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반려동물이 주는 의미 곱씹을 기회…성남큐브미술관 ‘헬로! 펫, 또 하나의 가족’

과연 사람은 사람에게서만 위안을 얻어야 하는 걸까. 반려동물이 인간의 곁을 오랫동안 맴돌면서 위로와 소통이 절실한 인간에게 어떤 존재가 됐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다음 달 25일까지 진행되는 2023 동시대이슈전 ‘헬로! 펫, 또 하나의 가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성남큐브미술관이 격년마다 개최하는 ‘동시대이슈전’의 일환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는 문화예술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이슈를 예술로 되짚어보고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인간의 삶 속 깊이 스며든 반려동물을 모티프로 활동하는 11명의 작가들이 일상에서 재발견하는 반려동물의 의미를 풀어낸다. 이들은 평면 회화와 사진뿐 아니라 물리적인 실체를 감각하는 조각, 다양한 방식으로 수용이 가능한 영상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에선 귀엽고 앙증맞은 표정의 강아지를 확인할 수 있다. 주후식 작가가 흙으로 빚어낸 뒤 테라코타 방식으로 구워 만든 강아지들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외관상 호감을 불러오는 강아지들의 모습은 오히려 인간에게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삶의 영역에 깊숙이 침투한 반려동물과의 관계를 다루는 전시의 테마를 환기한다. 인간의 곁을 오랜 기간 지켜온 개 뿐 아니라 물고기나 고양이를 비롯한 다양한 반려동물을 전시실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정하경 작가가 그려낸 고양이들의 세계에서는 인간을 곁에 두지 않은 고양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을지 상상이 가능하다. 이어 유혜리 작가가 그려낸 여러 마리의 물고기가 인간의 생활 양식, 문화 영역과 연결됐을 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지 가늠할 수 있다.  이아영 작가는 자신의 일상과 호흡하는 강아지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캔버스에 실었다. ‘조금만 더’, ‘으읏차!’ 등의 작품에서는 캔버스에 실제 목줄이나 원반 등 강아지와 시간을 보낼 때 쓰는 용품을 결합하고, 캔버스 위에 장난감을 올려놓는 등 소재와 표현 방식에 있어 입체감을 부여해 관람객들의 몰입을 돕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일상의 가치를 보여주는 작업들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5년에 걸쳐 유기견 나무 조각을 2천400여마리 만들고 그 가운데 1025마리를 전시했던 윤석남 작가의 조각 ‘1025: 사람과 사람 없이’의 일부가 전시실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처럼 전시는 유기견 문제와 같이 동물들이 인간의 곁을 지켜온 기간이 길어질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곱씹어보는 경험을 제공한다. 특별히 반려동물의 죽음, 장례문화를 다룬 섹션도 주목할 만하다. 금혜원 작가는 박제된 반려동물들을 사진으로 남겨 이들의 죽음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를 점검해보는 기회를 만들어낸다. 또 반려동물의 장례식이나 묘지, 납골당과 화장터 등을 작품의 화두로 끌고 오면서 동시대의 반려동물 장례 문화가 어떤 질문을 만들어내는지 사유하고 있다. 현실에서 만나는 반려동물뿐 아니라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시선 역시 확인할 수 있다. 개가 등장하는 동서양의 설화를 재해석한 이승희 작가의 작품에선 인간과 동물, 그리고 그들이 속한 세계가 품고 있는 사회문화적인 요소를 풀어내는 작업을 엿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민재홍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팀 과장은 “다양한 순수미술 분야의 작품을 통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일상의 모습을 다각도로 표현하고 있는 전시”라며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반려동물과 같이 지내는 데 있어 꼭 이야기해야 하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수원시향과 함께 프로코키예프의 음악 세계로 ‘풍덩’

소련 시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로 현재까지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프로코피예프의 음악 세계가 찾아온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6월1일 오후 7시30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제286회 정기연주회를 선보인다. 최희준 수원시향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는 이번 공연에선 2019년 제16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만 19세의 나이로 3위에 입상하는 등 일찍이 주목받는 행보를 보였던 바이올리니스트 김동현이 협연자로 나선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20세기 현대음악사에 족적을 남겼던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음악이 선사하는 낭만과 기교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수원시향은 김동현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프로코피예프의 서정성이 강조된 바이올린 협주곡 2번 사단조 작품 63을 통해 관객과 호흡한다. 특히 그간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교향곡 4번 다장조 작품 112(1947년 개정판)를 무대 위로 올린다. 1930년 버전과 비교했을 때 1947년의 개정판은 피아노 하프, 피콜로, 클라리넷 등의 악기가 추가되면서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재편됐다.   수원시향 관계자는 “풍성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수원시향의 음악적 색채와 최희준 지휘자의 음악적 해석이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기대된다”면서 “클래식계의 라이징 스타인 김동현씨와 함께 무대를 가득 채우는 모습 역시 기대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경기아트센터, 친숙한 클래식 공연 ‘고전적 음악, 저녁’ 첫 무대 선보여

관객과 호흡하는 친숙한 클래식 공연이 열린다. 경기아트센터는 다음달 9일 대표 클래식 공연 시리즈인 ‘고전적 음악’의 올해 첫 무대를 선보인다. 고전적 음악은 경기아트센터가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클래식 공연’을 테마로 기획한 클래식 공연 시리즈다. 다음달에는 ‘고전적 음악, 저녁’이라는 타이틀로, 금요일 저녁과 어울리는 편안한 클래식 무대가 펼쳐진다. 이번 공연에선 대중들에게 친숙한 두 클래식 아티스트, 베이스바리톤 권서경과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함께한다. 권서경은 JTBC ‘팬텀싱어’에서 ‘흉스프레소’ 멤버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실력파 성악가다. 클래식 뿐만 아니라 팝,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개성있는 스타일로 소화해 관객들의 호평을 얻은 바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역시 JTBC ‘슈퍼밴드’ 시즌 2와 MBC ‘TV 예술무대’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약하며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장르를 오가며 활약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특히 이날 공연에선 경기필하모닉의 수준 높은 연주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무대가 열릴 예정이다. 경기아트센터는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수록곡, 모차르트와 바르톡의 대표적인 작품, 영화 OST, 한국 가곡 등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시간 속에 매몰된 ‘고전’을 현재에 맞춰 각색하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는 것을 ‘고전적 음악’ 시리즈의 최우선 가치로 설정했다”며 “다양한 악기를 소개하고 곡 해설을 덧붙여 관객에게 친근한 무대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서예, 현대를 만나다…노복환 서예가 '금강경의 밝은 빛'

서예의 범주에서 빚어낸 새로운 창조를 선보이는 풍천 노복환 작가가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서예와 불교, 서양화풍이 어우러진 그만의 세계를 선보인다.  오는 31일부터 6월6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 3층 전관에서 열리는 ‘상방대전으로 쓴 금강경전-금강경의 밝은 빛’ 전시에서다.  전시에선 ‘행초서 대가’로 알려진 노 작가의 새로운 변화와 시도가 돋보인다. 그동안 13체 천자문을 다양하게 변용하고 100~150년 된 고지를 활용해 서예의 현대화 속에 서예의 깊은 맛을 느끼게 해왔던 그는 이번엔 재료와 기법을 다양화 해 서양화풍 등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다양한 서체로 풀어낸 ‘금강경’이 돋보인다. 전시의 중심인 ‘금강경’은 상방대전(上方大篆)과 광개토대왕비체로 풀어냈다.  상방대전으로는 5천400자의 금강경을 새겼다. 상방대전은 인전(印篆)의 한 형태로 필획을 중첩하고, 쌓아 올려 인면(印面)을 가득 메우는 서체를 말한다. 전지가 23장, 길이만 총 16m에 달한다. 이 작업에만 꼬박 45일이 걸렸다.  광개토대왕비체로 쓴 ‘금강경’은 글자당 가로 세로 각 2cm로 전지 두 장 반이다. 광개토대왕비서체는 중국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서체로 알려졌다. 강한 남성미, 예스럽고 질박한 아름다움이 우리 민족의 정서를 잘 드러내 준다. 노 작가는 “광개토대왕비를 분석해보면 정방형이 아니라 획의 방향이 다양하다”면서 “지금 봐도 광개토대왕비 같은 형태의 자형이 없는데, 그 점을 살펴서 썼다”고 밝혔다. 눈 여겨 봐야 할 점 중 하나는 재료 사용의 ‘탈서예’화다. 한지와 고지를 이용하고, 여기에 아크릴 물감과 유화물감을 사용했다. 캔버스에 얹은 작품도 많다. 재료와 표현방식, 소재와 기법은 서양화 작품 요소를 지향한다. 서예와 서양화의 중간지대에서 한지와 고지, 유화 물감과 아크릴 물감, 여러가지 혼합 재료를 통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있는 셈이다. 문자를 기본으로 하지만 문자를 벗어버린 작품도 눈길을 끈다. 전시에는 불교 관련 서예 50점을 비롯해 회화 28점이 내걸린다.  노 작가는 한국서예협회 이사장, 수원서예술협회 이사장을 역임했고 대한민국화성서예대전 기획 운영, 한중 교류전 등 서예 발전에 한평생 힘 쏟아왔다. “동양의 서예와 서양의 기법을 더하고, 이질적 재료의 사용으로 서예가 현대로 나아가는 것을 나 자신을 통해서라도 보여드리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서예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변화를 모색한 이번 전시를 통해 서예에 대한 그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한국화 전문 화랑’ 수장의 작품 기증…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 [전시리뷰]

“제 선친이 미술계에 들어와 평생 일을 하고 생계를 꾸리면서 한국 미술계에 조그마한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남겼습니다. 그 바람에 따라 형제 간 뜻을 모아 의미있는 작품들을 기증하게 됐습니다.” ‘수집가’의 작품 기증은 미술인으로서 한 개인이 쌓아 온 역사를 기증한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 작가의 작품 기증도 그 사례가 많지 않지만, 수집가의 작품 기증 사례는 더욱 드물다. 박우홍 동산방화랑 대표는 지난 2021년부터 2차례에 걸쳐 동산방화랑의 설립자인 부친 박주환(1929~2020)이 수집한 209점의 작품, ‘동산 박주환 컬렉션’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다. 동산방화랑은 지난 1974년 서울 인사동에서 본격 운영한 한국화 전문 화랑으로,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실험적인 전시를 해 현대 한국화단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동산 박주환 컬렉션’ 209점 중 94점의 한국화 대표작을 선정, 내년 2월12일까지 ‘동녘에서 거닐다: 동산 박주환 컬렉션 특별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시대 흐름에 따라 총 4부와 에필로그로 구성된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허백련의 ‘월매’가 압도적인 규모로 눈길을 끈다. 오랜 세월을 견딘 매화 고목을 10폭의 병풍에 먹으로 섬세하게 묘사했다. ‘북풍이 불어 사람을 넘어뜨리는데 고목은 변하여 거친 쇠가 되었네’란 좌하단 시구와 우측의 여백을 향해 뻗어 있는 매화 가지가 묘한 균형을 이룬다. 1945년 광복 이래, 서화가들의 창작 방식 중 하나로 자리잡은 ‘합작’ 문화를 헤아릴 수 있는 작품도 있다. 이상범·김기창·정종여의 ‘송하인물’엔 3개의 호(號)와 낙인이 찍혀 있다. 소나무는 정종여, 인물은 김기창, 좌상단의 화제는 이상범이 써 그림을 완성했다. 소나무 아래 바위에 기대 달을 감상하는 인물을 묘사했는데 먹과 색, 화제와 서정적인 여백이 조화를 이룬다. 특히 현대 도시의 건물을 색으로, 가로수를 과감한 수묵으로 표현한 송수남의 ‘자연과 도시’, 섬세한 필선과 담채의 조화로 8명의 소녀와 여인을 표현한 장운상의 ‘한일’ 등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표현방식을 절충한 당시 청년작가들의 현대 한국화도 만날 수 있다. 윤소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한국화 전문 화랑의 작품 기증으로 50년 역사의 한국화 특성을 보여주는 전시가 마련됐다”며 “이번 전시로 한국화 연구 기반이 확장되고 수집가들의 기증문화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이제이 덴 국내 첫 개인전… 부엉이들의 모든 것

부엉이 1천여마리가 제각각 익살스러운 표정과 색감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부엉이들이 입은 깃털은 하나의 색에서 마치 수십개의 색감을 뽑은 듯 형광색과 원색 사이를 교감하며 빛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부엉이를 사랑하는 화가’ 제이제이 덴(JJ DEN, 본명 전지연)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가 이달 31일까지 인천 송도 아트리움에서 열린다.  제이제이 덴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간 뒤 니혼대학 예술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미국 워싱턴 주립대 미술대학원(Fine Art)을 마쳤다. 일본과 미국 등에서 그룹전과 개인전 등을 수 십 회 열었고, 일본에서 그래픽 디자이너, 아트디렉터로 활동했다.  ‘귀국 작가 초대전’으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랫동안 수호신으로 여기며 그려온 부엉이의 다양한 모습이 담겼다.  작가는 어린 시절 산속에서 자라났다. 그는 깊은 밤 희미하게 우는 부엉이를 자신만의 수호신으로 여겼다. 멸종위기에 처한 부엉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그는 ‘밤을 지키는 수호신에게도 수호신이 필요하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부엉이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인 ‘소원성취’ 작품은 행운과 부를 상징하는 부엉이 1천마리가 제각각 다른 표정과 모양으로 시선을 끈다. 작가는 ‘1천마리의 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이야기에 빗대 이 작품을 보는 관람객의 소원이 이뤄지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작가는 그동안 하루에 1번씩 그렸던 부엉이와 올빼미를 한 작품에 모아 ‘여기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를 완성했다. 700마리 이상의 부엉이로 이뤄진 이 작품은 BTS의 팬인 아미의 ‘파도타기’를 보고 영감을 얻었다. 부엉이는 전 세계에 139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는 멸종위기에 처해 남은 종이 확실하지 않다. 제이제이 덴은 ‘누가 누구인가?’ 작품을 통해 최근 10년 내에 존재가 확인된 부엉이의 얼굴과 이름을 그려 넣었다. 작지만 용맹한 부엉이 새끼들의 모습을 그린 ‘어린 부엉이들’, 작가만의 상상의 숲에서 부엉이들이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담은 ‘거장의 숲’ 등을 통해서는 부엉이에 대한 작가의 관심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주말 오후의 풍경…의정부 ‘아르츠 마켓’ 20일 시작

예술에 일상을 더한 의정부만의 문화시장 ‘아르츠 마켓’(Arts Market)이 20일부터 오는 10월까지 매주 마지막 주 토요일 의정부예술의전당 야외광장에서 열린다. 시민들의 일상 속에 문화와 예술이 더해지는 새로운 주말 오후의 풍경이 그려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의정부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아르츠 마켓’은 의정부예술의전당 활성화와 소규모 창작자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문화예술시장이다. 가지각색 공방에서 체험하는 창작욕구 가득한 메인 부스 ‘예술발견’과 예술의전당 야외광장에서 열리는 가드너들의 놀이터 ‘아르츠 포레스트’, 제주 전통주와 안주를 한 상에 담아 만들어보는 ‘로컬존’,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맛있는 충전소’ 등 4가지 코너로 운영된다. 특히 작가들과 함께하는 초상화 드로잉과 일러스트 작품을 엮어 만드는 아트모빌, 나만의 취미를 찾아줄 꼼지락 공방, 식물교환, 화분 만들기 등 작가들의 굿즈 판매와 체험, 먹거리부스 등 40여 팀이 참여한다.  예술 체험뿐만 아니라 야외무대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도 펼쳐진다. 5월에는 ‘의정부시청소년오케스트라’의 오프닝 공연과 애니메이션 음악을 전통적인 재즈 사운드로 편곡해 들려주는 ‘채희민 재즈그룹’, 이색적인 퍼포먼스로 랩과 탭댄스를 적절히 어울린 ‘ADP(에이디피)’가 무대에 오른다. 5월엔 20일에 열리며 6월24일, 7월22일, 8월19일, 9월23일, 10월21일 등 총 6회 개최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별도의 신청 없이 누구나 방문하여 참여할 수 있다.

“나만의 아루스를 떠올려 보세요” 순수한 낭만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장형순 작가

손에 쉽게 잡히는 종이를 통해 또다른 세상을 구현하고, 세상과 세상을 잇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데 진심을 다하는 이가 있다. 건축학도로 출발해 종이를 통한 디자인에 몰두해온 장형순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일부러 종이라는 소재에만 매달리는 건 아니다. 다만 그의 관심사가 면을 디자인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각과 면을 마음껏 다룰 수 있는 소재인 종이는 그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는 다보탑과 팔달문 등 각종 문화재뿐 아니라 동물이나 캐릭터, 건축물 등을 종이모형으로 디자인하고 제작해오면서 어린이들과 소통을 이어왔다. 2005년부터 전시를 꾸준히 개최해 작품 세계를 알리는 데도 열중하는 그는 여러 지역의 학교에서 종이모형을 알려주는 장형순종이모형교실로 소통의 장도 마련해왔다. 또 그는 2013년부터 종이모형을 기반으로 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간 ‘이드의 선택’, ‘언덕 위의 아루스’, ‘스피사틀란의 젠더시스’ 등을 통해 작가만의 상상력과 생명력이 살아숨쉬는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장 작가가 만든 작품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단순한 작품들의 나열로 다가오지 않는다. 작업실을 비롯한 전시 공간 등 그의 궤적이 묻어나는 곳곳에서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고 있는 종이모형들은 그의 머릿속을 본떠 만든 하나의 거대한 세계다. 장 작가는 평소 상상 속의 어딘가에서 만날 법한 그의 작품들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친밀하게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런 그의 염원을 담은 전시 ‘언덕 위의 아루스’가 복합문화공간 111CM에서 지난 2일 개막해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이번 전시 기간 동안 장 작가의 종이모형 작품, 그가 만들어낸 창작 캐릭터에 얽힌 배경과 스토리, 책과 스케치 등 그의 애정이 듬뿍 담긴 61점을 전시장 곳곳에서 접할 수 있다. 그는 전시 기간 가운데 지난 9일에 이어 오는 23일 작품 세계를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구성한 예술교육프로그램도 시민들을 위해 선보인다. 사실 건축학도였던 그는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를 계기로 건축을 그만두게 됐다고 회상했다.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를 죽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애니메이션계로 눈을 돌렸다. 펜 스케치을 비롯해 각종 디자인에 꾸준한 관심을 이어오던 그에게 현실과 멀게만 느껴지던 가상의 세계를 만드는 일은 그 자체로 도전이자 숙명과도 같은 작업이었다. 그래서인지 장 작가의 내면엔 순수한 낭만이 꿈틀댄다. 판타지 세계 속 비인간과 인간 존재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들을 묘사하는 데 있어 장 작가는 세밀한 부분들까지 자신이 생각한 구상을 적용하면서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몰두한다. 그가 만든 온기가 스며든 로봇인 ‘언덕 위 아루스’는 철공소가 늘어서 있던 서울 문래동에서 탄생했다. 이 마을에 마지막으로 남게 된 아이가 누구와 시간을 보낼 수 있을지 생각하던 작가는 한 아이 만을 위한 공간을 마음속에 품은 로봇을 떠올렸다. 그렇게 집필하게 된 책 속의 아루스는 펜 스케치를 거쳐 종이모형으로 여러 차례 만들어지면서 생명력을 획득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캐릭터가 마침내 구현돼 현실에 자리할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장 작가는 “사실 캐릭터 하나하나 만들 때마다 설렘과 걱정이 뒤섞인 채 애틋하게 바라보게 된다”면서 “아루스도 세상에 알려지지 못한 채 묻혀버리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이렇게 전시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다시금 생명력을 얻지 않나. 결국 캐릭터들이 오랫동안 회자되기 위해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전통 예술인과의 만남 '한국의 명인 명무전' 국립국악원서 18일까지

제110회 ‘한국의 명인 명무전’이 17일과 18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국악당에서 열린다. ‘한국의 명인명무전’은 지난 1990년 첫 공연을 시작으로 오늘날 110회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에게 전통 예술의 정수를 제공하면서도 대중성을 잃지 않은 동국예술기획의 대표 브랜드다. 전통 예술인들의 기량을 한껏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번 기획 공연은 전통예술을 통한 온고지신을 기치 삼아 다양한 문화 향유의 장을 선보이는 자리다.  공연 첫째 날인 17일 ‘명무전’에서는 최은정의 쌍수건춤, 김평호의 김평호류남도소고춤, 강혜숙의 김계화류교방굿거리춤, 박광자의 춘앵전, 박소정의 진쇠춤, 조용주의 호남산조춤, 김지원의 살풀이춤, 박야림의 초립동, 김숙희의 축시낭송 등 총 8개의 프로그램이 무대에 올라 흥을 돋운다.  특히 김평호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의 김평호류남도소고춤은 무대 위에서 남도의 흥과 멋을 발산하며 호적 시나위에 신명을 녹여내 관객의 큰 호응을 얻을 전망이다.  둘째 날 공연 ‘전무후무’에서는 고선아의 강선영류태평무, 김광숙의 예기무, 이길주의 호남산조춤, 정대석의 정대석제거문고산조, 최창주의 최창주류쌍사자춤, 김묘선의 이매방류승무, 정명숙의 이매방류살풀이춤, 김진옥의 박병천류진도북춤 등이 연이어 무대에서 관객과 만난다. 최창주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석좌교수는 최창주류쌍사자춤의 역동적인 몸짓으로 무대를 채울 예정이며, 정명숙 인간문화재의 이매방류살풀이춤을 통해서는 멋과 한의 정서가 혼재된 우아한 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진옥 무용가도 박병천류진도북춤으로 무대를 수놓는다. 진도를 대표하는 예술인 고(故) 박병천 선생에 의해 전승된 춤으로, 이번 공연에선 강렬한 북가락과 섬세한 손동작이 조화를 이루는 춤사위를 선사하는 김 무용가의 자태를 만끽할 수 있다. 예술총감독을 맡은 박동국 동국예술기획 대표이사는 “전통예술을 향유하는 매니아층뿐 아니라 대중친화적인 공연의 기획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고궁과 화랑, 박물관, 공원 등 다양한 공연 장소에서 시민들과 가까워지는 실험과 시도를 통해 전통예술 대중화와 보급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별샘 김도임 서예가 '자기순화'展 19일 일백헌 갤러리서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을 알리는 별샘 김도임 서예가의 ‘자기순화’ 전시가 1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북촌 일백헌 갤러리에서 열린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서예가이자 캘리그래퍼인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현대 미술과 접목해 재해석한 작품 35점을 선보인다.  전시의 주제는 ‘자기 순화’다. 무엇을 쓰거나 지우는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며 작가는 작업을 하고, 스스로 순화해 나간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작가가 매일 서예를 하며 자기 순화를 거쳐온 시간과 과정을 오롯이 드러내 보이는 장이기도 하다. 전시는 두 가지로 주제로 나뉜다. 첫 번째로 김 작가는 자기 순화의 과정인 서예가 아트워크로 발전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시리즈로 5점을 만들었다. 기존에 써온 글씨를 콜라주하면서 매일 입체적으로 작업을 해나갔다.  또 다른 주제는 지우고 번지는 과정이다. 작가가 써내려 간 글씨를 지우고 쓰고를 반복하며 번지는 과정을 통해 캔버스에 먹이 스미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가 자기순화의 작업으로 자신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느낄 수 있다.  김 작가는 “나에게 쓰기란 일종의 수행과도 같아서 내 삶에서 완전히 지워낼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는 일”이라며 “나를 표현하는 문자에서 벗어나 쓰기를 행위로 바라보고자 했다. 이것은 누군가에게는 언어로 누군가에게는 그림으로 보여지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획 한 획 써내려 간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글을 쓰고 지우고를 매일 꾸준히 반복하고, 그러면서 마음을 가다듬으며 자신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예술세계가 보이는 듯 하다. 지속적으로 쓰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만들어나가고, 그의 모든 작업은 완성이 아니라 단편의 완료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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