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는 B로부터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한 상가를 임차(임대차기간 2022년 6월1일부터 2023년 6월1일까지, 임차보증금 2천만원)해 식당(이하 ‘이 사건 식당’)을 운영하던 중 C에게 이 사건 식당과 이 사건 식당에 관한 임차보증금반환 채권을 양도했다. 이에 C와 A 사이에 분쟁이 발생했고 그 분쟁이 지속되던 중 임대차기간이 만료됐다. 이에 A가 임차보증금채권을 양도한 사실을 몰랐던 B는 A에게 임차보증금 2천만원을 반환했고, A는 이를 수령해 모두 사용했다. A는 임차보증금 사용을 이유로 처벌 받을 수 있을까?
먼저 우리 민법은 채권을 양도하는 경우,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그 양도를 승낙하지 않는 경우 채무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450조 제1항 참조). 그렇다면 이 사안에서 B는 A의 임차보증금반환 채권양도 사실을 몰랐으므로, C가 B를 상대로 자신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다만, 이는 채무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것이지 양도인과 양수인 간의 채권양도계약이 성립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따라서 A와 C 사이의 채권양도계약은 유효하다. 그렇다면 A는 C를 상대로 형사 고소가 가능할까?
종래 판례(대법원 1999년 4월15일 선고 97도666 판결 등 참조)는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춰주기 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해 수령한 금전을 임의로 처분한 경우 채권양수인에 대한 횡령죄의 성립을 긍정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이와 같은 종래의 대법원 판례를 모두 변경해 채권양도인이 채권양도의 대항요건을 갖춰주지 않은 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고 금전을 수령해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22년 6월23일 선고 2017도3829 판결).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경우 성립하는데(형법 제355조),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서 채권양도인이 채무자로부터 채권양수인을 위해 ‘대신 금전을 수령한 것’으로 볼 수 없으며, 채권양도인이 채권양수인과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하고 채권양도 통지 전에 채권을 추심해 수령했더라도, 그 금전의 소유권이 채권양수인에게 귀속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횡령죄의 구성요건인 ‘재물의 타인성’과 ‘보관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임차보증금을 수령하고 소비한 A는 횡령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다만, C는 채권양도계약을 해제하고 A에 대해 부당이득의 반환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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