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퍼블리시티권 : BTS 사례

다음과 같은 가상의 사례를 들어보자. 동네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씨가 빵집 출입문에 유명 연예인 방탄소년단(BTS)의 사진을 걸어놓고 그 옆에 ‘BTS가 추천하는 빵집’이라는 광고 문구를 기재해 두었다고 하자. 그러나 김씨는 BTS로부터 사진 부착이나 광고에 대한 허락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었다. 이런 사례에서 문제 되는 법률적 쟁점이 이른바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다.

통상 퍼블리시티권이란 어떤 사람이 그의 성명, 초상 기타 동일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라고 정의된다. 퍼블리시티권은 특정인(유명인)의 고유한 특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재산권이라는 점에서 초상권과 다르다. 초상권이란 특정한 사람임을 식별할 수 있는 특징(얼굴이나 체형)이 함부로 공표되거나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로서 이는 기본적으로 인격권에 속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은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을까. 우선 분명한 것은 민법, 저작권법 등 우리나라의 법률 중에 퍼블리시티권을 정면으로 인정하는 규정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법원도 퍼블리시티권의 인정 여부에 관해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즉, 현재 우리나라의 하급심 판례 중에는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한 사례들과 부인한 사례들이 병존하고 있으며, 대법원은 아직 이 문제에 관해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부정경쟁행위’는 금지되고 이를 위반하는 사람은 손해배상의 책임을 져야 한다. 위 법률이 정하고 있는 부정경쟁행위의 유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런데 2013년 7월30일 위 법률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의 한 유형으로 새로 추가됐다. 이 규정의 문구를 살펴보면 위 빵집 사례에 이 규정이 적용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퍼블리시티권의 인정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에서 위 법률이 그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대법원(2020년 3월26일 2019마6525 결정)은 연예인들의 사진, 기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잡지를 제작ㆍ판매하는 A회사가 연예인 매니지먼트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B회사의 허락 없이 B회사 소속 유명 연예인인 BTS의 구성원들에 관한 화보집 등을 제작해 판매하는 행위는 위 법률 규정이 말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러한 행위를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에 있어 마치 이를 인정하는 것과 유사한 결론에 이른 것이다.

김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마당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