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이영교, 해설 있는 독주회 ‘MusiCuration V’ 개최

끊임없는 연구를 바탕으로 곡의 다채로운 해석을 들려주는 피아니스트 이영교가 오는 30일 오후 7시30분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피아노 독주회 ‘MusiCuration V’를 연다. ‘MusiCuration’은 ‘음악을 큐레이션 한다’는 뜻으로 관람객이 곡 사이에 배치된 연주자의 설명을 들으며 음악 감상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해설이 있는 피아노 독주회다. 앞서 이영교 피아니스트는 지난 2020년 귀국 독주회 이후 네 명의 작곡가와 그들의 작품을 바탕으로 해설이 있는 ‘MusiCuration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5회를 맞이한 이번 공연에서는 L.Ornstein의 ‘9개의 소품’, F.Schubert의 ‘4개의 즉흥곡’, L.v.Beethoven의 ‘피아노 소나타’, C.Debussy의 ‘판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이영교 피아니스트가 각 작곡가의 각기 다른 개성을 잘 살려 각 악장이 품고 있는 아이디어와 색채, 인상을 피아노로 효과적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곡의 배경과 감상 포인트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해 L.Ornstein 등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작곡가와 그의 삶, 곡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이영교 피아니스트는 수원 영복여고를 졸업한 뒤 숙명여대 음악대학 피아노과 학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의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사 졸업, 전문연주자과정 졸업 및 음악집중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이후 보스턴대학교에서 피아노 연주학 박사와 문화예술경영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 강사, 미국 뉴욕예술원의 한국분교 겸임교수, 명지대 객원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개관 14년 만에 상설전 개편한 경기도어린이박물관…‘공생’ 주제로 한 ‘우리는 지구별 친구들’

“사람, 동식물, 세균, 인공지능(AI) 로봇까지. 우리는 형태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지구’에 산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공생’ 관계이지요.”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 개관 14년 만에 ‘공생’을 주제로 상설전을 새롭게 선보인다. 지구 곳곳의 수많은 동식물부터 인공지능(AI) 로봇까지 어린이가 공동체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공생의 방법을 알려준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은 지난달 17일 3층 상설전시실을 전면 개편해 ‘우리는 지구별 친구들’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두근 두근 연결된 우리’, ‘와글와글 지구별 놀이터’로 구성됐으며 총 8명 작가의 14개 체험 전시물을 펼쳐보인다. 먼저 전시의 1부 ‘두근 두근 연결된 우리’에서는 지구상의 모든 존재가 보이진 않지만 서로 연결돼 있음을 알려주는 체험 전시물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새로운 생명체로 변신하는 경험을 통해 다른 존재에 대한 공존 감수성을 길러보는 ‘우리 모두 변신’, 땅속에 있는 나무뿌리, 곰팡이, 미생물의 숨겨진 공생 관계를 들여다보는 ‘땅에서 보내는 초대’ 등 디지털 체험형 콘텐츠가 어린이들을 맞이한다. 특히 노진아 작가의 말하는 AI 거북이 ‘오로라’는 오염된 바다에서 도망나온 모습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각종 그물과 덫에 걸린 거북이의 모습은 기후 위기, 환경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던진다. ‘오로라’가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 오게 된 배경, 다른 생명과의 공생, 기후 위기 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재미있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또 인근에 전시된 로봇 개 ‘레오’ 등 기계 동물들을 통해 미래공동체에 함께 할 특별한 동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이와 함께 몸의 각 부분을 새로운 시선으로 마주하는 ‘미래 신체 의상실’, AI 기술로 탄생한 디지털 휴먼 ‘로지’와 대화하는 ‘가상 친구? 진짜 친구!’ 등 로봇, 가상의 사람과 공존할 미래 사회를 상상하게 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어지는 2부 ‘와글와글 지구별 놀이터’는 어린이 관람객이 함께 모여 놀면서 서로의 기분과 생각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박종진 작가가 설계한 ‘바음자리 놀이터’는 유기적으로 모든 공간이 연결된 구조물로, 낮은음자리표의 모습을 닮아 있다. 작가는 다 함께 모여 노는 공간이 낮은 곳에 연결된 음들처럼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품을 완성했다. 소리와 손끝 감각만을 사용해 야구 경기를 볼 수 있는 박유진 작가의 ‘누구나 촉각 야구’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없앤 작품이다. 어린이 관람객은 야구공이 야구 방망이에 맞는 소리, 선수들이 뛰어가는 소리, 해설 위원이 설명하는 소리에 집중해 소리로 경기를 이해해보고 경기장의 오돌토돌한 감촉을 느끼며 마음의 눈으로 야구장을 본다. 작품은 어린이의 촉감을 발달시키고 눈이 보이지 않는 경험을 통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느끼게 한다. 또 환경 오염으로 위기에 처한 펭귄을 구하는 대형 조각 쌓기 ‘내 친구, 펭귄 구출 작전’, 동물원에 갇힌 동물의 입장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너의 시선, 나의 세상’, 미래 시대의 지속 가능한 연료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상 작품 ‘수리솔 수중 연구소’ 등을 볼 수 있다. 송문희 경기도어린이박물관장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오랜 기간 고민했다”며 “앞으로도 안전하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와 동반자들이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온기가 필요한 세상…작품으로 인류애 충전” 신현옥 작가 ‘시선과 온기’

신현옥 서양화가는 스물한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며 따스한 풍경과 시선으로 바라봤던 세상을 다시 꺼내 들었다. “온기가 정말 필요한 세상에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함께 서로를 돌아보고 돌봤으면 좋겠다”란 주제의식을 품고 전시장에 작품을 메웠다. 수원시립북수원전시관에서 지난 6일부터 11일까지 열린 ‘시선과 온기’ 전에서 신현옥 작가는 그만의 시선으로 사람과 사물, 세상을 바라온 작가의 철학을 전시로 재구성해 옮겼다. 50대부터 작업한 작품들로 100호짜리 작품 7점 등 총 19점을 선보였다. 작품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본 추억과 감성, 소통, 온기의 시선이 작가만의 조형언어과 기법으로 표현됐다. “젊을 때는 그러지 못했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누구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어요. 나이를 먹은 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느낀 감정이 담겼습니다. 정을 통해 함께 온기를 피우고 나눴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반영했지요.” 40년이 넘도록 치매어르신들을 도우며 미술치료를 해 온 그의 인생 행로 역시 작품에 옮겨졌다.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회와 공존, 부모와 자식, 사랑과 추억 등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작품에는 누군가의 인생과 누군가의 추억, 누군가의 감성, 누군가의 아픔과 상처를 담고 있다. 이러한 시선들의 총합은 결국 삶으로 이어진다. 대표작 ‘시선과 온기’는 노란 개나리가 핀 꽃밭과 철길 등의 마을의 정취를 통해 유년시절의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옮겼다. ‘만선’을 통해서는 다시 용기를 내고 모든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는 소망을 , 작품 ‘수련’에는 사람은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다는 진리를 투영했다. ‘애국애족’에는 개인을 넘어 공동체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강조해온 작가의 마음가짐이 붓의 강렬한 표현을 통해 힘있게 드러났다. 작품마다 곱씹어 보며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점도 전시의 재미를 더했다. 물고기 눈에 그려진 십자가나 새댁의 그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 소 등 작가만의 언어는 그가 걸어온 구상회화의 세계를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신현옥 작가는 “작품을 통해 그동안 작가로서 가지고 있던 예술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전시를 통해 알려주고 싶었다”며 “차가운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과 따뜻한 온기로 이 세상을 채워나가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자연의 순수 세계 담아낸 최두석 시인의 시(詩) 사진전…‘꽃에게 길을 묻다’

예술의 사명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그에게 꽃은 예술을 실현해주는 존재였다. 온몸으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존재, 생생하게 살아있는 존재, 작은 곤충들을 위해온 힘을 다해 자신을 피우는 숭고한 존재. “생명의 존재들을 소중하게 담아내는 게 시 쓰는 자로서의 소명”이라 생각한 시인은 “꽃과 그 주변 생명을 지닌 귀한 존재들을 시 속에 잘 모시기 위해” 카메라로 그들을 담아냈다. 자신이 목도한 자연의 순수한 세계를 군더더기 없이 시로 담아내온 최두석 시인의 시(詩) 사진전 ‘꽃에게 길을 묻다’가 지난달 30일 노작홍사용문학관(화성시 노작로 206) 2층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했다. 1980년 ‘심상’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하고 시집 ‘대꽃’ ‘임진강’ ‘성에꽃’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꽃에게 길을 묻는다’ 등 역사와 자연에 관해 이야기를 해온 시인은 30년이 넘도록 꽃과 새, 흐르는 강에게 말을 건네는 중이다. 전시에선 최두석 시인이 자연 속에서 마주한 꽃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 20점, 그로부터 길어 올린 시 20편이 함께 걸렸다. 원고지에 꾹꾹 정성스럽게 눌러쓴 시인의 손글씨와 꽃의 순간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작은 생명의 언어에 귀 기울이는 시인의 귀한 질문과 사유을 담아낸다. 시와 사진의 예술적 짜임과 스며듦을 통해, 사진의 정적(靜寂)과 시의 리듬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감동이 전해진다. 시인에게 사진은 꽃의 아름다움을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보는 방법이다. 생명이 안고 있는 모든 것을 잘 담아내기 위해 그는 카메라를 들었고, 전국의 산과 들을 누비고 다녔다. 야생에서 배워나간 촬영 기법은 ‘쌓인 낙엽 비집고/ 쫑긋쫑긋’(시 ‘노루귀’ 중) 피어나는 노루귀의 생명력을, ‘호박벌이 물봉선 꽃속 가득/ 온몸을 들이밀고 꿀빠는 모습을 대하니/ 주위가 문득 생기로 충만해(시 ‘물봉선과 호박벌’ 중) 생의 희열로 가을을 맞는 골짜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꽃잎만 보지 않고 그 안의 암술과 수술, 또 꿀샘을 안내하는 무늬들을 보면 꽃이 굉장히 아름다워요. 자기의 가루받이를 해줄 작은 곤충을 위해 최선을 다해 자신을 피우는 꽃의 아름다움을 육안으로만 봐선 알 수 없어 사진에 담게 됐지요.” 꽃을 마주했을 때의 설렘, 나비나 벌, 새가 날아드는 순간의 가슴 벅찬 감동은 그의 시와 사진작업의 중요한 동기다. 꽃이 생명활동의 절정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이자, 새로운 생명의 잉태라는 점에서 ‘꽃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믿음을 이번 전시에 녹여냈다. 귀한 생명을 포착한 사진과 그 대상을 향해 펼쳐진 시인의 섬세한 언어를 따라가다 보면 순리를 따르는 자연에 박동하는 그의 시심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동안 꽃에게 살 길과 시 쓰는 길을 물어왔어요. 앞으로도 전국을 누비며 온 힘을 다해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생명의 아름다움을 시에 모시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전시는 오는 7월13일까지.

한국등잔박물관, 유물 수집 정신을 풀어낸 ‘빛과 마주하다, 이야기하다’

전기가 들어오기 전까지 등불은 우리 조상들의 밤과 마음을 밝혔다. 그 등잔과 석등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하나 찾으며 유물을 수집하고 문화유산을 지켜온 이야기가 전시로 풀어졌다. 한국등잔박물관(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이 지난 1일부터 선보이는 기획상설전시 ‘빛과 마주하다, 이야기하다’는 박물관 설립자의 유물 수집 정신과 문화유산을 지켜온 가족의 헌신을 조명하고, 관람객들이 유물에 깃든 이야기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시는 등잔과 석등 등 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을 중심으로, 유물 하나하나에 담긴 사연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냈다. 김형구 한국등잔박물관장의 아버지이자 박물관 설립자인 고 김동휘씨가 전기 보급으로 사라져가던 전통 조명 유물을 지키기 위해 전국을 돌며 수집한 과정을 만날 수 있다. 또 이를 지키고 이어온 가족들의 헌신적 노력을 통해 박물관이 품어온 문화유산의 가치를 되새긴다. 전시 연계 체험 공간에서는 유물의 질감을 손끝으로 느껴보는 ‘촉각 체험’, 씨앗의 향을 맡아보고 절구에 빻아 보는 ‘후각 체험’, 도자기를 굽는 소리를 들으며 제작의 시간을 떠올리는 ‘청각 체험’, 등잔과 관련된 향을 맛으로 경험하는 ‘미각 체험’, 등잔불 그림자를 관찰하는 ‘시각 체험’ 등 오감을 활용한 다채로운 활동이 펼쳐진다. 각 유물 전시 캡션에는 어린이 도슨트 해설 QR이 삽입돼 있어, 관람객들이 어린이 해설자의 목소리를 통해 유물에 친근하게 접근하도록 돕는다. 박물관 야외정원에는 소원을 담아 불을 밝히는 ‘소원석등’도 상시 운영되며, 다양한 전시 참여형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유산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지혜정 한국등잔박물관 학예실장은 “이번 전시는 등잔이라는 생활민속품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소중한 기억과 생생한 체험이 어우러지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유물에 담긴 이야기와 함께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와 프로그램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국등잔박물관 공식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12월 14일까지.

백남준의 눈과 귀로 백남준을 경험하다…‘전지적 백남준 시점’

“여기 열두 개의 달이 있죠? 시간은 보이지 않아요. 나는 시간을 눈으로 보게 하고, 손으로 잡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백남준, WNET 방송국, ‘비디오 갤러리 Ⅲ’ 인터뷰 중) 백남준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경험해 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지난 10일 백남준아트센터가 개막한 ‘전지적 백남준 시점’은 백남준의 인터뷰 영상을 중심으로 그가 전달하고자 했던 시간의 개념을 다층적으로 다뤘다. 백남준은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지나면서 시대적으로 낯선 장르였던 비디오아트를 설명하기 위해 친절하게, 때로는 재치 있게 많은 이야기를 건넸다. 이번 전시에선 백남준아트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2천285점의 비디오 아카이브 중 한국, 미국, 일본, 독일 등 다양한 국가에서 방영된 백남준의 인터뷰 영상을 편집해 작품과 함께 상영한다. 비디오를 그림에 빗대어 설명하고, 전자기술을 시연하는 등 생생한 백남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백남준 예술에서 다뤄진 시간의 속성을 조명하고 시간의 폭넓은 가능성에 질문을 던진다. 13개의 모니터에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 변화하는 달의 모습을 담은 ‘달은 가장 오래된 TV’는 시간에 대한 백남준의 실험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백남준은 비디오가 새로운 시간을 경험하게 해준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 작품을 설명하는 WNET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은 느낄 수 있지만, 볼 수 없는 것이다. 시간의 일부분을 붙잡아 공간에 배치하고 싶었다”고 언급하며 변화하는 달의 모습을 자신만의 기술 방식으로 시연했다. 전시에선 이 같은 백남준의 인터뷰와 작품을 함께 감상하게 해 ‘추상적 시간’을 시각화하고자 한 그의 실험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또 ‘촛불 TV’, ‘자석 TV’, ‘참여 TV’, ‘백-아베 비디오 신디사이저’, ‘TV 정원’ 등 백남준의 실험적인 작품 약 10점이 그의 인터뷰와 함께 전시됐다. 백남준은 일본 NHK 방송국과의 다큐멘터리에서 ‘참여 TV’, ‘자석 TV’, ‘촛불 TV’를 제작하게 된 배경과 작동하는 원리를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자석 TV’는 장 폴 파르지에의 단편 영화 ‘남준, 한 번 더’에서 시연한 ‘자석 TV’와 동일한 작품으로, 전자적으로 만들어진 감각적인 화면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특히 1969년 하워드 와이즈 갤러리에서 열린 ‘창조적 매체로서의 TV’에 출품됐던 ‘세 대의 카메라 참여’ 역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전시 도록 영상에선 백남준이 작품을 설치하는 모습까지 함께 관람할 수 있는데, 그의 작업 방식과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새로운 소장품인 피터 무어의 사진 7점도 이번 전시에서 공개됐다. 사진에는 ‘TV 첼로’를 공연하는 샬럿 무어먼과 백남준, 텔레비전을 실험하는 백남준 등 그의 생생한 모습이 담겼다. 백남준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비디오 조각들도 전시됐다. 과거의 도구부터 현재 문명까지 아우르는 기술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비디오 샹들리에 No.1’, 우주로 확장된 예술적 상상력을 보여주는 ‘천왕성’, 백남준의 음악과 비선형적인 시간을 보여주는 ‘TV 피아노’ 등이다. 백남준아트센터 관계자는 “아카이브와 함께 비치된 시간을 다룬 백남준의 여섯 편의 글은 백남준을 더욱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며 “전시를 통해 백남준을 기억하고 시간에 대한 사유와 그 가치가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22일까지 이어진다.

‘어린이날’ 경기도 곳곳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 체험

만지고 느끼고 체험하고 경험하며 또 다른 내일을 열어갈 어린이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5월 어린이날과 연휴를 맞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과 전시 등이 마련됐다. 경기도 내 뮤지엄에서 만날 수 있는 온가족 문화 체험의 장을 살펴봤다. ■ 경기 남북부 골고루 뮤지엄에서 만나는 테마있는 문화예술 경기문화재단은 5월 3일부터 6일까지 소속 뮤지엄에서 어린이날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경기 남북부 뮤지엄에서 골고루 문화예술, 자연탐험, 역사교육 등 다양한 테마로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 추억과 문화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용인에선 경기도박물관과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도어린이박물관의 뮤지엄파크에서 각각 다른 테마로 문화적 감수성을 높일 수 있다. 올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합(合)’을 주제로 3부작 특별전을 진행 중인 경기도박물관은 ‘무궁무진! 함께해요~’를 운영한다. 태극, 무궁화, 독립문 등을 주제로 한 체험 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가족이 광복의 역사에 대해 자연스럽고 의미 있게 배울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백남준과 함께하는 상상 놀이터’를 주제로 마스킹 테이프로 백남준아트센터의 외벽을 마음대로 꾸며보는 ‘랜덤-테이프-플레이’와 백남준의 대표작품을 책갈피에 새기는 ‘책 속에 새기는 백남준’이 열린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에선 어린이들이 압박에서 해방돼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봄날의 왈츠, 리듬 속에서 Woo-Ah하게!’를 운영한다. 활발히 몸을 움직이며 박자를 발견하고, 공간과 시간의 질서에 대한 즐거움을 갖도록 리듬과 왈츠를 주제로 기획했다. ‘Walk Together’ 스탬프 투어를 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3개 기관을 방문하고 리플렛 뒷면의 6개의 퀴즈를 맞춘 후 스탬프를 받으면 럭키박스를 증정한다. 안산 경기도미술관에서는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전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목판화’와 ‘나무’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남양주 실학박물관에선 5~6일까지 이틀 간 가족이 함께 숲에서 지도로 길을 찾고 각종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실학 숲티어링’에 참여할 수 있다. 연천 전곡선사박물관에선 ‘선사대모험’ 행사를 운영한다. 동두천 경기북부어린이박물관은 기획전 ‘탱탱볼’과 연계된 ‘국민체조 플래시몹’ 프로그램 등 어린이날을 맞아 세대 간 소통과 생태예술, 감각 체험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광주 남한산성역사문화관은 4~5일 ‘작전명: 시간 속 숨은 지도를 찾아라!’와 체험형 교육 ‘뚝딱뚝딱, 나의 남한산성’을 운영한다. 수원 경기상상캠퍼스에서는 3~4일 이틀간 온 가족이 야외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다함께 몸플’을 통해 신나는 포레댄스클럽 활동이 펼쳐지며 ‘미니운동회’에서는 콩주머니 던지기, 미니축구, 플라이 디스크 등 다양한 운동 경기를 체험할 수 있다. ■ 농촌의 정취와 현대미술에서 느끼는 동심 색다른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국립농업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가족이 함께 농촌의 사계절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꼬마농부 미오네 집으로 놀러와!’가 3~5일까지 3일간 이어진다.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과학실험 공연 ▲애니메이션 관람 ▲가족 대상 O/X 퀴즈쇼 ▲민속놀이 한마당 ▲떡메치기 체험 ▲농업 체험(상추 수확, 모시 팔찌 만들기)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용인문화재단에선 5일 용인어린이상상의숲에서 2025 어린이날 특별행사 ‘오, 오! 상상이상’을 개최한다. 이날 용인어린이상상의숲 야외광장에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퍼레이드와 초대형 인형극 ▲‘아임버스커’ 공연(매직+버블+요들쇼, 파이어댄스, 보컬 퍼포먼스) ▲앨리스 놀이터(페이스 페인팅, 체험 부스, 앨리스 놀이기구)가 진행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어린이미술관에선 1일부터 내년 2월 18일까지 ‘내일 우리는’ 전시가 열린다. 한국-싱가포르 수교 50주년과 어린이날을 맞아 내셔널갤러리 싱가포르의 어린이 축제 ‘갤러리 어린이비엔날레(Gallery Children’s Biennale)’와 협력해 선보이는 공동 주제전으로 꿈, 기쁨, 사랑, 배려라는 4개의 소주제를 5개 공간에서 다양한 예술작품과 활동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어린이미술관을 찾는 미래 세대 어린이들이 오늘의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 또 다른 내일을 향해 나아가기 바란다”고 밝혔다.

색채의 향연, ‘세헤라자데’로 춤추다...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리뷰]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 개관 1주년을 기념해 1989년 첫선을 보인 ‘교향악축제’가 올해로 37회를 맞았다. 지난달 1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8개 교향악단이 참가한 이번 축제의 10번째 무대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11일 장식했다. 이 밖에도 2일 인천시향, 4일 수원시향, 20일 경기필 등 경기·인천 교향악단이 무대에 섰다. 전국 교향악단의 18개 음색이 한 무대에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는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와 저변 확대를 목표로 전국의 교향악단이 한 무대에 오르는 유일무이한 축제로 자리매김해 왔다. 올해 교향악축제엔 특히 젊은 지휘자들과 역대 최다 해외 협연자가 출연해 클래식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4월 11일 금요일 무대에 오른 부천필은 앞서 1일 제4대 상임지휘자 프랑스 출신의 아드리앙 페뤼숑을 위촉했다. 2014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로 정식 데뷔한 페뤼숑은 2021년 라무뢰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으로 활약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까지 서울시향의 수석 팀파니스트로 클래식 팬들에게 각인된 음악가다. 페뤼숑은 10일 부천아트센터에서 같은 레퍼토리를 미리 선보였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여자 주인공 ‘세헤라자데’를 주제로 한 두 작품 라벨의 ‘세헤라자데: 요정 서곡 M.17’과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Op.35’를 처음과 끝에 연주하고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g단조, Op.26’을 박지윤의 협연으로 올렸다. 색채의 향연, ‘세헤라자데’로 춤추다 프랑스 작곡가 라벨의 ‘세헤라자데: 요정 서곡’은 1898년 초연 당시 “러시아 악파를 서투르게 흉내 낸 거친 데뷔작”이라는 비평을 들었다. 여기서 비교된 ‘러시아 악파’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1888년)로 부천필은 두 작곡가가 다른 색채로 풀어낸 ‘세헤라자데’를 한 무대에서 연주했다. 1988년 창단한 부천필의 연주력은 그간 소화해 온 레퍼토리만으로도 증명이 된다. 쇤베르크, 바르토크 등 20세기 작품을 국내 초연했으며 브람스,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가졌다. 무엇보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어진 말러 시리즈는 우리나라에 말러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국내 클래식계의 한 획을 그었고 국내 최정상 오케스트라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날 교향악축제에서 페뤼숑이 이끄는 부천필은 앞으로 보여줄 시너지의 기대감을 갖게 했다. 페뤼숑이 이끄는 부천필의 음색은 ‘파도’ 그 자체였다. 오보에로 시작된 선율의 흐름을 현악기가 받고 화려한 금관이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이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움직였고 그 과정에서 현악기의 음색은 때로는 소극적으로, 때로는 큰 무리를 지어 요동쳤다. 페뤼숑의 손짓에 따라 음색이 출렁였고 ‘공기 반 소리 반’의 미덕이 오케스트라에서도 구현될 수 있음을 새삼스레 깨닫게 했다. ‘아라비안나이트’에 모티브를 둔 ‘세헤라자데’가 ‘바다’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모르더라도 부천필의 입체감 있는 연주가 망망대해의 바다를 떠올리게 했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에서는 높고 거친 파도의 움직임이 더욱 극적으로 다가왔다. ‘바다와 신밧드의 배’, ‘칼린더 왕자의 이야기’,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 ‘바그다드의 축제-바다-절벽에 부딪혀 부서지는 배’ 등 악장마다 붙은 표제가 상상의 틀을 잡아줬다면 부천필의 연주는 관객을 바다에 떠 있는 배 위로 이끌었다. 특히 전곡에 걸쳐 등장하는 세헤라자데 모티브와 바이올린 솔로는 때마다 다른 호흡과 감정으로 이야기를 다시 들을 수 있는 힘을 갖게 했다. 한편 협연자로 나선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활동하며 실내악 연주에도 조예가 깊은 연주자다. 연주 전부터 브루흐 협주곡 중 ‘가장 풍부하고 유혹적’이라는 평을 듣는 작품 1번을 섬세하고 부드러운 박지윤의 바이올린이 어떻게 발현해낼지 귀추가 주목됐다. 박지윤의 바이올린은 브루흐 협주곡이 요구하는 물리적인 ‘세게’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바이올린의 부드럽고 풍성한 음색을 무기로 우아함의 절정을 보였다. 앙코르로 연주한 라벨의 ‘하바네라 풍의 소품’도 신비로운 하프 반주와 어우러져 박지윤의 바이올린을 더욱 매혹적으로 느끼게 했다.

경기도무용단의 첫 어린이 무용극, ‘함께하는 무용’의 새로운 시도

많은 의미와 해석을 담은 옷은 잠시 벗어뒀다. 오래 보고 의미를 곱씹어야 알 수 있는 해석 대신 밝고 선명한 색상의 의상과 재미난 표정, 쉽고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동작을 곁들였다. 연습실에서 만나는 전문 무용가들의 무용과 흥미로운 음악에 어린이 관객들의 몸이 절로 들썩거렸다. 경기아트센터 경기도무용단이 지난 26일 오전 11시 무용단 연습실에서 선보인 어린이 무용극 ‘춤, 상상보따리’의 사전 프로그램엔 어린이 관객과 부모 등 40여명이 참여해 본 공연 전 무용의 재미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은 무용단원들의 작품을 미리보고 어린이들이 직접 음악에 맞춰 따라해보기, 큐브를 만들고 직접 체험해보기, 참가자들을 위한 간식 세트 제공 등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마련됐다. 경기도무용단이 5월 17~18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이틀에 걸쳐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춤, 상상보따리’는 도무용단이 기획한 첫 어린이 무용극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준비한 공연으로 어린이 관객을 위한 소재와 소품을 사용해 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은 다양한 미디어에 노출돼 상상할 기회를 오히려 빼앗긴 현대 사회에서 몸을 매체로 하는 춤을 통해 상상력을 되찾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어린이 관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상 속 이야기를 토대로 쉽고 재밌게 풀어내 아이들에겐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어른들에겐 동심을 일깨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목표로 한다. 3막으로 이뤄진 작품은 성격유형 MBTI에서 소재를 얻었다. 얼렁뚱땅하고 제멋대로인 ‘P’, 자로 잰 듯 정확하고 빈틈없는 ‘J’ 정반대의 성격인 두 사람의 이야기로,‘P’와‘J’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명하게 대조되는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기까지 못마땅하고, 어려움도 많지만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마음이 무대에서 무용으로 펼쳐진다. 사전 프로그램에서는 본 공연에서 펼쳐질 안무를 어린이들이 직접 해보고 ‘P’와 ‘J’에 대한 간단한 소개 등이 이어지면서 공연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였다. 첫 선을 보이는 어린이 무용극인만큼 관객층과 대중성을 확장하고 도민과 함께하는 무용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사전 프로그램을 통해 드러냈다. 이현주 안무가는 “몸의 언어가 주는 무한의 이미지를 무대로 실현되게 하고 여러 가지 이미지들이 모여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자 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감성 어린 움직임들이 모여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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