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솔나무로 불렀다. 소나무 여러 그루가 모인 공간을 솔밭으로 부르는 연유다. 그러다 ‘ㄹ’ 받침이 빠지면서 소나무가 됐다. ‘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라는 서양 대중가요도 있었다. 반전 가수인 존 바에즈가 불렀다. 노랫말은 애달프다. “서로 사랑하는 메리와 찰리는 솔밭 사이를 흐르는 강가에서 결혼했다/그러나 찰리는 급류에 휩쓸려 세상을 떠났다/위스콘신주의 날씨가 스산했던 어느 초여름이었다. 강물이 잔잔하게 물결치고, 소나무들이 바람결에 흔들렸다.” 우리만큼 소나무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동해든 서해든 곳곳에 솔밭이다. 자태도 의연하고 늠름하다. 곳곳에서 자라면서 특유의 솔향기도 제공한다. 수종도 다양하다. 이런 가운데 이천시가 오래된 소나무 후계목 육성(본보 8일자 10면)에 나선다. 이들을 보전하고 관광 자원화를 위해서다. 이 고장의 백사면 신대리와 도립리 등지에는 각각 백송과 반룡송이 외지인들을 맞이한다. 모두 천연기념물이다. 백송은 흔히 볼 수 없는 희귀한 소나무다. 중국과의 교류관계를 알려주는 역사적 자료 가치가 높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시기는 1976년 6월이었다. 반룡송은 용틀임하듯 비틀리면서 기묘하게 휘어진 모양이 특이하다. 생물학적 자료로서도 가치가 높아 천연기념물이 됐다. 1996년 12월이었다. 백송과 반룡송은 노거수(나이가 많은 나무)로 수세가 약해지고 태풍 ‘마이삭’으로 백송의 일부 가지가 손실됐다. 이 때문에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들 소나무에 대한 후계목 증식이 필요한 대목이다. 관광자원화를 추진한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해당 사업 추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성공적으로 이뤄지길 응원한다. 이들 소나무도 후손들에게 빌린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의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코로나19는 엔데믹으로 전환됐지만 자영업자들의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 국세청 자료를 보면 2017년 472만6천명이던 자영업자는 2021년 656만8천명으로 5년 만에 184만2천명 늘었다. 자영업자는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이들의 수익은 크게 떨어졌다. 2017년 2천170만원이던 자영업자 평균소득이 2021년에는 1천952만원으로 집계돼 2천만원 선 아래로 내려왔다. 자영업자들이 크게 늘면서 ‘제 살 깎아 먹기’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을 수 있지만 코로나19 시기에 비자발적 자영업자가 크게 늘어난 것을 감안할 때 단순히 그런 식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봄이 타당하다. 올 초 전기·가스요금이 크게 올라 가뜩이나 가벼운 주머니 사정이 더욱 힘들어진 데 이어 최근 정부가 지역화폐 국비 지원 중단을 추진하고 나서 소상공인들의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상공인의 부담 완화를 위해 2020년 4월부터 정부가 실시한 대출 특별 만기 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가 오는 9월 만료된다. 당장 4개월 후에는 대출금에 대한 상환 압박이 시작되는 것이다. 최저임금도 걱정거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은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자영업자 응답자 중 과반(55.0%)은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답했고 내년 최저임금을 1~3% 미만 인상 시 9.6%, 3~6% 미만 인상 시 7.2%가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 해고를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600만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이 무너지면 사회적 혼란이 불가피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자영업자 문제만큼은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에 나서 주길 바란다.
성현에게 제사를 지내는 사우(祠宇)와 교육을 담당하는 서재(書齋) 등으로 나눠 운영됐다. 총장격인 훈장(訓長)이 있었고 학생회장은 장의(掌議)라고 불렀다. 학생들은 ‘소학’부터 시작해 사서와 오경을 중심으로 학문 연마에 전념했다. 조선시대 낙향한 사대부들이 설립했던 서원(書院) 얘기다. 요즘으로 치면 지방 국립대인 향교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지방 사립대였다. 물론 조선 후기로 갈수록 폐단도 있었다.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었던 게 역사의 현실이다. 파주시 파평면에도 파산서원이 있었다. 우계 성혼(牛溪 成渾·1535~1598) 선생이 설립했다. 우계 선생은 동국18현 중 한 분으로 올곧은 선비였다. 조광조 선생의 제자인 백인걸 선생의 문하에서 학문을 배웠다. 이때 율곡 이이 선생을 만나 평생의 친구로 지냈다. 율곡 선생의 추천으로 벼슬길에도 나갔다. 절친한 친구였지만 학문적인 측면에선 견해가 갈렸다. 이런 가운데 최근 파산서원 정문 앞 수령 300여년의 느티나무 고사목(경기일보 4월21일자 10면)이 우계 선생의 서당인 우계서실 편액으로 재탄생했다. 96년 만이다. 앞서 해당 느티나무 고사목은 지난해 비바람으로 쓰러져 방치됐었다. 윤증 선생의 저서 ‘우계서실중수기’에 따르면 우계 선생 후손이 1673년 우계 선생이 직접 적은 우계서실 현판 글씨를 찾아내 판액으로 판각했지만 1927년 방화로 불에 탔다. 이후 후손들이 이를 모각해 우계서실 인근 귀퉁이에 유허비를 세웠다. 파주문화원 등은 해당 유허비를 탁본해 파주시가 인수한 고사목을 성금을 모아 우계서실 편액을 만들었다. 파주는 우계 선생의 문향(文鄕)이다. 그가 40대 초반에 지은 시조가 귓가를 맴돈다. “말 없는 청산이요 태 없는 유수로다/값 없는 청풍이요 임자 없는 명월이라/병 없는 이내 몸도 분별없이 늙으리라.”
영화 ‘인턴’은 30대 여성 CEO와 70세 남성 인턴 사이에서 벌어지는 얘기다. CEO는 창업 1년 반 만에 직원 220명의 성공신화를 이룬 여성이고, 인턴은 수십년 직장생활에서의 노하우와 나이만큼 풍부한 인생경험을 가졌다. 능력있는 CEO와 연륜있는 노인 인턴의 우정이 영화의 줄거리다. 영화 같은 얘기가 가끔 현실에서도 벌어진다. 경험 많은 중장년들이 지방의회에 진출해 정책 수립을 돕는 역할을 맡게 됐다. 경기도의회가 올해 처음 정책지원관을 채용, 최근 77명에게 임용장을 수여했다. 이들 중 50세 이상이 16명(20.5%)이고, 60대도 3명이나 된다. 60대 합격자는 모두 공직 유관단체에서 근무했고, 이 가운데 1명은 공공기관 본부장(1급)까지 지냈다. 정책지원관은 도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전문인력이다. 지방의회의 지속적 요구에 행정안전부가 2021년 지방자치법을 전면 개정, 광역 및 기초의회에 정책지원관을 둘 수 있게 됐다. 각급 의회에 정책 입안 능력을 배양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정책지원관 1명이 의원 2명의 의정활동을 돕는다. 경기도의회의 의원 정수는 156명이다. 이에 78명의 정책지원관 모집에 342명이 지원해 4.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국회 및 지방의회 경력자, 자치단체 경력자, 전직 언론인, 전직 교수 등 다양한 이력을 갖춘 인력이 대거 지원했다. 경기도의회는 주요 경력과 전공 분야에 따른 전문성과 나이, 희망부서 등을 고려해 11개 상임위원회에 정책지원관을 6~8명 배치했다. 일반임기제 6급인 정책지원관은 1년간 업무성과 평가 등을 거쳐 5년까지 근무할 수 있다. 주요 업무는 의원 입법활동 지원, 입법정책 검토, 공청회·세미나·토론회 지원, 행정사무 감사 지원, 자료작성 지원 등이다. 경기도의원의 평균 연령은 53세다. 물갈이가 심했던 도의회는 초선이 70%다. 20·30대 의원도 20명(12.8%)이다. 전문성과 연륜있는 정책지원관의 역할이 크다. 의원들과 함께 공부하고 소통하며 도의회 역량 강화에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매일 수만명이 감염됐다. 많게는 하루에 수십명이 이승을 떴다. 눈만 빠끔 드러낸 얼굴로만 지내야만 했다. 온 지구촌이 그랬다. 코로나19 때문이었다. 심한 감기나 몸살 같은 증세로 시작됐던 전염병의 위력은 대단했다. 후유증도 만만찮았다. 인류는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5월 4주 차(21~27일) 주간 신규 확진자 수는 12만2천729명이었다. 직전 주에 비해 8.3% 감소했다. 하루 평균 위중증 환자 수는 직전 주에 비해 13.5% 증가한 168명이었다.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15.1% 늘어난 12명이었다. 감염재생산지수도 0.96으로 직전 주(1.08)보다 0.12 낮아지면서 1 밑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어제부터 일상으로 돌아왔다. 마침내 엔데믹이다. 정부는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했다. 2020년 1월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3년4개월여 만이다. 위기단계 하향과 함께 확진자에 대한 7일 격리의무도 5일 권고로 전환됐다. 정부는 아프면 쉬는 문화 정착을 위해 학교나 사업장 등에 자체 지침을 마련하고 시행하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의원과 약국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도 권고로 바뀌었다. 다만 환자들이 밀집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요양원 등 입소형 감염 취약시설 등지에선 당분간 착용 의무를 유지해야 한다. 동네 개인 병원에선 마스크를 안 써도 되지만 ‘병원’ 명칭이 붙은 의료기관에선 당분간 계속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의료대응체계와 치료비 지원 등은 유지된다. 백신 접종은 누구나 무료로 가능하고 치료제도 여전히 무상 공급된다. 우리를 압박했던 고통스럽고도 힘들었던 터널은 일단 빠져나왔다. 하지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전염병에 대비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의 고단한 삶은 또다시 계속된다.
파주 임진강변 생태탐방로는 민간인통제구역 안에 있다. 군(軍) 순찰로였던 이곳은 경기도와 군의 오랜 협의 끝에 2016년 1월1일부터 개방했다. 구간은 임진각 평화누리~초평도(草坪島)~임진나루~율곡습지공원까지 9.1㎞. 초평도는 멸종위기의 흰꼬리수리, 천연기념물 두루미·재두루미, 철새인 고니·왜가리·원앙·해오라기 등의 조류와 습지 생물의 서식지로서 생태적 가치가 높다. 임진나루는 임진왜란 때 선조가 의주 몽진을 위해 배를 탄 역사 현장. 그리고 율곡습지공원은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고운 자태를 뽐낸다. 생태탐방로는 민통선 특성상 사전 예약자에 한해 출입 절차를 거친다. 그럼에도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군 순찰로를 트레킹한다는 색다른 코스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개방 당해 1만625명이던 탐방객이 2017년 1만1천931명, 2018년 1만4천810명으로 매년 늘었다. 비록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기간 운영을 중단했어도 인기는 꾸준했다. 2019년부터 최근까지 1천~1만여명이 이곳을 걸었다. 지난달 20일 오후 1시45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광장.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무대에 마련된 커다란 ‘평화 북’을 힘차게 친다. ‘DMZ 평화걷기 행사’ 출발을 알리는 북소리다. 경기도가 정전 70주년을 맞아 ‘디엠지 오픈 페스티벌’ 대장정의 첫발을 내디뎠다. 참전국 대사·직원 가족, 주한미군, 북한이탈주민 등도 참여해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뜻깊은 행사를 빛냈다. 자연을 즐기며 생태탐방로를 걷다 보면 슬픈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강변을 따라 세워진 철책은 우리나라가 종전국가가 아닌 휴전국가임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날 필리프 르포르 주한 프랑스대사는 말했다. “6·25전쟁은 한국의 너무 아픈 역사이기도 하고…한국 국민들이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은 시간들이었다”며 “도라산역이 남쪽에서의 마지막 역이 아니라 북쪽으로 가는 첫 번째 역이라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말씀하셨는데 우리 모두 그렇게 믿고 실제로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숨진 야생동물들이 며칠째 방치된다. 외진 산길을 가다 보면 목격할 수 있다. 고속도로 등 자동차전용도로에선 더 흔하다. 이른바 ‘로드킬’ 사고의 결과물이다. 자동차와 부딪친 야생동물은 거의 죽는다. 살아도 불구가 된다. 상당수 운전자가 신고나 조치하지 않고 가버리는 경우가 많아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로드킬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밤에 더 위험하다. 동물의 눈은 사람과 달리 자동차 불빛을 흡수하지 못해서다. 자동차가 가까이 와도 밤에는 피하지 않는다. 인식해도 대응이 늦어 낮보다 사고율이 높다. 운전자 입장에선 도로 안팎에 동물이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채고 대처할 시간이 충분하다. 하지만 밤에는 그렇지 않다. 도로 위는 상향등을 이용해 어떻게든 본다고 해도 도로 바깥쪽에 숨어 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동물에게는 대처하기 어렵다. 하늘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활주로에서 이륙 중인 항공기에 부딪치거나 마천루가 즐비한 대도시에선 유리창과 충돌한다. 야트막한 구릉이나 해변에 많이 설치된 해상풍력기와 충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환경당국의 공식적인 집계는 없지만 상황은 심각하다. 하늘에서의 로드킬인 셈이다. 최근 충남 홍성군 모산도에서 황새 사체가 발견됐다. 태어난 지 1년이 채 안 됐을 어린 개체였다. 근처에 있는 해상풍력발전기 날개에 부딪쳐 폐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해상풍력발전기가 유리창과 방음벽처럼 하늘의 로드킬을 유발하고 있다. 최근 수립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지난해 9.2%에서 올해 21.6% 이상까지 늘었다. 해상풍력발전기도 증가하고 있어 조류 충돌도 빈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생태계도 후손들에게 빌린 소중한 자산이다. 이들의 생존을 보장해야 할 명분은 그래서 명쾌하다. 하늘에서의 로드킬을 줄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용노동부 주최로 ‘외국인 가사근로자 관련 공개 토론회’가 지난 25일 열렸다. 올해 하반기 시범사업을 앞두고 여론수렴을 위한 것이다. 고용부는 “저출산 대응 및 여성 경력단절 방지를 위해 가사·돌봄 분야 인력이 많이 필요한데 내국인 종사자 규모가 줄어들고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사업 배경을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사 서비스 종사자 규모는 2016년 18만6천명에서 2022년 11만4천명으로 38.7% 줄었다. 2022년 상반기 기준 종사자의 33.2%는 50대, 59.0%는 60대로 50대 이상이 전체 근로자의 92.2%에 달한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은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도입했다. 2017년 시작한 일본은 도쿄, 오사카 등 6개 특구 지역에 한해 시행하고 있다. 근로자의 출신국이나 서비스 이용자의 자격엔 제한 조건이 없다. 반면 홍콩과 싱가포르는 출신 국가에 제한을 두고 있다.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노동계와 여성계 등에서 내국인 근로자와의 제도 및 임금 형평성, 실효성, 인권 문제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최근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게 최저임금 적용을 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최대 5년간, 월 100만원의 저렴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 정책 실험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시민단체들은 “이주 노동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반발했다. 정의당은 “외국인을 값싼 노동자로 바라보는 인종차별적 시각이며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저출산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정작 중요한 부모들의 수요, 돌봄 서비스의 질, 외국인 노동자 처우와 인권 등 체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싸니까 도입하자’는 접근은 졸속이다. 국내 가사근로자들의 근로조건 향상, 양질의 내국인 중·장년 인력 활용 등을 고민해보자.
특정한 형태의 무기만이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녹슨 총이다. 그래서 총은 마땅히 녹슬어야만 한다고 주창한다. 모순의 대반전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외국 대중가요가 있다. 프랑스 샹송 ‘녹슨 총’의 노랫말이 그렇다. 애수에 젖은 듯 부드럽고 굵직한 저음의 목소리가 가슴을 저민다. 알제리 출신 앙리코 마시아스가 불렀다. 그를 가수로 키운 건 ‘팔할(八割)’이 전쟁이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그렇다는 얘기다. 열여섯 살 때부터 조국은 포화에 휩싸였다.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투쟁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청년의 삶을 처참하게 파괴했던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 와중에 어머니와 누이를 잃었다. 가수가 되기로 마음먹고 조국을 등졌다. 늦은 밤 프랑스로 향하는 연락선에 홀연히 몸을 실었다. 바다에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르는 고향을 눈물로 바라보면서 노래를 만들었다. 데뷔작인 ‘안녕, 내 나라’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후 마흔이 훌쩍 넘어 발표한 곡이 ‘녹슨 총’이다. 1984년이었다. 당시는 영국 존 레넌의 ‘이매진’과 미국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 등 강대국 출신 가수들의 반전가요가 우세했다. 그런 환경 속에서 제3세계 국가 출신 가수의 절규가 돋보였다. 주제는 명쾌했다. 인종과 종교, 국가와 이념을 초월한 사랑과 평화였다. 유엔은 1977년 그를 평화대사로 임명했다. 1980년에는 평화의 가수라는 호칭도 수여됐다. 노래의 울림은 묵직하다. “녹슨 총보다 아름다운 건 아무것도 없어요/한 병사가 집이 있는 마을로 달려가기 위해 어두운 수풀 속 어디엔가 버리고 온 녹슨 총보다 말이에요/누가 사랑보다 전쟁을 더 좋아할까요/녹슨 총보다, 더는 쓸모 없는 녹슨 총보다 멋진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의 읊조림은 그래서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브라질 축구의 강점은 모든 선수의 탁월한 개인 능력이다. 기본기에 충실한 볼 트래핑은 물론 화려한 개인기까지. 여기에 훌륭한 전략가가 감독으로 앉는다면 더 말할 것도 없는 최고의 강팀으로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같은 것은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조직원 모두가 출중한 능력을 갖추고서 조직의 바닥을 가득 채워주고, 그 개인들이 여기저기로 흩어지는 것을 막고 모든 능력치를 하나로 모아줄 ‘보스’가 있는 것. 가장 이상적인 조직의 모습 중 하나다. 대다수 사람들은 보스에 집중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보스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는 것은 조직원의 개인 능력이다. 아무리 보스의 역량이 좋아도 개인의 능력이 떨어진다면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렵다. 아무리 감독이 우수해도 선수 개개인의 능력이 낮아 전술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인 것이다. 즉, 개인의 능력은 필수 전제 조건인 셈이다. 인천은 최근 재외동포청 유치에 성공했다. 이 재외동포청 유치에 유정복 인천시장의 역할이 매우 컸다. 사실 유 시장의 개인 능력으로 유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유 시장의 위치는 조직원이 아니라 보스다. 보스가 혼자 뛰어 재외동포청을 유치한 셈이다. 이제 인천시는 300만 시민에 750만 재외동포를 품에 안은 1천만 도시다. 이 큰 도시의 정책을 마련하는 인천시라는 조직이 잘 돌아가려면 조직원, 즉 공무원 모두가 능력을 갖춰야 한다. 그 조직원들의 개인 능력은 실·국장 등을 거쳐 부시장, 그리고 보스인 시장의 전략을 통해 빛나야 한다. 지금이라도 모든 공무원이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할 방법이 필요하다.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마인드 개선부터 실무 능력을 높일 체계적 논의를 해야 한다. 더 빛날 인천의 미래를 위해.
동양하루살이. 해마다 이맘때면 남한강 주변으로 날아오는 불청객이다. 올해는 때 이른 이상 고온으로 벌써부터 난리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도 목격됐다. 땅거미가 내려앉으면 불빛이 있는 곳을 무차별 습격한다. 파리채 같은 도구로 때리면 분비물도 나온다. 비위가 여간 상하는 게 아니다. 필자가 몇년 전 확인했던 녀석들의 폐해다. 밖에 주차한 차량들마다 하얗게 덕지덕지 붙는다. 어지간해선 잘 지워지지도 않는다. 점포 쇼윈도도 마찬가지다. 하루살이라고 꼭 하루만 사는 건 아니다. 보통 1년 또는 그 이상 생존한다. ‘하루’라는 접두어가 나타내는 시간은 성충이 된 뒤의 수명이다. 암컷은 짝짓기 후 알 2천~3천개를 낳은 뒤 죽는다. 이런 가운데 동양하루살이의 번식은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라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굳이 분류하면 해충이 아니라 익충이라는 논리다. 생태계에든, 인체에든 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람을 물지 않고 전염병도 옮기지 않고, 2급수 이상 물에서 서식해 수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주장도 제시된다. 유충과 성체 모두 물고기와 새의 먹이여서 수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곤충이라는 의견도 곁들여진다. 수도권에 처음 나타난 건 2006년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였다. 2013년에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도 모습을 드러내 한동안 ‘압구정벌레’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최근에는 주로 남양주와 양평 등 남한강 주변에서 출몰한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여름이면 이 녀석들로 골머리를 앓는다. 징그럽고 혐오스러워서다. 해충인지 익충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보기에 소름 끼친다는 점도 분명 피해다. 남양주시는 내년까지 매년 15%씩 줄인다는 목표까지 설정하고 방제사업에 나서고 있다. 양평군도 비슷한 플랜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의 묘안 수립이 시급하다.
고등학교 다닐 때 수원시 인구는 30만명이라고 했다. 지금 수원의 인구는 123만명 가까이 된다. 40여년 동안 수원시는 전국 시·군 중 인구 수가 가장 많은 기초자치단체가 됐다. 인구 100만이 넘어 특례시라는 명칭도 얻었다. 경기도 인구가 1천400만명을 돌파했다. 내·외국인을 합친 수치다. 4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는 1천360만7천919명, 등록외국인은 39만5천608명으로 총 1천400만3천527명이 경기도에 거주한다. 국내 총인구 5천264만5천711명의 26.6% 수준으로, 4분의 1 이상이다. 경기도 인구는 2002년 12월 1천만명을 처음 넘겼다. 경기도는 2003년 12월 말 1천36만1천638명을 기록하며 서울시 인구(1천27만6천968명)를 처음 추월했다. 지금은 서울 인구(967만명)의 1.4배가 넘는다. 서울에 있던 경기도청이 수원으로 이전한 1967년과 비교하면 1천100만명이 늘었다. 그때 경기 인구는 307만797명이었다. 도내 인구는 지역 간 격차가 크다. 남부에 1천38만4천604명(74.2.%), 북부에 361만8천923명(25.8%)이 살고 있다. 시·군별 인구 수는 수원시 122만6천735명, 용인시 109만2천738명, 고양시 108만9천934명 순으로 많다. 동탄 등 신도시 개발이 많은 화성시는 96만5천698명으로, 올 하반기 100만 도시가 된다. 반면 인구가 가장 적은 지자체는 연천군(4만2천769명), 가평군(6만3천5명), 과천시(7만9천133명) 순이다. 연천·가평군은 2021년 행안부가 정한 인구감소 지역이다. 경기도의 인구 증가는 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 개발에 따른 유입, 광역 교통망 확충, 서울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택가격 등이 이유다. 경기도가 지난해 12월 작성한 장래인구 추계(2020~2040년)에 따르면, 도내 인구는 2039년 1천479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됐다. 경기도 인구가 크게 늘었지만 인구 불균형이나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고려한 인구정책 수립과 함께 1천400만명에 맞는 주택·교통·교육·복지·환경 문제 해결 등 다양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일본 히로시마에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가 있다. 1945년 8월6일 원자폭탄 투하로 목숨을 잃은 한국인의 영혼을 달래는 추모시설이다. 위령비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 히로시마본부 주도로 1970년 4월 설립됐다. 높이 5m 위령비는 한국에서 제작해 히로시마에 옮겨 세웠다. 위령비에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인류 최대의 참극’으로 규정한 글이 새겨져 있다. 비문에는 명분없는 싸움에 명분없이 죽음의 마당으로 향해야 했던 동포 군인, 괭이와 낫을 들고 소와 말같이 부림을 받던 동포 징용자 등 한국인 5만명이 히로시마에 있었다고 써있다. 원폭 희생자들의 원한과 증오가 사라질 것을 기원한다는 내용과 한국과 일본이 가까운 이웃으로 화친하길 바란다는 희망도 담겨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히로시마 상징과 같은 건물인 ‘원폭 돔’이나 원폭 참상을 알리는 전시관인 평화기념자료관과 달리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는 참배객은 드물다. 재일동포 민단이 매달 한 차례 청소를 하고, 8월5일에는 제사를 지낸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참배했다. 한일 양국 정상의 공동 참배는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참배는 한국 대통령으로서도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원폭 피해 동포들과 면담도 가졌다. 1945년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 이후 78년간 잊힌거나 다름없이 살아온 한인 피해자의 존재가 한미일 당사국과 국제사회의 조명을 받게 돼 의미가 크다. 히로시마·나가사키의 한국인 원폭 사망자와 피해자는 1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5만여명은 원폭으로 현장에서 숨졌고, 5만여명은 심한 부상과 불구의 몸으로 돌아왔다. 살아남은 이들은 부상과 후유증, 피폭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왔다. 원폭피해자 1세대는 2천여명이 생존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원폭 희생자 위령비 참배에 그칠 게 아니라 고령의 생존 피해자와 2·3세대 지원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후세대들도 부모의 피폭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 원인 모를 병과 각종 질환에 시달리며 정상 생활을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호(號)라는 게 있었다. 시제를 굳이 과거완료형으로 쓴 까닭은 요즘은 거의 사라져서다. 물론 아직까지 일부 서예가나 문학인 등이 사용하고 있다. 본명 부르기를 피하는 풍속에서 비롯됐다. 조선시대 선비가 학문을 익히고 가르친 곳을 자신의 호로 붙였다. 이황 선생의 ‘퇴계(退溪)’나 이이 선생의 ‘율곡(栗谷)’, 박지원 선생의 ‘연암(燕巖)’ 등이 그렇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은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어휘를 호로 붙였다. 주시경 선생의 ‘한힌샘’, 최현배 선생의 ‘외솔’ 등이 그렇게 등장했다. 안재홍 선생은 평택을 대표하는 우국지사다. 일제강점기 신간회운동, 조선어학회 사건 등으로 옥고를 치렀다. 광복 이후에는 건국준비위원회 부위원장, 미군정청 민정장관, 제2대 국회의원 등을 역임했으나 6·25전쟁 때 납북됐다. 1989년 3월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다. 선생의 호는 ‘민세(民世)’다. 1911년 와세다대 정경학부 재학 당시 ‘민중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그렇게 지었다. 이런 가운데 내년 9월 평택 고덕국제화도시에 문을 여는 초등학교 이름이 안재홍 선생의 호를 딴 민세(民世)초등학교로 결정됐다. 학교명선정위원회가 안재홍 선생의 뜻을 계승하기 위해 가칭 고덕4초등학교 교명을 이처럼 선정했다. 앞서 교육당국은 지난해 5월 고덕3중학교 명칭도 민세중으로 결정한 바 있다. 평택교육지원청 측은 “주민과 지역 인사가 함께 교명 선정에 참여해 지역 정서와 특성, 역사와 전통을 반영한 교명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중국 등 외국에선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딴 교명이 더러 있다. 중국 혁명가 중산(中山) 쑨원의 고향인 광저우에 설립된 중산대학교가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평택이 유일하다. 민세 선생을 배출한 민족의 도시답다. 늠름하고 자랑스럽다. 다른 도시들도 본받을 만한 사례여서 더욱 그렇다.
3년4개월 동안 우리 사회를 지긋지긋하게 옭아맸던 코로나19에 대한 비상조치가 해제됐다. 정부는 지난 11일 코로나19 비상사태의 종식을 알리고 완전한 일상 회복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 2020년 1월20일 국내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뒤 3년4개월 만에 사실상의 ‘엔데믹’을 알린 셈이다. 이에 따라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의무(7일)와 의원, 약국에 남아 있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사라진다. 특히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현재 2급에서 4급으로 낮아지는 오는 7월께부터는 코로나19도 일반의료체계로 편입돼 감기와 같이 관리된다. 공포의 대상이던 코로나19가 우리와 공생하는 바이러스가 되는 셈이다. 바이러스도 진화한다. 그동안 바이러스계의 맹주를 자처하던 감기는 코로나19에 밀려 찬밥(?) 신세가 돼 왔다. 그런 감기 바이러스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독해졌다.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인플루엔자(독감) 의심 증상을 보인 환자의 비율이 최근 두 달간 연속 증가세인 것도 모자라 강력한 인후통과 몸살기를 동반하고 있다.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한 달간 환자들을 몸서리치게 한다. 여기에 감기 환자도 늘어 바이러스성 급성호흡기감염증으로 입원한 환자는 현재까지 지난해보다 8배가량 증가했다. 코로나19 유행 기간 ‘필수 마스크 착용’이라는 방어막에 차단돼 노출되지 못했던 바이러스가 이제 그 빈틈을 노려 더욱 강력하게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비단 바이러스만 진화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사회도 진화한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나쁜 놈은 더 나쁘게, 사회 안전망의 빈틈을 노려 시스템을 붕괴시키거나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쪽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더 센 놈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코로나19를 통제하는 수단 중 가장 센 방법은 국민 모두가 방어기제로 작용할 때였다. 나쁜 쪽으로 더 센 놈을 색출하는 방식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모양새는 함초롬하다. 꽃이 피는 차례는 조밀하다. 얼핏 보면 잘 모른다. 모든 생물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말이다. 돼지풀아재비의 이력서다. 잎은 어긋나기로 난다. 윤곽은 달걀을 닮았다. 줄기는 곧게 자란다. 키는 작게는 30㎝에서 크게는 90㎝ 남짓하다. 줄기 윗부분에서 갈라지고 털이 난다. 주로 황무지나 밭둑 등지에 수두룩하다. 남미가 친정이다. 국내서 처음 발견된 시기는 1995년이었다. 수도권에서도 제법 많이 눈에 띈다. 차량이나 물, 바람 등을 타고 퍼져 나간다. 학계는 자체적으로 만들어 낸 화학물질로 주변 식물 생장을 방해한다고 경고한다. 해당 식물과 접촉하면 피부염과 건초열 등 알레르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토종 생태계를 교란하는 말썽꾸러기다. 이런 가운데 기후변화로 연평균 기온이 2~3도 오르면 통제가 어렵다는 보고가 나왔다. 한국환경생물학회지 최신호에 실린 논문 ‘생태계 교란식물인 돼지풀아재비의 발생 특성과 관리’를 통해서다. 15~25도가 최적의 발아 온도인데 지난해 연평균 기온이 12.9도를 기록하면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남미에선 한 개체가 종자를 2만개 이상 만들어내지만 국내에선 개체당 종자 생산량이 10분의 1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국제농업생명과학센터(CABI)도 온대지역에 정착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학계는 개체당 종자 생산량이 적어 초기에 확산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된다면 완전 박멸도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여러 변수는 있다. 환경당국은 확산 방지책으로 줄기 절단 등 물리적인 방법과 글리포세이트 같은 비선택성 제초제 살포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인도 등지에선 천적을 이용한 생물학적 방제도 연구 중이다.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온 산하가 순식간에 생태계 교란종의 침략으로 황무지로 전락할 수도 있어서다. 환경은 후손들에게 빌린 소중한 자산이다.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카페 출입문을 찍은 사진이 올라왔다. 출입문에는 ‘노시니어존’이란 문구와 함께 ‘60세 이상 어르신 출입 제한’이라고 적혀 있었다. 해당 카페는 한적한 주택가에 있고, 좌석이 많지 않은 소규모라고 했다. 사진을 올린 사람은 “무슨 사정인지는 몰라도 부모님이 지나가다 보실까 봐 무섭다”고 했다. 어린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에 이어 노인 출입을 제한하는 ‘노시니어존(No Senior Zone)’이 등장했다. 온라인에선 논쟁이 벌어졌다. 한쪽에선 특정 연령대의 입장을 막는 것은 차별이라고 했다. ‘아이 혐오에 이어 노인까지 혐오하나’, ‘차별이 자연스러워져서 씁쓸하다’, ‘어버이날에 이런 사진이 올라오다니’ 등의 불편함을 드러냈다. 또 한쪽에선 ‘가게 사정도 들어봐야 한다’, ‘진상 부리는 사람이 많으면 저럴 수 있다’ 등의 옹호론도 있었다. 이후 해당 카페의 여성 점주가 남성 어르신들에게 성희롱을 당해 이같은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심정은 이해가 간다’는 공감을 사기도 했지만, 연령으로 출입을 금지한 것은 차별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앞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노키즈존’에 대해 차별 행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노시니어존이 등장한 이유는 시니어라고 불리는 중장년 손님들이 카페 주인에게 민폐를 끼치기 때문이란다. 특히 젊은 여성이 운영하는 카페의 경우 중장년 남성 손님들이 쓸데없는 질문을 하거나,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영업 종료 후 술 한잔 하자는 등의 추태를 부린다고 한다. 소위 ‘진상 손님’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엔 식당에서도 노인을 반기지 않는 느낌이다. 젊은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눈치가 보인다는 노인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이를 MZ세대 사이에서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정서가 누적돼 내면화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세대 갈등이 깊어지면서 노인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차별과 혐오로 이어지는 추세다. 서로 이해와 배려를 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더 삭막하고 세대 간 충돌도 커질 것이다. 어찌됐든, 노시니어존은 좀 씁쓸하다.
‘히키코모리(hikikomori)’는 ‘틀어박히다’는 뜻을 나타내는 일본어 ‘히키코모루’의 명사형이다. 사회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방이나 집 등 특정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거나 나가지 못하는 ‘은둔형 외톨이’를 일컫는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사이토 다마키가 2005년 자신의 저서를 통해 최초로 소개했다. 사이토는 히키코모리를 장애나 질병이 아닌, 다양한 사회·개인적 요인들에 의한 상태로 봤다. 일본 후생성은 ‘가족들을 포함해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는다’ ‘낮에 잠을 자고, 저녁에 일어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컴퓨터에 몰두한다’ ‘자기 혐오, 상실감 등 우울증 증세를 보인다’ ‘부모에게 자주 신경질을 내고 심하면 폭력을 행사한다’ 등의 증상을 6개월 이상 보이는 사람을 ‘히키코모리’로 분류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책임감이 주어지는 청소년부터 젊은 성년의 시기에 히키코모리가 된 사람은 사회로 복귀 못한 채 중년이 되기도 한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고립·은둔 청년 현황과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9∼34세 청년 가운데 고립 청년 비율은 2021년 기준 5.0%다. 100명 중 5명이 타인과의 의미있는 교류 없이 사실상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이라는 것이다. 2021년 전체 청년 인구(1천77만6천명)에 적용하면, 고립 청년 수는 53만8천명에 달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고립 청년들은 삶의 만족도가 낮았다. ‘매우 불만족’과 ‘불만족’ 응답률이 44%였다. 또 고립 청년의 절반 이상(53.1%)은 지난 일주일간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다. 청년층의 고립·은둔은 가정과 사회가 나를 부정한다는 생각에 회피하고 숨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무섭다’ ‘세상에 내 자리가 없다’고 느끼는 청년들이 방에 틀어박히게 만드는 요소를 제거해 안정감을 갖게 지원해야 한다. 전국적인 실태조사와 함께 고립·은둔의 장기화를 막기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
주택가 골목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울고 있었다. 옆에는 출생일 등이 적힌 쪽지가 붙어 있었다. 아기를 담은 ‘베이비 박스’였다. 종교단체 주도로 2009년 서울 관악구에서 비롯됐다. 베이비 박스가 올해로 설치된 지 15년째다. 누군가에게는 벼랑 끝의 마지막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종교단체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런저런 사정으로 맡겨진 아기가 2천22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군포에 설치된 베이비 박스에 맡겨진 144명까지 포함된 수다. 도대체 어떤 이들의 딱한 사정이 있었을까. 대부분은 미혼모들이다. 지난달까지 베이비 박스에 아기를 맡긴 미혼모 비율은 84.4%, 지난해는 68.9%였다. 베이비 박스를 운영 중인 종교단체의 분석이다. 이혼 가정이나 혼외 출생, 불법 체류 외국인 자녀 등도 포함됐다. 임신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시원이나 화장실, 모텔 등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아이를 출산해 베이비 박스로 데리고 온 경우는 지난해 기준 12.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비 박스가 아기 유기를 조장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베이비 박스가 아니었다면 정부가 지원하는 사회보장시스템이나 미혼모나 한부모가정을 지원하는 사회복지법인 도움을 받았을 텐데, 베이비 박스 때문에 손쉬운 선택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베이비 박스 운영기관이 미혼모를 대상으로 지원한다는 상담 등의 서비스는 이미 지자체도 시행 중이다. 긴급 지원이 필요한 산모가 발생하면 연계 기관들이 일률적으로 움직이기도 한다.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2030세대가 육아비용 등을 이유로 아기 낳기를 꺼리고 있어서다. 태어난 아기를 잘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축도 우리 사회의 중요한 숙제다. 베이비 박스가 미혼모와 아기를 살리는 수단일까, 아니면 영아 유기를 조장하고 아동인권을 침해하는 도구일까. 논란은 여전히 팽팽하다.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인 오타니 쇼헤이(27·LA 에인절스)가 꿈을 실현하기 위해 활용했다는 ‘연꽃 기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본의 마쓰무라 야스오 클로버 경영연구소장이 1979년 개발한 기법이다. 브레인스토밍, 마인드매핑같이 인간의 두뇌 활용을 극대화하는 사고·학습 기법의 일종이다. 연꽃 기법에 사용되는 차트는 불교의 만다라 형태와 유사하다 하여 ‘만다라트(Mandal-Art) 기법’이라고 불린다. 이 기법은 가로세로 세 칸씩으로 구성된 네모 상자 9개 중 가장 가운데 칸에 최종 핵심 목표를 적고 그 주변 8개의 네모 상자에 세부 목표를 기재한다. 기록한 8개 세부 목표 주변으로 8개의 구체적 과제를 기록하면 모두 64개의 실천 과제가 작성된다. 오타니는 자신의 고교 야구 코치에게 이 기법을 소개받아 ‘일본 8개 프로구단 드래프트 1순위 지명’을 핵심 목표로 실천과제를 설정했다. 몸 만들기와 제구, 구위, 구속 시속 160㎞, 변화구, 운(運), 인간성, 멘털을 8가지 세부 목표로 정하고 각각 8개의 실천 과제를 기재한 후 꿈을 향해 내달렸다. 연꽃 기법은 브레인스토밍을 확장해 하나의 주제에 대한 하위 주제를 설정하고 아이디어를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아이디어나 문제 해결의 대안을 다양한 측면에서 찾으려고 할 때, 기존 기술이나 제품을 응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으려고 할 때, 혹은 미래 시나리오를 가상으로 만들 때 활용할 수 있다. 풀리지 않은 과제나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마음속에 연꽃을 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