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손의 기억으로 본 독립운동가와 가족의 삶…‘결국, 뿌리로 산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1926년 6월 10일, 이른 아침부터 순종의 장의행렬이 지나가는 길은 추모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일제는 시민들의 시위를 막기 위해 단단히 준비했다. 창덕궁 돈화문에서 을지로 2가, 을지로 4가까지 도로 양쪽앞 열에 ‘의장대’ 명목으로 무장한 기마경찰과 헌병을 도열시켰다. 그 다음 열에는 고등보통학교생과 전문학교생 2만1천명을 배치했다. 일반시민 추모객들은 그 뒤편에 자리 잡았다. 오전 8시, 추모객들의 호곡 속에 상여가 돈화문 앞을 출발해 장지인 금곡을 향해 종로3가 쪽으로 서서히 움직였다. 8시30분 장의행렬이 종로3가 단성사 앞을 통과할 무렵 동양루 쪽에서 이선호가 도로 중앙으로 뛰어나오면서 한 뭉치의 ‘격문’을 뿌렸다. 그리고 태극기를 흔들면서 외쳤다. “조선독립만세!” 6·10만세운동은 일제의 철통같은 사전·사후 탄압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했다. 하지만 국내외 독립운동세력에 미친 영향은 대단했다. 민족주의 세력과 사회주의 세력이 실천적으로 연대해 항일운동을 전개한 새로운 경험이었으며 1927년 2월 신간회가 성립할 수 있게 한 디딤돌이었다. 분열상을 보이던 독립운동세력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국민 주권을 요구한 운동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6·10만세운동은 순수한 학생운동으로만 기억돼 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를 두고 “반공 이데올로기에 짓눌려 온 우리 사회 분위기 탓에 만세운동의 계획과 준비, 진행에서 사회주의 계열의 주도적 움직임을 의도적으로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사회주의 이념을 발판으로 항일투쟁,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독립운동가들을 외면하고, 나아가 지속적으로 우리 사회 바깥으로 밀어내 왔다는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최근 펴낸 ‘결국, 뿌리로 산다-후손의 기억으로 본 독립운동가와 가족의 삶’은 이 문제를 후손들의 육성으로 고스란히 짚어낸다.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사회의 외면은 그 후손들에게 삶의 질곡으로 이어졌다. 조선공산당의 ‘6·10투쟁특별위원회’ 책임자 권오설은 일제 경찰에 붙잡혀 모진 고문 끝에 목숨을 잃었다. 권오설의 동생 권오직도 사회주의 항일운동을 전개했으며, 해방 후 북쪽에 남았다. 권오설의 형 권오기와 가족들은 6·25전쟁 와중에 뿔뿔이 흩어져 생사도 알지 못하게 됐다. 권오기의 아들 권대용은 권오설의 양자가 됐다. 권대용은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후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집안에 남은 유일한 남자 후손이던 권대용은 작은 문방구를 운영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빨갱이’ 자식이라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은 사회에서 철저히 배제된 삶을 살게 했다. 가족이 ‘완전히 배제되고 있다’는 고립감은 물리적 폭력 이상으로 가혹한 심리적 압박이었고 저열한 폭력이었다. 책은 연구소가 국사편찬위원회 의뢰를 받아 진행한 ‘독립운동가 후손 구술 수집사업’에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풀어놓은 삶의 이야기를 소설식으로 구성했다. 연구원들은 독립운동가 후손을 만나 많게는 9시간 이상 인터뷰하고 녹취록 보고서를 작성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독립운동가 후손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자 이 책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책엔 장재성 지사의 아들 장상백, 이관술 지사의 외손녀 박경희와 손옥희, 김상덕 지사의 아들 김정륙, 이효정 지사의 아들 박진수, 김창숙 지사의 손녀 김주, 권오설 지사의 양자 권대용, 최능진 지사의 아들 최만립, 류자명 지사의 손자 류인호, 차리석 지사의 아들 차영조, 김진성 지사의 아들 김세걸, 원심창 지사의 양자 원형재씨의 삶이 옮겨졌다. 100년이 지난 후 마주한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후손들의 현재를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바라봐야 하는지, 그들의 음성으로 풀어낸 이야기를 통해 성찰하게 한다.

변화의 시대,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外 [신간소개]

■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김상욱 지음·동아시아 펴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배워야 하는 분야도 변한다.10년 전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코딩’ 열풍에 코딩을 모르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 도래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인공지능(AI) 기술자들은 더 이상 코딩이 필요 없는 시대라고 지적한다. AI와 기술 변화가 빠른 시대, 사람들은 앞으로 무엇을 배우고 알아가야 할지 해답을 찾아나선다. 지금 내가 배우는 것들이 과거의 ‘주판’처럼 무용한 것이 되는 건 아닌지 고민한다. 이러한 질문에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변화의 시대에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변치 않는 진실을 알린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강조한 ‘10년 뒤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 이 책은 ▲자연법칙과 인간 본성 ▲우리 안의 욕망과 편향 ▲미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역사 ▲끊임없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는 인간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통해 변화를 이해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물리학의 에너지보존법칙처럼 변하지 않는 것을 찾는 일이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출발점임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하는 것보다 찾기 쉽다. 적어도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사실 변하지 않을 것을 충분히 찾아두면 변화를 예측하기도 쉽다. 변하지 않는 것들이 변화의 방향에 제약을 준다”고 내다봤다. ■ 진달래 눈물의 비브라토(김어진 지음·현대시학사 펴냄) 단순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무기 삼아 시를 짓는 김어진 시인이 신작을 펴냈다. 이번 시집 ‘진달래 눈물의 비브라토’에서 작가는 “시를 읽고 감동의 공감으로 고통과 연민을 느꼈으면 성공”이라며 ‘공감’과 ‘연민’은 단짝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엔 다양한 풀꽃이 등장한다. 봄을 대표하는 진달래, 메밀꽃, 오얏꽃 등 우리 주변의 흔한 꽃은 물론이고 네잎클로버와 잡초까지 들꽃이 가진 생명력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문학평론가 전해수는 “풀꽃은 이른바 비와 바람과 흙을 연결지으며 우주의 작은 풀꽃으로 그 생명성이 여전히 남아 우리 곁에 머문다”며 “시인이 깨달은 생의 모습은 ‘다 지나가는 것’, ‘아프고 낫고 하다가 다 지나가는 것’, ‘만나고 헤어지고 하다가 다 지나가는 것’ 등 모두 지나가는 것에 불과한 ‘보잘것없음’의 비애감에 다다르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김어진 시인의 시의 핵심을 “생활이면서도 삶이고 또한 다채로운 ‘사연’의 존재”라며 “그러나 풀꽃의 생명성처럼 작은 생(生)들의 사연이 소환된다”고 평했다. 인천 부평 출신인 작가는 건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17년 ‘리토피아’로 등단했다. 시집 ‘달보드레 나르샤’, ‘옳지, 봄’, ‘항아리속의 불씨' 등을 발표했으며 한국시인협회, 현대시학회, 인천문인협회, 문학의창에서 창작활동을 하며 현재 인천문화예술소통연구소 대표로 있다.

“삶의 나이테 담긴 ‘반려책’ 만들어보세요”…책 처방사 정지혜씨 [인터뷰]

어려서부터 책을 워낙 좋아했기에 책 관련 직업을 갖게 될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당연한 듯 순리대로 출판사에 들어가 2년 여 편집자로 일했다. 즐겁고 보람있는 일이었지만 ‘천직’일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합정역 근처의 한 독립서점 직원으로 일터를 옮겨 “책을 골라달라”는 손님들의 요청에 비로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깨닫게 됐다. 파주의 ‘사적인서점’ 대표이자 도서 ‘꼭 맞는 책’의 저자 정지혜 씨가 한 사람을 위해 책을 고른 10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저는 직업에세이 읽는 걸 좋아하는데요, 세상의 다양한 직업을 지금의 나에게 접목해서 생각을 확장하면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게 되고, 풀리지 않던 매듭도 쉽게 풀릴 때가 많습니다.” 지금은 흔한 1인 미용실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익숙지 않은 풍경이었다. ‘꽃 구독’도 마찬가지다. ‘생화’를 정기적으로 배송받다니,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덴마크에 있다는 ‘마을 주치의’도 마찬가지였다. 정씨가 이 직업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 자신이 하고 있는 ‘책’과 연결해봤다. 의사가 환자를 문진하듯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에 맞는 책을 처방하면 어떨까. 삶의 불안이나 고통, 새로운 도전을 앞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처방하는 일은 정씨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사적인서점’의 문을 열고 책 처방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평소엔 보통의 서점으로 운영되지만 정씨만의 ‘책 처방’을 받기 위해선 손님도 몇 가지 준비를 해야 한다. 우선 책 처방이 가능한 날짜를 찾아 예약해야 하는데 성별, 나이, 지금 하고 있는 일, 고민, 신청한 이유 등을 적어 신청서를 내야 한다. 독서 취향과 관련된 항목도 있다. 분량과 관계 없이 생각과 사유가 필요한 질문들이다. “책 처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질문은 최근 읽은 책 3권과 그 책을 선택한 이유, 가장 좋아하는 책 3권과 이유인데요, 이 책들 사이의 관통하는 공통점을 찾다 보면 처음 만난 사이여도 상대가 갖고 있는 고민이나 관심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손님이 작성한 신청서를 토대로 1~2시간 책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약을 조제하듯 10분 정도 서가에서 책 고르는 시간을 갖는다. 그렇게 3권의 책을 골라, 각 책을 고른 이유와 설명을 덧붙이고 그중 마음에 드는 한 권의 책을 선물하면 책 처방이 마무리 된다. 책 처방 신청을 거치지 않아도 나에게 필요한 책을 고를 수 있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좋아하는 일을 나답게 즐겁게 지속가능하게 이어 가고 싶은 당신에게’, ‘삶의 불확실성을 끌어안고 싶은 당신에게’, ‘실패가 두려운 당신에게’,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등 책 표지에 적힌 15가지 처방 문구를 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처방전을 골라 책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다. 책 제목, 표지, 저자 등이 가려놓았는데, 선입견 없이 책에 그어놓은 밑줄과 포스트잇에 의존해 잘 맞는 책을 고르도록 한 정씨의 배려다. 정씨는 ‘재독’의 장점을 강조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주기적으로 꺼내어 밑줄 그을 수 있는 ‘반려책’의 존재는 자신의 나이테를 확인할 수 있는 흔적이 되고 삶의 나침반이 된다는 것. “사람은 누구나 변하잖아요. 저 역시 과거의 내가 그어놓은 밑줄에 동의가 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어요. 새로운 문장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요. 책 한 권을 통해 나의 마음의 성장을 확인하게 됩니다.” 10년간 1천800여명에게 책 처방을 해 온 정씨는 자신이 인생책으로 미야노 마키코·이소노 마호의 ‘우연의 질병, 필연의 죽음’을 꼽았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불확실성 때문에 고민하기 마련인데요, 삶과 죽음, 우연과 필연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작은 해답과 위로를 얻을 수 있으실 겁니다.”

아이와 부모를 위한 문장과 필사 [신간소개]

아이들은 꽃이고 희망이다. 시대가 변해도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이런 꽃을 잘 가꾸고 마냥 예뻐해주고 싶지만 육아의 세계에선 쉽지 않다. 어른 역시 그런 보살핌을 받지 못했거나, 마음을 읽어주는 말을 들으며 자라지 못한 경우도 많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으면서 어른의 마음도 읽어주는 책들이 최근 출판계에서 눈에 띄게 발간되고 있다. 아이와 어른 모두 서로와 자신을 이해하고 쓰다듬을 수 있는 책을 만나봤다. ■선생님도 그랬어!(한지현 지음, 루리책방 펴냄) 긴 시간 교단을 지켜온 한지현 교사가 교실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맑은 민낯과 자신의 서툰 진심을 글로 옮겼다. 교실이란 작고도 커다란 우주에서 아이들이 하루를 분투하고 이겨내고 성장하고 피어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인공지능의 시대,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아이들의 미래는 안갯속처럼 불투명해 보인다. 이런 시대에 인간의 위대함은 단순히 공부를 잘하거나 똑똑한 것에서 빛을 발하지 않는다. 깊게 삶을 사유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삶의 여백을 즐길 줄 아는 태도에 있다고 한 교사는 말한다. 그리고 어른들에게 당부한다. 아이들이 제 삶의 주인으로 당당히 서기를 빌어주는 마음, 각자가 가진 고유한 빛깔 그대로, 자신의 속도에 맞춰 피어나도록 곁을 지켜주는 넉넉함이 모이기를. ■고전에서 배우는 부모의 품격(임영주 지음, 이상기후 펴냄) 부모는 헤매고 흔들리는 존재다. 화내지 않으려 해도 또 화내는 나를 마주할 때면 스스로 무너지기도 한다. 부모교육전문가 임영주 작가는 EBS ‘부모’ ‘다큐프라임’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해 대화법, 아빠육아, 황혼육아 등 육아의 현실적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부모의 말과 태도가 아이의 성장을 결정짓는 핵심이라고 체감해 책을 펴냈다. 저자는 그 말의 태도와 품격을 고전에서 찾았다. 하루 한 장씩 읽으며 필사로 습관화하고 함께 토론 공유, 공유하며 현실 육아에서 막히는 상황이 생기면 해당 장을 곧바로 찾아 실마리르 얻을 수 있게 했다. 육아 태도와 말투를 점검해 아이와 부모 모두 품격을 높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너는 꽃이야, 별이야, 바람이야(오은영 지음, 김영사 펴냄) ‘국민 멘토’ 오은영 박사가 육아하며 순간순간 맞이하는 위기에 아이에게 들려주면 좋을 말을 문장으로 써내렸다. 오 박사는 이 책을 ‘나를 다독이고 아이를 살리는 필사’라고 말한다. 아이를 키우며 부모도 큰다. 아이에게 하는 말과 반응하는 영역은 부모의 결핍이나 어릴 적 겪었던 어떠한 어려움일 가능성이 크다. 아이에게 건네는 말이 곧 부모 자신의 마음을 비추는 언어가 되는 이유다. 책은 아이는 물론 부모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며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수십 년간 상담과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길어 올린 문장들은 부모와 아이를 더 단단하고 평온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애들 책인 줄 알았는데” 마법천자문·메이플, 20대가 40대 부모 앞질렀다

2000년대 수천만부의 판매고를 올렸던 베스트셀러 학습만화들이 최근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어릴 적 만화를 보며 자란 세대가 만화나 영상을 재생산해 공유하며, 과거 회상을 통해 새로운 문화 유행을 만들고 있다. 주목받은 만화책들은 2000년대 출간해 청소년 세대 사이 흥행했다. 대표적으로 2001년 출간한 살아남기 시리즈는 3천500만부의 판매고를 올렸고 ▲2003년 출간한 보물찾기 시리즈 2천350만부 ▲2003년 출간한 마법천자문 누적 2천200만부 ▲2004년 출간한 코믹 메이플스토리 누적 1천850만부 ▲2006년 출간한 내일은 실험왕을 비롯한 ‘내일은’ 시리즈는 1천200만부 등이 판매됐다. 이 작품들은 한자, 과학, 역사 등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교과 지식에 소년 만화 특유의 방대한 세계관과 판타지 모험 서사를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한자 마법, 원정대 탐험, 생존 탈출기 등 흥미진진한 만화적 상상력 속에 주인공들의 입체적인 성장기와 탄탄한 스토리를 녹여내며 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중반 출생 독자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마법천자문’ 인기 캐릭터 혼세마왕의 대사나, ‘코믹 메이플스토리’에서 에아를 잃은 도도의 비극적인 장면 등 구체적인 서사를 다룬 콘텐츠는 200만~500만회의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20대들의 짙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최근 인스타그램 유저 gomanhae는 과거 인기를 모았던 학습만화 주인공을 그린 그림이나 공감을 얻을 릴스를 올려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콘텐츠들은 5월 2일부터 8일까지 인스타그램에서 1주일 만에 총 조회수 1천400만회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해당 유저는 콘텐츠 제작 계기에 대해 “성인이 되어 작품을 다시 보니 어릴 땐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선이 색다르게 와닿았다”며 “과거 종이로만 접하던 만화를 현세대에 맞춰 숏폼으로 재해석해, 여러 사람과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추억을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인사이트에 따르면 콘텐츠를 소비한 사람 중 20대가 60% 내외”라며 “어릴 때 기억과 추억을 떠올리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DM을 받으며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뿌듯했다”고 덧붙였다. 구독형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서재에서도 20대들의 학습만화 독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어린이 만화책은 일반적으로 만화를 소비하는 어린이들의 부모 세대인 40대 남녀의 조회 수가 높게 나타나는 반면, 해당 학습만화는 20대 독자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21일 기준 마법천자문 1권은 독자 중 41.6%가 20대였고, 코믹 메이플스토리 1권은 50.3%에 달했다. 두 만화책 설명란엔 “어린이 분야는 40대 여성이 가장 즐겨 보는데, 이 책은 20대 남성(여성)이 많이 보고 있어요”라는 내용이 뒤따른다.전문가들은 이 같은 20대의 ‘학습만화 역주행’ 열풍을 단순한 과거 회상을 넘어, SNS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놀이 문화’로 진단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 즐겨보던 만화를 밈으로 공유하고 함께 즐기는 과정에서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라는 정서적 연대감과 소속감을 얻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어릴 적 좋아하던 콘텐츠의 익숙함에서 위안과 즐거움을 찾는 것은 외국 디즈니 숍에 성인용 캐릭터 상품이 있는 것처럼 인간의 보편적인 성향”이라며 “과거의 공통된 추억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가공해 소비하는 청년층의 레트로 트렌드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너와 나, 우리를 위한 고요한 위로... ‘하나가 걷는 세상’ 外 [그림책 이야기]

다채로운 세계관을 보여주며 독자를 다독이는 게 그림책의 매력 중 하나라면 두 권의 책은 이 전제에 딱 걸맞는다. 전쟁의 공포가 일상이 되어버린 팔레스타인에서 살아가는 아이의 시선을 따라간 ‘하나가 걷는 세상’과 인천에 자리 잡은 화교 1세대의 삶을 담담하게 그린 ‘바람’. 우리가 품고 살아야 하는 삶의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무엇을 기억하고 살아야 하는지 잔잔하고 은은하게 속삭인다. ‘하나가 걷는 세상’(꼬마눈사람 펴냄)은 작가 유영이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첫 번째 이야기다. 그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살아남은 평범한 팔레스타인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감히’ 써내려갔다 표현했다. 주인공은 아랍어로 ‘기쁨’이란 뜻을 지닌 하나. 마음 속에 자라는 속도가 매우 느린 레몬나무를 심은 하나는 와르르 무너진 건물 틈과 산산조각 난 옷장 속에서 혼자 할 수 있는 마지막 놀이, 보물찾기를 매일한다. 버려진 자투리인형을 만나고 또 헤어지고 다시 그 인형을 만나는 사이 여전히 어른들은 싸우고 있다. 그래도 하나와 자투리 인형은 레몬나무가 자라는 속도로 조금씩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 책에 수록된 11곡의 음악과 함께 하나의 세상을 걷다보면 어느새 비극과 참사가 반복되는 세상에 놓여진 아이들에게 다정한 위로와 희망을 건네고 싶어진다. ‘바람’(개똥이 그림책 펴냄)은 한 개인의 기억을 넘어, 떠나온 이들 마음속에 남아 있는 ‘고향’의 의미를 조용히 되묻는다. 중국 산둥성 푸산현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인천에 자리 잡은 화교 1세대의 삶을 따뜻한 색감과 글로 풀어냈다. 낯선 땅으로 건너와 새로운 삶을 일궈야 했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그 다음 세대인 손녀의 시선으로 조용히 되짚는다. 이번이 첫 책인 백미진 작가는 고향을 떠나야 했던 역사와 개인의 삶 교차하는 지점, 한 세대가 품고 살아온 깊은 그리움을 노련하게, 또 바람처럼 잔잔하게 전한다.

“양자에 이른 기술혁명, 인간을 다시 묻다” 도서 ‘퀀텀의 시대’ 外

과학은 흔히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진보의 역사로 읽힌다. 그러나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터, 지능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실이 된 시대에는 기술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양자기술의 원리와 미래를 쉽게 풀어낸 입문서와 동서고금 과학자들의 고민과 선택을 따라가는 과학철학 에세이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삶을 함께 바라보게 한다. ■ 퀀텀의 시대 인공지능(AI)과 함께 차세대 게임체인저로 꼽히는 양자컴퓨터를 둘러싼 경쟁이 세계적으로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기술 선점에 나섰고, 기업들 역시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압도적인 속도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면서다. 금융·안보·인공지능 등 사회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퀀텀의 시대’는 국내 양자정보 연구 1세대이자 양자컴퓨터 과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이순칠 카이스트 명예교수가 양자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풀어낸 책이다. 국내 최초로 병렬처리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한국연구재단 양자기술단장을 지낸 저자는 전작 ‘퀀텀의 세계’를 통해 난해한 양자역학을 쉽고 흥미롭게 설명하며 대중의 호평을 받았다. 저자는 미시 세계의 질서를 드러낸 양자물리학의 등장을 인류 문명을 바꾼 첫 번째 ‘퀀텀 점프’로 규정하고, 이를 응용한 양자컴퓨터가 또 한 번의 거대한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전망한다. 책은 과거-미래-현재라는 독특한 구성으로 양자물리의 탄생과 인식의 전환, 양자컴퓨터의 활용 가능성, 세계 각국의 투자 경쟁과 기술 개발 현황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특히 아직 ‘최종 승자’가 정해지지 않은 양자컴퓨터 기술 경쟁의 현주소를 짚어내는 대목에 주목할 만하다. 초전도 방식, 이온덫, 중성원자 등 다양한 기술이 각축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기술 패권 경쟁의 실체를 보여준다. 나아가 양자컴퓨터가 불러올 윤리적 쟁점과 사회적 변화까지 살피며 시대와 문명을 성찰하게 한다. 저자는 양자기술을 먼 미래가 아닌 이미 시작된 변화로 바라보며, 다가올 ‘퀀텀의 시대’를 읽어낼 통찰을 제시한다. ■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 생성형 인공지능, 피지컬 AI 등 첨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도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과학은 흔히 차갑고 냉철한 이성의 산물로 여겨지지만, 과학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과 도전, 실패와 선택이 존재한다. ‘과학을 인간답게 읽는 시간’은 기술과 과학의 성과보다 이를 만들어낸 사람과 사회, 철학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책이다. 과학 전문 번역가 전대호의 첫 에세이인 이 책은 과학자와 대중, 사회와 철학이 만나는 지점을 탐색한다. 서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철학을 공부하고 30여 년간 100권이 넘는 과학·철학 서적을 번역해 온 저자는 과학의 성과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선택과 사회적 맥락을 들여다본다. 총 5장으로 구성된 책은 피보나치가 아라비아 숫자를 유럽에 확산시킨 과정부터 특허를 포기한 마리 퀴리, 57세에 새로운 연구 분야에 뛰어든 슈뢰딩거의 도전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과학자의 탐구심과 용기, 사회적 책임을 조명한다. 또한 열기구 비행에 열광한 군중과 오늘날 과학 홍보의 관계, 수천 명의 연구자가 참여하는 현대 과학의 협업 구조를 살피며 과학이 사회와 분리된 영역이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챗GPT와 휴머노이드가 일상으로 들어오는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성찰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저자는 “AI가 지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논의보다 AI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간이 기계를 닮아가는 시대, 기술 발전의 이면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보게 한다.

무기력 시대, 몸과 마음의 역량을 높이는 회복의 과학 ‘몸이 마음을 만든다’ 外

■ 몸이 마음을 만든다(윤대현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A씨는 최근 들어 느껴지는 이유없는 불안, 몸이 축 처지는 느낌, 운전 중 갑작스런 공황 증상을 느꼈다. 심리 문제인가 싶어 정신과 의사를 찾았지만 의사는 뜻밖에도 “혈액 검사 결과도 같이 보자”는 말을 한다. 정신과에서 혈액 수치를 보는 이유가 뭘까. 염증,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등 몸의 대사가 흔들리면 뇌와 신경계도 함께 예민해질 수 있다는게 최근 의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대사정신의학’의 핵심이다. 이 책은 건강검진센터와 연계된 멘탈 클리닉에서 몸과 마음의 데이터를 함께 읽어온 저자 윤대현 서울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임상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사 시스템이 무너지고 몸속 염증이 증가하면 그 신호는 때로 ‘불안’, ‘공황’, ‘무기력’이라는 마음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마음이 아픈 줄 알았는데 몸의 시스템이 함께 무너지고 있었던 것. 저자는 “극심한 변화로 에너지가 고갈된 시대에는 마음을 다잡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쉬어도 풀리지 않는 피로와 무기력, 반복되는 불안과 우울에서 벗어나려면 마음을 지탱하는 몸의 시스템부터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다가오는 이마와 검은 털 고양이(박솔뫼 지음, 마음산책 펴냄) 김승옥문학상, 문지문학상, 김현문학패, 동리목월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독특한 문화적 영토를 구축해온 소설가 박솔뫼의 첫 짧은 소설집이 출간된다. 이번 작품집에는 활동 초기에 발표한 글부터 최근작까지 열세 편의 이야기와 세 편의 에세이까지 담겼다. 박솔뫼의 문장은 독자를 논리로 설득하기보다 온전히 감각하게 만든다. 낯선 호텔방의 서걱거리는 이불, 창가에 스며드는 뜨거운 햇볕과 밤의 눅눅한 습기 등 박솔뫼는 인물들이 머무는 장소의 미세한 공기와 흐름을 집요하게 포착해 문장과 문장 사이에 심어놓는다. 작가는 이 책을 두고 “밤이 깊어갈 때 머리맡에 두고 펼쳐 읽는 ‘침대책’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소설집의 인물들이 거리와 시간을 초월해 기억하고, 멀리 떨어진 존재들을 불러내는 움직임을 쫓다 보면 저마다의 시공간에 놓인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정한 연결 고리가 돼 줄 것이다.

‘기쁨에 이르는 공간’…남양주 ‘도이책방’

남양주 별내동에 위치한 ‘도이책방’ 배승연 대표는 인간을 위협하는 기술 앞에 점차 사라져가거나 잊혀지는 것들을 바라보며 ‘나는 무엇을 끝까지 지키고 싶을까’ 고민했다. 기계로는 대체될 수 없는 생각들, 인간만이 가진 ‘온기’ 같은 것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런 것들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공간이 어디일까, 책방을 떠올렸다. 배씨는 가구회사에서 브랜딩과 제품 개발 PM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책’이라는 사물이 좋아 오랜 꿈을 덜컥 실현해버렸지만 어쩌다보니 직장과 책방을 병행하는 ‘투잡러’가 됐다. 그는 “남양주시 청년 정책인 ‘별내 청년창업랩’에 선정된 덕에 오랜 마음을 펼칠 수 있게 됐다”며 “지난 3월18일 문을 열어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서점 창업을 준비하며 인테리어 과정, 하루하루 챙겨야하는 것들을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기록했다. 공사 과정 중 예기치 못한 누수가 발생해 난관에 봉착하기도 하고, 생각처럼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으며 공간에 대한 애착과 애정을 키웠다. 배씨는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초기 자본을 아끼고 싶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공간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며 “페인트칠부터 가구 배치, 조명 하나까지 친구들과 가족들이 함께해 스스로에게도 위로가 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막 문을 연 도이책방의 책 기준은 ‘나에게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다. 어떤 한 분야에 집중하기 보단 상황에 따라 필요한 책을 꺼내볼 수 있는 서가를 꾸미려고 노력한다. 그는 “어린 시절엔 가난이라는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책에 기대곤 했고, 일에 대한 고민이 많은 때는 자기계발서를 펼쳐보기도 했다”며 “인생에 답을 찾고 싶거나 쉼과 여유가 필요할 때 책은 언제나 옳았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이를 도, 기쁠 이’의 뜻을 품은 도이책방은 기쁨에 이르는 것을 수집하며 그런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월간 큐레이션 형태로 독립출판 작가들과 협업해 다양한 출판물을 소개하며 세상에 있는 작은 행복과 다정한 시선을 책방에 모아둘 예정이다. 그는 “로봇이 책을 읽어주는 시대에 사람들이 굳이 책방을 찾을까 고민하기도 하지만 그런 낭만과 작은 고집이 없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지역의 도움 속에서 성장하는 곳인 만큼 남양주 별내동 주민들에게 ‘가면 괜히 기분 좋아지는 곳’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혈연 너머, 삶의 마지막에도”… 도서 ‘위탁된 가족’·‘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형태는 모두 다르지만 우리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서로를 돌보고, 기대고, 때로는 떠나보내며 살아간다. 어떤 이는 혈연 밖에서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만들어가고, 어떤 이는 삶의 마지막 순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놓아야 하는 선택과 마주한다. 두 권의 책은 보호가 필요한 아이를 품은 위탁가정의 현실부터 삶의 끝자락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마주한 선택까지 담아내며 오늘날 가족의 의미와 관계의 본질을 돌아보게 만든다. ■ 위탁된 가족 ‘위탁된 가족’(다각)은 낳지도, 입양하지도 않았지만 한 아이의 보호자가 되기로 한 ‘위탁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저자 배은희는 11년 전 생후 11개월 된 아이를 맡으며 위탁부모가 됐고, 이후 위탁가정의 현실과 제도적 한계를 꾸준히 사회에 알려왔다. 작가는 전국의 비혈연 위탁가정 아홉 곳을 인터뷰하며 혈연이 아닌 관계로 맺어진 가족의 모습을 글로 기록했다. 7장으로 구성된 책은 위탁가정을 특별하거나 거창한 희생의 영역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보통의 일상’을 내어주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가족이란 결국 누군가를 돌보고 책임지는 관계임을 보여준다. 동시에 위탁가정이 마주하게 되는 편견과 호기심 어린 시선, 혈연 중심의 제도권 밖 현실도 함께 짚는다. 저자는 위탁부모들의 선의만으로 유지돼온 돌봄의 현실을 짚으며,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을 사회가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책에 등장하는 가정들은 베이비박스 아기를 키우는 가족, 새터민 위탁가정, 장애 아동을 돌보는 가족 등 각기 다른 사연을 지녔지만, 공통적으로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가족이 되기로 한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 책은 “가족의 뿌리는 혈연이 아닌 사랑일 수 있지만, 가족을 버티게 하는 힘은 제도와 지원, 그리고 사회의 관심”이라고 말한다. 저출생과 1인 가구 증가, 돌봄 공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오늘날 남다른 의미를 전한다. ■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남은 삶을 의미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흐름출판)는 서울대 암병원에서 18년째 종양내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는 김범석 교수가 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의 마지막 시간을 지켜보며 기록한 에세이다. 해가 갈수록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와 연명의료를 하지 않거나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건수도 늘어나는 가운데, 저자는 삶의 끝자락을 마주한 환자와 가족들의 모습을 오랜 시간 곁에서 지켜봤다. 그는 그 과정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게 됐고, 그렇게 얻은 깨달음을 기록으로 남겼다고 말한다. 책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마지막까지 삶을 연장하려는 환자, 죽음을 앞두고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노인, 의식 없는 어머니를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남매, 폭력적이었던 아버지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딸 등 환자와 가족들의 선택은 제각각이다. 저자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과연 최선이었을까”라고 자문한다.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둘러싼 갈등과 존엄한 죽음을 향한 고민, 끝까지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의료 현장의 압박 속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묻는다. 특히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에서 돌봄과 임종, 가족의 책임이라는 문제를 외면할 수 없게 된 현실을 담담하게 비춘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됐다. 1·2부에서는 예정된 죽음 앞에 선 환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3·4부에서는 종양내과 의사로서 저자가 마주한 윤리적 고민과 의료 현실을 담아냈다. 저자는 환자들의 마지막을 통해 “남은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건넨다. 삶과 죽음은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의 문제라는 점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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