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스토킹처벌법과 정보통신망법의 적용범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이 2021년 10월 2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기 전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스토킹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 의하여 규율돼 왔다. 그러나 현행 스토킹처벌법 상 스토킹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도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한 행위로 의율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와 같이 두 법의 입법취지가 다른 데서 오는 문제는 스토킹처벌법의 시행으로 일견 해소됐다. ‘스토킹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하고(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그 중 다.목은 정보통신망법 상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스토킹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 7 제1항 제3호는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는 행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보통신망을 이용하기는 했으나 스토킹행위에는 이르지 않는 행위, 즉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지 않고, 정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는 행위는 스토킹처벌법이 아닌 정보통신망법의 규율을 받게 된다. 최근 대법원은 대표이사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해고의 의사를 표시했고 피해자가 이에 대하여 반발한 상황에서, 피고인의 피해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7회 발송하고 2회 전화통화를 한 행위가 정보통신망법 상의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 등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 유의할 점에 대해 판시했다. 대법원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언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상대방에게 보낸 문언의 내용과 그 표현 방법 및 함축된 의미, 피고인과 상대방 사이의 관계, 문언을 보낸 경위, 횟수 및 그 전후의 사정, 상대방이 처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하면서, 피고인의 경우 ① 피해자가 해고 통지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고수함에 따라 피고인이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해고 의사를 명확히 고지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충동적으로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 것인 점, ② 7개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약 3시간 동안 3개의 메시지를 발송한 것에 불과하여 반복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그 내용은 해고의 의사표시를 명확히 고지한 것에 불과하여 피해자의 불안감 등을 조성하기 위한 일련의 반복적인 행위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피고인을 유죄로 본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3. 9. 14. 선고 2023도5814 판결). 이 판결은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스토킹처벌법과 정보통신망법과의 적용범위를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사료된다.

[법률플러스] 유류분 제도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속재산 중 상속인 등의 일정한 자에게 유보된 몫을 말하고, 피상속인의 상속인 중 일정한 자에게 법정상속분에 대한 일정비율의 상속재산을 확보하여 주는 제도이다. 유류분 권리자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법정상속분의 1/2), 배우자(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법정상속분의 1/3), 형제자매(법정상속분의 1/3)인데(민법 제1112조), 유류분권을 행사할 수 있으려면 재산 상속의 순위상 상속권이 있어야 한다. 유류분은 법정상속권에 기초하므로, 상속의 결격, 포기로 인하여 상속권을 상실한 자는 유류분권 역시 상실한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상속개시 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의 가액에 증여재산의 가액을 가산하고 채무(상속채무)의 전액을 공제하여 이를 산정한다. 이때 증여재산은 상속개시 전 1년간에 행하여진 것에 한하여 그 가액을 산정하는데, 공동상속인 중에서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를 받은 자가 있는 경우에는 그 특별수익분이 비록 상속개시 1년 이전의 것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증여재산에 산입한다. 증여받은 재산의 가액은 상속개시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해야하고, 당해 반환의무자에 대하여 반환해야할 재산의 범위를 확정한 다음 그 원물반환이 불가능하여 가액반환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가액은 사실심 변론종결시를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5. 6. 23. 선고 2004다51887 판결 참조). 유류분 권리자가 피상속인의 증여 및 유증으로 인하여 그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때에는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때 증여에 대하여는 유증을 반환받은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 유류분반환청구권은 유류분 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하여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에 행사하지 아니하거나, 상속이 개시한 때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 시효에 의하여 소멸한다(민법 제1117조). 유류분 제도는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와 수증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이 계속하여 제기되어 왔고, 유류분 관련 민법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 그동안 총 3번에 걸쳐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은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3번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최근 다시 그 위헌 여부에 대하여 헌법소원이 제기되어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최초로 유류분 제도의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 변론을 열기도 하였다. 1979년 처음 도입된 이후 40년 이상 존속되어 온 유류분 제도의 존폐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법률플러스] 임대인 체납 세금 확인 가능하다

조세채권은 일반 사권보다 우선함이 원칙이다. 여기서 ‘우선’이란 납세자의 재산에 대해 강제집행이 실시되는 경우 납세자에 대한 기타의 채권보다 조세채권을 우선하여 징수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러한 조세우선의 원칙을 철저하게 관철함으로 인하여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법은 이 원칙의 예외 규정을 다수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예외 규정 중의 대표 사례가 바로 임차인 보호를 위한 규정이다. 즉 대항요건(건물의 인도와 주민등록 또는 사업자등록)과 확정일자를 갖춘 주택이나 상가건물의 임차인은 그 재산의 매각 대금에서 위 요건의 구비 이후 법정기일이 도래하는 국세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다(국세기본법 제35조 제1항 제3호 나.목). 따라서 집 주인에게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은 날 이후의 날이 법정기일’인 체납 세금이 있어도 임차인은 보증금을 안전하게 돌려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임대인에게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은 날 이전의 날이 법정기일’인 체납 세금이 있다면 임차인은 여전히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임대차 계약을 맺고자 하는 임차인은 혹시 임대인에게 체납한 세금이 있는지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임대인이 체납한 세금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있을까? 물론 그에게 직접 물어보는 방법이 있지만 건물주가 대답을 해주지 않거나 막연히 ‘밀린 세금 없다’라고 무성의하게 답변하는 경우 임차인은 그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국세징수법 제109조 제1항은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임대인이 미납한 세금의 열람을 세무서장에게 신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다만 이 방법은 임대인의 동의를 전제하므로(세금체납 사실은 임대인의 비밀정보이므로 이를 확인하기 위해 그의 동의를 요구한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만일 임대인이 동의를 거부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임대인이 별 다른 이유도 없이 세금체납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혹시 그는 거액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건물을 임차하고자 하는 분들은 다시 한 번 고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편, 최근 신설된 국세징수법 제109조 제2항은 일단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이라면 임대차 기간이 시작하는 날까지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그의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으면 유익할 것이다. 다만 이 규정은 이미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차인에게만 인정되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열람을 통해 임대인이 상당한 액수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음을 발견하였다면 임차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미납 세금이 거액이라면 조금이라고 빨리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전세사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일 수 있다. 물론 계약의 파기에 따라 계약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을 수는 있다. 이를 위하여 임대차 계약서에 미리 특약 사항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법률플러스] 점유취득시효 완성과 지적등록사항 정정

1필지의 토지 중 일부에 관하여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 경우, 점유자가 토지소유자로부터 그 부분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받으려면 먼저 그 1필지의 토지 중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 부분에 대한 분할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만일 지적공부(토지대장, 임야대장, 공유지연명부, 대지권등록부, 지적도, 임야도 및 경계점좌표등록부 등 지적측량 등을 통해 조사된 토지의 표시와 해당 토지의 소유자 등을 기록한 대장 및 도면)에 그 토지의 면적이 잘못 표시되어 등록사항 정정의 대상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처럼 토지의 면적이 확정되어 있지 않다면 그 상태로 토지를 분할할 수 없으므로 면적의 확정이 선행돼야 한다. 여기서 면적을 확정하는 방법으로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간정보관리법’이라 한다)에서 규정하는 지적공부의 등록사항 정정절차가 있다. 공간정보관리법 제84조에 의하면 토지소유자는 지적공부의 등록사항에 잘못이 있음을 발견하면 지적소관청에 그 정정을 신청할 수 있고, 지적소관청은 지적공부의 등록사항에 잘못이 있음을 발견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직권으로 조사·측량하여 정정할 수 있다. 공간정보관리법 시행령 제82조 제1항 제2호는 지적소관청이 직권으로 조사·측량하여 정정할 수 있는 경우 중 하나로 ‘지적도 및 임야도에 등록된 필지가 면적의 증감 없이 경계의 위치만 잘못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을 종합하면, 지적공부의 등록사항 중 면적의 표시에 잘못이 있는 경우에는 지적소관청이 이를 직권으로 정정할 수는 없고 토지소유자의 신청에 의하여만 정정할 수 있다. 나아가 공간정보관리법 제87조는 토지소유자의 채권자 등은 이 법에 따라 토지소유자가 해야 하는 신청을 대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그 단서에서 등록사항 정정 대상토지는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처럼 공간정보관리법은 토지소유자가 아닌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 점유자가 직접 지적공부의 등록사항 정정신청을 하거나 토지소유자를 대위하여 신청할 수 있는 방법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지적공부상 면적의 표시가 잘못된 등록사항 정정 대상토지의 일부를 점유함으로써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된 점유자가, 자신의 점유 부분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위하여 선행절차로 토지분할을 하여야 하는 경우, 점유자는 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실행하기 위하여 토지소유자를 상대로 지적공부 등록사항 정정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하여 최근 대법원(2023년 6월 15일 선고 2022다303766 판결)은, 점유자가 지적공부 등록사항 정정절차 이행을 구할 수 없다고 본다면, 토지소유자가 지적공부 등록사항 정정신청을 하지 않는 이상 점유자는 점유 부분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게 돼,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됨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갖는 점유자의 법적 지위가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토지소유자를 상대로 지적공부 등록사항 정정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권리구제의 폭을 넓혔다.

[법률플러스] 망인 유해에 대한 권한은 누가 가지는가?

갑(남성)은 을(여성)과 결혼하여 24살, 18살의 딸 2명(A, B)을 두고 있다. 그런데 갑은 을과 혼인 생활 중에 다른 여성 병과 낳은 아들을 낳아 12살 된 아들 1명(C)이 있었는데, 그 상태에서 사망했다. 그러자 병이 갑의 유해를 화장한 후 추모공원 내 봉안당에 봉안했다. 이에 원래 배우자 을과 딸 2명이 병을 상대로 망인(갑)의 유해를 자신들에게 넘겨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2심 법원은 병의 아들(C)이 장남으로서 제사주재자에 해당하므로 부친인 망인(갑)의 유해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병은 미성년자인 아들(C)의 법정대리인(친권자 모)으로서 그 유해를 점유·관리하고 있다고 보아, 원래의 배우자 을과 딸 2명의 유해 인도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2008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제사주재자는 우선적으로 망인의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협의에 의해 정하되,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망인의 장남(장남이 이미 사망한 경우에는 장손자)이 제사주재자가 되고, 공동상속인들 중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망인의 장녀가 제사주재자가 된다.”라고 판시했는데, 위 1, 2심은 이러한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종전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폐기하고 새로운 판례를 내놓았다. 그 취지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므로 망인의 장녀인 A가 제사주재자에 해당한다.”라는 것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망인과 그 직계비속 사이의 근친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같은 지위와 조건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 미풍양속에 부합한다. 실제 장례나 제사에서도 직계비속 중 연장자가 상주나 제사주재자를 맡는 것이 우리의 문화와 사회 일반의 인식에 합치한다. 종중의 종장 또는 문장 선임에 관한 종중규약이나 관례가 없으면 생존하는 종중원 중 항렬이 가장 높고 나이가 많은 연고항존자가 종장 또는 문장이 되는 우리의 일반 관습에서도 연장자를 우선하는 전통이 반영돼 있다. 다만, 망인의 직계비속 중 최근친의 연장자라고 하더라도 장기간의 외국 거주, 평소 부모를 학대하거나 모욕 또는 위해를 가하는 행위, 조상의 분묘에 대한 수호·관리를 하지 않거나 제사를 거부하는 행위,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모의 유지 또는 유훈에 현저히 반하는 행위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제사를 주재할 의사나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망인의 명시적·추정적 의사, 공동상속인들 다수의 의사, 망인과의 생전 생활관계 등을 고려할 때 그 사람이 제사주재자가 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아 망인의 유해에 대한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시취지는 그대로 유지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법률플러스] 성년후견인이 의사무능력

피성년후견인이 교통사고로 뇌손상 등을 입어 의사무능력이 된 경우 성년후견인이 반의사불벌죄인 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에 관해 피해자인 피성년후견인을 대리하거나 독립해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할 수 있을까. 친고죄의 경우와 달리, 법정대리인이 반의사불벌죄에 있어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형사소송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다. 이에 관해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판결로, 성년후견인이 반의사불벌죄에 관해서 피해자를 대리하거나 독립해,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3년 7월 17일 선고 2021도11126 전원합의체 판결). 그 핵심 논거는 ①명문의 규정이 없고, 제3자가 피해자를 대신해 처벌불원의사를 형성하거나 결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의 문언에 반한다는 점, ②피해자가 의사무능력인 경우 성년후견인의 대리에 의한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피해자의 진실한 의사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③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의사를 소송조건으로 하는 이유·방법·효과에 있어서 같다고 할 수 없고,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불원의사의 대리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입법자의 결단이라는 점, ④피해자의 진실한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음에도 성년후견인에 의한 처벌불원의사의 대리를 허용하는 것이 피해자의 보호나 복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⑤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리해 한 형사합의를 소극적 소송조건이 아닌 양형요소로 고려하는 것은 현행 형사사법 체계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피성년후견인이 의사무능력에 빠지지 않은 경우에도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의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다. 즉,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을 위해 법률적 의사를 형성해 줄 수 있는 사람이지 무관한 제3자가 아니다. 또한 피성년후견인은 의사무능력이 아닌 경우에도 정신적 제약으로 정상적인 의사 형성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편,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의 법률상 차이가 그렇게 엄격하다고 보이지 않는 면이 있으며, 반의사불벌죄에서 입법자가 실제 과연 위와 같은 결단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성년후견인에 의한 처벌불원의사의 대리를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피성년후견인 보호나 복리에 부합한다.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을 대리해 한 형사합의를 소극적 소송조건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 측면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한다면 위 전원합의체판결의 취지에는 의문이 없지 않다. 실제 위 전원합의체판결에 대해 5인의 대법관이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이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이 선고된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법률플러스] 혼인생활 중 외도한 사람의 재산 처분

A는 가정주부로 남편 B와 10년간 혼인생활을 유지해 오고 있다. A는 올해 6월 B의 휴대전화에서 B가 C와 부적절한 관계로 보이는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과 B가 C에게 1천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로써 B의 외도를 인지하게 됐다. 이에 A는 B를 상대로 이혼, 위자료 청구 및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B의 불륜 행위가 인정된다면 B는 이 소송의 이혼 및 위자료 청구 관련 분쟁에서 당연히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B는 재산분할 관련 분쟁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될까? 최근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 아래와 같은 고등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 부정행위자가 그 상대방에게 재산을 처분한 행위는 재산분할의 비율 산정에 있어 불이익(페널티) 요소로 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례 ① : 혼인 중 외도한 배우자가 외도 상대방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돈을 증여하고 이를 함께 소비한 경우 법원은 이를 부부공동재산을 유출시킨 것으로 보아 재산분할비율에 참작한 사례. 외도한 자(피고)의 재산분할 비율을 45%, 원고의 재산분할 비율을 55%로 조정. 사례 ②: 피고는 혼인 중 외도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향후 외도 사실의 적발 시 전 재산을 상대방(원고)의 뜻대로 해도 이의가 없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 그러나 피고는 그 이후에도 부정행위의 상대방에게 오피스텔 매입대금을 지원하는 등 상당한 규모로 부부공동재산의 감소를 초래함. 법원은 피고(부정행위자)의 재산분할 비율을 20%, 원고의 재산분할 비율을 80%로 판단. 이처럼 법원은 최근 외도한 배우자가 외도 상대방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는 관계가 형성됐고 소송상대방인 배우자(위 사례의 원고 A)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장할 경우, 부정행위와 관련해 재산에 변동이 있다면 그 분할대상 재산의 범위와 분할비율 등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다. 즉, 불륜 등 부정행위로 인해 혼인 생활을 이어갈 수 없도록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부정행위 상대방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면, 적어도 배우자와의 관계에서는 그러한 처분행위가 적법하다고 볼 수 없고 부부공동재산을 감소시킨 행위에 해당하므로 재산분할소송에서 그 분할 비율을 산정할 때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거론한 A와 B 사이의 이혼, 위자료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에서 B가 외도 상대방 C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는 점이 인정되는 경우 B는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 있어 불리한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률플러스] 법원의 통화내역 제출 명령을 통신사가 거부할 수 있나?

이혼 소송이나 상간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 으레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통해 전기통신사업자(이하 통신사)로부터 상대방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확보한 다음 상대방의 부정행위를 입증하곤 한다. 문서제출명령 신청이란, 어느 문서를 증거로 제출해 주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당 문서를 상대방 또는 제3자가 소지하고 있어 직접 제출할 수 없는 당사자가 법원에 그에 대한 제출명령을 구하는 신청이다. A 역시 이혼 소송 진행 중 통신사에게 배우자 B의 휴대전화번호에 대한 1년간의 통화내역 제출을 명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문서제출명령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문서제출명령을 했다. 그런데, 통신사는 그 제출을 거부했고 이에 법원이 과태료를 부과했다. 통신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본문을 이유로 재차 위 자료의 제출을 거부하며 재항고했다. 통신사의 주장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이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정에 ‘민사소송법’이 포함돼 있지 않아 법률에서 정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민사소송법에 따른 문서제출명령에 기해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통신사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대법원은 최근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통신비밀보호법에서 정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민사소송법상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출을 명하는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심리방법과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대법원 2023. 7. 17. 선고 2018스34 전원합의체 결정). 대법원의 판시를 요약하면 통신비밀보호법과 민사소송법의 입법목적, 규정사항 및 적용범위 등을 고려할 때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민사소송법이 정한 문서제출명령에 의해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관한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더라도 민사소송법상 증거에 관한 규정이 원천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고, 통신비밀보호법은 이미 민사소송법 제294조에서 정한 조사의 촉탁 방법에 따른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을 허용하고 있으므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문서제출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해석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의 입법목적에 반한다거나 확장해석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법원은 통신사실확인자료의 문서제출명령을 심리·발령할 때는 통신과 대화의 비밀 및 자유와 적정하고 신속한 재판의 필요성을 엄격히 비교·형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위와 같은 결정으로 인해 상대방의 부정행위를 증명할 책임을 지는 소송 당사자는 입증의 편의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그 상대방의 사생활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 또한 보호돼야 하는 가치이므로, 향후 문서제출명령 신청에 대한 법원의 신중하고 엄격한 심리가 필요할 것이다.

[법률플러스] 절도죄와 점유이탈물횡령죄

절도죄는 타인이 점유하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고(형법 제329조), 점유이탈물횡령죄는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형법 제360조 제1항). 일반적으로 절도죄와 점유이탈물횡령죄는 구분이 가능하나, 유실물의 경우에는 물건이 유실된 장소에 타인의 지배가 미치는지 여부에 따라서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할 수도 있고, 절도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음식점이나 카페, 택시, 당구장 등의 장소에서 갑이 지갑을 분실했는데, 을이 이를 습득해 가져가버린 경우, 언뜻 보기에 위 지갑은 그 소유자인 갑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에 해당하므로, 이를 가져간 을의 행위는 점유이탈물횡령죄로 생각될 수가 있다. 그런데 갑이 지갑을 잃어버린 장소가 음식점, 카페, 택시, 당구장 등과 같이 타인의 관리 아래 있을 때에는 그 물건은 그 관리자의 점유에 속하므로, 이를 제3자인 을이 취거하는 것은 절도죄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당구장(대법원 1988년 4월 25일 선고 88도409 판결 참조), 피씨방(대법원 2007년 3월 15일 선고 2006도9338 판결 참조)에서 유실물을 취거한 사안에서 “당구장, 피씨방 관리자의 점유가 인정되므로 절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반면, 대법원은 지하철 전동차 안의 유실물(대법원 1999년 11월 26일 선고 99도3963 판결 참조)과 고속버스 안의 유실물(대법원 1993년 3월 16일 선고 92도3170 판결 참조)을 취거한 사안에서는 “지하철의 승무원이나 고속버스의 운전자는 전동차와 고속버스의 관수자로서 승객이 잊고 내린 유실물을 교부받을 권능을 가질 뿐 그 유실물을 현실적으로 발견하지 않는 한 이에 대한 점유를 개시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사이에 위와 같은 유실물을 발견하고 가져간 행위는 점유이탈물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위와 같이 대법원은 유실물이 있는 장소가 타인의 실력적 지배가 미치는 장소 내에 있다면, 위 유실물은 그 장소의 관리자의 점유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 점유이탈물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하튼 처벌의 정도만을 달리할 뿐, 자신의 물건이 아닌 유실물을 취거하는 것이 범죄에 해당하는 것은 명백하다. 한편 유실물법 제4조는 ‘물건을 반환받는 자는 물건가액의 100분의 5 이상 100분의 20 이하의 범위에서 보상금을 습득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유실물을 습득한 사람은 가까운 경찰서에 해당 유실물을 제출하고, 유실물법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법률플러스] 계약갱신 기간 경과와 권리금 보장

현행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법’)은 임차인에게 원칙적으로 10년의 임대차 기간을 보장한다. 예컨대 계약기간을 2년으로 정한 임차인(A)이 임대차기간의 만료 전에 계약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법이 정한 예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이를 거절할 수 없다. 따라서 임대인과 A는 다시 계약기간 2년의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법률상 의제된다. 다만, A의 이러한 계약갱신 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본래 이 기간은 5년이었지만 2018. 10. 개정된 법률은 그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함). 한편, 법은 현재의 임차인(A)이 신규 임차인(B)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원칙적으로 보장한다. 예컨대 임대차 계약기간의 만료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A는 B로부터 2억원의 권리금을 지급받고 B에게 영업을 이전하기로 합의한 후 임대인에게 B와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청했다고 하자. 그러나 임대인이 B에게 주변 시세보다 훨씬 높은 보증금과 월세를 요구함에 따라 B는 계약 체결을 포기했고 이로 인해 A는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상실했다. 이때 A는 임대인을 상대로 그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결국 임대인은 신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것을 간접적으로 강요받는 셈이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할까? 즉 A가 이미 여러 차례 계약 갱신권을 행사해 이제 최초의 임대차 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 기간이 10년에 근접하고 있다고 하자. 다시 말하면, 이제 A는 더 이상 임대인에게 임대차 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A는 B로부터 2억원의 권리금을 지급받기로 하는 권리금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고 이에 임대인에게 B와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청했다. 이 경우 임대인은 B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하는가? 이처럼 곤혹스러운 분쟁을 심리한 하급심 법원은 임대인의 손을 들어줬다. 즉 A가 애당초 임대인에게 임대차 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으므로 설사 그가 B와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임대인은 A의 권리금 회수를 보장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2019년 5월 16일 선고 2017다225312, 225329 판결)의 판단은 달랐다. 설사 기존 임차인이 더 이상 계약을 갱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신규 임차인과 권리금 계약을 맺어 권리금을 회수하는 것은 가능하며, 만일 임대인이 신규 임대차 계약의 체결을 거절함으로써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 그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이후 여러 판결들(대법원 2019년 7월 10일 선고 2018다273417 판결, 2019년 7월 25일 선고 2018다252823 판결, 2020년 9월 3일 선고 2018다252441 판결)에서 반복되고 있다. 임대인, 임차인, 신규임차인 모두의 주의를 요한다.

[법률플러스] 주한미군기지에서 발생한 한국 군인들의 폭행사건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란 피해자가 범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기소할 수 없고, 일단 기소가 이뤄진 후에도 피해자가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반드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해야 하는 범죄를 말한다.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폭행죄다(형법 제260조 제3항). 그런데, 군형법 제60조의6 제1호는 군인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 제2조 제1호가 정한 군사기지에서 군인을 폭행한 경우에는 폭행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위 형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 이는 병영질서의 확립과 군기 유지를 위해 처벌할 공공의 이익이 크고 진정성 있는 합의를 통해 분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운 군인 상호 간 폭행의 불법성을 고려해 공소제기의 적정과 균형을 추구함과 동시에, 궁극적으로는 군사기지에서 발생하는 폭행으로부터 병역의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위 법률에 따른 ‘군사기지’란 군사시설이 위치한 군부대의 주둔지·해군기지·항공작전기지·방공(防空)기지·군용전기통신기지, 그 밖에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를 말하는데, 원칙적으로는 대한민국 국군 부대의 군사기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한미국기지에서 주한미군을 지원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국군 부대에서 A군인이 B군인을 폭행한 경우도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것일까? 이 사안에서 피해자인 B는 제1심 판결 선고 전에 피고인(A)의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원심은 이 사건의 범행 장소가 미군이 주둔하는 외국군 군사기지로, 이는 위 법률이 정한 군사기지가 아니라고 보아 군형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일반 형법을 적용해 공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2023년 6월 15일 선고 2020도927 판결)은 원심과 달리 판단했다. 즉, 위 법률에 따르면 ‘군사작전 수행의 근거지’를 군사기지로 정의하고 있는데, 그러한 근거지가 반드시 대한민국의 영토 내일 것을 요한다거나 외국군의 군사기지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또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을 보호하고 군사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해 국가안전보장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위 법률의 입법목적에 비춰 보면, 대한민국의 군인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라면 이는 위 법률에 따른 군사기지에 해당한다. 대한민국의 군인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는 그곳이 대한민국 영토 밖이든 외국군의 군사기지이든 엄격한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와 장기간의 병영생활이 요구되는 병역의무의 이행 장소라는 점에서 다른 대한민국의 국군 군사기지와 동일하다고 봐야 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논리로 주한미군기지에 있는 대한민국 국군부대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에 대해서도 여전히 군형법이 적용되므로(즉 형법의 반의사불벌죄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므로), 비록 피해자인 B군인이 처벌불원의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인 A군인은 처벌돼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법률플러스] 택시 유류비를 기사에게 떠넘긴다면?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구역의 택시운송사업자는 택시의 구입 및 운행에 드는 비용 중 다음 각 호의 비용을 택시운수종사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면서, 제2호에서 ‘유류비’를 명시하고 있다. 또 위 법률 제18조 제1항 1호, 제23조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장관은 유류비 등을 택시운수종사자에게 전가시킨 택시운송사업자에 대해 택시운송사업면허의 취소, 일정기간 사업의 정지, 감차 등이 따르는 사업계획 변경을 명할 수 있고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이에 유류비 부담을 회피할 의도로 어느 택시운송사업자와 노동조합이 외형상으로는 유류비를 택시운송사업자가 부담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류비를 택시운전근로자에게 부담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가 납부할 사납금을 인상하는 합의를 한 사건이 있었다. 이를 부당하게 여긴 택시운전근로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자신이 부담한 유류비 상당의 사납금을 반환하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과연 이러한 합의는 유효할까? 이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2023년 4월 27일 선고 2022다307003 판결)은 우선 위 법률이 택시운송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해 택시운수종사자의 복지 증진과 국민의 교통편의 제고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됐다는 점과 유류비 전가금지 규정의 취지는 택시운수종사자가 부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열악한 근로 여건에서 초래되는 과속운행, 난폭운전, 승차거부 등을 미연에 방지해 승객들이 보다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러한 법률의 제정 목적과 위 규정의 도입 취지 및 내용, 위 규정을 위반한 행위가 각종 행정제재 및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는 점, 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과 택시운송사업자에 대한 택시운수종사자의 종속적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법원은 택시운송사업자의 운송비용 전가를 금지하는 위 규정은 ‘강행규정’으로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서 ‘강행규정’이란 말은, 설사 택시운송사업자와 노동조합이 위 제12조 제1항의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기로 자유롭게 합의(유류비를 택시운전근로자들이 부담하기로 약정하는 합의)했다 하더라도, 그 합의는 무효라는 말이다. 대법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유류비의 부담을 회피할 의도로, 외형상으로는 택시운송사업자가 부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실질은 사납금 인상을 통해 유류비를 택시운전근로자에게 부담시킨 행위도, 강행규정인 위 규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적인 행위로서 무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의 논리적 귀결로 택시운전근로자는 그동안 부담한 유류비 상당의 돈을 반환 받을 수 있게 된다. 형식보다 실질을 꿰뚫어 본 법원의 판단을 지지한다.

[법률플러스] 자녀의 상속포기와 배우자의 단독 상속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된다. 선순위 상속인들이 모두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그 다음의 상속순위에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된다. 그런데 민법 제1003조 제1항에 따라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 손자녀)이나 직계존속이 있는 경우에는 그들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들이 없는 경우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 이와 관련해 피상속인의 자녀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한 경우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손자녀들과 공동상속인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단독상속인이 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종래 판례 중에는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 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2023년 3월 23.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은 자녀 전부가 상속포기를 한 경우 손자녀가 있더라도 손자녀의 상속포기 여부와 관계 없이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판시함으로써 종래 판례를 변경했다.  그 주된 논거는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에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그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의 비율로 그 상속인에게 귀속된다’라는 민법 제1043조로서, 여기의 ‘다른 상속인’에 배우자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속을 포기한 피상속인의 자녀들은 피상속인의 채무가 자신은 물론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승계되는 효과를 원천적으로 막을 목적으로 상속을 포기한 것이라고 의사해석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사회 일반의 법감정에도 부합한다는 점도 논거로 들고 있다. 살피건대,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된다는 법리만을 중시한다면, 자녀들만이 상속포기를 하고 손자녀들은 상속포기를 하지 않은 경우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당연히 손자녀들과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상속포기에 위와 같은 상속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속포기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고, 공동상속인의 상속포기에 관해 민법 제1043조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셈이므로, 위 조항을 고려한 위 전원합의체 결정의 태도가 타당해 보인다. 특히 실제 자녀들이 상속포기를 하면서 손자녀들까지 추가로 상속포기가 필요하다는 법리가 관철되면, 일반인들로서는 예측 못하는 채무승계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위 전원합의체 결정은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법률플러스] 금전채권양도 이후 채무자로부터 금전 수령한 채권양도인은 처벌 대상일까?

A는 B로부터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한 상가를 임차(임대차기간 2022년 6월1일부터 2023년 6월1일까지, 임차보증금 2천만원)해 식당(이하 ‘이 사건 식당’)을 운영하던 중 C에게 이 사건 식당과 이 사건 식당에 관한 임차보증금반환 채권을 양도했다. 이에 C와 A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고 그 분쟁이 지속되던 중 임대차기간이 만료됐다. 이에 A가 임차보증금채권을 양도한 사실을 몰랐던 B는 A에게 임차보증금 2천만원을 반환했고, A는 이를 수령해 모두 사용했다. A는 임차보증금 사용을 이유로 처벌 받을 수 있을까? 먼저 우리 민법은 채권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그 양도를 승낙하지 않는 경우 채무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450조 제1항 참조). 그렇다면 이 사안에서 B는 A의 임차보증금반환 채권양도 사실을 몰랐으므로, C가 B를 상대로 자신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다만, 이는 채무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것이지 양도인과 양수인 간의 채권양도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A와 C 사이의 채권양도계약은 유효하다. 그렇다면 A는 C를 상대로 형사 고소가 가능할까? 종래 판례(대법원 1999년 4월15일 선고 97도666 판결 등 참조)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춰주기 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해 수령한 금전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채권양수인에 대한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이와 같은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해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춰주지 않은 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고 금전을 수령해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2년 6월23일 선고 2017도3829 판결).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 성립하는데(형법 제355조),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서 채권양도인이 채무자로부터 채권양수인을 위해 ‘대신 금전을 수령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과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양도 통지 전에 채권을 추심해 수령했더라도, 그 금전의 소유권이 채권양수인에게 귀속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재물의 타인성’과 ‘보관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임차보증금을 수령하고 소비한 A는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다만, C는 채권양도계약을 해제하고 A에 대해 부당이득의 반환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법률플러스] ‘부재중 전화’ 문구 표시, 스토킹 행위일까?

‘스토킹범죄’가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이후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이 2021년 3월24일 국회를 통과해 같은 해 10월2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 전까지 ‘스토킹범죄’는 경범죄처벌법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분류돼 1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그쳐왔다. 그러나 현재 시행 중인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스토킹범죄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질 수 있다. ‘스토킹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反)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해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고, ‘스토킹범죄’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상대방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 N통’이 표시되도록 한 행위는 스토킹행위에 해당할까? 스토킹처벌법이 없었을 때, 위와 같이 반복적으로 부재중 전화를 남기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 제65조 제1항 제3호로 처리했다. 이 경우 그 문언 상 ‘음향이 도달’했는지 여부, 즉, 상대방이 그 전화를 받았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다뤄졌는데, 대법원(2005년 2월 25일 선고 2004도7615 판결)은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 때 상대방 전화기에서 울리는 전화기의 벨소리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이 아니므로 법률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태도는 ‘상대방이 전화를 안 받으면 무죄, 받으면 유죄’라는 인식을 심어줬고,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부재중 전화가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하급심의 판단은 여전히 분분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판결을 선고했다.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어 ‘부재중 전화 문구’가 표시되도록 한 행위는 실제 전화통화가 이뤄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다’목의 문언은 상대방에게 음향 등을 도달시킬 목적으로 전화를 사용한다는 의미이고, 발신·송신을 요구하고 있지 않으며 글 등이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할 것을 요구할 뿐이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수신된 후 부재중 전화 문구 표시로 변형돼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나타났다면, 이는 전화를 도구로 사용해 글(부재중 전화 문구 표시)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도달하게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음을 제시했다. 이 판결은 스토킹처벌법의 시행 이후 ‘부재중 전화’가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스토킹처벌법의 입법취지에 맞게 판단한 것으로서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법률플러스] 부동산 이중매매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까?

갑은 을에게 갑 소유의 부동산을 매매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을로부터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했다. 그런데 그 후 병이 을보다 더 높은 가격에 해당 부동산을 매수하겠다고 하자, 갑은 병과 해당 부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병에게 소유권이전등기까지 경료해줬다. 갑의 위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까?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해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다(형법 제355조 제2항). 부동산 이중매매의 경우, 매도인이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지가 문제된다. 그런데 부동산 매매계약에서 계약금만 지급된 단계에서는 어느 당사자나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그 배액을 상환함으로써 자유롭게 계약의 구속력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계약이 취소되거나 해제되지 않는 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법리를 바탕으로 대법원(2018년 5월 17일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러한 단계에 이른 때에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해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해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계약 내용에 따라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 전에 그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그 처분에 따른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매수인의 부동산 취득 또는 보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다. 이는 매수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로서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즉, 부동산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만 지급 받은 상태에서는 매도인이 계약금 배액을 상환하면서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으므로, 부동산 이중매매를 하더라도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으나, 중도금을 지급 받은 상태에서는 계약 이행의 착수가 있기 때문에, 계약의 양 당사자는 임의로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따라서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위 사안의 매수인 을은 계약금 및 중도금을 지급해 매매계약의 이행에 착수한 상태이므로, 갑의 부동산 이중매매 행위는 형법상 배임죄에 해당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법률플러스]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가족관계등록법) 제44조에 따르면, 자녀의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출생신고의 항목 중에는 (성명, 출생 일시 등과 함께) 자녀의 성별이 반드시 포함된다. 즉 사람은 출생과 동시에 그가 남자 또는 여자라는 사실이 확인되고 그 사실이 공적 장부에 기록되는 것이다. 다만, 예컨대 어떤 사람이 분명히 남자인데 어떤 착오로 인해 장부에 여자로 기록돼 있다면 (그 사람의 성별이 아니라) 그 장부의 기재를 수정함이 마땅하리라. 이에 가족관계등록법 제104조 제1항은 ‘등록부의 기록이 법률상 허가될 수 없는 것 또는 그 기재에 착오나 누락이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이해관계인은 사건 본인의 등록기준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등록부의 정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칼럼의 주인공 X는 (누가 보더라도) 남자로 태어났다. 그리하여 가족관계등록부에도 그는 남자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X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생각으로 늘 번민했다. 하지만 X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고 남자로 생활했으며 결혼도 하고 자녀도 출산했다. 그러나 성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지속하던 X는 결국 이혼하고 말았다. 이혼 이후 X는 외국에서 고환과 음경을 제거하고 여성의 외부성기 모양을 갖추는 수술을 받았다. X는 이후 여성의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갖추고 여성으로 생활했다. 이후 X는 위 법률 규정에 따라 법원에 성별 정정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했는데, 이 당시 X의 자녀는 아직 미성년자였다. 법원은 X의 성별 정정을 허가해야 할까? 우선 우리 대법원(2006년 6월22일자 2004스42 전원합의체 결정)은 일반적으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용하고 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대법원은 성전환자가 사회적·규범적으로 전환된 성을 갖추고 있다면 법률적으로도 (출생 당시의 성이 아닌) 전환된 성을 그 사람의 성으로 평가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후 대법원(2011년 9월 2일자 2009스117 전원합의체 결정)은 성전환자가 결혼을 한 경우 또는 성전환자가 미성년 자녀를 둔 경우에는 성별 정정을 허가할 수 없다고 판단(배우자나 미성년자인 자녀의 법적 지위와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곤란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함으로써, 위 2006년 판결이 적용되는 범위를 축소했다. 따라서 위 2011년 판결에 따른다면, 미성년 자녀를 둔 X의 성별 정정 신청은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2022년 11월 24일자 2020스616 전원합의체 결정)은 판례를 변경해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경우에도 성별을 정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개별 사안에 따라 미성년 자녀가 입게 되는 불이익과 제한·침해되는 성전환자의 권리를 구체적으로 비교해 봐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위 2022년의 판결은 미성년 자녀를 둔 ‘독신’의 성전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임을 주의해야 한다. 즉 위 판결은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성전환 수술을 한 경우 그 성별을 정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포함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 쟁점에 관한 한 2016년의 판결은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법률플러스]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계약 해제가 가능한가?

민법은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 매수인은 그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기타의 경우에는 손해배상 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목적물의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보수가 불가능하거나 보수가 가능하더라도 장기간을 요하는 등 계약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매매목적물의 하자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됐는지 여부는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에 이르게 된 동기 및 목적, 계약 당시 당사자가 처한 상황, 목적물의 종류와 성상, 하자의 내용 및 정도, 보수에 소요되는 기간이나 비용 등 계약 체결 전후의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수인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하자담보책임에 따라 계약 해제가 가능한지에 대한 일반 법리는 위와 같다. 그러나 설사 매매 목적물에 하자가 있더라도 아예 계약을 없던 것(해제)으로 만들기 위한 요건은 이처럼 까다로움은 물론, 구체적인 사례에서는 그 판단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자주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이 판단한 바 있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A는 B로부터 중고 화물차를 매수했는데, 자동차 종합검사 과정에서 차체의 길이, 너비와 적재함의 내부(하대) 길이가 안전기준을 초과해 원상복구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 후 A는 자동차 정기검사 지연을 이유로 과태료도 부과 받았다. A는 위와 같은 매매 목적물(중고 화물차)의 하자로 인해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으므로 매매계약을 해제한다고 주장하면서 B를 상대로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원심 법원은, 위와 같은 하자는 수리가 가능하고 특수한 수리 방법을 요하지 않으며 예상 수리기간도 15일 정도에 불과하므로 매매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이와 달랐다. 즉, 대법원은 위 중고 화물차가 원고의 생계를 위해 필요한 수단이고,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수리비용이 매매대금의 약 40% 정도에 이르는 점 등을 고려하면 객관적으로 보아 원고에게 매매계약을 계속 유지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함을 이유로 원고가 계약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대법원 2023년 4월 13일 선고 2022다296776 판결). 이처럼 하자담보책임의 법리를 통해 단지 손해배상 만을 청구할 수 있는지 아니면 아예 계약을 해제하고 매매대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여러 가지 사정들을 심사숙고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법률플러스] 담뱃불과 공동실화죄

형법은 고의로 건조물 등을 불태운 자를 ‘방화죄’로 처벌하고, 과실로 건조물 등을 불태운 자에 대해 ‘실화죄’로 처벌한다. 다음과 같은 사례를 생각해 보자. A와 B는 공장에서 근무하다가 잠시 밖으로 나와 건물에 인접한 분리수거장 옆에서 함께 담배를 피우며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모두 담배꽁초의 불씨를 튕겨 불씨를 껐다고 생각하고 담배꽁초를 분리수거장 방향으로 던져 버리고 다시 일을 하러 들어갔다. 그러나 던져 버린 담배꽁초에 남아있던 불씨가 분리수거장에 있던 인화물에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했고 이어 그 불이 공장으로 번져 공장이 소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A와 B는 모두 형법상 ‘실화죄’로 재판에 회부됐다. 그런데, 이 화재가 A와 B 중 누가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A와 B는 서로 자신의 담배꽁초로 인해 불이 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적어도 두 사람 중 한 명은 실화죄가 인정될 수 없는데 누구의 담배꽁초로 인하여 불이 난 것인지 원인행위가 불명이므로 실화죄가 아니라 실화죄의 미수에 해당하지만, 형법상 실화미수죄로 처벌하는 규정은 없으니 불가벌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A와 B의 이러한 주장은 틀렸다. 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무언가 행위를 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사람이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는데도 결과발생을 용인하고 방관한 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라면 이를 ‘부작위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 실화죄에 있어서 공동의 과실이 경합돼 화재가 발생한 경우 적어도 각 과실이 화재의 발생에 대해 하나의 조건이 된 이상 그 공동적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은 각자 실화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위 사안에서 A와 B는 각자 본인 및 상대방의 담뱃불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음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어 ‘상호 간에 담배꽁초 불씨가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고 이를 완전히 제거할 주의의무’가 있었다. 이들이 이러한 의무를 위반한 채 분리수거장 부근에서 담배꽁초 불씨를 튕기고 담배꽁초를 던져 버린 후 아무런 조치 없이 만연히 현장을 떠났다. 따라서 이러한 각 주의의무 위반과 이 사건 화재의 발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두 사람 모두 실화죄로 처벌된다. 즉, 둘이 함께 담배를 피우다 담배꽁초를 던져 버리는 경우, 나의 담배꽁초가 완전히 꺼졌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던져버린 담배꽁초의 불씨가 남아있는지 여부도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는데, A와 B는 모두 이러한 의무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실화죄로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건조한 날씨로 인해 화재가 자주 발생한다. 나의 담배꽁초 불씨뿐만 아니라 동료의 담배꽁초 불씨도 분명히 제거됐는지 정확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법률플러스] 의사무능력이 인정되는 사례

만일 의사능력이 없는 사람이 계약을 맺었다면 그 계약은 무효다. 여기서 의사능력이란 자기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판단할 수 있는 정상적인 정신능력을 말한다. 민사상 의사무능력이 문제되는 경우로는 원래 지적장애가 있었던 경우, 정상적인 상태였다가 치매로 진행된 경우, 임종을 앞둔 경우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장애인복지법령에서는 지능지수 70 이하인 사람으로서 교육을 통한 사회적·직업적 재활이 가능한 사람을 지적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복지법령상 지적장애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질병이나 신체적 이상이 드러나지 않아 일반인이 봤을 때 장애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반면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장애인복지법령에 따라 지적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았다거나 등록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하여 반드시 의사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판례는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의사능력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단순히 그 외관이나 피상적인 언행만을 근거로 의사능력을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되고, 의학적 진단이나 감정 등을 통해 확인되는 지적장애의 정도를 고려해서 법률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과 난이도, 그에 따른 책임의 중대성 등에 비춰 볼 때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과연 법률행위의 일상적 의미 뿐만 아니라 법률적인 의미나 효과를 이해할 수 있는지, 법률행위의 동기나 경위 등에 비춰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는지 등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에 판례는 지능지수 73, 사회연령 6세 수준으로 평가되는 지적장애인이 금융기관에서 5천만원을 대출받고 자신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례, 지능지수가 58로서 경도의 정신지체 수준에 해당하는 38세의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이 2천만원이 넘는 채무에 대해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한 사례 등에 있어서 이를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로 인정해 해당 계약들을 무효라고 판단했다. 한편, 의사능력 존부에 관한 위 판단기준은 치매환자나 임종을 앞둔 사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판례를 살펴보면, 치매환자가 증여계약서를 작성한 사안에서 위와 같은 취지의 판단기준에 따라 그 증여계약은 의사능력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효라고 본 사례가 있다. 또한, 임종을 앞둔 유언자가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한 사안에서 당시 그가 반혼수상태였으며, 공정증서의 취지가 낭독된 후에도 응답하는 말을 하지 아니한 채 고개만 끄덕였다면 그에게는 의사능력이 없었다고 보고, 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이에 기해 공정증서가 작성된 것이 아니어서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 방식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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