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金 지사‚ 이런 홍보 예산으론 대통령 못된다

-나라 경제를 살릴 더 없는 적임자다. 가난을 이겨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권력의 결정지 충청도 출신이다. 좌우를 껴안을 무한 확장성을 지녔다. 아내든 자녀든 가족 잡음이 없다-. 틀림없이 누군가는 속삭일 것이다. ‘지사님, 대통령 되셔야죠.’ ‘결국 지사님이 대통령 되실 겁니다.’ 아첨이지만 새삼 민망할 것도 없다. 앞선 도지사들도 다 듣던 소리다. 경기도지사가 그런 자리다. 취임과 동시에 잠룡이 된다. 소권(小權)으로, 때론 중권(中權)으로 대우된다. 김문수 잠룡, 남경필 잠룡, 이재명 잠룡.... 많은 이들이 그들 앞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지사님, 대통령 되셔야죠’ ‘틀림 없이 되실 겁니다’. 실제로 셋 다 대선판에 나갔다. 모든 걸 걸고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결과에서 차이가 크다. 이재명 지사는 문턱을 넘어 최종 후보가 됐다. 남경필 지사는 문턱에 걸려 경선 후보에서 멈췄다. 김문수 지사는 문턱 멀찌감치서 끝나 후보군에 그쳤다. 1등 이재명, 2등 남경필, 3등 김문수. 국민 표심이 매긴 서열이다. 세 지사가 남긴 묘한 통계가 있다. 홍보 행정이다. 공정한 비교를 위해 2년 차 통계만 뽑았다. 홍보 인력 차이가 크다. 김문수 지사 때 59명이었다. 남경필 지사 때 75명으로 늘었다. 이재명 지사 때 91명으로 더 늘었다. 홍보 예산도 같은 흐름이다. 김 지사 때 111억2천100만원이다. 남 지사 때 155억4천200만원으로 늘었다. 이 지사 때 265억8천700만원으로 더 늘었다. 전체 예산에서의 비중도 마찬가지다. 0.073%, 0.081%, 0.098%로 늘었다. 통계를 무리하게 법칙으로 삼을 건 아니다. 이 말고도 ‘이재명 홍보 본능’은 여럿 있다. 2010년 시장 되자마자 ‘스타 시장’에 올랐다. ‘모라토리엄’으로 부채를 정치 자산 삼았다. 3대 무상복지-청년배상·무상교복·무상산후조리-로 전국을 삼켰다. 도지사 이후에도 홍보 본능은 날았다. 계곡 불법 시설 철거가 그런 예다. 뭐가 됐든 그가 하면 커졌다. 그 수단에 홍보 본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홍보 조직을 과감히 확대했고 홍보 예산을 아낌 없이 늘렸다. 경기지사들이 내놓던 불평이 있다. 언론 중심에서 밀려 있는 도정이다. 김문수 지사는 이걸 ‘스피커’라 했다. ‘경기도는 중앙에 비해 뉴스 스피커가 작다.’ 이재명 지사는 ‘변방 장수’라 했다. ‘내가 변방 장수라서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는다.’ 불평은 같았다. 달랐던 건 해법이다. 김 지사는 그냥 열심히 뛰었다. 8년을 그랬고 극복하지 못했다. 이 지사는 홍보를 키웠다. 벽을 넘었고 목표에 가까이 갔다. 답이다. ‘스피커’건 ‘변방 장수’건 해결책은 홍보였다. 이 공식에 김동연 지사를 대입하자. 홍보 정책은 어떻게 가고 있을까. 마침 황대호 도의원이 짚은 올해 통계가 있다. 인구 1인당 홍보 예산이 17개 시·도 중 16위다. 세종시가 1위, 서울도 10위다. 해외언론홍보 예산도 전국 꼴찌 수준이다. 서울·강원에 비하면 절반 이하다. 통상 도의회의 예산 주문은 이렇다. ‘홍보 예산 많으니 깎아라’. 황 의원의 주문은 거꾸로다. ‘홍보 예산 적으니 늘려라’. 답답해 보였나 보다. 이런 푼돈으로 뭘 할까 싶었나 보다. -예수께서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셨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만민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마가복음 16장 15절)-. 믿는 자에게 부활은 진실이 됐다. 그 부활을 세상에 전도했다. 이 프로파간다가 오늘날 하나님 세상까지 와있다. 아주 간혹 분에 넘는 강연을 한다. 언론 홍보의 중요성이 주제다. 그때마다 하는 신소리가 있다. ‘예수님이 지금 부활한다면 첫 일성은 이거일지 모른다. “야, 기자들 왔냐”’. 김동연 경기지사, 대통령이 되고픈가. 4년·8년·12년의 증명이 있다. 홍보 예산과 대통령실 거리는 정확히 비례한다. 主筆

[김종구 칼럼] ‘내 동네 GTX 신설’ 막은 도의원, 누군가

교통이 빈부를 가르고 있다. 같은 30평형 아파트라고 치자. 광교신도시는 20억대 부자다. 다른 지역은 5억대 서민이다. 똑같은 크기인데 이렇게 갈린다. 물, 전기, 공원은 다 같다. 이유는 하나다. 교통 편의가 어떻냐의 차이다. 서울 가는 시간이 핵심이다. 30분이면 부자, 60분이면 서민, 90분이며 더 서민이다. 그 서민들이 애원한다. 서울 가는 길 좀 뚫어 달라고 소원한다. 그 한을 풀 수 있는 한 방이 있다. GTX다. 그 소원을 GTX플러스가 담았다. 경기도가 당차게 꾸려 본 구상이다. GTX A·B·C 노선을 늘리는 안이 하나다. D·E·F 노선을 만드는 안이 다른 하나다. 계획이 실현되면 전 지역이 1시간권이다. 경기도는 이걸 ‘도민에게 돌려드릴 1시간’이라 했다. ‘3억 아파트’ 서민들이 반긴다. 20억은 못 되더라도 반의 반은 갈 것 아닌가. ‘집 투기’하자고 이러겠나. ‘교통 빈부’라도 없애 달라는 요구다. GTX 플러스에 한껏 들떴다. 화성·오산·평택·가평·안산·시흥·구리·포천·광주·이천·여주.... 전부다. 쉽지 않고 오래 갈 일이다. 도비로 턱 없다. 대충 뽑아도 18조4천억여원이다. 경기도정만으로도 어렵다. 정부가 결심해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기다려도 안 된다. GTX 시작은 민선 4기 경기도였다. 그때부터 시행까지 십수년 걸렸다. 지금도 달라진 건 없다. A·B·C 늘리라고 1천억, 2천억 내주겠나. D·E·F 신설하라고 6조, 7조 세워 주겠나. 경기도가 시작할 일이다. 그때도 그랬다. 이한준(특보)이 그린 그림, 김문수(지사)가 들고 뛰어다녔다. 그만큼 시작이 중요하다. 경기도가 시동을 걸었다. ‘GTX 플러스 국회 토론회’로 선포식을 했다. 일개 지자체가 개최한 행사였다. 여기에 쏟아진 관심이 놀랍다. 공동 주최에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만 64명이다. 김동연 지사의 소속 정당 따윈 문제가 아니었다. 55명의 민주당 의원 외 국민의힘·정의당까지 찾아왔다. 광역도 뛰어넘었다. 인천 의원·서울 의원에 강원도 의원까지 경청했다. 국회의장, 환노위원장, 농축위원장도 왔다. GTX가 그런 것이다. 대한민국의 절반이 지지자다. 그날 전문가들이 결론을 내렸다. “경기도가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관련 시·군이 공동 대응할 수 있게 통합관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박경철 박사·경기연구원). “전문가와 지자체, 시민 모두의 컨센서스를 이뤄내는 협치가 GTX 성공의 열쇠다.”(유정훈 박사·아주대). 이 모든 뜻을 담은 행정이 시작됐다. 도 추경안에 세워진 12억원이다. GTX 플러스 관련 용역비다. 정부에 낼 경기도의 청사진을 만들 돈이다. 그런데 이게 잘렸단다. 경기도의회 계수조정에서 없앤단다. 의결된 추경액만 35조6천778억원이다. 경기도를 꾸려갈 거대 예산이다. 여기서 12억원이 사라졌다. 오늘자 언론 보도다. ‘김동연 지사 역점 사업 제동’ ‘김 지사 길들이기’. 맞다. 35조6천778억원을 통과시켰다. 불요불급한 예산이 또 없겠나. 그런데 다 통과시켰다. 심지어 도가 올린 적 없는 70억원도 들어갔다. 아마 도의회가 필요해 얹은 거 같다. 그러면서 이 12억원을 뽑아냈다. ‘국토부 용역과 중복된다’고 했다던데. 기본 취지가 다르다. 경기도민만의 소원을 담는 용역이 필요하다. 동쪽에서 서쪽, 남쪽에서 북쪽을 가는 그림이어야 한다. 국토부가 담아줄 리 없다. 국가 빚이 1천조라면서 앓는 소리 할 게 뻔하다. 지긋지긋한 국가 균형 발전도 얘기할 것이다. 경기도 GTX만 늘려 주기 곤란하다 할 것이다. ‘삼남 지방’의 방해도 있을 것이다. 이때 국토부를 압박할 우리만의 그림이 필요하다. 그 근거를 만들려던 돈이다. 경기도 전역에 GTX를 놓자는 일이다. 도대체 어디 도의원들인가. 경기도민이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GTX를 반대하는 도의원, 용역 시작을 훼방 놓는 도의원... 그들의 지역구는 어디고, 그들의 이름은 뭔지 묻기 시작했다. 내 집 앞에 들어온다는 GTX를 막은 이들이다. 어느 지역 누구냐고 따질 권리가 있다. 회의록·기억 어딘가엔 있을 거다. 공개해야 한다. 이태원 명단 공개는 정치였지만 GTX 훼방 의원 명단 공개는 생존이다. 김동연 GTX면 어떻고, 김은혜 GTX면 어떤가. 어차피 GTX 소원은 하나다. ‘더 빨리, 더 많이 깔아 달라.’ 主筆

[김종구 칼럼] 공동체論, 이재명 무혐의면 박근혜 무죄

때마침 1심 유죄 판결이 나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다. 요양병원 급여 횡령 사건이다. 윤 전 총장을 공격할 기회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나섰다. “검찰총장 사위가 사라지자...정의가 밝혀졌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의 책임을 설명했다. 그때 쓴 논리가 경제공동체論이다. ‘윤 전 총장의 부인과 장모의 관계에는 사실상 경제공동체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윤 전 총장과 김건희씨는) 사랑해서 결혼하셨겠지만...경제공동체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보이지 않나 생각한다.’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애초부터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되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2021년 7월2일의 얘기다. 결과적으로 송 대표의 논리와 전망은 틀렸다. 출가한 딸(김건희)과 친정 엄마(최은순)는 공범이 되지 않았다. 그 딸의 남편(윤석열)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최씨는 지금도 재판 받고 있다. 그의 유무죄를 여기서 따질 필요는 없다. 요는 경제공동체論으로 윤 전 총장이 엮였느냐다. 문재인 검찰이고 추미애·박범계 검찰이었지만 엮이지 않았다. 대통령도 됐다. 그런 ‘공동체論’이 또 등장했다. 이번에는 검찰의 압수영장·공소장이다. “2005년부터 이 대표와 정 실장이 정치적 공동체가 되었다.” 정진상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의 한 부분이다. 여기서 ‘이 대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를 엮으려는 논리다. 검찰의 이런 의지는 다른 곳에도 나와 있다. 구속 기소된 김용 부원장 공소장에 더 장황한 설명이 있다. 이 대표와의 정치적 인연, 행적이 상세하게 적혀 있다. 이를 한마디로 정의하는 문장도 적혀 있다. ‘이들은 정치공동체다.’ 검찰이 이 대표 턱밑까지 온 듯하다. 그런데 이 대표 반응은 의외다. 검찰 비난 수위를 전보다 높였다. 그냥 구호가 아니다. 구체적인 반박을 담고 있다. ‘설정 오류로 가득 찬 창작물’이라고 하고, ‘작성 시기가 이상한 남욱의 메모’ ‘설명이 뒤바뀌는 가방·종이상자’라고 했다. 수척한 모습으로 침묵하던 한 달 전과 다르다. 뭔가 자신감이 생긴 듯하다. 공교롭게 정치공동체가 등장한 시기부터 이랬다. 수사의 허점을 본 것일까. 검찰 무기가 정치공동체뿐이라고 보고 역공에 나선 건가. 검찰 패를 정확히 알긴 어렵다. 어쩌면 정치자금 수사가 변죽일 수 있다. 대장동 배임죄로 가는 기법일 수 있다. 그런 셈법이라면 수사는 가파를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정말 정치자금법 범죄를 노리고 있다면- 전세는 바뀔 수 있다. 8억4천700만원과 1억4천만원은 현재까지 김용과 정진상의 범죄다. 이 대표 쪽으로 흘렀음이 증명돼야 공범이다. 그 증거도 없이 정치공동체論으로만 엮으려 한다면 수사는 실패할 것이다. ‘윤석열-장모’ 공동체論이 헛발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쯤되면 생각나는 또 다른 공동체論이 있다. 형법에 경제공동체 이론이 어색하던 때, 경제공동체 얘기를 못 듣던 때, 난데없이 등장한 공동체論이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이었다. 박영수 특검이 신의 한 수처럼 꺼냈다. ‘삼성이 최순실 딸 정유라에 말 세 마리를 사줬다→박근혜 피고인에 이득이 된 건 없었다→하지만 최순실과 박 피고인은 경제공동체다→그러므로 말 값 34억원은 박 피고인의 뇌물 액수다.’ 결국 이 논리로 기소했다. 대법원의 최종심도 징역 22년, 유죄였다. 반쪽이 빠진 재판이었다. 박 피고인은 법정에 안 나갔다. 정치 재판이라고 선언했다. 끝까지 한마디 항변도 안 했다. 궐석재판이니 판결은 공소장대로 갔다. 그 재판 어디서도 경제공동체論에 대한 토론은 없었다. 이게 공동체論의 정확한 현 위치다. 제대로 된 다툼이 없었고, 여전히 법 밖에 머물러 있는 실험적 논리에 가깝다. 이런 엉성한 이론을 유일한 정황으로 밀어붙인다면 그 결말은 뻔하지 않겠나. ‘이재명-측근’은 무혐의다. 같은 이유로 ‘최순실-박근혜’도 무죄여야 했다. 2016년, 이재명 시장이 ‘박근혜 구속’을 선창했다. “박근혜가 청와대 나오는 순간 수갑 채워라.” 그의 구호를 실현시킨 게 공동체論이었다. 2022년, 검찰이 이 대표를 구속하려 하고 있다. 같은 공동체論이 이번엔 그를 파멸로 떠밀고 있다. 이 대표가 말한다. “검찰이 조작 수사를 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말했다. “검찰이 모든 걸 엮고 있다.” 뭐가 다른가. 바뀐 정치와 흐른 시간만 빼면 둘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主筆

[김종구 칼럼] 유동규의 입, 이재명을 계산하듯 겨냥하다

올 초까지 대검 최고위 간부였다. 중요 사건을 지휘 감독했다. 대장동 사건도 거기 있었다. 검수완박 논란 와중에 퇴임했다. 이제 평범한 변호사다. 밥자리가 있어 물었다. ‘깊은 부분은 말 안 해도 좋다. 대장동 수사가 결실을 볼 것이라고 보는가.’ 그가 대답했다. “일당들이 자크(손으로 입을 가로 지르며)를 채웠다. 수사할 방법이 없지 않나. 최선이었다.” 다시 물었다. “진술이 나왔는데 덮은 것은 없었나.” 다시 대답했다. “절대 없다. 그들이 진술 한 것은 모두 했다.” 이재명 대표 쪽에서는 진술이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유동규는 진술을 바꾼 적 없다고 주장한다. 어느 쪽이 맞나. ‘전직 대검 간부’의 앞선 소회에 힌트가 있다. ‘자크를 채우고 있었다’고 했다. ‘그들이 말한 건 다 수사했다’고 했다. 지금 수준의 진술이 그땐 없었다는 얘기다. 그가 퇴임한 5월 말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유동규 폭로는 그 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처음 불거지는 대장동 자금 대선 유입설이다. 이 대표 스스로 지금을 평했는데 ‘운명적 상황’이라고 했다. 이 대표조차 궁박하게 몰아가는 실체는 뭘까. 많은 이들이 대선자금을 본다. 대장동 돈이 이 대표 쪽에 흘러갔다는 주장이다. 돈의 흐름 자체는 많이 밝혀진 모양이다. -유동규가 남욱에게 돈 마련을 지시했다. 남욱이 마련한 돈을 측근이 정민용에게 전했다. 정민용이 유동규에게 전달했다-. 여기까지는 진술, 메모, CCTV가 확보된 듯하다. 남은 건 김용에게 건너갔냐다. 김용이 안 받았다면 검찰에 치명타다. 그게 아니라 받아서 대선에 썼다면 이 대표가 끝이다. 두 번째 볼 건 배임이다. 애초 대장동에서 이 대표 책임은 배임이었다. 천문학적 특혜를 가능케 한 설계가 문제였다. 이를 확실히 아는 사람은 유동규다. 그의 한마디면 이 대표의 배임죄가 곧바로 증명될 수도 있다. 출소한 유동규가 이런 말을 했다. “내 죗값만 받겠다. 이재명이 명령한 죗값은 그가 받아야 한다.” 문장의 서술어가 ‘돈’이 아니다. ‘명령’이다. 그날 유동규는 이 대표의 배임죄를 겨냥하고 있었다. 배임액 50억원 이상이면 5년 이상, 무기징역이다. 세 번째 관심은 선거법 위반죄다. 이 대표가 고 김문기 처장을 모른다고 했다. 이미 기소됐고 법원 판단만 남았다. ‘알았느냐’ ‘몰랐느냐’.... 주관적 영역이라며 널널하게들 봤다. 그런데 여기도 유동규 폭로가 덮쳤다. “김문기를 몰라? 셋이 호주에서 같이 골프 치고 카트까지 타고 다녔으면서.” 카트 안에서 있었던 대화까지 다 깔 기세다. 재판부의 무죄 선고를 원천봉쇄하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의원직 상실에 5년간 피선거권이 상실되는 범죄다. 대권은 끝이다. 네 번째로 성남FC 사건이다. 정진상 실장이 핵심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정 실장의 진술 없이 이 대표로 향하긴 힘들다. 검찰이 정 실장을 쫓는 것도 그래서다. 이 역시 유동규 폭로로 급발진할 상황에 처했다. “정진상이 나하고 술을 100번, 1000번을 마셨다...(정진상이) 술값 한 번 낸 적이 없다. 그것만 해도 얼마일까.” 정확하게 부정청탁금지법을 대입해서 말하고 있다. 사법 처리 대상이다. 정 실장을 엮어 ‘성남 FC’를 추궁할 무기를 검찰에 쥐여준 셈이다. 회유 의혹이 있던데.... 구속은 누구에나 고통이다. 처음에는 얼떨결에 갈 수 있다. 다시 가라면 죽기보다 싫은 게 거기다. 그런 처지에 당사자에게 형량 단축은 세상과도 바꿀 선물이다. 그런 정도의 회유는 있었지 싶다. 검찰은 펄쩍 뛰겠지만. 수사 현실의 ‘프리바게이닝(Plea bargaining)’을 종종 봤다. 여기에 옥중에서 쌓인 분노까지 겹치면서 독해진 것 같다. “천천히 말려 죽이겠다”며 막 던지고 있다. 이 사생결단에 맞설 묘수가 이 대표에게는 없어 보인다. ‘대검 간부’는 당시 수사를 옳다고 주장했다. ‘입을 다물었는데 어떻게 수사하냐’고 했다. ‘현재 검찰’은 지금 수사가 옳다고 주장한다. ‘입을 열게 하는 게 수사의 기본이다’고 한다. 굳이 정답을 고를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실체적 진실이다. 어떤 수사가 진실을 찾아내느냐다. ‘현재 검찰’은 유동규의 입을 열게 했다. 그리고 그 입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 대표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그런데 거들어 줄 입이 없다. 다 자살 당하고 남은 게 유동규뿐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김문수답다는 것

그 와중에 4절까지 다 불렀다. 2005년 12월 어느 날이었다. 예년처럼 열린 기자의 밤이었다. 도지사 선거를 반년 앞둔 때였다. 후보군이 여럿 왔다. 그중 특별했던 손님이 김문수 의원이다. 들어오자마자 자리를 돌며 인사했다. 이어 앉지도 않고 무대로 올라왔다. 인사하랬더니 ‘노래하겠다’고 했다. 늙은 군인의 노래를 했다. 1절 하고, 2절하고.... 4절까지 다 했다. 술 취한 기자들이 웃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끝까지 했다. 그러곤 인사하고 휑 떠났다. 운동화 신은 이유가 있었다. 2010년 5월 어느 날이다. 민선 6기 선거운동 막판이었다. 그가 연임에 도전해 있었다. 신문사에 들렀다. 4년 전처럼 서둘러 편집국을 돌았다. 인사가 끝나자 앉지도 않고 나갔다. 두 개 층 위 임원실이 있었다. 몇 초면 엘리베이터가 올 터였다. ‘시간 없다’며 갑자기 계단으로 뛰었다. 수행원, 기자들 십수명이 함께 뛰었다. 하얀 운동화의 그가 제일 빨랐다. 수행원 하나가 말했다. ‘열흘간 잠을 안 자서 제정신이 아니시다.’ 늙은 군인의 노래 4절 완창. 잠 안 자고 계단 뛰어 오르기. 경기지사 김문수는 그때 그랬다. 자기 계획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4절까지 하려고 했으면 4절까지 밀고 갔다. 엘리베이터 기다릴 새도 없이 뛰어 다녔다. 그를 따라다니는 얘기가 있다. ‘많이 못 다닐까 봐 살을 찌우지 않는다’ ‘만남이 너무 많아 본 사람에도 명함 또 준다’.... 특이했다. 그런 지사는 앞에도 뒤에도 없다. 좋다 나쁘다 평할 일이 아니다. 그 모습 그대로다. 못 당할 소신·고집이다. “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다.” 그날 그는 국감 피감사자였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자격이었다. 을(乙)인 그에게 갑(甲)인 의원이 물었다. “과거 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칭했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짧은 순간이었다.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 부질 없는 걱정이고 기대였다. 타협 없이 소신을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존경하면 김일성주의자입니다.’ 강조하는 단어까지 섞었다. ‘확실하게.’ “문 전 대통령은 총살감이다.’’ 야당 의원이 과거 ‘총살감’ 발언을 꺼냈다. “지금은 과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루도 못 갔다. 다음 날 라디오에서는 말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전직 대통령에 묻힌 논쟁도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물었다. “지금도 내가 반미 반민족 수령에게 충성하고 있다고 보느냐.” “그런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전 대통령과 현 의원에게 던진 공산주의 발언이다. 김일성주의 단언이다. 국회 역사에 이런 일이 없었다. 대번에 보수 스타가 됐다. 지금 인터넷 핫 검색어는 ‘김문수’다. 그의 과거 시국 발언 영상이 수 없이 올라온다. 보수의 속을 시원히 긁어 주는 말이다. “박근혜 탄핵은 건널 강이 아니라 반성 사과할 일이다.” “정치인이 어떻게 돈을 버나. 그런 정치인들 다 수사해야 한다”.... 민주당이 잘못 건드렸다는 평이 나온다. 당장 대통령 후보로 삼자는 소리도 있다. 불과 한 달 전, 그는 야인이었다. 태극기 부대에만 서는 연설가였다. 모두에게 외면 받던 궤변론자였다. 취할까 봐 걱정이다. 팬클럽과 유권자는 다르다. 김일성·총살감 발언으로 팬은 모일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또는 그보다 훨씬 많은- 유권자가 떠날 것이다. ‘신영복=김일성’ 논리에 동의하지 않는 유권자, ‘문재인=총살감’에 섬뜩해하는 유권자들 말이다. 이쯤에서 멈춰야 좋다. 발언을 사과해야 좋다. 경사위 업무에 집중해야 좋다. 하지만 그럴 것 같지 않다. 십수년 전 전해 들은 얘기가 있어 그렇다. 학생운동권 동료 김상곤 교육감의 회상이다. “김문수는 대학 때도 그렇더라고요.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무조건 극단까지 가요. 중간이라는 게 없어요.” 기자가 봐도 김문수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번 결론이 벌써 안쓰럽다. 主筆

[김종구 칼럼] 道산하기관장 자격요건, 옛날로 돌려라

아주 긍정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보자.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사장을 공모했다. GH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자 2명을 추천했다. 경기도가 ‘적격자 없음’으로 판단했다. 처음부터 다시 공모에 들어갔다.- 김동연 도지사가 강조했던 인사 약속이 있다. ‘측근을 미리 내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측근이 있었으면 결정되지 않았겠나. 적어도 이번 공모에 내정자는 없었던 걸로 보인다. 김 지사 약속이 거짓이 아니었음은 믿고 가도 될 듯하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벌써 두 번째 인선 불발이다. 원인 분석을 위해 추천됐던 2명을 살필 필요가 있다. 한 명은 항간에 유력설까지 돌았던 인사다. 경기도 국장을 역임했던 공무원 출신이다. 안전기획팀장, 장애인복지과장, 민생특별사법경찰단장을 했다. GH의 핵심 업무는 건축, 토목, 개발 등이다. 도청 조직에도 관련 부서가 있다. 행정직인 그는 이 직렬과 무관하다. 앞서 GH 본부장 갈 때도 말이 많았다. ‘이재명계’라는 얘기가 그때 돌았었다. 다른 한 명은 LH 출신이다. LH 대구경북 본부장을 했고, 스마트시티 본부장을 했다. 업무는 연계되지만 관리자 경험이 부족하다. GH는 매출 규모 2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이다. 1천300만 도민을 책임지는 자리다. 역대 GH 사장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LH 부사장, 지방 공기업 사장 등이 왔었다. 적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사실 둘에겐 ‘적격자 없음’이 곧 불명예다. 그 불쾌함을 재삼 들출 생각 없다. 다만, 불발의 원인은 따져보려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 때 바뀐 기준이 문제다. GH 사장에게 적용된 기준을 보자. ‘지방공기업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자’. 자질과 능력의 구체적 기준이 없다. 나머지 5개 기준이 전부 이런 식이다. ‘능력을 갖춘 자’, ‘소양을 갖춘 자’.... 사실상 조건이 없는 정성평가다.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최소한의 자격을 요하는 정량평가였다. 매 항목마다 ‘○급 이상’, ‘△년 이상’이 있었다. 이게 ‘자격 무제한’으로 바뀌었다. 결국에 가면 인사권자 맘대로다. 그렇게, 관광에 경력도 없는 이가 관광공사 사장이 됐다. 그렇게, GH 업무와 무관한 변호사가 사장이 됐다. 그렇게, 재무·회계·세무도 모르는 감사들이 막 생겨났다. 공교롭게 그들 대부분이 도지사의 측근들이었다. 이런 인사 난맥이 무탈할 리 있겠나. 상상 못할 사달이 났다. 경기도관광공사 사장 출신이 감옥에 가 앉아 있다. 근데 죄명이 개발 비리다. 관광공사 사장이 왜 개발 비리로 투옥돼 있을까. 과거에 정량평가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기도만 이렇게 한다. 같은 수도권의 교통공사가 있다.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교통공사가 작년에 상임이사를 채용했다. ‘6년 이상 경력’, ‘3급 이상 근무’ 등이 조건이었다. 경기교통공사만 그런 게 없다. ‘능력과 리더십’, ‘자질과 능력’, ‘경험과 능력’.... 애매하다. 최근 경기 광주시가 도시관리공사 상임이사를 공모했다. 여기도 자격이 있다. ‘임원급 이상으로 근무한 경력’, ‘국가 또는 지자체가 50% 이상 투자한 기관 근무’.... 막 받는 건 경기도뿐이다. 행정이 널널하면 안된다. ‘대장동’ 업자들이 몇 억 넣어서 몇 천억 먹었다. 그들은 지금도 당당하다. ‘내가 불법이면 성남시장도 불법이다’라며 떳떳이 항변한다. 이러니 국민이 설계자인 성남시장을 탓하는 것이다. 김동연 지사가 약속했다. ‘내 측근 아닌 최고의 전문가를 모시겠다.’ 그렇게 가길 기대한다. 그래서 설계를 고쳐 잡기를 권한다. 산하기관장 자격 무한 개방, 이건 시작도 불순했고 결과까지 실패한 적폐다. 主筆

[김종구 칼럼] 反日 축구•복싱•정치, 그 허망한 역설

1997년 9월 28일. 월드컵 예선에서 일본과 만났다. 고정운이 우리 진영에서 공을 빼앗겼다. 골키퍼를 넘은 공이 우리 네트에 꽂혔다. 반격에 나선 서정원이 한 점을 만회했다. 곧이어 이민성이 중거리 슛을 날렸다. 일본 골 네트가 출렁했다. 2 대 1 역전승. 캐스터가 “후지산이 무너집니다”라고 외쳤다. 차범근 감독이 영웅이 되는 순간이었다. 영웅의 조건은 간단했다. 일본에서, 일본 축구를 무찔렀기 때문이다. 이런 기사가 떴다. ‘차범근은 일본에 지지 않는다’. 그가 곧 추락한다. 일본과의 2차전이 서울에서 열렸다. 승부는 시작 1분 만에 기울었다. 나나미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귀화 선수 로페스에게 또 먹혔다. 0 대 2 패배. 그 순간 일장기 1만개가 경기장에 휘날렸다. 광복 이후 서울서 나부낀 가장 많은 일장기다. 차 감독이 퇴장하며 기자들을 뿌리쳤다. 그 순간 그는 매국노였다. 차범근은 한국 최고다. 1차전에도, 2차전에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겼을 땐 ‘도쿄대첩’의 영웅, 졌을 땐 ‘상암참사’의 매국노였다. 1975년 6월 7일. 와지마 고이치는 복싱 영웅이었다. 일본 국민은 그를 ‘불꽃의 사나이’라고 불렀다. 7회, 그의 턱에 유제두의 양 훅이 작렬했다. 겨우 일어났지만 더 비참해졌다. 고개가 꺾이는 강펀치에 완전히 고꾸라졌다. 규슈 고쿠라 체육관에 태극기가 휘날렸다. 유제두가 소감을 말했다. “조국을 위해 힘껏 싸웠습니다.” 순간 영웅이 됐다. 이때 조건도 간단했다. 일본에서, 일본 영웅을 때려 눕혀서다. 카퍼레이드 하고, 청와대에서 300만원도 받았다. 그도 곧 추락한다. 7개월 뒤, 와지마와의 리턴매치가 치러졌다. 초반부터 무기력하게 얻어맞았다. 결국 마지막 15라운드에 무릎을 꿇었다. 링 사이드엔 일장기만 날렸다. 유제두가 매국노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분노한 여론을 달랠 출구가 필요했다. 약물 중독설, 중앙정보부 개입설이 그즈음 나왔다. 46년이 지나도 증명 안 된 ‘설’이다. 유제두는 훌륭한 복서였다. 1975년에도, 1976년에도 같은 그였다. 하지만 일본에 이겼을 땐 영웅, 졌을 땐 매국노였다. 반일, 어디 스포츠만 이런가. 역사, 문화, 경제가 다 이런 식이다. 반일을 대입해 전투력을 높인다. 중간지대란 없다. 반일(反日)과 친일(親日)만 있다. 반일은 좋은 것이고, 친일은 나쁜 것이다. 요사이 정치가 즐겨 써 먹는다. 반일은 좋은 정치, 친일은 나쁜 정치다. 그게 또 나왔다. 이번엔 이재명 대표다. 한미일 3국 동해 연합훈련을 겨냥했다. -일본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인정할 수 있다. 북중러 결속을 자극할 수 있다. 일본을 한반도에 끌어 들이는 자충수다-. 국민의힘이 장단을 맞춰 주고 있다. -허황된 말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DJ·노무현 정부 때도 욱일기 입항은 있었다. 욱일기는 안 되고 인공기는 되느냐-. 어느 쪽이 옳은지 가려 보라고? 선택하고 말고 할 가치도 없다. 주장과 반박 모두 식상하다. 귀에 담고 싶지도 않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질질 끌려간다. 이런 게 반일이다. 언제든 그어 대면 큰 불로 옮아간다. 근현대 정치에서 이만큼 인화성 좋은 불쏘시개도 없다. 이번에도 발화 사흘 만에 모든 이슈가 묻히고 있다. 이 대표, 민생(民生)한다고 하지 않았나. “물가·환율·금리 등 어려운 경제 현실 개선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8월29일·최고위). “민생에는 여야가 없다”(9월13일·민생대책위원회 출범식). 그 뜻에 지지를 보낸 국민이 꽤 된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반일을 꺼냈다. 민생 말한 지 겨우 한 달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위기는 그때 그대로다. 바뀐 게 있다면 하나다. 이 대표를 포위한 환경이다. 성남FC·쌍방울 수사가 팍팍해졌다. 이래서 나오는 ‘방탄 반일론’이다. 축구? 반일로 다그치다가 일본에 추월 당했다. 복싱? 반일로 몰아 세우다가 일본에 뒤처졌다. 과거에 묶인 축구·복싱이 미래로 가는 축구·복싱에 당한 굴욕이다.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받들어 온 반일의 역설이다. 하물며 당리당략에 빠진 정치다. 그들의 논쟁이야 오죽하겠나. 감히 예상해 본다. 며칠 또는 몇 주 뒤 우리는 자문할 것이다. ‘결론 없을 반일 논쟁을 왜 또 했던 거야....’ 그러면서 깨달을 것이다. ‘논쟁으로 득 본 이는 이재명 대표밖에 없구나....’ 어제 아침자 경제면 기사가 이거였다. -‘코스피, 2200마저 붕괴됐다’ ‘환율, 하루 만에 22.8원 뛰었다’ ‘IMF, 생계비 위기(the cost-of-living crisis)를 경고하다’-. 主筆

[김종구 칼럼] “당시로서는 최선”-경기경찰 수장답지 않다

검찰이 혐의 모두를 다시 들춰보고 있다. 농협 성남시지부, 판교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본점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16일과 26일에도 있었다. 그 때 뒤진 건 두산건설, 성남시청, 네이버, 차병원 등이다. 이 정도면 거의 재수사다. 2021년의 경찰 결론은 불송치(혐의 없음)였다. 증거가 없다고 했다. 2022년, 기소 의견(혐의 있음)으로 바꿔 송치했다. 그러다가 검찰의 ‘재수사 국면’을 맞았다. 경찰 입장이 어떨까. 궁금하던 차에 답 하나가 나왔다. “그 당시(2021년 9월 분당서 결론 당시)에 확보한 진술로는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해 불송치했다. 수사관 입장에서는 당시 시점에서 결론을 내지 않겠느냐. 보완 수사 과정(2022년 9월 경기남부경찰청 결론 당시)에서 유의미한 새로운 진술을 확보해서 송치한 것이다.” 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이 내놓은 설명이다. 부실수사 아니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언론은 이날 답을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한 수사’라고 적었다. 실망스럽고, 정직하지 못한 답이다. 왜 그런지는 잠시 뒤에 논하자. 앞서 살펴 볼 전제가 있다. 성남FC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다. 기업이 축구단에 후원금을 냈다. 시가 기업이 원하는 민원을 들어줬다. 기업에 천문학적 이득이 돌아갔다. 돈과 특혜가 정확히 오고 갔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였다. 이 대표 쪽 논객이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한다. “이런 걸 처벌하면 전국 모든 시장이 처벌 받을 것이다.” 큰일 날 소리를 한다. 요즘 그런 거래는 없다. 민선 초기, 패가망신한 시장들의 철 지난 얘기다. 반대로 보는 견해도 있다. 지금 잡겠다는 건 이재명 대표다. 이 대표가 없었다면 이 수사는 없었다. 이 대표의 변명이 이렇다. “(후원 광고금액이) 성남시민 이익(공액)이 돼 뇌물(사익추구)이 될 수 없다.” 사익이 없었으니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수사 내용이 줄줄 흘러 나오고 있다. 실제로 거기에 ‘후원금이 이재명에게 흘러갔다’는 정보는 없다. 아직 그렇다. 부적절한 행정은 틀림 없다. 그렇다고 행정 잘못이 모두 사법 처리 대상은 아니다. 처벌 불가 논리다. 이런 때 나온 박 청장 말이다. 왜 실망스러운지를 따져보자. 살폈듯이 이 사건의 유무죄는 유동적이다. 무혐의 결정과 유혐의 결정, 모두 가능하다. 최종 판정은 판결 시점에서 소급된다.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검찰 기소가 옳은 것이 되고, 무죄 판결이 내려지면 경찰 불기소가 옳은 것이 된다. 박 청장은 경찰을 대표한다. 수사팀의 총괄 수장이기도 하다. 대표답게, 수장답게 당당하게 답했어야 좋았다. “난 목에 칼이 들어와도 수사팀의 모든 결정을 믿는다.” 하물며 정직하지도 못했다. 2021년 9월과 2022년 9월 사이에 달라진 게 있나. 형사처벌을 달리 할 사정 변경이 있었나. 법조문이 바뀐 것은 없다. 판례가 바뀌지도 않았다. 그런데 ‘당시에는 최선이었다’고 설명한다. 형법이 생명처럼 지킬 가치는 안정성이다. 2021년 9월과 2022년 9월의 기준이 달라져선 안 된다. 2021년 무혐의가 2022년 유혐의로 바뀌면 안 된다. ‘유의미한 진술을 찾았다’는 변명 대신 첫 번째 수사 부족을 솔직하게 말했어야 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사정 변경은 하나뿐이다. 2021년 9월의 대통령과 2022년 9월의 대통령이 변경됐다. 2021년 9월의 여당과 2022년 9월의 여당이 변경됐다. 다들 ‘그래서 바뀐 것 아니냐’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 의심에 박 청장의 한마디가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그것 보라’고.... 불신은 불신을 낳는다. 때론 이 불신이 미래까지 지배한다. -현직 대통령 처가 의혹도 수사 중인데. 이것도 ‘그 당시에는 그 판단이 옳았다’고 바뀔지 모른다-처럼 말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검찰) 법적 강제력 남용하고 있진 않은지…”

평소 김동연 지사의 모습은 아니었다. 격앙됐다고 쓴 언론도 있다. 스티븐 레비츠키 교수(하버드대 정치학)의 책(‘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을 소개했다. “합법적으로 선출된 권력자에 의해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가에 대해서 자세하게 서술하고 실증자료들을 붙였습니다.” 부언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법적 강제력을 행사하는 데 있어서 자제하지 않고, 남용하고 마음껏 휘두르고 있지는 않은지...반성해봅니다.” 왜 이런 연설을 했나. 15일이었다. 연설 장소는 마석모란공원이었다. 민주화운동 희생자 추모 행사장이었다. 사달은 일주일 전인 7일에 있었다. 경기도청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북부청과 남부청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쳤다. 북부청사에서는 평화협력국이, 남부청사에서는 소통협치국, 경제부지사실이 털렸다. 말 그대로 느닷없이 털렸다. 이화영 전 평화부지사의 비위 혐의였다. 쌍방울의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거나, 대북 교류 행사에 8억원을 후원받았다는 의혹이다. 압수수색을 하는 목적은 증거 확보다. 증거가 있을 만한 장소를 뒤진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색은 엉성해 보인다. 이 전 부지사는 현재 킨텍스 대표이사다. 연정·평화부지사는 2018년 7월부터 2020년 1월까지 했다. 무엇보다 증거가 남았다고 가정할 공간이 없다. 경기도 청사가 50년 만에 이전했다. 2022년 5월30일이다. 이 부지사실은 그 전 ‘팔달산 청사’에 있었다. 현 경제부지사실은 그 후 ‘광교 청사’에 있다. 그런데 ‘광교 부지사실’을 수색했다. 업무용 컴퓨터는 상호 연속성이 있을까. 이것도 아니란다. 사람·건물 바뀔 때 컴퓨터도 바꿨단다. 결국 ‘헛방’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파장은 컸다. 도 고위직 압수수색이었다. 기사는 ‘경제부지사실 전격 압수수색’으로 갔다. 이재명 대표 측이 바짝 긴장했을 게 틀림 없다. ‘기 죽이기’가 목표였다면 성공한 압수수색일 수 있다. 하지만 동전의 반대편에서 보면 전혀 다른 평가가 나온다. “보여주기식, 망신주기식 수사다.” 도 공무원들은 대개 이렇게 말한다. 이게 몇 번째인가. 그 하루 전에도 서울중앙지검이 다녀갔다. 대장동, 백현동 개발 의혹 관련이다. 이 대표의 선거법 사건(허위사실 공표)이다. 미래산업과 등 10개 부서가 털렸다. 업무(課)보다는 사람(人)이 타깃이다. 이 대표 도지사 때 언론 담당이었던 이를 따라간 수색이다. 4월4일에는 경찰이 밀고 들어왔었다.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었다. 총무과, 조사담당관실, 의무실 등을 10시간 뒤졌다. 대선 얼마 됐다고, 벌써 세 번째 털기다. 여기서 잠깐 대통령 얘기를 해보자. 한창 탄압 받던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이었다. 정진웅 차장검사가 한동훈 검사장을 폭행했다. 정확히 묘사하면 몸으로 덮쳤다. 핸드폰 압수수색 과정에서 빚어진 충돌이다. 총장의 ‘아우’가 피해자였다. 그때 윤 총장이 긴급 지시를 내린다. ‘압수수색 시 인권보호 강화하라’. ‘피압수자 권리를 존중하라’. ‘변호인 참여권 등을 반드시 보장하라’. 그 총장이 대통령 됐고, 그 피압수자가 장관 됐다. 그런데 이렇게 하고 있다. 압수수색은 강제 수사다.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다. 자빠뜨리고 올라타야만 인권 침해가 되는 게 아니다. 수사관들이 들이닥치는 것 자체가 공포다. 강제로 가져가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이번에는 그 객체가 경기도청이다. 죄 없는 공무원들이다. 실행함에 신중해야 한다.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해야 하고, 중복을 피하려고 살펴야 하고, 증거가 없을 만한 곳을 빼야 한다. 경기도청 압수수색은 지금 그렇지 않다. 횟수에서, 중복에서, 실효성에서 과하다. 7일 압수수색 당한 공무원 한 사람 얘기다. 의혹 관련 업무를 맡은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말을 못한다. 무서운가 보다. 개인적인 자료까지 가져갔다고 한다. 그래도 말을 못한다. 부담스러워서다. 그뿐 아니라 도 공무원 여럿이 이렇다. 김 지사는 이렇게도 말했다. “크고 작은 권력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그 권력을 자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문장에 ‘윤석열 검찰’을 넣고 ‘경기도청 압수수색’을 가정하면, 틀린 곳 하나 없다. 主筆

[김종구 칼럼] 이재명 “법 앞의 평등”‚ 그러더니 출두 거부

적어도 대선 경쟁자는 건들지 않는 거였다. 대선 자금은 수사하지 않는 거였다. 이 성역을 무너뜨린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경쟁자였던 이회창의 대선 캠프를 뒤졌다. ‘차 떼기’를 찾아내 쑥밭을 만들었다. 이회창엔 전에 없던 정치 보복이었다. 권력을 놓친 대가로 겪는 희생이기도 했다. 최병렬 당 대표가 검찰총장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하지만 이회창의 검찰 출두는 불가피했다. 2003년 12월15일 출두했다. 검찰이 부르기도 전에 나갔다. 5년 뒤 노무현 사단이 몰락했다. 그들 스스로 폐족(廢族)임을 자인했다. 누구도 노무현을 지키지 못했다. 이명박 검찰의 칼질이 혹독했다. 확인 안 된 의혹이 거침 없이 뿌려졌다. 권양숙씨 ‘논두렁 시계’도 그렇게 등장했다. 만신창이가 된 그에게 출두 요청이 왔다. 정의를 위해 감옥도 갔던 변호사 노무현이다. 권력에 굴복하지 않던 정치인 노무현이다. 안 갈 거란 예상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출석했다. 버스를 타고 상경해서 대검에 들어갔다. 그래서 1995년 11월1일이 역사다. 사상 최초의 전직 대통령 검찰 출두였다. 비자금 사건 피의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그날 충격은 그 후 상식이 됐다. 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출두했다. 이제 놀랄 일도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에 대면 조사 요구를 받았다. 서면으로 대체한다며 응하지 않았다. 그때 이런 목소리가 나왔다. “법 앞에 평등…체포영장 발부해 강제 수사해야 한다.” 결국 끌어내려졌고 출두했다. 그 목소리가 이재명 대표였다. 성남시장이던 그가 던진 사이다 발언이었다. 6년 만에 그 자신이 검찰 출두 논란에 섰다.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고발 사건이다. 대선 또는 국감에서의 거짓말-백현동 거짓말, 대장동 거짓말, 김문기 거짓말-이다. 검찰이 출두하라고 했는데 안 하겠다고 했다. 검찰과의 전쟁 선포가 나왔다. 의원 총회가 검찰을 규탄했다. 역공(逆攻)도 시작됐다. 당에서 대통령 부인 특검법을 꺼냈다. 윤석열 대통령도 고발했다. 아침에 들은 여의도 정가 신조어가 있다. ‘재명불사’,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는 말이다. 역경을 이겨낸 인생을 평한 말일 게다. 실제로 그는 그랬다. 위기마다 정면 승부했다. 공격으로 방어를 대신했다. 매번 성공했고 지금까지 왔다. 이번에도 그렇게 갈 듯하다.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신을 권력 검찰에 의한 희생양으로 상정하고 있다. 여론을 통한 대반격의 판을 기획하고 있다. 검찰 불출석 의지도 바뀔 것 같지 않다. 상대방들도 이걸 잘 알고 있다. 우연히 국민의힘 측에서 들은 ‘작전’이다. -공소시효 임박한 사건부터 풀 것이다. 법카 사건 등 선거법 사건이 먼저다. 다음으로 변호사비 대납 사건이다. 성남 FC 사건, 백현동 특혜 사건이 이어질 것이다. 대장동은 아직 어찌 될지 모르겠다. 그때마다 야당은 이재명 방탄국회를 열 것이다. 버티는 거대 야당 모습에 국민이 분노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시간적으로 총선이다. 그러면 우리가 압승하지 않겠나-. 들은 건 8월10일 저녁이었다. 어떤 수사도 안 떠 올랐을 때다. 윤석열 지지율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근거 없는 소설(?)처럼 들렸다. 그래도 국민의힘·대통령실에 귀동냥 좀 할 법한 인사의 얘기였다. 일단 기억엔 담아 뒀다. 그런데 실제로 그렇게 가고 있다. 말대로 첫 사건은 선거법이었다. 이재명 대표에 검찰 출두가 통보됐다. 이 대표 측 반응도 그의 말대로다. 불출석을 선언했다. 민주당 전체가 방탄국회에 돌입했다. 계산들 참 잘한다. 그러든 말든, 정치 셈법엔 관심 없다. ‘이재명-검찰’ 승부에도 관심 없다. 그저, 주변 상식을 옮길 뿐이다. 국민은 출두하라면 출두한다. 그게 국민 일반의 상식이다. ‘내가 누군데’ ‘감히 나를’…. 1995년 11월1일(노태우)에 확 사라진 의식이다. 여론전? 거기 대단한 기술이 있지 않다. 여론의 끝도 결국엔 상식이다. 법치의 상식은 법 앞에 평등이다. 하필 이 말로 유명해진 이 대표다. 출두했어야 했다. 방탄보다 그게 옳은 선택이었다. 主筆

[김종구 칼럼] 조국·추미애·한동훈-사건 당사자 법무장관

국민이 피곤했던 ‘조국의 시간’이었다. 그 시작은 기소(起訴)였다. 장관 지명 때부터 의혹이 많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에 착수했다. 부인 정경심 교수를 전격 기소했다. 이어 조 장관도 기소됐다. 자녀 부정 입학과 관련된 혐의였다. 법정에 서야 할 피고인 장관이었다. 나라가 조국 사퇴와 조국 수호로 쪼개졌다. 서초동·광화문에선 100만 경쟁이 붙었다. 결국 여론은 피고인 장관을 밀어냈다. ‘사건 당사자 법무장관’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그에 못지 않았던 ‘추미애의 시간’이다. 이번엔 검찰수사가 시작이었다. 아들의 군 시절 휴가 미복귀 논란이었다. 추 장관의 관여 의혹도 불거졌다. 수사는 서울동부지검에서 진행됐다. 수사하던 부장검사가 좌천됐다. 추 장관의 부적격 지적이 계속 나왔다. 추 장관은 이런 야당에 독설로 맞섰다. 팔짱 논란, 소설 논란이 그때 생겼다. 검찰은 장관파와 총장파로 갈라졌다. 결국 장관이 밀려났다. ‘사건 관계자 법무장관’을 거부한 또 한 번의 여론이었다. 여기서 사법부의 제도 하나를 살펴보자. 법관 회피(回避)제도다. 법관이 사건 당사자와 관계가 있을 경우 스스로 재판을 피한다. 이때 ‘사건 당사자와의 관계’는 넓게 해석된다. 친척은 물론이고 단순한 지인까지 포함된다. ‘관계 당사자’의 지위도 가해자·피해자를 불문한다. ‘불공정 우려’가 있어서가 아니다. ‘불공정으로 보일 우려’가 있어서다. 재판이 불신 받을 어떤 요소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사법부 신뢰는 지탱된다. 한 나라의 법무장관이다. 검찰 조직을 지휘한다. 검사 개개인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다. 공정이 생명이다. 법관의 그것에 비해 결코 가볍지 않다. ‘장관 회피 제도’는 없지만 그 정도 수준의 의지가 필요하다. 정경심 교수가 피고인이다. 그 남편이 현직 법무장관이다. 공정하다 보여질 수 없다. 서모씨가 검찰 사건의 피의자다. 그 모친이 현직 법무장관이다. 공정하다 보여질 수 없다. ‘조국·추미애 시간’의 혼란은 바로 여기서 비롯됐다. 이제 ‘한동훈의 시간’이다. 그런데 국민이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법사위가 연일 전쟁터다. 그중에 22일 장면만 보자. 한동훈 장관과 최강욱 의원이 붙었다. “그냥 말씀하세요”(한). “질문을 했으니까 답 해”(최). “제가 위원님처럼 반말하진 않았죠”(한). “그 따위 태도를 보이면”(최). 인터넷에 수없이 돌고 있다. ‘한동훈 이겼다’, ‘최강욱 이겼다’. 댓글이 저마다다. 대체로 한 장관이 우세하다. 보수에서는 특히 그렇다. 차기 대권 1위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살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날 다툼의 한 대목이다. “한동훈 장관과 저는, 우리가 검사와 피의자로 만난 적이 있는가”(최). “제가 지휘한 사건으로 기소되셨다. 그리고 제가 피해자고”(한). “한동훈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인은 피해자라고 주장하지만...”(최). “기소되셨잖아요”(한). 한 장관 스스로 피해자라고 밝히고 있다. 사건의 ‘당사자 장관’임을 밝히고 있다. 둘의 싸움이 사실상 가해자와 피해자의 감정충돌이었던 셈이다. 더 직접적인 당사자 사건도 있다. ‘노무현재단 계좌 추적’ 사건이다. 유시민이 폭로했다가 뒤늦게 사과했다. 1심 유죄, 항소심 중이다. 방송에서 이걸 말한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도 수사 받고 있다. 경찰이 송치해 검찰이 수사할 판이다. 두 사건 모두 한동훈 장관이 직접 고소인이다. 선처 탄원, 고소 취하 얘기도 없다. ‘엄벌에 처해달라’는 취지를 유지하고 있다. 서슬퍼런 현직 법무장관의 뜻이다. 이걸 국민이 공정하다고 봐 주겠나. 한동훈식 언행이 계속 논란이다. 언론은 이를 ‘반문성 발언’이라고 표현한다. 반박하고, 따지고, 면박 주고.... 그러다가 또 충돌하고, 또 싸우고.... 바로 그 언행의 뒤에서 어른거리는 인식을 본다. ‘사건 당사자 장관’이라서 갖게 되는 감정이다. ‘나는 피해자, 당신은 가해자다. 그러니 당신을 의원으로 대우하지 않겠다.’ 아닌가. 훤히 보이는데. 국민 불편하기가 ‘조국·추미애 시간’과 다르지 않다. 너무 피곤하다. 법무장관 복도 더럽게 없는 나라다. 主筆

[김종구 칼럼] 人事의 목적, 절차 아니라 도민이다

그에게 산하기관장 공석이 부를 폐단을 물었다. “CEO가 없으면 중요한 정책결정을 못한다. 직원들의 근무행태도 이완되기 쉽다. 그저 하루하루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게 된다. 월급만 축 내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누구에 물어도 될 질문이었다. 그래도 굳이 그에게 물었다. 경기도의 인사 주무 국장이었다. 그만큼 도 인사를 잘 안다. 퇴임 후 경기관광공사 사장이었다. 그만큼 산하기관 사정도 잘 안다. 그런 그가 한 답이라서 더 절절하다. 김동연 도정 56일째다. 장(長)이 빈 산하기관 걱정이 많다. 27개 기관 중 12개나 된다. 빨리 채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공모 절차가 여간 더디지 않다. 임원추천위원회 구성도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공모했다고 일사천리로 가는 것도 아니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할 곳도 있다. 거기서 또 지체될 것이다. 이러다 취임 100일을 넘길지 모르겠다. 11월 행감에는 끝날는지나 모르겠다. 이쯤되니 인사 지연 책임이 얘기된다. 누구 탓일까. 김 지사의 스타일이 있다. 폭넓은 채용을 추구한다. 이번에도 도 관계자는 설명한다. ‘특정인을 내정하고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 이제 많이 익숙해졌다. 앞서 비서실장도 공모로 뽑았다. 대변인도 공모로 뽑는 중이다. ‘복심’ 비서실장이고 ‘입’ 대변인이다. 측근이 된들 누가 뭐라 안 한다. ‘민선 경기도’ 30년간 그래왔던 자리다. 그런데 김 지사는 공모로 뽑는다. ‘기회의 수도’라는 가치에 맞아 보인다. 이래서 산하기관장 인선이 더 걱정이다. 또 다른 탓은 도의회다. 경기도의회가 여기에도 등장한다. 기관별 임추위 추천이 늦어진다. 기관장 인선에 출발이 되는 절차다. 도가 3명, 도의회가 2명, 해당 기관 이사회가 2명을 각각 추천한다. 7개 기관의 도의회 몫 위원이 아직 추천되지 않았다(8월 23일 현재). 고의적인 의도는 없는 듯하다. “가급적 신속히 추천하겠다”고는 한다. 그래도 책임이 크다. 원구성을 한 달 끈 부작용이다. 거기부터 늘어져 온 일정이다. 또 한번 욕 먹을 판이다. 하지만 인사 주체는 경기도다. 안 그래도 답답한 면이 있다. 꼭 ‘불쾌한 소주잔 추억’ 아니라도 그랬다. 인사가 곧 만사일 순 없다. 인사는 만사의 출발일 뿐이다. 인사의 종합적인 평가는 실적·결과로 해야 한다. 비서실 운영이 좋아야 잘한 인사, 공보 실적이 좋아야 잘한 인사다. 산하기관에서 실적을 만들 사람들이 장이다. 그들이 공석이다. 평가 대상자가 1~2년 째 없다. 이쯤되면 잘못 뽑는 것보다 더 나쁜 게 안 뽑고 버려두는 것 아닌가. 협치가 최종 가치는 아니다. 협치를 평가하는 기준도 실적이다. 도정을 위한 협치라야 박수 받는다. 도정과 동떨어진 협치는 그냥 정치다. 그 증명이 가까운 곳에 있다. 협치의 끝을 실험했던 남경필 도정이다. 아예 연정까지 갔다. 경기도정을 쪼갰다. 부지사와 실국·산하기관 몇을 야당에 줬다. 4년 뒤, 그 화끈한 연정이 도민 평가를 받았다. 대통령 시켜주지 않았다. 도지사에 나섰는데 그것도 떨어뜨렸다. ‘협치팔이’로 본 모양이다. 엊그제, 대통령 백일상을 봤다. 초라한 상차림이 씁쓸했다. 상에 오른 실적이 없다. 반토막 난 여론만 어른거렸다. 이런저런 분석이 나온다. 실언, 배우자, 당, 측근.... 한 줄로 정리하면 이거다. ‘100일 지나도록 기본 틀도 못 잡았다.’ 한 달여 뒤면 김동연 도정도 100일이다. 선출직 도지사 평에는 세 번의 큰 매듭이 있다. 취임 100일 회견, 취임 1주년 회견, 임기 마지막 신년 회견이다. 취임 100일의 화두는 하나다, ‘기본 틀은 잡았는가.’ 그때 이렇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기본 틀은 끝났다. 이제 도정 심박수를 올릴 때다. 인사는 털고 일로 토론하자-. 그렇게 되길 바란다. ‘흑묘백묘 주노서 취시호묘(黑猫白猫 住老鼠 就是好猫)’라 했다. 고양이 색깔 가렸으면 중국이 G2에 갔겠나. 전직 경제 부총리 김동연 지사다. 흑묘백묘론을 수없이 분석했을 그다. 그걸 경기도정에 끌어올 적임자도 그일 거다. 정치 계파 구분 않고, 능력자에 삼고초려하고, 도정 공백 없게 신속한.... 主筆

[김종구 칼럼] 이재명표 기본 시리즈, 김동연표 도정 정상화

‘기본 시리즈’는 이재명의 것이다. 멀리 성남시 청년 배당이 있었다. 청년들에 1분기 25만원씩 줬다. 2016년 시작 때만 해도 반대가 컸다. 하지만 곧 ‘표 먹는 하마’로 판명났다. 이후 ‘기본 시리즈’로 명명되면서 광풍을 탔다. 이재명 도정엔 대표 상품이 됐다. 범위도 훨씬 넓어졌다. 기본소득, 농민기본소득, 기본주택까지 갔다. 2022 대선판에선 대표 공약으로 자리했다.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금융 약속이 그것이다. ‘기본 시리즈’는 이렇듯 이재명의 것이다. 요는 돈이다. 그도 그럴게 ‘기본’의 객체는 ‘전체’다. 국민 기본이라고 하면 국민 전체다. 기본 시리즈 하나에 40, 50조씩 든다. 정적들이 이걸 묻고 따졌다.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공격했다. 실제 혜택은 쥐꼬리라며 몰았다. 이재명 답이 시원치 않았다. 대선 막판, 기본 시리즈는 그렇게 풀이 죽어갔다. 그러면 경기도는 어떤가. 이미 정책으로 잡힌 것들이 있다. 새 도지사 뽑는 판에서 화두로 등장했다. 이 정책들을 계속 할 것인가. 당선자 김동연호가 안은 과제다. 어떤가. 경기도 기본주택을 보자. 2020년 경기도와 안양시가 협약을 맺었다. 기본주택이 들어가는 공공복합청사 개발 관련이다. 119구조대, 주민센터를 함께 넣기로 했다. 기본주택의 시범 사업인데 기관 협의, 예산, 법 개정 등 문제로 애를 먹고 있다. 또 있다. 남양주시 다산 지금지구 내에 시범지구다. 518가구의 기본주택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추진 중이라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이것도 기본주택은 아니다. 그냥 현행 제도에 근거한 통합공공임대주택이다. 또 보자. 기본소득박람회라는 정례 행사가 있다. 2019년부터 매년 열어온 행사다. 전국에 기본소득을 알리는 목적이다. 이재명표 기본 시리즈의 ‘홍보 마당’이다. 올해도 12월 개최가 예정돼 있다. 소요 예산도 12억원이나 배정됐다. 들리기에, 없어지는 것 같다. 한 경기도 일간 신문이 ‘기본소득박람회 역사 속으로’라고 보도했다. 박람회라는 이름도 안 쓸 거라고 한다. 타운홀미팅 형식으로 바뀐다고 한다. 기본소득박람회 자체가 없어지는 것 아닌가 싶다. 이쯤되면 등장할 정치 해석이 있다. ‘김동연, 이재명 색깔 지우다’. 사실, 기본주택 표류가 김 지사 뜻은 아니다. 김 지사가 박람회 축소를 지시했다는 정보도 없다. 그래도 언론은 그렇게 쓸 것 같다. 다만, 아귀가 안 맞는 지점은 알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 다른 이재명 기본 시리즈, 농민·농촌기본소득이다. 농민에 월 5만원, 기본소득농촌 주민에 월 15만원 준다. 이건 확대했다. 어민·어촌까지 넓혔다. 앞서와 달리 확대된 기본 시리즈다. 김동연식 행정같다. 후보 시절 그가 던져 놓은 말이 있다. “(전체를 대상으로 한) 기본 소득은 장기적으로 추진할 과제다.” 지금 보면 기본주택 표류, 기본소득박람회 폐지 예고다. “(청년과 농민 등)특정 계층에 한정된 기본 소득은 계승 발전시킬 것이다.” 농민기본소득 확대 예고다. 경제 관료 출신에 경제 부총리까지 했다. 한정된 예산으로 나라 살림을 꾸려봤다. 도비 30 몇 조로 도정을 꾸릴 셈을 했을 거다. 그 셈법에서 ‘이재명 기본 시리즈’가 축소나 폐지로 결론 난 듯 하다. 옳은 선택인가. 잘 가는 길인가. 정치라서 복잡하다. 이재명은 대통령 하려는 사람이다. 주변이 전부 정치하는 사람들이다. 김동연도 대통령 하려는 사람이다. 점차 정치하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양쪽 모두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다. 親기본시리즈든, 反기본시리즈든 그들에게는 정쟁이다. 지금도 한 쪽은 ‘어딜 감히’라며 으르렁 대고, 다른 쪽은 ‘우리는 다르다며 장 대고 있다. 그런 대립 복판에 선 경기도청 공무원들. 아무도 이 원칙을 말하지 못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말해오던 이 원칙-‘선택과 집중이다, 기본 시리즈 줄이자, 더 절박한 곳이 많다.’-말이다. 主筆

[김종구 칼럼] 과연, 지방의회 30년은 발전해 왔는가

많은 이들이 1991년 지방의회를 무시했다. 그렇게 본 조건들이 있었다. 대체로 ‘학력’이 낮았다. ‘질의도 못하는 의회’라고 무시했다. 대체로 ‘직업’이 초라했다. ‘전문성이 없는 의회’라고 무시했다. 대체로 ‘나이’가 많았다. ‘양로원 같은 의회’라고 무시했다. 대체로 ‘재력가’가 많았다. ‘부자만 모인 의회’라고 무시했다. 30년 만에 부활된 풀뿌리 자치였다. 본격적인 지방자치를 연 첫 의회였다. 그런 1991년 의회에 내린 평이 이토록 굴욕이었다. 그랬던 의회가 갑자기 달라졌다. 그 딱 떨어지는 분기점이 2006년이다. 고학력자들이 많아졌다. 대졸은 기본이고 석·박사 의원까지 등장했다. 직업도 고상하고 다채로워졌다. 의료인·기업가·사회운동가 의원에, 전직 공무원 의원까지 생겼다. 젊은이들도 대거 진출했다. 중앙 진출의 교두보 삼으려는 30대 의원들이 많아졌다. 재력은 더 이상 장벽도 아니었다. 명예에 부(富)까지 더해주는 직업으로 바뀌었다. 갑자기 생긴 변화였다. 이유가 있었다. 유급제다. 유급제 첫 해였다. 그 후로 계속 올랐다. 이제 고액 연봉이다. 경기도의원은 얼마일까.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을 합해 6천659만원이다. 전국 최고다. 시군의원의 연봉도 상당히 높다. 수원시의원이 5천223만원, 고양·용인시의원도 비슷하다. 화성시의원 4천963만원, 군포시의원 4천327만원, 광명시의원 4천172만원이다. 모두 시민이 내는 혈세다. 혈세 값은 하고 있나. 수준은 정말 높아졌나. 2022년 지금의 의회를 보자. 경기도의회는 도민 무시 의회다. 의장도 안 뽑고 한 달을 보내고 있다. 상임위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도에서 넘어 온 추경안도 보지 않는다. 소상인 희망이 포함된 35조423억원이다. 낮엔 이러면서 밤엔 잘 지내는가 보다. 부지사와 함께 폭탄주 돌리고 있었다. 소주잔 투척 사건 아니었으면 영원한 밀회가 될 뻔했다. 그래도 월급은 나갔다. 유급제니까. 의원 한 사람 당 554만원, 전체 8억7천만여원이다. 딱 5분 일하고 받은 품삯이다. 시군의회 사정은 좀 나은가. 도의회에 묻혀 있을 뿐, 탐욕과 편법이 판치는 중이다. 파주시의회 한 민주당 의원이 있다. 의장을 해보고 싶었나 보다. 민주당에서 다른 의원을 내정했다. 그러자 탈당을 하고 국민의힘으로 갔다. 그걸 또 국민의힘은 받아줬다. 8(민주) 대 7(국힘)이던 비율이 역전됐다. 결국 의장 자리에 올랐다. 그러더니 20일만에 국민의힘도 탈당했다. 완전히 정당 팔아 먹기다. 협잡(挾雜·옳지 아니한 방법으로 남을 속임)이다. 성남시의회도 시끄럽다. 여기도 의장직 싸움이다. 국민의힘 의원이 당사자다. 당론 불복과 야합으로 의장직을 차지했다. ‘돈 봉투 논란’도 불거졌다. 압수수색을 당했다. 시민 얼굴에 뿌린 먹칠이다. 성남시의회의 ‘의장 선출 배신의 역사’는 차라리 전통이다. 2012년, 2016년에도 똑같은 야합과 의장직 거래가 있었다. 특정 지역, 특정 개인의 얘기가 아니다. 광주시의회, 의정부시의회 등 곳곳이 이렇다. 당직 제명 사례도 줄줄이 나온다. 그토록 우습게 여기던 1991년 의회, 그들도 이보다는 나았다. ‘학벌’은 짧지만 소중한 ‘경험’이 있었다. ‘직업’은 일천해도 지역 경제 ‘전문성’이 있었다. ‘나이’는 많아도 그것이 ‘의회 질서였다. ‘재산’은 많아도 그게 ‘베품’의 곳간이었다. 그 근처도 못 갈 2022년 지방의회다. 집단 이익에 안 맞으면 예산 묶어 버리고, 숭고한 의장직은 탐욕의 대상으로 삼고, ‘가문의 영광’을 차지하는 데는 탈·불법을 안 가린다. 누가 봐도 최악의 지방의회다. 현답(賢答)이 없을 우문(愚問)을 던져 보자. 과연, 지방의회 30년은 발전해 왔는가. 主筆

[김종구 칼럼] 임기 보장, 약속(約束)에서 조례(條例)까지

김동연 지사의 말은 정확히 이랬다. “아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임기제 공무원의 임기나 공공기관 임원의 임기는 보장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 원칙은 ‘임기 보장’이고, 변수는 ‘특별한 사유’다. 이게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는 모르겠다. ‘인사 변수’가 곧 ‘특별한 사유’일 때도 많다. 그럴 땐 임기가 지켜지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한마디를 소중히 들은 이들이 있다. 선거 후 좌불안석하던 산하기관장들이다. 김 지사 이전에 임명된 산하기관장은 27명이다. 11 자리가 공석이다. 이건 채우면 된다. 주목할 건 임기 남은 16명이다. 누구는 연명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누구는 마음 비웠다며 손까지 놓고 있었다. 김 지사의 말 한 마디가 이들의 동요를 한방에 잠재웠다. 인사권자로서 통 큰 선언임에 틀림 없다. 언론도 한바탕 소동을 예상하고 있던 터다.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나 싶기도 하다. 그런데 이건 경기도만의 얘기다. 중부권에 한 신임 시장의 말이다. “정치적으로 철학이 다른 사람과 같이 근무할 수 없다.” 시 자원봉사센터, 시 청소년 육성재단, 시 도시공사본부, 시 체육회 등을 지목하고 있다. 시청 과장들이 그 ‘악역’을 도맡아 바쁘다. 서부권 다른 시장의 말도 전해진다. “공직자 출신 산하기관장들이 말을 안 듣는다.” 그만두지 않는 기관장을 겨냥하고 있다. 시 산업진흥원장, 시 시설공단 이사장이 이 불만의 당사자다. 시장들만 탓할 수 있을까. 그들에겐 현실이다. 행정을 지배하는 것은 정치다. 그 정치엔 선거가 따른다. 선거란 필히 구원(舊怨)을 남긴다. 당(黨)이 다른 사람끼린 더하다. 4년 전에 시장·군수 29명이 민주당이었다. 이번에는 22명이 국민의힘이다. 최소 20곳에서 시장 군수의 당이 바뀌었다. 얼마 전까지 정적의 곁에 있던 기관장들이다. 거창하게 철학을 말하지만 속내는 자리다. 내 사람 챙겨야 또 당선된다. 중앙정부는 어떤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지금 그렇다. 전 정부의 전현희 위원장이다. 임기가 남았다며 버틴다. 국무회의에서 쫓겨났다. 국정 업무 협조는 생각도 못한다. 거기가 어떤 기관인가. 청탁금지법, 이해충돌방지법, 공직자 행동강령, 공공재정환수법, 공익신고자보호법을 다루는 곳이다. 이게 다 엉망이 됐다. 버티는 전 위원장도, 쫓아내려는 정부도 못 할 짓이다. 결국엔 법 개정으로 모아진다. 오기형 의원(민주·서울 도봉을)이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을 냈다.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의 그것과 일치시키는 내용이다. 2019년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었다. 기획재정위 등에서 논의됐으나 폐기됐다. 그 뒤 환경부·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터졌다. 이번에는 제대로 논의될 듯 하다. 대구시가 이걸 순발력 있게 받았다. 시장 임기에 맞추는 조례안을 만들어 의회에 넘겼다. 전국 최초라는 유명세까지 탔다. 대구의 조례안을 보면 ‘임기가 남아 있어도 신임 시장 임기 개시 전 임기를 종료한다고 돼 있다. 임기의 사전적 해석은 ‘임무를 맡아보는 일정한 기간’이다. ‘○년’ 또는 ‘○월’로 해야 적절하다. ‘신임 시장 임기 개시 전’은 적절한 문구가 아니다. 특정 직책 임기를 다른 직책의 임기로 정한 비논리적 조문이다. 말이 좋아 임기 맞추기지, 그냥 ‘합법으로 내쫓는 조례’다. 필요하더라도 자칫하면 차악(次惡)이다. 김동연 지사의 뜻은 이럴 거다. ‘후임자가 전임자 인사를 존중하고, 재신임 받은 기관장은 최선을 다하고, 그래서 중단 없는 행정을 펴간다.’ 좋다. 정착되길 바란다. 이로써 4년 주기 기관 파행의 폐습이 끝나길 바란다. 이를 법으로 정해두면 더 좋을 것이다. 뭐 길게 늘어놨는데, 결국 ‘경기도만의 임기 조례’를 만들어 보라는 얘기다. 2년씩 두 번, 3년에 1년.... 많은 의견이 들린다. 토론하면 좋은 게 나올 거다. 4년 금방 간다. 4년 또는 그 뒤엔 누군가가 도지사다. 그 누군가가 “김동연 지사 사람들 다 나가라”고 한다면.... 그건 막아놔야 하지 않겠나. 主筆

[김종구 칼럼] “경제부지사가 설득할 상대는 새 정부 결정권자”

#민생 경제 위기에 모두가 머리를 맞대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경제부지사 추천권을 놓고 경기도의회 여야 간 셈법이 치열합니다. 겉으로는 모두가 협치를 얘기하며 도정 운영을 함께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경제부지사직 인사 추천권부터 첩첩산중입니다. -서울시의회는 한창 바쁘다. 6조원의 추경안 심사를 시작했다. 안심·안전, 일상회복, 노숙인, 저소득층, 아동.... 하나같이 경기도에도 다급한 항목이다. 그런데 경기도의회는 아무것도 안 한다. 추경안을 받을 조직이 없다. 의장도 없고, 위원장도 없다. 연봉 6천659만원만 차곡차곡 적립된다. 협치라는 명분도 오간 데 없다. 당리당략 싸움이고 감투 따먹기다. 그 핵심에 경제부지사 논란이 있다. 보면서 욕 안 하는 도민이 없다. #경제부지사는 경기도의회는 물론 중앙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지명되어야 합니다. 일자리가 많은 경기도, 기업하기 좋은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 완화가 필수입니다. LG필립스의 파주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장이야말로 규제 완화 덕분에 성공한 도내 대규모 투자 사례입니다. -LG필립스 파주 유치는 전설이다. 규모 100억 달러, 일자리 2만개다. 2005년이니 노무현 정부 때다. 국가균형발전론이 휩쓸던 때다. 그 장벽을 무너뜨린 결과다. ‘규제의 땅’ 경기 북부라서 더 쾌거다. 4년 걸릴 공사기간도 1년으로 단축했다. 준공식에 노 대통령이 경기 지사에 말했다. “떼를 그렇게 쓰시더니 이제 만족하십니까.” 그 떼를 써 댄 게 건 경기도 공무원들이다. 부지사, 투자진흥관 등 ‘비밀유지팀’ 6명이 있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 투자로 일컬어지는 삼성전자 평택 고덕 산단도 당시 경제부지사가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인허가가 예정대로 진행되도록 힘썼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습니다. 중앙정부 문턱을 닳도록 다니지 않았다면 이뤄내지 못했을 성과입니다. -한국은 세계 반도체의 왕국이다. 그 왕국의 중심이 경기도다. 국내 반도체 기업 252개 가운데 162개가 경기도에 있다(2019년 현재). 평택 삼성 고덕 산단, 이천 하이닉스 단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다 경기도다. 유치와 정착에 매번 경기도청이 있었다. 가장 최근에 꾸려진 TF는 ‘2019년 팀’이다. 총괄을 행정 2부지사, 평화 부지사가 맡았다. 이들이 한 일도 전에 그것과 같다. 간, 쓸개 버리고 중앙 정부에 매달리는 거였다. #이런 측면에서 “김 지사가 경제전문가인데, 굳이 부지사를 경제부지사로 할 필요가 있냐”는 야당의 주장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결국 경제부지사가 설득해야 할 상대는 새 정부의 결정권자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기도의회 의원 모두를 우군으로 두면서 원활한 국비 지원과 인허가를 위해 경기도의 이익을 대변할 사람으로 내세워야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가장 일을 많이 한 도지사’로 한 사람이 꼽힌다. 임창렬 지사(1998~2002)다. 판교테크노밸리, 세계도자기엑스포, 고양킨텍스, 평택항.... 경기도 동서남북에 흔적이 또렷하다. 그 중에 최고는 법률 혁파다. 그 스스로도 ‘법 개정’을 가장 자랑한다. 경기도를 발목 잡는 법·령·규칙 백수십 개가 그때 바뀌었다. 그때 바뀐 법으로 지금 경기도가 먹고 산다. 중앙 정부와의 협상·맞댐의 결과다. 법을 바꿔냈던 진정한 능력자들이었다. #부지사직을 2년 뒤 총선용 직함으로만 활용할 인물이 내정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경제부지사에서 정무부지사로 명칭이 또 바뀌는 날을 목도하고야 말 것입니다. 경기도의회 여야는 경제부지사직 추천권 고집에 앞서 적임자를 찾는 혜안부터 기르기를 바랍니다. -신임 경제부지사가 20일 내정됐다. 도지사의 고유한 인사권이다. 편지는 그래서 약간의 때를 빗겨간다. 하지만 글쓴이-경기도 공무원 출신으로 보이는-의 진정성만은 절절하다. ‘자리 싸움 의회’에 대한 분노, ‘휘둘리는 도청’에 대한 걱정, ‘부지사 자격’에 대한 조언이 그것이다. 편지 속 언어가 좀 투박하면 어떤가. 경기도를 아끼는 마음만은 넉넉히 전해온다. 이런 ‘경기도맨’들이 참 많다. 몸은 떠났는데 마음은 떠나지 못하는.... 主筆

[김종구칼럼] 검찰총장까지 측근 쓰면, 민심 떠난다

역대 최고의 검찰 수사는 무엇일까. 너무 막연하다면 범위를 좁혀보자. 최고의 정치 수사는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걸 꼽을 거다. 2003년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 150억원이 실린 트럭이 통째로 넘어갔다. 대기업이, 휴게소에서, 한나라당에 줬다. 성역이던 대선자금을 깐 첫 수사다. 이 수사를 최고로 쳐도 좋을 조건이 있다. 서슬 퍼런 현 정권도 빼지 않았다. 대통령의 ‘좌’희정·‘우’광재를 구속했다. 한 당은 천막으로 갔고, 한 당은 쪼개졌다. 검찰은 지금도 이 수사를 추억한다. 2019년 3월. 한 언론(일요신문)에서 전현직 검사 50명을 설문했다. 역대 최고의 총장을 물었다. 그때 ‘송광수 총장’이 1위였다. 2019년 3월이면 문무일 총장, 2019년 7월부터는 윤석열 총장이었다. 이들까지 다 포함했다면 어땠을까. 윤석열 총장이 최고로 선택됐을까. 윤 총장의 전후반부는 극적으로 나뉜다. 조국 수사 이전의 윤 총장은 친(親)정권 검사였다. 그렇게 분류됐다. 실제로 권력을 향한 수사는 없었다. 그때, 권력과 맞댐하던 검찰은 따로 있었다. 서울동부지검이다. 문재인 환경부를 수사했다. 훗날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명명되는 사건이다. 환경부 장관을 소환했고, 인사 수석을 조사했다. 청와대 압수수색에도 나섰다. 모진 방해를 뚫고 기소까지 끝냈다. ‘추미애 인사’의 보복을 받았다. 검사장·부장검사가 옷을 벗었다. 수사팀은 공중분해됐다. 그 짧은 몇 달이 문재인 권력 수사의 시초였다. 윤 총장의 조국 수사가 그 불씨를 크게 키워 나갔다. 국민이 윤 총장을 지지했다. 결국 대통령에까지 밀어 올렸다. 대통령이라는 게 그렇다. ‘잘할 것 하나가 있으면 그걸 믿고 뽑는다. 그게 김영삼엔 ‘문민’이었고, 김대중엔 ‘민주’였고, 노무현엔 ‘교체’였고, 이명박엔 ‘경제’였다. 그걸 못할 때, 또는 그게 약발을 다할 때 국민은 돌아선다. 윤석열 대통령에겐 그게 ‘검찰’이다. 추상같은 법 집행이 윤 대통령을 향한 지지자들의 기대였다. 요 며칠 지지도가 많이 떨어졌다. 긍정평가 30%대, 부정평가 60%대다. ‘검찰 실망’을 많이들 얘기한다. 기존 사건-대장동·성남 FC·산업부 블랙리스트·원전 평가 조작·울산시장 선거 개입-은 진척 소식이 없다. 새로운 사건-서해 공무원 피살·북한 주민 강제 북송-은 파헤쳐만 놓고 있다. 지지자들이 ‘진도가 늦다’며 실망한다. 반대자들은 ‘봐라, 없지 않느냐’며 역공한다. 이러니 60%가 50% 되고, 40%가 30% 되는 것이다. 이제 검찰 운영 자체까지 공격 받기 시작한다. ‘친윤 검사’·‘아우 검사’로 채우는 인사가 타깃이다. 그 정점에 한동훈 법무장관이 있다. 지나친 권력 집중으로 ‘왕 장관’ 소리를 듣는다. 그 비판이 괜한 게 아니다. 대검 간부 인사, 검사장급 인사, 평검사 인사를 혼자 다 했다. 검찰청법-‘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과 맞지 않는다. 고위직 인사검증 역할까지 맡겨졌다. 그래서 붙여진 별칭이 ‘검찰총장이면서, 민정수석이면서, 인사수석이기도 한 법무장관’이다. 검찰총장 자리를 비워둬서 더 크게 잡히는 트집이다. 이제서야 자리가 채워질 모양이다. 대통령에게 중요한 순간이다. 살폈듯이 윤 대통령을 향한 제일 큰 기대는 ‘검찰’이다. 그 검찰의 수장이 총장이다. 이미 바닥을 치는 대통령 지지도인데 총장 하나 잘 뽑는다고 확 오르겠나. 그건 아닐 거다. 하지만 총장까지 잘 못 뽑으면 어떻게 될지는 어렵잖게 알 수 있다. 국민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더는 보고 싶지 않다’며 윤석열 인사를 경고한다. 인연에 사로잡힌 ‘친윤 인사’, 형님 리더십으로 맺은 ‘아우 인사’. 그때 송광수는 정권과 껄끄러웠다. 여권을 수사해서가 아니다. 매사 건건이 부딪혔다. 장관과 갈등이 특히 심했다. 중수부 폐지, 공수처 신설로 다퉜다. 인사에선 ‘송광수 패싱’ 논란까지 있었다. 기수 역전-총장(3기) 장관(13기)-이 부른 부조화였다. 하지만 그런 총장을 정권은 존중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노무현 정부’에 선물로 돌아갔다. ‘한국의 정치자금 개혁은 노무현 정부가 이룩했다’는 정의다. 지금도 이 역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이는 없다. 측근 총장은 임기를 빛낼 수 있다. 비측근 총장은 역사를 빛낼 수 있다. 역사를 빛낼 선택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간단한 원칙만 서면 된다. 바로 ‘측근 배제’다. 主筆

[김종구칼럼] 엄마의 아이스케끼

아들이 국민학생이었다. 마을엔 어쩌다 아이스케끼 장수가 왔다. 큼직한 짐 자전거에 나무 궤짝을 얹었다. 궤짝 안에 노란 비닐 주머니가 있었다. 얼음을 채운 나름 냉동 장치였다. 그때는 쉽게 못 사 먹을 사치품이었다. 모처럼 그걸 사주고 싶으셨나보다. ‘부엌에 아이스케끼 사놨어.’ 한달음에 부엌으로 달려갔다. 양은 그릇 두 개가 포개져 있었다. 그러나 아이스케끼는 없었다. 노란 설탕물에 막대기만 꽃혀 있었다. 아들은 엄마에 ‘다 녹았잖아’라며 성질을 냈다. 엄마가 ‘미안하다’고 했다. 아들이 고등학생이었다. ‘수원’에서 학교를 다녔다. 엄마는 농사를 지으며 ‘동막골’에 계셨다. 그 시골 집에 기타가 있었다. 어쩌다 가면 하루 종일 뚱땅거렸다. 엄마가 그게 걸렸던 모양이다. 어느 날 쉽지 않은 결행을 했다. 기타를 머리에 이고 집을 나섰다. 동네 버스로 ‘머내’까지, 시외 버스로 ‘매향동’까지, 걸어서 ‘지동’까지 오셨다. 누런 한복 차림이었다. 양 손에는 짐도 있었다. 젊은이들이 놀렸다. ‘아줌마, 치면서 가세요.’ 아들은 ‘창피하잖아’라며 화를 냈다.’ 엄마가 또 ‘미안하다’고 했다. 아들이 이등병이었다. 권사이신 엄마의 신앙은 독실했다. 담배는 스무살 아들에도 용서 안됐다. 그 아들이 군대 갔고 첫 면회날이 왔다. 기억도 안 나는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 오셨다. 정신 없이 먹고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섰다. 엄마가 고쟁이 속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누나에게 줬다. 따라온 누나가 슬쩍 건넸다. 빨간색 ‘솔’ 담배였다. 아들이 담배 피우고 싶어 할 거라면서 수원에서부터 사 오셨단다. 아들은 ‘여기도 담배 나옵니다’며 타박을 했다. 엄마가 또 ‘미안하다’고 했다. 아들이 서른을 넘겼다. 차 할부금이 밀렸다. 해결할 길이 없었다. 누나가 빌려줬다. 꼭 갚겠다고 했는데 누나가 말했다. “그 돈 니꺼야. 갚을 필요 없어.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너 큰 돈 필요할 때 주라고 맡기고 가신거야.” ‘아들이 돈을 펑펑 쓰니까 꼭 나중에 주라’는 당부까지 하셨단다. 마지막 몇 년은 치매로 정신을 놓으셨다. 아마 ‘정신이 있던 어느 날’ 맡기셨던 모양이다. 백만원이 채 안 되는 돈이다. 이제 아들도 어른이었다. 감사인사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없었다. 그게 우리 시대 엄마다. 떠나 보낸지 30년쯤 됐다. 엄마 얼굴은 이제 기억에도 없다. 사진 속 모습은 그 얼굴이 아니다. 따뜻함이 표현 안된 그림일 뿐이다. 대신 뭔지 모를 냄새가 가끔씩 온다. 때 묻은 옷 속에서, 검게 그을은 손 끝에서 풍겨 나던 땀 냄새, ‘가난의 냄새’다. 아이스케끼 사주기도 버거웠던 가난의 냄새다. 그래도 먹이고 입히고 가르쳤다. 아들, 그리고 자식은 그 시절 엄마들이 버티는 이유였다. 온 인생이 자식을 가난에서 떼어 놓으려는 투쟁이었다. 참혹함에 할 말이 없다. 체험학습 간다며 설레였을 아이다. 그 아이가 엄마에게 업혀 나온다. 등 뒤로 축 늘어진 아이의 팔이 보인다. 모두가 짐작했지만 애써 말 안했다. 언론도 ‘섬 밖에 살아 있을 것’이라고 썼다. 일부러 잘못 쓴 오보였다. 그 오보의 희망이 무너졌다. 바닷속 차 안에서 아이가 발견됐다. 아빠가 빚이 많았다고 한다. 생활고의 흔적도 확인됐다. 그래서 그랬단다.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아이의 선택이었을 리도 없다. 한줌의 재가 된 1일, 거기 아무도 없었단다. 형사정책연구원 자료다. 가족을 살해한 뒤 자살을 택한 범죄 통계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20년치다. 무려 426건이다. 자녀가 피해자가 된 경우도 247건이다. 절반을 넘는다. ‘부모·자녀 동반자살’로 불리는 ‘자녀 살해 후 극단선택’도 있다. 이건 통계로도 남지 않았다. 이 참담한 세상에 무슨 결론을 말하겠나. 이런 데 붙일 인간의 언어는 없다. 主筆

[김종구칼럼] 국민의힘 경기도당은 왜 반성하지 않는가

국민의힘은 패배했다. 전국민이 지켜 본 도지사 선거를 졌다. 김동연 49%, 김은혜 48.9%였다. 시군의회 선거도 졌다. 민주당 208석, 국민의힘 196석이다. 도의회 선거는 비겼다. 78석 대 78석 동률이다. 시장·군수 선거에서는 이겼다. 국민의힘 22명, 민주당 9명이다. 정리하면 1승(시장·군수), 1무(도의회), 2패(도지사·시군의원)다. 전국 성적은 국민의힘 압승이다. 호남, 제주를 뺀 전 지역을 이겼다. 이래서 경기도 패배가 더 치명적이다. 처음이 아니다. 두 달 전 대선도 졌다. 민주당이 5.32%포인트 이겼다. 46만2천810표 차이다. 전국은 국민의힘이 24만7천77표 이겼다. 전국 표 차이의 두 배를 경기도에서 잃었다. 지방 선거 여건은 좋았다. 초기 정권 국민의힘에 우호적이었다. 소상공인 지원금까지 있었다. 그런데도 또 졌다. 이러자 당원들의 좌절감이 커진다. ‘경기도는 우리에게 안 되는 땅인가.’ 보수층 지지자들이 실망감도 커진다. ‘경기도 땅에 보수 정당이 있기는 한가’ 자칫 만년 패배의식에 빠질 위기다. 그런데 경기도당-경기도당 위원장-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8일 보도자료 하나가 뿌려졌다. 김성원 도당위원장실이 낸 자료다. 예결특위 간사로 임명됐음을 알리는 내용이다. 거기에 이런 대목이 있다. “...경기도당위원장 등 핵심 요직을 맡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압승으로 이끄는 등 결단력과 추진력을 증명한 바 있다.” 이 소식을 당원들이 묻는다. 무슨 결단력으로, 뭘 추진해, 어떤 압승을 했다는 건가. 패배 원인으로 여러 얘기가 나돈다. 그 속에 공천 지연, 비정상 공천이 있다. 등록 하루 전에 결정된 시장 후보가 있다. 인구 70만 그 도시는 결국 패배했다. 지지율 30%를 웃도는 후보를 제척했다. 인구 60만 그 도시도 내줬다. 이런 부작용은 도지사 선거로 이어졌다. 선대위 출범이 덩달아 밀렸다. 안 그래도 국회의원 7명, 군수 2명, 도의원 6명이 고작인 선거였다. 이런 마당에 출발까지 늦어졌다. 게다가 도당 위원장은 거기 참석도 안 했다. (이 때 쯤 국민의힘 출입기자 ‘김부장’이 귀띔했다. ‘선거 결과에 상관 없이 도지사 캠프와 도당 위원장은 갈라 설 겁니다.’) 물론 경기도당만의 책임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경기도당의 책임이 가장 컸음 또한 분명하다. 여기에 도당 위원장의 사천(私薦) 논란까지 더해 있다. 도의원 비례 대표 배정의 잡음이다. 당원 ‘홍’이 말한다. ‘아무개·아무개를 안 넣었으면 보육인 대표나 노인 대표를 넣을 수 있었다.’ 특정 지역의 군수 공천 잡음이다. 언론인 ‘이’가 말한다. ‘군수를 공천한 실세가 누구인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두루 널린 여론의 일부다. 실제는 훨씬 많고 더욱 민망하다. 상대 민주당은 지금 난장판이다. ‘이재명 책임론’으로 파국이다. 반대파들이 면전에서 퍼붓는다. “당 대표에 출마하지 말라”(설훈 의원). “97세대 후보가 출마해야 한다”(정춘숙 의원). 박영선 전 의원은 분당(分黨)까지 경고한다. 대선에서 지고, 지선에서 졌다. ‘이재명 책임’을 촉구하는 소리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다. 하지만 저런 게 정치다. 유권자 뜻을 충실히 쫓는 방식이다. 돌아선 유권자에 내 보이는 도리다. 그런 정치라야만 다시 산다. 그러니 희한하다. 기이하기도 하고. 대선에 지고, 지선에 졌다. 그런데 쥐 죽은 듯 조용하다. 아무도 ‘패배’를 말하지 않는다. 도당 위원장은 불쑥 ‘압승’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당선자 대회’는 열지 않는다. 이 희한하고 기이한 정치집단이 국민의힘 경기도당이다. 저런 당에 도민은 표 ‘48.9%’를 줬다. 많은 이들은 2년 뒤엔 안 주겠다고 한다. 또 많은 이들은 22대 총선까지 3연패로 갈 거 같다고 한다. 이런 게 다 반성 없고, 책임 없어서 나오는 소리다. 主筆

[김종구칼럼] 충청도 어르신, 경기도 유권자

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의 18일 행보가 주목을 끌었다. 충청북도 일부 지역을 방문한 일정이다. 진천군 덕산읍에서 ‘혁신도시 주민 간담회’를 가졌다. 대한노인회 금왕읍분회 간담회, 금왕읍 주민 간담회도 있었다. 음성군은 김 당선인의 고향이고, 진천군은 외가가 있는 곳이다. 청주 서원대에서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도 했다. 고향 음성군 주민들은 김 당선인 인수위 출범 직후인 9일, 직접 만든 꽃바구니를 선물한 바 있다. 당선인 측은 이번 충청 지역 방문에 불필요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취임으로 바빠지기 전에 고향 지역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이날 김 당선인이 남긴 워딩은 묵직했다. “고향이기도 하지만 경기도와의 접경지역”이라며 “경기도정을 살피면서 음성, 진천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했다. 행정적인 약속이다. 정파 이념을 뛰어 넘고 싶다고 했다. 정치 구상 선언이다. 자연스런 고향 방문임을 거듭 강조했다. 여기에 토 달 생각은 없다. 선거에서 정서적 푸근함을 줬던 ‘어른들’이다. 당연한 인사일 수 있다. 그럼에도 어색한 건 뭘까. 뭔가 경기 언론엔 낯선 기사다. 전에도 경기 출신 아닌 경기지사는 있었다. 이인제(충청)·김문수(영남)·이재명(영남)지사가 그랬다. 그 중에 당선인 시절에 고향을 방문한 이가 있었나. 기억에 없다. 뿐만 아니라 재임 때도 ‘고향 어르신 방문’이라는 일정은 못봤다. 경기도 경제가 아슬아슬하다. 당선인 스스로 ‘비상경제’를 선언했다. 인수위에 ‘비상경제대책위원회’도 출범시켰다. 위원장을 본인 스스로 맡았다. 현 도지사 권한 대행까지 본부장으로 참여시켰다. 17일 출범했는데 인수위가 배경을 설명했다. “인수위의 최우선 과제인 민생을 제대로 챙기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신속한 조치와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당선인의 의지다.” 많은 도민이 듬직해 했다. ‘역시 경제 전문가는 달라.’ 뿐만 아니다. 청와대에도 비상경제 체제를 주문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인수위는 열심히 하고 있다. 도 집행부도 성실히 참여 중이다. 하지만 이것과 구분되는 당선인만의 영역이 있다. 국가의 경제를 책임졌던 부총리 출신이다. 그가 선언한 비상사태다. 자연스레 ‘김동연발 혜안’을 기대하는 게 도민이다. 거기에 영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비상 경제와 고향 방문-다. 경기도민과의 소통 만남, 민원 파악에도 팍팍할 때다. ‘똑톡! 경기 제안’이라는 사이트가 있다. 인수위 홈페이지에 개설된 민원 창구다. 도민들의 호응이 뜨겁다. 19일 오전 기준 409건의 도민 제안이 접수됐다. 역시 교통·건설·환경이 197건으로 많다. 이밖에 도시·주택(126건), 가족·보건·복지(36건) 등 다양하다. ‘동인선 노선 조기 착공’, ‘경의중앙선 전철 증편’, ‘광역 버스 노선 다양화’ 등 허투루 넘길 아이디어가 없다. 문재인 청와대엔 국민청원 신문고가 있었다. 이재명 경기도엔 도민청원제와 도민발안제가 있었다. 김동연 경기도는 이 ‘똑톡! 경기 제안’을 창구 삼아도 좋을 법 하다. 민원 창구의 취지는 직접 민주주의다. 직접 소통을 원칙으로 한다. 답변자가 당선인일 때 더 좋다. 당선인 때만이라도 할수 있으면 해야 한다. 다 읽고 답할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가 아까울 수 있다. “당은 국민의힘 찍고, 사람은 김동연 찍었어.” 이런 이들이 주변에 꽤 된다. 그의 능력에 보낸 기대였다. 경제 부총리로 갖춘 능력이다. 그렇게 당선되고 어느덧 20일째다. 그 시간 우리가 봐온 김동연은 어느 모습일까. 경제 9단 김동연이 아니라 정치 9단 김동연 아닐까. 많은 언론이 대권 정치라고 쓴 충청도 방문, 그는 ‘선거 때 고향의 은혜’라 말했다. 그렇게 보면, 갚아야 할 은혜가 경기도에 더 많지 않나. 그날, ‘새벽의 기적’을 선물했던 경기도민이 수백만이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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