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 의미 되새기는 책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불꽃으로 살다’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집어들면 좋은 책들이 있다. 사회 그리고 세계와 온몸으로 부딪히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다양한 이야기는 성별에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큰 울림을 준다. ■ 엄마와 딸, 한없이 가깝고도 먼…‘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하재영 작가의 신간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가 지난달 27일 발간됐다. 저자는 책에서 어머니의 생애를 들여다보면서 자신과의 접점, 교차점에 있는 이야깃거리를 풀어내고 있다. 한 여성이 한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두 존재는 어떤 방식으로 교감할 수 있을까. 엄마라는 존재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가장 가깝지만, 한없이 멀게 느껴지는 존재가 바로 어머니다. 딸과 엄마의 관계는 그만큼 복잡하고 골치 아픈 법이다. 책을 통해 각자의 모녀관계를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읽는 이의 내면을 건드린다. 단순히 남의 집 이야기를 훔쳐본다기엔, 생생하고 날선 지점들이 적나라하게 묘사돼 있어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없다. 용기를 내 어머니와 소통하고 감정을 나누려면 굳은 다짐과 용기가 필요하다. 어떻게 어머니를 마주해야 하는 걸까? 책은 무심코 여러 갈래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 예술가들의 삶…‘불꽃으로 살다’ 짧지만 강렬한 삶.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예술가 30인의 삶과 작품 세계를 풀어낸다. ‘불꽃으로 살다’(디자인하우스 刊)는 서구 남성 중심의 예술 세계에서 조명 받지 못했던 비서구 작가들과 여성 예술가들이 상당수 소개되고 있다는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책이 다루는 예술가들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책을 통해 예술을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 이들, 시대를 앞서간 창작자들, 살아 있는 동안 내내 투쟁과 갈등에 신음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26세 임신 5개월 차의 몸으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 샤를로테 살로몬, 현대 인도 미술의 개척자 암리타 셔길, 1960년대 영국 팝 아트의 창시자 중 한 명이었던 폴린 보티 등 다양한 여성 예술인들의 삶을 들여다 볼 기회다.

[신간소개] 시대를 읽어내는 '한 권으로 끝내는 동양사상'

동양 철학은 무릇 심오한 사상의 한편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내재된 참뜻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경우가 많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더더욱 그렇다.  익히 들어온 ‘논어’, ‘맹자’ 등 동양 고전에서 가려 뽑은 한 문장의 키워드로 작금의 시대를 읽어낼 수 있는 책자가 발간돼 화제다. 중·고등학생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풀어냈다. 문학평론가이자 현직 기자로 활동 중인 이도환 작가(58)가 10년 넘게 신문 매체 등을 통해 연재해 오던 칼럼 ‘이도환의 고전산책’을 단행본으로 모아 세간에 펴냈다. ‘청소년을 위한 동양 고전 이야기-한 권으로 끝내는 동양사상’(걸음 刊)이다. 문학평론가의 문장에 기자의 시선을 담아 동양고전에 나오는 짧은 문장 하나로 오늘의 시대를 읽어내도록 구성된 점이 돋보인다. 대학에서는 역사를, 또 대학원에서는 문학을 공부한 저자의 글쓰기가 그대로 녹아 있다.   특히 어렵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되는 ‘논어’, ‘맹자’ 등 동양고전에서 가려 뽑은 한 문장을 키워드로 오늘의 시대를 읽어냈다.  저자는 ‘청소년을 위한’이란 부제에 대해 “서양의 철학과 사상에 비해 관심이 덜한 동양의 철학과 사상을 쉬운 언어로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어느 특정 범주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영화로 친다면 ‘ALL AGES ADMITTED(전 연령 시청가능)’를 추구했다는 의미다.  저자는 지난 2019년 한국아동문학상을 수상한 문학평론집 ‘소통의 미학’에서도 서양의 문예이론이 아니라 공자와 맹자는 물론 율곡과 다산 등 다양한 동양사상가들의 이론을 접목시킨 문학평론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설렘과 기대’ 봄맞이 마음에 햇살 드리우는 책들

달력 상단의 숫자가 달라졌다. 3월이 시작되면 마음도 들뜬다. 제법 올라간 기온, 돋아나는 새싹, 설렘과 기대가 공존하는 마음을 안고 책을 집어드는 건 어떨까. 봄을 맞아 마음에 따스한 햇살을 드리우는 책들을 골라 봤다. 반복되는 일상이 소설이나 허구의 이야기보다 더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내는 순간을 만날 기회다. ■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 ‘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는 일상의 단면, 홀로 또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담는다. 책의 저자 다비드 포앙키노스는 일상의 어느 한구석에서 건져 올린 사람들의 내면과 속살을 통해 독자들을 책 속의 현실로 초대한다. 책 속의 화자인 ‘나’는 작가다. ‘나’는 거리로 나가서 맨 처음 마주치는 사람을 멈춰 세운 뒤 그 사람의 인생을 들어보는 편이 스스로 이야기를 창작하는 일보다 훨씬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 작가는 알츠하이머 증세가 있는 할머니 마들렌, 그의 딸과 남편 그리고 손주들의 이야기를 담아서 일상을 이야기로 엮어내려고 한다.  마들렌의 딸은 남편과 관계를 쌓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남편은 남편대로 가족과의 단절과 직장에서의 압박에 신음한다. 그의 자식들 역시 학교에서 겪는 다양한 고민들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과정이 쉽지 않다. 이들의 모습은 현실 속 누구를 통해서든 발견할 수 있다. 작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마르탱네 가족은 그들 역시도 내면의 변화를 경험하고, 이야기를 듣던 ‘나’ 역시 이전과는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때때로 일상은 허구의 소설보다 더 반짝이는 이야기로 우리들의 삶에 울림을 준다. ■ ‘이상한 나라의 괜찮은 말들’ ‘이상한 나라의 괜찮은 말들’은 유럽 여행기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기장 내지는 에세이처럼 보인다. 저자 하정은 주변인들의 기대와 걱정 등 다양한 반응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한다. 그런 덕분인지 그는 여행지에서 겪었던 일상을 정형화된 여행기의 형식이 아닌, 자유분방한 시선으로 옮겨 놓았다. 소박하게 또 두서없이 풀어놓은 그의 진심이 느껴진다. 아일랜드, 벨기에, 체코,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를 오갔던 저자의 여행길을 늘 계획한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언제나 예상 못한 변수가 생겼다. 다양한 곳에서 제각기 다른 가치관과 생활 패턴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만난다. 틀에 박힌 한국의 삶과 다른 현장이 펼쳐진다. 모자라고 불편하다고 무작정 쳐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삶의 일부분으로 흡수하기 위해 궁리를 하는 사람들, 시간에 쫓겨 강박에 빠지는 대신 여유롭게 타인과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과 만난다. 열심히 일을 해서 성과를 내는 데는 관심이 없고 그저 재밌게 순간을 만끽하면 그만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작가가 보낸 1년을 책으로 엿볼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한 이방인, 그리고 이방인의 내면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아날로그 감성으로 풀어낸 4인의 사람 냄새… 시집 ‘그리움은 희망이다’ [신간소개]

노년의 시인 네 명이 모였다. 이들은 모두 거창한 담론 대신 삶을 지탱하는 요소들을 가만히 머금고자 한다. 조병기, 허형만, 임병호, 정순영 시인은 각자 지나온 현실 속 시간의 궤적에 저마다의 삶을 그대로 투영했다. 이들의 진심이 담긴 시집 ‘그리움은 희망이다’(문학과사람 刊)가 지난 15일 발간됐다. 책을 펼치면 먼저 독자를 맞이하는 조병기 시인의 눈은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자연에 머물러 있다. 다람쥐, 고슴도치, 각종 꽃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선 삶에 대한 겸허한 자세가 묻어난다. 이를테면 ‘다람쥐’에서 시인은 산길을 타다 잠시 쉬는 도중 오랜만에 만난 다람쥐에게 말을 걸면서 “모진 세상에 살아있는 게 천만다행이로고”와 같은 표현으로 담백한 마음을 내놓는다. 허형만 시인의 시에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는 크고 작은 과정이 묻어난다. ‘만나고 싶네’, ‘코로나 블루’, ‘관계’와 같은 시들에선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의 내면이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다.  “요즘 들어/이것 저것/생각이 많아졌다//비워야 한다는데/버려야 한다는데/잊어야 한다는데…”(임병호, ‘미련’ 中). 임병호 시인이 모아놓은 시를 보고 있으면, 압축됐다가 피어나는 시적 감흥 대신 일상 언어가 포근하게 곁을 내어주는 느낌을 받는다. 시인이 살고 있는 곳이나 그가 오고 갔던 장소들, 그가 만나고 얘기했던 사람들이 그의 시 속에 여과 없이 등장해 현실과의 접점을 키워내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지막 챕터에 수록된 정순영 시인의 시에는 대상을 향한 그리움과 같은 감정들이 시어에 꾹꾹 눌러 담겨 있다. 시인은 고향을 떠올리거나, 추억이 얽힌 특정 지명을 매개로 내면을 맴도는 것들을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임애월 시인(한국시학 편집주간)은 책에 대해 “공공의 선보다는 개인의 감정이나 이익이 우선시되는 시대, 하루하루 달라져 가는 디지털 시대의 가벼운 시류에 합류하지 않는 시인들의 마음이 엿보인다”면서 “아날로그의 묵직한 삶을 고집하는 시편들에서 따스하고 정감 있는 사람 냄새가 난다. 순수하고 담백한 위로와 웃음을 공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날e북] ‘비만코드’ 外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강을 뒤로 한 채 바쁜 삶을 지낸다. 이런 삶 속에서 건강 유지가 쉽지 않은 만큼 도움이 될만한 건강 분야의 책을 소개한다. 먼저 교보ebook에서는 가토 마사토시의 ‘하루 5분만 움직여도 고혈압은 낫는다’가 건강의학 분야에서 4위를 기록했다. 이 책에서는 건강한 생활을 위해 식사와 운동 그리고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혈압 조절 방법을 제시하면서 혈압약 복용 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짚어주고, 혈압을 내리는 유용한 방법을 알려준다. 가토 마사토시 저자의 대표작인 ‘1일 1분 체조로 혈압은 내려간다’에서도 건강 관리를 위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 알라딘ebook에서는 제이슨 펑의 ‘비만코드’가 건강취미 분야에서 4위에 올랐다. 제이슨 펑은 캐나다의 신장 학자이면서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독소를 비우는 몸’의 저자다. 이 책에서는 비만의 원인을 인슐린이라고 주장하고, 인슐린의 영향력을 설명한다. 그러면서 인슐린 패턴의 조절방법, 적정 체중 관리 방법을 제안해 다이어트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전달해 준다. 예스24ebook에서는 다나카 나오키의 ‘나는 당신이 오래오래 걸었으면 좋겠습니다’가 건강 베스트셀러 10위에 올랐다. 저자인 다나카 나오키는 일본에서 재활치료사이자 뼈관절, 생리요법 분야의 손꼽히는 전문가다. 책에선 저자가 30년이 넘게 환자를 치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르게 걷는 방법과 올바른 걸음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설명해준다.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87세 남편이 쓰고, 85세 아내가 편집…박재곤 '아름다운 인천 행복나들이'

설악산에 올라도 끄덕 없을 것 같은 등산 복장, 작고 아담한 등엔 그의 키 만한 커다란 등산 가방이 올려져 있다. 그 가방엔 3kg이 되는 노트북과 지도, 각종 글이 적힌 자료집과 필기도구로 빼곡하다. 무장한 듯한 복장으로 다니는 곳은 경기도를 비롯한 국내 명소. 자연과 주변 풍경, 역사, 인근의 맛집을 빼곡히 기록한다. 사전 취재를 바탕으로 최소 현장을 두 번은 방문하는 섬세한 취재도 기본이다.  1936년생으로 올해 여든일곱의 현역 작가 박재곤 선생의 이야기다. 인터뷰를 위해 지난 20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도 그의 커다란 등산가방엔 책 수 권과 지도, 언제든 메모할 수 있는 필기도구가 가득했다. 마치 당장 어디로 떠나도 될 듯한 여행객 그대로의 모습은 그의 얼굴에 진 주름과 나이를 잊게 했다. 박 작가는 직접 명소를 찾아 글로 옮긴 ‘아름다운 인천 행복나들이’(관광도서출간 MSM 刊)를 최근 펴냈다. 코로나19 기간이었지만 마스크를 쓴 채로 전철로 쉽게 다녀올 수 있는 인천과 경기지역 명소를 누비며 취재했다. 그가 취재한 글과 사진을 한아름 들고 집으로 돌아오면 여든 다섯의 아내가 취합해 편집, 디자인을 했다. 노부부의 합작품이자 삶에 대한 열정이 깃든 작품인 셈이다.  책은 코로나가 시작됐던 2020년 본보에 1년간 연재했던 여행 칼럼 ‘산내들 나들이’가 바탕이 됐다. “나들이를 못하는 시기에 글과 사진으로 독자들이 대리만족 할 수 있게 하자”는 의지가 반영돼 이어온 칼럼을 작성한 그가 인천과 경기지역의 명소를 다시 취재하고 반영해 책으로 펴냈다. ‘아름다운 인천 행복나들이’는 인천과 경기지역의 명소가 역사와 문화, 먹거리 등이 어우러진 관광가이드북의 전형이다.  “청춘 시절부터 산을 좋아했다”는 그는 경북대 사범대학교를 다니며 동기들과 산악부를 창립해 학생 산학 단체의 연맹체를 만들었다. 울릉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꿈이었지만 우연찮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당시 보건사회부로 발령을 받았다. 그는 이후 UN과 WHO 등의 기관과 함께 일을 하며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 교육 커리큘럼을 짜는 문서의 서문을 도맡아 쓰며 문장력을 인정받았고 정부 부처의 공보관실에 발탁돼 각종 공보 자료를 쓰며 스피치 라이터로 활약했다.  그러는 중에도 산은 쉬지 않고 다녔다. 글을 좋아하는 그가 산을 다니다보니 자연스럽게 산과 사람, 그 주변의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1997년 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24년 간 월간 ‘산’에 ‘산따라 맛따라’ 코너를 연재했다. 2018년 펴낸 ‘산따라 맛따라’는 교보문고 여행부문 베스트 셀러 1위에 오르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여전히 ‘다음 행선지’를 고민 중이다. 그 행선지는 어느 곳에서 시작하는 물줄기가 될 듯 싶다.  박 작가는 “국내 물줄기를 정리해놓은 책은 없다”면서 “1960년대 국토종주를 하면서 마라도에서 시작해 배를 타고 목포, 지리산으로 접근한 적이 있다. 모든 곳은 강과 연결된다. 그동안 기록으로 남겨 놓은 물줄기 기록을 따라 경치, 인문, 문화, 사람들, 먹거리 등을 정리한 글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신간소개] 자연이 건네는 말, 꼼은영 그림책 '봄 여름 가을 겨울'

‘와글와글’ ‘웅성웅성’ 떠들썩한 봄이 찾아왔다. 바람에 실려 온 반가운 소리가 소곤거린다.  “우리 같이 걸을까?” 하하 호호 담벼락에 매달린 노란 웃음소리와 아이들마다 품고 있는 첫 시작에 대한 기대가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윙윙’ 꿀을 따느라 바쁜 꿀벌들의 부지런함으로 세상은 달콤해졌다. 꿀벌들의 그림은 모두 ‘윙윙’ 꿀벌이 내는 소리로 엮였다. 쏴아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로 세상이 가득 찬다. 그 소리마저 쏴아로 한글자한글자 그림으로 빚어졌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우리 곁에 다가와 건네는 말은 모두 다르다. 그 말들을 그림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모양이 될까. ‘봄 여름 가을 겨울’(한림출판사 刊)을 펴낸 꼼은영 작가는 글자를 모아 그림을 이루고, 그림을 모아 글자를 이뤄냈다. 평범해 보였던 자연과 계절, 일상을 새롭게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책을 보노라면 형형색색 그림에 숨어있는 글자를 찾는 재미로 눈을 뗄 수가 없다. 자연의 말소리, 사계절의 속삼임이 눈으로 귀로 전해지는 듯 하다. 무엇보다 장면마다 다음 장면과 이어지는 요소가 숨겨져 있다. 색색의 선과 색을 따라 건너가는 계절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작가가 건네는 말들도 용기와 희망, 응원으로 가득하다. ‘가을 햇볕에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 무르익기 위해 모두 애썼어’. ‘오고 가는 모든 것을 응원하기 위해 해님이 매일매일 떠오른다는 걸 알고 있니?’ 등등 작가의 말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계절에, 자연에, 일상의 매력에 흠뻑 젖어 삶이 새롭게 환기되는 듯 하다.

윤준영 교수의 ‘대한민국이 묻고 젊은 학자가 답하다’

교육과 기업, 정치 분야에서 목소리를 내고 발로 뛰며 학생들과 만나는 윤준영 한세대 교수의 책 ‘대한민국이 묻고 젊은 학자가 답하다’가 지난 10일 출간됐다. 윤 교수는 한세대학교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에서 강의하며, LH, GH 기술심사평가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각 시·도 교육청 자문위원을 지냈고 한국기업경영학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사회 현안을 현장에서 겪어 왔다. 윤 교수는 10여년간 현장과 강단에서 치열하게 보냈던 시간을 돌아보면서 그간의 흔적을 모아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 이번 책은 활동했던 영역에 대한 경험담과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주고받았던 문답들을 엮어낸 결과물이다. 윤 교수는 딱딱한 이론보다는 생생한 소통에 방점이 찍혀 있다며 책에 대해 운을 띄웠다. 그는 “딱딱한 전공 지식이 아니라, 교수활동을 하며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이 고스란히 녹아든 책”이라며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대한 나의 생각과 느낌을 진솔하게 풀어낸 칼럼식 에세이”라고 설명했다. 무게감을 덜어낸 자리를 공감과 소통에 대한 의지로 채워넣었기 때문일까. 그의 책은 일상에서 주변 지인들과 한 번씩은 나누어 봤을 법한 대화 속을 맴도는 주제로 빼곡히 채워졌다. 윤 교수는 책을 다 읽지 않더라도 이 지점 만큼은 꼭 챙겨보길 권한다. 그는 교육 분야에선 두 번째로 수록된 ‘교육 목표 차이가 만든 세대 간 갈등에 대한 소고(feat. “정의란 무엇인가?”)’를, 기업과 경제 분야에서는 5번째로 등장하는 ‘노동조합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정치 분야에서는 여섯 번째로 독자를 맞이하는 ‘세대 특성을 통해 바라본 정치 진영에 대한 소고’를 꼽았다. 그 이유에 대해 “우리 사회의 대립되는 교육 목표, 세대, 집단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갈등의 상황과 요인을 제 관점에서 풀어보려고 노력한 흔적이 드러나는 구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책은 교육·정치·사회·경제 등 다양한 사회 화두의 현안을 다루고 있다. 이에 관해 윤 교수는 “아무래도 전공에 따라 기업과 경제 분야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더 많은 내용을 폭넓게 다루고 싶었지만 균형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내용을 많이 뺐다. 이번 저서에서 제외된 화두에 관해선 후속 저서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번 책이 나올 수 있었던 비결로 틈틈이 이어 왔던 저술 활동을 꼽았다. 그는 신문 등에 꾸준히 기고하면서 사회 현상에 대한 관점을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글을 보낼 때마다 분량 때문에 더 깊게 다루지 못했거나 당시엔 떠올리지 못했던 생각들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었는데, 그에게 이번 책은 그런 미련을 떨쳐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는 것. 윤 교수는 오는 18일 오후 5시 교보문고 광화문 본점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 겸 강연회에서 독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그는 “사실 처음 가제를 ‘내가 생각했던 것을 너도 동감해 주었으면...’으로 하려고 했던 만큼, 책을 통해 함께 고민을 나누고, 생각을 교환하고, 건강하게 토론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신간 소개] 장주희 시집 ‘나는 하늘에 어떤 구름이 있는지 몰라'

반복되는 풍경의 변화. 그 속에서 사라지는 것들에 주목한 장주희 시인의 시집 ‘나는 하늘에 어떤 구름이 있는지 몰라’(천년의 시작刊)가 출간됐다. 장주희 시인은 중앙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고 지난 2020년 '시와산문' 신인상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 했다. 시인은 끈임없이 풍경의 변화 속에 사라지는 것들에 주목한다. ‘나는 누구지 여기는 어디지’(‘나는 하늘에 어떤 구름이 있는지 몰라’ 中)라고 성찰하면서 ‘사라지는 것들을 보고 기억해/너에게 구름을 주고 싶어’라는 따스한 마음을 담는다.  사라지는 것들은 힘 없고 볼품 없지만, 시인은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본다. 다리 하나가 부러진 의자에도 시인의 마음이 담겼다. ‘누군가 의자를 내놓았다/…/세 개의 다리는 멀쩡했다/버린 사람은 부러진 다리만 보았다//…//뚝뚝 넘어질 것을 알면서도 부러진 다리를 끝내 버리지 못한다…’(직립의 시간 中)며 ‘한 개의 다리가 자라기를 기다리는 나무처럼’ 그 역시 희망을 움틔운다.  시인의 시는 아버지께 바치는 글이기도 하다. 시인의 아버지는 1970~1980년대 신군부에 의해 통폐합 된 언론사의 편집국장이었다. 아버지가 직접 겪었던, 또 시인의 가족이 그 냉혹한 공기를 전해 받은 5·18 광주에 관한 일들이 시 ‘검열’과 ‘새벽에 들은 얘기’로 옮겨졌다. ‘변곡점’은 평생 사회적 역할을 감당하다 퇴직 후 치매를 앓은 시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아버지 지금 어디에 계셔요/회사 출근했지//아버지 지금 계신 곳이 어디예요//여기? 직장/네…직장에 나가셨구나’.  시인의 시집엔 시대의 아픔, 일찍 사망한 언니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을 통해 세상을 넌지시 관조하는 시선이 깔려있다. 그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결국 시를 읽는 이들에게 위로와 그럼에도 새로운 희망을 보며 살아가는 용기를 건네준다. 

아름다운 풍경 속 서릿발 같은 외침 김종경 시인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

현실 세계의 부조리한 현상을 시를 통해 고발하는 김종경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저물어 가는 지구를 굴리며’(별꽃 刊)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현실 세계의 부조리한 현상을 다루면서 내면의 울림을 주는 서정적 리얼리즘의 정수라는 평을 받고 있다. 용인에서 태어나 지역 문제에 천착해온 시인은 계간 '불교문예'로 등단해 시집 ‘기우뚱, 날다’, 포토에세이 ‘독수리의 꿈’ 등을 펴냈다. 지역문제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활동해 오며 ‘용인문학’과 '용인신문' 발행인으로 활동 중이다. 그는 신간에서 50여편의 시를 통해 자연과 사람을 노래한다. 시를 보노라면 흰 눈이 덮인 대지에서, 때론 고산지대의 커피 농장에서, 아스팔트 위에서 신음하는 새들과 목련과 아이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 하다. 자연과 삶 속에서 그가 꼿꼿하게 외치는 화두는 변방과 주변, 약자다.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그는 시인만의 렌즈로 포착한 연약한 생명체에 주목하고 슬프고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산과 들이 붉은 속살을 드러내며 숲속 오솔길이 사라지자 소리보다 빠른 자동차 길들이 또 다른 세상의 문으로 이어졌다 그것이 삶과 죽음의 경계일 줄이야 길 잃은 고라니와 짐승들이 차례차례 불빛 속으로 뛰어들던 밤, 나도 아득한 절벽 아래로 한없이 떨어지는 꿈을 꾸었다//…”(시 ‘혼돈의 밤-천만 마리를 위한 진혼곡-’ 중에서) 라며 내뱉은 시인의 독백엔 생태 위기와 자연, 인간의 탐욕에 대한 깊은 고민과 상념이 깃들어있다. 하지만 그의 시는 슬프지 않다. “소나무 위에서/독수리가 스스로 목을 맸다//…//지금도 지구를 떠도는/수억의 유목민과 전쟁 난민들이/새만도 못한 종족 공동체로/꿋꿋이 살아가고 있다는/이 불편한 진실 앞에서 나는/독수리의 온전한 귀향과/명복을 기원하는 바이다”(시 ‘떠도는 새’ 중에서)처럼 절망하거나 항복, 포기하지 않는 인간성 회복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총 5부로 나뉜 시집에서 시인은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와 성찰로 삶과 죽음, 빛과 어둠 사이의 길목에 놓여 있는 사물의 내부를 파고들 듯 훑어내렸다.   “그의 시에는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잉태한 생명의 근원이 자리하고 있다”라고 말한 이상권 동화작가의 말처럼 피를 토하듯 내뱉은 시어들 속에서도 그의 시는 지속적으로 안온하고 서정적이다. 인간 실존의 부조리함을 위트와 구수한 넉살로 반전시키는 여유로움의 미학 때문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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