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자녀의 상속포기와 배우자의 단독 상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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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한흠 법무법인 마당 변호사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된다. 선순위 상속인들이 모두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그 다음의 상속순위에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된다. 그런데 민법 제1003조 제1항에 따라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 손자녀)이나 직계존속이 있는 경우에는 그들과 동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그들이 없는 경우에는 단독상속인이 된다. 이와 관련해 피상속인의 자녀들이 모두 상속을 포기한 경우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손자녀들과 공동상속인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단독상속인이 되는 것인지가 문제된다. 

 

종래 판례 중에는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배우자와 피상속인의 손자녀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 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2023년 3월 23.자 2020그42 전원합의체 결정)은 자녀 전부가 상속포기를 한 경우 손자녀가 있더라도 손자녀의 상속포기 여부와 관계 없이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판시함으로써 종래 판례를 변경했다. 

 

그 주된 논거는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에 어느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그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의 비율로 그 상속인에게 귀속된다’라는 민법 제1043조로서, 여기의 ‘다른 상속인’에 배우자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속을 포기한 피상속인의 자녀들은 피상속인의 채무가 자신은 물론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승계되는 효과를 원천적으로 막을 목적으로 상속을 포기한 것이라고 의사해석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사회 일반의 법감정에도 부합한다는 점도 논거로 들고 있다.

 

살피건대,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된다는 법리만을 중시한다면, 자녀들만이 상속포기를 하고 손자녀들은 상속포기를 하지 않은 경우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당연히 손자녀들과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상속포기에 위와 같은 상속개시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니었던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상속포기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고, 공동상속인의 상속포기에 관해 민법 제1043조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셈이므로, 위 조항을 고려한 위 전원합의체 결정의 태도가 타당해 보인다. 특히 실제 자녀들이 상속포기를 하면서 손자녀들까지 추가로 상속포기가 필요하다는 법리가 관철되면, 일반인들로서는 예측 못하는 채무승계의 위험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위 전원합의체 결정은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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