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 부부는 생후 10개월의 아이가 있는 맞벌이 부부다. 부부는 아이돌보미와 계약을 체결해 부부가 퇴근하기 전까지 아이의 양육을 맡겨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의 이상 행동이 시작됐고, 이를 이상하게 여겨 집 안에 녹음기를 설치해 아이돌보미와 아이의 생활을 살펴보기로 했다.
A씨 부부는 녹음을 듣고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아이돌보미는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계속 운다는 이유로 손으로 아이의 엉덩이를 수차례 때리고, 아이에게 “미쳤네, 미쳤어, 돌았나, 울고 지랄이고”라는 등 큰소리로 욕설을 했으며, 아이가 울고 있는 것을 보고도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아들과 통화를 하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했던 것이다.이내 아이돌보미는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됐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A씨가 몰래 녹음한 녹음파일’이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것으로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아이돌보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1심과 달리 판단해 아이돌보미가 정서적 학대를 했음을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대구지방법원 2019년 1월 24일 선고 2018노1809 판결 참고).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과 달리 판단한 근거는 무엇일까.
우선 아이돌보미에 대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인 ‘A씨가 몰래 녹음한 녹음파일’의 내용을 살펴보자. 위 녹음파일에는 ①아이가 소리를 지르거나 울음을 터뜨리는 등의 음성 ②아이의 위와 같은 울음소리 등에 반응해 피고인이 아이를 상대로 하는 말 ③피고인이 A씨와 나눈 전화통화 ④피고인이 자신의 자녀 등과 나눈 전화통화 ⑤딱딱한 물체에 부딪히는 듯한 둔탁한 소리와 TV 소리 등의 기타 음향 등이 있다.
항소심 재판부에 의하면 위 ①, ⑤ 부분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지 않아 증거능력이 인정되고, ③ 부분은 대화 당사자인 A가 녹음한 것이므로 역시 증거능력이 인정되나, ④ 부분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여 같은 법 제14조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다.
한편 ② 부분의 경우 피해자인 아이가 아직 언어 능력이 발달하지 않아 피고인이 하는 말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② 부분 중 증거로 필요한 부분은 피고인 말의 내용이 아닌 피고인의 목소리, 억양 등 ‘비언어적 정보’로 피고인이 아이를 상대로 하는 말은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다. 나아가 A가 피고인의 업무 공간에서 발생하는 피고인의 목소리 등을 몰래 녹음했다고 하여,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적 요구와 비교할 때 피고인의 인격적 이익의 침해 정도가 사회통념상 허용 한도를 초과할 정도의 현저한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② 부분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
이처럼 ② 부분의 증거능력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통신비밀보호법이 보호하는 ‘대화’로 판단하고 피고인의 사생활 보호에 중점을 두고 판단했다면,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아동의 언어 능력 발달 정도에 비춰 ‘대화’로 보지 않고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발견이라는 공익적 요구에 중점을 둬 그 증거능력 여부를 다르게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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