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열람·복사한 판결문의 사용…‘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까

조혜진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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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0년 7월경 자신의 형사 재판과 관련한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에 재판기록 열람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공동 피고인인 B씨의 성명, 생년월일, 전과 사실이 기재된 다른 사건 2건의 판결문 사본을 제공받았다. 이후 A씨는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제공받은 B씨에 관한 형사사건 판결문을 탄원서에 첨부해 제출했다.

 

그러자 B씨는 A씨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본래 목적 외로 사용했다고 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목적 외로 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72조 제2호는 이러한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을 규정한다. 과연 A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로 처벌받을까.

 

언뜻 보면 A씨의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처럼 보인다. 애초에 열람 목적은 자신의 형사 재판 관련 기록 확인이었고, 민사소송은 그와 무관한 별개의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이 법 조항의 ‘개인정보처리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개인정보처리자’란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며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개인 등을 의미하고, 여기서 공공기관은 일반적으로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을 말한다. 이에 대법원은 ‘재판사무’를 담당하는 수소법원은 행정기관과는 그 성격과 목적이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법원이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재판 기록을 열람·복사하게 한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으로, 위와 같은 열람·복사의 허가가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대법원 2025년 3월13일 선고 2025도266 판결).

 

이처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해당 정보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제공됐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정보의 성격이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정보를 누구로부터, 어떤 법적 지위에서 받았는지가 위법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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