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여성국극 ‘여성국극 춘향’ 안산문화예술의전당서 공연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은 오는 13일 오후 4시 해돋이극장에서 안산문화재단 상주단체인 여성국극제작소의 기획공연 ‘여성국극 춘향’을 무대에 올린다. 여성국극 춘향은 고전인 춘향전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국내 최초의 여성국극인 ‘옥중화(1948)’와 이를 계승한 ‘대춘향전(2011)’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이번 무대는 춘향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판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이자, 여성국극의 전성기인 1950년대 이후 최대 규모의 공연으로 주목받고 있다. 배우와 안무, 악사를 포함한 총 30여 명의 출연진이 대극장을 화려하게 채운다. ‘대춘향전’에 참여했던 최병규 연출, 이관웅 음악감독, 이승희 안무감독, 박진철 음향감독 등 관록 있는 제작진이 합세해 무대의 완성도를 더한다. 또한 여성국극 계승자 박수빈이 ‘대춘향전’에 이어 이번 공연에도 몽룡 역을 맡아 여성국극만의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전북무형유산 제2호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이자 국가무형유산 제1호 종묘제례악 일무 이수자인 이윤선 한국국악협회 안산지부장이 춘향 역을 맡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함께 여성국극 원로 배우인 이소자, 조영숙, 김성예가 각각 변사또와 방자, 월매 등의 역을 맡아 무대를 빛낼 예정이다. 한편 여성국극제작소는 2019년, 여성국극 계승자인 박수빈 대표를 중심으로 여성국극의 정통을 이어가기 위해 설립된 단체로 설립 후 지금까지 여성국극의 다양한 모습을 무대 위에 펼쳐왔다. 지난해에 이어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상주단체로 선정된 여성국극제작소는 안산시 청년센터 상상대로 안산 청년 디자이너 모임인 로디클과의 협업을 통해 여성국극의 부흥 및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벌써 다 팔렸어요”…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 2025 얼리버드 1분 완판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 2025’(이하 인뮤페)의 얼리버드 티켓이 예매 개시 단 1분 만에 전량 매진되며 높은 인기를 입증했다. 29일 경기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경기도와 화성시가 주최하고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인뮤페는 인디신에서 활동한 선후배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여 관객과 교감하며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는 경기도 대표 가을 음악 페스티벌이다. 지난 27일 단독 진행된 얼리버드 예매는 2일권 기준 50% 할인된 4만원에 판매됐으며, 인터파크의 ‘NOL 티켓’을 통해 이뤄졌다. 티켓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예매자들이 몰리며 순식간에 소진됐다. 조기 매진을 견인한 주요 요인은 1차 공개된 화려한 라인업과 파격적인 할인 혜택이다. 에픽하이, 숀, 이디오테잎, 내귀에 도청장치, 로맨틱펀치, 황가람, 범진, 도쿄초기충동(東京初期衝動), 데카당, 심아일랜드, 캔트비블루, 향 등 국내외 인디씬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인뮤페 관계자는 “다음 달 중 추가 티켓 오픈을 계획하고 있으며, 예매자들에게 폭넓은 할인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기인디뮤직페스티벌 2025’는 오는 9월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화성 정조효공원에서 열린다. 티켓 예매 일정 및 전체 라인업 등 관련 정보는 인뮤페 공식 누리집과 인스타그램 등 경기뮤직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만나는 ‘한국근현대미술 100년사’

격동의 한국사에서 한국미술은 어떤 궤를 그려왔나. 또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해 시대상을 어떻게 그려냈을까. 한국근현대미술의 100년 역사와 정체성을 조명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상설전 ‘한국근현대미술 II’가 26일 과천관에서 개막했다. 앞서 지난달 개막한 ‘한국근현대미술Ⅰ’에 이어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근현대미술 주요작품 110여 점을 소개한다. 김환기, 박생광, 박서보, 박이소, 서세옥, 성능경, 윤형근, 안규철, 이불, 이성자, 이우환, 최욱경 등 작가 70여 명의 작품을 통해 한국전쟁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 등 격동의 시기를 거치며 변화를 거듭해 온 한국근현대미술사를 살폈다. 이건희컬렉션(Ⅰ41점, II 17점)을 추가로 선보이고, 수집 후 최초로 공개하는 작품도 11점에 이르러 더욱 눈길을 모은다. 전시는 김환기, 윤형근을 집중 조명하는 2개의 ‘작가의 방’을 포함해 총 11개의 소주제로 구성된다. 전시는 시대와 미술사조의 흐름을 따라 분류하며 그 안에 새롭게 해석되는 이야기는 소주제로 나눴다. 1부 ‘정부 수립과 미술’에서는 해방 이후 국가 주도로 추진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의 수상작을 중심으로 미술 제도와 화단의 다양한 흐름이 제시됐다. 류경채의 ‘폐림지 근방’(1949)은 국전 초대 대통령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전후 폐허가 된 대지를 사실과 추상이 공존하는 감각적 표현으로 담아냈다. 최초로 공개되는 안상철의 ‘청일’(1959)을 비롯해 박노수의 ‘선소운’(1955)은 국전 체제 안에서 한국화의 전통적 어법을 현대적으로 변형하려는 여러 시도들을 나타낸다. 또한 195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모더니즘 회화의 흐름을 조망한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 ‘행위, 사물, 개념: 전위미술의 실험들’, ‘한국화의 새로운 전환’, ‘동시대를 향하여’ 등 한국근현대미술사를 역사의 흐름과 더불어 사회, 문화적 관점으로 서술하는 소주제를 통해 통상적인 미술사에서 놓치기 쉬웠던 작가와 작품을 재조명한다. 한국 추상미술의 역사에서 주변화되었던 여성 미술가들의 실험과 시도는 이성자의 ‘극지로 가는 길 83년 11월’(1983), 심경자의 ‘별전’(1973)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자연, 생명, 감정, 기억, 내면과 같이 감각적이고 상징적인 주제로 추상의 세계를 구축한 작품을 소개한다. 첫 번째 작가의 방인 ‘푸른 여백, 마음의 풍경: 김환기(1913-1974)’에서는 구상과 추상을 아우르며 독자적인 양식을 추구했던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시기별로 만난다. 국가등록문화유산 지정된 김환기의 초기작 ‘론도’(1938)를 비롯해 한국적 감수성을 담아낸 파리 시기(1956-1959) 대표작 ‘산월’(1958), 반복되는 점과 푸른색의 화면을 통해 한국적 서정성과 여백의 미를 구현한 뉴욕 시기의 대표작 ‘새벽 #3’(1964–1965) 등도 함께 걸렸다. 이 곳에선 김환기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특별 제작한 공간향이 더해졌다. 김환기의 노스탤지어를 시각적 리듬감, 조형성과 함께 후각으로도 느낄 수 있어 그의 작품 세계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두 번째 작가의 방 ‘청다색, 천지문: 윤형근(1928–2007)’에서는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으며 침묵과 절제의 회화를 구축한 윤형근을 만난다. 윤형근은 1928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나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 참혹했던 역사적 시기에 청년기를 보내고 1973년엔 반공법 위반으로 고초를 겪기도 했던 인물. ‘69-E8’(1969), ‘청다색’(1976~1977) 등 존재의 본질과 인간의 고통, 숭고 등을 담아낸 그의 작품 세계를 좇아간다. 정재일 음악감독과 협업한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수 있다. 시대를 지나 11부 ‘동시대를 향하여’에서는 민주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동시대 미술로 전환하게 된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이 소개된다. 눈을 사로잡는 작품은 1990년대 후반 사이보그 시리즈를 시작으로 기술과 신체의 결합, 미래적 존재에 대한 탐구로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아 온 이불의 대표작 ‘스턴바우 No. 23’(2009). 2025년 신소장품으로 수집돼 처음 선보이는 이 작품은 거울, 유리, 금속, 반사 필름 등 다층적 재료가 얽혀 공중에 부유한다. 이현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100년의 한국근현대사를 함께하는 여정인만큼 관람객들이 쉬어가며 관람할 수 있도록 의자 등 쉴 수 있는 공간 배치 등에도 신경을 썼다”며 “작가의 방은 1년 단위로 교체되며, 일부 소주제 공간의 작품도 교체해 한국근현대미술사를 폭넓게 조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낭만과 정열 속으로”…스페인 음악의 정수 ‘콘체르토 말라가’ 수원서 내한공연

낭만과 정열의 스페인 음악이 수원의 관객과 만난다.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모음곡 등 명곡이 글로벌 하모니스트와 협연으로 펼쳐지며 객석에 흥미로움을 전할 예정이다. 수원문화재단은 다음 달 27일 오후 4시 수원SK아트리움에서 스페인을 대표하는 실내악단 ‘콘체르토 말라가(Concerto Málaga)’의 내한 공연을 개최한다.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스페인 음악의 정수를 선보이는 ‘콘체르토 말라가’는 라틴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클래식 앨범 부문 후보로 주목받는 등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명문 현악 오케스트라다. 1996년 창단된 콘체르토 말라가는 독특한 탄생 배경을 담고 있다. 19세기 말 스페인이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뒤, 쇠퇴하던 조국의 영광을 되살리고자 문화 부흥을 외쳤던 ‘98세대(Generación del 98)’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창단했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길 데 갈베스(Gil de Gálvez)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그동안 세계적인 지휘자 호세 세레브리에르, 바이올리니스트 마리아나 시르부 등과 협연하며 깊이를 더해왔고,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1천회 이상의 공연을 펼치며 관객들의 찬사를 받아왔다. 수원에서 펼쳐질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은 낭만적인 민속 색채가 살아있는 명곡과 함께 클래식과 스페인 문화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번 무대에는 파야, 타레가, 로드리고, 알베니스 등 스페인 국민악파의 대표 작곡가들의 작품과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모음곡 등 스페인 특화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올해 세계 하모니카 대회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하모니시스트 이윤석의 협연으로 펼쳐지는 다채로운 레퍼토리도 즐길거리 중 하나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스페인 정통 현악 음악과 하모니카의 이색적인 협연이 어우러지는 무대를 통해 관객들에게 특별한 여름의 추억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 초보자부터 애호가까지…미술을 즐기는 주말 [현장리뷰]

아트페어의 세계에 입문하고 싶으나 괜스레 높은 문턱에 망설였던 이라면 이번 주말 광교에 들려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화랑미술제 in 수원’이 지난 26일 지난해 이어 두 번째 막을 화려하게 열었다. ‘화랑미술제 in 수원’은 화랑미술제의 오랜 노하우와 광교 호수공원을 배경으로 하는 수원컨벤션센터의 인프라를 접목했다. 경기 남부권을 중심으로 미술시장 불균형을 해소하는 의미를 담은 이번 아트페어엔 국내를 대표하는 우수 회원화랑 104곳과 특별전을 포함해 6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지역과의 상생을 도모하며 수원 지역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수문장’과 어린이 프로그램, 도슨트 및 전문가를 동반한 토크 프로그램 및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한 야외 공연 ‘레이크 바이크’ 등은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으로 가족 단위 관람객은 물론 젊은 커플, 친구들과 추억을 쌓기 좋다. 26일 열린 첫날 프리뷰에만 약 4천700여 명의 관람객이 현장을 찾았으며 축제는 29일까지 계속된다. ■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컨셉 ‘눈길’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기계가 구현할 수 없는 ‘어설픈 미학’을 찾아가는 것이 예술가의 몫 아닐까요.” 오묘한 눈빛에 어딘가 촌스러운 헤어 스타일의 피사체가 새빨간 슈트를 입고, 그 옆엔 로봇의 팔이 겹쳐 있다.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에서는 젊은 감각이 반영된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이 대거 출현해 관람객의 시선을 끌었다. 그중 특히 젊은 컬렉터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갤러리박영’의 피 킴(P. Kim, 김태기 작가)이었다. 갤러리박영은 출판사 ‘박영사’의 화랑 겸 복합문화공간으로 파주출판단지의 첫 번째 갤러리이며 피 킴은 수원 출신의 작가로 이번 아트페어의 정체성을 더했다. 회화뿐만 아니라 피규어와 영상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는 그는 지난해 ‘2024 어반브레이크’에서 일본레스링협회에서 직접 협찬받은 레슬링 링으로 전시를 펼쳐 주목받기도 했다. ‘정복자의 유쾌한 골짜기’ 시리즈를 선보이는 작가는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불쾌한 골짜기’ 개념을 뒤집어 완벽하지 않은 불완전함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미학의 순간을 포착했다. 1970~80년대 특수촬영물을 소재로 택한 그는 필름 너머의 영웅은 완벽한 초인이 아닌 그저 슈트를 입은 배우이며, 그들과 싸우는 괴수 역시 그 너머엔 인간이란 물리적 존재가 있음을 떠올렸다. 허술하고 미숙한 CG 효과는 현실과 허구 사이 불완전함에서 독특한 미학과 유쾌함, 낭만을 가져다준다고 작가는 말한다. 차량의 도색에 활용되는 페인트는 캔버스와 만나 독특한 질감을 자아냈다. 스포츠카의 상징인 페라리의 빨간색은 강렬하면서도 윤택감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마치 AI가 구현한 모델 같기도 하지만, 피사체는 작가가 아날로그로 창조한 얼굴이다. ■ 회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설치·조각 작품까지 각 부스마다 공간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도 아트페어의 묘미 가운데 하나이다. ‘토포하우스’ 갤러리는 회화에 어울리는 설치미술 작품을 곳곳에 배치하며 마치 누군가의 집에 방문한 듯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테마별로 배치했다. 동물을 소재로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김재규 작가의 작품은 이번 현장에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은은함을 선사했다. 김 작가는 지난 4월 코엑스에서 열렸던 ‘2025 화랑미술제’에서도 독특한 색감으로 아기자기한 동물 작품을 선보이며 관람객의 애정을 받았다. 그는 중국, 터키 등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작가다. “자연에서 온 진흙에 시간이 더해지며 우연함을 포착하려 했습니다.” 김 작가의 작품이 주는 부드러움의 힘은 독특한 색감에서 형성된다. 말랑말랑한 진흙 상태의 천연 세라믹에 우리나라 전통 유약의 기법을 차용한 작업 방식에 주목할 만하다. 인간의 동반자이자 벗으로 묵묵히 곁을 지켜온 동물은 무대의 중앙으로 올라왔다. 김 작가의 작품과 나란히 자리한 허준 작가의 작품도 지나칠 수 없다. 소치 허련의 5대손인 작가는 한국화 창시 집안의 품격이 드러나는 현대적 산수화를 그린다. 수석 모으기가 취미였던 할아버지 남농 허건 선생과의 추억과 푸근한 놀이터가 되어줬던 그에 대한 애정을 커다란 나무 속 새 두 마리로 표현한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 블루칩이 주는 안정감… ‘미래의 블루칩’은 누구? ‘021갤러리’의 류재하는 블루칩의 명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비주얼 아트를 전공하고 미디어와 물리적 오브제의 결합으로 다양한 키네틱, 미디어 설치, 미디어 파사드, 영상 작업을 해오는 그는 최초란 수식어가 많다. 2010년 ‘G20 정상회담-미디어 첨성대’, ‘덕수궁-중화전 매핑’, ‘광화문-빛 너울’, ‘2018년 평창 올림픽’ 등 다양한 문화유산 미디어 파사드를 선도적으로 이끌었다. 현장에선 그의 신작 등을 만날 수 있다. ‘끝과 끝은 통한다’. 작가는 솥뚜껑, 화투 등 향토적인 소재를 첨단의 기술로 제단한다. 작품 ‘우아한 눈치’(2025)는 마치 인간의 눈꺼풀처럼 눈을 오므려 궁금증을 자아냈다가 깜빡이며 입을 벌린다. 작가는 타인의 심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대인의 삶을 화투 놀이에서 눈치로 비유한다. 삼등분한 솥뚜껑에서 나타나는 화투, 깜빡이는 눈의 작품들은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써포먼트 갤러리’의 권혜조가 그린 도시와 자연의 풍경과 독특한 질감, 파스텔톤의 색감 역시 관람객에게 큰 인기였다. 권 작가는 일상 속 평범한 풍경과 순간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는데 특히 그가 구현하는 트렌디한 색감과 특유의 컬러 팔레트는 상징처럼 자리하며 외국에서 특히 인기이다. 반복적인 붓질과 두꺼운 오일페인팅은 울퉁불퉁한 입체감으로 생동감을 더했다. 그의 작품엔 샴페인이 자주 등장하는데, 항상 축하하고 기념할 일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이번 미술제는 아트페어의 문턱을 낮추고 ‘아트페어 입문자’를 초대하는 의미가 있다. 미래의 블루칩을 찾는 재미가 쏠쏠한데, ‘노화랑’ 갤러리의 정하진 작품이 그러하다. 1999년생 신진작가인 정하진은 노화랑이 강력하게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로 자신 있게 내보인 인물이다. 꽃이 져야 열매가 나오는 상반된 계절감을 갖는 집 마당에 자리한 모과나무는 그의 작품 소재가 됐다. 차가운 도자기에 특유의 방식으로 따뜻한 색감을 담아낸 그의 설치 작품은 둘러봄 직하다. ■ 문화도시 수원 특별전 ‘수문장:당신의 풍경, 당신의 취향’ 3층의 전시는 1층과는 색다른 분위기를 형성한다. 마치 살롱에 들어가듯 카페트 위로 떨어지는 따뜻한 조명과 분위기는 이번엔 아늑함을 자아낸다. 3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가람화랑’의 구상희 작가의 작품이다. 폭포수처럼 흘러내린 피사체는 화면을 뚫고 바닥에 정착했다. 구상희 작가는 중앙보다는 프레임 옆을, 가운데보다는 구석이나 모서리에 천착한다. 작가는 “우리 모두가 주인공일 수는 없는 세상에서 어쩌면 주변이 더 아름답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폭포가 흘러내리는 순간의 영원함을 포착한 작가는 화면 밖에 영원한 정지 상태로 머무르게 만들며 시선을 잡아끈다. 이외 자개장의 신비하고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갤러리 아트숲’의 서은경, 모녀 작가의 동화 속 세계를 그린 팀 비비 등이 주목할 만하다. 3층에 자리한 문화도시 수원 특별전 ‘수문장:당신의 풍경, 당신의 취향’은 심사를 통해 선정된 수원의 청년예술가 20인 외에, 수원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예술단체 소속 예술가 21인의 작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규모로 작품의 수준 또한 손색 없다. 마은영 작가의 ‘캉가의 화려한 외출’은 독특한 세계관과 아기자기한 작품 구성은 관람객에게 열띤 애정을 받았다. “어느 날 야생 닭이 밖으로 나가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들을 다 같이 한 차에 태워 행복을 찾아 떠나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10년간 가족과 아프리카 케냐에서 생활하며 곳곳을 여행 다닌 마 작가는 알록달록한 닭에 현지인과 자기 자신, 가족의 모습을 투영했다. 천으로 재봉한 작품은 얼룩말 등 현지의 동물을 담아냈고, 그가 타고 다녔을 모형의 오토바이는 화면 안에 와이드한 그림으로 확대됐다. 노랑, 분홍, 파랑의 물결은 현지의 바람이 전해지는 듯하다. 현장에 자리한 이성훈 화랑협회장은 “서울이 아닌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공간이 수원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곳은 수원화성 등 고유의 문화유산과 수도권을 아우르는 강력한 인프라로 문화예술이 꽃피울 수 있는 강력한 위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은 “올해 특히 수준 높은 작품들로 중무장했으며 이와 각 갤러리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신진 작가들을 엄선했으니 이러한 점을 즐겨보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아트페어 입문자, 대환영”…더 크고 화려해진 ‘2025 화랑미술제 in 수원’ 미리보기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7580276

[2025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13.성남 을지대 범석의학박물관

‘몸’보다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사람들은 몸이 아파야 비로소 몸에 관심을 기울인다. 몸에 이상이 오기 전에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돌본다면 훨씬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몸을 공부하기 좋은 의학 전문박물관이 경기도에 있다. 바로 성남 을지대 범석의학박물관이다. 을지대(총장 홍성희) 범석의학박물관은 제1종 전문박물관이다. ■ 몸을 돌아보게 하는 특별한 공간 ‘범석(凡石)’은 을지재단 설립자인 고 박영하 박사의 아호다. 을지대 본관 8층에 설립자를 기리는 ‘범석홀’과 제1전시실이 있고 아래층인 7층에 제2전시실이 있다. 2003년 개관한 범석의학박물관(관장 김시덕)은 대학박물관에서도 주목되는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범석의학박물관은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이 설립자인 고 범석 박영하 박사의 인간사랑·생명 존중의 뜻을 기리고 보건교육의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2003년 10월 개관했습니다.” 장례지도학과 교수이기도 한 김시덕 관장은 국립민속박물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30여년간 학예연구관으로 활동한 현장 경험을 살려 학생과 지역민과 친숙한 박물관으로 만들기 위해 궁리가 많다. “내 뜻이 사회 곳곳에서 두루 꽃피게 하라.” 을지재단 설립자 고 범석 박영하 박사의 정신이 깃든 곳에서 낡은 책과 두툼한 원고를 만난 것은 뜻밖이다. 1937년 펴낸 ‘동의어사전’은 설립자의 부친인 박봉조 교수가 애용한 것이다. 한글과 한자와 영문 필기체가 단정하게 정리된 노트는 설립자의 박봉조 교수가 1900년 한영사전을 만들기 위해 작성한 초고다. 6·25전쟁에서 군의관 박영하와 간호장교 전증희는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을 겪으며 생명의 존귀함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깊이 체득한다. 부부가 전쟁을 통해 터득하고 실천한 ‘인간사랑’과 ‘생명존중’은 을지재단의 설립 이념이다. 2008년 박영하 박사에게 수여한 국민훈장 무궁화장과 2020년 재단 명예회장 전증희 여사에게 수여한 국민훈장 모란장 훈장,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가 박영하·전증희 부부에게 수여한 ‘호국영웅기장증’은 이를 잘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1973년 펴낸 ‘보전학보’ 창간호와 2016년의 ‘을지재단 60년사’ 같은 책자는 대학의 역사와 박물관의 뿌리를 보여준다. 설립자의 명함과 가까운 사람들의 번호가 빼곡한 ‘삐삐’, 이제는 구닥다리가 된 전자 손목시계와 두 개의 안경과 만년필도 설립자의 검소한 성품을 보여준다. 하얀 의사 가운과 목제 청진기, 뒤축이 닳은 가죽구두는 의료 현장에서 평생을 보낸 설립자의 분주한 일상을 그려본다. ■ 몸을 살피고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 보건의료의 중요성을 알리는 제1전시관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물을 마주한다. “유리관 속에 든 것은 실재 인간의 뇌입니다.” 유리관에 담긴 뇌를 보고 머리뼈를 절단해 뇌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형을 함께 전시해 뒀다. 엄마의 자궁에서 자라는 태아를 보여주는 모형도 있다. 한 달 된 태아부터 출산 직전의 모습까지 실재와 비슷한 모형으로 아기가 자라는 과정을 모형으로 살펴본다. 아기처럼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우리의 몸속 들어있는 장기의 위치를 살펴본다. 뼈와 장기와 혈관, 근육 등 인체를 이루는 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어 몸을 공부하기에 좋다. 한자로 쓰인 작은 글씨가 가득한 인체도 앞에 서서 동양의 의사들이 이해한 몸의 구조를 살펴본다. 인체를 작은 우주로 봤던 한의사의 인식은 온몸에 그려진 ‘경락’이 입증한다. 한의사가 침을 놓거나 뜸을 뜨는 곳이 바로 이 부분이다. 17세기부터 20세기의 의학 고서를 전시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 유럽, 미국 등의 근현대 의학 관련 고서적 가운데 국내 유일의 의학 도서도 있습니다.” 나이팅게일의 친필 편지와 에칭 초상화, 찰스 다윈 저서 ‘종의 기원’을 마주하는 기쁨도 적지 않다. 제2전시실에는 60여점의 ‘현미경’이 전시돼 있다. 1700년대부터 시작된 현미경의 발전상을 살펴보는 재미가 기대 이상이다. ■ 미지의 광선 X선으로 몸속을 여행하다 17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발명한 온도계는 우리와 가장 친숙한 의료기기가 아닐까. 1816년 프랑스에서 발명한 청진기는 의사의 상징 같은 의료기기로 각인돼 있다. 1851년 독일에서 발명한 검안경이나 1911년 네덜란드에서 발명한 심전계(ECG), 그리고 1913년에 미국에서 개발한 엑스레이 튜브는 의료의 혁신을 이끌었다. 1924년 독일에서 개발한 뇌전도(EEG), 1957년 미국에서 개발한 연성 내시경은 우리 몸속을 자세히 살펴 치료할 수 있게 해줬다. 드디어 1960년대에는 인공판막을 개발하고 심장 이식수술에 성공한다. “1970년대 영국에서 개발한 X선 CT와 MRI는 의료의 혁명을 불러왔습니다. 현대의 의학 기술은 인류에게 100세 시대를 약속합니다.” 130년 전 독일에서 발견한 X선은 인류의 역사에 길이 남을 대발견이었다. 특별 전시실에서 암의 발견부터 코로나19의 확진까지 사람들의 각종 치료에 큰 역할을 하는 엑스레이의 흥미로운 역사와 마주한다. 1895년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이 우연히 몸을 통과해 뼈를 보여주는 광선을 발견하고 이 광선에 수학에서 ‘미지의 속성’을 가리키는 ‘X’를 붙여 ‘X-ray’라 이름을 붙인다. 초기에는 신장 결석을 확인하거나 병사의 몸에 박힌 총알을 찾아내던 이 신비로운 광선은 100년이 지난 현재에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0.3㎜의 미세 병변까지 발견하는 ‘소마톰 포스’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인 지멘스 헬시니어스가 제작한 의료기기를 살펴보면서 건강과 장수를 향한 인간의 원초적 욕망을 확인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자동으로 진단 이미지를 분석하고 의료진의 진단을 돕는 촬영기기까지 선보이며 엑스레이 기반의 의료기기가 나날이 진화하고 있지요. 영화처럼 더욱 선명한 3D 영상 이미지는 AI 기술과 결합해 이미지 자동 분석으로 AI가 병변을 잡아내는 수준으로 진화했습니다.” ■ 몸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자 제2전시실의 주인공은 역시 현미경이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는 소중한 유물들이다. 그중 몇 개를 선택해 자세히 살펴본다. 생물 시료와 금속 시료를 관찰할 수 있는 광학현미경과 약 15도로 벌어진 2개의 광속을 이용해 시료를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입체현미경의 차이와 성능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집광기와 대물렌즈 사이에 광학판을 넣어 물체를 통과한 빛의 위상 차이를 명암의 차이로 바꿔줘 살아있는 상태로 조직을 관찰할 수 있는 ‘간섭현미경’도 주목되는 현미경이다. 자외선 같은 단파장 빛을 쪼이면 형광을 발하는 원리를 이용한 ‘형광현미경’은 아교섬유나 지방조직 등 생체 물질의 관찰에 이용된다. ‘레이저 초점 주사현미경’은 형광 장치가 부착되고 레이저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현미경으로 물질을 광학절편으로 자르고 그 절단면은 주사해 나타나는 상을 관찰한다. ‘초고압전자현미경’은 두꺼운 조직의 관찰이 가능하고 ‘주사전자현미경’은 물체의 표면 관찰, 물체 구성원소의 정성, 정량 등의 분석에 이용된다. 100년 전에 사용했던 현미경으로 보는 세포 슬라이드 체험존도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유물이다. 의학 발전에 기여한 물리학, 화학, 생물학에 이용된 다양한 실험기구도 관람의 재미를 더해준다. 궁극적으로 이 모든 과학 기술과 의료기기는 인간에게로 향하고 있다. 전시실을 안내하며 김시덕 관장이 들려준 말을 떠올린다. “여러분이 박물관을 많이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박물관을 둘러보면 몸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것입니다.” 권산(한국병학연구소)

한·러·카자흐스탄 3개국 예술인 공동제작 연극 ‘파리의 두 여인’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나혜석은 굴곡진 삶의 대명사이기도, 시대를 앞서가며 자신의 인생을 개척한 선구자로 조명되기도 한다. 그가 끝없이 재조명되는 이유는 나혜석이 살아온 삶의 방식과 고민이 지금의 시대에 남다른 의미를 남기기 때문일 것이다. 극단 ‘피악’은 광복 80주년을 맞이해 오는 25~29일 서울 중구의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 나혜석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 ‘파리의 두 여인’을 선보인다. 작품은 극단이 3년간의 준비 끝에 한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3개국이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를 실현한 것으로 ‘2025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주체’ 지원작으로 선정됐다. ‘파리의 두 여인’은 일제강점기를 지나던 여인 나혜석이 러시아의 귀족사회 몰락을 상징하는 안톤 체호프의 고전 문학 ‘벚꽃동산’의 라넵스카야와 만난다는 실존과 허구의 상상을 발휘한다. 1930~40년대 격동의 시대를 지나는 두 여인과 주변의 이야기는 민족의 정체성을 만드는 것, 진정한 역사의 주체는 ‘권력자’가 아닌 평범하지만 서로의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따뜻한 사람들의 ‘연대’라고 이야기한다. 무대는 1940년대 어느 6월 파리의 한 정원에서 시작한다.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 벤치에 앉은 두 여인이 인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언어도, 역사도, 민족도 다르지만 이들의 과거는 묘하게 얽혀 있다. 두 여인의 자손은 하나의 가족이 됐고, 그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 잊혀진 역사와 이름들이 되살아난다. 파리, 러시아, 연해주, 카자흐스탄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들의 이야기엔 연해주 한인 공동체와 그들의 독립운동이 있다. 라넵스카야의 딸 ‘아냐’는 연해주 한인들과 함께 민족의 독립을 도왔고, 열렬한 혁명가였던 ‘트로피모프’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두 사람은 스탈린 치하의 숙청과 강제 이주라는 비극에 휘말린다. 트로피모프는 수용소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아냐는 카자흐스탄으로 추방된다. 고통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또 다른 여인 나혜석의 잃어버린 아들 ‘내하’는 아냐와 카자흐스찬에서 운명처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이들은 또 다른 삶의 역사를 만들어간다. 연극은 강제이주와 이산(離散), 디아스포라의 역사, 억압과 고난의 시간 너머 연대와 희망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결국 분단과 추방, 고통과 연대를 넘어 유라시아를 하나로 잇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두 여인은 침묵 속에 일몰을 바라보며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예감한다. 연극은 윤동주와 이육사의 시(詩)를 한국인의 정체성을 문학적으로 도스토옙스킨·푸쉬킨·아우예조프·아바이 등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문학의 언어를 빌려 광복의 의미를 확장한다. 작품은 국제 공동제작 프로젝트로 광복의 의미를 인류 보편적인 가치 속에서 새롭게 고찰하는 기회를 전한다. 우리의 독립사는 연해주의 ‘디아스포라 한국인’과 이들을 도운 카자흐스탄 사람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서로의 아픔을 공유한 유라시아 세 국가는 21세기 무대로 관객과 만난다. 110년 세계적 명성을 가진 세계적인 국립극장 ‘스타니슬랍스키 엘렉트로 극장’과 100년 전통의 중앙아시아 허브인 ‘카자흐스탄 국립 뮤지컬 드라마 극장’의 배우 및 스탭, 오케스트라, 전통음악단 등 3개 나라의 예술인이 펼칠 무대는 관객에게 깊은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작품은 서울 초연 이후, 다음 달부터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투어 공연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폭넓은 레퍼토리, 교수들의 팀 플레이가 보여준 환상의 4일”…‘2025 평택 실내악 축제’ [공연리뷰]

우리는 대개 현대 예술에 관해 난해하고 심오하다는 편견을 갖는다. 미술관에 방문해 ‘점’ 하나 찍어 놓은 듯한 작품을 바라보며 “역시 현대미술은 난해해”하고 뒷걸음을 하기도 하고, 처음 들어보는 낯선 현대음악엔 오묘하고 기괴하다는 느낌까지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낯섦’이란 무조건 부정적이기만 감정은 아닐 테다. 예측할 수 없는 혹은 어떻게 해석할지 모르겠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예술은 일상에 신선한 긴장감을 주고 시야를 한 단계 넓게 만든다. 4일간 평택 남부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진 ‘2025 평택 실내악 축제(PCMF)’는 클래식계의 새로운 실험이었다. 어쩌면 가장 고전적인 음악 장르로 꼽히는 클래식 악기가 트렌디한 현대의 작곡가들과 만나고, 18세기 베토벤부터 우리와 동시대 살아 숨 쉬는 21세기 작곡가들까지 다채롭게 아울렀다. 이를 내로라하는 정상급 연주자 4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지휘자 없이 음악의 대화로만 이뤄지는 실내악의 매력을 한껏 드러낸 이번 연주회는 한 마디로 ‘축제’였다. 공연은 지난 13~14일, 20~21일 총 4일간 펼쳐졌다. ‘열정의 서곡’이란 주제로 막을 올린 첫째 날은 ‘열정’이란 단어가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 우리에겐 피아노 견습생의 교과서로 유명한 체르니(1791-1857)의 ‘협주곡 론도, 작품 149번’은 고전이 왜 고전인지를 알려줬다. 체르니는 피아노 연습곡 작곡가로 익숙하지만, 사실 그는 베토벤의 제자이자 뛰어난 피아니스트이자, 1천 곡에 육박하는 작품을 남긴 다작의 작곡가다. 오윤주(성신여대 음악대학 학장·코리아나 챔버 뮤직 소사이어티 단원)가 펼치는 피아노 연주는 건반의 연주가 시작되자 무대에서 한시도 눈을 못 떼게 했다. 마치 시냇물이 흘러가듯, 옥구슬이 쏟아지듯 유영하는 연주는 객석을 빠져들게 했다. 고전의 매력이, 클래식의 진가가 빛을 발하는 무대였다. 채재일(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이 선보인 클라리넷 연주는 ‘충격’이란 단어가 어울렸다. 이날 그는 피아노의 오윤주와 함께 바씨(1833-1871)의 ‘베르디 리골레토 주제에 의한 협주 환상곡’을 연주했는데 화려한 클라리넷 기술을 뽐낸 그의 애티튜드는 ‘피리 부는 사나이’와 같았다. 무대에 완전히 몰두하며 악기와 한 몸이 된 듯 온 열정을 다해 연주하는 채재일의 퍼포먼스는 과연 연주가가 지녀야 할 자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그의 열정은 객석에 전해지며 관객은 한동안 브라보를 외쳤다. ‘풍요의 여정’이란 주제로 관객을 사로잡은 둘째 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국내 초연의 머스토넨의 곡이었다. ‘2025 평택 실내악 축제(PCMF)’ 예술감독을 맡은 김현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공연에 앞서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클래식 레퍼토리를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번 축제에서 매력적인 인물들을 소개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4일간의 공연에선 로시니, 베토벤, 모차르트 등 고전 작곡가뿐만 아니라 머스토넨(1967~), 페르트(1935~), 셰드린(1932~) 등 현시대의 작곡가와 피아졸라 등 현대의 작곡가들까지 아울렀다. 이 가운데 핀란드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머스토넨은 김현미 교수가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은 의지가 드러난 인물이다. 이날 국내 초연된 머스토넨의 ‘9중주 제2번’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로 구성된 작품으로 18세기 대위법과 현대의 리듬이 어우러지며 치밀한 구조에서 각 악기가 에너지를 발산하는 곡이다. 특히 머스토넨이 이날 객석을 찾은 관객에게 영상을 통해 전한 인사는 깜짝선물과 같은 즐거움을 전했다. 머스토넨은 영상에서 “베토벤의 현악 4중주는 거대한 숲속을 산책하는 것처럼 들을 때마다 새로움을 발견했다”며 자신의 작품에선 “더블 베이스가 ‘한 끗’의 묘미를 더해 매혹적인 앙상블의 오케스트라를 완성해 줬다”고 설명했다. 4일간의 대축제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피날레 무대 구성 역시 유머가 묻어났다. 멘델스존의 현악 8중주는 무수한 클래식 공연에서 마지막 무대의 레퍼토리로 자리할 정도로 음악사에서 제일 유명한 8중주 작품이다. 김 교수는 마지막 작품으로 스벤센(1840-1911)의 ‘현악 8중주 가장조 작품 3’을 선보였다. 1840년생 노르웨이 오슬로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스벤센은 멘델스존이 설립한 라이프치히 음악원에서 그의 절친인 페르디난드 다비드에게 바이올린을, 라이네케에게 작곡을 배웠다. 해당 곡은 멘델스존의 위대한 유산을 이어받은 작품으로 연주 직후 학생으로는 유례없이 유럽 최고의 출판사에서 계약을 제안받기도 했다. 바이올린의 김현미 교수를 필두로 김덕우(중앙대 예술대학 교수) 등과 김상진(연세대 음대 교수) 등의 비올라, 첼로 등은 북유럽 최고 지휘자로 활약하기 전 ‘떡잎부터 남달랐던’ 스벤센의 밝고 생동감 넘치는 감성을 뿜어냈다. 이어진 앙코르 무대에선 멘델스존의 작품이 연주돼 축제의 기승전결을 장식하며 객석의 환호와 함께 의미 있던 장정을 마무리했다. ● 관련기사 : 최정상 음대교수들 모여 ‘틀’을 깨다… 김현미 ‘2025 평택 실내악 축제’ 예술감독 [문화인]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08580188

동네에서 떠나는 문화여행,.. 과천 문원동 박물관 탐방

과천시 문원동 주민센터는 지난 22일, 문원동 소재 ‘넬슨신 애니메이션·아트 박물관’에서 지역의 숨은 문화자원을 체험하는 ‘지역 문화자원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신계용 과천시장을 비롯해 문원동 부녀회, 체육회, 통장단, 주민자치위원회 대표 등 주민 30여 명이 함께했다. 탐방단은 이날 박물관 관장인 신능균 작가의 안내로 전시 공간을 차례로 둘러보며, 국내외 애니메이션 콘텐츠와 시사만평, 영상장비 등 문화예술 자산을 생생하게 접했다. 참가자들은 직접 체험을 통해 콘텐츠 제작의 역사와 기술 변화를 이해하고, 지역 안에 자리한 문화 공간의 가치를 재발견했다. 총 3개로 구성된 전시실 중, 제1전시실은 신능균 관장이 직접 제작한 시사만평, 애니메이션 스틸사진, 수제 인형 등을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 제2전시실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의 애니메이션 포스터, 잡지, 소책자 등을 통해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제3전시실에서는 1960~90년대 영상기기와 필름카메라, 프로젝터 등이 전시되어 영상기술의 발전사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탐방 후 이어진 간담회에서 신계용 과천시장은 “지역의 문화자원이 단순한 관광 대상이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 속에서 함께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교육·소통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시민 누구나 생활 속에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원동 주민센터는 이번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지역 문화자원과 연계한 체험·학습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문화센터 운영과 주민참여형 기획을 통해 ‘문화로 소통하는 마을 공동체’ 조성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박재윤 문원동장은 “문원동은 이번 프로그램을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넬슨신 박물관과의 협업을 통해 지역 문화자산을 꾸준히 소개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전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탐방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유네스코 설립 80주년 기념…경기도무용단 ‘영원의 춤 유산의 빛’

경기아트센터 경기도무용단이 2025년 유네스코(UNESCO) 설립 80주년을 맞아 기획공연 ‘영원의 춤, 유산의 빛’을 오는 28일 오후 4시 소극장에서 선보인다. 부채춤과 한량무 등 대표적인 전통 춤을 통해 우리 전통춤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대중과 소통하고, 문화유산 보존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의미를 더했다. ‘영원의 춤, 유산의 빛’은 지난해 토요상설공연 ‘문화유산을 춤추다’에 이은 문화유산 시리즈의 연장선이다. 부채춤, 한량무, 사랑가 등 전통 레퍼토리에 올해 처음 선보이는 창작무 ‘2025 WIND’까지 스펙트럼을 폭넓게 했다. ‘2025 WIND’는 2025년 경기도민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하는 춤으로 팔풍(八風)의 바람으로 좋은 기운이 일어나기를 기원하고자 전통적인 사물소리에 판을 연다. 부채를 사용해 현대적인 몸짓으로 자유로운 몸의 파동(波動)을 표현하는 점이 특징이다. 공연은 한국무용의 상징적 소품인 부채(煽)를 중심으로, 전통춤의 아름다움과 현대적 감각의 융합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전통춤의 세계화와 원형 보존, 전통 예술에 대한 자긍심 고취를 목표로 해 지속 가능한 무용예술 발전에도 이바지하겠다는 의지다. 김경숙 경기도무용단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은 유네스코 설립 80주년을 맞아, 우리 전통춤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며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무대를 통해 관객 여러분이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무용예술의 미래 가능성을 함께 느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연은 60분간 이며지며 취학 아동 이상 관람 가능하다. 공연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예매 가능하며 자세한 문의는 경기도무용단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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