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갑보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A는 B로부터 머리채를 잡고 가슴을 만지는 등의 강제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으로 112에 신고했다. 그러나 이 신고는 허위 신고였다. 경찰관들은 이러한 범행이 발생했다고 오인하고 현장에 출동해 수사하고 A에게 임시숙소 제공 및 범죄피해자 안전조치를 취했으며 그 이후에도 이러한 범죄 혐의 확인을 위한 수사를 했다. 결국 A는 위계로 경찰관들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취지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하급심은 ’담당 수사관은 A가 강제추행 피해의 증거로 제출한 휴대전화 동영상의 촬영 경위, 내용, 종료 경위 등에서 발견한 미심쩍은 점을 자세히 물었고, 강제추행범으로 지목된 B의 진술을 청취하고 B가 제출한 모바일 채팅 내역을 확인함으로써 A의 신고가 허위라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A의 허위 신고로 많은 경찰 인력이 투입돼 주변 수색, CCTV 영상 확인, 피해자 지원 업무 등을 했으나 이는 피의자를 확정하고 그 피의사실을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제반 증거가 있는지 수집·조사하는 수사기관의 본래 직무 범위에 속하는 것일 뿐이므로, 위계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고, 단지 거짓신고라는 경범죄처벌법위반에 해당할 뿐이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2024년 11월14일 선고 2024도11629 판결)은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었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대법원에 의하면 거짓 신고로 인한 경범죄 처벌법 위반죄는 ‘있지 아니한 범죄나 재해 사실을 공무원에게 거짓으로 신고’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반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상대방의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고 이를 이용하는 위계에 의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게 함으로써 공무원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직무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이다. 따라서 전자는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반면, 후자는 국가 기능으로서의 공무 그 자체를 보호법익으로 한다.
이처럼 양 죄는 그 보호법익이나 규율대상 및 구성요건 등을 달리하는 별개의 죄이다. 그러므로 거짓 신고 행위가 원인이 돼 상대방인 공무원이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오인하게 했고 이로 인해 공무원이 그러한 사정을 알았더라면 하지 않았을 대응조치를 취하기에 이르렀다면, 이로써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무집행이 방해된 것이므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다.
경찰관의 직무에는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 범죄의 예방, 범죄피해자 보호, 그밖에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 등이 포함된다. 그러므로 경찰관이 신고의 거짓 여부를 확인하거나 검토할 여유 없이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 등을 위해서 다른 업무보다 우선해 긴급하게 현장에 출동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에서 실제로 그러한 대응조치가 이루어졌다면 경찰관의 위와 같은 직무에 관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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