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상속한정승인 후 상속재산이 경매되더라도 양도세 내야 할까

망인인 A씨에게는 10억원의 은행 빚이 있었으며, 유일한 상속인인 아들 B씨가 알고 있는 상속재산은 A씨 명의로 된 시가 8억원의 아파트 한 채가 전부였다. B씨는 위 아파트만 상속하기 위해 한정승인을 신청했고, 위 신청은 수리됐다. 이후 위 아파트는 은행의 경매신청으로 인해 경매에 넘어갔고, 매각대금은 전부 1순위 채권자인 은행이 배당받았다. 이 경우에도 B씨는 위 아파트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할까? 먼저, 한정승인이란 상속인이 상속으로 취득하게 될 재산의 한도에서 피상속인의 채무와 유증을 변제할 것을 조건으로 상속받는 것을 의미한다. 상속인의 한정승인 신청에 따라 법원이 한정승인신고를 수리하게 되더라도 피상속인의 채무는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법원은 상속재산이 상속채무의 변제에 부족하더라도 상속채무전부에 대한 이행판결을 선고한다. 다만, 상속의 한정승인으로 상속인은 상속으로 인해 물려받을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변제할 수 있게 되므로 판결문의 주문에 상속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집행할 수 있다는 취지가 명시된다. 그렇다면, B씨의 경우처럼 상속한정승인 후 상속받은 재산이 임의 경매로 넘어간 경우에도 양도소득세를 내야 할까? 대법원에 따르면 저당권의 실행을 위한 부동산의 임의 경매는 양도소득세의 과세대상인 ‘자산의 양도’에 해당하고, 이 경우 양도소득인 매각대금은 부동산의 소유자에게 귀속되며, 그 소유자가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이라도 그 역시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권리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해 해당 부동산의 소유자가 되므로 한정승인을 한 상속인이 양도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대법원 2012. 9. 13. 선고 2010두13630 판결). 즉, 한정승인을 한 뒤 상속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매에 의해 상속재산이 처분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양도소득세는 상속인이 부담해야 한다. 결국 B씨는 상속의 한정승인으로 인해 취득한 재산은 하나도 없이 ‘상속포기를 하였더라면 부담하지 않아도 될 양도소득세’만 부담하게 된 셈이다. 따라서 상속재산 중 양도소득세의 부담이 큰 고액의 부동산이 있는 동시에 상속 후 부담해야 하는 채무가 상속 부동산의 가액보다 큰 경우에는 상속의 한정승인보다는 상속포기를 신청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이 경우 본인만 상속포기 하는 것이 아니라 4순위 상속인인 4촌 이내의 방계혈족까지 모두 상속을 포기하는 것이 향후 발생할 법적 분쟁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조혜진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는 경우

혼인은 이혼에 의해 해소된다. 부부는 협의해 이혼하거나(민법 제834조) 부부의 일방은 법률에 정해진 사유가 있는 경우에 재판상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은 재판상 이혼사유를 제840조 제1호부터 제5호까지 개별·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두어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2009년 12월24일 선고 2009므2130 판결 참고)은 위 제6호를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해석한다. 한편 대법원은 1965년부터 이른바 ‘유책주의’ 즉, 배우자 중 어느 일방이 동거·부양·협조·정조 등 혼인에 따른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를 한 때와 같이 이혼사유가 명백한 경우에 그 상대방에게만 재판상 이혼청구권을 인정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1980년대 후반부터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사유를 판시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 경우’에 더해 ‘이혼을 청구하는 유책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흐름에 따라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돼 쌍방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에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사유를 확장했다(2015년 9월 15일 선고 2013므568 판결 참고). 최근 일방 배우자가 과거에 이혼소송을 제기했다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에서 기각 판결이 확정된 이후 새롭게 이혼소송을 제기한 사례에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구체화한 판례가 있어 소개한다. 원고와 피고는 종전 이혼소송의 변론종결 이후에도 5년째 별거 중이고, 쌍방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고는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상당한 고통임을 토로하면서 새로운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혼인계속의사를 밝히면서 원고가 먼저 가출했다는 사정을 들어 원고에게 집으로 돌아오라는 요구만을 반복할 뿐이었는데, 원고는 별거 중에도 사건본인(자녀)에 대해 양육비를 꾸준히 지급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례에서 과거에 원고가 청구한 이혼소송이 기각됐더라도 그 후로 피고가 혼인관계의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 혼인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반면 원고는 피고와 사건본인에 대한 보호와 배려를 해 유책배우자로서의 유책성이 희석됐다고 보고,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정다솔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점유취득시효

우리 민법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하는 자는 등기함으로써 그 소유권을 취득한다.”라고 규정해 부동산에 대한 점유취득시효를 인정하고 있다(민법 제245조 제1항). 점유취득시효는 소유의 의사인 자주점유를 그 요건으로 하는데, 이는 객관적으로 점유취득의 원인이 된 점유권원의 성질에 의해 결정하고,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아니할 때에는 점유자가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점유자의 점유가 자주점유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선 타주점유임을 주장하는 상대방에게 입증책임이 있다. 권원의 성질상 증여, 매매에 의한 소유권 취득은 자주점유지만, 지상권자, 임차권자는 타인의 소유를 전제로 하므로 타주점유이다. 자주점유의 추정과 관련해 대법원은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졌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 경우, 점유자는 해당 부동산에 대한 등기를 해야 그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다. 만약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되었음에도 부동산에 대한 등기를 하기 전에 해당 부동산의 소유자가 변경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점유자는 해당 부동산의 새로운 소유자인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고, 소유자가 변경된 시점부터 다시 20년의 점유기간을 충족해 점유취득시효 완성 당시의 소유자에게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할 수 있다. 다만, 부동산에 관한 취득시효가 완성된 후 취득시효를 주장하거나 이로 인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하기 이전에는 부동산 소유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시효취득 사실을 알 수 없으므로 이를 제3자에게 처분했다 하더라도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없다. 그러나 부동산의 소유자가 취득시효의 완성 사실을 알 수 있는 경우에 해당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해 소유권이전등기를 넘겨줌으로써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에 빠지게 돼 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이는 불법행위를 구성할 수 있다. 또한 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가 부동산 소유자의 이와 같은 불법행위에 적극 가담했다면 이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무효이다. 이준행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의사는 상인일까?

상인(商人)이란 단어는 시민들이 일상으로 쓰는 말이다. 그러나 ‘상인’이 엄연히 법률용어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의아하게 여기질도 모르겠다. 그러나 ‘상인’은 상법 제1편 제2장의 제목으로 사용될 정도로 중요한 법률 개념이다. 이처럼 ‘상인’ 개념이 별도로 존재하는 것은 ‘상인’과 ‘상인 아닌 사람’에 대해 적용되는 법률 규정에 일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일반인(상인 아닌 사람) A가 일반인 B에게 돈을 빌려준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 사안에는 민법의 규정이 적용된다. 따라서 A의 대여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고 법정이율은 5%이다. 그러나 대여자나 차용자 중 적어도 한 사람이 상인이라면 민법이 아니라 상법이 적용돼, 위 대여금반환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고 법정이율은 6%이다. 그렇다면 ‘상인’은 어떤 사람일까? 자기명의로 상행위를 하는 사람이 상인이다. 여기서 상행위란 영업으로 하는 매매, 임대차 등의 행위들을 의미하는데 그 세부 종류는 상법 제46조에 열거돼 있다. 다만, 점포 기타 유사한 설비에 의하여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사람은 상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상인으로 본다. 상인이 (영업 그 자체가 아니라) 영업을 위해 하는 행위도 상행위에 해당한다. 만일 독자 여러분이 법원에 의해 ‘상인’이라고 인정된다면, 또는 상인이 아니라고 인정된다면, 기분이 좋을까, 나쁠까? 예컨대 의료법인에 근무하다 퇴직한 의사들이 의료법인을 상대로 미지급 임금,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최근 대법원(2022년 5월 26일 선고 2022다200249 판결)은 의사나 의료법인은 상인이 아니라고 선언했다. 따라서 원고들의 임금 등 채권은 상사채권이 아니므로,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미지급 임금 원금에 민사 법정이율(5%)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다. 만일 대법원이 의료법인이나 의사를 ‘상인’으로 인정했다면, 원고들은 상사 법정이율(6%)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의사는 무슨 이유로 상인이 아닌가? 대법원에 따르면, 의료법은 의사의 영리추구 활동을 제한하고 직무에 대해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을 강조한다. 개별 사안에 따라 전문적인 의료지식을 활용해 진료 등을 행하는 의사의 활동은 상인의 영업활동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현재 의사의 의료행위와 관련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에 대해 상법을 적용해야 할 특별한 사회·경제적 필요나 요청도 인정할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의사나 의료기관은 상인이 아니다. 그렇다면 변호사는 상인일까? 과거 대법원(2007년 7월 26일자 2006마334 결정)은 (위 대법원 판결과 비슷한 취지에서) 변호사는 상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필자는 지금까지 15년 이상 변호사로 근무하면서, 대법원의 판례를 충실하게(?) 따르는 법조인답게 변호사는 결코 상인이 아님을 명심하고 업무에 전념하고 있지만, 가끔은 스스로 ‘상인’이 되어버린 듯 착각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김종훈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지역주택조합 지위 상실자의 납입금 반환시기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해 조속히 ‘내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우선 가입계약의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그 의미를 이해한 다음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래야 예기치 않은 손해를 예방할 수 있다.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 중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 자에게 납입금을 반환할 시기를 ‘대체 계약자 대금이 입금 완료되었을 때’로 제한한 조항을 예로 들어보자. 이 경우 납입금을 반환받을 수 있는 시기가 불확실해 계약자는 일방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서게 된다. 위와 같은 납입금 반환시기 제한 조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효로 볼 수 있을까? 그러나 대법원(2022년 5월 13일 선고 2020다217380 판결)은 아래와 같은 논거를 들어 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조합 설립 전에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부지를 매수하거나 사용승낙을 얻고, 그 후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승인을 얻어 아파트를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 진행과정에서 조합원의 모집, 재정의 확보, 토지매입 작업 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가 많다. 따라서 최초 사업계획이 변경되거나 당초 예정했던 사업의 진행이 지연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특성상 지역주택조합이 자격을 상실하거나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명된 조합원에 대해 즉시 이미 납부한 분담금을 반환해야 한다면, 예기치 못한 재정적 부담으로 인해 조합의 자금계획에 차질이 발생해 다수의 잔존 조합원들의 이익이 침해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자격을 상실한 조합원 등에 대한 분담금 반환시기를 대체 계약자의 대금이 입금되었을 때로 정한 것은 타당성이 인정된다. 또한 조합가입계약의 반환시기 제한조항은 조합의 분담금 반환의무 자체를 면제하거나 부당하게 경감하는 내용이 아니라 그 반환시기 등만을 제한하고 있을 뿐이며, 조합원 측의 사정(탈퇴, 조합원 자격의 상실, 제명 등 조합가입계약을 체결한 조합원의 지위 상실)에 기초해 적용된다. 반환시기 제한조항에서 정한 분담금의 환불시기인 ‘대체 계약자 대금이 입금 완료되었을 때’는 일종의 불확정기한이다. 불확정기한은 위 사실이 발생한 때 또는 발생하지 아니한 것으로 확정된 때에 기한이 도래하므로, 조합원은 자신을 대체할 다른 계약자가 입금을 완료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대체 계약자의 대금 입금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기한의 도래를 이유로 분담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이상의 근거로 조합원의 지위를 상실한 자에 대해 대체 계약자가 대금 입금을 완료한 때로 반환시기를 정한 반환시기 제한조항이 약관법 제6조 제1항의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조항’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려는 경우 이러한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계약서 문구의 수정을 요구하는 등의 예방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박승득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판촉물과 상표법 위반

상표법은 ‘상표’를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장’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러한 상표를 등록받은 경우 상표권으로 보호하고 있다. 이처럼 타인이 등록한 상표를 침해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예를 들어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거나 사용하게 할 목적으로 교부·판매·위조·모조 또는 소지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행위자는 민사상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고 형사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여기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이란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한 것을 양도 또는 인도하거나 그 목적으로 전시·수출 또는 수입하는 행위 등을 의미하고, 이때 ‘상품’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을 의미한다. 실제 사례를 보면 A가 타인이 등록한 상표를 동의 없이 임의로 표시한 수건(일반 거래시장에서 독립적으로 유통되는 수건 제품과 외관이나 품질 등이 유사함)을 주문 제작해 일부는 거래처에 판매하고, 일부는 다른 거래처에 사은품 내지 판촉용으로 제공했다. B도 위 수건이 상표권자의 허락 없이 임의로 제작된 것이라는 점을 알면서도 일부를 자신의 거래처에 판촉용으로 무상 제공했다. 이에 대해 하급심 법원은 A가 거래처에 판매한 수건에 대해서만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상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 부분 상표법 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A와 B가 사은품 내지 판촉용으로 무상제공한 수건에 대해서는 판촉물에 불과할 뿐 상표법상 상품이 아니라고 봐 이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2022년 3월 17일 선고 2021도2180 판결)은 위 수건의 외관·품질 및 거래 현황 등에 비춰 볼 때, 위 수건은 그 자체가 교환가치를 가지고 독립된 상거래의 목적물이 되는 물품으로 상품에 해당하고, 위 수건 중 일부가 사은품 또는 판촉물로서 무상으로 제공되었다고 하더라도 무상으로 제공된 부분만을 분리해 그 상품성을 부정할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위 수건에 위 상표를 표시하거나 위 상표가 표시된 수건을 양도하는 행위는 모두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봐 유죄를 인정했다. 이처럼 설사 무상으로 또는 판촉용으로 제공할 목적이라 하더라도 타인이 등록한 상표를 표시한 물건을 임의로 제작, 양도한다면 민사상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타인이 등록한 상표를 사용하는 행위를 할 때 극히 조심해야 하는 이유다. 심갑보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배우자에 대한 증여와 특별수익

갑은 사망하기 전에 자신의 배우자인 을에게 부부가 함께 살던 주택을 증여했는데, 위 주택은 갑의 유일한 재산이었다. 이후 갑이 사망하자, 갑의 자녀인 병은 을을 상대로 유류분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병의 유류분반환 청구는 인정될 수 있을까? 민법 제1112조는 상속인의 유류분을 보장하고 있고, 제1115조 제1항은 「유류분권리자가 피상속인의 증여 및 유증으로 인해 그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때에는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민법 제1008조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는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규정의 취지는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에게서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특별수익자가 있는 경우에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공평을 기하기 위해 수증재산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다뤄 구체적인 상속분을 산정할 때 이를 참작하도록 하는 것이다. 결국 공동상속인의 유류분반환 청구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상속인의 다른 상속인에 대한 증여가 유류분반환의 대상인 특별수익에 해당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어떠한 생전 증여가 특별수익에 해당하는지는 피상속인의 생전의 자산, 수입, 생활수준, 가정상황 등을 참작하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고려해 당해 생전 증여가 장차 상속인으로 될 자에게 돌아갈 상속재산 중 그의 몫의 일부를 미리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의해 결정해야 하는데, 생전 증여를 받은 상속인이 배우자로서 일생 동안 피상속인의 반려가 되어 그와 함께 가정공동체를 형성하고 이를 토대로 서로 헌신하며 가족의 경제적 기반인 재산을 획득·유지하고 자녀들에게 양육과 지원을 계속해 온 경우, 생전 증여에는 위와 같은 배우자의 기여나 노력에 대한 보상 내지 평가, 실질적 공동재산의 청산, 배우자 여생에 대한 부양의무 이행 등의 의미도 함께 담겨 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그러한 한도 내에서는 생전 증여를 특별수익에서 제외하더라도 자녀인 공동상속인들과의 관계에서 공평을 해친다고 말할 수 없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0다66644 판결 참조). 물론 피상속인의 배우자에 대한 증여가 모두 특별수익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위 사안의 경우 갑과 을의 혼인생활의 내용, 혼인의 기간, 갑의 재산 형성·유지에 을이 기여한 정도, 을의 향후 생활보장의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증여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특별수익에서 배제할 여지가 있을 것이다. 이재철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계약명의신탁 대상 주택의 임대차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당사자가 돼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명의수탁자 명의로 마친 경우에는, 위 계약명의신탁 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의해 명의수탁자가 당해 부동산의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다. 따라서 이 경우 명의수탁자로부터 주택을 임차한 임차인은 명의수탁자에 대해 임차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경우에는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이 경우 명의수탁자로부터 주택을 임차한 임차인은 보호될 수 있을까?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에 의하면, 명의신탁 약정 및 이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는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돼 있고, 여기서 ‘제3자’는 명의신탁 약정의 당사자 및 포괄승계인 이외의 자로서 명의수탁자가 물권자임을 기초로 그와 사이에 직접 새로운 이해관계를 맺은 사람으로서, 소유권이나 저당권 등 물권을 취득한 자뿐만 아니라 압류 또는 가압류채권자도 포함하고, 그의 선의·악의를 묻지 않는다. 판례에 의하면, <매도인이 명의신탁 관계를 알고 있는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로부터 주택을 임차해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침으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에 의한 대항요건을 갖춘 임차인도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3항의 규정에 따라 명의신탁 약정 및 그에 따른 물권변동의 무효를 대항할 수 없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와 같이 보게 되면, 이론상 임차인은 명의수탁자만을 상대로 임차권을 주장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소유권이 원상복귀된 점을 중시하여 임차인이 매도인이나 명의신탁자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계약명의신탁이 무효임을 이유로 명의수탁자로부터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회복하게 된 매도인으로부터 다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명의신탁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다고 판시하고, 임차인이 명의신탁자를 상대로 임대인 지위의 승계를 주장하면서 임대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결론은 임차인을 두텁게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음미할 만한 판결이라 하겠다. 임한흠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양육비에 관한 사전처분

A씨는 B씨와 혼인해 미성년의 자녀 C를 슬하에 두고 있었다. 혼인관계 지속 중 B씨의 외도로 인해 A씨는 B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현재 별거 중인 상태인데, B씨로부터 양육비를 전혀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A씨는 이혼소송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없는 것일까? 위와 같은 상황에서 A씨가 B씨로부터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는 방법은 이혼소송의 제기와 동시에 양육권자 지정 및 양육비 지급을 구하는 사전처분을 신청하는 것이다. 이혼소송에서 사전처분이란 이혼소송 계속 중 임시적으로 조치가 필요할 때 소송이 끝날 때까지 유지되는 일정한 처분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전처분의 종류로는 양육비 지급 사전처분, 친권자 및 양육권자 지정 사전처분, 면접교섭권 사전처분, 접근금지 사전처분 등이 있다. 사전처분은 가정법원, 조정위원회 또는 조정담당판사의 직권이나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가능하며(가사소송법 제62조 제1항), 1심뿐 아니라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도 신청할 수 있다. 다만 현행 가사소송법은 사전처분에 집행력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처분결정을 받은 상대방이 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강제집행을 할 수는 없다(최근 법무부가 공고한 가사소송법 전부 개정법률(안)은 사전처분에 집행력을 부여하고 즉시항고의 집행정지 효력을 배제하는 규정을 추가하고 있다. 위 전부 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그대로 시행된다면 사전처분에 대한 강제집행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가정법원은 직권 또는 권리자의 신청에 의해 사전처분을 이행하지 않는 자에게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가사소송법 제67조). 따라서 이 사건에서 A씨는 B씨를 상대로 양육비 지급에 관한 사전처분을 신청해 그 처분을 받을 수 있고, 만일 B씨가 법원의 처분에 따라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A씨는 과태료의 부과를 신청할 수도 있다. 반대로 B씨의 입장에서 위 사전처분 결정에 따른 양육비가 과다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사전처분에 따른 양육비 전부를 그대로 지급해야 하는 것일까? 이 경우 B씨는 양육비에 관한 사전처분 결정에 관한 즉시항고를 제기해 양육비의 금액에 관해 다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위 즉시항고는 사전처분 결정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1주일 이내에 해야 한다. 이때 B씨는 양육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급 산정의 적정 여부, 자신이 부담하고 있는 가계부채의 금액, 사전처분 결정에 따라 양육비를 지급하는 경우 생활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어 양육비의 감액을 주장할 수 있다. 조혜진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비양육친의 미성년 자녀에 대한 감독의무자 책임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미성년자는 배상의 책임을 지지 않으며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사람(친권자)이 배상의 책임을 지게 된다(민법 제755조). 이것은 이른바 ‘감독의무자의 책임’이다. 따라서 책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피해자는 친권자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다만 미성년자는 자기 행위의 결과가 위법한 것으로서 법률상 비난 받고 어떤 법적 책임이 생긴다는 것을 인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만 책임무능력자로 인정되며 그 해당 여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구체적으로 결정한다. 판례는 대체로 15세가 넘으면 책임변식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자는 어떻게 구제받을 수 있을까. 책임능력이 있는 미성년자는 그 자신이 민법 제750조에 의한 일반 불법행위책임을 지게 되므로 피해자는 친권자를 상대로 민법 제755조에 의한 ‘감독의무자 책임’을 묻지 못한다. 그런데 정작 책임이 있는 미성년자는 손해를 배상할 만한 재산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가해행위로 피해를 입은 자는 보호의 공백에 놓이게 된다. 이에 판례는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독자의 책임을 제750조에 의한 일반불법행위책임으로 구성한다. 즉 ‘법정감독의무자인 친권자는 친권에 복종하는 미성년자를 보호하고 교양하고 감호할 의무가 있으므로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대법원 1994년 2월8일 선고 93다13605 판결 참고)’라는 것이다. 결국 미성년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비록 그 근거 규정은 다르지만) 친권자에게 감독의무자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 최근 친권자 및 양육자가 아닌 부모에게 감독의무자 책임을 부정한 판례(대법원 2022년 4월14일 선고 2020다240021 판결)가 있어 이를 소개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이혼으로 인해 부모 중 1명이 친권자 및 양육자로 지정된 경우, 그렇지 않은 부모(비양육친)는 자녀에 대한 친권과 양육권이 없으므로 자녀의 보호·교양에 관한 민법의 친권 규정을 적용할 수 없고, 면접교섭권이나 양육비 부담 의무만으로는 비양육친이 보호·감독의 의무를 진다고 할 수 없다. 이처럼 비양육친은 단지 그가 미성년자의 부모라는 사정만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하여 감독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어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다. 다만 비양육친이 자녀에 대해 실질적으로 일반적·일상적인 지도와 조언을 해 왔다거나 자녀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수 있었다는 등 감독의무를 인정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비양육친도 감독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이다. 정다솔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혼인 외 출생자와 상속관계

혼인 외의 출생자는 인지를 통해 생부와 사이에 법률상 친자 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고(민법 제855조 제1항) 생부가 사망했을 때 그의 상속인으로서 상속을 받을 수 있다. 인지는 자의 출생 시에 소급해 효력이 생기지만 제3자가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민법 제860조). 따라서 생부가 사망해 이미 상속이 개시된 이후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해 공동상속인이 된 자가 상속재산의 분할을 청구하는 경우, 이미 다른 공동 상속인이 분할 기타 처분을 한 때에는 그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있을 뿐이다(민법 제1014조). 즉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생부의 상속재산을 분할하거나 제3자에게 처분을 한 이후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따라 상속인이 된 사람은 다른 공동상속인에 의해 이미 이뤄진 상속재산분할이나 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생모’에 대해서는 위와 다른 법리가 적용된다. 혼인 외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인지나 출생신고와 무관하게 자의 출생으로 곧바로 법률상 친자관계가 인정되는 것이다. 우리 법원도 혼인 외 출생자와 생부의 경우와 달리 혼인 외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생모의 인지나 출생신고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자의 출생으로 당연히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생기고, 가족관계등록부의 기재나 법원의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이 있어야만 이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대법원(2018년 6월19일 선고 2018다1049 판결 참조)은 본래 인지를 요하지 아니하는 모자관계에는 인지의 소급효 제한에 관한 민법 제860조 단서가 적용 또는 유추 적용되지 않으며, 상속 개시 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해 공동상속인이 된 자의 가액지급청구권을 규정한 민법 제1014조를 근거로 자가 모의 다른 공동상속인이 한 상속재산에 대한 분할 또는 처분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고, 이는 비록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상속재산을 분할 또는 처분한 이후에 모자관계가 친생자관계존재확인판결의 확정 등으로 비로소 명백히 밝혀졌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판단했다. 이처럼 생모가 사망한 경우 그 혼인 외의 자는 다른 공동상속인이 자신을 배제하고 상속재산을 분할하거나 제3자에게 처분을 한 경우 그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 위 대법원 판결은 거래의 안전을 침해하는 면이 있을 수 있으나, 혼인 외의 출생자와 생모 사이에는 인지와 무관하게 자의 출생으로 당연히 법률상의 친자관계가 발생함을 명백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합당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이준행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근로관계와 소멸시효

민법(제162조 1항)에 따르면 채무의 소멸시효는 원칙적으로 10년이다. 예컨대 주택을 매도한 사람이 매수인으로부터 대금을 전액 지급받고서도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도 매수인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10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하고 매수인은 더 이상 주택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다. 사실관계를 조금 변경해 보자. 위 사안에서 매도인이 의무 이행을 차일피일 미루던 중 그의 실수로 주택이 불에 타버렸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의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게 되는데 이 손해배상청구권도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리게 된다. 그런데 상법(제64조)은 위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를 설정하고 있다. 즉 상행위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 아니라 5년으로 단축된다. 따라서 설비공급 계약에 따라 특정 기계를 공급해야 하는 상인의 채무는 5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그 기계가 소실됨에 따라 매수인이 취득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도 5년이다. 상인(사용자)이 근로자를 채용하는 행위도 상행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사용자의 의무는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즉 사용자는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하는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이러한 의무는 근로계약서에 명문으로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의무이다. 따라서 어떤 근로자가 공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던 중에 공장 설비의 오작동으로 인해 부상을 입었다면, 사용자는 그 근로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이 경우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도 위 상법의 원칙에 따라 5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2021년 8월19일 선고 2018다270876 판결)은 여기에 반대한다. 즉 대법원은 근로계약 관계에서 사용자의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원칙에 따라 10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봤다. 상법이 5년이라는 짧은 시효를 정한 것은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며, 이는 대량·정형·신속이라는 상거래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사안은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이 침해됨에 따른 손해의 전보에 관한 문제로 이는 대량·정형·신속이라는 상거래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논리는 정반대의 사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근로자가 회사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러 회사에 손해를 끼친 사안에서도, 대법원(2005년 11월10일 선고 2004다22742 판결)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주의의무를 위반함에 따라 발생한 손해의 배상 문제는 정형적인 또는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는 상거래와 무관하다는 근거에서 그 손해배상청구권은 본래의 원칙으로 돌아가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변호사 수임료와 부가가치세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 의뢰인들 중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변호사에게 지급한 변호사 보수를 상대방으로부터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당사자가 특정한 소송절차를 수행하는데 소요된 모든 비용을 소송비용이라고 하는데, 소제기 이전 소송준비행위에 소요된 비용, 소송계속 중에 소요된 비용, 소송의 부수절차에서 소용된 비용이 포함된다. 이러한 소송비용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패소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실제로 소송비용으로 인정받는 것은 민사소송비용법 및 관련 대법원규칙에 규정된 범위 내에 한한다. 소송비용 중 변호사 보수, 즉 당사자가 소송과 관련해 변호사에게 지급했거나 지급할 보수는 그 총액이 민사소송법 제109조 제1항 및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의해 산정된 금액 범위 내에 있는 이상 명목 여하에 불구하고 모두 소송비용에 포함된다. 본래 변호사 보수는 부가가치세법상 면세 대상이었으나 1998년에 법이 개정된 뒤 세금이 부과되기 시작해 의뢰인들은 부가가치세를 포함, 변호사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이 경우 부가가치세를 소송비용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 상대방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어 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2022년 1월27일 자 2021마6871 결정)은 소송당사자가 약정에 따라 부가가치세를 포함해 변호사보수를 지출했다면, 그 금액이 보수규칙에서 정한 금액 범위 안에 있는 이상 그 전부를 소송비용에 포함되는 변호사보수로 봐 소송비용부담의 재판에 따라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상대방에게 상환을 구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위와 같이 지급한 부가가치세가 사업자인 소송당사자가 자기 사업을 위해 공급받은 재화나 용역에 대한 것으로서 부가가치세법 제38조 제1항 제1호에 따른 매입세액에 해당해 자기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거나 환급받을 수 있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소송당사자의 부담으로 돌아가지 않으므로 부가가치세 상당의 소송비용 상환을 구할 수 없다. 반면 변호사보수에 포함된 부가가치세가 부가가치세법 제39조 제1항 제7호에서 규정한 ‘면세사업에 관련된 매입세액’ 등에 해당해 이를 소송당사자의 매출세액에서 공제하거나 환급받을 수 없는 때에는 그 부가가치세는 실질적으로 해당 소송당사자의 부담이 되므로 상대방에게 부가가치세 상당의 소송비용 상환을 구할 수 있게 된다. 박승득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최근의 주목할 만한 ‘주거침입죄’ 관련 판결에 대해

주거침입죄는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므로 주거침입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침입’은 위 보호법익과의 관계에서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침입’이란 거주자가 주거에서 누리는 사실상의 평온 상태를 해치는 행위 태양으로 주거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침입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출입 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기조에서 최근 주거침입죄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대법원 판결들이 있어 이를 소개한다. A는 과거 B와 사귀면서 B의 아파트 비밀번호를 알게 됐다. 이후 A와 B는 헤어졌다. 그러나 A는 헤어진 B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 심야 시간에 B의 아파트 공동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입력해 출입구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아파트 관리자나 거주자들만의 출입이 허용되는 출입구 내부와 B의 현관문 앞까지 출입했다. A는 B의 현관문 비밀번호를 수차례 누르다가 B의 목소리를 듣고 도주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A가 B의 주거에 몰래 들어간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아파트 관리자의 현실적·추정적 승낙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A가 B의 아파트 공동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입력하고 출입한 행위는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C가 자신과 상대방(D)이 대화하는 장면을 D나 음식점 영업주 몰래 촬영할 계획을 세우고 미리 카메라를 설치하기 위해 음식점에 들어간 경우는 어떠한가. 이 사안에서 법원은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에 영업주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으로 들어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침입행위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설령 행위자가 범죄 등을 목적으로 음식점에 출입했거나 영업주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이 인정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출입당시 객관적·외형적으로 드러난 행위 태양에 비춰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방법으로 음식점에 들어갔다고 평가할 수 없어 침입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법원이 식당에 도청용 송신기를 설치해 대화를 녹음한 뒤 언론에 폭로한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에서 주거침입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었는데, 최근 선고된 위 판결로 인해 이제 초원복집 판결은 더 이상 선례로서 적용될 수 없게 됐다. 남성 E가 결혼한 여성 F와 혼외 성관계를 할 목적으로 F의 남편이 부재중인 주거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사건에서 법원은 외부인이 공동거주자의 일부가 부재중에 주거 내에 ‘현재하는 다른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심갑보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아파트 단지 주차장을 부속상가의 고객이 이용할 수 있을까?

아파트 단지 주차장을 부속상가의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지에 관해 분쟁이 있는 경우가 제법 있다. 최근 대법원은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이 아파트 구분 소유자들만의 일부공용부분이라는 이유로 부속상가 고객은 그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이 일부공용부분이라고 판단한 논거는 해당 상가가 아파트와 별개 건물로 신축된 점, 지하주차장은 단지 정문 출입구로만 출입 가능하고 차단기가 설치돼 입주민과 방문자에게만 출입을 허용하는 점, 지상주차장은 누구나 이용 가능한 점, 지하주차장에는 아파트 승강기로 직접 연결되는 출입문이 있고 출입통제장치가 있으나 지하주차장과 상가는 직접 연결돼 있지 아니한 점, 아파트 구분소유자는 지하주차장을 공용부분으로 분양받았으나 상가의 분양계약서와 건축물대장에는 지하주차장이 분양면적이나 공용부분으로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점 등으로 요약된다. 일부공용부분에 대해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규정이 돼 있는데(제10조 제1항), 위 법은 전유부분과 공용부분의 구분을 ‘여러 개의 전유부분으로 통하는 복도, 계단, 그 밖에 구조상 구분소유자 전원 또는 일부의 공용에 제공되는 건물부분은 구분소유권의 목적으로 할 수 없다’(제3조 제1항)고 보고 구체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전부공용부분과 일부공용부분 구분에 대해 ‘일부의 구분소유자만이 공용하도록 제공되는 것임이 명백한 공용부분’을 일부공용부분으로 정의하는 외에 달리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지는 않다. 종전 판례는 그 구분에 관한 원론적인 기준으로 ‘소유자들 사이에 특단의 합의가 없는 한 구분소유가 성립될 당시 건물의 구조에 따른 객관적인 용도’를 들고 있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의 판단 근거 중 해당 상가가 아파트와 별개 건물로 신축된 점이나 지상주차장은 누구나 이용 가능한 점은 ‘건물 구조’의 문제라기보다는 현실적 이용실태의 측면에 가까운 면이 있다. 한편 지하주차장에는 아파트 승강기로 직접 연결되는 출입문이 있고 출입통제장치가 있으나 지하주차장과 상가는 직접 연결돼 있지 아니한 점을 보건대, 위 지하주차장과 같은 구조와 용도라고 하더라도, 상가 고객 자동차가 필연적으로 출입할 수 없는 구조와 용도인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위 사건에서 일부공용부분 인정의 핵심 논거는 아파트 구분소유자는 지하주차장을 공용부분으로 분양받았으나 상가의 분양계약서와 건축물대장에는 지하주차장이 분양면적이나 공용부분으로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점일 수 있다. 결국 위 사건의 대법원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이나 구체적 사정들이 조금씩 차이가 나는 다른 아파트 단지들에 있어서의 결론은 반드시 같다고 보기 어렵지 않은가 생각된다. 임한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실거주한다던 임대인이 주택을 임대한 경우의 손해배상

세입자 A씨는 2020년 11월 집주인 B씨와 전세보증금 4억원, 계약기간을 2년으로 정해 수원시의 한 아파트에 관한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A씨는 계약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전세계약이 종료하기 전에 계약 갱신을 요구했으나, B씨는 자신이 실거주하겠다며 A씨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부했다. 그러나 B씨는 이후 (실거주를 한 것이 아니라) 전세보증금을 6억원으로 정해 C씨에게 아파트를 임대했다. 이 경우 A씨는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5항에 따르면, 임대인이 자신 또는 직계 존비속의 실거주를 이유로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거절했음에도 불구하고 갱신요구가 거절되지 아니했더라면 갱신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목적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따라서 ​B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C씨에게 위 아파트를 임대했다면, A씨는 B씨를 상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 손해배상의 액수는 당사자 간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갱신거절 당시 월 차임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해 얻은 환산 월 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 월 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 중 가장 큰 금액으로 한다. 위 사례에서 A씨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 사례는 월 차임 없이 전세보증금만 있는 경우이므로 전월세 전환율에 따라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해야 한다. 법정 전월세 전환율은 은행법 따른 은행에서 적용하는 대출금리와 해당 지역의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10%)과 한국은행에서 공시한 기준금리(1.25%)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이율(2%)을 더한 비율(3.25%) 중 더 낮은 비율에 따르므로 3.25%를 적용해 월세를 계산한다. 따라서 A씨의 월차임은 약 108만원(보증금 4억 원0.03251/12)이 된다. 한편 C씨의 월차임은 약 162만원(보증금 6억원0.03251/12)이므로, 결국, A씨는 324만원(108만원3개월), 1천296만원((162만원-108만 원)24개월), 갱신거절로 인해 입은 손해(이는 임차인 A씨가 별도로 증명)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A씨가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그 아파트에 임대인이 아닌 제3자가 거주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6조에 따르면 임대인의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갱신이 거절된 임차인은 해당 임대차 목적물의 임대차계약 체결 여부 등에 관한 사항을 열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구 임차인은 주민센터 등과 같은 확정일자 부여기관에 방문해 임대차 정보제공 요청서를 작성해 집주인의 실거주 여부를 정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임대차 정보제공 요청서는 주택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 부여 및 임대차 정보제공에 관한 규칙 별지 제3호 서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혜진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조부모가 미성년 손자녀를 자녀로 입양할 수 있는가

며느리가 생후 7개월된 아이를 친정 부모에 맡기고 가버렸고, 그 때부터 조부모가 외손자를 양육해 왔다. 아이의 부모는 아이를 돌보지 않고 서로 교류도 없었다. 아이는 조부모를 부모로 알고 성장했고, 가족이나 친척, 주변사람들도 조부모를 아이의 부모로 대했다. 한편 친생부모도 조부모의 입양에 동의했다. 조부모는 아이를 아들로 입양할 수 있는가. 민법은 조부모가 미성년의 손자녀를 입양해 양부모가 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으므로 법률상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할 수 있다. 그러나 조부모의 미성년 손자녀 입양은 이미 조손의 혈연관계가 존재하고 입양 후에도 양부모와 조부모의 친족관계가 병존하게 된다는 점에서 법정 친자관계의 기본적인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데다가, 조부모가 입양사실을 감추고 친생부모인 것처럼 양육하기 위해 하는 비밀 입양은 향후 자녀의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적지 않는 등 문제점이 있다. 법원은 조부모의 입양으로 가족의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혼란이 초래될 수 있더라도, 입양을 허가하기 위해서는 당해 입양에 관한 구체적 사정을 충분히 살펴본 후에 입양이 아이의 복리에 더 이익이 된다면 입양을 허가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이 말하는 구체적인 사정이란 무엇인가. 우선 입양을 허가하기 위해서는, 조부모가 단순한 양육을 넘어 양친자로서 신분적 생활관계를 형성하려는 실질적인 의사를 가지고 있는지, 입양의 주된 목적이 부모로서 자녀를 안정적영속적으로 양육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친생부모의 재혼이나 국적 취득, 그 밖의 다른 혜택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지를 살펴봐야 한다. 또한 친생부모의 입양동의가 확실한 것인지 확인해야 하고, 조부모가 양육능력이나 양부모로서의 적합성과 같은 일반적인 요건을 갖추는 것 외에도, 자녀와 조부모의 나이, 현재까지의 양육 상황, 입양에 이르게 된 경위, 친생부모의 생존 여부나 교류 관계 등에 비추어 조부모와 자녀 사이에 양친자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 조부모의 입양이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과 우려되는 사항을 비교형량해 개별적구체적인 사안에서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판단해야 한다. 입양되는 자녀가 13세 미만인 경우에도 어느 정도의 사리분별 능력이 있으면, 적절한 방법으로 자녀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재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경매로 취득한 상가와 업종제한약정

상가를 분양하는 분양자가 분양계약에 수분양자의 업종을 제한하는 규정을 포함시키는 경우가 있다. 수분양자에게 특정 업종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보장함으로써 분양을 활성화해 분양가를 높게 받기 위함이다. 분양 이후 당연 설립된 관리단도 그 규약에 업종제한규정을 포함시키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업종제한이 있는 상가 내 점포를 경매로 취득한 사람도 위와 같은 업종제한약정에 구속되는 것일까. 우선 업종제한약정 자체가 유효한 것인지 살펴보자. 수분양자의 업종 선택권은 헌법상 보장돼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 영업의 자유 및 재산권에 속하므로 업종제한약정은 이러한 기본권의 침해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분양계약 또는 수분양자들 상호간의 약정에 의한 업종 제한은 계약자유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는 점,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권장업종을 지정하는 것은 인근 주민들의 생활상의 편의를 도모하고 입주 상인들의 영업상 이익을 존중해 상호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측면에서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업종제한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한다(대법원 1997년 12월26일 선고 97다42540 판결 참고). 더 나아가 대법원은 집합건물 관리단이 관리규약을 제정할 당시의 구성원들뿐만 아니라 그 후 점포를 취득한 제3자에게도 위 업종제한약정의 효력이 미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상가를 경매로 취득한 자에게도 업종제한약정의 효력이 여전히 미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사안에 따라서는 상가를 경매로 취득한 자의 업종제한 의무를 부인한 사례도 있음에 유의하자. 즉 지하 1층 상가를 가구류 판매시설로 업종을 지정해 분양한 분양자가 이후 지상 1층을 의류, 잡화 판매시설 등으로 업종을 지정해 분양하려 했지만 분양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이를 관리해 오던 중 A가 지상 1층을 낙찰 받아 가구점을 운영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지상 1층 전체가 전혀 분양되지 않아 상가의 업종 제한에 대한 인식이 미약한 점, 경매절차의 현황조사 및 감정평가 과정에서 업종지정을 조사한 바 없는 점, 관리규정의 내용 상 지하 1층이 아닌 지상 1층에서도 가구점 영업이 금지돼 있는지 여부가 불명확한 점을 들어 A의 업종제한 의무를 부인했다(대법원 2007년 11월30일 선고 2004다44742 판결 참고). 따라서 위 판결은 상가의 취득원인이 경매인 경우에는 업종제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취지가 아니라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들을 감안해 경매로 상가를 취득한 자의 업종제한 의무를 부인할 수도 있다는 의미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요컨대 경매로 상가를 취득한 자가 업종제한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정다솔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동업계약의 탈퇴와 정산

갑과 을은 상호출자해 공동으로 식당을 경영할 것을 약정하는 내용의 동업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상호 불화가 생겨 갑은 을과 사이의 동업계약에서 탈퇴하고자 한다. 2인의 동업계약에서 1인이 탈퇴할 경우의 법률관계는 어떻게 될까. 동업은 민법상 조합에 해당한다. 조합계약으로 조합의 존속기간을 정하지 아니하거나 조합원의 종신까지 존속할 것을 정한 때에는 각 조합원은 언제든지 탈퇴할 수 있으나 부득이한 사유 없이 조합의 불리한 시기에 탈퇴하지는 못한다(민법 제716조 제1항). 조합의 존속기간을 정한 때에도 조합원은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탈퇴할 수 있다(민법 제716조 제2항). 여기에서 부득이한 사유란 경제계의 사정변경에 따른 조합 재산상태의 악화나 영업부진 등으로 조합의 목적 달성이 매우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객관적 사정이 있는 경우 외에 조합 당사자 간의 불화 대립으로 인해 신뢰관계가 파괴됨으로써 조합업무의 원만한 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대법원 1991년 2월22일 선고 90다카26300 판결 참조). 한편 2인 조합에서 조합원 1인이 탈퇴하는 경우 조합관계는 종료되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조합은 해산되지 아니하고, 조합원의 합유에 속한 조합재산은 남은 조합원의 단독소유에 속하게 된다(대법원 1997년 10월14일 선고 95다22511, 22528 판결 참조). 또한 탈퇴자와 잔존자 사이에 탈퇴로 인한 계산을 함에 있어서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탈퇴 당시의 조합재산상태를 기준으로 평가한 조합재산 중 탈퇴자의 지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금전으로 반환해야 한다. 이 계산은 사업의 계속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조합재산의 가액은 단순한 매매가격이 아닌 영업권의 가치를 포함하는 영업가격에 의하여 평가하되, 당해 조합원의 지분비율은 조합청산의 경우에 실제 출자한 자산가액의 비율에 의하는 것과는 달리 조합내부의 손익분배 비율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2006년 3월 9일 선고 2004다49693,49709 판결 참조). 따라서 동업재산의 정산 시 조합원의 지분비율에 대해서는 동업계약에서 손익분배 비율을 정했다면 그에 따르고 손익분배 비율을 정하지 않았다면 각 조합원의 출자가액에 비례해 이를 정해야 할 것이다. 결국 갑은 을과 사이에 신뢰관계가 파괴됨으로써 동업업무의 원만한 운영을 기대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음을 들어 동업관계에서 탈퇴하고, 식당의 영업권의 가치를 포함하는 영업가격을 평가해 자신의 지분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을 을로부터 금전으로 지급받는 방식으로 동업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준행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근저당권 변경 계약의 효력

갑은 A은행과 시설자금대출 약정을 맺고 X토지에 관해 채권최고액을 10억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 6억원을 대출했다. 얼마 후 추가 자금이 필요했던 갑은 지인 B에게 X토지에 관해 채권최고액을 6억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면서 5억원을 차용했다. 이후 갑과 A은행은 제1순위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채무를 종전의 시설자금대출 약정에 추가해 중소기업자금대출 약정에 따른 대출금으로 변경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 추가 대출 계약(중소기업자금대출 약정)에 따라 갑은 4억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결국 갑이 A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은 10억원이 됐다. 갑이 A은행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경매 절차가 진행됐으며 X토지는 10억원에 매각됐다. 이 경우 제2순위 근저당권자인 B는 얼마를 배당 받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B라는 점을 밝혀 둔다. 이 사례에서 A은행의 제1순위 근저당권이 담보하는 채권은 최초 약정한 대출금, 즉, 시설자금대출 약정에 따른 대출금 채권(6억원)에 한정되는 것이고 이후에 추가된 중소기업자금 대출 약정에 따른 대출금 채권(4억원)은 제외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논리에 따르면 B는 제2순위 근저당권자로서 4억원을 배당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대법원(2021년 12월16일 선고 2021다255648 판결)은 전혀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다. 본래 근저당권은 피담보채무의 최고액만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보류해 설정하는 저당권이다. 따라서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에 근저당설정자와 근저당권자의 합의로 채무의 범위를 변경하거나 채무자를 추가교체하는 등 피담보채무를 변경할 수 있고 이렇게 변경된 채무가 당해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의 범위 안에서 담보의 효력이 있음은 물론이다. 따라서 제1순위 근저당권자인 A은행은 시설자금대출 약정 및 중소기업대출 약정을 따른 대출금 채권 전부에 대해 (채권최고액의 범위 안에서) 근저당권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다. 결국 A은행은 10억원의 매각대금 전액을 제1순위로 배당을 받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B는 단 1원도 배당 받지 못한다. 대법원은 후순위저당권자 등 이해관계인은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에 해당하는 담보 가치가 근저당권에 의해 이미 파악되어 있는 것을 알고 이해관계를 맺었기 때문에 이러한 변경으로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이러한 결론의 주요 논거로 제시한다. 금융 거래를 하다 보면 이 사안의 B와 같은 입장(제2순위 근저당권을 설정 받고 돈을 빌려주어도 문제가 없을까 고민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독자 여러분의 주의를 요한다. 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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