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구하라 법

A의 아버지(B)와 어머니(C)는 A가 어린 아이였을 때 이혼했다. 이후 B가 홀로 A를 양육했고, 반면 C는 이혼 이후 A와 완전히 절연해 양육비를 지급하기는커녕 단 한 번 찾아온 적도 없었다. 성인이 된 A는 크게 성공해 상당한 재산을 모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행하게도 30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그런데 과거 20년간 아무런 연락도 없던 C가 갑자기 나타나 A가 남긴 재산의 절반을 요구했다. C의 요구는 법률적으로 정당한가? 만일 A에게 자녀가 있다면 C의 요구는 전혀 이유가 없다. 자녀가 A의 제1순위 상속인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없으면 제2순위로 부모가 상속인이 되는데, 부모가 모두 생존해 있다면 그 상속지분은 각 1/2이다. 자녀를 제대로(또는 전혀) 양육하지 않은 부모도 상속권이 있는가? 그렇다. 우리 법은 양육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는가 여부와 무관하게 부모의 상속권을 인정한다. 따라서 C는 A가 남긴 재산의 절반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 이러한 결론이 동시대인의 평범한 상식에 어긋나는 부조리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는 상속에 관해 우리 법이 혈연과 형식(혼인신고)을 극도로 중시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결과다. 예컨대 큰아들(D)은 오랜 기간 병든 아버지를 돌보면서 아버지의 재산이 흩어지지 않도록 노력한 반면 작은아들(E)은 수십 년 전에 가출한 후 연락 한 번 하지 않았지만, E 또한 아버지의 재산에 대해 1/2의 상속권을 가진다(D에게 기여분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음). 이런 예는 어떠한가. 아내(F)가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는 이유로 가출하더니 돌아오지 않았다. 이후 남편(G)은 (어떤 사정이 있어 F와 공식적으로 이혼하지 않은 상태로) 다른 여자와 가정을 꾸리고(사실혼) 수십 년을 살다가 거액의 재산을 남기고 사망했다. 이 경우 (G에게 자식이 없다고 가정하면) G의 전 재산은 F가 상속한다. 다만 핏줄과 형식(혼인신고)에도 불구하고 상속인 자격을 박탈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민법 제1004조가 정한 상속결격사유이다. 그러나 그 사유는 매우 엄격해서 예컨대 피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상해를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유언서를 위조하는 등의 중대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위 사례의 C와 E 및 F는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상속인의 자격을 인정받는다. 21대 국회에 발의된 구하라 법안은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를 현저히 게을리 한 부모의 상속자격을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만일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혈연과 형식만을 극도로 중시하던 우리 상속법에 작지만 의미 있는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이 법안은 결론에 있어 상식에 부합하지만, 현저히 게을리 하다와 같은 지극히 추상적인 요건은 또 다른 분쟁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깊은 연구와 진지한 토론을 거쳐 충실한 입법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부당해고 구제이익의 확대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억울하게 해고를 당했을 경우, 부당해고에 대해 다투는 방법은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고 여기서 구제를 받지 못한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여기서도 구제를 받지 못하면 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법원 등의 절차를 거치는 동안 시일이 많이 소요돼 절차 진행 중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이유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 구제이익이 있는지 여부가 문제됐다. 종래 대법원은 위와 같은 경우 근로자가 구제명령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으로 보아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해고기간 중에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지급받기 위한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민사소송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소의 이익을 부정해 왔다. 위와 같은 대법원의 해석을 악용해 사용자측에서 의도적으로 절차를 지연시켜 근로자의 부당해고 구제를 어렵게 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는 근로자 지위의 회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부당한 해고라는 사실을 확인해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도 목적에 포함되는 점, 근로자를 원직에 복직하도록 하는 것은 장래의 근로관계에 대한 조치이고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가 부당한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던 기간 중의 근로관계의 불확실성에 따른 법률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것으로 서로 목적과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원직복직이 가능한 근로자에 한정해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도록 할 것은 아닌 점, 종전 판결은 금품지급명령을 도입한 근로기준법 개정 취지에 맞지 않고 기간제근로자의 실효적이고 직접적인 권리구제를 사실상 부정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한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 해고의 효력을 다투던 중 정년에 이르거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하는 등의 사유로 원직에 복직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우에도 해고기간 중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받을 필요가 있다면, 임금 상당액 지급의 구제명령을 받을 이익이 유지되므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다툴 소의 이익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년 2월 20일 선고 2019두52386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따라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부당해고 구제명령제도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 박승득 변호사

[법률플러스] 압수 대상 아닌 범죄사실에 대한 증거능력

형사소송법은 검사는 범죄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판사에게 발부받은 영장에 의해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어,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했을 경우 이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압수ㆍ수색의 목적이 된 범죄나 이와 관련된 범죄는 그 압수ㆍ수색의 결과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일례로 수사기관이 피해자 갑에 대한 성폭력 범죄(통신매체를 이용, 어린 미성년자를 유인해 간음한 행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 A 소유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는데, 위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정보 분석 결과 A가 비슷한 시기에 저지른 피해자 을, 병, 정에 대한 성폭력 범행에 관한 추가 자료들이 획득돼 피해자 갑, 을, 병, 정에 대한 성폭력 범죄사실을 모두 재판에 회부했다. 그러나 A의 변호인이 을, 병, 정에 대한 범죄사실은 영장 발부의 사유로 된 범죄 혐의사실과 무관한 별개의 증거를 압수함에 따른 것이므로 증거능력이 없어 유죄로 인정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압수 대상이 아닌 범죄사실에 대해 그 증거능력이 문제 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위 휴대전화는 A가 긴급체포되는 현장에서 적법하게 압수됐고, 법원의 사후 압수ㆍ수색영장에 기해 압수 상태가 계속 유지됐다. 사후 압수ㆍ수색영장에는 범죄사실란에 갑에 대한 범행 사실만이 명시됐으나, 계속 압수ㆍ수색이 필요한 사유로서 추가 여죄수사의 필요성과 피해자 갑에 대한 범행을 위한 중간 과정 내지 그 수단으로 평가되는 행위들에 관해 압수ㆍ수색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상습범으로 처벌할 가능성이 있었고, 추가 자료들로 밝혀지게 된 을, 병, 정에 대한 범행은 압수ㆍ수색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기본적 사실 관계가 동일한 범행에 직접 관련돼 있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A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일련의 성범죄는 범행 동기, 범행 대상, 범행의 수단과 방법이 공통되는 점, 추가 자료들은 압수ㆍ수색영장의 범죄사실로 기재된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을 뒷받침하는 간접증거로 사용될 수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추가 자료들로 인해 밝혀진 A의 을, 병, 정에 대한 범행은 압수ㆍ수색영장의 범죄사실과 단순히 동종 또는 유사 범행인 것을 넘어서서 이와 구체적ㆍ개별적 연관관계가 있는 경우로서 객관적ㆍ인적 관련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 추가 자료들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압수ㆍ수색영장의 범죄사실뿐 아니라 추가 범행들에 관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부동산에의 부합

민법 제256조에 의하면 부동산의 소유자는 그 부동산에 부합한 물건의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러나 타인의 권원에 의하여 부속된 것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되어 있다. 위 단서에 따라 예컨대 토지의 사용대차권에 기해 토지 상에 식재된 수목은 이를 식재한 이에게 소유권이 있고 토지에 부합되지 않는다. 그러나 위 단서에 따른 예외성에 대하여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판례에 의하면, 부동산에 부합된 물건이 사실상 분리복구가 불가능해 거래상 독립한 권리의 객체성을 상실하고 그 부동산과 일체를 이루는 부동산의 구성부분이 된 경우에는 타인이 권원에 의해 이를 부합시켰더라도 그 물건의 소유권은 부동산의 소유자에게 귀속된다고 한다. 어떠한 동산이 부동산에 부합된 것으로 인정되려면 그 동산을 훼손하거나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서는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부착ㆍ합체되었는지 여부 및 그 물리적 구조, 용도와 기능면에서 기존 부동산과는 독립한 경제적 효용을 가지고 거래상 별개의 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판례는 토지에 폐기물이 매립되면, 그것이 토사와 물리적으로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혼합돼 토지의 일부를 구성하게 되지 않는 이상 토지 소유권을 방해하는 상태가 계속되며, 부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밭으로 사용되는 토지 일부를 통행로로 사용할 것을 허가받은 제3자가 통행로를 아스콘으로 포장한 경우 토지와 아스콘의 구분이 명확하고, 아스콘 제거에 과다한 비용이 소요되지 아니하므로 포장은 도로부지로부터 사실적ㆍ물리적으로 충분히 분리복구가 가능한 상태로 봄이 타당하다. 이와 함께 그 포장은 토지의 제3취득자가 도로부지를 당초 용도에 따라 밭으로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불필요하고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는 것으로서 토지의 구성부분이 되었다고 볼 수 없어 부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 토지 지상에 별개 부동산인 건축물이 건축된 경우 지하에 시공된 시설이 토지에 부합됐는지, 아니면 지상 건축물의 기초 등을 구성해 건축물의 일부분이 됐는지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는데, 이 경우 그 시설과 토지 및 건축물 사이의 각 결합 정도나 물리적 구조뿐만 아니라 당해 시설의 객관적, 사회경제적인 기능과 용도, 일반 거래관념, 토지의 당초 조성상태, 건축물의 종류와 규모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모(母)가 인공수정으로 출산한 자녀도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되는가

무정자증인 남편과 아내는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다. 남편과 아내는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의 방법으로 자녀를 갖기로 합의하고, 인공수정을 하여 아들이 출생했다. 남편과 아내는 태어난 아들을 자신들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마쳤다. 그 후 남편과 아내는 이혼했다. 남편은 법원에 아들을 상대로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아들은 남편의 혼인 중 아들(친생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의 출생자가 혼인성립의 날로부터 200일 후 또는 혼인관계종료의 날로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임신한 것으로 추정되어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된다(민법 제844조). 친생자로 추정된다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 남편의 친자녀로 인정되고, 이를 부인하는 사람이 법원에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에 의해서 친생자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을 때만 친생자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민법이 친생자 추정제도를 둔 이유는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 지위의 공백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에 따라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의 규정이 적용되어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는지가 문제 된다. 보통의 경우 친생자란 남편의 정자에 의해서 임신했다는 의미인데,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는 남편의 정자에 의해서 임신한 경우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남편의 동의를 받은 인공수정도 친생자로 추정된다고 판결했다. 최근 대법원은 남편의 동의는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므로, 남편이 나중에 자신의 동의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라고 판결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아내가 남편의 동의하에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자녀를 출산한 경우 그 자녀도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고, 남편은 자녀를 상대로 친생부인의 소나 친생자관계 부존재 소송을 제기할 수 없음을 최초로 선언한 판결이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동산양도담보 설정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갑은 을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면서, 위 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자신의 공장에서 사용하는 생산기계에 관하여 점유개정 방식으로 양도담보를 설정했다. 그런데 그 후 갑은 위 기계를 임의로 제3자에게 처분했다. 이 경우, 갑은 형사상 배임죄로 처벌받을까?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 성립하는 범죄이다(형법 제355조 제2항). 기존 대법원은 동산양도담보 목적물을 채무자가 처분한 경우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대내적 관계에서 채무자는 소유권을 보유하나 양도담보권자가 담보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이를 보관할 의무를 지게 되어 채권 담보의 약정에 따라 담보권자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게 되므로 채무자가 양도 담보된 동산을 처분하는 등 부당히 그 담보가치를 감소시키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된다고 판시해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해 왔다(대법원 1989년 7월 25일 선고 89도350 판결 참조).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례로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해 그 소유의 동산을 채권자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함으로써 채권자인 양도담보권자에 대하여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ㆍ보전할 의무 내지 담보물을 타에 처분하거나 멸실, 훼손하는 등으로 담보권 실행에 지장을 초래를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더라도 이를 들어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채무자를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그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기존 대법원의 판례를 변경했다(대법원 2020년 2월 20일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 결과적으로, 동산양도담보 설정자(채무자)가 담보목적물을 처분한 경우 계약상 의무 불이행에 따른 민사적 책임(손해배상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하겠지만, 위 변경된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동산양도담보 설정자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는 해당하지 않으므로 형법상 배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준행 변호사

[법률플러스] 권리의무의 주체와 소송에 있어서의 당사자 적격

소송에 있어서 당사자적격이라 함은 특정의 소송사건에서 정당한 당사자로서 소송을 수행하고 본안판결을 받기에 적합한 자격을 말한다. 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당사자적격은 민법 등 실체법상의 관리처분권에 대응하는 개념으로서, 특히 이행의 소에 있어서는 보통 권리의무의 주체가 소의 당사자, 즉 원고와 피고가 된다. 그렇다면, 이행의 소에 있어서 이행청구권이 없는 자가 소를 제기한 경우 그 소는 당사자적격을 그르친 것이기 때문에 실체 판단을 하기에 앞서 무조건 각하되어야 할까? 결론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행의 소를 제기할 당시에는 이행청구권이 없었으나 소 제기 이후 새로운 법률원인으로 이행청구권을 취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행의 소에 있어서는 실제로 이행청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본인이 이행청구권자임을 주장하는 자가 원고적격을 가지며 그로부터 이행의무자로 주장된 자가 피고적격을 가지게 된다. 즉, 이행의 소에서는 원고의 주장 자체에 의해 당사자적격 유무가 판가름나며, 원고ㆍ피고가 실제로 이행청구권자이거나 이행의무자임을 요하지 아니한다. 그러한 이행청구권이나 이행의무의 존부는 본안에서 판단할 사항이다. 예를 들어, A가 자신의 부동산을 B에게 매도했는데, 매매대금을 A의 지인인 C 명의의 계좌로 지급받기로 했다고 하자. 이후 B가 약속한 일자까지 매매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경우, 계약당사자로서 매매계약의 권리의무 주체인 A는 물론 계좌를 빌려준 것에 불과한 C 역시 자신이 매매대금 청구권자라고 주장하며 B를 상대로 매매대금 지급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C가 소 제기 당시 실제 매매대금 지급청구권을 취득하지 않은 상태라고 하더라도 소 제기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이후 C가 변론종결 이전에 A로부터 매매대금 지급청구권을 양수받았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고, 채권양도 통지 역시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면 C는 실제 이행청구권을 가진 자로 인정돼 승소판결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등기말소청구의 소가 등기의무자나 등기상 이해관계 있는 제3자가 아닌 타인을 피고로 삼은 때에는 당사자적격을 그르친 것으로서 각하된다. 특히 부기등기에 의하여 이전된 근저당권 또는 가등기 등의 말소등기청구는 양수인만을 상대로 하면 족하고 양도인은 그 말소등기청구에 있어서 피고 적격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대법원 2000년 4월 11일 선고 2000다5640 판결 등 참조).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세를 납부할 사람은

재산의 증여와 관련해 우리나라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법으로 약칭)은 수증자가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법 제4조의2 ①). 예컨대 갑이 아들인 을에게 토지를 증여한 경우, 수증자인 을이 소정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재산을 증여받음으로써 이익을 얻은 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하는 것은 타당하다. 다만, 수증자로부터 증여세를 징수하기 어려운 경우(수증자가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어 체납처분도 무용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증여자도 수증자와 연대해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법 제4조의2 ⑥). 즉, 증여자는 예외적으로만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갑이 을의 동의를 얻어 그 소유 재산의 명의만을 을로 해두는 경우가 있다. 이를 명의신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법제는 명의신탁을 그다지 달갑게 여지기 않는다. 우선 부동산의 명의신탁은 그 자체로 무효일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과 과징금의 대상이다. 반면, 자동차나 주식 등을 명의신탁하는 것은 증여세의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자. 만일 갑이 A회사 주식을 을의 명의로 신탁(명의개서)했다고 하자. 이 경우 그 주식의 형식상 명의자는 을이지만, 갑은 결코 을에게 주식을 증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법(제45조의2)은 이러한 경우 갑이 을에게 주식을 증여한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주식의 명의신탁을 억제하려고 시도한다. 그렇다면, 위 사례에서 수증자 납세의 원칙에 따라 명의수탁자인 을이 증여세를 내야 할까? 실제로 법은 최근까지 이러한 경우에도 수증자 납세의 원칙에 따라 (수증자로 의제된) 을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며, 다만 증여자인 갑은 을과 연대해 증여세를 납부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개정 전 법 제4조의2 ⑤ 4호). 그러나 명의신탁 행위를 통하여 실제로 어떤 이익을 얻는 사람은 명의신탁자(갑)일 뿐이며 명의수탁자는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한다. 그럼에도, 명의수탁자로 하여금 증여세까지 납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그리하여 2018년 12월 31일 개정된 현행 법은 명의신탁의 경우 실제소유자(명의신탁자)가 해당 재산에 대해 증여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음을 명문으로 선언(개정된 법률 제4조의2 ②)함과 동시에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연대하여 증여세를 납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종전 규정을 삭제했다. 따라서 현행 법률에 따르면, 위 사례에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는 사람은 주식의 실제 소유자인 갑이고, 단지 명의수탁자에 불과한 을은 증여세의 부담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이처럼 명의신탁을 하는 사람은 증여세까지 단독으로 납부해야 한다. 개정 규정은 조세를 회피하기 위하여 명의신탁 행위를 주도한 사람에게 직접 과세한다는 점에서 형평에 부합하고 이를 통해 명의신탁을 제어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서도 효율적인 타당한 입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유심칩을 타인으로부터 매입해 사용하는 경우 형사처벌이 되는지

휴대폰은 현대인의 필수품으로 이용자들에게 통신, 금융, 결제수단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반면,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자금을 제공 또는 융통해 주는 조건으로 다른 사람 명의로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이동통신단말장치를 개통하여 그 이동통신단말장치에 제공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거나 해당 자금의 회수에 이용하는 행위를 한 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범죄자가 수사기관 등의 추적을 피하고자 성명불상자로부터 그 명의로 개설된 휴대폰 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Universal Subscriber Identity Module)의 약자인 유심(USIM)칩 1개를 구입한 다음 이를 자신이 소지 중인 휴대폰에 부착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타인 명의의 이동통신단말장치를 개통, 그 단말장치에 제공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한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문제 된 바 있다. 이에 대하여 하급심에서는 휴대전화 유심칩은 이동통신단말장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금지하는 단말장치 부정이용행위에는 다른 사람 명의로 개통된 단말장치를 넘겨받아 이를 이용하는 행위도 포함되는 점과 휴대폰, 태블릿 등 단말장치를 통해 전기통신역무를 제공받기 위해서는 통신회사와 전기통신역무의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여 전화번호를 부여받고 요금제를 선택한 후 정보와 권한의 내용이 저장된 유심을 취득하는 유심의 개통과 단말장치에 유심을 장착해 단말장치가 전기통신역무를 제공할 수 있는 상태로 활성화되는 단말장치의 개통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어 부정이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한 유심을 사용하는 현재 보편적인 이동통신 시스템 아래에서는 유심의 개통 없이 단말장치만 개통할 수는 없고, 반대로 단말장치의 개통 없이 유심의 개통만으로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할 수도 없으므로, 단말장치의 개통은 유심의 개통을 당연히 포함하거나 이를 전제로 하고 있는 점, 타인 명의로 개통된 유심을 공기계 단말장치에 장착하여 그 단말장치가 이동통신역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활성화되는 경우 그 단말장치는 장착된 유심의 명의자인 타인 명의로 개통된 것으로 인식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타인 명의로 개통된 유심을 구입한 후 이를 자신이 소지하던 공기계 휴대폰에 장착하고 전기통신역무를 받을 수 있도록 휴대폰을 타인 명의로 활성화시켜 사용한 행위 역시 전기통상사업이 금지하는 단말장치 부정이용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20년 2월 131일 선고 2019도15087 판결) 범죄조직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돈을 미끼로 타인의 휴대전화나 유심을 사들여 이를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돈의 유혹 때문에 자신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나 유심을 제공하는 경우, 보이스 피싱 등 범죄행위의 공범으로 몰려 곤욕을 치를 수도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박승득 변호사

[법률플러스] 상속재산에서의 기여분

부모 중 어느 일방이 사망하면 그 배우자와 자녀가 법정 상속분에 따라 재산을 공동상속하게 되는데, 민법 제1008조의 2에서는 공동상속인 중에 상당한 기간 동거ㆍ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가 있을 때에는 법정상속분 외에 기여분이라는 것을 인정하여 기여분을 상속재산에서 먼저 공제받도록 하는 제도가 있다. 갑이라는 사람이 사망하자 그 전처 소생인 A, B와 갑의 후처인 C 사이에 상속분에 대해 협의를 하던 중 후처인 C가 재혼 후 갑이 사망할 때까지 장기간 갑과 동거하면서 그를 간호했다며 기여분을 인정하여 달라고 하자 A, B가 거절했고, 이에 C가 가정법원에 자신의 기여분을 정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 이런 유형의 소송을 마류 가사비송사건이라 하는데,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후견적 재량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판단, 청구인이 주장하는 부양 또는 재산적 기여가 법정상속분을 수정해야 할 정도에 이르는지 여부 및 그 정도를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민법 제826조는 부부는 동거하며 서로 부양하고 협조하여야 한다는 제1차 부양의무를 지우고 있고, 부부 사이의 상호 부양의무는 혼인관계의 본질적 의무이고 부양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하여 부부 공동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부양의무인데, 이러한 동거ㆍ부양의무를 부담하는 점 때문에 망인의 배우자에게 다른 공동상속인의 상속분에다가 5할을 가산하여 법정상속분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배우자의 동거ㆍ간호가 부부 사이의 제1차 부양의무 이행을 넘어서 민법 제1008조의 2가 정하는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를 판단하려면 동거ㆍ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뿐 아니라 동거ㆍ간호에 따른 부양비용의 부담 주체, 상속재산의 규모와 배우자에 대한 특별수익액, 다른 공동상속인의 숫자와 배우자의 법정상속분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해 배우자의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를 가려서 기여분 인정 여부와 그 정도를 판단하여야 한다. 위 사례에서는 C가 갑을 간호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통상의 부양을 넘어서는 수준의 간호를 할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었고, 통상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하여 C가 처로서 통상 기대되는 정도를 넘어 법정상속분을 수정함으로써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여야 할 정도로 갑을 특별히 부양하였다거나 갑의 재산 유지ㆍ증가에 특별히 기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C의 기여분 결정 청구를 배척했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코로나19로 인한 계약불이행의 경우도 법적 책임을 지는가

코로나19의 피해 현황(3월 29일 오전 3시 기준)을 살펴보면 세계적으로는 발생국가 199개국, 확진자 70만 2천368명, 사망자 3만 3천180명이고, 우리나라는 확진자 9천661명이며 사망자는 158명에 이른다. 대부분 국가가 입국금지 내지 제한 조치, 국내에서의 이동금지 명령을 실시하고 있고, 대중이용시설(종교시설, 체육시설 등)의 이용금지를 강력히 권고하는 행정명령이 내려지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어 일상의 모든 생활이 정지된 상태이다. 결혼식, 전시회 등 각종 모임이 취소되고, 기업들이 생산 활동을 할 수 없고 비즈니스를 할 수 없어 물건의 납품 등 각종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경우 법적 책임을 지게 되는가? 민법 제390조 본문은 채권자는 채무자가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후문에서는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 없이라는 상태는 일반적으로 불가항력이나 천재지변의 상태를 가리킨다. 판례는 보통 불가항력에 해당하는지를 계약당사자에게 귀책사유(책임질 사유)가 있는지, 계약당사자가 미리 그러한 사태가 발생할 것인지를 예상할 수 있었는지, 계약당사자의 노력이나 힘으로 그러한 상황을 방지하거나 피할 수 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게 된다. 코로나19 사태는 위 3가지 기준에 비추어 볼 때, 계약당사자들이 이를 예상할 수 있거나, 이를 방지 내지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으로서 민법 제390조 후문의 불가항력적인 사정에 해당하므로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해 채무불이행 책임을 주장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는 코로나19 사태로 기한 내에 국제무역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중국기업들을 대상으로 불가항력이라는 사실증명서를 발급하여 주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코로나19가 원인이 되어 전시장이나 예식장 사용계약, 여행계약 등을 취소하거나, 물품제조를 하지 못해 물품을 제때에 공급하지 못한 경우 등에도 채권자는 채무자에게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없다고 볼 것이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시효중단 목적으로 조세채권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할 수 있는지

민법 제168조에 의하면 소멸시효는 청구, 압류ㆍ가압류, 가처분, 승인 등 사유로 중단된다.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은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 교부청구, 압류를 국세징수권의 소멸시효 중단사유(이하 중단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세기본법에 중단사유로 민법상 청구 중의 최고에 해당하는 납세고지, 독촉 또는 납부최고에 관하여는 규정하면서도 중요한 재판상 청구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조세채권자는 세법이 부여한 부과권 및 자력집행권 등에 기하여 조세채권을 실현할 수 있어 납세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세기본법이 중단사유로 재판상 청구를 규정하지 않은 것은 민법 규정 준용을 위해서가 아니라 납세의무자에 대한 소제기가 불필요하여 이를 중단사유에서 제외한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이에 관하여 의미 있는 판결을 선고했다. 그 사안은 국내사업장이 없는 외국법인에 법인세를 부과했는데 그 법인의 재산이 국내에 없어 압류 조치를 못 했고, 달리 징수도 하지 못한 채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한 상황이 되자 국가가 확정된 조세채권의 소멸시효 중단을 위해 납세의무자를 상대로 조세채권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것이다. 쟁점은 위 소가 중단사유가 되고 소의 이익이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국세기본법은 민법에 따른 중단사유의 준용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조세채권도 민사상 채권과 비교해 볼 때 그 성질상 민법에 정한 중단사유를 적용할 수 있는 경우라면 그 준용을 배제할 이유도 없다.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 각 호는 제한적ㆍ열거적 규정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이를 긍정적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입법형식상 민법에 따른 중단사유 준용을 배제한다는 규정을 둔다는 것은 어색하다. 오히려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에 민법과 무관하게 중단사유를 별도로 규정하고, 그중 일부 사유들은 민법상 중단사유와 중복되는 점에 비추어 국세기본법 제28조 제1항 각 호는 제한적ㆍ열거적 규정으로 보인다. 이에 의하여 중단사유에 관한 민법 규정은 배제된다고 봄이 상당해 보인다. 또 이는 국세기본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라고 보여 국세기본법 제27조 제2항에 의하더라도, 민법의 중단사유 규정을 준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부득이한 측면이 있어 보이나, 법리적으로는 의문이 있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금전채권에 대한 강제집행

갑은 을에 대하여 대여금 채권을 가지고 있는데, 을이 위 금원을 약정기일 내에 변제하지 않자 을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았다. 을은 병에 대한 공사대금 채권을 가지고 있고, 그 외의 재산은 없는 상태이다. 갑은 을에 대하여 어떻게 강제집행을 하여야 할까? 위 사안에서 을(채무자)은 병(제3채무자)에 대하여 채권을 가지고 있으므로, 갑은 위 금전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을 해야 할 것이다. 금전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절차는 압류절차(압류명령)와 현금화절차(추심명령 또는 전부명령)로 나눠지는데, 압류명령 신청은 추심명령 신청이나 전부명령 신청과 병합해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선 압류명령은 제3채무자가 채무자에게 채권을 변제하지 못하게 하는 절차인데,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을 관할하는 지방법원이 집행법원으로 된다. 압류명령은 압류선언 외에 제3채무자에 대하여는 채무자에 대한 지급을 금지하고, 채무자에 대하여는 채권의 처분과 영수를 금지해야 한다. 다음으로 현금화 절차로는 추심명령과 전부명령이 있다. 추심명령은 압류채권자가 대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채무자에 갈음하여 제3채무자에 대해 피압류채권의 이행을 청구하고 이를 수령하여 자기의 채권의 변제에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권능을 주는 법원의 결정이다. 추심명령은 다른 채권자들을 위해 이중으로 내려도 유효하다. 따라서 추심채권자가 법원에 추심신고를 하기 전에 다른 채권자가 채무자의 금전채권에 압류했다면, 위 경합 채권자들은 채무자의 금전채권을 자신의 채권액의 비율로 안분해 지급받을 수 있다. 전부명령은 압류된 금전채권을 집행채권의 변제에 갈음해 권면액으로 압류채권자에게 이전시키는 집행법원의 명령이다. 즉, 전부명령은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 자체를 압류채권자에게 이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제3채무자의 자력이 충분한 경우에는 전부채권자가 다른 채권자를 배제하고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나, 만약 제3채무자에게 변제자력이 없을 경우 그 불이익은 전부채권자가 감수해야 한다. 전부명령은 압류(가압류 포함)의 경합이 없을 것을 요건으로 하므로, 압류 등이 경합한 상태에서 송달된 전부명령은 무효이다. 다만, 전부명령이 무효가 되더라도 압류명령은 유효하므로, 다시 추심명령을 신청하는 것은 가능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제3채무자가 금융기관과 같이 변제자력이 확실한 경우에는 전부명령이 유리하나, 통상 제3채무자의 자력을 확인하기 어렵고, 압류가 경합될 경우 전부명령은 무효가 되는 등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대부분 금전채권에 대한 강제집행으로 압류 및 추심명령이 선호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준행 변호사

[법률플러스] 신종 코로나 사태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최근 코로나19가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퍼져 나가는 가운데 온 나라가 걱정과 두려움 속에 24시간 긴장의 연속이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갖고 두 번이나 취재진 앞에 큰절을 올리며 국민께 사죄의 뜻을 밝혔고, 사흘 뒤인 5일에는 신천지가 사랑의 열매 대구지회와 중앙회에 각각 100억 원과 20억 원을 기부했으나, 신천지를 해체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10만 명 이상에 이를 정도로 아직도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 못해 너무나도 적대적이다. 이는 신천지 교인인 코로나19 확진자가 병원의 검사 권유를 2차례 거부한 채 대구 신천지교회 집회 등에 참석했고, 이후 대구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역학조사 과정에서 신천지의 허위 자료 제출 의혹과 함께 신천지의 폐쇄성, 이단성이 부각되면서 신천지가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현재 보건당국이 신종감염병증후군에 포함해 제1급 감염병으로 관리하고 있다. 제1급 감염병은 치사율이 높거나 집단 발생 우려가 커서 발생 또는 유행 즉시 신고해야 하고, 음압격리와 같은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을 말하는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은 신종감염병증후군을 비롯해 에볼라바이러스병, SARS, MERS 등 17종을 제1급 감염병으로 지정하고 있다(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2호). 질병관리본부장, 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은 감염병이 발생해 유행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지체 없이 역학조사를 해야 하고(감염법예방법 제18조 제1항), 누구든지 역학조사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역학조사를 거부, 방해 또는 회피하는 행위, 거짓 진술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고의적으로 사실을 누락하거나 은폐를 해서는 아니 된다(감염법예방법 제18조 제3항). 따라서 언론 보도 내용대로 신천지가 보건당국에 제출한 교인명단에 일부 신도가 누락되어 있고, 관련시설 위치 정보 역시 일부 누락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역학조사에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행위 또는 고의로 사실을 누락ㆍ은폐한 행위에 해당해 관련자 모두 감염병예방법 제79조 제1호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한편, 신종 코로나와 같은 제1급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관건이라 할 수 있는 감염원 및 감염경로의 정보 입수가 긴급한 상황에서 자료 제공자가 일부 누락된 정보를 제출하는 것은 역학조사를 수행하는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다. 만약 위계가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신천지 관련자들은 징역 5년 이하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도 처벌될 수 있다(형법 제137조).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구속에서 해방되는 경로

구속과 석방은 우리나라 언론인들이 가장 즐겨 쓰는 법률개념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러나 이와 관련된 제도들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독자들은 이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이에 관한 형사소송법의 여러 제도를 법치국가를 살아가는 시민의 상식 차원에서 간략하게 개관해 보도록 하자.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람이 피의자다. 검사가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구속영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검사는 법원에 구속영장의 발부를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제201조의2)를 거쳐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만일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피의자는 아예 구속되지 않기 때문에, 다음 단계의 논의는 필요하지 않다. 만일 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된 피의자는 더 이상 기회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그는 자신을 구속한 것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다시 법원에 구속적부심(제214조의2-4)을 청구할 수 있으며,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피의자는 석방된다. 한편, 피의자가 구속적부심을 청구했을 때, 법원은 보증금 납입(제214조의2-5)을 조건으로 그를 석방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아래에서 언급하는 피고인에 대한 보석 제도와 유사한 것이다. (다만, 실무에서 법원이 구속적부심이나 보증금 납입조건부 석방을 받아주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 같다) 법원의 관여 없이 검사가 직접 피의자를 석방할 수도 있다. 예컨대 수사를 진행해 본 결과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다고 판단된다면 검사는 구속 취소(제209조, 제93조)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검사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예컨대 피의자가 중병에 걸린 경우) 구속의 집행을 정지(제209조, 제101조-1)할 수도 있다. 구속취소와 구속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면 피의자는 석방된다. 만일 검사가 구속기간(최장 30일)이 만료되도록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으면, 구속영장은 당연히 효력을 잃고 피의자는 석방되어야 한다. 검사의 기소에 따라 구속 피의자는 이제 구속 피고인이 된다. 자유를 원하는 구속 피고인은 법원에 다시 보석(제95조, 제96조)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이 보증금 납입 등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면 피고인은 석방된다. 또한 법원은(피의자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에게 구속사유가 없음을 이유로 구속을 취소(제93조)할 수 있고,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구속의 집행을 정지(제101조-1)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결정을 받은 피고인은 석방된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재판을 진행한 결과 피고인이 공소기각, 무죄, 벌금형, 집행유예형 등(제331조)의 형을 선고받으면, 구속영장은 효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피고인은 즉시 석방된다. 만일 법원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기간(각 심급별 최장 6개월)이 만료되도록 재판을 끝내지 못했다면, 구속영장은 당연 실효되므로 피고인은 석방되어야 한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휴대전화 단말기 구입대금의 범위

요즈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필수품이 되어버린 휴대전화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새로운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할 때 도난이나 분실을 걱정하게 된다. 이를 대비해 이동통신사와 폰세이프 부가서비스 약정을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동통신사는 약정에 따른 단말기 구입대금을 지급하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보험회사와 폰세이프 부가서비스 가입 고객을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한다. 그런데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돼 고가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도난당했거나 분실했을 때 폰세이프 부가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이 지급받을 수 있는 새로운 단말기 구매대금은, 단말기 시장에 공개된 거래의 기준가격인 출고가인지, 아니면 출고가에서 장려금을 공제한 금액인지와 관련해 논란이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2019년 12월 27일 선고 2016다224428, 2016다224435 판결)은 단말기 시장에서 장려금은 이동통신회사와 사이에 특정한 내용의 이동통신서비스 약정을 체결하는 것을 조건으로 지급하므로 이동통신서비스 약정을 새로 체결하지 않고 기존의 이동통신서비스 약정을 유지하면서 단말기만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단말기 시장에 공개된 거래의 기준가격인 출고가로 단말기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보험계약과 연계된 이동통신사의 폰세이프 부가서비스에서도 단말기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한 고객이 새로운 단말기를 출고가로 구매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보험계약에서 사용한 출고가라는 용어 역시 단말기 시장에서 통용되는 의미로 사용하였다고 봄이 합리적이다라고 판시했다. 결과적으로 폰세이프 부가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도난당하거나 분실하였으면 이를 새로 구입하는 데에 드는 비용으로써 출고가 상당액을 지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승득 변호사

[법률플러스] 공유등기된 상가건물의 구분소유자 숫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재건축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조합을 설립하고자 할 때 설립동의와 관련해 동별로 구분소유자의 일정한 숫자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관련법령에 따르면 소유권 또는 구분소유권이 여러 명의 공유에 속하는 경우에는 그 여러 명을 대표하는 1명을 토지등소유자로 산정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재건축사업 지역에 30년 전에 건축된 상가건물이 있었고, 그 건물의 분양 당시 구조상ㆍ이용상 독립성을 갖춘 54개의 상가 호실로 구분하여 수분양자들은 호수, 위치 및 면적을 특정해 각 분양계약을 체결했는데, 상가건물등기부상으로는 전체 건물에 대하여 48명의 공유로 등기돼 있었다. 그렇다면, 위 상가건물은 위에서 언급한 관련법령에 따라 공유자 48명을 대표하는 1명만을 소유자로 산정하여 동의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위 48명을 별개의 구분소유자로 보아 동의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특히, 일정한 범위의 상가건물은 구조상 독립성 요건을 완화한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조의2에 따라 (건물경계를 구분 짓는 벽체가 없어도) 경계를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바닥에 견고하게 설치하고 구분점포별로 부여된 건물번호표지를 견고하게 부착함으로써 구분소유권의 객체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러한 형태의 상가건물에 대해 공유로 등기된 경우도 있을 수 있는바, 이 경우에도 구분소유자의 숫자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원래 구분소유가 성립하려면 객관적ㆍ물리적인 측면에서 구분된 건물부분이 구조상ㆍ이용상 독립성을 갖추어야 할 뿐 아니라 그 구획된 부분을 각각 구분소유권의 객체로 하려는 구분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구조상의 구분에 의해 구분소유권의 객체 범위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구조상의 독립성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해당 건물부분이 적어도 위 집합건물법 제1조의2의 적용을 받는 구분점포(경계를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바닥에 견고하게 설치하고 구분점포별로 부여된 건물번호표지를 견고하게 부착한 경우)에 해당하고, 또한 분양 당시 그 건물의 특정 부분을 구분하여 별개의 소유권의 객체로 하려는 구분행위가 있었다고 인정된다면 비록 등기부에 구분건물로 등기되지 않았더라도 각 상가 호실을 구분소유권의 대상으로 하는 구분소유 관계가 성립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 공유자 48명을 대표하는 1명만을 소유자로 산정하여 동의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상가별로 별개의 구분소유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 동의 요건 충족 여부를 판단함이 옳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기간제근로자(임시직근로자)는 어떤 처우를 받는가

기간제근로자란 임시직, 위촉ㆍ위임계약직, 촉탁직, 기능직, 계약직 등 그 명칭에 관계없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 즉, 기간제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말한다. 기간제근로자는 정규직근로자와 대비되는 근로자로서 정규직근로자에 비해 근로자로서의 신분보장이나 보수 등 제반 조건에서 불이익이 많다. 정부는 늘어나는 기간제근로를 제한하고 불합리한 차별을 개선하고자 기간제 및 단기간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고, 그 후 수차 기간제근로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됐다. 법은 기간제근로자를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사용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기간제근로자를 정규직근로자로 전환하는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법은 기간제근로자의 보호를 위해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으나, 2년을 초과한 기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단기간의 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해 계속근로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그 기간제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계속근로기간이 2년을 초과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경우, 전환된 근로자에게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던 사용자의 취업규칙이 적용되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 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있을 경우 달리 정함이 없는 한 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 등이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위 취업규칙에 따라 기존 정규직 근로자들과 동일한 호봉 정기승급 및 각 임금 항목으로 대우받을 권리가 있다라고 판시하여 근로자의 권리를 크게 보호하는 판결을 했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토지의 배타적 사용수익권 제한의 한계

토지를 분할ㆍ매각함에 있어서 토지 일부를 분할된 다른 토지의 통행로로 제공하여 독점적ㆍ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을 포기하고 그에 따라 분할토지 소유자들이 그 통행로 부분을 무상으로 통행하게 되면 원소유자의 배타적 사용수익은 제한된다. 그 후에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 그 부분 소유권을 승계취득한 자는 원칙적으로 그 부분에 대한 독점적ㆍ배타적 사용수익을 주장할 정당한 이익을 갖지 않고 원소유자와 마찬가지로 무상통행을 수인해야 할 의무를 진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용수익 제한이 분할토지의 소유자들에 대한 부담인지, 통행로를 이용하는 일반 주민들에 대한 관계에서도 부담해야 하는지, 물권포기에 따른 대세적인 부담인지 등이 반드시 명확하지만은 않다. 다만, 관련 판례 중 통행로 부분의 승계인이 건축을 위해 통행로 부분과 함께 통행로를 필요로 하는 인근 주민들의 주택을 모두 매수하면서 다만 그중 1인의 주택만을 매수하지 못하였는데 그 1인의 주택은 다른 공로에 접해 있어 그 1인이 통행로 부분에 대해 주위토지통행권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승계인의 통행로 부분에 대한 독점적ㆍ배타적인 사용수익권은 제한되지 아니한다는 취지를 판시한 사례가 있다. 이는 원소유자의 배타적 사용수익권 제한은 상대적인 것으로서, 통행로 이용에 관해 이해관계가 있는 인근 주민들에 대한 관계에서 부담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보인다. 한편, 종전 판례에 따르면 통행로 이외 토지 부분에 관하여 소유권을 포기한 사례에 관한 것은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의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수 개의 건물의 부지로 된 일단의 토지 중 일부를 그 소유자가 위 건물들의 부지로 제공하여 건물소유자들이 이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허락한 사안에서, 이는 채권적인 것에 불과하여 그 특정승계인이 그러한 채권적 법률관계를 승계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특정승계인의 위 건물 부지 부분에 대한 소유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이는 앞서 본 토지소유자의 독점적ㆍ배타적 사용수익권 행사 제한의 법리는 토지가 도로 등 일반 공중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용도로 제공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토지가 제한된 특정인들의 용도만으로 제공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를 판시한 것으로 보여 주의를 요한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란, 토지와 건물이 동일 소유자의 소유였다가 매매 또는 기타 원인으로 인해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그 건물을 철거한다는 조건이 없는 한 건물소유자에게 인정되는 지상권을 말한다. 이는 판례가 관습법으로 인정한 법정지상권이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첫째 처분 당시 토지와 건물의 소유권이 동일인에게 속해야 하고, 둘째 매매 기타의 원인(증여, 대물변제, 공유지 분할, 국세징수법에 의한 공매, 민사집행법상의 강제경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셋째 당사자 사이에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어야 한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효력이 미치는 범위는 건물의 유지 및 사용에 필요한 범위 내이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이 성립하더라도, 건물소유자는 토지소유자에게 지료를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 지료는 당사자의 협의에 의하여 결정하거나, 당사자 간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해 법원이 이를 결정한다. 그리고 건물소유자가 토지소유자에게 2년 이상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한 때에는 토지소유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 있다.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당사자 간의 약정에 의하지 않은 지상권인바, 민법 제281조 제1항은 계약으로 지상권의 존속기간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기간은 전조의 최단 존속기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민법 제280조 제1항은 그 기간으로 석조, 석회조, 연와조 또는 이와 유사한 견고한 건물이나 수목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30년, 전호이외의 건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15년, 건물 이외의 공작물의 소유를 목적으로 하는 때에는 5년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각 최단 존속기간에 따른다. 이때, 민법 제280조 제1항 제1호가 정하는 견고한 건물인지의 여부는 그 건물이 가진 물리적ㆍ화학적 외력 또는 화재에 대한 저항력 및 건물해체의 난이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고, 건물이 목재기둥으로 세워졌다 하더라도 벽체가 벽돌과 시멘트블록으로, 지붕이 스레트로 이뤄져 있어 상당기간 내구력을 지니고 있고 용이하게 해체할 수 없으면 민법 제280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견고한 건물에 해당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7년 1월 21일 선고 96다40080 판결, 2003년 10월 10일 선고 2003다33165 판결 등 참조) 이준행 변호사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