 공감’을 표했다. 지역의 박상혁 의원(김포을)은 LH를 찾아 뜻을 전했다. 지하화 필요성에 대해 김포지역 전체가 하나의 목소리다. 문제는 지하화에 드는 추가 사업비다. 도공 측은 지하화 사업비를 4천억여원으로 추산했다. 신도시 개발 주체인 LH의 판단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도공과의 분담 문제도 있다. 조만간 내부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는 입장이다. 이번 경우는 앞서 소개했던 신도시의 예와 또 다르다. 당시에는 영동고속도로가 이미 자리하고 있었다. 경비·공법 등에서 지하화가 대단히 복잡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신설하는 고속도로다. 방향만 잡히면 어렵지 않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타당성도 있다. 지상 고속도로에는 방음 시설이 필요하다. 최근 도심 고속도로 방음은 전면 폐쇄가 대세다. 이 비용이 결코 적지 않다. 여기에 도심 분리에 따른 도시 가치 하락도 크다. 초기 분양 등 수익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고속도로와 신도시의 상관 관계는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무엇보다 김포 100년을 정하는 도시·도로 계획이다. 4천억원 아끼려고 더 큰 걸 잃어선 안 된다. 의지와 지혜가 동시에 필요한 ‘김포시 고속도로’다.
“임기는 매일매일이 새로 시작이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도정 전체 회의에서 한 말이다. 경기도청 간부, 공공기관장들이 모두 참여한 자리다. 도정 방향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다. 어거지로 확대해 해석할 필요는 없다. ‘촌음을 아껴 도정에 최선을 다하자’는 당부로 보면 그만이다. 그럼에도 ‘임기’라는 단어를 주목하게 된다. 임기를 1년 여 앞두고 있다. 지역 정치권은 김 지사 연임 도전 여부에 잔뜩 관심이 가 있다. 그는 이날 ‘임기’ 발언에 설명을 덧붙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임기 말 체험담을 소개했다. “2주일 남았지만 지금부터 일해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얘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정에 임하는 자세를 재삼 강조했다. ‘이제부터 도정을 마무리한다는 말은 하지 말자’고도 했다. 신규 사업 발굴에 대한 의지도 주문했다. “사업 확장이나 신규 사업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고 당부했다. 하루 뒤 ‘김동연표 북부 개발’을 향한 의욕도 밝혔다. 11일 경기도의회 본회의 자리였다. 한 도의원이 북자도 철회 의사를 물었다. ‘그럴 의사 없다’고 답했다. 최대 역점 사업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다. 변함없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 분도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김 지사는 이 대통령과의 정책적 동질성을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같다고 했다. 이 또한 김 지사의 연임 의지로 해석될 수 있는 워딩이다. 중요한 건 이 대통령의 뜻 아닐까 싶다. 경기지사 출신이며 정치적 기반이 경기도인 대통령이다. 경기지사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특별할 수 있다. 이런 이 대통령의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아는 김 지사다. 그래서일까. 새 정부의 성공을 돕는 경기도정을 강조했다. “도정 역량을 모두 동원해 이재명 정부의 국정을 뒷받침해야 한다.” 경기도가 국정의 제1동반자이자 국정 성공의 테스트 베드라고도 했다. 정부에 대한 지원과 지지를 표했다. 21대 대선은 경기 정치인들의 판이었다. 전직 도지사 둘이 기호 1, 2번으로 맞섰다. 경기도를 얻은 자가 천하를 얻었다. 대선 주자였던 이준석 의원의 출마설이 나온다. 민주당에서는 후보군으로 분류돼 온 서너 명이 있다. 유력 정치인의 출마설이 가세했다. 반대로 ‘도백 포기 의원설’도 나온다. 이 중의 핵심 변수는 현 지사의 재도전이다. 그런 의사로 읽힐 김 지사 모습이 이어진다. ‘2026 지방선거’가 경기도에서 시작되는 듯하다.
‘빚도 자산’이라는 말이 있다. 가지고 있는 돈이 있어야 그만큼 또 빌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근데 이건 ‘있는 사람들’ 얘기다. 시장 냉각기가 이어지는 지금은 아니다. 월세가 밀려서, 휴대폰 요금을 못 내서, 전기·가스가 끊겨서, 별 수 없이 빚을 내야만 하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어떻게 빚이 자산인가. 빚은 그냥 빚이다. 부채밖에 없는 명의를 ‘자산가’라 표현할 수 없다. 9월 중소기업·소상공인 사이에서만 50조원에 달하는 빚이 사회를 덮친다. 코로나19 당시 정부가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로 지원했던 대출금을 갚아야 할 때다. 상권이 살아나지 못해 폐업 옆 폐업이 속출하는데 어느덧 ‘상환 디데이(D-day)’가 기다린다. 해결책은 ‘내수 활성화’다. 하지만 가계부채도 이미 심각하다. 지난달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만 한 달 사이 6조원 이상 늘었다. 특히 신용대출이 1조원 넘게 늘어 2021년 7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국제금융협회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우리나라가 ‘세계 2위’라고 분석한 바 있다. 소비 위축이 성장률 하락, 경기 침체 가중화를 이끈다. 새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 ‘복지 측면에서의 채무 조정 지원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빚을 나라가 대신 갚자는 게 아니라 서민의 삶이 회복될 수 있게끔 최소한의 조치라도 하겠다는 뜻이다. 이 방향 설정을 빠르고 명확하게 해주길 바란다. 지난해에 절망의 빚이 희망의 빛을 가린다는 기사(본보 2024년 1월29일자 1·3면 등)를 썼는데 이젠 정반대 기사를 쓰고 싶다.
회암사터에 서 있었던 비석으로 고려 말의 승려인 나옹 화상(1320∼1376)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것이다. 나옹은 1344년 회암사로 들어가 불교에 입문했다. 1358년 원나라에서 돌아와 왕의 부름을 사양하고 구월산과 금강산 등지에서 은거하다 회암사로 다시 돌아와 절을 크게 새로 지어올렸다. 비의 모습은 당나라의 형식을 닮은 복고풍으로 비의 머릿돌을 따로 얹지 않았다. 즉, 비의 몸돌 윗부분에 두 마리의 용을 새긴 후 그 중앙에 비명칭을 새기는 공간을 뒀다. 비를 지고 있는 돌거북은 큰 돌을 단순한 조각기법으로 새겨 다소 추상적으로 다뤘으나 비머릿돌에 새겨진 용의 조각은 정갈하면서도 역동적이다. 비의 글씨는 예서체로 고구려 광개토대왕릉비와 중원고구려비 이후 고려 말에 와서 처음이다. 이는 당시의 예서 연구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해주는 한 예다. 국가유산청 제공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사회의 일반적인 상식과 정의의 관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계엄 사태로 촉발된 조기 대선이 막을 내렸다. ‘빛의 광장’의 목소리로 모아 낸 내란 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염원하는 국민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다. 장기간 거꾸로 가고, 헝클어지고, 내던져진 사회개혁 과제가 무논에 갓 모내기한 모가 뿌리 내리듯 소중한 생명으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위기 상황에서 빛나던 국민 개개인의 담대함과 통찰력, 용기 있는 집단지성이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걸음을 더 재촉하기를 응원한다. 대선 기간 각 정당의 후보자들은 수많은 공약을 발표했다. 선거는 끝났으나 조기 대선으로 인해 당선인이 국정을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는 인수위원회 절차는 없고 존속 기간이 짧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오랜 정당 활동의 역사가 있기에 큰 틀에서 국정의 정책 방향과 이행 수단에 대한 예측이 어렵지는 않지만 열린 광장을 통해 봇물처럼 쏟아낸 국민의 기대를 제대로 수용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탁상머리를 넘어 현장 중심의 경험과 소통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며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좌지우지한다는 국민 중심의 원칙을 되새기기 바란다. 잘못된 과거는 과감하게 청산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에 대한 청사진은 대선 기간 공표한 공약에 얽매이기보다 적어도 임기 초 6개월 이내에 국민 공론화를 통해 명료하고 촘촘하게 점검하며 필요한 경우 묻고 재설계해야 한다. 특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지구 인류 공동의 과제인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공약이 그렇다. 이미 기후대응 선진국에서 검증되고 일반화돼 성과가 분명한 정책과 사업에 인력과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그 결과가 사회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사람 관계 속에서 숨쉬는 것이어야 빛을 발할 것이다. 과거 우리가 누렸던 ‘플라스틱’이 현재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있는지 과도한 풍요와 편리함을 취한 역사 속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는 것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일 것이다. 소위 ‘딜레마적 물질’이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제품은 일반적으로 값싸고, 만들기 쉽고, 가볍고, 편리해 그 쓰임새와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쓰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고, 함유된 유해화학물질이 방출되며, 사용 후 소각 과정에서도 온실가스는 물론이고 대기오염 물질이 생성돼 인간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그럼에도 마치 공기와 물처럼 당연시된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젠 정책의 실패를 경험하기에는 한정된 재원, 한정된 토지, 그리고 한정된 시간이 우리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최근 지역 에너지협동조합의 모임인 경기시민발전협동조합협의회와 인천·경기기자협회,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이 ‘기후위기 대응 기후저널리즘’ 활동이라는 의미 있는 공동 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협약을 맺었다고 한다. 언론이 단순한 기상이변이나 재난 차원의 문제로 다루는 정보 전달 차원을 넘어 사고의 전환과 삶을 영위하는 방식의 변화를 동반하는 쟁점을 다뤄야 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을 확인한 것이다. 작은 변화가 큰 파도를 만들어낸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위기와 싸우는 것을 도울 수 있는 10가지 방법 중 하나로 “목소리를 내라”고 권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