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관습상 법정지상권

동일인이 소유하고 있던 토지와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인해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는 한 건물소유자는 건물의 소유를 위한 지상권을 취득하게 되는데, 이를 관습상 법정지상권이라 한다. 예를 들어, 토지소유자가 그 지상에 자신의 비용으로 건물을 신축하고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다음 건물을 제3자에게 매도하면 건물을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새로운 건물소유자는 그 건물을 철거한다는 특약이 없는 이상 토지에 관한 지상권을 자동 취득하게 되는 것이다. 관습상 법정지상권은 채권이 아니라 물권이기 때문에 법정지상권을 취득한 건물소유자는 토지소유자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자신의 법정지상권을 주장할 수 있고, 이후 토지를 양수한 새로운 토지소유자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건물소유자에게 건물 철거 등을 주장할 수 없다. 한편, 관습상 법정지상권은 일종의 법률 규정에 의한 부동산에 관한 물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별도의 등기를 요하지 않지만, 그 법정지상권을 제3자에게 양도하기 위해서는 등기를 해야 한다.(민법 제187조) 따라서 관습상 법정지상권이 붙은 건물의 소유자가 건물을 제3자에게 처분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건물소유자는 법정지상권에 관한 등기를 마치지 아니한 이상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사실만 가지고는 법정지상권을 취득했다고 볼 수 없어 토지소유자에게 지상권을 주장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관습상 법정지상권은 여전히 당초의 법정지상권자인 종전 건물소유자에게 유보된 것이다. 다만, 법정지상권자가 건물을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과 함께 법정지상권도 양도하기로 하는 채권적 계약이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양수인은 종전 건물소유자를 대위해 토지소유자에게 법정지상권의 설정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 이 경우 토지소유자는 건물소유자에 대해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용인하고 그 설정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1995년 4월 11일 선고 94다39925 판결 참조) 이에 따르면 새로운 건물소유자는 종전 건물소유자를 거쳐 자신 앞으로 법정지상권의 등기가 마쳐질 때까지 토지소유자에게 지상권을 주장할 수 없지만, 반대로 토지소유자 역시 새로운 건물소유자를 상대로 건물철거 등을 주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관습상 법정지상권이 붙은 건물의 양수인은 법정지상권의 부담을 용인할 의무가 있는 토지소유자에 대한 관계에서 적법하게 토지를 점유사용하고 있는 자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임대차 종료와 부당이득반환

갑은 을에게 2019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보증금 5천만 원, 월세 200만 원에 점포를 임대했다. 을은 보증금을 지급한 후 점포에서 커피숍을 운영했는데, 1월분과 2월분의 월세만 지급하고 3월분 이후 월세를 지급하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갑은 2019년 9월 31일 을에게 임대차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하면서 즉각 점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을은 갑의 요구를 무시한 채 여전히 월세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계속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임차인이 3월분 이후의 월세를 지급하지 않고 있으므로 임대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적법하다. 따라서 2019년 10월 1일 갑은 을에게 밀린 월세를 공제한 나머지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고 을은 갑에게 점포를 인도해야 한다. 그러나 위 사안에서 을은 2019년 10월 1일 이후에도 점포를 반환하지 않은 채 계속 커피숍을 운영(점포의 사용ㆍ수익)하고 있으므로 월세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이후 점포를 비워달라는 갑의 요구가 점점 더 강력해지자 을은 2020년 2월 1일 커피숍 영업을 중단했다. 다만 을은 사업용 비품 일부를 그대로 둔 채 출입문을 열쇠로 잠그고 타인의 출입을 금지했다. 즉, 을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점포를 갑에게 인도하지 않고 계속 자신이 점유한 것이다. 이 상태로 시간이 흘러 2020년 12월 31일이 됐다. 이 경우 을은 2020년 2월~12월분의 월세를 갑에게 지급하여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한 우리나라 최고법원의 답은 을은 월세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실질적 이익의 이론이라고 한다. 즉 임대차계약관계가 소멸된 이후 임차인이 건물을 계속 점유했지만 이를 본래의 목적에 따라 사용ㆍ수익하지 않은(실질적인 이익을 얻지 못한) 경우라면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법리는 이미 오래전에 형성됐고 최근 대법원(2018년 11월 29일 선고 2018다240424 판결)은 이러한 법리를 재차 확인했다. 따라서 을이 2021년 1월 1일 갑에게 점포를 반환하는 경우 갑은 커피숍이 운영된 2019년 3월~2020년 1월(11개월)의 보증금 2천200만 원을 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기간(2020년 2월~12월)에 을은 점포를 실질적으로 사용ㆍ수익한 사실이 없어 이 기간의 월세 상당액은 공제의 대상이 아니다. 결국 갑은 2천800만 원의 보증금을 을에게 반환할 책임이 있다. 한편, 이 사안에서 갑의 보증금반환의무와 을의 점포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따라서 을은 점포의 인도를 지체한 점에 대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고 갑도 보증금의 반환이 지연된 점에 대해 지연손해금을 납부할 책임이 없다는 점도 알아두자.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증명책임의 완화

고속도로 또는 자동차 도로에 인접한 과수원(논, 밭 포함)의 경우, 매연 또는 제설제 살포를 원인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도로관리청에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 될 수 있다. 고속도로를 설치하고 보존ㆍ관리하는 자는 그 설치 또는 보존ㆍ관리의 하자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 민법 제758조 제1항에 따라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는 해당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 함은 해당 공작물을 구성하는 물적 시설 그 자체에 물리적ㆍ외형적 결함이 있거나 필요한 물적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이용자에게 위해를 끼칠 위험성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공작물을 본래의 목적 등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한도를 초과하여 제3자에게 사회통념상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를 주는 경우까지 포함된다. 이 경우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가 발생하였는지는 구체적으로 피해의 성질과 정도, 피해이익의 공공성, 가해행위의 종류와 태양, 가해행위의 공공성, 가해자의 방지조치 또는 손해 회피의 가능성, 공법상 규제기준의 위반 여부, 토지가 있는 지역의 특성과 용도, 토지이용의 선후 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가해자의 가해행위, 피해자의 손해발생, 가해행위와 피해자의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한 증명책임은 청구자인 피해자가 부담한다. 다만,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 공해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피해자에게 사실적인 인과관계의 존재에 관하여 과학적으로 엄밀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공해로 인한 사법적 구제를 사실상 거부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반면, 기술적ㆍ경제적으로 피해자보다는 가해자에 의한 원인조사가 훨씬 용이한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가해자는 손해발생의 원인을 은폐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가해자가 어떤 유해한 원인물질을 배출하고 그것이 피해물건에 도달하여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가해자 측에서 그것이 무해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가해행위와 피해자의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이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 등에 의한 공해로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증명책임이 완화되어 피해구제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승득 변호사

[법률플러스] 신뢰관계 훼손에 따른 연예인의 전속계약 해지 권한

요즘 많은 연예인이 소속사 및 매니저와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을 체결하는데, 연예활동 중 소속사 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위 계약에 종속되어 계약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지, 또는 중도 해지가 가능한지가 자주 분쟁의 대상이 되곤 한다. 물론 계약서에 해지사유가 규정되어 있으면 그에 따르면 되지만, 그러한 규정이 없을 때 다툼이 발생한다. 민법 제689조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위임계약 해지의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어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의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의 법적 성질은 해당 계약의 목적, 당사자들이 부담하는 의무의 내용과 성격, 당사자들의 지위, 인지도, 교섭력의 차이, 보수의 지급이나 수익의 분배 방식 등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 보통 전속계약은 소속사 등이 연예인으로부터 연예활동과 관련한 매니지먼트 업무를 위임받아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므로 기본적으로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해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해 승낙함으로써 성립하는 위임계약의 성질을 갖는다. 그러나 매니지먼트 업무를 맡은 소속사 등이 사무처리에 대한 대가로 연예활동과 관련해 발생한 모든 수입을 자신이 수령한 다음 비용을 공제한 나머지 금액 중 일정한 금액을 연예인에게 지급하고, 전속료도 지급하는 등의 경우가 대부분인바, 이러한 경우는 민법에서 정한 전형적인 위임계약과 다른 특수성을 띠고 있으므로 민법상의 위임 계약으로 볼 수 없고 위임과 비슷한 무명계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전속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과는 달리 그 존속과 관련해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결부되어 있으므로 연예인이 일방적으로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속계약은 기본적으로 위임계약의 속성도 지니고 있으므로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전속계약의 성질상 계약 목적의 달성을 위해 계약당사자 사이에 고도의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전속계약에 따라 연예인이 부담하는 전속활동 의무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으며, 당사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졌는데도 불구하고 연예인에게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활동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연예인의 인격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되므로, 계약당사자 상호 간의 신뢰관계가 깨지면 연예인은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이에 법원은 소속사 대표 동생이 소속사 가수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는데도 미성년 여성인 다른 연예인의 차를 운전하게 하고, 또한 그 연예인을 위한 매니지먼트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상호 간에 형사고소 등이 오고 간 경우 신뢰관계가 깨졌다는 이유로 전속계약을 해지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과도한 압수수색에 의한 증거는 증거능력이 없다

요즘 수사기관의 과도한 압수ㆍ수색에 의한 범죄수사와 인권침해가 문제되고 있다. 특히, IT 시대를 맞아 개인적인 비밀이 저장돼 있는 컴퓨터의 저장장치나 핸드폰에 대해 과도하게 압수ㆍ수색을 하는 경향이 있다. 압수물에서 발견된 정보로 당초의 혐의사실 이외에 새로운 범행사실까지 찾아내 처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수사기관의 행위는 적법한 것인가. 우리는 경찰관에게 불심검문을 받거나 경찰서에 불려 갔을 때는 거의 무저항 상태로 경찰관의 지시나 요구를 따르게 된다. 법관의 영장이 없는 한 경찰관이 임의동행을 요구하거나, 소지품이나 신체를 압수ㆍ수색하려고 할 때 이를 거부할 수 있는데도, 우리는 경찰관이 요구하면 그냥 휴대폰 등 소지품 등을 내줘 그 증거가 자신에 대한 범죄증거로 사용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방위산업청 소속 군인이 방위산업체 직원 갑과 을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압수ㆍ수색영장(제1영장)을 발부받아 갑의 컴퓨터 외장하드 및 을의 업무서류철을 압수했다. 기무사는 수사과정에서 제1영장에 의해 압수된 갑의 외장하드에 병이 작성한 관련문서가 저장되어 있음을 알게 됐다. 이후 조사본부에 요청해 제1영장 압수물을 열람한 후 병에 대한 군사기밀보호법위반 혐의로 제1영장 압수물에 대한 압수ㆍ수색영장(제2영장)을 발부받아 제1영장 압수물 중 Y사업관련 군사기밀이 담긴 전자정보 및 서류의 사본을 압수했다. 이를 기초로 갑과 을이 병과 공모, Y사업관련 군사기밀 탐지ㆍ수집ㆍ누설 했다는 범죄혐의까지 수사를 해 군수기밀보호법위반으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위 압수ㆍ수색의 집행은 모두 위법하고, 그 절차를 통해 수집된 압수물과 이를 기초로 수집된 관련자 진술 등 2차적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수사기관이 수사대상혐의와 관계가 없는 컴퓨터 저장장치 등을 압수한 후 이를 다른 혐의사실에 대한 수사에 활용하는 경우, 해당 증거들은 물론 그 증거들에 기초해 수집된 2차 증거는 모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의 해지

우리는 언론과 방송매체를 통해 연예인과 전속사와의 계약 등에 관하여 종종 듣게 된다.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이란 소속사나 매니저가 연예인의 연예업무 처리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연예인은 그들을 통해서만 연예활동을 하며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서는 연예활동을 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는 계약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이는 민법에 규정되지 아니한 비전형계약의 하나이다. 비전형계약의 법적 성질은 유사한 전형계약과 민법의 기본법리에 참조해 해석을 하되, 그 계약의 목적과 특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판례는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의 법적 성질은 해당 계약의 목적, 의무의 내용과 성격, 당사자들의 지위, 인지도, 교섭력의 차이, 보수의 지급이나 수익의 분배 방식 등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검토해 결정해야 한다고 하는바,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러한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민법상 위임계약은 당사자 쌍방의 특별한 신뢰관계를 기초로 하는 위임계약의 본질상 각 당사자는 언제든지 이를 해지할 수 있다. 물론 위 해지조항은 임의규정이므로 약정에 의해 그 적용을 배제하거나 내용을 달리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은 민법상 위임계약과는 달리 그 존속과 관련하여 당사자들의 이해관계가 강하게 결부돼 있으므로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하여 그 계약의 해지 가능성을 극히 제한적으로 보는 것도 위 계약이 본질적으로 위임계약의 속성을 지니고 있음에 비추어 부적절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판례는 다음과 같이 기준을 정하고 있다. 즉,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은 성질상 계약 목적 달성을 위해 고도의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그 전속계약에 따라 연예인이 부담하는 전속활동의무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다. 신뢰관계가 깨어졌는데도 계약의 존속을 기대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는 이유로 연예인에게 그 자유의사에 반하는 전속활동 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연예인의 인격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된다. 따라서 계약당사자 상호간의 신뢰관계가 깨지면 연예인은 전속매니지먼트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단은 전속매니지먼트 계약의 특성을 잘 고려한 것으로서 적절한 판단으로 보여진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공작물 소유자의 태풍으로 인한 피해보상 범위

이번 가을에는 유독 태풍 소식이 많았다. 만약 태풍으로 인해 건물 간판이 떨어져 주차돼 있던 차량을 파손한 경우, 건물 소유자는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까? 책임을 져야 한다면 그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민법 제758조 제1항은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의 하자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공작물점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소유자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설은 공작물 소유자의 책임을 무과실책임으로 인정하고 있고, 판례 역시 매년 집중호우와 태풍이 동반되는 장마철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와 같은 기후의 여건하에서 집중호우나 태풍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취지로 판시(대법원 1993년 7월 27일 선고 93다20702 판결 참조)하여 기본적으로 공작물의 설치 또는 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타인의 손해에 대해 소유자에게 무과실 책임을 지우면서, 그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에 있다. 그러나 공작물의 소유자에게 책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손해가 태풍과 같은 자연력이 개입해 발생한 경우 가해자의 배상 범위는 손해의 공평한 부담이라는 견지에서 손해에 대한 자연력의 기여분을 제한 부분으로 제한돼야 할 것이고, 또한 피해자의 과실이 있을 때에는 피해자의 과실도 당연히 참작돼야 할 것이다. 태풍에 건물 간판이 떨어져 주차된 차량을 파손한 사안에서 법원은 사고 경위와 건물의 파손 부위 등을 보면 건물이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하자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하여 건물 소유자에게 그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공작물의 설치, 보존상의 하자와 태풍과 같은 자연력이 경합해 발생한 경우, 손해 발생에 대해 자연력이 기여했다고 인정되는 부분을 공제한 나머지 부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건물 소유자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소3257911) 또한, 태풍으로 아파트 복도 창문이 떨어져 주차된 차량을 파손한 사안에서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는 당시 창문 상태에 비추어 볼 때 그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유지ㆍ보수를 게을리하는 등 방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하여 입주자대표회의의 책임을 인정하면서, 차량 소유자도 입주자대표회의가 태풍으로 인한 낙하물 발생의 위험성을 2차례나 방송을 통해 경고했는데도 제때 자신의 차량을 이동시키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시하여 입주자대표회의의 손해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부산지방법원 2016가소570497) 이준행 변호사

[법률플러스] 축구 경기 중에 입은 부상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우리나라에서 인기 많은 대중 스포츠 중의 하나로 축구를 꼽을 수 있다. 주변을 보더라도 축구 동호회 활동을 꾸준하게 즐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최근에는 좀 더 안전하게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인조잔디가 깔려 있는 축구 전용 시설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모든 스포츠가 그러하듯 축구 역시 승부를 가리는 경기이고, 여기에 축구는 신체접촉이 수반되는 전형적인 경기이기 때문에 자칫 팀원 간에 승부욕이 발동하기라도 하는 경우 경기가 다소 과격하고 거칠게 진행되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런데 축구 경기를 하다가 상대팀 선수와 몸싸움을 하거나 상대 선수가 찬 공에 맞아 부상을 입은 경우 가해 선수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최근 선고된 하급심 판례를 보면, 특히 축구는 신체접촉이 많은 경기인 만큼 거친 파울 등과 같은 고의적이고 중대한 경기규칙 위반인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학 춘계 체육대회 축구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태클로 인해 무릎관절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된 사고에서, 재판부는 다수의 선수가 한 영역에서 신체적 접촉을 통해 승부를 이끌어내는 축구와 같은 형태의 운동경기는 신체접촉에 수반되는 경기 자체에 내재된 부상 위험이 있고, 경기 참가자 역시 예상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고 경기에 참여하는 것이므로 이런 운동경기의 참가자가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는 경기 종류와 위험성, 당시 상황, 경기규칙 준수 여부, 규칙을 위반한 정도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것이 사회적 상당성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피해 학생 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나53223) 다시 말하자면, 축구와 같이 신체접촉이 수반되는 경기는 누가 보더라도 상대 선수에게 부상을 입힐 의도가 엿보일 정도이거나 이에 따르는 명백한 반칙행위가 아니라면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고등학생이 축구를 하다 친구가 찬 공에 얼굴을 맞아 한쪽 눈의 시력이 상실된 사고에서도 재판부는 비슷한 법리로 가해 학생 측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합544091) 모든 아마추어 스포츠가 그러하겠지만, 특히 부상의 위험이 뒤따르는 축구 경기를 함에는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하기보다는 가능한 즐기기 위한 경기를 해야 한다. 누구도 자신의 몸이 다치기를 각오하거나 다른 사람이 다치기를 바라며 운동을 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세금 축소 신고 합의

상가건물의 소유자인 갑은 상인 을에게 보증금 5억 원, 월세 700만 원에 건물을 임대하면서 세금을 아끼기 위해 관할 세무서에 보증금만 신고하고 월세는 신고하지 않기로 을과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갑은 을로부터 을이 보증금과 월세를 신고하면 월세 700만 원에 대한 소득세, 부가세 등 제세금은 을이 부담한다라는 내용의 각서도 받았다. 그러나 이후 을은 세무서에 보증금과 월세를 모두 신고했다. 임대차 기간이 만료해 을이 갑에게 보증금 5억 원을 돌려 달라고 하자, 갑은 을이 월세를 신고해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추가로 납부하게 됐다. 각서에 따라 위 세금은 을이 부담해야 하므로, 갑이 반환할 보증금에서 위 세금 상당의 돈을 공제해야 한다라고 항변했다. 이처럼 거래 당사자들이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세무서 등에 허위의 거래 내용을 신고하고 만일 일방이 이를 위반해 증가한 세금은 그 위반자가 납부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위에서 제시한 사례도 실제 재판에서 다뤄진 사건(대법원 2010다95062호 판결과 그 원심인 부산고등법원 2009나6318호 판결)의 사실 관계를 일부 변형해 구성한 것이다. 위 사안에서 약속을 지킬 것을 을에게 요구하는 갑의 주장은 타당한가? 계약을 맺었으면 지켜야 한다라는 것은 우리 법의 대원칙이다. 위 사안에서 갑과 을은 자유로운 의사로 합의(계약)를 하고 그 증거로 각서를 작성했다. 따라서 을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위 원칙에 대한 중대한 예외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민법 제103조이다. 이에 따르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이다. 예컨대 청부 살해의 대가로 돈을 지급하기로 한 약속,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기로 한 약속 등은 그 내용의 불법성으로 인해 무효이므로, 이를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위 사안에서 갑과 을이 체결한 계약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결국 세금 탈루를 목적으로 한 합의라는 점이다. 따라서 을에게 위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은 결국 을에게 세금탈루, 즉 불법을 감행할 것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이런 이유로 법원은 갑과 을이 체결한 위 약정 중 소득세 부분은 민법 제103조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을은 갑이 추가로 납부한 소득세를 부담할 의무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법원은 부가가치세 부분에 관한 합의는 유효하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부가가치세 자체가 본래 최종 소비자에게 이를 전가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제도임을 감안한 것이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임대차보증금양도의 효력

A는 B에게 돈을 빌려 주고 돈을 반환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B는 차용금을 변제하는 대신 C에 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A에게 양도하고, C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했다. 그런데 임대차계약기간 만료 시에 C와 B 사이에 임대차계약기간을 연장했다. 이런 경우 A는 C로부터 채권양도 통지 내용에 따라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을지가 문제 된다. 대법원은 C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의 양도통지를 받은 후에는 C와 B 사이에 임대차계약의 갱신이나 계약기간 연장에 관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가 있더라도, 그 합의의 효과는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의 양수인인 A에 미칠 수 없다는 뜻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A는 C와 B 사이에 임대차계약기간을 연장하는 합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C에게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C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의무와 B의 임대목적물 인도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이에 따라 B가 임대목적물인도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C가 A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으면 A는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이런 경우 A는 C가 임대차계약상 B에 대해 가지는 임대목적물 인도청구권을 C를 대신하여 행사할 수 있다. 위와 같은 권리를 채권자대위권이라고 하고, 일반적인 경우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신하여 행사하기 위해서는 채무자의 무자력을 요건으로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양수한 채권자(A)가 그 이행을 청구하고자 임차인(B)의 건물인도가 이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서 그 인도를 구하는 경우에는 그 채권의 보전과 채무자인 임대인(C)의 자력 유무는 관계가 없는 일이므로 무자력을 요건으로 한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경우 A는 B를 상대로 임대목적물 인도청구 소송을 제기해 임대목적물을 C에게 인도하도록 함과 동시에 C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승득 변호사

[법률플러스] 임차기간 종료와 상가 권리금 회수방해

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2항에서는 상가건물의 임차인이 최대 5년까지 임대차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2018년 10월 16일 법률 개정으로 최대 10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할 수 있음) 그리고 위 법률 제10조의4에 의하면 임차인이 권리금 계약에 따라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임대인이 방해해서는 안 되고(제1항 제4호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임대차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됨), 이를 위반한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제3항) 그런데, 임차인 A가 임대인 B로부터 상가건물을 임차해 음식점을 운영하다가 2번의 계약갱신을 거쳐 총 임대차기간 5년이 만료될 무렵 위 음식점을 C에게 권리금을 받고 양도하기로 한 뒤 임대인 B에게 C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B는 노후화된 건물을 재건축하거나 대수선할 계획이 있다는 이유로 C와의 임대차계약 체결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임차인 A가 임대인 B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하급심은 위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최대 임대차기간 5년이 지나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임차인의 상가권리금 회수 권한에 관한 위 법률 제10조의4가 적용될 수 없다고 하면서 위 사례의 A는 더 이상 임대차계약의 갱신을 요구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으므로 B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 법률 제10조의4 1항 단서에서 임차인의 상가권리금 회수 권한에 관한 예외 사유로 위 법률 제10조 1항 각 호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을 경우(임차인의 차임 연체, 부정한 방법에 의한 임차, 무단 전대 등)로 한정하고, 임대차기간 5년이 지나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계약갱신요구를 할 수 없는 경우(위 법률 제10조 2항)는 예외 사유로 정하지 않고 있음이 문언상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상가임차인에게 최소한의 영업기간을 보장하려는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의 입법취지와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경우에도 상가임차인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영업상 유ㆍ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권리금 회수기회 보장에 관한 규정의 입법 취지는 다르기 때문에 각기 그 예외사유를 달리 정한 것이라고 봤다. 이를 토대로 대법원은 임대차기간이 5년을 초과해 임차인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위 사례에서 B가 노후화된 건물을 재건축하거나 대수선할 계획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 경우에는 위 법률 제10조 1항 7호에서 따로 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형사사건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

헌법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제12조 제4항), 형사소송법은 헌법에 따라 보장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자 피의자나 피고인이 경제적 사정 등으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할 때는 국가에서 최대한 변호사를 선임해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 헌법과 법령은 거의 모든 형사사건에서 수사나 재판을 받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법원은 피고인이 구속된 때, 미성년자인 때, 70세 이상인 때, 농아자인 때,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는 때,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 사선 변호인이 없을 때는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 줘야 하고, 피고인이 빈곤 등의 사유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거나, 피고인의 연령ㆍ지능 및 교육 정도 등을 참작하여 권리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33조). 국선 변호인이 선정된 후에 다시 개인이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는 경우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판례는 검사가 구속영장 청구서에 사선 변호인을 기재하지 아니하여 판사가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 피의자 신문을 하게 한 경우는 피의자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런가 하면, 국선 변호인을 선정하고 피고인과 국선 변호인에게 소송기록 접수통지를 한 다음, 피고인이 사선 변호인을 선임함에 따라 항소법원이 국선 변호인의 선임을 취소한 경우 새로 선임된 사선 변호인에게 다시 같은 통지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판례도 있다. 이 판례에 의하면 피고인의 사선 변호인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할 기한을 지키지 못함으로써 항소기각을 당하는 결정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 우리는 경제적 사정 등으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경우 국선 변호사 선임을 받아 자신을 방어할 필요가 있고, 국선 변호사가 선정됐는데 다시 사선 변호사를 선임한 경우에는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등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재철 변호사

[법률플러스] 상가건물 권리금 회수 방해 관련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에 의하면 임대인은 권리금 계약에 따라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되고(제1항 본문), 이를 위반한 경우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제3항). 문제는 위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기 위해 권리금 계약을 반드시 먼저 체결했어야 하는지 여부이다. 일견 문언상으로는 권리금 계약이 미리 체결돼 있어야 하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충분히 있다. 실제 하급심에서는 권리금 계약이 미리 체결돼야 한다고 판시한 예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조항의 문구를 곰곰이 살펴보면, 거기에서의 권리금 계약이 이미 체결된 권리금 계약만을 말하는 것인지, 장차 체결할 권리금 계약도 포함하는 것인지 명백하지가 않다. 현실적으로도 임대차계약과 무관하게 권리금 계약만을 먼저 체결한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대법원은 권리금 회수 방해를 인정하기 위해 반드시 임차인과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 사이에 권리금 계약이 미리 체결돼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해 논란을 정리했다. 주된 판시이유는 ▲위 조항에서 권리금 계약에 따라라는 문언이, 권리금 계약을 체결한 상태임을 전제로 하는지는 그 자체만으로는 명확하지 않다 ▲위 조항은 임대인이 이미 체결된 권리금 계약의 이행을 방해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고, 그 밖에 다양한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권리금은 임대차계약의 조건과 맞물려 정해지는 경우가 많고, 권리금 계약과 임대차계약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으로서 수긍할 만한 논거이다. 다만, 대법원은 이 밖에 위 조항 각 호는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자와 반드시 권리금 계약을 체결했어야 함을 전제하지 않는다는 논거를 들고 있으나, 위 각 호는 위 조항 본문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이 논거가 정당한지는 의문이다. 또한,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 제3항은 권리금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에도 손해배상액을 임대차 종료 당시의 권리금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논거도 들고 있으나, 위 조항은 손해배상 범위를 한정하는 내용일 뿐이어서, 그것이 권리금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의 손해배상 보장의 취지라고 보는 것은 의문이다. 아무튼, 이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 하겠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지난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를 위해 정한 근로기준법이 시행됐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법에서 정한 직장 내 괴롭힘은 다시 행위자, 행위요건, 행위장소 등 내용으로 구분된다. 우선 행위자는 사업주, 사업경영담당자(대표이사, 등기이사, 지배인 등), 파견근로자는 파견사업주 또는 사용업주, 다른 근로자(소속근로자와 파견근로자 간, 원ㆍ하청 근로자 간 등 포함)이고, 행위요건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 등을 이용할 것,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일 것,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을 것의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지위의 우위는 지휘명령관계 또는 직위ㆍ직급이 상위에 있는 것을 말하고, 관계의 우위는 수적측면(개인 대 집단), 인적속성(연령, 학벌, 성별, 출신지역, 인종 등), 정규직여부, 업무역량(근속연수, 전문지식 등), 업무의 직장 내 영향력(감사ㆍ인사부서), 근로자 조직구성원 여부(노조ㆍ직장협의회 등) 등에 있어서 우위성을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행위여야 하는데, 행위자의 우위성이 인정되더라도 문제가 된 행위가 업무관련성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해야 한다. 또한, 문제 된 행위가 사회통념에서 봤을 때 업무상 필요한 것이 아니거나, 필요성에 인정돼도 행위 양상이 사회 통념상 적절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폭행ㆍ협박ㆍ폭언ㆍ험담 등 행위, 사적용무 지시, 집단 따돌림, 업무수행 과정에서의 의도적 무시ㆍ배제, 업무와 무관한 일 반복 지시, 과도한 업무부여 등이 이에 해당한다. 행위장소는 괴롭힘의 행위요건을 충족한다면 발생장소가 사업장이 아니어도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발생했으면 사용자는 그 사실을 조사해야 하고, 조사기간 동안 피해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하며, 이때에도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 조사결과 괴롭힘 사실이 확인되면, 피해근로자의 요청에 따라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화, 유급휴가 명령 등 조치를 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76조의 3). 특히,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되는데,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하지만, 행위자 처벌규정이나 괴롭힘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사용자의 제재규정은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이러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업무상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한 질병은 업무상 재해(질병)에 포함된다(산업재해보상보호법 제37조 제1항). 송윤정 변호사

[법률플러스]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를 인정할 수 있는지…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및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해 폭행 또는 협박의 방법이 아닌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행위를 준강간죄로 처벌하고 있다. 한편, 형법 제300조는 준강간죄의 미수범을 처벌하고 있는데,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해 불능미수범을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해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했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아니한 경우, 이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해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했고 실제로 그러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며,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으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9년 3월 28일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이에 대해 대법원 반대의견은 첫째, 형법 제27조의 결과발생의 불가능은 사실 관계의 확정단계에서 밝혀지는 결과불발생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라는 점, 둘째, 준강간죄에서 말하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것은 범행 방법으로서 구성요건의 특별한 행위양태에 해당하고, 구성요건행위의 객체는 여전히 사람이라는 점, 셋째, 대법원 다수의견은 구성요건 해당성 또는 구성요건의 충족 문제와 형법 제27조에서 말하는 결과발생의 불가능 의미를 혼동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대법원 다수의견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불능미수 역시 미수범의 한 유형이므로 형법 제27조에서 정한 결과발생의 불가능은 처음부터 구성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어 범죄가 기수에 이를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하고, 또한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범죄로서, 여기에서 이용하여라 함은 행위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을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 때문에 간음이 용이하게 되었음을 말하므로, 준강간죄에서 행위의 객체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석해야 함이 타당하다는 점에서, 위 대법원 다수의견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진다. 서동호 변호사

[법률플러스] 상속의 순위

법의 세계에서 보면,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상속의 문제를 남길 뿐이다. 즉 어떤 사람(피상속인)이 죽으면 다른 사람(상속인)이 그의 재산을 상속하는 문제가 남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상속인이 되는가? 사망한 사람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은 상속인이 될 수는 없다. 4촌 이내의 혈족과 배우자에 한해 상속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4촌 이내의 혈족이 여러 명 있는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법은 상속의 순위를 체계적으로 정하고 있다. 부동의 제1순위는 역시 직계비속이다. 직계비속이 여러 명 있다면 최근친이 선순위이다. 동친 사이에는 순위 구별이 없어 공동상속이 이뤄지며, 상속지분도 동등하다. 따라서 사망자 갑이 아들과 손자를 두었다면, 아들이 상속인이 될 뿐 손자는 상속인이 될 수 없다. 직계비속이 없으면 직계존속이 제2순위의 상속인이 된다. 이 경우에도 최근친이 선순위이고 동친은 같은 비율로 공동 상속한다. 배우자는 상속 순위와 지분에서 우월한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 즉, 배우자는 제1순위, 제2순위의 상속인과 공동상속인이 된다. 갑이 사망하였을 때 아들 둘이 있었다면, 갑의 배우자 을은 그 아들들과 공동상속인이 되고, 자식은 없고 부모님이 생존해 계셨다면 을은 그 부모님과 공동상속인이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공동상속이 이뤄지는 경우 배우자의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에 비하여 50% 가산된다. 예컨대 사망자의 재산을 아들 둘과 배우자가 상속하는 경우, 그들의 상속분 비율은 큰아들 2, 작은아들 2, 배우자 3이 된다는 뜻이다. 만일 갑이 사망하였을 때 직계존속도 없고 직계비속도 없다면, 배우자가 상속인이 된다. 즉 배우자는 제3순위의 단독 상속인이다. 만일 직계존비속과 배우자가 모두 없는 사람이 사망하였다면, 이때는 사망자의 형제자매가 공동상속인이 된다. 만일 형제자매도 없다면 사망자의 3촌 혈족(숙부, 고모, 외삼촌, 이모, 조카) 전원이 공동상속인이 되고, 이들도 없으면 4촌 혈족 전원이 공동상속인이 된다. 4촌들조차 단 한 명도 살아있지 않다면, 우리 법이 정한 상속은 이 지점에서 멈춘다. 즉, 배우자와 4촌 이내의 혈족이 전혀 없는 사람이 사망하였다면, 그의 재산은 국가에 귀속된다. 김종훈 변호사

[법률플러스] 특별조치법에 따른 등기의 효력은 절대적인가

일정강점기에 토지조사사업과 임야조사사업을 통해 소유자를 정하는 사정절차가 진행됐는데, 토지조사부상 조상 명의로 사정된 재산에 대해 구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특별조치법)에 따라 타인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와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을 때, 사정명의인의 후손은 소유권을 되찾을 수 있는지와 관련하여 법률적 분쟁이 야기되고 있다. 특별조치법은 부동산등기법에 따라 등기해야 할 부동산으로서 소유권보존등기가 되어 있지 아니하거나 등기부기재가 실제 권리관계와 일치하지 아니하는 부동산을 간이한 절차에 의해 등기할 수 있게 함을 목적으로 제정돼 한시적으로 시행됐고, 특별조치법에 따라 마친 등기는 권리추정력을 부여해 왔다. 그런데 특별조치법이 지난 1982년 4월 3일 법률 제3562호로 개정되기 전에는 대장상의 소유명의인으로부터 미등기부동산을 사실상 양수한 자나 상속받은 자만이 소정의 절차에 따라 발급받은 확인서에 의해 대장상의 소유명의인 변경등록을 하고, 위 변경등록 된 토지대장을 첨부해 소유권보존등기를 신청할 수 있었다. 따라서 소유자 미복구부동산을 사실상 소유하는 자는 특별조치법에 따른 확인서를 발급받아 소유권보존등기를 할 수 없는 것이므로 이에 위반해 마친 등기에는 권리추정력을 부여할 수 없다.(대법원 1997년 4월 11일 선고 96다33501 판결) 또 특별조치법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적 권리관계에 부합하는 등기로 추정되지만, 그 소유권이전등기도 전 등기명의인으로부터 소유권을 승계취득 하였음을 원인으로 하는 것이고, 보증서 및 확인서 역시 그 승계취득사실을 보증 또는 확인하는 것이므로, 그전 등기명의인이 무권리자이기 때문에 그로부터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원인무효로서 말소돼야 할 경우라면, 그 등기의 추정력은 번복되는 것이다.(대법원 2018년 1월 25일 선고 2017다260117 판결, 대법원 2018년 6월 15일 선고 2016다246145 판결) 한편, 1975년 12월 31일 법률 제2801호로 전문 개정된 지적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소관청이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행정의 편의를 위해 임의로 복구한 구 토지대장에 소유자 이름이 기재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 소유자에 관한 사항에는 그 권리추정력이 인정되지 않아 소유자 미복구 부동산에 포함된다.(대법원 2010년 7월 8일 선고 2010다21757 판결, 대법원 2010년 11월 11일 선고 2010다45944 판결) 따라서 법률 제2801호로 전문 개정된 지적법이 시행되기 이전에 복구된 토지에 관해 1982년 4월 3일 법률 제3562호로 개정되기 이전에 시행되던 특별조치법에 따라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친 부동산은 권리추정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조상 땅을 되찾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법률전문가의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박승득 변호사

[법률플러스]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에 대해

A는 임신 5개월 차에 B보험회사와 임신 중인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하고, 체결당일 1회 보험료를 납부했다. 이후 보험료를 계속 납부했으며, 보험증권에는 보험기간 개시일이 1회 보험료 납입일로 되어 있다. 그 후 A가 태아를 분만하는 과정에서 태아가 뇌손상 등의 상해를 입어 시력을 상실하는 상해사고가 발생했다. 위 보험계약의 보통약관에는 피보험자(보험대상자)가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신체에 상해를 입으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A는 B보험회사를 상대로 보험금의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B보험회사는 상법 제737조(상해보험자의 책임)에서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人)보험이므로, 피보험자는 신체를 가진 사람임을 전제로 하는데 태아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 또한 위 보험계약 중 출생 전 자녀 가입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되어 있는 점을 근거로 태아가 출생 전 분만 과정에서 입은 상해사고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없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보험회사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상법상 상해보험계약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객체에 해당, 그 신체가 보험의 목적이 되는 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의미할 뿐이며,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 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보험계약의 계약 내용이 반드시 보험약관의 규정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 보험약관이 계약당사자 사이에 구속력을 갖는 것은 그 자체가 법규범이거나 또는 법규범적 성질을 가지기 때문이 아니라 당사자가 그 약관의 규정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키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사항에 관해 사업자와 고객이 약관의 내용과 다르게 합의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그 합의 사항은 약관보다 우선한다라고 개별약정 우선의 원칙을 정하고 있다. 이러한 전제하에 위 보험계약의 특별약관에서 태아는 출생 시에 피보험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보험계약의 당사자인 A와 B보험회사는 위 특별약관의 내용과 달리 위 보험계약으로서 당시 태아를 피보험자로 삼는 개별약정을 한 것이고, 보험사고의 객체가 태아인 상태일 때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체결일부터 보험료를 납부해 보험기간이 개시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계약은 유효하다. 그 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태아도 보험자와 보험계약자의 개별 약정으로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할 수 있다. 심갑보 변호사

[법률플러스] 포항지진과 손해배상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가 고압으로 물을 넣는 과정에서 작은 지진들이 유발됐고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본진의 진원위치에 도달ㆍ누적되어 지진이 촉발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손해배상 문제가 더욱 크게 부각됐다. 촉발 지진으로 보는 경우 유발 지진에 비해 지진 발생에 대한 인공적 힘의 가공 정도가 적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위 조사결과와 같은 인과관계를 재판을 통해 최종 확정하는 데는 난관이 있을 수도 있다. 불법행위에서 과실 책임을 지우려면 행위자에게 예견가능성과 회피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지진은 대표적인 자연력 또는 천재지변의 하나이므로 지진 발생이 인공적 힘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쉽사리 예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위 지열발전소는 사전에 지진가능성에 대비해 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질조사까지 이루어진 점, 외국은 지열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한 사례가 있었던 점 등에서 지열발전 과정에서 지진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예견은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책임과 관련해 국가 등이 단순히 일반 개발행위허가를 하는 정도로만 관여하면서 지진 발생 여부를 고려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위 지열발전소는 정부 지원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됐던 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자연재해대책법, 지진ㆍ화산재해대책법 등에 의하면 국가 등에게 재난예방을 위한 안전조치 책무, 자연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책무를 인정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국가 등에게 위 지열발전으로 인해 발생할지 모를 지진 발생의 위험을 예견하고 회피하려는 조치를 다하지 못한 귀책사유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인정해야 할지도 문제이다. 자연력과 인공력이 공동 가공했다는 점, 각 힘의 기여도를 구분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 등을 근거로 두 가지 힘의 주체를 가정하고 공동불법행위 법리를 원용해 인공력의 주체인 지열발전소나 국가 등에게 부진정연대책임과 같은 전체 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론이 있을 수 있고, 전통적 법리에 따라 자연력은 책임능력이 없는 부분이므로 지열발전소와 국가 등이 위 지진 발생에 기여한 범위 내의 손해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이론이 있을 수 있다. 임한흠 변호사

[법률플러스] 임차권 등기명령 제도

주택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기간의 만료를 앞두고 미리 임대인에게 더 이상 임대차 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없음을 통지했다. 그런데 그 후 임대차 계약기간이 만료하여 계약이 종료되었음에도 임대인은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돈이 없다고 하면서 임차인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있고, 임차인은 이른 시일 내에 이사를 가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이때 임차인은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까?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 대항력을 취득하고, 위 대항요건과 임대차계약증서상의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임대차보증금에 대해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임차인이 임대인으로부터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해 주소이전을 하게 된다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하게 되므로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는 것이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이러한 경우 임차인은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ㆍ지방법원지원 또는 시ㆍ군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에 필요한 서류는 주택 또는 건물 등기부등본, 임대차계약서 사본, 임차인의 주민등록초본, 임대차 계약 해지의 의사표시를 한 입증자료(내용증명) 등이다.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면 법원에서 신청의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 문제가 없으면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을 내리고, 관할등기소에 임차권등기를 촉탁하게 된다. 그리고 해당 주택 또는 건물의 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가 마쳐지게 되면 이후 임차인이 주소이전을 하더라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은 그대로 유지된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있고, 관할등기소에 임차권등기의 촉탁이 있더라도 실제 등기부등본에 임차권등기가 되는 데에는 일정 시간이 소요되므로 반드시 해당 주택 또는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해 임차권등기가 마쳐졌는지를 확인한 후 주소이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위와 같은 절차를 거쳐 일단 임차권등기가 이뤄지면 이후에 임차인이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아 위 임차권등기를 말소해 주더라도 해당 주택 또는 건물의 등기부등본상에는 이전에 임차권등기가 됐던 사실이 남아있게 된다.(등기부등본을 말소사항 포함으로 발급할 경우) 따라서 위와 같은 이유로 임대인으로서는 자신의 주택 또는 건물에 임차권등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의외로 쉽게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이전에 미리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해 임대차 계약기간 만료일에 임대차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을 때 곧바로 임대차등기명령을 신청할 예정임을 알려 임대인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것도 임대차보증금을 조금이라도 빨리 돌려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이준행 변호사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