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목판화 70년 역사 조명…경기도미술관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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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 전시 전경. 김보람기자

 

출판미술로 인식되던 목판화가 현대미술로 재탄생하기까지 ‘현대목판화’의 70년 역사를 조망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경기도미술관은 지난 20일부터 경기아트프로젝트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를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연구와 향유의 조화’라는 올해 전략 과제에 따라 미술의 대중화를 이끈 ‘목판화’의 역사를 펼쳐보이는 전시를 마련했다. 특히 목판화의 거장 김상구, 김준권, 류연복 등 67명 작가의 작품 640여점을 한데 모아 대규모로 구성했다.

 

경기도미술관은 목판화가 순수미술의 한 장르로 시작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시기별·미술사적으로 구분해 펼쳐보인다. 목판화를 시기별로 ▲1950년대~1960년대 ‘맹아기’ ▲1960년대~1970년대 ‘정착기’ ▲1980년대 ‘활황기’ ▲1990년대~2020년대 ‘실존기’로 구분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시는 ▲1부: 자연과 서정성 ▲2부: 실험과 현대성 ▲3부: 서사1-비판성 ▲4부: 서사2-실존성으로 나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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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 전시 전경. 김보람기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박수근이 최초로 발표했던 판화 작품 ‘노인과 여인’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원근감을 배제한 평면적 구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원형적인 형식의 목판화다. 최강열·최영림 등과 궤를 같이 한 이 시기 목판화는 한국적 서정을 담백하게 드러낸 작품이 주를 이뤘다.

 

이후 강환섭은 ‘창세기-1’ 등을 통해 상상력과 서술성이 교차하는 초현실적 공간을 표현했고, 정택은은 작품 ‘여자’ 등을 통해 고독한 실존적 이미지를 드러냈다. 이들 작품은 모두 한국현대판화의 원형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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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섭, 창세기-1, 1983. 경기도미술관 제공

 

2부에서는 서구의 현대미술과 현대판화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모더니즘 미학을 작품으로 구현한 목판화를 선보인다. 이응노는 한지의 물성을 활용한 목판 릴리프 작업 영역을 개척했고, 이용길은 여러 형식 실험으로 목판화의 현대성을 모색했다. 이와 함께 이경희는 목판에 바늘로 찍어 표현하는 ‘우드 인그레이빙’ 기법, 우연과 필연의 미묘한 짜임으로 현대적 감각과 개성을 드러냈다.

 

3부에서는 1980년대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민중미술로서의 목판화를 부각했다. 당시 오윤의 비판적인 목판화가 많은 작가들을 등장하게 했고, 민중미술 목판화는 한국 사회를 증언하는 시각적 기호가 됐다.

 

전시에선 당시 저항적 목판화 운동의 주역이었던 이인철의 ‘젊은날의 초상-2’, 최병수의 ‘꽃다지 벗님께’, 류연복 ‘붉은닭1’ 등을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반전·반독재·평화 등을 지향했던 시대적 흐름을 읽을 수 있다.

 

1980년대 민중미술 목판화는 운동성과 전투성을 중시했지만, 일부는 평범한 자신과 이웃의 삶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시의 4부에서는 이 같은 흐름으로 1980년대~1990년대 일상적 애환을 그려낸 이상국의 ‘홍은동에서-2’, 부조리한 시대를 견디는 내면의 불안을 표현한 이상호의 ‘고통’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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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숙, Myth in the island-시원의섬, 2008. 경기도미술관 제공

 

또 원시적인 숲에서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윤여걸, 나무판의 물리적인 질감을 드러내는 강경구, 지역 신화와 풍토성을 존재론적으로 이미지화하는 홍진숙 등 현재까지 괄목할 만한 작품세계를 일궈온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심민하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전시는 지난 70여년간 한국현대목판화가 지역성과 국제성, 전통성과 현대성을 넘나들면서 주체적인 내용과 형식을 도출한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현대목판화의 전반과 세부를 감상할 수 있다”며 “긴 시간 부단히 노력해 온 목판화 거장의 작품 수백 점을 통해 한국현대목판화의 미감이 관람객의 마음에 오롯이 새겨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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