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러브버그와 이상기후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러브버그’라는 이름의 벌레가 대량 출몰하면서 이슈가 되고 있다. 엄청난 양을 자랑하는 러브버그들이 시민들에게 불쾌감과 불편을 야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벌레는 떼를 지어 벽과 창문, 차량, 야외시설 등에 달라 붙는 습성이 강하다. 특히 사람의 얼굴, 팔다리, 옷 등에 붙어 혐오감을 유발하거나 사체가 수북이 쌓여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다. 그렇다면 이 러브버그는 최근 들어 우리 앞에 왜 이렇게 출몰하는 걸까. 러브버그(Love Bug)는 학명으로 ‘붉은등우단털파리(Plecia nearctica)’라 불리는 곤충이다. 가장 큰 특징은 암수 한 쌍이 꼬리를 맞댄 채 짝짓기를 하면서 떼를 지어 날아다녀 ‘사랑벌레’라는 별명이 붙었다. 러브버그는 원래 중국 남부, 일본 오키나와 등지에서 주로 서식했는데 최근 몇년 사이 기후 및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국내에서도 빈번하게 발견되고 있다. 특히 2022년 이후 수도권 일대에서 대량으로 관찰되기 시작했고 올여름에는 이른 폭염과 도심 열섬 현상 등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량 발생해도 보통 2주 이내에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간과하는 것이 있다. 우리가 지키지 못하고 파괴한 지구는 작은 변화를 위험 신호로 바꿔 먼저 보낸다는 것을 말이다. 러브버그도 결국 진화되면서 우리 앞에 더욱더 강한 모습으로 변모해 나타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방제 대책도 필요하지만 현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우리와 지구가 공존·공생하는 길을 더 빨리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폭염과 열대야 속에서 이 순간 여러분의 에어컨은 안녕한지 궁금하다. 지구는 더 이상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다. 러브버그는 재앙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천자춘추] 촌놈은 촌놈이 싫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귀촌 인구는 전년보다 5.7% 증가한 42만2천789명에 달했다. 귀촌인의 평균 연령은 43.1세로 전년보다 0.1세 낮아졌는데 연령대별로는 20대 이하가 24.1%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2.8%로 뒤를 이었다. 젊은 세대의 비율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변화다. 귀촌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화성시로 2만7천116명이 귀촌해 전체의 6.4%를 차지했다. ‘촌(村)’은 도시와 떨어져 있는 공간이다. 그래서 촌에서 ‘촌스럽게’ 산다는 것은 어쩌면 여러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귀촌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촌스럽다’는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고만 풀이돼 있다. 그렇다면 매년 늘어나는 귀촌인은 모두 ‘어울리지 않고 세련됨이 없어서’ 촌으로 향하는 걸까. 화성시로 이주한 2만7천여명은 ‘어수룩해서’ 귀촌한 것으로 필자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녀를 둔 가족이 귀촌하는 이유는 회색빛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에서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의 선택일 것이다. 부부가 함께 귀촌하는 경우라면 농사를 짓거나 창업을 시도하는 등 도시의 번잡함을 피해 여유롭고 조화로운 삶을 찾으려는 뜻이 담겼을 것이다. 이처럼 귀촌의 이유는 다양하고 능동적이며 결코 ‘세련됨이 없는 어수룩함’으로 단정할 수 없다. 사전은 시대와 함께 숨 쉬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을 모아 표기법, 발음, 어원, 의미, 용법 등을 정리한 것이 사전이다. 그러므로 시대 흐름에 따라 내용도 수시로 바뀌어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국민의 말글살이 기준이 되는 ‘표준’을 다루는 만큼 현실을 반영해 낱말을 새롭게 등재하거나 기존 뜻풀이를 보완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촌스럽다’는 말에도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석이 담겨야 한다. 예를 들어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농촌으로 향하는 삶의 방식’, ‘농촌을 사랑하고 공동체적 삶을 추구하는 따뜻한 감성’ 같은 긍정적 의미가 추가된다면 오늘날 촌의 가치와 귀촌인의 선택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사전이 변화할 때 그것은 단순한 단어 모음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담은 삶의 언어 기록이 된다. ‘촌스럽다’는 말이 이제는 생명의 근원과 치유, 순수함과 희망의 상징으로 재해석되기 바란다.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국민적 인식이 바뀌어야 하며 그 변화의 출발점은 사전의 뜻풀이다. 시대의 흐름에 맞게 국민의 삶을 반영하는 사전이야말로 진정한 ‘표준’국어대사전이라 할 수 있다. 이참에 명토 박아 말한다. 나는 촌놈이라서 현재의 촌놈이라는 뜻풀이가 싫다.

[함께하는 미래] 거꾸로 가는 트럼프 독트린

취임 6개월 만에 트럼프 독트린이 총체적 난관에 봉착했다. 하루 만에 끝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중재를 위해 중동특사를 파견했으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폭격 이후 악화됐다. 관세전쟁에서도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에 부딪혀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를 완화했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의도적인 전략적 모호성’이라 주장했으나 이런 변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과 상당히 배치된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불리는 트럼프 독트린의 목표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직결되지 않는 불필요한 전쟁의 종식과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의 억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과 중동에서 철수한 군사력을 중국의 주변 지역으로 재배치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키스 켈로그 우크라이나특사는 물론이고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특사까지 푸틴 대통령에게 보내 휴전협상을 중재했다. 4월 미국이 제안한 평화협정안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모두 거부하자 그는 미국이 협상에서 철수하겠다고 위협했다. 지난달 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포로 및 시신을 교환했지만 휴전협상이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를 여러 차례 대규모로 공격하고 우크라이나도 러시아 공군기지 등을 공습했다. 나토 가입과 점령지 처리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대치하고 있어 미국의 중재자 역할은 당분간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외교적 해결보다 군사적 개입으로 선회했다. 그는 사전 보고 없이 이스라엘과 이란 공습을 논의했다는 이유로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5월1일 전격 해임했다. 그러나 지난달 13일 그는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에 대한 폭격을 용인했다. 더 나아가 미국 해군과 공군은 22일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의 핵시설을 공습하는 ‘한밤의 망치’ 작전을 실시했고 이란은 23일 카타르 내 미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으로 MAGA가 MIGA(Make Israel Great Again)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대중 관세 협상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확실하게 굴복시키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이견을 봉합했다. 5월 제네바와 런던에서의 고위급 무역회담에서 양국은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강화, 중국인 유학생 비자 취소 방침, 대미 희토류 수출 통제 시행 등을 둘러싸고 대립했다. 미국의 자동차 및 방위산업에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희토류 부족이 심화되자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24일 중국이 요구한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의 완화를 수용했다. 중국이 미국의 경제적 강압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을 성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미국은 수세에 몰리게 됐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이후 대북 정책에서도 트럼프 독트린이 변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고 정말 잘 지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의 북한 외교관들은 6월 초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낼 친서의 수령을 거부했다. 협상이 진전되지 않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협상보다 군사작전을 우선할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북한은 미국의 협상 제안을 조속히 수용해야 할 것이다.

[경기시론] ‘진짜성장’과 ‘참성장’, 어느 것이 답인가

한국 경제는 어느덧 ‘저성장’이라는 단어가 일상이 된 시대를 지나고 있다. 한때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국가 경쟁력의 상징이었고 수출 실적이 곧 경제의 성적표로 간주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사회는 그와 전혀 다른 풍경을 마주하고 있다. 성장률은 낮고 불평등은 심화됐으며 국민 개개인의 삶은 팍팍해졌다. ‘낙수효과’라는 신화에 의지하던 전통적인 성장담론은 물론이고 포용성장론조차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최근 ‘진짜성장’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발간한 자료에 의하면 “가짜성장(반짝 성장, 소수의 성장, 모방성장)”이 아닌 “지속적 성장, 모두의 성장, 창조에 기반한 성장, 체감할 수 있는 성장”이 진짜성장이라고 한다. 기존의 성장론이 가짜성장으로 규정당할 정도인지는 모르나 고속 성장, 투자 유인, 국제 경쟁력 확보 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불평등 심화, 사회적 갈등, 환경 파괴, 내수 약화, 지속가능성 저하 등 심각한 문제를 동반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진짜성장은 어떠할까. 진짜성장은 기술 주도 성장, 모두의 성장, 공정한 성장을 말한다. 이는 경제의 역동성 회복과 성장의 과실을 국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펼치기도 한다. 이러한 진짜성장은 한국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 생산성 저하, 청년·중소기업 기회 박탈, 지역 간 불균형, 사회적 안전망 등 구조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안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진짜성장도 기존 성장론이 안고 있던 사회적 파생 문제에 대해 취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짜성장이 이런 것들을 백안시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우선순위가 한참 뒤로 밀린다는 느낌이다. 진짜성장 이전부터 주장되던 ‘참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참성장은 GDP 중심 성장이 초래한 불평등, 환경파괴, 사회적 신뢰 저하, 삶의 질 저하 등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제안됐다. 참성장은 경제 성장이 ‘포용적 성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에 적합한 참성장지표(GPI) 적용을 제안한다. 이것이 단순한 성장이 아닌, 국가의 진정한 발전 수준을 평가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참성장론자들은 실제 한국 사회에서 공공서비스 확충, 기초연금 도입, 최저임금 인상, 노동정책 발전 등으로 참성장지표 수치가 GDP 성장률을 상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참성장은 기술혁신, 생산성 제고, 산업구조 고도화 등 ‘경쟁력’ 중심 정책과는 거리가 있어 글로벌 경쟁 심화 속에서 한국 경제의 위상을 유지·강화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참성장이 주목하는 부분에 대한 무시는 진짜성장조차 발목이 잡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을 발생시킬 수 있다. 진짜성장과 참성장은 경제 성장의 성과가 국민 모두의 삶의 질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서로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 실현 방식과 정책 우선순위에서 보이는 차이가 있지만 이는 극복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이번에 진짜성장이 참성장을 흡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기술혁신, 산업구조 고도화 등 진짜성장의 전략과 함께, 예를 들어 참성장지표(GPI) 같은 포용적 성장 지표를 정책 평가에 적극 반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국 경제는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 경쟁력과 포용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진짜 참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에 의하면 “불평등을 불가피하다고 보며 일부 국민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성장 지상주의가 오히려 더 성장을 위축시킨다”고 한다. 진짜성장이 성장 지상주의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참성장주의로 나아가는 길에서 한국 경제는 희망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고] 신뢰 위에 피어날 ‘가슴 뛰는 자원회수시설’을 꿈꾼다

보고 듣는 대로 믿기 힘든 세상이다. 잘 믿으면 순진하다는 핀잔을 듣고 의심하고 따져야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곧이 듣지 않으니 불신의 시대라는 냉소도 지나치지 않은 듯싶다. 그저 믿는 게 더 이상 미덕은 아닌가 보다. 행정기관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지 않다. 관에서 하는 얘기라며 일단 믿어주던 것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다. 누굴 탓하랴. 공공을 향한 쥐꼬리만 한 신뢰마저 시나브로 사그라뜨린 건 공공 자신일 터. 필자 역시 30년 공복으로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수원시 자원회수시설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25년 전 영통에 세워진 것을 없애고 자리를 옮겨 새로 짓는 일이다. 동네 어귀에 쓰레기 소각장을 품고 오랜 세월 살아온 주민들의 숙원이자 수원시 환경 책임자로서 핵심 과업이다. 쉽지 않다. 4천억원이 드는 대사업이다. 여건에 따라 더 많은 예산을 쏟아야 할지 모른다. 주민 동의, 부처 협의, 첩첩한 행정 절차에 공사까지, 착착 진행돼도 얼마나 걸릴지 예단하기 어렵다. 가장 큰 난관은 5만4천㎡ 이상으로 예상되는 부지 확보다. 행궁 광장의 4배다. 삶터가 오밀조밀한 대도시에 그만한 땅이 뚝딱 생기겠나. 주거지와 까마득히 멀어야 한다는 꼬리표마저 달고 나면 적정 부지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2023년부터 후보지를 세 차례 공개 모집했으나 관심 두는 이는 없었다. 사람 사는 곳에 쓰레기는 필연일지언정 ‘내 집 앞 소각장’은 반길 리 없으니 예견된 결과다. 문제의 본질은 따로 존재한다. 불신이다. 쓰레기를 연료로 열·전기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뜻에서 자원회수시설이라 이름 붙인 지 사반세기이건만 대다수에겐 여전히 소각장일 뿐이다. 굴뚝 연기가 수증기라 해도, 다이옥신이 기준치 80분의 1에 불과하다 해도, 배출 성분을 낱낱이 공개해도 의심의 눈초리는 가실 줄 모른다. 켜켜이 쌓여온 불신, 그로부터 비롯된 무조건적 반대를 일거에 해소할 묘안은 없다. 발에 땀이 나도록 시민들을 찾아뵙고 차원이 다른 자원회수시설의 진면목으로 한 줌 한 줌 신뢰를 쌓아가는 수밖에. 새로운 땅에 피어날 수원시자원회수시설의 청사진은 ‘환영받는 시설’이다. 처리 설비를 지하로 감쪽같이 내려 오염 관리에 한 치의 빈틈도 불허하고, 그 위는 언제고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채울 계획이다. 우뚝 솟은 굴뚝도 차 향기 그윽한 하늘마루 전망대가 돼 흉물에서 명물로 탈바꿈할 것이다. 땅속 자원회수시설 위에 무엇을 담을지 상상할 때면 가슴이 뛰곤 한다. 숲과 정원이 마음까지 어루만질 힐링 쉼터라면. 수영장·체육관·온실정원·공연장·전시관이 어우러진 문화체육복합공간도 매력적이다. 온 가족의 행복 발원지가 될 수원시 유일의 테마·워터파크는 또 어떤가. 결정은 시민의 몫이다. 찾아가는 설명회, 토론회, 새빛톡톡·SNS 설문과 아이디어 공모까지 시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새겨들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세상이 부러워할 랜드마크를 완성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수원이 만들면 표준이 된다’는 말은 시민과 공직자 모두의 자부심이다. 새로운 자원회수시설은 기피시설을 선호시설로 바꾸는 전환점이자 같은 어려움을 겪는 타 지역에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다. 나아가 얼기설기 휘감긴 우려와 갈등, 끝 모를 불신까지 마침표를 찍게 되길 소망한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경기만평] 폭싹 망했수다...

[사설] AI 시대 행정의 본을 보여준 경기도 ‘AI팀’

양자통신은 해킹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저가 일치할 때만 정보가 공유된다. 양자키 분배(QKD)라는 원리다. 해킹을 통해 암호를 알아낼 수 없다. 양자 노이즈가 해킹 시도 자체를 경고한다. 최고 안전 통신 기술이다. 안전이 생명인 분야의 필수 기술이다. 당장 정부 기관, 금융 기관, 군사 통신, 우주 통신, 데이터센터 등에서 절실하다. 바로 이 기술을 실용화하는 데 경기도 행정이 뛰어들었다.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SK브로드밴드와 합쳤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적용될 영역은 자율주행차량이다. 운전자 개입 없이 운행되는 최첨단 교통수단이다. 이미 실생활에 사용 중이거나 적용 단계에 있다. 그런데 여기 난제가 있다. 통신 해킹이다. 해외에서 원격제어권 해킹이 여러 차례 시연됐다.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음이다. 이를 보완하려는 실증 프로젝트다. 자율주행차량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하는 작업이다. 실증 기관은 판교 경기도자율주행센터, 실증 차량은 판타G버스다. 이번 사업이 실증하게 될 기술의 내용을 보자. 양자키분배와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동시에 적용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앞선 기술적 시도다. 새 정부 공약에 ‘AI 등 신산업 집중육성’이 있다. 그 세부 목표로 ‘양자정보통신기술(ICT)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 강화’도 있다. 그 방향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업이다. 때마침 과기부 산하 기관의 ‘2025년 수요기반 양자기술 실증 및 컨설팅’ 공모가 있었는데 거기에도 선정됐다. 양자정보통신은 미래 산업의 핵심이다. 무궁무진한 먹거리를 산출할 수 있다. 경기도의 이번 프로젝트에는 이런 산업 토대를 위한 구상까지 포함됐다. 서울~판교~대전 간 개방형 양자 테스트베드와 연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도내 중소기업이 실증기술을 직접 활용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기로 했다. 장비 제조사, 통신사, 연구기관, 양자기술 기업 등과의 연계도 밝히고 있다. 양자 산업 생태계를 경기도에 만드는 밑그림이다. 경기도는 첨단 산업·연구 인프라의 보고다. 이 조건을 창조적으로 결합해냈다. AI, 양자통신은 선점이 필요한 미래 산업이다. 이걸 경기도로 끌고 오는 시도다. 정부 공모에 선정돼 18억원의 지원금도 받았다. 구호가 아닌 내용으로 증명한 행정이다. 무엇보다 평가할 부분은 첨단 기술을 교통 행정에 접목했다는 점이다. 도민의 편의·안전·생명에 직결되는 영역을 선택했다. 막연할 수도 있는 ‘AI 시대 행정’이다. 경기도가 그 길을 앞서가고 있다. 쉽게 상상할 수 없던 양자(量子)와 행정(行政)의 결합. 말로만 떠드는 ‘AI’시대 행정이 가져야 할 발상의 전환이다. 경기도민의 아낌 없는 칭찬을 추천한다.

[사설] 저조한 실종 지문등록... 적극 알려 ‘깜깜이 실종’ 줄여야

요즘 안전안내문자는 폭염, 호우 관련이 많다. 그보다 더 잦은 것이 실종자를 찾는 문자다. ‘어디에서 배회 중인 누구를 찾습니다’ 식이다. 인천에서만 하루 1~2건씩 날아온다. 막상 자녀나 부모를 찾는 가족의 심정은 오죽 황망할 것인가. 실종 문자를 대할 때마다 지문 등록은 했는가 하는 걱정이 든다. ‘지문 등 사전등록제’는 2012년 도입됐다. 대상은 발달·정신장애인이나 미성년자, 치매환자 등이다. 지문, 신원, 보호자 연락처 등을 사전에 경찰에 등록해 둔다. 등록해 둔 지문을 통해 실종자 정보를 알 수 있어 빠른 귀가에 큰 효과를 나타낸다. 가까운 경찰서를 방문하거나 ‘안전 드림’ 앱을 통해 등록할 수 있다. 단체로 희망하는 경우 경찰이 직접 찾아가 등록해 준다. 그러나 도입 13년이 지났어도 인천의 지체·발달장애인 등록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등록 대상 1만9천880명 가운데 5천701명(28.7%)만이 등록을 마쳤다. 이에 비해 인천 미성년자는 67.8%, 치매환자도 66.8%가 등록해 있다. 지문등록률이 낮은 인천 발달·정신장애인 실종 신고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 2023년 480건, 2024년 482건 등이다. 지문등록이 안 된 장애인 실종의 경우 우선 찾기가 쉽지 않다. 어렵게 실종자를 찾아도 보호자 인계까지 또 시간이 걸린다. 신원이나 보호자 연락처 등을 다시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발달·정신장애인 입장에선 지문 등록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한다. 현장 등록의 경우 보호자가 장애인을 데리고 이동해 등록해야만 한다. 또 앱 등록은 잘 모르거나 보호자가 어르신인 경우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 등록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경찰의 찾아가는 등록서비스도 시설 미이용자나 홍보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은 이를 잘 알지 못한다. 지문사전등록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걸림돌이라고 한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로 등록을 기피하는 등이다. 특히 장애인이나 치매환자의 경우 병력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가족들이 등록을 기피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전등록 정보는 실종자 찾기 목적으로만 활용 가능하다. 경찰청에서도 별도로 안전하게 관리한다. 유출할 경우 실종아동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보호자 등이 원하면 언제든 폐기할 수도 있다. 가족을 잃어버린 아픔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지문사전등록제는 이런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꼭 필요한 장치다. 경찰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제도의 장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 ‘깜깜이 실종’은 가족도, 경찰도 힘들기 때문이다.

[지지대] 부상 투혼

2024~2025년 미국프로농구(NBA) 챔피언은 오클라호마시티 선더가 차지했다. 지난달 23일 NBA 파이널 7차전까지 올랐으나 결국 준우승에 머물게 된 인디애나 페이서스는 패배보다 더 쓴 장면을 연출했다. 이날 1쿼터에서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간판 스타인 타이리스 할리버튼이 공격을 위해 드리블을 하던 중 넘어져 마치 대성통곡을 하는 것처럼 코트를 손으로 여러 차례 내려쳤다. 고통스러우면서도 한 맺힌 얼굴이 화면에 잡혀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5차전에서 이미 종아리 부상이 있었던 할리버튼은 부상 투혼을 펼치던 중 아킬레스건 파열로 승부를 결정 지을 나머지 2~4쿼터에선 뛸 수 없었다. 우승 트로피를 목전에 두고 멈출 수밖에 없었던 에이스의 눈물이었다. 앞서 전년도 챔피언 보스턴 셀틱스에서도 프랜차이즈 스타인 제이슨 테이텀이 뉴욕 닉스와 콘퍼런스 준결승 4차전 중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 때문에 코트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대표 선수인 스테판 커리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1차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뒤 계속 플레이를 했고 팀은 승리했지만 이후 연속 결장과 함께 팀이 2라운드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현재 대한민국은 부상 투혼을 벌이고 있다. 우리 국민은 저마다 결승까지 가기 위해 그간 고군분투했지만 몸을 갈아 넣었던 컨디션으로는 경쟁사회의 코트를 누빌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삼중고를 겪는 민생경제 속 부상을 딛고 투혼을 보여줬지만 새로운 대한민국을 목전에 두고 코트 바닥만 치며 울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재활이 필요하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이든 부동산시장 안정이든 부상에서 회복하기 위해 철저한 치료가 필요하다. 경기장 바닥에 쓰러져 괴로워하는 할리버튼의 손을 잡아 일으켜줘야 한다. 그래야 다음 결승전을 향해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왕선택의 세계는 지금] 대한민국이 세계 6대 강국인가

최근 인터넷 인기 기사를 보면 미국 언론 매체인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발표한 세계 강대국 순위가 포함돼 있다. 조사 대상 89개국 가운데 대한민국이 6위로 집계됐다는 결론이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1위 미국에 이어 중국, 러시아, 영국, 독일 다음에 한국이다. 이어 프랑스와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이런 조사 결과를 놀라움과 감동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100년 전만 해도 국력이 약해 일본 식민지로 전락했고 광복 이후에도 세계 극빈국 가운데 하나로 약소국의 비애를 숙명처럼 안고 살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순위 발표 내용을 자세히 검토하면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어 잠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검토할 내용은 이번 조사가 ‘최고 좋은 나라’ 순위를 매기는 것이고 강대국 순위는 하위 세부 항목 10개 가운데 하나라는 점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강대국 조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다른 세부 항목으로 처리됐고 그쪽을 보면 현저하게 낮은 순위가 여러 개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은 혁신 추동력 5위를 비롯해 국력 6위, 문화 영향력 7위, 기업가정신 7위, 기민함 10위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삶의 질은 25위, 유산 32위, 사회적 명분 42위, 모험요소 51위, 사업 개방성 70위로 중하위권을 맴도는 분야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항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한국은 ‘최고 좋은 나라’ 18위로 집계됐다. 한국 언론은 세부 항목 중에서 국력 부문을 중시해 한국이 6위라고 강조했지만 전체적인 조사 맥락으로 보면 강대국 개념에는 종합순위가 더 가까운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국력 순위를 강대국 순위로 인정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군사력 부문에서 한국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핵무기 보유 여부보다는 병력 규모나 재래식 무기 체계를 중시한 결과다. 경제력에서도 교역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이 강대국이지만 금융 자본이나 제도를 기준으로 제시하면 현저하게 다른 순위가 나올 수 있다. 외교 정책 분야나 지식 생태계, 복지 제도, 효과적인 소통 등은 전통적인 사고 기준으로 보면 강대국의 핵심 요소인데도 이번 조사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강대국 개념을 중시한다면 하드파워, 소프트파워, 스마트파워로 구분해 조사하는 것이 간결할 것이다. 하드파워로는 군사력과 경제력, 인구 및 영토가 중요하고 소프트파워에서는 문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정치제도가 중요하다. 스마트파워에서는 외교, 지식, 소통이 핵심 기준이다. 한국은 하드파워에서 금융 분야와 인구 및 영토 부문, 소프트파워에서는 ESG 분야에 약점이 있어 15위 이내에 들기 어려울 것이다. 스마트파워 부문에서는 문제가 더 많다. 외교 역량에서 한미동맹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자주적 외교 역량이 부족하다. 또 한국 지식인 다수가 여전히 대한민국을 모방국가로 생각하기 때문에 지식 생태계가 허약하다. 소통 분야에서도 선진국 방식인 투명성, 쌍방향, 대화보다는 개발도상국 방식인 통제, 일방향, 인정투쟁에 급급하다. 30위 이내에 들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 조사 결과를 근거로 대한민국이 세계 6대 강대국이라고 말하는 것은 과도하게 자기 중심적으로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종합 등수 18위가 존재하는데도 우리 언론은 이를 애써 외면하고 굳이 강국 순위 6위에만 집중하는 것 자체가 과도한 인정투쟁의 일면을 보여주는 듯 해 씁쓸하다. 다만 대한민국의 눈부신 국가 발전 역사는 이번 지표에도 충분히 반영돼 있다. 이번 조사에서 부족한 것으로 드러난 부분은 국가적인 합의만 이룰 수 있다면 짧은 시간 안에 극복하고 진짜 세계 6강이 될 가능성과 잠재성이 충분하다. 우리 언론이 그런 점에 주목한다면 세계 6강에 진입하는 시기는 더 빨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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