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채솟값 고공행진

심술도 이런 심술이 없다. 장맛비에 밤에는 바람도 한 줌 안 분다. 땀은 비오듯 흘러내린다. 누가 열대지방에서 이런 무더위를 밀수했을까. 피부에 와닿는 불쾌지수도 그렇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도 역대급이다. ▶폭염 말고도 서민들을 괴롭히는 게 또 있다. 하루가 다르게 고공행진 중인 채솟값이 그렇다. 시장에 나가 보면 어제 써놓은 값이 무색하다. 상인들조차 손사래를 칠 정도다. 서민들도 서민들이지만 음식점 업주들의 시름도 깊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상추는 63.1%, 배추는 무려 80.1% 뛰었다. 특히 배추 김치가 필수인 식당들은 김치 담그는 비용이 체감상 3배 올랐다고 호소한다. 수도권에서 15년 동안 보쌈집을 운영해온 한 업주는 “원래 여름 배추가 비싸긴 하지만 이렇게 비쌌던 적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배추 3포기가 들어 있는 한 망 가격이 낮을 때는 6천~7천원 정도지만 올여름은 4만원대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인들의 한숨 소리에 땅이 꺼질까 걱정된다. ▶보쌈은 배추에 싸 먹기도 하고 배추김치를 곁들여 먹기도 해 꼭 필요한데, 이미 올해 초 1천원 올려 추가로 올리기에는 손님 눈치가 보인다고 한다. 지난 1년 동안 전체적인 단가가 30~40% 뛰었지만 가격에는 그만큼 반영할 수 없다. 수도권의 또 다른 보쌈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틀에 한 번 3~4포기씩 겉절이를 담그는데 시장에 나가 직접 배추를 살 때마다 하루하루 배춧값이 오르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채솟값 폭등에 집 안에 텃밭이나 화분 등을 두고 직접 키워 먹는 서민들도 늘고 있다. 관련 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텃밭 가꾸기 관련 상품 판매도 큰 폭으로 늘었다. 씨앗과 모종 판매량 등은 41% 증가했다. 특히 값이 뛴 대파(77%)와 쪽파(420%), 상추(42%), 배추(13%) 등이 잘 팔렸다. ▶미니 화분은 35%, 삽이나 호미 등은 13% 판매량이 늘었고 전지가위(21%)와 식물 영양제·비료(8%), 식물 지지대(14%) 판매도 증가했다. 채솟값이 치솟다 보니 이처럼 텃밭 가꾸기 관련 상품이 인기라는 기이한 현상까지 이어진다. 끝 모를 물가 인상은 도대체 언제 멈출까. 고유가·고금리에 이래저래 서민들만 힘든 요즘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세계는 지금] 소멸도시와 도시재생

칸(Cannes)은 프랑스 니스 남쪽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인구 약 7만5천명의 휴양 도시다. 이곳에서 매년 5월 ‘칸 국제영화제’가 열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다. 또 6월 하순에는 ‘칸 국제광고 페스티벌’도 개최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 3대 음악 산업 전시회로 꼽히는 ‘미뎀(Midem)’이 개최되기도 한다. 칸 영화제를 개최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 프랑스 칸의 컨벤션센터(Palais des Festivals et des Congr〈00E8〉s)이다. 칸 영화제, 칸 라이온스, NRJ(Nouvelle Radio des Jeunes) 뮤직어워드, 미뎀 등의 행사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8만8천 스퀘어미터(sq.m)의 규모, 3만5천 스퀘어미터의 전시 공간, 18개의 강당으로 이뤄져 있다. 매년 약 30만명의 의회 대표단과 40~50개의 국제 전문 마이스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지중해를 끼고 호텔, 상점, 레스토랑이 모두 인접해 있는 마이스 복합 지구로 아름다운 경관이 매우 유명하다. 칸에서 가장 유명한 ‘끄르제트 거리(Bd. de la Croisette)’는 세계 곳곳에서 모인 유명 인사와 영화배우가 숙박하는 최고급 호텔을 비롯해 고급 레스토랑, 부티크 등이 즐비한데 이 거리의 서쪽 끝에 있는 건물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은 영화제뿐만 아니라 연중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특히 2022년은 대한민국의 영화인들도 ‘칸 국제영화제’에 대거 참석해 K-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받는 등 그 열기가 대단했다. 코로나19 이후 칸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120m² 규모의 세트와 350명의 청중을 수용할 수 있는 Hi5 스튜디오가 새로 생겼다. 공간이나 이동에 제약 받지 않는 방식의 새로운 하이브리드 이벤트 형식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스튜디오로 최첨단 장비와 기술을 갖춰 클라이언트가 요구하는 전문적인 온라인 방송을 할 수 있게 됐다. 칸이 프랑스의 수도가 아닌 작은 휴양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마이스 산업이 발전한 이유에는 ‘문화 콘텐츠의 힘’이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칸은 영화제, 광고제, 음악 산업 전시 등 문화 예술 산업에 있어 세계적인 명성을 보유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대한민국의 소멸 도시와 도시재생에 대한 이슈가 화두이자 고민이다. 지리적으로나, 인구수로나 그다지 이점이 없는 ‘칸’이라는 도시가 어떻게 마이스 중심지가 됐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그 중심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문화 콘텐츠’를 모으는 힘, 그리고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김유림 중국스포츠산업연합회 한국지부장·카타르 민간대사

[기고] 간호사, 세상에 그 정성이 울려 퍼지는 존재

영혼 없는 눈빛, 타성에 젖은 걸음과 대비되는 생기발랄한 속사포랩으로 놀이기구 이용 안내를 하는 ‘소울리스좌’가 화제다. ‘아마존 익스프레스’의 전직 캐스트(계약직 직원) 김한나씨다. ‘영혼 없는’이란 부정적 의미의 ‘소울리스(soulless)’가 노동에 소요되는 에너지를 최적화한 상태라는 새로운 맥락을 얻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자신이 하는 일에 체력과 감정까지 모두 쏟아붓기를 요구해 온 자기 착취적 노동윤리에 대한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이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근무자 모습도 있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배우 박진주씨가 연기한 간호사의 모습이 그 예다. 환자에게 친절하며 업무를 깔끔하게 수행하지만 감정적으로는 하늘에 떠 있는 한 마리의 매처럼 초연한 상태를 유지한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의료진의 70%가 번아웃(소진)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과중한 업무와 낮은 성취감에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업무에 대한 지나친 열정이 번아웃으로 이어진다고도 지적한다. 그러나 환자를 대하는 데 몸에 밴 상냥함과 열정이 없는 간호사는 상상이 안될 정도로 환자들의 기대치를 맞춰야 하는 현실이 소울리스 근무를 불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간호법 제정이 절실하다. 40년 가까이 간호사로 근무했던 아내가 은퇴를 했음에도 사명감을 갖고 애쓰는 모습이 아니더라도 소집단 이기주의에 의한 그들만의 이익만 추구하는 여느 직종, 단체와는 확연히 다른 그들의 외침에 깊이 공감한다. 백의의 천사인 간호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단아한 모습으로 세상에 그 정성이 울려 퍼지는 존재이므로. 송수행 前 MK상역 대표

[김경율의 세상 돋보기] 대기업보다 무서운 입주자대표회의

회계사 생활을 하면서 기업가치 평가, 회계감사, 매각 목적 실사, 부정 적발 감사 등 여러 가지 용역을 의뢰받아 경험했지만 가장 껄끄러운 것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다. 상대가 최고의 법률전문가, 그리고 회계법인의 도움을 받는 대기업과 지루한 싸움도 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뭔가를 찾으면 의혹의 대상이 되는 사람이 난리를 피우고, 찾은 게 없이 특이점이 없다는 일종의 건강하다는 신호를 주면 회계사가 어떻게 장부를 보고 부정행위를 못 찾는다고 면박을 주기 일쑤다. 의사결정구조 전반도 소수 몇몇에 의해 좌지우지되기 마련이다. 좀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우리나라 사회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나는 코스닥 자본시장을 예로 들고 싶다. 단언컨대 우리나라 코스닥 시장은 무자본 엠엔에이의 난장판이라고 지적하겠다. 문재인 정부를 뒤흔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기 사건,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의 내막을 파헤쳐 들어가면 무자본 인수합병은 필수제처럼 요소요소에 들어가 있다. 사실 이 같은 일은 2000년대 초반 이른바 벤처붐이 일 때부터 매년 반복된 일이다. 그럼에도 자본시장 참여자 중 일부 세력들이 위법적 탈법적 행위를 하더라도 처벌이 솜방망이라 더 많은 사람들이 끼어든다. 소위 해외 유학파 출신 엘리트들부터 건설 시행을 하던 사람, 심지어 조직폭력배들까지 발을 디밀게 되는 결과가 빚어졌다. 다시 돌아가서 순전히 내 개인적인 얘기를 해 보고 싶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지난 5월27일자로 사우나 등 공동이용시설 사용료 관련 투표를 했고, 과반 참석 과반 지지로 1안이 채택됐다. 거칠게 얘기하면 1안은 이용자 부담, 2안은 공동 부담 안이다. 그리고 이를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의결했다. 그런데 한 달 보름이 지난 7월14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재심의 후 재투표를 의결했다.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과 이를 준용한 아파트 관리규약 제42조에서는 재심의는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한 안건이 관계법령 및 관리규약에 위반’되는 경우에 한해 가능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리고 일부 입주자가 적시한 관계법령 위반 사항은 커뮤니티 운영규정 제1조의 목적 중 “효율적인 운영과 질서유지를 확립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기술한 것 중 효율적인 운영이 아니어서 법령 위반이라는 것이다. 법률 전문가는 아니지만 목적으로 기술된 사항을 두고 단정적으로 위반이라 하는 것도 의문이고 또한 본인들이 ‘법령 위반’이라는 안을 그대로 둔 채 재투표하는 것 역시 황당할 따름이다. 서울시 공동주택통합마당에 연락을 했다. 뚜렷하게 재심의 및 재투표 의결은 부당하게 보인다는 대답과 본인들은 관할이 아니니 해당 구청 공동주택 관리과에 연락을 취하란다. 구청 도시관리국에 연락을 취했다. 서로 대화를 이어가다가 해당 아파트 이름을 말하는 순간부터 태도가 바뀐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등등 각종 항목을 들이대며 가능하단다. 뭔가 익숙한 경우다. 그렇다. 코스닥 자본시장에서 하루가 멀다고 발생하는 무자본 인수합병에 대해 여러 경로를 통해 문제 제기할 경우 딱 금융감독원 혹은 금융위원회 등 견제 감시할 기구의 태도와 같다. 결국 도움을 받기 위해 전화한 담당 주무관과 말씀한 조항은 이 경우에 적용될 여지는 없다는 반박을 해야 했으며 결국 “그러면 따로 민원을 제기하라”는 답변을 얻었다. 지금 내 통화하는 것이 전화 민원이 아니면 뭐냐고 투덜거려 봤자 달라진 건 없었다. 매번 반복되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둘러싼 소란이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이유가 입주자대표회의 내부뿐 아니라 이를 관리 감독할 지방자치단체 등 외부 기관에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비슷한 지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마약범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깡패가 설치는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검수완박 등으로 말미암아 검찰과 경찰의 수십 년 이어온 공조 체계가 무너지며 독버섯처럼 번질 위험에 노출된 것을 들었다. 내가 소중한 지면을 빌려 사적인 이유를 중언부언 쓴 이유를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영역에서든 감시와 견제, 그리고 사후적 제재가 적절히 따르지 않는다면 아수라장이 돼 버리고 말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또 하나가 떠올랐다. 국회! 김경율 회계사·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

[천자춘추] 전염병과 예술인

전대미문의 재난 코로나19로 3년여 무대를 잃었던 예술인과 그 무대를 향유할 기회를 잃었던 시민. 심지어 경기 북부권의 도농복합도시인 김포시의 경우 코로나19가 오기 이전에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에 모든 공연과 전시 등의 문화예술 행사가 전면 금지되기도 했다. 이후 우리의 모든 일상을 빼앗아간 코로나19는 예술인들에게도 엄청난 시련의 시간이다. 코로나19로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예술인 가운데는 생계의 어려움으로 인해 택배, 청소, 막노동 등으로 근근이 생활하면서 버텨온 예술인이 꽤 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예술인에게 코로나19는 참으로 가혹하다. 그나마 지난 4월18일부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로 문화예술계는 모처럼 예술 활동을 할 수 있었고, 시민은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맞았다. 그동안 열리지 못했던 전국의 크고 작은 축제들과 각 지역의 다양한 행사로 예술인도 시민도 공연장과 전시장으로 몰려들었다. “코로나19 이후에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더 느꼈다. 역시 공연이 우리에겐 보약이다”라는 한 성악가의 말이 떠오른다. 예전에 주변에서 경험한 바로는 집안 살림이 팍팍해지면 아이들을 보내던 학원 가운데 대체적으로 먼저 끊는 것은 미술, 피아노 등의 예술과목 레슨이었다. (전공자로 성장하고자 하는 이들은 예외다.)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이기에 예술은 늘 그렇게 차선이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예술은 곳곳에서 피어났지만 말이다. 근현대사 독일의 가장 위대한 문인으로 일컬어지는 괴테는 “예술만큼 세상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예술만큼 확실하게 세상과 이어주는 것도 없다”고 했다. 예술은 그렇게 우리가 사는 세상과의 운명적 끈인 셈이다. 또한 문화예술은 대중의 문화향유권 증진을 위한 공공의 영역이다. 대중의 눈높이는 점점 더 높아지고 다양한 것을 추구한다. 예술가 개인의 예술적 감각과 창의적 활동은 보다 수준 높은 노력을 요하는 현실에서 예술인에게 감염병으로 인한 제재는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다시 코로나19 변이로 인해 확진 사례가 늘고 있다. 여름휴가에 이어 추석 연휴의 대이동을 생각하면 예술인들은 9월부터 풍성해질 공연 및 전시의 계절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코로나19 시대가 계속되는 가운데 그렇게 또 겨울이 올 것이다. 예술인들은 전면금지의 시간이 올까 두렵다. 예술인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도 도움이 되겠지만 활발한 예술 활동을 통해 생기는 수입으로 살고 싶다. 이재영 ㈔한국예총 김포지회 부회장

[경기시론] 자율방역의 재구성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정부와 방역 당국이 난처한 처지에 처했다. 신종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주 내내 매일 10만명 이상 발생하고 있고 위중증 환자와 신규 입원환자도 늘고 있다. 우리만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감염성이 더 높은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 번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는 사망률을 최저로 유지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정부는 감염이 줄어드는 추세를 타고 또 전 정부의 ‘K-방역’ 기조를 바꿔 ‘자율방역’을 추진해 오고 있다. 개인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고 방역을 생활화하는 기조는 필요했고 권장할 만했다. 보호막을 치는 방역은 이제 소임을 다한 듯했고 ‘위드코로나’니 ‘엔데믹’이니 앞으로 코로나 감염병이 어느 정도 제어될 거라는 낭만적인 상황 판단도 있었다. 무엇보다 자유주의 국정철학을 방역 정책에서도 구현하고자 했음을 부정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면서 자율방역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K-방역의 규제에 대해 비난이 들끓었듯이 이제 자율방역의 불간섭주의가 추궁되고 있다. 작금의 감염병 재확산은 물론 자율방역으로의 전환 때문은 아니다. 하지만 자율방역의 기조가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에 대응하는 필수 불가결한 역량과 시스템을 전제로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은 시정돼야 한다. 자율방역은 K-방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기조로 구성됐어야 했다. 불가피했더라도 확진자 수를 억제하는 방역, 백신 및 치료제의 적시 제공이 가능하고 의료진과 시설을 갖춘 공공 의료체계의 미비, 상호 불신을 낳게 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결과를 치유하는 안목의 부재, 지원금 산정과 지출을 둘러싼 미숙함, 당국자들의 노란색 제복에서 엿보이는 우리 행정의 전통적인 위기대응 표상 등은 시정돼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제라도 자율방역의 이름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K-방역의 성과를 이어받으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성과를 낼 수 있다. 아울러 개인의 자율과 책임을 키우는 길은 주문하는 것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예부터 국가에 대한 기대와 의존성이 강한 우리와 같은 동아시아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물며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감염병 예방과 관리에서 이를 위한 지원을 거두고 줄이는 것은 자율방역을 단지 예산 절감을 위한 방편으로 치부되게 만들 뿐이고 개인의 자율과 책임이 성장하는 데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원준호 한경대 인문융합공공인재학부 교수

[사설] ‘축제는 이런 것이다’를 보여 준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마침내 락이 제대로 터져 나왔다. 길고도 어두웠던 코로나19의 터널을 뚫고서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인천 송도를 들썩이게 했던 2022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공전의 대성황을 이끌어내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세계 정상급 수준의 공연 콘텐츠는 3개 무대를 사흘간 밤낮으로 달궈냈다. 여기에 지난 3년간 대면 공연에 목말랐던 락 팬들의 열광과 무결점의 행사 진행이 어우러져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음악축제로 그 위상을 키워낸 것이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2006년 첫 무대를 연 이래 대한민국 락 축제의 중심으로 커 왔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내리 2년간 언택트 음악축제로 명맥을 이어왔다. 올해 3년 만에 무대와 객석이 뜨거운 호흡을 주고받는 현장 공연으로 부활한 것이다. ‘RE:VIVE’라는 올해 페스티벌의 지향점이 제대로 성취된 3일간의 잔치였다. 5일 저녁 개막식에서 화려한 드론 불빛쇼가 여름 밤하늘을 물들이자 관객들 모두가 ‘부활’을 실감했던 락 잔치였다. 우선 무대를 꽉 채운 라인업이다. 팬데믹 여파가 가시지 않았음에도 슈퍼헤드급 해외 아티스트들이 대거 날아왔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데프헤븐, 뱀파이어 위켄드, 모과이 등이다. 국내에서도 크라잉넛, BIBI, 잔나비, 체리필터, 자우림 등 최정상급 아티스트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미래 한국 락을 짊어질 신예 루키밴드들도 패기를 과시했다. 가시적으로는 관객 흥행부터가 사상 최대였다. 5일 3만5천명, 6일 5만명, 7일 4만5천명으로 모두 13만명을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 2019 펜타포트 때의 10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번에 마련된 피크닉존과 캠핑장 등은 락 페스티벌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가족, 친구, 연인들끼리 다함께 음악과 휴식을 즐기는 축제의 진면목을 보여줘서다. 천둥 같은 함성, 터질 듯한 떼창, 열대야를 날리는 물대포 세례.... 이제 락의 잔치는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 중 관할 경찰서가 관객들에게 커피를 서비스했던 푸드트럭이 화제가 됐다. ‘음주단속 때 만나요’라는 애교 어린 경고문도 펜타포트에 어울린다는 호응을 얻었다. 축제장 인근의 주민들도 귀를 울리는 헤비메탈 굉음을 눈감아줬다. 우리 청년들에게 모두 따뜻한 손을 내민 셈이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에 비하면 한국의 축제는 빈약하다는 평가다. 축제를 위한 축제이기 일쑤여서다. 축제의 요체는 자발성과 참여, 그리고 열정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우리 축제문화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할 것이다.

[사설] 지역 문화 창달 출발, 지역신문발전 정신/노무현 정부 세우고, 윤석열 정부 뭉개다

독자들에겐 낯선 지역신문발전위원회라는 게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소속된 기구다. 특별법에 근거해 2004년 출범했다. 위원회의 목적이 명시돼 있다.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해 여론의 다양화, 민주주의의 실현 및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 출발 기조는 국가균형발전론이다. 노무현 정부 국정을 관통하던 논리다. 언론도 지역 문화 창달의 핵심이고, 이를 지원하는 것이 국가균형발전이라 여긴 것이다. 실천 방안으로 다양한 지원책이 있다. 지원 방향 자문, 주요 사업 평가, 제반 교육·연구·조사 등이다. 과거에도 유사한 정책은 있었지만 주먹구구식이었다. 정부가 입맛대로 지원 대상과 폭을 정했다. 그러다 보니 언론 통제 수단으로 변질되기 일쑤였다. 이를 공식·제도화한 것이다. 엄격한 심사를 통해 매년 대상 언론사를 선정했다. 지방 언론의 전체적인 수준 향상이라는 순기능을 수행해 온 바 컸다. 그중의 핵심 분야가 ‘구독료 지원 사업’이다. 지원 대상이 특정돼 있다. 소외계층과 청소년이다. 경제적 여건이 안 좋은 지역민, 신문 구독의 당사자가 될 수 없는 청소년이다. 당연히 언론사는 지원 예산의 최종 수혜자가 될 수 없다. 예산 지원의 실효성도 이미 증명됐다. 소외계층 구독료 지원 사업이 2위, 신문활용 교육(NIE) 구독료 지원 사업이 3위다(지역신문발전위원회 자체 효율성 분석). 바로 이 분야에 대한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7월 초 기재부의 2023년 예산 심의에서다. 전국지와 지역지의 시장 점유율은 80 대 20이다. 그나마 전국지도 일부에 편중돼 있다. 지극히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다. 여기에 언론 환경도 팍팍해지고 있다. 수도권 지역 신문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지방에는 존립을 위협 받는 신문이 많다. 본보가 포함된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등에서 삭감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관련법이 상시법으로 전환된 이후 첫 예산 편성부터 지역언론 패싱인가”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당선자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전국을 순회했다. 그때 지역 언론의 취재를 거부했다. 대선 이전과 이후에 달라진 대언론 태도를 두고 많은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 ‘지역 신문 구독료 지원 삭감’이 단순한 예산 조정의 문제가 아닐수도 있다고 보는 이유다. 노무현 정부의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창설은 언론의 국가균형발전이었다. 18년간 유지되면서 작지만 의미 있는 역할을 다해 왔다. 윤석열 정부가 그 ‘작지만 의미 있는’ 정책을 뭉갰다. 무슨 의미인가. 혹 거대 중앙 언론 몇 만을 국정 파트너로 삼겠다는 뜻인가.

[지지대] 청년의 기준

청년(靑年). ‘푸른 나이’라는 뜻이다. 젊은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면서 성인이라는 의미에서 청소년과 구별된다. 청년의 범주는 몇 살부터 몇 살까지일까? 유엔은 2015년 새로운 연령기준을 제안했다. 인류의 체질과 평균수명 등을 고려해 생애주기를 5단계로 나눴다. 0~17세는 미성년자, 18~65세 청년, 66~79세 중년, 80~99세 노년, 100세 이상은 장수노인으로 분류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만 65세까지 청년이다. 한국인들을 나이 순서대로 줄을 세우면 맨 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중위연령)는 ‘만 41세’이다. 1974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은 한국 사회에서 젊은이에 속한다는 의미다. 1950년 한국의 중위연령은 만 19세였고, 1980년대에는 만 21.5세였다. 2040년에는 52.6세가 중위연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가 연령의 개념을 바꿔 놓고 있다. 흔히 20대를 청년으로 규정했지만 사회정책과 인구 구성의 변화 등을 고려해 재정의하려는 움직임이 세계적 차원에서 일고 있다. 유엔이 새로운 연령기준을 제안한 것도 그런 의미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늘었다 해도 65세까지를 청년으로 분류한 유엔 기준이 와닿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청년 기준은 제각각이다. 법마다, 규정마다 들쭉날쭉하다. 통계청은 청년을 15~29세로 정의한다. 경제활동인구조사나 각종 청년 고용지표는 이 기준을 따른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도 15~29세까지를 청년으로 본다. 청년 실업자 지원책을 담은 고용보험법·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법은 15~34세를 청년으로 했다.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상에선 39세까지가 ‘청년 상인’이다. 농어촌에선 40대도 청년으로 본다. 세법상 청년 기준은 만 15~34세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그동안 조세특례제한법에 15~29세, 19~34세가 혼재돼 있었는데 15~34세로 못 박았다. 하나의 법에 각기 다른 청년 기준으로 혼란스러웠는데 적절한 조치다. 효율적 행정을 위해 청년의 나이 기준을 통일할 필요가 있다. 경제난·취업난에 팍팍해진 청년의 삶을 챙기는 다양한 정책도 절실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오피니언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