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 설을 보냈다. 타인에게 메시지를 던질 때 온전히 전달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 상처받지 않는지 곱씹었다. 반대로 누군가 내게 던진 말은 그 저의가 무엇인지, 시대상에 적절한지 생각했다. 결과적으로는 평소 주고받는 말의 절반 이상이 불필요하지 않나 싶었다. 과거 명절은 말과 말의 장(場)이었다. 성적, 취업, 결혼, 건강, 재산, 인간관계 등 생애주기 전반에서 다루지 않은 주제가 없었다. 기분이 좋다가도 나빠지고, 사이가 풀렸다가도 틀어지곤 했다. 하지만 가족의 해체가 가속화되고 물리적 거리가 멀어진 지금 명절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적막이 흐르는 거실과 조용한 대화가 익숙해졌는데 사실 그다지 싫지는 않다.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구시대적 소음이 덜하기 때문이다. 명절의 본질은 휴식과 재충전이다. 그 측면에서 고요한 배려가 고맙다.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특유의 유대감도 유연하게 달라지면서 점점 가족도 친구도 국내외 방방곡곡 여행을 떠난다. 안 그래도 줄었던, 안부라는 구실로 사생활을 품평하거나 ‘나 때는’, ‘예전에는’의 훈수가 없어 유독 조용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명절증후군을 앓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했다. 시대의 속도는 앞서가고 있는데 원하지 않은 육체·감정노동을 감내하고 불편한 말도 억지웃음으로 참아내는 사람이 주변에도 있었다. 비단 ‘설이나 추석’, ‘집안’에서만 벌어지는 얘기는 아닐 터다. 명절 특수성을 빌미로 휴식을 가로막는 낡은 관습을 보며 그 중심에 말이 있다고 보고 계속 ‘말’에 대해 수많은 생각을 하고 또 했다. 예전의 문법이 정답은 아니라는 게 가장 큰 결론이었다. 적당한 거리감이 주는 안도감이 가치 있다는 걸 느꼈다. 원치 않은 말을 절제하는 게 잡음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도 느꼈다. 그래서 이번 연휴 기간 2026년 새해를 되새기며 다짐한 건 ‘올해는 말을 줄여보자’였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고요한 배려가 명절에도, 시대에도 적용되길 바라며.
이연우 기자
2026-02-19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