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유류분 반환청구와 소멸시효에 대해

민법은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중 적어도 일정 부분을 상속받을 수 있도록 유류분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다. 유류분 권리자는 그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때에는 부족한 한도에서 그 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데(민법 제1115조 제1항), 이는 유류분권리자가 상속의 개시와 반환해야 할 증여 또는 유증을 한 사실을 안 때로부터 1년 내에 하지 아니하면 시효에 의해 소멸하게 된다(민법 제1117조). 그런데, 이러한 유류분반환청구권의 행사에 대한 소멸시효의 법리가 유류분반환청구권 행사의 법률효과로 발생한 목적물 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지에 대해 쟁점이 된 적이 있다. 즉 유류분반환청구권의 행사는 재판상 또는 재판 외에서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의 방법으로 할 수 있고, 그 의사표시는 침해를 받은 유증 또는 증여행위를 지정해 이에 대한 반환청구의 의사를 표시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유류분 권리자가 위 소멸시효 1년이 경과되기 전에 반환청구 상대방에게 이러한 반환청구 의사표시는 했으나, 정작 그에 따른 법률효과로서 목적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 소송을 위 1년이 지나 제기한 경우 여기에 위 소멸시효 1년이라는 법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법원은 유류분반환청구의 의사표시는 침해를 받은 유증 또는 증여행위를 지정헤 이에 대한 반환청구의 의사를 표시하면 그것으로 충분하고, 그로 인해 생긴 목적물의 이전등기청구권이나 인도청구권 등을 행사하는 것과는 달리 그 목적물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유류분권리자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하면?민법 제1117조?소정의 소멸시효 기간 안에 권리를 행사한 것이 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유류분권리자가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그의 유류분을 침해하는 범위 내에서 유증 또는 증여는 소급적으로 효력을 상실하고, 상대방은 그와 같이 실효된 범위 내에서 유증 또는 증여의 목적물을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 즉 유류분반환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발생하는 법률효과인 목적물의 이전등기청구권 등은 유류분반환청구권과는 다른 권리이므로, 그 이전등기청구권 등에 대해서는?민법 제1117조?소정의 유류분반환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적용될 여지가 없고, 그 권리(이전등기 청구권 등)의 원래의 성질과 내용 등에 따라 별도로 소멸시효의 적용 여부와 기간 등을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법원은 유류분반환청구권 자체의 소멸시효와 그에 따른 법률효과인 이전등기 청구권 등의 소멸시효 법리를 달리 보고 있다는 점에 주의를 요한다. 심갑보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임차인의 부속물매수청구권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차인이 그 사용의 편익을 위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이에 부속한 물건이 있거나 임대인으로부터 매수한 부속물이 있는 때에는 임대차의 종료 시에 임대인에 대해 그 부속물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646조 제1, 2항). 또한 건물 기타 공작물의 적법한 전차인도 임차인과 같은 내용의 부속물매수청구권을 가진다(민법 제647조). 부속물매수청구권에 관한 위 규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강행규정이므로, 임차인에게 불리한 부속물매수청구권 배제의 특약은 무효이다(민법 제652조). 다만 임대차계약이 차임연체 등 임차인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해지된 경우 임차인은 부속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때 부속물이란 건물에 부속된 물건으로 임차인의 소유에 속하고, 건물의 구성부분으로는 되지 아니한 것으로서 건물의 사용에 객관적인 편익을 가져오게 하는 물건을 말하므로, 부속된 물건이 오로지 건물임차인의 특수한 목적에 사용하기 위해 부속된 것일 때에는 부속물매수청구권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라 할 수 없으며 당해 건물의 객관적인 사용 목적은 그 건물 자체의 구조와 임대차계약 당시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사용 목적, 기타 건물의 위치, 주위환경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해 정해진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카페 영업을 하기 위해 임차인이 공사를 한 사안에서 해당 시설들은 카페 운영자의 카페영업을 위한 시설물일 뿐 이 사건 건물이나 점포의 객관적 편익을 가져오는 물건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카페 운영자의 부속물매수청구권을 배척했다(대법원 1991년 10월8일 선고 91다8029 판결 참조). 또한 삼계탕집을 경영하기 위해 보일러, 온돌방, 방문틀, 주방내부, 합판을 이용한 점포장식, 가스, 실내전등, 계단전기 등을 설치하고 페인트 도색을 하는 등 공사를 한 사안에서 위 시설들은 이 사건 건물의 구성부분으로 됐거나 삼계탕집 경영자의 삼계탕집 경영이라는 특수한 목적에 사용하려는 것이므로 매수대상이 되는 부속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취지로 판시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1993년 10월8일 선고 93다25738, 93다25745 판결 참조). 이처럼 영업을 위해 직접 필요한 시설은 부속물매수청구권의 대상이 아니란 점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부속물매수청구권은 형성권이므로, 임차인의 일방적 의사표시로 매매계약이 성립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부속물의 매매대금은 그 매수청구권 행사 당시의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된다. 이재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채권양도 통지가 권리의 재판외 행사에 해당되는지 여부

소멸시효와 유사한 제척기간 제도는 권리자가 권리를 주장하거나 실행함이 없이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그 권리가 소멸되도록 함으로써 현 상태로 법률관계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제도이다. 제척기간이 정해진 권리에 있어서 제척기간 준수를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재판상이든 재판외이든 그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면 된다. 제척기간에 있어서는 재판외에서 권리 행사를 하는 경우에도 제척기간을 준수한 것이므로, 어느 정도까지가 재판외의 권리 행사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채권양도의 통지가 그러한 권리의 재판외 행사에 해당되는지가 문제가 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판결은 채권양도의 통지는 양도인이 채권 양도 사실을 채무자에게 알리는 것에 그치는 행위이므로, 채권양도통지에 채권양도의 사실을 알리는 것 외에 이행을 청구하는 뜻이 별도로 덧붙여지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양도통지 자체가 제척기간 준수에 필요한 권리의 재판외 행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다. 위 대법원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이었는데 위와 같은 다수의견의 결론에 대해 채권양도통지는 이른바 관념의 통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양도인으로서는 자신이 채무자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던 사실과 이를 양도해 귀속주체가 변경된 사실, 이제 채무자가 채무를 채권양수인에게 이행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사실을 함께 고지하는 것이어서 이는 채무자에 대한 권리 존재와 권리를 행사하고자 하는 의사를 분명하게 표명을 한 것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이행청구나 최고와 같이 시효중단 효력이 인정될 정도의 사유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제척기간 준수의 효과가 부여될 수 있는 권리행사의 객관적 행위 태양이라고 볼 수 있다는 반대의견이 존재한다. 위 다수의견의 결론은 물론 일리가 있는 판단임에는 분명하나, 일반적으로 채무자에게 보내는 채권양도통지 서면에 채권양수인에게 이행해 줄 것을 청구하는 취지의 문구를 관행적으로 첨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문구를 첨가하지 아니한 경우에도 채권양도인의 의사는 그러한 이행청구 의사를 포함하고 있음이 사실상 명백히 추정된다. 그러한 문구의 첨가 여부를 기준으로 법률효과가 다르다고 보는 것은 부적절해 보이고, 따라서 위 반대의견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다고 보여진다. 위와 같은 대법원판결이 있다는 점에 관해 주의를 요한다. 임한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주식에 대한 강제집행 방법

채권자가 채무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소송에서 승소했다. 그런데 채무자가 별다른 재산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위 주식에 대한 강제집행 방법은 어떻게 될까. 주식에 대한 강제집행 방법은 주권이 발행됐는지 여부에 따라 다르고, 주권이 발행되지 않은 경우에는 상법상 회사성립 후 또는 신주의 납입기일 후 6개월이 경과했는지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다. 우선 주권이 발행된 경우에는 실물 주권을 유체동산 강제집행의 방식으로 현금화하면 된다. 다음으로 주권이 발행되지 않은 경우 상법상 회사성립 후 또는 신주의 납입기일 후 6개월이 경과하기 전에는 주권발행 전의 주식의 양도는 회사에 대해 효력이 없으므로(상법 제335조 제3항 참조) 주식 자체를 압류, 현금화하는 강제집행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채무자가 회사에 대해 가지는 주권교부청구권을 강제집행 한다. 즉, 채권자는 채무자의 회사에 대한 주권교부청구권에 대해 집행법원의 압류명령을 받은 후 회사가 주권을 발행하면, 그 압류명령이나 별도의 인도명령에 따라 채권자가 위임하는 집행관이 위 주권을 인도받아 유체동산 현금화 방법으로 이를 현금화할 수 있다. 한편 회사성립 후 또는 신주의 납입기일 후 6개월이 경과했음에도 회사가 주권을 발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주권교부청구권이 아닌 주식 자체가 강제집행의 대상이 된다. 이 경우 주식 자체를 압류목적물로 집행법원으로부터 압류명령을 받고 그에 대한 양도명령(법원이 주식을 집행관 또는 감정인으로 하여금 평가해 그 값으로 지급함에 갈음, 채권자에게 양도하는 현금화 방법), 매각명령(법원이 정하는 방법으로 주식을 매각할 것을 집행관에게 명하는 현금화 방법) 등 특별현금화 방법의 결정을 받아 이를 현금화할 수 있다. 이준행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퍼블리시티권 : BTS 사례

다음과 같은 가상의 사례를 들어보자. 동네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씨가 빵집 출입문에 유명 연예인 방탄소년단(BTS)의 사진을 걸어놓고 그 옆에 BTS가 추천하는 빵집이라는 광고 문구를 기재해 두었다고 하자. 그러나 김씨는 BTS로부터 사진 부착이나 광고에 대한 허락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었다. 이런 사례에서 문제 되는 법률적 쟁점이 이른바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다. 통상 퍼블리시티권이란 어떤 사람이 그의 성명, 초상 기타 동일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라고 정의된다. 퍼블리시티권은 특정인(유명인)의 고유한 특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재산권이라는 점에서 초상권과 다르다. 초상권이란 특정한 사람임을 식별할 수 있는 특징(얼굴이나 체형)이 함부로 공표되거나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로서 이는 기본적으로 인격권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을까. 우선 분명한 것은 민법, 저작권법 등 우리나라의 법률 중에 퍼블리시티권을 정면으로 인정하는 규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법원도 퍼블리시티권의 인정 여부에 관해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즉, 현재 우리나라의 하급심 판례 중에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사례들과 부인한 사례들이 병존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아직 이 문제에 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정경쟁행위는 금지되고 이를 위반하는 사람은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위 법률이 정하고 있는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2013년 7월30일 위 법률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새로 추가됐다. 이 규정의 문구를 살펴보면 위 빵집 사례에 이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퍼블리시티권의 인정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위 법률이 그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2020년 3월26일 2019마6525 결정)은 연예인들의 사진, 기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잡지를 제작ㆍ판매하는 A회사가 연예인 매니지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B회사의 허락 없이 B회사 소속 유명 연예인인 BTS의 구성원들에 관한 화보집 등을 제작해 판매하는 행위는 위 법률 규정이 말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러한 행위를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에 있어 마치 이를 인정하는 것과 유사한 결론에 이른 것이다. 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스토킹범죄의 처벌근거

최근 스토킹으로 인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정신적ㆍ신체적 피해를 입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범행 초기에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스토킹이 폭행, 살인 등 신체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킹에 대해 범행 초기에 처벌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할 마땅한 근거 법률이 없었는데, 지난 4월20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제정돼 오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먼저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와 스토킹범죄에 대한 정의 규정을 두고 있는데, 스토킹행위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ㆍ직장ㆍ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ㆍ전화ㆍ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ㆍ말ㆍ부호ㆍ음향ㆍ그림ㆍ영상ㆍ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거나 놓여 있는 물건 등을 훼손하는 행위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제2조 제1호). 스토킹범죄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제2조 제2호). 사법경찰관리는 진행 중인 스토킹행위에 대해 신고를 받은 즉시 현장에 나가 스토킹행위를 제지하고, 향후 스토킹행위의 중단을 통보하며, 잠정조치 요청 절차 등을 피해자에게 안내하는 등의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3조). 사법경찰관은 스토킹범죄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 예방을 위해 긴급을 요하는 경우 직권으로 또는 스토킹행위의 상대방이나 그 법정대리인 등의 요청에 따라 스토킹행위의 상대방이나 그 주거 등으로부터 100m 이내의 접근 금지나 스토킹행위의 상대방에 대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조치를 할 수 있다(제4조). 검사는 스토킹범죄가 재발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직권으로 또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의해 법원에 잠정조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법원은 스토킹범죄의 원활한 조사ㆍ심리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피해자나 그 주거 등으로부터 100m 이내의 접근 금지, 피해자에 대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잠정조치 결정을 할 수 있다(제8조 및 제9조).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해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8조). 스토킹범죄 처벌에 관한 근거법률이 마련됨에 따라 스토킹범죄 피해자에 대한 각종 보호절차가 마련돼 범죄 발생 초기 단계에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고, 스토킹이 더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승득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도 가능한가?

주식회사와 주주 개인은 별개의 권리주체이므로 그 주식회사의 독립된 법인격이 부인되지 않는 것(주식회사의 채무를 주주 개인이 책임지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어떤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고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개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하거나, 회사가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이용되고 있는 예외적인 경우까지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이유로 개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해 그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것이 이른바 법인격 부인론의 법리이다. 이와 같은 법리를 통해 회사에 대한 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실질 자산이 없는 회사가 아니라 자산이 있는 주주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그 개인이 변제 책임을 지도록 함으로써 정의와 형평을 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법인격 부인론을 반대로 적용하는 것, 즉 개인에 대해 채권을 가지고 있는 자가 그 개인이 주주인 회사를 상대로 개인이 부담하고 있는 채무를 회사가 대신 책임지라고 요구하는 것도 가능할까? 대법원은 A가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다가 그 개인사업체를 폐업하고 새로운 주식회사(법인)를 설립하면서 개인사업체의 영업장소,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을 모두 회사로 양도하고, 위 회사의 주주 구성원도 모두 가족으로 이뤄져 있는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판시해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A와 회사의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등 A가 새로 설립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고, 회사 설립과 관련된 개인의 자산 변동 내역, 특히 개인의 자산이 설립된 회사로 이전됐다면 그에 대해 정당한 대가가 지급됐는지 여부, 개인의 자산이 회사에 유용됐는지 여부와 그 정도 및 제3자에 대한 회사의 채무 부담 여부와 그 부담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회사 설립 전 개인의 채무 부담행위에 대한 회사의 책임을 부인하는 것이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회사에 대해 회사 설립 전에 개인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심갑보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예측 여명 넘어 생존한 경우 손해배상 소멸시효 기산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피해자 측이 그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민법 제766조 제1항). 여기에서 손해를 안다는 것은 현실로 손해발생을 안 경우뿐만 아니라 손해발생을 예견할 수 있을 때를 포함한다. 후유증 등으로 불법행위 당시에는 전혀 예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했다거나 예상 외로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에 새로이 발생하거나 확대된 손해를 알았다고 본다. 이와 같이 새로이 발생하거나 확대된 손해 부분에 대해서는 그러한 사유가 판명된 때부터 소멸시효기간이 진행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상해를 입은 피해자에 대해 감정을 통한 여명에 관한 예측을 토대로 일시금 지급방식으로 손해배상이 이뤄졌는데, 이후 그 여명기간을 지나 피해자가 계속 생존하게 되면 종전에 배상이 이뤄질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손해가 발생하거나 손해가 확대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예측 여명의 연장으로 발생하거나 확대되는 손해에 관하여도 다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함은 물론이나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을 언제로 봐야 할지가 문제 된다. 살피건대, 전문적인 감정을 통해 예측됐고, 법원의 판단에 의해 인정됐던 여명기간이 도과한 점을 중시한다면, 피해자가 여명기간을 지나 하루하루 생존해 나가는 것 자체가 통상 예측하기 어려운 예외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으므로, 여명기간을 지나 생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로서는 자신이 향후 언제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 예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이 경우 피해자가 하루하루 연명을 해 나간다면 매일 추가적인 손해가 발생되고 그때마다 비로소 피해자는 그날의 손해를 안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러한 입장에 선다면, 피해자가 기존 여명기간 이후 3년 이상이 지나 새로운 소를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역산해 3년 전에 발생한 손해 부분에 대해서만 소멸시효가 완성되게 된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이와 달리 예견가능성을 넓게 해석하면서, 예측된 여명기간 내에 그 기간을 지나 생존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사정이 생겼다면 그때에 그러한 사정이 발생하지 않고 예측된 여명기간이 지나면 그 여명기간이 지난 때에 장래에 발생 가능한 전체 손해를 예견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따르면, 그 여명기간 이후 3년 이상이 지나 새로운 소를 제기하게 되면, 장래 손해 전부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게 되므로 주의를 요한다. 임한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인지세 제때 납부 안하면 과도한 가산세 부과

모든 재산에 관한 권리 창설ㆍ이전 또는 변경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부담하는 세금이 인지세이다. 지금까지는 관행적으로 인지세를 법령의 규정에 어긋나는 시기에 납부해 왔고, 이에 대해 가산세가 부과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국세청은 부동산 분양계약 관련 인지세 납부 안내라는 표제의 문서를 발송해 종전의 잘못된 관행에 따른 인지세 납부지연의 경우 법령에서 정한 가산세를 부과한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분양업체 등 관련업체에 보내왔다. 인지세 납부 지연에 따른 가산세가 100% 이상의 고율이므로 앞으로는 가산세를 물지 않도록 법령에서 정한 시기에 인지세를 납부해야 할 것이다. 인지세법 제1조 제1항은 국내에서 재산에 관한 권리 등의 창설ㆍ이전 또는 변경에 관한 계약서나 이를 증명하는 그 밖의 문서를 작성하는 자는 해당 문서를 작성할 때에 이 법에 따라 그 문서에 대한 인지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분양계약이나 매매계약이 체결돼 계약서가 작성되는 경우, 그 분양계약서나 매매계약서는 재산에 관한 권리 등의 창설ㆍ이전 또는 변경에 관한 계약서에 해당하므로, 계약서의 작성이 완료되는 시점에 인지세의 납부의무가 발생한다. 또한 분양권 전매계약이 체결돼 분양권 전매계약서가 작성되는 경우에도 위 계약서는 재산에 관한 권리 등의 창설ㆍ이전 또는 변경에 관한 계약서에 해당하므로, 전매계약서가 작성될 때마다 인지세의 납부의무가 발생한다. 그러나 그동안 관행적으로 분양계약서의 작성 시점이 아닌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시점에 인지세를 납부해 왔다. 분양권을 전매하는 경우에도 관행적으로 소유권이전등기 신청 시점에 최초 분양계약서와 최종 전매계약서에만 인지를 첨부해 왔는데 이것도 법에 위반되는 것이다. 국세기본법(제47조의 4-9)은 3개월 또는 6개월 등 법정납부기한을 위반한 기간에 따라 원래 납부할 인지세의 100~300%라는 고율의 가산세를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곧바로 인지세를 납부함으로써 불필요하게 100~300%라는 고율의 가산세를 납부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재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주택 임대차계약 갱신의 허위거절과 손해배상

을은 갑 소유의 주택을 전세금 3억원에 임차하고 있었다. 을은 임대차기간 종료 3개월 전에 갑에게 계약갱신을 요구했다. 그런데 갑은 자신이 직접 위 주택으로 들어와 거주할 것이라고 하면서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했다. 이에 을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주택을 임차해 이사했는데, 이후 확인해 보니 갑이 위 주택을 제3자인 병에게 4억원에 임대를 준 사실을 알게 됐다. 을은 갑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 이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는데,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ㆍ직계비속 포함)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이를 거절할 수 있다. 그런데 임대인이 실거주 사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한 이후, 정당한 사유 없이(갑작스러운 임대인의 해외발령이나 목적 주택에서 거주하고자 했던 직계존속의 사망 등) 실제 주택에 거주하지 않고, 제3자에게 주택을 임대한 경우 임대인은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때 손해배상액은 당사자 간의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관한 합의가 있으면 이에 따르고, 그렇지 않으면 ▲갱신거절 당시 월차임의 3개월분에 해당하는 금액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해 얻은 환산월차임과 갱신거절 당시 환산월차임 간 차액의 2년분에 해당하는 금액 ▲갱신거절로 인해 임차인이 입은 손해액 중에 큰 금액으로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한편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해 주택 임대차계약 갱신의 허위거절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그 전제가 되므로, 임차인은 반드시 갱신요구권 행사기간 내에 임대인에게 내용증명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발송해 갱신요구권을 행사했다는 입증자료를 남겨 놓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이준행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부당수령 보험금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

보험사기 등 보험계약이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인 경우 보험사는 보험계약자를 상대로 부당수령한 보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보험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이 민법 규정에 따라 10년인지 아니면 상사 소멸시효기간에 관한 상법 규정을 유추 적용해 5년으로 볼 것인지 문제 된다. 계약으로 인한 채권이든 계약의 무효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든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원칙적으로 10년(민법 제162조 제1항)이다. 다만 상법은 상행위인 계약으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5년(상법 제64조)으로 정하고 있다. 상사 소멸시효기간을 단기로 정한 이유는 대량, 정형, 신속이라는 상거래 관계 특유의 성질을 감안해 민사 계약관계에 비해 상사 계약관계를 정형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법은 위와 같이 상행위인 계약으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민법과 달리 정하면서도 상행위인 계약의 무효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에 관해서는 따로 정하고 있지 않다. 원칙적으로 상행위인 계약의 무효로 인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 규정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62조 제1항이 정하는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 다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해 이뤄진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것으로서 채권의 발생 경위나 원인, 당사자의 지위와 관계 등에 비춰 법률관계를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에는 상법 제64조가 정하는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거나 유추적용된다(대법원 2018년 6월15일 선고 2017다248803, 248810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춰 볼 때 보험계약자가 보험사기 등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한 보험계약이 민법 제103조에 따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인 경우 보험사의 보험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상법 제64조를 유추적용해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보험사가 반환을 구하는 보험금은 상사계약인 보험계약의 의무 이행으로 지급된 것으로 보험금의 반환청구권은 보험계약의 이행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그 이행청구권에 대응하는 것이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전형적인 무효사유인 보험사기 등의 경우 다수의 보험계약, 다수의 보험사가 관련돼 정형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1년 7월22일 선고 2019다277812) 역시 부당수령 보험금 반환청구권에 대해 상법 제64조가 정하는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판시했는데, 보험계약자의 보험금청구권에 대해 상법 제662조에 따라 3년의 단기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 점과의 형평의 문제에 비춰 보더라도 위 판결은 매우 타당하다. 서동호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주총에서 선임한 이사·감사와 임용계약 체결?

상법(제382조 제2항, 제415조)은 주식회사와 그 회사의 임원(이사ㆍ감사)의 관계는 민법의 위임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식회사의 임원을 선임하는 것은 주주총회의 전속 권한이다(상법 제382조 제1항, 제409조 제1항). 즉 대표이사나 이사회가 특정인을 회사의 이사ㆍ감사로 선임할 수는 없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만일 회사가 A라는 사람을 이사로 선임하고자 한다면, 먼저 주주총회에서 A를 이사로 선임하고 이후 회사의 대표이사(B)가 회사를 대표해 A에게 이사 선임을 청약한 뒤 A가 이를 승낙하는 방식으로 이사 임용계약이 체결돼야 한다는 논리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논리를 따른다면 주주총회에서 이사로 선임됐음에도 불구하고 임용계약이 별도로 체결되지 않은 이상 A는 회사의 이사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만일 대표이사 B가 어떤 이유로(경영권 갈등의 상대방이라는 이유 등) A에게 이사 임용계약의 청약을 아예 하지 않는다면 A는 이사가 될 수 없다. 결국 주주들이 주주총회를 거쳐 A를 이사로 선임한 결의는 전혀 무용하게 된다. 과거 우리 법원은 이러한 논리를 따라왔다. 즉 대법원(2009년 1월15일 선고 2008도9410 판결 등)은 주주총회의 선임 결의에 따라 대표이사가 임원 임용계약을 청약하고 상대방(임원으로 선임된 사람)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비로소 임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주주총회의 결의란 특정인을 회사의 임원으로 선임한다는 취지로 회사 내부에서 내린 결정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제시됐다. 이러한 논리는 타당한가. 주식회사 제도는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근간으로 한다. 주식회사를 소유하는 주주는 주주총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경영에 관여하고 이를 감독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영 관여와 감독의 주요 수단 중 하나가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진(임원)을 직접 선임하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논리에 따르는 경우 주주총회를 통한 주주들의 경영 관여 및 감독의 권한은 실질적으로 침해당할 것이다. 대법원도 이러한 비판을 수용했다. 대법원(2017년 3월 23일 선고 2016다251215 전원합의체 판결)은 주주총회가 이사나 감사를 선임한 경우 그 선임의 결의와 피선임자의 승낙만 있으면 그는 대표이사와 별도의 임용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이사나 감사의 지위를 취득한다고 봐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종전의 대법원 판례를 변경했다. 주주총회의 선임결의와 별도로 대표이사와 임용계약을 체결해야 이사ㆍ감사의 지위를 비로소 인정할 수 있다는 논리는 이사ㆍ감사의 선임을 주주총회의 전속적 권한(주주들의 단체적 의사결정 사항)으로 규정한 상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이 그 주요 근거이다. 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사실혼 관계의 재산분할

현대사회에서 남녀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은 대수롭지 않게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남녀 사이의 만남이 단순한 동거인지, 아니면 사실혼 관계인지 여부에 따라 법적 문제 해결을 달리하고 있다. 사실혼 관계의 경우 위자료, 재산분할 등의 법률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사실혼이란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사회적으로 정당하게 평가되는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공공연하게 영위하고 있으면서도, 그 형식적 요건인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률상 부부로 인정되지 아니하는 남녀의 결합관계를 말하는 것으로 단순한 동거와는 구별된다. 사실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합치되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혼 관계가 종료될 경우 재산분할에 관한 민법 규정을 사실혼 관계에 유추적용할 수 있는지에 관해 대법원은 부부재산 청산의 의미를 갖는 재산분할 규정은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춰 인정되는 것이므로 사실혼 관계에 유추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를 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부부 일방이 혼인 중 제3자에게 부담한 채무는 일상가사에 관한 것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개인의 채무로서 청산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그것이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해 부담한 채무인 경우에는 청산 대상이 된다. 따라서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부 일방이 혼인 중 공동재산의 형성에 수반해 채무를 부담했다가, 사실혼이 종료된 후 그 채무를 변제한 경우 변제된 채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청산 대상이 된다(대법원 2021년 5월27일 선고 2020므15841 판결). 위와 같이 남녀 사이의 만남이 사실혼 관계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재산분할의 비율, 산정 방식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해석과 결론을 달리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승득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초상권침해의 위법성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그 밖에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해 함부로 촬영되거나 그림으로 묘사되지 않고 공표되지 않으며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권리를 갖는데, 이러한 권리를 초상권이라 한다. 헌법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개인은 사생활이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않을 소극적인 권리뿐만 아니라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도 가진다. 그러므로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그 침해(촬영행위 등)가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졌다거나 민사소송의 증거 수집을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사유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보험회사 직원이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교통사고 피해자의 장해 정도에 관한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피해자의 일상생활을 몰래 촬영한 행위는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반면 층간 소음에 항의하러 온 피해자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피해자를 폭행하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행위는 형사절차상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되므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다. 또 아파트 단지 내에 관리사무소에 신고하지 않은 현수막을 게시하던 중 입주자로부터 제지를 당하자 욕설을 하는 장면을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촬영해 입주자대표회의에 전송한 것에 대해서도, 관리주체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현수막을 설치한 점과 현수막의 내용이 아파트 관리방법에 관한 의사표시로서 자신의 주장을 입주자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고 이러한 공적 논의의 장에 나선 사람은 사진 촬영이나 공표에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위 동영상이 대표회의에만 전송된 점을 고려하면 촬영행위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ㆍ방법의 보충성과 상당성 등을 참작할 때 피촬영자가 수인해야 하는 범위에 속한다고 봐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판단의 기준은 무엇일까. 이처럼 초상권이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방향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에는 구체적 사안에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익형량을 통해 침해행위의 최종적인 위법성을 가려야 하는데, 이러한 이익형량과정에서 첫째 침해행위 영역에서 고려할 요소로는 침해행위로 달성하려는 이익의 내용 및 그 중대성, 침해행위의 필요성과 효과성ㆍ보충성과 긴급성ㆍ상당성 등이 있고, 둘째 피해이익 영역에서 고려할 요소로는 피해법익의 내용과 중대성 및 침해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입는 피해의 정도, 피해이익의 보호가치 등이 있다. 하지만 실제 사안에서 이러한 위법성 판단 기준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법률전문가 입장에서도 모호한데, 일반인들은 더욱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고 또한 초상권을 침범했으나 그것이 위법하지 않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사람이 증명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아무쪼록 타인에 대한 동영상을 촬영함에 있어서 부당한 목적, 불법적 수단이 개입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할 필요가 있다. 심갑보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의 해제·해지가 가능한지

계약은 일단 체결이 되면 원칙적으로 준수할 의무가 있다. 다만 계약을 해제ㆍ해지함으로써 계약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가 있는데, 계약이나 법률의 규정에 의해 해제ㆍ해지권이 인정된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이 있어야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예외가 있는바, 그것이 바로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의 해제ㆍ해지의 경우이다. 사정변경의 원칙은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 원칙의 파생원칙이다. 신의성실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의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법질서 전체를 관통하는 일반 원칙으로 작용하고 있다. 판례는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현저히 변경되고 당사자가 계약의 성립 당시 이를 예견할 수 없었으며, 그로 인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거나 계약을 체결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준수 원칙의 예외로서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처럼 판례가 이와 같은 원론적으로는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의 해제ㆍ해지를 인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법원에서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의 해제ㆍ해지를 인정한 예는 극히 드물다. 그 이유는 사정변경이라는 개념 자체가 불확정개념이라 할 수 있는데, 미세한 사정변경이 있는 경우에도 이를 이유로 한 계약의 해제ㆍ해지를 무작정 인정한다면 일반적으로 계약의 효력이 약화되고 거래안전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판례에 의하면 사정변경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는지는 추상적ㆍ일반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안에서 계약의 유형과 내용, 당사자의 지위, 거래경험과 인식가능성, 사정변경의 위험이 크고 구체적인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최근 대법원은 미국 취업이민 알선 계약이 체결되고, 이민 절차가 진행되던 중에 미국대사관의 재심사 결정이 내려져 이민 절차가 장기간 중단된 사안에서 이러한 사정은 사정변경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봐 계약의 해지를 인정했다. 위와 같이 사정변경으로 인한 계약의 해제ㆍ해지 인정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위 대법원 판결은 주목할 만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임한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응소로 인한 소멸시효의 중단

재판상 청구는 소멸시효의 중단사유이다(민법 제168조 제1호, 제170조 제1항). 그런데 상대방이 소송을 제기했고, 그 소송의 피고가 돼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 경우에도 그 권리에 대한 소멸시효가 중단될까. 이에 대해 법원은 민법에서 시효중단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재판상의 청구라 함은, 통상적으로는 권리자가 원고로서 시효를 주장하는 자를 피고로 해 소송물인 권리를 소의 형식으로 주장하는 경우를 가리키지만, 이와 반대로 시효를 주장하는 자가 원고가 돼 소를 제기한 데 대해 피고로서 응소하여 그 소송에서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진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해 응소도 시효중단사유로서 재판상청구에 포함되는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응소에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위 소송이 채무자가 제기한 소송일 것을 요한다. 법원 역시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고자 자기의 물건에 담보권을 설정한 물상보증인은 채권자에 대해 물적 유한책임을 지고 있어 그 피담보채권의 소멸에 의하여 직접 이익을 받는 관계에 있으므로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채권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채무도 부담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물상보증인이 그 피담보채무의 부존재 또는 소멸을 이유로 제기한 저당권설정등기 말소등기절차이행청구소송에서 채권자 겸 저당권자가 청구기각의 판결을 구하고 피담보채권의 존재를 주장했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직접 채무자에 대해 재판상 청구를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는 것이므로 피담보채권의 소멸시효에 관해 규정한 민법 제168조 제1호 소정의 청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라고 판시했다. 또한, 민법 제170조 제1항은 재판상의 청구는 소송의 각하, 기각 또는 취하의 경우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만약 위 소송에서 피고가 응소해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했다고 하더라도, 소가 각하되거나 취하돼버리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다만, 이 경우에는 6월 내에 재판상의 청구 등 다른 시효중단 조치를 취하면 응소 시에 소급해 시효중단의 효력이 인정된다. 따라서 상대방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피고가 응소하여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위 소송에서 그 권리가 받아들여진 경우 응소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재철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부동산 가계약에 따른 법률관계

갑은 을 소유의 부동산을 5억원에 매수하기로 하면서, 계약금 5천만원, 중도금 1억원, 잔금을 3억5천만원으로 정했는데, 우선 가계약금 명목으로 500만원을 을에게 지급했다. 그런데 그 후 을은 마음이 바뀌어 위 계약을 해제하고 싶다. 을은 갑으로부터 지급받았던 가계약금 500만원을 반환하고, 위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을까? 우선 가계약은 정확한 법률용어는 아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매매계약에 있어서 계약금보다 적은 금원을 상대방에게 지급하고, 매매계약의 체결을 선점하는 개념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는 것이 바로 가계약이다. 위 사례의 경우 갑과 을 사이에 매매계약이 성립됐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계약의 성립 여부에 대해 대법원은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 또한 부동산 매매에 관한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그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매매계약은 성립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했다(대법원 2006년 11월24일 선고 2005다39594 판결 참조). 즉 부동산 매매계약의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에 매매목적물의 특정, 매매대금의 총액 및 매매대금의 지급시기 등 매매계약의 본질적인 요소가 구체적으로 정해졌다면, 매매계약이 성립됐다고 볼 수 있다. 위와 같이 매매계약이 성립된 경우, 을이 매매계약을 해제하고자 한다면 갑으로부터 지급받은 가계약금(500만원)이 아닌, 위 매매계약에서 정한 실제 계약금의 배액(1억원)을 을에게 지급해야 한다. 대법원 역시 매도인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된다. 또한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돼 부당하기 때문에,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이에 매도인이 계약금의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해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닌 약정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해야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대법원 2015년 4월23일 선고 2014다231378 판결 참조). 따라서 비록 가계약의 형식을 취했더라도, 실제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인정될 수 있으므로, 부동산의 매도인이나 매수인은 가계약의 체결에 있어서도 신중해야 할 것이다. 이준행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공용계단, 공용복도에 들어가도 주거침입?

형법 제319조 제1항은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등에 침입한 자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하고 있는데 최근 어느 범위까지 주거 공간으로 봐야 하는지에 관해 여러 재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여성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하는 성범죄나 스토킹 범죄가 증가함에 따라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ㆍ연립주택ㆍ아파트 등 공동주택 안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계단이나 복도 역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문제 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에 있어서 주거라 함은 단순히 가옥 자체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원 등 위요지(가옥의 정원 등 주변 토지를 지칭하는 말로 외부와의 경계에 문과 담 등을 설치해 외부와 구별되는 부분)를 포함하므로,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다세대주택ㆍ연립주택ㆍ아파트 등 공동주택 안에서 공용으로 사용하는 계단과 복도 역시 주거로 사용하는 각 가구 또는 세대의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부분으로서 그 거주자들에 의해 일상생활에서 감시ㆍ관리가 예정되어 있고 사실상의 주거 평온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므로, 다가구용 단독주택이나 공동주택의 내부에 있는 공용계단과 복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9년 8월20일 선고 2009도3452 판결 참조). 이에 따르면, 새벽에 귀가하는 처음 보는 여성이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여성을 쫓아 오피스텔 건물 안의 공용계단 내지 복도에 들어간 남성은 여성이 거주하고 있는 원룸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주거침입죄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인 사적 생활관계에 있어서의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충분히 보호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주거의 범위를 공용계단, 공용복도까지 확장한 위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주거침입죄의 객체인 사람의 주거는 사적 공간인 전용부분에 한정돼야 하고 공용계단과 공용복도는 사적 공간에 이르는 통로에 불과하므로 주거 공간의 범위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개인적으로는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며 확장해석을 금지하는 죄형법정주의의 이념과 취지를 고려할 때, 공용계단과 공용복도를 주거 개념에 포함시킬 경우 주거침입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돼 일반적인 법감정에 반하는 경우가 속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반대 의견에 동조한다. 최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으로 상대방의 주거 등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등을 반복하는 자를 처벌하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2021년 10월21일 시행 예정)된 것과 같이, 형사처벌의 필요성은 있으나 그에 대한 처벌 법규가 마땅치 않은 경우에는 그에 맞는 처벌 법규를 제정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서동호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물상보증인과 양도소득세

갑이 A은행으로부터 돈 8억원을 대출받으면서 자신의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후 갑이 위 대출금을 갚지 못하자 A은행은 위 토지에 대해 경매를 신청했고 결국 그 토지는 10억원에 매각됐다. 그런데 이처럼 근저당권의 실행을 위한 경매는 소득세법에서 말하는 양도에 해당한다. 따라서 갑은 매각대금에서 취득가액을 공제한 양도차익에 대해 소정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즉 갑은 경매절차를 통해 자신의 토지를 10억원에 매각했으므로 이 단계에서 양도소득세 납세 의무는 성립하는 것이다. 물론 위 매각대금 중 8억원은(갑의 손을 거치지 않은 채) 채권자 A은행에게 곧바로 지급됐지만 이러한 사정과 갑의 양도소득세 납부 의무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제 사안을 조금 변형해 보자. 갑이 A은행에 돈 8억원의 대출을 신청하자 A은행은 갑에게 담보를 요구했다. 갑은 친구 을에게 을의 토지를 담보로 제공해 줄 것을 간곡히 청하였다. 죽마고우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던 을은 자신의 토지에 A은행을 채권자로 하는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이후 갑이 위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자 A은행은 위 토지에 대해 경매를 신청, 결국 10억원에 매각됐다. 이로써 을이 가지고 있던 고가의 토지는 다른 사람의 손으로 넘어가고 을의 손에는 단돈 2억원만이 남은 것이다. 이런 사안의 경우에도 을은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가. 답은 그렇다이다. 비록 을이 진정으로 원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을은 자신의 토지를 매각해 10억원을 지급받은 셈이므로, 이 매각대금과 취득가액의 차액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을은 매각대금 10억원 중 8억원을 즉각 A은행에게 지급해 갑의 빚을 대신 갚아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처럼 을이 매각대금 일부를 갑의 채무를 대신 변제하는 데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을의 양도소득세 납부 의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한편 위 사안에서 을은 갑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구상권의 행사를 통해 을이 입은 손해는 일부라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후 사업이 계속 지지부진했던 갑에게 끝내 파산이 선고됐고, 결국 을은 갑으로부터 8억원을 구상할 수 없게 됐다. 이러한 경우에도 을은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최근 대법원(2021년 4월8일 선고 2020두53699 판결)은 물상보증인의 채무자에 대한 구상권은 대위변제의 효과로서 발생하는 것으로 경매의 대가라는 성질을 가지는 것은 아니므로, 설사 채무자가 자력이 없어 물상보증인이 채무자에게 구상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없게 된 경우에도 그러한 사정은 양도소득의 성립 여부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물상보증(타인의 채무에 자신의 소유물을 담보로 제공함)이라는 행위로 인해 엄청난 손실이 초래될 수 있음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안이다. 독자 여러분의 주의를 요한다. 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법률플러스] 3기의 차임 연체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 8은 임대인이 차임연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요건을 차임연체액이 3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에 제10조 제1항 제1호는 임대인이 계약갱신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사유에 관해서는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라고 문언을 달리해 규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임대차계약관계는 당사자 사이의 신뢰를 기초로 하므로, 종전 임대차기간에 차임을 3기분에 달하도록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임차인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계약관계가 연장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14년 7월24일 선고 2012다58975 판결). 위 규정들의 문언과 취지에 비춰 보면, 임대차기간 중 어느 때라도 차임이 3기분에 달하도록 연체된 사실이 있다면 그 임차인과의 계약관계 연장을 받아들여야 할 만큼의 신뢰가 깨진 것이다. 따라서 임대인으로서는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 중 차임을 3개월치에 달하도록 연체한 적이 있었다면, 그 후에 차임을 지급해 3기분의 연체상태가 해소됐더라도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되고, 임대차계약은 기간 만료로 종료된다(대법원 2021년 5월13일 선고 2020다255429 판결). 위와 같이 임차인의 차임 지급의무는 기본적인 의무로써 이를 게을리할 경우 계약갱신 거절사유가 되거나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규정을 적용받지 못하게 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차임이 연체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2020년 9월29일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소비지출이 위축되고 상가임차인의 매출과 소득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임대료가 상가임차인의 영업활동에 큰 부담이 되는 실정 등을 감안해 상가임대차법이 일부 개정됐다. 개정된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 9는 임차인이 위 개정법 시행일부터 6개월까지의 기간(2020년 9월29일부터 2021년 3월29일까지) 동안 연체한 차임액은 차임연체액으로 보지 않으므로, 차임연체액이 3기에 달하는지 여부에 관해 개정 상가임대차법의 규정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박승득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