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760조는 수인이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는 연대해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면서(제1항) 방조자도 공동불법행위자로 보고 있다(제3항). 그런데 여기에서의 방조는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직접, 간접의 모든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다.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여 과실을 원칙적으로 고의와 동일시하는 민사법의 영역에서는 과실에 의한 방조도 가능하며, 이 경우의 과실의 내용은 불법행위에 도움을 주지 말아야 할 주의의무를 위반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공동불법행위 책임은 가해자 각 개인의 행위에 대해 개별적으로 그로 인한 손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가한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 책임의 범위는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가해자들 전원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함께 평가해 정하고 가해자 각자가 손해배상액의 전부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해자 1인이 가공한 정도가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그 가해자의 책임 범위를 손해배상액의 일부로 제한하여 인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위와 같은 공동불법행위 책임의 원칙적 법리에 의한다면, 과실에 의한 방조로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에도 그 방조자 역시 전체의 손해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보게 된다면, 과실에 의한 방조자에 대해 너무나도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다.
이에 판례는, 타인의 불법행위에 대해 과실에 의한 방조로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방조행위와 손해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제한한다. 따라서 상당인과관계를 판단할 때에는 책임이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고, 과실에 의한 행위로 인해 불법행위를 용이하게 한다는 사정에 관한 예견가능성과 아울러 그 행위가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한 정도, 피해자 스스로 쉽게 피해를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에 따라 판례는, 타인의 불법행위가 계속되는 중 공동불법행위자의 과실에 의한 방조행위가 이뤄졌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과실에 의한 방조행위와 그 이전에 타인의 불법행위로 발생한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과실에 의한 방조자는 그 이후의 손해에 대해서만 배상책임이 있다고 한다. 타당한 결론이라 할 것이다.
임한흠 변호사/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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