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은 삶의 현실을 어디까지 비벼낼까? [공연리뷰]

외계인의 식탁에도 비빔밥이 있을까? 얼마 전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참가자가 낸 참치비빔밥이 논란이 되었다. 칼과 포크로 잘라 먹는 비빔밥이었다. 심사위원 한 사람의 ‘비빔이 없으면 비빔밥이 아니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비빔행위가 있어야 한다.’ ‘비빔행위가 없어도 된다.’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는 모른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개개의 요리는 대체할 수 없는 정체성과 미각적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보편적인 ‘공감’이 더해야 특정의 음식이라 할 것이다. 음식은 문학, 영화, 공연 등에 소재이고 이야기 연결에 중요한 매개이다. 비빔밥은 여러 가지 식재료들을 함께 비벼서 나눠 먹는 특별한 행위가 있어 자주 등장한다. 연극의 3요소 하면, 무대 배우 관객이라 한다. 나는 여기에 ‘공감’을 더하고 싶다. 무대와 배우, 그리고 관객이 연극이라는 작품을 어떤 연결고리로든 공감해야 완성된 연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서로 공감이 없다면, 간이 안 됐거나 중요 식재료가 빠진 음식처럼 뭔가 부족한 작품이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경기도극단의 ‘부인의 시대’(김광보 연출, 이미경 작)는 연극의 3요소와 각 요소 간에 공감까지 더해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하면서도 잘 읽히는 무대, 배우들 간의 동작과 마음을 서로 연결하는 기막힌 연기력을 보여준 프로다운 열정,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과 각 요소들이 서로가 공감하고 어우러지는 비빔밥 같은 작품이었다. 거기에 울고 웃으며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에 빠져들어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연출력도 연극을 몰입해서 볼 수 있는 힘이었다. ‘부인의 시대’는 우리가 뉴스에서 접해왔던 개발 예정지에 철거 대상 건물들의 세입자들과 철거하는 시공자 간의 갈등과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안산의 어느 피부관리실 원장과 종업원인 한국인 남실장, 조선족 송실장, 필리핀에서 결혼이민 온 안젤라는 나름대로 말 못하는 사정과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거기에 건물철거를 위한 발파 등 공사장 소음은 생존에 본능을 더욱 압박한다. 돈 많은 체하는 사모님이 불신이라는 도화선에 불을 붙인다. 갈등과 불신이 부딪쳐 극에 달하고 마침내 터져 산산조각이 난다. 네 여인은 발가벗겨지고 초라한 모습으로 내동댕이쳐진다. 파국의 문턱에 비빔밥이 등장한다. 그들은 그 부서진 조각들이 다시 모은다. 가슴속에 있던 갖가지 양금과 푸념 조각들을 양푼에 담는다. 이해와 믿음이라는 식재료를 더한다. 공감이라는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비빈다.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한 구절 한 고비 꺽어 넘을 때 우리네 사연을 담는 울고 보는 인생사 연극 같은 세상사~.’ 노래도 담아 행복한 인생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그러나 그들이 공감하고 화해했던 꿀맛 같았던 비빔밥의 현실은 오래가지 못했다. 모두 길거리로 쫓겨나고 영혼이 되어 UFO을 타고 우주를 이리저리 유영한다. 먼저 간 포장마차 박씨도 보이고 김사장도 보인다. 외계 우주에서 구름 속을 조용히 날며 현실에서 맛볼 수 없었던 마음의 편안함을 느낀다. 외계인의 식탁에는 비빔밥이 있을까? 아마 K-푸두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이니 있을 것이다. 외계 우주의 비빔밥은 눈물과 회한을 안고 사는 힘없는 서민들의 푸념 섞인 비빔밥이 아니길 바란다. 언제나 기쁨과 행복, 그리고 자존감이 꽃피는 비빔밥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비빔밥이 우주 어딘가에 꼭 있을 거라 믿는다.

앵글에 담아낸 성곽의 이야기…한국성곽사진가회 ‘성곽의 나라, 세상을 밝히다’

조선시대 학자 양성지는 ‘조선은 성곽의 나라’라고 말했다. 국내에 분포한 성곽은 공식적인 수로만 1천800여개. 이 중 90%가 삼국시대 때 지어졌을 만큼 천년이 넘는 고성이 경기도를 비롯해 곳곳에 있다. 과연 우리는 이 성곽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가치를 알리고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 성곽의 아름다움과 이에 깃든 역사를 사진 미학으로 알리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성곽사진가회(KFPA, 회장·김학현, 자문위원 김은수)가 지난 22일 수원시 팔달구 수원화성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 제4회 회원전 ‘성곽의 나라, 세상을 밝히다’이다. 전시에선 고염옥, 김영식, 김지현, 박병대, 신현구, 오상철, 이주하, 정해광, 최종익 등의 작품 40여 점과 강희갑, 박순기, 유영상, 이정희, 조성근 등 초대작가들의 작품까지 총 56점을 만날 수 있다. 한국성곽사진가회는 천년이 넘는 고성인 자랑스러운 우리 성곽을 미학적 관점에서 표현하고 또 하나의 한류 콘텐츠를 만든다는 목표로 지난 2011년부터 전국의 성곽을 돌며 앵글에 담고 있다. 이들이 담아낸 병자호란의 아픔이 깃든 남한산성에선 망국의 슬픔이, 강화산성 남문은 한국 역사에서 외세의 침입과 맞선 기세가, 몽골의 침입에 대비해 쌓은 강화산성에선 고려의 저항정신이 스며들었다. 전라남도 장성의 입암산성은 성내에 크고 작은 방축(防築)을 둬 수원(水源)을 확보했다. 장기간의 농성을 위한 것으로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이처럼 전시는 과거에 지어졌으나 현재에도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전하는 성곽을 사진으로 담아내며 그 안에 깃든 역사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서 작가들이 담아낸 성곽의 평소 볼 수 없었던 모습과 땅거미 진 오산 독산성, 북극성과 함께 찍힌 성곽의 신비로움 등 역사적 이야기와 작가들이 새롭게 해석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지식과 함께 재미가 덤으로 따라온다. 한국성곽사진가회 창립자인 천명철 작가의 수원화성특별전 ‘눈 속에 핀 수원화성’전도 동시에 진행돼 화성의 아름다운 겨울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오랜기간 화성을 촬영해 온 작가는 10여 점의 화성 설경 파노라마 작품을 선보였다. 천명철 작가는 “성곽은 우리만 알고 있기엔 아까운 선조들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라며 “사진가로서 사명을 가지고 준비한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성곽에 친근하게 다가가고, 단순 기록이 아닌 미학적 전시로 성곽을 세계화 하는 데 작은 발판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30일까지.

한국현대목판화 70년 역사 조명…경기도미술관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

출판미술로 인식되던 목판화가 현대미술로 재탄생하기까지 ‘현대목판화’의 70년 역사를 조망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경기도미술관은 지난 20일부터 경기아트프로젝트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를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연구와 향유의 조화’라는 올해 전략 과제에 따라 미술의 대중화를 이끈 ‘목판화’의 역사를 펼쳐보이는 전시를 마련했다. 특히 목판화의 거장 김상구, 김준권, 류연복 등 67명 작가의 작품 640여점을 한데 모아 대규모로 구성했다. 경기도미술관은 목판화가 순수미술의 한 장르로 시작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시기별·미술사적으로 구분해 펼쳐보인다. 목판화를 시기별로 ▲1950년대~1960년대 ‘맹아기’ ▲1960년대~1970년대 ‘정착기’ ▲1980년대 ‘활황기’ ▲1990년대~2020년대 ‘실존기’로 구분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시는 ▲1부: 자연과 서정성 ▲2부: 실험과 현대성 ▲3부: 서사1-비판성 ▲4부: 서사2-실존성으로 나뉘어진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박수근이 최초로 발표했던 판화 작품 ‘노인과 여인’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원근감을 배제한 평면적 구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원형적인 형식의 목판화다. 최강열·최영림 등과 궤를 같이 한 이 시기 목판화는 한국적 서정을 담백하게 드러낸 작품이 주를 이뤘다. 이후 강환섭은 ‘창세기-1’ 등을 통해 상상력과 서술성이 교차하는 초현실적 공간을 표현했고, 정택은은 작품 ‘여자’ 등을 통해 고독한 실존적 이미지를 드러냈다. 이들 작품은 모두 한국현대판화의 원형으로 여겨진다. 2부에서는 서구의 현대미술과 현대판화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모더니즘 미학을 작품으로 구현한 목판화를 선보인다. 이응노는 한지의 물성을 활용한 목판 릴리프 작업 영역을 개척했고, 이용길은 여러 형식 실험으로 목판화의 현대성을 모색했다. 이와 함께 이경희는 목판에 바늘로 찍어 표현하는 ‘우드 인그레이빙’ 기법, 우연과 필연의 미묘한 짜임으로 현대적 감각과 개성을 드러냈다. 3부에서는 1980년대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민중미술로서의 목판화를 부각했다. 당시 오윤의 비판적인 목판화가 많은 작가들을 등장하게 했고, 민중미술 목판화는 한국 사회를 증언하는 시각적 기호가 됐다. 전시에선 당시 저항적 목판화 운동의 주역이었던 이인철의 ‘젊은날의 초상-2’, 최병수의 ‘꽃다지 벗님께’, 류연복 ‘붉은닭1’ 등을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반전·반독재·평화 등을 지향했던 시대적 흐름을 읽을 수 있다. 1980년대 민중미술 목판화는 운동성과 전투성을 중시했지만, 일부는 평범한 자신과 이웃의 삶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시의 4부에서는 이 같은 흐름으로 1980년대~1990년대 일상적 애환을 그려낸 이상국의 ‘홍은동에서-2’, 부조리한 시대를 견디는 내면의 불안을 표현한 이상호의 ‘고통’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원시적인 숲에서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윤여걸, 나무판의 물리적인 질감을 드러내는 강경구, 지역 신화와 풍토성을 존재론적으로 이미지화하는 홍진숙 등 현재까지 괄목할 만한 작품세계를 일궈온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심민하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전시는 지난 70여년간 한국현대목판화가 지역성과 국제성, 전통성과 현대성을 넘나들면서 주체적인 내용과 형식을 도출한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현대목판화의 전반과 세부를 감상할 수 있다”며 “긴 시간 부단히 노력해 온 목판화 거장의 작품 수백 점을 통해 한국현대목판화의 미감이 관람객의 마음에 오롯이 새겨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29일까지.

수원시립공연단 가족 뮤지컬 ‘신데룰라 이야기’, 4월 18일 빛누리아트홀서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고난을 이겨내고 초자연적인 원조자의 도움을 받아 결국 행복한 삶이 되는 주인공 신데렐라. 흔히 갑자기 출세해 유명해지거나 백마탄 왕자를 만나 예기치 않게 고귀한 신분이 된 여자를 뜻하기도 한다. 이런 고전 속 신데렐라가 개척과 용기의 옷을 입고 새로운 캐릭터 ‘신데룰라’로 탄생했다. 수원시립공연단의 제26회 정기공연 가족 뮤지컬 ‘신데룰라 이야기’가 다음 달 18일부터 20일까지 수원문화원 ‘빛누리아트홀’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12월 첫 선을 보인 ‘신데룰라 이야기’는 가족 뮤지컬로 호평을 받으며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올해 재공연이 기획됐다. 이야기는 기존의 신데렐라 이야기와는 다른 개성 넘치는 주인공 ‘신데룰라’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발명과 실험을 즐기는 신데룰라는 엉뚱하지만, 진취적이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지닌 소녀로,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기보다는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인물이다. 동화 속 ‘신데렐라’는 계모와 언니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내용이지만 ‘신데룰라 이야기’ 속 주인공 신데룰라는 새로운 가족과 조화를 이루며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캐릭터다.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가고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권호성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지난해 많은 관객이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 덕분에 ‘신데룰라 이야기’를 다시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이번 재공연에서는 더욱 세밀한 연출과 완성도 높은 무대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동을 전하겠다”라고 밝혔다. 총 5회 공연으로 진행되며, 티켓 가격은 전석 2만 원이다.

인천 강화군, 해양환경 보호 앞장… ‘플라스틱 지구’ 전시로 공감대 확산

인천 강화군의 강화자연사박물관이 ‘플라스틱 지구 : 해양쓰레기전’ 기획 전시를 열었다고 25일 밝혔다. ‘플라스틱 지구 : 해양쓰레기전’은 오는 9월14일까지 열린다. 플라스틱의 재활용 과정을 보여주는 로봇 체험, 병뚜껑을 활용한 만들기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번 기획 전시는 쓰레기가 된 플라스틱이 어떻게 해양 기반 생물들의 번식을 막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군에서 일어난 실제 사례들을 중심으로 한 지역 기반 전시로 꾸며 경각심을 높였다. 대표적인 전시물로 지난 2024년 7월 플라스틱 노끈에 묶여 죽은 채로 발견된 멸종위기 천연기념물 저어새가 눈길을 끈다. 저어새는 강화에서 태어난 어린 새로, 국가유산청의 허가를 받아 전시물로 제작했다. 특히 군은 이번 전시를 서대문자연사박물관과 전시물 폐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업 방식의 순회 전시로 기획했다. 앞서 서대문자연사박물관은 지난해 ‘플라스틱 플라넷’ 특별전시를 했다. 강화자연사박물관은 서대문에서 사용되었던 전시물과 함께 강화의 실제 사례들을 더해 더욱 흥미롭게 준비했다. 박용철 강화군수는 “이번 기획 전시는 플라스틱과 바다생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지구를 지켜갈 아이들의 많은 관람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라 ‘사람의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수원예술공간 아름서

김기라 작가(51)를 설명하는 데는 많은 수식어가 붙는다. 회화에서부터 조각, 설치, 영상 작업, 퍼포먼스, 아트디렉팅에 이르기까지 기법에 한계를 두지 않는 그를 놓고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라고 한다. 여기에 음악·문학·무용 등 타 분야 예술가들과의 협업·지역 커뮤니티와의 협력 프로젝트까지 다채로운 방식으로 예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 위에 작가만의 특유의 위트를 한 스푼 올린 작품은 사회를 냉철하게 끄집어 낸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이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는 작가는 “기법보다 중요한 것은 메시지”라며 예술과 예술가가 해야 할 오늘의 사회적 역할을 강렬하게, 끊임없이 되묻는다. 그의 작업에도 시작점은 있으니 바로 드로잉이다. 김기라 작가의 예술세계를 구성하는 단초, 드로잉을 엿볼 수 있는 개인전이 수원 예술공간 아름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30일까지 수원 예술공간 아름(관장 홍채원)에서 열리는 전시 ‘사람의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에 A place where people's feet rarely reach’는 작가가 지속적인 작업으로 진행하는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작업의 단초가 되는 드로잉 30여점을 소개한다. 작가에게 드로잉은 어떤 매체가 됐든 각종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다. 개념을 다듬고 사유를 확장하며 무의식에서 떠오르는 조형적 요소를 구체화한 뒤 정리된 생각을 유화 물감을 굳힌 오일 바를 사용해 두꺼운 한지 위에 쓱쓱 드로잉으로 펼쳐낸다. 그 그림들은 그 자체로 작가의 생각을 담은 완결된 작품이 되기도 한다. 작가의 드로잉에서 제시된 사물, 사건들은 단순한 인물, 사물,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 위에서 펼쳐지고 있는 불편한 진실들, 서로가 서로에게 정제된 언어와 그럴 듯한 이유를 들어 가하는 폭력들, 사회관계의 모순들, 공동체에서 목소리를 얻지 못한 복합적 상징들이 ‘사람의 발이 잘 닿지 않는 곳’으로 드러난다. 전시 관계자는 “그의 예술 활동과 태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여기의 현실과 마주하는 개인과 공동체에게 보내는 일종의 메시지”라며 “우리의 태도가 여전히 현재를 대하는 유효한 방식인지에 대한 성찰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고 대응해야 하는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전한다”고 말했다. 김기라 작가는 경원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환경조각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이어 영국 골드스미스 컬리지 파인아트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6년 영국 카운실 킹슬린아트센터 개인전 ‘신기루궁전’, 2008년 대안공간 루프 개인전 ‘선전공화국’ 등으로 활동을 시작해 국제갤러리(2009), 두산아트센터(2012), 페리지갤러리(2014), 보안여관(2016) 등지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인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작가상’, 2024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 ‘올해의 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수원문화재단 ‘살롱 드 아트리움Ⅴ-16세기 풍속화 속, 숨겨진 의미’ 外 [이주의 공연전시]

■ 공연_‘살롱 드 아트리움Ⅴ-16세기 풍속화 속, 숨겨진 의미’ 26일. 수원SK아투리움 / 화가 피터르 브뤼헐에 대해 조명하는 수원문화재단의 브런치 콘서트다. 이번 시리즈는 6월까지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오전 11시에 진행된다. 6세기부터 20세기까지 활동한, 미술사적으로 영향력 있는 화가들인 피터르 브뤼헐, 윌리엄 터너, 제임스 티소, 에곤 쉴레 등 총 네 명의 작품을 미디어아트와 음악, 해설을 통해 조명한다. 이번 시즌에서는 미디어아트와 클래식, 성악이 어우러진 무대를 통해 거장들의 삶과 예술 세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관객들에게 한층 풍성한 예술적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 전시_‘김대규 개인전’ 4월30일까지. 반도문화재단 아이비 라운지 갤러리 / 순백의 캔버스 위에 다양한 글씨체와 압축된 색상의 조합으로 글의 힘을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명언, 책 속의 한 구절, 애니메이션 속 명대사 등 따뜻한 위로와 지혜를 주는 16개의 문장을 캘리그라피로 표현했다. 먹, 금묵, 은묵의 결을 따라 글귀가 더욱 깊이 스며들고, 다양한 서체가 각기 다른 감정을 전한다. 꾸밈없이 오직 글씨 자체에 집중해 금빛과 은빛의 흐름 속에서 전해지는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글씨체의 변화로 만들어지는 조화와 구도의 다양성, 단순함 속에 깃든 메시지를 마주할 수 있다. ■ 전시_‘완전한 몰입’ 9월7일까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 장욱진은 평생에 걸쳐 많은 연습과 실패를 겪으며 하나의 선을 완성하고자 했다. 예술에만 몰두하며 철저한 고요와 고립 속에서 비움과 단순의 철학을 실천했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탄생한 그의 작품은 단순함 속에 통찰과 내면의 자유로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전시에서는 ‘집중’, ‘즐거움’, ‘자아실현’을 몰입의 큰 특징으로 보고 장욱진의 작품 중 이 세 가지 특징이 잘 드러나는 회화, 조각, 드로잉 30여점을 선보인다. 즉흥적이고 일회적인 감각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예술적 몰입을 통해 진정한 나에 이르는 것을 생각해 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두나무 아트큐브, 김재홍 특별 초대전 ‘FLOWER AND CANDIES’

화려한 색감이 압도하는 캔디와 꽃들 속 화면을 분할하는 중앙엔 앙상한 몸이 누워있다. 꽃들은 미국의 장미, 중국의 모란, 러시아 캐모마일, 영국 장미, 프랑스 아이리스, 인도 연꽃, 이스라엘 아네모네, 북한 함박꽃, 파키스탄 수선화. 9개국의 나라꽃들이다. 이 아홉 나라는 모두 ‘핵무기 보유국’ 이란 공통점이 있다. 작가는 “이 나라들 중에는 핵보유국의 힘을 바탕으로 타자를 위협하는 폭력적인 이들이 있다”며 “그들도 나름 아름다운 나라꽃을 갖고 있다. 그 꽃들이 의미하는 사랑과 평화를 그들도 알 것”이라고 말한다. 22일 두나무 아트큐브에서 개막하는 김재홍 작가 특별 초대전 ‘FLOWER AND CANDIES’에선 아름답게 보이는 현실 속 내재된 공포와 탐욕을 작가의 예리한 시선으로 마주할 수 있다. 의정부 출신의 김재홍 작가는 80년대 민주화 과정을 통해 인간 실존의 불안을 체험했다. ‘격변의 시기에 현실에 참여하지도, 피하지도 못한 채 구석진 작업실에서 생소하고 공포스러운 모습들을 끄적거렸을 뿐’이라는 작가의 작품은 은유적이다. 또한 자신이 몸소 충격을 흡수하고 소화한 언어를 사용한다. 강대국 간의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 속 위험한 줄타기가 이어지고 있는 현재, 현대 인류사에 가장 위험하고 경계해야 하는 것들에 작가는 작고, 아름답고, 달콤한 것으로 경고를 보낸다. 그 도구는 꽃이다. 꽃과 핵과 대비시켜 전쟁과 폭력을 고발한다. 화려하고 매혹적인 꽃의 이미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핵이 폭발하는 순간으로 이어진다. 꽃이 핵으로 치환되는 순간, 관람객의 당혹감은 증폭된다. 이 지점에서 인간의 탐욕과 폭력성에 노출된 ‘몸’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민중미술가로 활동하고 자연과 인간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그려내며 에스파스 앙팡 도서상, 프랑스의 아동문학상인 앵코륍티블 상(Le Prix des Incorruptibles), BIB 어린이 심사위원상 등을 수상한 작가는 “아름다운 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구에서 전쟁과 폭력이 사라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이들의 미래엔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이펼쳐지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4월 30일까지.

한국음악나눔재단, 피아니스트 에프게니 미하일로프 초청해 '이야기 음악회' 공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에프게니 미하일로프가 평택시를 찾아 시민과 함께하는 ‘이야기 음악회’ 공연을 펼쳤다. 한국음악나눔재단과 평택시 평생학습센터는 지난 19일 오후 7시께 평택시 평생학습센터 1층 대강당에서 피아니스트 에프게니 미하일로프를 초청해 시민들과 함께하는 ‘이야기 음악회’를 진행했다. 이날 공연에서 미하일로프는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모데스트 무소륵스키, 표트르 차이콥스키 등 러시아 거장들의 명작을 연주해 이들 작품 속에 담긴 깊이 있는 감성과 예술성을 전달했다. 그는 라흐마니노프 국제 콩쿠르 우승자이자 스크리아빈 국제 콩쿠르 우승자로서 세계적인 무대에서 인정받아 왔으며 라흐마니노프 해석의 거장이라 불린다.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의 정서를 피아노 음악으로 녹여낸 작곡가로 그의 작품들은 극한의 감성과 서정미를 담고 있다. 이날 공연에는 정장선 시장 부부와 시 관계자,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공연 중간 소프라노 특별 공연도 진행됐다. 해설을 맡은 노태철 지휘자는 “이번 공연은 단순한 피아노 리사이틀을 넘어 러시아 음악의 진수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머리가 아닌 영혼이 치유되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음악나눔재단 조인진 이사장은 “보이지 않는 무명의 후원자들 덕에 시민들에게 음악 문화 활동을 선보일 수 있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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