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책이 주는 깊은 감동…'창조적 시선' 외 [책소개]

500페이지 이상의 두껍고 무거운 책을 일컫는 ‘벽돌책’ 읽기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30초도 안 되는 짧고 자극적인 영상을 쫓는 도파민 세대에게 긴 호흡의 벽돌책은 두꺼운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깊이감과 200쪽짜리 도서를 한두 권 읽는 것과는 또다른 쾌감을 선사한다. ◇창조적 시선(김정운 지음)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이 2023년 펴낸 책으로 1천28쪽에 달한다. 이 책은 ‘인간은 언제부터 창조적이었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오늘날 일상어가 된 ‘창조’는 192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해 1980년대에 들어 꽃을 피운 단어로 100년도 안된 역사를 갖고 있다. 지은이는 ‘그렇다면 왜 창조라는 단어가 필요했을까’ 되묻는다. 사소하지만 역사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공부한 결과물을 담은 것은 ‘창조적 시선’이다. 빈·뮌헨·바이마르·라이프치히·데사우·베를린까지 바우하우스 로드를 직접 걸으며 미술, 건축, 음악, 디자인, 산업, 정치, 역사 등 거의 모든 분야를 10년간 탐구한 결과물을 집약해 보여준다. ◇독서의 즐거움(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이옥진 옮김) 누구나 고전을 읽고 싶어하고,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디어에 길들여진 인간은 환경을 탓하며 독서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독서의 즐거움’의 저자 수잔 바우어는 미디어가 독서를 방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독서는 애초에 ‘훈련’이 필요한 활동이라고 말한다. 스마트폰과 TV가 등장하기 전부터 독서는 집중을 요하는 활동이었고 특히 고전을 읽는 것은 고도의 숙련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고전에 입문하고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796쪽에 걸쳐 자세하게 소개한다. 고전으로 책 읽는 자세를 다지고, 소설·자서전·역사서·희곡·시·과학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끈다. 저자가 알려준 독서법대로 추천 작품을 하나씩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덧 혼자서 고전을 읽는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조선 선비에게 그림은 '수양'이었다...임태승 교수, 조선 회화 미학 집대성

“조선시대 문인들에게 그림은 자연을 그대로 묘사하는 작업이 아니라 자신의 정신과 철학을 표현하는 행위였습니다.” 동아시아 미학을 연구해 온 임태승 성균관대 교수 겸 유가예술문화콘텐츠연구소장은 조선 회화를 이렇게 설명했다. 10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그의 말처럼 조선의 문인 화가들에게 그림은 단순한 시각예술이 아니라 인간의 수양과 정신적 이상을 표현하는 하나의 사유 방식이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한중연)이 추진하는 ‘한국학대형기획총서사업’의 예술 분야 첫 연구 성과가 최근 출간됐다. 이 사업은 한국학 기초 연구를 장기적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2020년부터 향후 10년간 학술, 문화, 예술 세 분야에서 총 150권의 연구총서를 발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중연 부설 한국학진흥사업단 사업관리실 김도형 담당은 “그동안 한국학 연구가 문학·사학·철학 중심으로 이뤄져 왔다면 예술 분야는 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집적할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 성과를 축적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한국예술총서가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예술 분야 첫 성과로 ‘한국예술총서’ 제1권 ‘조선시대 화론의 회화미학개념 계보 연구’을 집필한 저자 임태승 교수는 조선 회화를 이해하려면 그림 자체뿐 아니라 ‘화론(畫論)’이라는 텍스트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화론은 그림을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과 감상을 기록한 글로 조선시대 문인들이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을 담고 있다. 그는 “조선에서는 문인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또 그 그림에 대한 이론과 평가를 남겼다”며 “그림과 화론이 함께 하나의 예술세계를 이루고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조선시대 회화는 단순한 재현의 예술이 아니라 인격과 정신, 자연과의 합일, 그리고 예술적 수양의 문제와 깊이 연결돼 있다. 문인들은 산수화나 사군자 같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도덕적 이상과 정신적 지향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임 교수는 조선 초기부터 후기까지 남아 있는 화론을 분석해 그 안에 등장하는 미학 개념을 추출하고 이러한 개념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추적했다. 이를 통해 조선 회화가 어떤 미적 가치와 사유 속에서 형성됐는지를 살펴보려 했다. 그는 “문인 화가들에게 예술은 단순한 기법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수양과 정신적 이상을 실현하는 과정이었다”라며 “화론을 보면 그들이 어떤 미학적 개념과 가치를 중요하게 여겼는지가 드러난다”고 전한다. 이번 연구는 일반 독자를 위한 교양서라기보다 후속 연구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기초 학술자료의 성격이 강하다. 임 교수는 “방대한 화론 자료를 통해 조선 회화를 읽는 또 하나의 접근 방식을 제시하고자 했다”며 “이러한 자료가 앞으로 조선 회화와 예술문화를 연구하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번 총서를 시작으로 전근대부터 근현대까지 한국 예술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축적할 계획이다.

'K-그림책'의 쾌거…이억배, ‘오누이 이야기’, 볼로냐 라가치상 특별부문 대상 수상

1980년대 경기지역에서 민중미술을 이끈 이억배 작가의 옛이야기 그림책 ‘오누이 이야기’가 제63회 볼로냐 라가치상 특별부문 대상에 선정됐다. 오랫동안 예술에 시대를 반영해 온 그는 한국 창작그림책 1세대 대표 작가다. 민중미술 화가로 활동하다 1995년 명절 고향으로 향하는 ‘솔이의 추석이야기’를 펴내며 잇달아 민족성, 전통 화풍이 담긴 그림책 작업을 해왔다. ‘세상에서 제일 힘 센 수탉’,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모기와 황소’ 등 한국적인 그림과 정서, 평화를 담은 특유의 풍속화적인 그의 그림책은 대중의 호응을 받고 있다. 이번 수상작은 해님 달님 설화를 담은 그림책이다. 1996년도에 출판한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새롭게 작업해 2020년 펴낸 것으로 ‘이억배표 호랑이’와 그림에 소박하고 친근한 정취를 담았다. 털 한 올 한 올이 생생한 호랑이와 주인공들의 익살스러운 표정, 구불텅한 고목 등이 옛 민화의 정취를 그대로 품은 듯 살아있다. 볼로냐 라가치상은 아동 출판 분야의 권위 있는 상으로, 매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시상 및 발표된다. 픽션·논픽션·코믹스 등 부문을 나누고 다양한 특별부문을 신설해 시상해 왔다. 올해는 ‘우화’와 ‘옛이야기’를 특별상 주제로 삼았다. 시상식은 올해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 기간인 다음 달 13∼16일에 열릴 예정이다.

성인 독서율 38.5% ‘역대 최저’...20대 독서율은 반등

지난해 성인 종합독서율이 하락한 가운데 20대 청년층 독서율은 반등하며 청년층과 중장년층, 노년층 간 뚜렷한 독서율 차이가 드러났다. 6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 종합독서율이 38.5%로 하락한 반면, 20대 청년층의 독서율은 반등하며 세대 간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문체부는 만 19세 이상 성인 5천명과 초등학생(4학년 이상) 및 중·고등학생 2천400명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지난 1년간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38.5%, 종합독서량은 2.4권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조사인 2023년 대비 각각 4.5%포인트(p), 1.5권 감소한 수치다. 학생 종합독서율 역시 94.6%로 1.2%p 줄었고, 독서량은 31.5권으로 4.5권 감소했다. 평일 기준 하루 평균 독서 시간은 성인 18.2분, 학생 70.3분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하락세 속에서도 20대(만19~29세)의 약진이 돋보였다. 20대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75.3%로 이전보다 0.8%p 상승했다. 특히 20대 전자책 독서율(59.4%)이 종이책(45.1%)을 크게 웃돌아 청년층을 중심으로 디지털 독서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문체부는 최근 도서전 방문 및 야외 독서 등 ‘독서 공유(Text-Hip)’ 열풍이 청년층의 관심을 이끈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소리책(오디오북) 독서율도 60대 미만 모든 연령대에서 상승하며 새로운 독서 매체로 부상했다. 독서 목적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됐다. 성인 응답자는 책 읽는 것이 재미있어서(20.3%)를 1순위로 꼽았다. 과거 지식 습득이나 마음의 위로를 중시하던 것과 달리 독서 본연의 즐거움에 대한 인식이 강해진 것이다. 반면 독서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는 성인과 학생 모두 일(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성인 25.7%·학생 30.4%)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어 스마트폰 등 책 이외의 다른 매체·콘텐츠 이용이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소득과 연령에 따른 격차 현상은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다. 60세 이상 고령층 종합독서율은 14.4%에 그쳐 20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 월평균 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 독서율은 13.4%로 500만원 이상 고소득층(56.1%)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한편, 최휘영 장관이 이끄는 문체부는 일상 속 맞춤형 독서 문화 확산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추진한다. 지역 서점의 생애주기별 프로그램 신설, 독서경영 우수직장 문고 지원 확대 등을 도모할 계획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책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소중한 자산”이라며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출판 콘텐츠 제작과 전자책·소리책 열람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삶의 끝에서 만난 수업 [신간소개]

■ 에리카 하야사키 지음·이은주 역음· 북모먼트 펴냄 ‘무너진 마음’이 가득한 시대다. 특히나 한국사회에서 우울과 자살의 문제는 더 이상 놀라운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저자는 기자로 수많은 참사를 취재해 온 이다. 오랫동안 죽음을 가까이에서 다루면서도 그 끝을 설명할 언어를 끝내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그는 미국 뉴저지주 킨(Kean) 대학교의 죽음학 수업을 알게 된다. 저자는 학생이자 기자의 위치로 강의실 안에서 ‘죽음의 수업’을 4년간 밀착 취재했다. 우선 이 수업을 찾는 학생들부터 남달랐다. 학생들은 대체로 삶의 가장 취약한 지점에 있었다. 가족의 자살, 폭력과 학대의 기억, 가난의 그늘, 범죄와 중독에서 버티는 이들이었다. 강의를 이끄는 보건정책학 박사이자 20년 넘게 간호사로 일한 노마 보위 교수는 학생들에게 이론이 아닌, 현실에서 죽음을 끝까지 바라보게 했다. 자신의 추도사를 상상하게 하고 묘지, 장례식장, 호스피스 현장으로 학생들을 이끈다. 저자는 강의실 안팎에서 벌어지는 학생들의 변화를 집요하게 따라간다. 그리고 이 수업이 가르친 내용을 책의 말미에 독자들이 스스로 깨닫게 한다. 죽음학 수업이 가르치는 것은 자기의 삶을 사랑하는 법이었다는 것을. 책에서 저자는 관찰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학생들의 일상과 고통의 내밀한 맥락을 따라가며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강의실에 오게 됐는지를 드러낸다. 살아갈 이유를 잃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자신만의 틀과 세계에 갇힌 사람들의 제각각 사연은 비극이지만 이야기는 비극에 고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위기를 넘고 단계를 통과할 때 마다 인생이 달라진다는 것. 생의 단계마다 이러한 위기를 통과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자 성장이고 인생의 난관을 책임있게 건너는 일이라고 죽음학 수업과 학생들은 알려준다.

혼란의 시대, 한국 사상에서 해답을 찾다…‘창비 한국사상선’

전 지구적 위기 시대, 우리는 어디서 정신적 나침반을 찾고 혼란을 헤쳐 나가야 하나. 문제들에 맞서 어떻게 사유하고 살아가야 할까. ‘창비 한국사상선’은 한국의 위대한 사상적 거장들의 사유와 철학에서 이 거대한 질문의 답을 찾아본다. 올해 창작과 비평 창간 60주년을 맞아 기획된 ‘창비 한국사상선’은 3년에 걸쳐 총 59명의 사상을 30권에 담는다. 지난 2024년 1차분 10종이 출간된 데 이어 올 2월 2차분 10종이 나왔다. 올 여름 3차분 10종이 발간돼 30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전기 편(15권)에서는 14세기 이후인 조선 왕조 설계자 정도전을 시작으로 19세기 이전 한국 사상가, 후기 편(15권)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등 20세기 사상가들을 배치한다. 간행위원장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필두로 임형택(성균관대 명예교수), 최원식(인하대 명예교수), 백영서(연세대 명예교수) 등 9명의 현대 지성인들이 간행위원으로 참여해 출간을 이끌어왔다. 간행위는 지구기후와 자본주의가 불가분의 위기를 맞닥뜨리고 각종 갈등이 팽배한 지금, ‘전환’이라는 강력하고 실천적인 과제는 모두에게 전망과 지침으로 살아 작동할 사상이 절실함을 뜻한다고 내다봤다. 이에 당대 정치·사회·문화·종교·과학적인 변화를 온몸으로 겪으며 자신만의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간 인물들의 기록을 찾아갔다. 주목할 것은 이에 기존 명성있는 사상가뿐 아니라 그동안 잘 다뤄지지 않았던 인물들도 끌어들여 다른 삶의 전망과 지침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널리 익숙한 사상가는 물론 그동안 사상가의 범주에서 제외되어온 군주, 여성, 문학인, 정치인, 종교인이 망라됐다. 3차분에서는 여성사상가편으로 임윤지, 이사주당, 강정일당과 함께 최한기, 임화, 이효재 등 자신만의 특색을 보여준 인물이 수록된다. 이번에 출간된 2차분에서는 조조선 사림파의 거두이자 정치·사회적 실천을 강조한 유학자 조광조와 율곡 이이, 정치적 실천이 사상의 경지에 오른 것으로 평가받는 유성룡·이항복·김육·채제공 등 조선의 네 재상들, 사상가 연암 박지권까지 5종의 전기편이 꾸려졌다. 후기편에서는 식민지 암흑 속에서 분투한 인물들이 불려왔다. 김구와 여운형, 한용운과 신채호, 조소앙, 나혜석과 염상섭까지 시대의 큰 물줄기 속에서 자신만의 사상과 삶을 펼쳐나간 이들을 포괄했다.

'빵과 장미'를 외치던 여성들의 과거와 오늘…'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 외 [책소개]

“우리에게 빵과 장미를 달라”.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섬유 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 환경에 맞서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두 여성의 삶을 들여다 본다. 130년 전 ‘자전거’가 주는 해방감에 매료된 용기있던 여성과 한평생 프랑스에서 노동자로 살다가 요양원에서 삶을 마감하게 된 여성. 두 사람을 통해 인간의 취약성과 연대의 필요성을 되새겨본다.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디디에 에리봉 지음, 이상길 옮김) ‘어느 서민 여성의 삶, 노년, 죽음’은 저자 디디에 에리봉의 자전적 책이다. 동성애자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회학자인 저자는 앞서 ‘랭스로 되돌아가다’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동자 계급 가족을 떠났다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과거를 되짚어가는 여정을 담아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이번 책에서 평생 노동계급으로 살았던 ‘어머니’를 통해 새롭게 깨닫게 된 시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의 어머니는 건강 악화로 요양원에 입소한 뒤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난다. 그는 그제서야 취약한 노년의 삶, 돌봄과 연대의 문제를 성찰하게 된다. 인간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질병과 고통, 노화에 의한 자율성 상실, 열약한 공공 보건과 요양원의 현실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마주하며 어머니의 개인적인 회고로 출발한 이야기는 ‘프랑스 노동계급 여성의 전형적 일생’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회학적 논의를 거쳐 삶과 죽음, 노년과 노인, 늙음과 장애를 숙명적으로 겪는 인간의 취약성과 연대에 관한 이론적 성찰로 확장해 가며 삶의 이면을 비추는 것이 예술가와 지식인의 역할임을 짚는다. ‘랭스로 되돌아가다’가 노동계급의 재구성을 묻는 책이었다면 이 책은 노년의 취약성, 연대의 가능성을 사유하는 작업이자 개인의 삶을 통해 사회를 읽는 에리봉 사유의 확장판이다. ■여성, 자전거, 자유(마리아 E. 워드 지음, 이민경·변유선 옮김) 오늘날 자전거를 타는 여성의 모습을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130년 전에는 자전거를 타는 여성에게 온갖 멸시 어린 시선과 비아냥이 따라 붙었다. “자전거를 타는 여성은 도덕적으로 타락했다”, “벌개진 얼굴로 자전거를 타는 여성은 추하다” 등 자전거 타는 여성에 대한 모독을 뒤로 하고 자전거에 매료된 마리아 E.워드는 더 많은 여성들에게 자전거를 권했다. 자전거 애호가이자 스태튼 아일랜드 자전거 클럽을 공동 창립한 저자는 훗날 ‘자전거로 역사를 바꾼 세 여성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책은 1896년 여성을 위한 자전거 가이드로 출간했다. 자립의 도구이자 불확실성을 다루는 훈련 기계,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관문이었던 ‘자전거’에 대해 이 책은 타고 내리는 법, 효능, 자전거가 움직이는 원리 등 실질적인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자전거'는 금기와 멸시를 뚫고 자전거 페달을 밟기로 결심한 130년 전 여성들의 용기이자 성취의 상징이다. ‘여성, 자전거, 자유’는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 중 많은 것이 소수의 개척자들의 도전에 의한 것임을 일깨워준다. 자전거를 정신의 도구이자 자립의 엔진, 기쁨으로 이동하는 관문으로 여기며 예찬한다.

“꿈과 욕망의 고시촌에서 피어난 사람 냄새” 도서 ‘조선의 대학로’ [신간소개]

오늘날 젊음과 청춘의 상징이자 캠퍼스의 낭만, 문화예술이 꽃 피는 명륜·혜화동 등 대학로 일대는 조선 시대에 반촌(泮村)이라 불렸다. 반(泮)은 성균관을 지칭하는 글자로, 반촌은 ‘성균관이 있는 동네’ 또는 ‘성균관 마을’을 뜻한다. ‘조선의 대학로’는 조선 최고의 유학 교육기관에서 공부하던 유생과 이들과 뗄레야 뗄 수 없던 반인의 관계에 주목하며 20세기 유일무이 고시촌 ‘반촌’의 이야기를 다룬다. 정조는 성균관과 주변 마을인 반촌 일대를 둘러보며 상서로운 기운에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 자리로 최적이라 감탄했다. 반촌은 풍경이 아름답고, 문명의 기운이 감도는 길지로서 조선 유일의 대학가이자 교육 특구였다. 치외법권 지역이기도 한 이곳은 유생과 반촌 사람들만의 질서가 지배하는 또 다른 세계였다. 유생들이 공부에 매진하는 동안 성균과 지킴이 역할은 반인이 도맡았는데, 이들은 단순한 공노비의 역할이 아니었다. ‘다림방’이라는 푸줏간을 운영하며 성균관 재정을 확충하기도 했다. 살림살이를 이끈 성균관 지킴이이자, 유생들이 수험생활에 집중하도록 물심양면 도와온 여러 역할을 수행했는데 일종의 하숙집 주인이었던 반주인은 유생의 성균관 생활과 응시를 돕고 보증하는 후견인이나 집사와 같은 존재로 끈끈한 인간관계가 맺어졌다. 조선시대 지식인과 민중의 삶을 소개해온 저자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는 이처럼 반촌 사람들과 그 문화에 주목하며 옛 대학로의 변천사를 흥미롭게 다룬다. 생활상을 20개의 주제로 정리해 40여점의 도판과 함께 제시하며 입체적인 면모를 다뤘다. 반인들이 유교적 의리와 문화예술을 추구할 줄 알았던 교양인으로 성장해갔던 과정,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알던 반촌 사람들이 시를 모아 ‘반림영화’라는 책을 낸 사례, 과거에 붙은 유생이 고시촌으로 돌아와 옛 하숙집 주인에게 깊이 고마움을 표했다던 인간적인 이야기는 오늘날 우리의 풍경과도 많이 닮아있는 듯 하다.

"부자되고 싶다"…책으로 배우는 재테크

일상의 작은 선택이 장기적인 자산 격차로 이어지는 세상이다. ‘주식 투자는 위험성이 크다던데, 묶여있는 퇴직금은 훗날 목돈으로 받겠지…’ 등 막연한 두려움과 생각에 멈춰 있다간 미래의 내가 후회할 일만 남을지 모른다. 투자 전문가들의 조언을 토대로 나에게 맞는 자산 불리기 방식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진보를 위한 주식 투자(이광수 지음) 저자 이광수는 경제·투자·부동산 독립 리서치 회사 광수네 복덕방 대표이자 경제 분야의 핵심 ‘진보 패널’로 꼽힌다. 다양한 시사·경제 채널에서 주식의 본질을 ‘시장 참여’와 ‘주권 행위’로 설명해온 그는 단기 수익을 좇는 ‘투기’가 아니라, 기업의 주인이 되고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힘으로서의 ‘투자’를 강조한다. 그는 독자에게 ‘왜 아직 주주가 아닌지’를 묻는다. 삶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주식투자 3원칙으로 ▲시장을 읽는 눈 ▲나를 이기는 힘 ▲미래를 바꾸는 참여를 꼽는다. 손실을 최소화 하고, 이윽을 최대화 하는 능력과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내적 투자 시스템’을 강조하며, 기업의 주인이 되는 투자가 건강한 자본주의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경제 흐름과 산업 변화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 과거 저평가 되던 한국 주식시장이 지금 왜 ‘정상화’ 국면에 들어섰는지를 구체적인 데이터와 사례로 분석한다.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박곰희 지음) 저자는 증권사 PB 출신으로 유튜브 채널 ‘박곰희TV’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증권사 재직 당시 관리하던 고객들의 퇴직연금 계좌에 멈춰있던 1억원 이상의 ‘목돈’을 보고 답답함을 느꼈던 기억을 떠올린다. 500만원이 담긴 주식 계좌는 활발하게 매매가 일어나고 있지만 연금투자에 대해 관심도 가지지 않는 모습이 안타까웠던 것. 저자는 “퇴직연금 투자를 권해도 보이스피싱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단기투자가 늘어날수록 돈을 잃은 사람도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장기투자, 즉 연금투자에 대한 관심과 안정성이 현실적인 미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책은 은퇴 후 안정적인 자산 인출 전략으로 ‘4% 룰’을 적용한다. 은퇴자금에서 매년 4%씩 인출하면 30년 이상 또는 평생 자금이 고갈되지 않는다는 검증된 방법론을 활용해 원금은 보존하면서 수익으로만 생활하는 ‘마르지 않는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연금과 ETF 투자를 시작하고자 하는 예비 투자자들과 기존 연금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돈의 심리학(모건 하우절 지음, 이지연 옮김) 이 책은 2021년 출간 당시 ‘투자의 패러다임을 바꾼 책’으로 평가 받으며 전 세계 금융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미국 최고의 경제 매거진이자 팟캐스트인 ‘모틀리풀’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최근 출간한 ‘돈의 심리학-50만부 기념 에디션’에 수록한 ‘두 번째 보너스 스토리’를 통해 ‘부의 원칙은 변하지 않지만 사람들은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고 꼬집는다. 시장은 끊임없이 요동치고, 공포와 탐욕, 비교와 후회 같은 인간의 심리는 놀라울 만큼 비슷한 방식으로 되풀이된다는 것. 이 책은 구체적인 투자 방법을 제시하거나 주장하지는 않는다. 투자의 ‘교과서’처럼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이 책을 통해 돈의 흐름과 투자의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AI 전환기, 콘텐츠 산업 최전선 기록"…경콘진 ‘AI 시대의 콘텐츠 창업가들’ 발간

경기콘텐츠진흥원(원장 탁용석)이 운영하는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가 인공지능(AI) 전환기 콘텐츠 산업의 최전선을 기록한 도서 ‘AI 시대의 콘텐츠 창업가들(Content Startup Leaders: The Age of AI)’을 발간했다고 19일 밝혔다. 이 도서는 일반 서점 유통용이 아닌 기록 보관 성격의 비매품 출판물로 지난 한 해 동안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에서 진행된 창업·투자·마케팅 지원 사업의 성과를 한 권에 담아 관계 기관, 참여 기업, 투자자 및 산업 관계자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책에는 XR(확장 현실)·가상 현실, 콘텐츠·미디어, 에듀테크·헬스케어, 라이프·산업 AI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스타트업 40개사의 인터뷰와 사례가 수록됐다. 각 기업의 기술적 강점과 시장 전략, 투자 유치 과정, 그리고 AI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확장 방식을 입체적으로 소개한다. 단순한 성공담에 그치지 않고, 창업 초기의 시행착오와 의사결정 맥락을 함께 담아 현장성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특히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가 운영한 IR(투자자 대상 홍보) 인터뷰 및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제작된 영상과 기사 콘텐츠를 바탕으로, 기획부터 교정·디자인·내지 구성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진행해 완성도를 높였다. 해당 인터뷰 콘텐츠는 경기문화창조허브 유튜브 계정을 통해 영상과 기사로도 공개된 바 있으며 이를 다시 책자로 엮어 장기 활용이 가능한 레퍼런스로 확장했다.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 관계자는 “이번 출판물은 AI 시대 콘텐츠 창업가들의 고민과 해법을 담은 기록물로, 지원 기업의 투자 유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자료로 제작됐다”며 “정책 설계와 창업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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