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과하고… 이해하고… 존중하니… 끝/한 달 파행 끝내는 데 딱 3일 걸렸다

경기도의회 양당과 김동연 지사가 손을 잡았다. 한 달 넘게 이어진 도의회-도정 파행이 끝날 듯하다. 도의회 여야 대표와 김 지사의 만남은 4일 있었다. 앞서 도의회 국민의힘 곽미숙 대표가 3일 기자회견을 갖고 임시회 개최 합의를 발표했었다. 회동 후 김 지사는 ‘대승적인 합의를 이뤘고,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포함한 민생 문제를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곽 대표는 ‘열심히 하겠다’고 했고, 남종섭 민주당 대표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양당 수석부대표가 5일 제362회 임시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요구된 임시회 기간은 9일부터 18일까지다. 지각 개원인 만큼 할 일이 많다. 9일에는 의장·부의장 선거, 상임위원 선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선임, 윤리특별위원회 위원 선임, 상임위원장 선거 등을 진행한다. 10일에는 도정과 교육 행정 업무보고, 2022 추경안 제안 설명 등이 이뤄진다. 도민의 원성이 여간 높지 않았다. 정상화에 최대한 속도를 낸다는 각오가 필요해 보인다. 꽉 막혔던 도의회-도정이 급격히 풀려간 것은 3일부터다. 경제부지사로 내정된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양당 대표를 방문했다. 염 내정자는 전임 부지사의 사퇴로 갑작스럽게 선택됐다. 임명 절차에 최소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럼에도 내정자 신분으로 의회부터 찾는 성의를 보였다. 앞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전임 부지사의 술잔 투척 논란)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피해 당사자격인 곽 대표가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염 내정자 방문, 국민의힘의 수용, 김 지사와의 환담, 양당의 정상화 선언 등으로 이어진 대화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결국 한 달의 갈등을 푸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일로 충분했다. 이 3일의 대화를 관통하는 큰 정서는 ‘존중과 이해’다. 특히 주목되는 게 도의회에 대한 도 집행부의 존중 의사 표시다. 염 내정자가 3일 방문에서 표한 의견에도 그런 부분이 있다. “서구의 자치분권은 의회 중심이다... 충분히 존중하겠다.” 마땅하며 중요한 원칙이다. 우리는 한 달 파행의 책임을 주로 도의회에 뒀었다. 원 구성 거부, 도정 심의 거부 등 현실적 책임이 의회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의회를 대하는 김동연호 집행부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이 기회에 짚고 갈까 한다. ‘도가 옳고 의회는 따라오라’는 의식이 곳곳에서 보였다. ‘김동연 협치’ 역시, 사전 협의보다는 일단 발표한 뒤 의회에게 선택을 떠넘기는 모양새였다. 맘에 안 든다고 도의원에 술잔을 투척한 파문’이 그 상징적 모습이었다. 이제 끝났고, 정상화로 가기 시작했다. 잘 풀려 갈 것으로 믿는다. 위기가 생기면 이번 ‘대화 3일’의 교훈을 떠올리기 바란다. 그리고 멋진 협치에는 멋진 정무가 선결돼야 한다는 기본을 잊지 말기 바란다.

[지지대] 달 탐사선 ‘다누리’

태극기를 단 대한민국의 첫 달 탐사 궤도선 ‘다누리’가 지난 5일 오전 8시8분(한국 시간) 우주로 발사됐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발사된 다누리는 발사체로부터 정상 분리돼 목표한 궤도에 진입, 오전 9시40분쯤 지상국과 첫 교신에 성공했다. 발사 시간이 8시8분, 8월8일 창간 34주년을 맞은 경기일보의 감회가 남다르다. ‘다누리’는 순우리말 ‘달’과 ‘누리다’의 ‘누리’가 더해진 이름이다. 달을 남김없이 모두 누리고 오길 바라는 마음과 최초의 달 탐사가 성공하길 기원하는 의미가 담겼다. 지구와 달은 38만km 떨어져 있다. 다누리는 달로 곧장 가지 않고 태양 쪽의 먼 우주로 가서 최대 156만km까지 거리를 벌렸다가 나비 모양의 궤적을 그리면서 돌아와 달에 접근할 예정이다. 다누리는 4.5개월 항행을 거쳐 12월16일쯤 달 궤도에 진입하고 12월31일 달 상공 100㎞에 안착하게 된다. 내년에 관측을 개시하면 한국은 달 탐사에 성공하는 세계 7번째 나라가 된다. 21세기 우주 강국으로 나아가는 문을 여는 것이다. 다누리는 1년간 하루 12번씩 궤도를 돌면서 달 관련 정보를 수집해 지구로 보내게 된다. 고해상도 카메라가 찍어 보내는 달 표면 영상은 달 착륙선 후보지 탐색에 활용된다. 정부는 2030년 초까지 1.5t급 달 착륙선을 개발해 발사하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6월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의 성공적 발사에 이어 다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 2022년은 한국의 우주탐사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주는 무한대로 펼쳐진 기회의 땅이다. 모건스탠리는 2020년 3천870억 달러였던 우주시장이 2040년에 1조1천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발사될 위성은 1만7천여기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우리도 우주 강국에 다가서고 있지만, 세계 우주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성공적인 우주 개발과 우주 영토 확장을 위해 정부의 과감한 예산 투자와 인력 육성 등 첨단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아침을 열면서] 유한한 삶이 주는 성찰

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종종 착각을 하곤 한다. 20대 청년 대학생들에게 ‘나의 생은 앞으로 얼마나 남아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대부분 40년 혹은 60년이라고 답한다. 평균 수명에 따라 그렇게 셈했을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수명이 2030년도에는 81.9세에 이르러 세계 최고 수준의 장수국가가 된다고 한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 해서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80여년이 더 남아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은 명백한 착각이다. 역사적으로 장수를 누린 사람은 있었지만, 단 한 명도 죽지 않고 영생한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죽음이 나와는 무관한 일이고, 인생은 삼세판이 가능한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고 착각하고 시간을 허비한다.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는 도중,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17세 이후 33년간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만일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오늘 하려는 것을 할까? 그리고 여러 날 동안 그 답이 ‘아니요.’라는 것으로 이어질 때, 나는 어떤 것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천원짜리 지폐에 새겨져 있는 율곡은 16세 때 인생의 큰 역경을 겪는다. 스승이자 어머니인 사임당 신씨가 홀연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인생에 대해 깊은 회의에 빠진 그는 삼년상을 마친 이후, 머리를 깎고 금강산으로 들어가 불경공부에 몰두했다. 꼬박 1년 동안 죽음이란 무엇이고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뜻한 바가 있어 산을 내려와 자신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오죽헌에 돌아온 후 제일 처음 한 일은 스스로를 경계하는 글인 ‘자경문’을 지은 것이다. 모두 11조목으로 이뤄져 있는데 첫 문장이 뜻을 세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뜻을 크게 가지고 성인을 본받되, 조금이라도 미치지 못하면 더욱 노력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나머지 단추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 잘못 꿰면 단추는 어색하고 불편하다. 삶도 마찬가지다. 맹자는 말한다. “사람마다 자기에게 귀한 것이 있지만,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人人有貴於己者, 弗思耳).” 경제적인 부유함과 사회적인 높은 지위가 자신을 귀하게 한다는 것은 착각이다. 내면의 선한 양심을 드러내며 각자 처한 위치에서 자기답게 살았을 때, 비로소 가치롭고 귀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유한한 삶에 대한 자각은 자신이 가장 가치롭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으로 이끈다. 이제는 매 순간 스스로에게 절실히 물어야 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것은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 것인지. 정해지면 주저말고 뚜벅뚜벅 그 길을 걸어가야 한다. 고재석 성균관대 성균인문동양학아카데미 주임교수

[기고] 대담해지는 범죄… 촉법소년 연령 기준 낮춰야

촉법소년들의 범죄가 해를 거듭할수록 지능화되고 수법도 흉포해지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의 법은 너무나 관대하다. 촉법소년은 형벌을 받을 범법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강력범죄에도 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는다. 형법이 제정된 69년 동안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다. 그 당시의 청소년에 비해 지금의 청소년들은 신체·정신적으로 비교가 될 수 없을 만큼 성숙하다. 그에 따른 범죄 수법과 잔혹성도 성인 범죄보다 더 치밀하고 대담해 촉법소년의 연령 기준을 낮추자는 것이다. 소년범들이 범죄를 범하고 법정에 섰을 때 형사처분을 받을지 보호처분을 받을지 예상할 수 없어야 처벌의 효과가 높다. 그래서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의 기준 연령을 낮춰 처벌의 목적보다는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주어 범죄를 예방하는 데 있다. 또한 최종 권한과 결정은 법원에 재량권을 주어 처벌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소년범들이 연령을 악용해 고의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봐야 한다. 경찰청 통계 자료에 의하면 최근 3년간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2만3천여 명이다. 2019년 7천81명, 2020년 7천535명, 2021년 8천474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현행 소년법은 촉법소년들이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이 없어 사회봉사·감호위탁·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을 받는다. 전과기록도 남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악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피해자들이 평생을 받을 상처와 고통보다 촉법소년의 연령이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분을 면하게 하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지금 시대의 국민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 일부 촉법소년들은 자신들의 범죄가 소년법에 따라 처벌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악의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미국은 주에 따라 만 7세부터 14세까지 다양하게 적용하고 영국과 호주는 만 10세, 캐나다 만 12세, 프랑스 만 13세 등 중요 선진국에서도 형법상의 형사 미성년자 기준연령을 낮게 적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과정에서 촉법소년의 상한 나이를 14세에서 12세로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공약한 만큼 조만간 기준이 개정될 것으로 본다. 형사 미성년자 사건에 대해 처벌 기준 연령을 낮췄어야 한다. 또한 기존 형사사법 시스템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가정법원과 일반법원으로 이분화한 시스템에서는 보호처분을 여러 번 받은 소년이 형사처분 시 초범으로 분류돼 기소유예나 선고유예를 받는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해 소년범들도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뉘우칠 수 있는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의무를 이수해야겠다. 또한 촉법소년들의 범죄 증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연령 하향과 교화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무부와 교육부, 경찰, 법원, 검찰 등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부처의 성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 해결 방안을 찾고 상호 협력과 공조를 해야한다. 전영태 안산단원경찰서 수사심사관실 경위

[이슈&경제] 민간 주도의 혁신 스케일업 생태계 필요하다

경제가 어렵다.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코로나19 위기 극복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 살리기는 공공의 무차별적인 현금 풀기가 아니라 민간의 경제활력을 회복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경기도를 스타트업 천국으로 만들겠다는 김동연 지사의 정책 의지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아마도 경기도 전체가 ‘혁신 거점’이 돼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제는 재정 지원을 통한 공공 주도의 스타트업 지원정책은 공공기관의 일자리만 늘린다는 것이다. 세금을 투입해 스타트업 개수가 늘어나더라도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경기도 스타트업 지원정책의 현 상황이다. 경기도에는 중앙정부, 경기도 또는 기초지자체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되는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인프라와 사업들이 있다. 취·창업 지원기관, 창업보육센터, 창업사관학교, 메이커스페이스, 창업허브, 벤처창업지원센터 등이 있다. 문제는 경기도에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시설이나 사업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공공 주도의 관행적이고 타성적인 사업방식, 파편화된 지원정책, 지원 인력의 전문성 부족, 사업의 특성화 미흡, 예산 투입에 기반한 단순한 양적 확대 등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장애가 되고 있다. 특히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들은 재정 사업의 특성상 생태계 조성보다 개별 기업 지원을 중심으로 한다. 성과가 단기간에 나타나기 어려운 스케일업보다 실적 보여주기가 필요한 공공의 특성상 창업 양산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공공이 주도하는 스타트업의 양적 증가 정책은 혁신 생태계를 만들 수 없다. 공공기관들이 문제점을 몰라서가 아니라 공공기관과 재정 사업의 특성이 사업방식을 제한한다. 더욱이 스타트업이 일자리와 성장을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저성장 시대에 성장과 고용을 모두 잡으려면 스케일업 관점의 혁신 생태계가 필요하다. 따라서 경기도가 스타트업들의 혁신 거점이 되기 위해서는 민간이 주도하는 ‘새로운 성장’을 지향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공은 민간 전문가와 협업을 하되 정책과 사업은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창업지원 중심의 경기도 지원시설을 스케일업 중심 지원으로 기능을 재편하고 창업지원 위주의 정책을 스케일업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도 필요하다. 스타트업의 질적 성장을 추진해야 경기도가 한국 경제의 혁신 거점으로 거듭나고 경기도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다.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 메이커스페이스, 전시관, 문화공간, 주거공간 등을 포함하는 혁신 스타트업 콤플렉스도 필요하다. 암기식, 지식 전달식 교육을 탈피해 청년들이 자기 주도 학습, 동료학습, 프로젝트별 학습 등 혁신적인 방식의 교육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을 보유한 혁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시급하다. 기존의 관성적이고 관료적인 공공 시스템을 벗어나 혁신 스케일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민간 전문가 주도의 혁신생태계 총괄조직도 필요하다. 경기도가 선도적으로 민간 주도의 혁신 스타트업·스케일업 생태계 모델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은경 경기연구원 박사

[천자춘추] 평화 위협하는 외교

지난 6월 29~30일 양일 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는 새로 채택한 ‘나토 2022 전략개념(Strategy Concept)’에서 중국을 ‘구조적 도전국(systemic challenge)’으로 새롭게 규정했다. 중국의 확장에 대한 나토 차원의 대응을 공식화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다자외교무대로 이 나토(NATO)정상회의 참석을 선택했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윤대통령이 처음 참석한 나토 정상회의는 그러나 지금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국제 질서를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이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제안보 동맹이다. 한국은 윤 대통령이 강조한 ‘한·미동맹의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의 일환으로 IPEF에 참여하여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IPEF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제안한 것으로 기후환경, 디지털, 노동 등의 분야에서 새 국제규범을 마련하고 공급망 재편 등을 통해 중국을 고립시키는 반중국 연합전선이기도 하다. 따라서 한국의 IPEF 가입은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의 IPEF 참여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우려를 표명했고, 경고한다는 뜻도 숨기지 않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박진 외교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IPEF가 중국을 향한 압박수단이며, 한국이 여기에 참여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상목 경제수석은 심지어 ‘탈중국’을 선언했다. ‘신냉전’으로 지구 전체의 판이 흔들리는 위중한 상황인데 미국의 반러·반중 정책에 천둥벌거숭이처럼 앞장서는 꼴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경제적 이해뿐만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나라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매년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고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1993년 이후 지금까지 매년 큰 폭의 적자를 감내하고 있다. 2021년 우리나라 중국수출액 중 79.6%인 1천296억 8천400만 달러가 중간재이고 수입 품목의 62.2%인 889억 3천800만 달러가 중간재이다. 전체 수입품목 1만 1천215개 중 중국산 수입 비중이 70% 이상인 품목이 2천434개이고 중국산 수입 의존도가 100%인 품목이 323개, 90% 이상인 품목이 956개에 달한다. 우리가 우리 스스로 중국과의 관계를 ‘적대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된다. 한국이 중국과 결별하고 견딜 수 있을까? 과연 중국, 러시아를 배척한 한·미·일 일방적 관계로 한반도의 평화를 지킬 수 있을까? 외교에서 실패한 국가는 언제든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한반도는 여전히 한국과 북한, 미국과 중국의 충돌지점이고 갈등 악화 1순위 지역이다. 한반도를 평화롭게 잘 관리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그러나 지금 윤석열 정부는 그릇된 친미·친일 일방외교로 외교뿐만 아니라 평화, 안보, 경제를 해치고 있다. 윤기종 前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정치학 박사

[경기만평] 조사하면 다나와...?!

[사설] 치솟는 물가에 학교급식 부실, 예산 증액 시급하다

최근 치솟는 물가로 각급 학교가 급식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생들에게 질 높은 급식을 제공하려면 급식단가에 물가 인상분이 반영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경기도내 모든 초중고가 무상 급식비를 지원받고 있다. 인건비를 포함해 연 1조5천억원 규모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를 경기도 12.7%, 경기도교육청 56.6%, 지방자치단체 30.7% 등으로 나눠 분담하고 있다. 순식품비로 운영되는 예산은 전체 예산의 62% 수준인 9천308억원 규모다. 이 예산은 각 학교의 급식 인원에 따라 학생 1인당 평균 단가가 정해진 뒤 개별 학교로 내려진다. 경기도의 초중고 학생 수는 약 148만명으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많다. 2022년 1학기 기준 경기지역의 1인당 평균 식품비 단가는 3천480원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2천930원, 중학교 3천610원, 고등학교 3천900원 등이다. 경기도의 1인 평균 급식 단가는 강원도(3천760원)와 서울시(3천741원) 수준에도 못 미친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유가 상승으로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5%, 전년 동월 대비 6.2% 상승했다. 특히 농축수산물은 전월 대비 2.7%, 전년 동월 대비 7.3% 올랐다. 예산이 더 투입되지 않으면 이전과 같은 급식을 보장받기 어렵다. 급식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영양사들은 단가에 맞춰 식단을 짜는 게 어렵다고 호소한다. 돼지고기의 경우 1학기에만 가격이 30% 올라 양을 줄이거나 다른 식재료로 대체하고 있다. 식용유값도 크게 올라 튀김을 줄이는 곳도 있다. 고기 부위를 싼 것으로 바꾸고 메뉴를 교체하는 미봉책으로 급식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임시방편식 급식을 언제까지 제공할 것인지 학부모들의 걱정이 크다. 학생들에게 안정적으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선 식비에 물가인상분이 반영돼야 한다. 물가가 워낙 많이 올라 지원금이 늘어도 급식은 개선되기 어렵다. 학교급식법에 명시된 영양관리 기준을 맞추기가 힘들다. 지금 상황에선 더 나빠지지 않게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물가상승을 고려해 무상급식 지원금 증액을 검토하고 있다. 지원금을 늘리려면 추경예산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학교급식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도교육청뿐 아니라 도와 시군도 나서야 한다. 경기도의회 또한 적극 협력해야 한다. 단가 인상은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 개선이나 성장기의 건강한 신체 발달을 돕는 차원을 고려해야 한다.

[사설] 관광객 흥미 잃고 방치되는 촬영지/‘가망 없다’ 싶으면 철거하는 게 옳다

‘드라마 영화 촬영 명소’가 지역 관광의 효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경우에 따라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이런 까닭에 촬영지 발굴과 투자는 지자체 문화 행정의 주요 영역이 됐다. 본보가 영화, 드라마, 아이돌 촬영지로 알려진 도내 몇 곳을 둘러봤다. 한때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주변 상권까지 북적대던 명소들이다. 지속적인 관광 자원화를 위해 지자체가 투입한 예산도 적지 않은 곳들이다. 실망이 크다. 구리시 아천동에 ‘고구려 대장간 마을’이 있다. 고구려 유물을 전시하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고구려 체험학습관이다. 촬영지 이전에 박물관이 본래의 역할이다. 그런 여기서 영화 ‘안시성’, 드라마 ‘태왕사신기’, ‘선덕여왕’, ‘사임당 빛의 일기’, ‘환혼’ 등이 촬영됐다. 계속된 드라마·영화 노출로 ‘촬영 명소’가 됐다. 한때 지역 관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관광객이 사라졌다. 촬영 시설 곳곳은 부서지고 무너져 있다. 양주 장흥면에 ‘일영역’도 확인했다. 폐역인 이곳은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다. 방탄소년단(BTS)의 뮤직 비디오에도 등장한다. 현장을 찾은 취재진이 본 관광객은 없다. 상가엔 ‘임대 문의’만 붙었다. 양주시 ‘전원일기 마을’도 봤다. 국민 농촌 드라마 ‘전원일기’의 배경이 된 곳이다. 동네 명칭을 삼하리에서 전원일기마을로 바꿀 정도였다. 역시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다. 왜 ‘전원일기 마을’이었는지 이유조차 찾기 힘들다. 관리 부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는 없다. ‘고구려 대장간 마을’은 전시관 곳곳이 부서졌다. 건물 외벽도 해져서 내부 골재가 흉하게 노출돼 있다. ‘일영역’에는 공중 화장실도 없다. ‘전원일기 마을’ 종합안내도에 전화번호와 홈페이지가 적혀 있다. 해봤더니 전화도 홈페이지도 불통이다. 전시관이라는 곳은 풀에 파묻히다시피 했다. 세 곳 모두 누가 봐도 ‘버려진 곳’의 모습이다. 손 뗀 지 오래된 것이 틀림 없다. 지자체의 책임이다. 하지만 이게 관리 부실만 탓할 일인가. 짐작컨대 먼저 관광객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 이후에 행정도 관심을 줄여갔을 것이다. 촬영지 관광이라는 게 그렇다. 어떤 드라마·영화의 어떤 장면이 명소가 될지 누구도 모른다. 촬영 명소가 갑자기 한산해지는 이유도 알 수 없다. 10억, 20억원씩 선(先)투자했다가 낭패 본 실패 사례까지 여러 지자체에 있다. ‘촬영지에 왜 관광객이 없느냐’는 질책은 그래서 현실을 모르는 어불성설이다. 우리는 다른 요구를 전하고자 한다. 관광 기능 상실한 촬영지라면 없애라. 한번 사람 떠난 촬영지는 다시 붐비지 않는다. 그런 예는 전국 어디에도 없다. 그게 유행을 좆는 촬영지 명소만의 특징이다. 이 가능성 없는 기대 때문에 텅 빈 폐가에 계속 돈 쓰고 집 지키라며 사람 둬야 하겠나. 뜯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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