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 6월15일 성남아트센터서 ‘피아노 리사이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오는 6월15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피아노 리사이틀’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고전주의부터 낭만주의, 20세기 현대음악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한 무대에 담아낸다. 리사이틀 1부는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리스트의 ‘에스테 별장의 분수’로 문을 연다.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선율, 독창적인 표현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조성진의 화려한 비르투오소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이어지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5번’은 ‘전원’이라는 부제에 맞게 평화롭고 목가적인 분위기의 작품으로, 탁월한 기교와 음악성을 갖춘 명쾌한 고전주의자로서의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20세기 피아노 음악의 새로운 시대를 연 버르토크의 ‘야외에서’를 통해 야성적인 피아니즘의 탐구자로서의 모습을 드러낸다. 2부에선 낭만의 대가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으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정교한 구조 속에 젊은 시절 브람스의 불안과 열정이 내재된 대곡으로, 조성진은 한층 완성도 높은 음악성과 독보적인 해석력이 기대된다. 조성진은 2011년 17세의 나이로 성남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Ⅲ’에 협연자로 참여해 처음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이어 2020년, 2022년 솔로 리사이틀과 2023년 발트 앙상블 협연 등을 통해 성남과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왔다.

한국등잔박물관 ‘빛:빛 프로젝트 2025’ 전시·교육 체험프로그램 운영

(재)한국등잔박물관은 5월부터 12월 14일까지 ‘빛:빛 프로젝트 2025’ 전시·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5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에 선정으로 진행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빛’을 주제로 한 소장유물과 연계된 전시와 연계 교육 및 체험, 지역사회와 연계한 행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감각적이고 참여 중심의 예술 경험을 할 수 있다. 5월에는 상설기획전시인 ‘빛과 마주하다, 이야기하다’가 운영된다. 소장유물을 중심으로 선조들의 지혜와 미적 감각을 조망하고, 박물관의 유물 수집 과정과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되새긴다. 9월에 개막 예정인 기획전시 ‘빛과 함께하다, 손끝에 머문 빛을 나누다’는 지역민이 박물관의 사물과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며 빛의 변화를 담아내는 어반스케치 체험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다. 박물관 야외정원에 전시돼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10월에는 ‘빛을 담다, 오늘을 담다’ 기획전시가 열린다.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빛의 언어를 해석하고 다양한 의미로 탐색하며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로, 지역문화예술의 활성화를 모색한다. 전시와 연계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빛을 마주하다, 빛을 빚다’는 조선 시대 도자등잔을 모티프로 한 도자 체험 교육으로, 선조들의 생활미와 실용미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빛을 담다, 빛을 마음에 담다’는 감정과 공감을 주제로 한 참여형 예술 교육으로 색과 선을 통해 나만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 어린이날 기간에는 어린이를 위한 빛과 색 체험 활동이 운영되며, 제등 만들기, 감각 놀이 등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체험이 진행된다. 지역 프로젝트 ‘빛과 함께하다, 포은의 숨결을 품다’(10월)에서는 제등 만들기, 전통 조명 기법을 활용한 미술 프로젝트가 지역민과 함께 진행된다. 김상규 한국등잔박물관장은 “전시와 체험, 교육을 통해 관람객들이 빛의 예술적 의미를 몸소 느끼고, 창작과 감상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 및 체험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한국등잔박물관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0주년 수원시립미술관, ‘모두의 미술관’ 표방…‘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

‘미술관은 어려운 곳일까?’ ‘어떻게 해야 모두가 즐겁게 예술과 연결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해 미술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우고 문턱을 낮췄다. 수원시립미술관이 15일부터 ‘모두의 미술관’을 주제로 선보이는 개관 10주년 특별전 ‘모두에게: 초콜릿, 레모네이드 그리고 파티’ 이야기다. 전시 제목에는 수원시립미술관이 추구하는 지향점이 포괄적으로 제시됐다. ‘초콜릿’은 과거 남미 문화에서 신분이 높은 이들만 먹을 수 있었던 특별한 음료였지만 지금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간식이 됐듯 미술관 또한 누구나 즐겁게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인생이 네게 레몬을 주면 그것을 달콤한 레모네이드로 만들라’는 서구권의 속담에서 착안한 ‘레모네이드’ 역시 미술관이 난해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재창조되기를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고, ‘파티’는 포용적인 열린 공간이 되고자 하는 수원시립미술관의 방향성을 담았다. 전시는 11팀, 13명의 작가가 참여해 영상·설치·퍼포먼스·텍스타일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품 45점을 펼쳐보인다. 전시는 총 4개의 전시실로 구성된다. 1 전시실은 미술관의 권위와 제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질문하며 이를 와해하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남다현 작가의 ‘MoMA from TEMU’가 대표적이다. 그는 ‘명작’으로 불리는 미술 작품들을 테무, 다이소, 이케아, 쿠팡 등에서 구한 공산품으로 재구성했다. 권위있는 작품들이 지닌 경제적·상징적 가치에 질문을 던지며 예술의 신화에 의도적인 균열을 가한 것이다. 작가는 다이소 수세미로 만든 마크 로스코의 작품, 이케아 컵으로 만든 아그네스 마틴의 작품으로 예술의 고상함과 자본 사이의 긴장 관계를 드러냈다. 이어지는 2 전시실은 ‘연대’와 ‘돌봄’을 키워드로 비언어적인 방법을 통한 타인과의 소통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학승 작가는 소리를 매개로 공동체적인 삶을 탐구하는 ‘3층상가’를 출품했다. 작가가 사용하던 임대공간의 위층에서 들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에서 착안해 공간과 관계의 문제를 다루며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식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에선 24개의 손뜨개 패널로 된 케이트 저스트의 ‘셀프 케어 액션 시리즈’도 볼 수 있다. 각 패널에는 ‘노래하다’, ‘산책하다’, ‘숨쉬다’ 등 자기 돌봄을 상기하는 문구들이 담겨 있다. 생기 있는 색감과 촉각적인 재료를 활용해 돌봄의 행위가 예술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을 드러내며 연대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3 전시실은 ‘포용’을 주제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천근성 작가는 예술을 매개로 시장과 미술관의 장소를 잇고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실험하는 작품 ‘수원역전시장커피’를 선보인다. 작가는 지난 2개월간 수원역 전시장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음료와 손님의 창작물을 교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전시에선 해당 카페를 본떠 작품들과 함께 전시했다. 이와 함께 윤결 작가는 ‘전체관람가’를 통해 난장품바 공연의 다층적 의미와 현재적 의미를 조명했다. 영상 속 퍼포머들은 사회적 소수자의 정체성과 대중문화, 전통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다. 4 전시실은 관람객과 작품 간 긴밀한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작품으로 구성된다. 최원서의 ‘틀 없는 문, 구르는 난간’은 미술관은 정적이고 작품의 형상은 불변하다는 통념을 뒤흔드는 상호작용적 설치작품이다. 문의 위치가 주변의 움직임을 감지해 이동하는 이 작품은 관람객의 행위와 연결돼 개입과 참여를 유도한다. 전시에선 이 외에도 클레어 퐁텐의 ‘아름다움은 레디메이드’, 크리스틴 선 킴&토마스 마더의 ‘Find Face’, 서맨사 나이의 ‘비주얼 플레저/주크박스 시네마’, 안드레아 프레이저의 ‘뮤지엄 하이라이트: 갤러리 토크’ 등을 볼 수 있다. 남기민 수원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예술과 관람자 사이의 벽을 허물고, 새로운 방식으로 참여와 감상이 이뤄지는 관계의 장이 될 것”이라며 “열린 대화 속에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새로운 감각을 만나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8월24일까지.

김선욱의 ‘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 II – 투쟁, 극복, 환희’ 19일 경기아트센터서

“말러 교향곡 5번은 지친 우리의 감정을 희망으로 고양시키는 멋진 여정이 될 것이다.”(김선욱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오는 19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무대에 ‘경기필 마스터즈 시리즈 II – 투쟁, 극복, 환희’ 공연을 올린다. 말러 교향곡 5번 c#단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6번 D장조, 작품537을 연주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특히 김선욱 예술감독이 지휘와 함께 피아노 협연을 한다. 김선욱은 경기필 예술감독 취임 첫 해인 2024년, 말러 교향곡 1번에 도전했고 올해는 말러 교향곡 5번을 선택했다. 말러 교향곡 5번은 경기필이 첫 정규앨범을 발매한 곡이기도 하다. 말러 교향곡 5번은 그의 9개 교향곡 중 가장 대중적인 곡으로 손꼽히며, 다섯 개의 악장으로 이뤄졌다. 특히 4악장 ‘아다지에토’는 섬세하고 감동적인 선율 덕분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삽입돼 큰 인기를 끌었다. 말러 교향곡 5번은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전반부와 후반부를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을 깊이 있게 표현하며, 청중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달한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6번 D장조, 작품 537이 연주된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중 자주 연주되는 20번, 21번, 23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연주되는 작품으로, 그만큼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피아노 협주곡 26번은 기술적이고 음악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아 연주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이날 김선욱 예술감독은 피아노와 지휘를 동시에 맡아 그만의 독특한 해석을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김선욱 감독이 이 곡을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의 피아노 협연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관심이 특히나 집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경산수화의 대가 '정선'의 회화 조명…호암미술관 '겸재 정선’

금강산의 일만 이천 봉우리와 그 사이 사이에 자리한 명소를 실감나게 표현한 진경산수화.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듯 금강산의 절경이 거대한 원 안에 들어와 있다. 뾰족한 암산과 나무숲이 우거진 토산이 어우러진 금강산의 특징을 오로지 점과 선만으로 표현했다. 자신의 발로 수십 번 금강산을 드나들고 그것을 마음에 담아 그린 ‘금강전도’는 진경산수화가 지닌 특징을 잘 보여주는 겸재 정선의 대표작이다. 용인 호암미술관은 조선 회화의 거장 겸재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망하는 ‘겸재 정선’전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 내년 정선 탄생 35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번 전시는 간송미술관을 비롯한 18개 기관과 개인 소장품을 더해 총 165점(국보 2건, 보물 7건 57점, 부산시유형문화재 1건)을 펼쳐보인다. 특히 국보·보물로 지정된 정선의 지정 작품 12건(국보 2건, 보물 10건) 중 8건이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여 의미가 크다. 이번 전시는 정선의 대표작인 진경산수화뿐 아니라 사대부의 정취를 보여주는 관념산수화, 옛 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고사인물화, 화조영모화, 초충도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성취한 정선의 예술 세계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정선이 살았던 시대와 조선 후기 회화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전시는 2부로 구성됐다. 1부 ‘진경에 거닐다’에서는 정선을 대표하는 진경산수화의 흐름과 의미를 조명한다. 정선은 1711년 첫 금강산 여행 후 수차례 더 방문하면서 금강산과 관동 일대의 다양한 명승지를 화폭에 남겼는데, 1부에서는 정선이 다양하게 변주한 금강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국보 ‘금강전도’와 함께 나란히 걸린 국보 ‘인왕제색도’를 만날 수 있다. 정선이 76세 때 그린 이 작품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붓의 힘이 느껴지는 힘찬 필력과 완벽한 구도를 갖는다. 작품 상단의 산은 연한 묵을 계속 쌓아올리는 정묵 기법을 사용해 입체감을 더했고, 하단엔 자욱한 안개를 배치해 인왕산의 절경을 담았다. 정선은 북악산 자락인 유란동에서 나고 자라 서울과 근교에서 평생을 살았다. 이에 1부에서는 정선이 한양 일대를 그린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정선의 한양 진경은 그가 살던 북악산과 인왕산 일대, 한강 일대와 서울 서쪽지역을 묘사한 작품들로 나뉜다. 이외에도 개성, 포항 등 다양한 지역의 명승지를 통해 정선 진경산수화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의 2부 ‘문인화가의 이상’에서는 문인화, 화조화 등 정선이 그린 다양한 주제의 작품들을 한데 모았다. 정선은 명문가의 후손이었지만, 증조부 이후 벼슬길에 나가지 못하며 한미한 가문으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정선은 가문에 대한 자부심과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존경 받던 대학자 퇴계 이황과 이어져 있는 집안임을 화첩을 통해 드러냈고, 집안에 앉아 독서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에 남겨 문인 사대부로서의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도 했다. 전시에선 퇴계이황의 도산서원을 그린 ‘계상정거’, 책을 읽고 있는 선비의 모습을 그린 자화상 ‘인곡유거(경교명승첩)’ 등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정선은 다람쥐, 쥐, 개구리, 풀벌레 등을 그려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남겼다. 자세한 관찰로 털 하나까지 매우 세밀하게 묘사하면서도 화면 전체에 특유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넣었다. 전시에선 개구리의 모습을 실감나게 묘사한 ‘요화하마도’, 소나무를 통해 강인함과 조선의 안위를 염원한 ‘사직송’ 등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조지윤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의 협력을 통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정선’에 관한 대규모 전시가 이뤄졌다”며 “이번 전시는 마치 장대한 금강산을 한 폭에 남아내듯 정선의 예술 세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29일까지.

예술로 승화시킨 ‘자연·인간’ 생명의 가치‘... 생명의 소리-ON & OFF’展

이윤숙 작가 생명의 소리-ON & OFF’展 차디찬 보통리저수지의 겨울밤을 걷고 또 걸었다. 걸으며 만난 겨울나무들은 앙상하고 메말랐다. 멈춰 있으나 멈춰 있지 않았다. 거센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강한 생명력을 품고 모진 추위를 꿋꿋하게 견뎌내고 있었다. 봄을 맞이하기 위해, 새로운 생명을 품기 위해 거대한 에너지를 끌어모으며 견디고 또 버텼다. 이윤숙 작가는 지난겨울, 이 겨울나무들을 만나며 생명의 소리와 생명의 위대함, 숭고함을 느꼈다. 그 자신도 건강상의 이유로 걷고 또 걸었기에 삶에 대한 절실함과 생명에 대한 강력한 열망이 솟구치던 시기였다. 그동안 조각으로 ‘자연과 인간의 하나 되기’를 구현했다면 이번엔 드로잉과 설치작업으로 이를 옮겼다. “작가 경력 40년의 생활이 새롭다고 느껴질 만큼 특별한 경험이자 예술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예술임을 다시 한 번 실천했던 시기”의 작품들이다. 수원특례시 팔달구 정조로 예술공간 아름과 실험공간 UZ에서 지난 5일 개막한 이윤숙 조각가의 초대전 ‘생명의 소리-ON & OFF’에선 겨울을 버티며 지내온 나무, 사람, 작가, 나아가 우리를 만나게 된다. 그동안 이 작가는 ‘대지와 밀착된 생을 위하여’, ‘자유에 대한 희구’, ‘인간의 모태-우주, 공간, 침묵에 대하여’ 등 1985년 첫 개인전 이후 40년간 ‘자연, 인간 하나 되기’, ‘예술가에게 있어 삶은 곧 예술’이라는 신념을 실천해왔다. 지난겨울은 특히 남달랐다. “저 역시 지난겨울 삶 속에서 훈련하듯 작업을 하고 삶을 이어왔어요. 추운 겨울, 차가운 공기 속 생명을 품은 채 흔들리는 나무가 생생하게 보였죠. 나무가 주제이지만 결국 우리 사람이 그렇다는 걸 말하고 싶었고, 생명의 강인함,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말하고 싶었어요.” 나무에서 사람을 엿봤고 연결된 저수지를 둘러싼 나무에서 하나의 지구를 봤다. 나무와 인간, 생명체의 연결이었다. 전시는 살아있는 생명을 표현한 ‘생명나무’(2층)와 죽음을 이야기하는 ‘서성이는 영혼’(지하)으로 나뉜다. 보통리저수지를 매일 산책하며 마주한 겨울나무들의 생명력을 표현한 ‘생명나무’ 드로잉에선 삶의 강인함과 생명체의 연결성을, 죽음을 이야기하는 ‘서성이는 영혼’에선 지난 폭설에 찢긴 단풍나무와 소나무 옹이 설치 퍼포먼스를 통해 생명과 죽음의 주제를 탐구한다. 모진 추위를 견디며 꿋꿋하게 서 있는 생명나무들은 힘든 시기를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상징한다. 가로등불에 비친 나무와 대지는 푸른 배경 속 금빛과 은빛으로 비쳐 단조로우면서도 강인하다. 쓰고 버려진 상자와 종이를 활용해 드로잉한 작가의 작업은 자연과 하나 되기를 실천하는 예술가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생명의 죽음을 말하는 ‘서성이는 영혼’은 난개발, 재난, 전쟁, 사건, 사고로 생명을 다한 자연과 인간, 상처받은 모든 영혼들을 위한 퍼포먼스 의식으로 이어진다. 생명을 다한 나무들은 작가의 손을 거쳐 새로운 생명체처럼 기묘한 기운을 품고 전시공간을 서성이듯 배치됐다. 설치작업에 사용된 단풍나무, 소나무 옹이들은 이 작가가 직접 묘목을 심고 오랜 기간 정성을 쏟으며 키워 왔던 나무들로 김영은 작가의 영상작업이 더해져 특별한 성찰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관람객들이 작품 사이사이를 돌며 옹이에 채색해 ‘서성이는 영혼’ 주변에 걸거나 놓아줌으로써 전시의 막이 내릴 때 비로소 완성된다.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경기도미술관이 선보이는 표현의 새로운 ‘틈’…매체 경계를 허물다

경기도미술관이 매체의 경계를 허무는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작품을 한데 모아 표현의 새로운 ‘틈’을 열었다. 경기도미술관은 지난달 20일부터 ‘퍼포먼스’를 주제로 하는 소장품기획상설전 ‘비(飛)물질: 생각과 표현 사이의 틈’을 선보이고 있다. 동시에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인 ‘신진작가 옴니버스전(Ⅰ)-박예나: 뒤집힌 틈’도 열고 있다. 먼저 내년 6월28일까지 진행되는 ‘비(飛)물질: 생각과 표현 사이의 틈’은 금혜원, 오로민경, 임민욱, 조은지, 한석경 등 작가 5명의 사진,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등의 작품을 펼쳐놓은 전시다. 다가가기 어려운 예술로 여겨지는 ‘비물질’ 군의 작품을 다루는 이번 전시는 통상 ‘비(非)’의 의미로 작용되는 물성 없는 작품을 비상하는 ‘비(飛)’의 개념으로 확장했다. 작가의 생각과 표현에 날개를 달아 작품을 감상하는 데 새로운 틈을 열겠다는 의도다. 한석경 작가는 외할아버지의 유품을 이용한 작품 ‘늦은 고백’을 선보인다. 실향민인 그의 외할아버지는 평생 북한을 그리워하며 관련 이미지, 문서, 책, 음악, 영상 등을 수집했다. 작가는 마치 할아버지가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유품 중 하나인 책상에 전쟁 당시 실향민들의 기억을 들을 수 있는 사운드를 설치해 말하는 책상 같은 연출로 작품을 완성했다. 이와 함께 사람이 소를 목욕시키는 행위와 목욕하는 소의 모습을 담은 조은지 작가의 ‘봄을 위한 목욕’을 만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농장에서 촬영된 작품은 곧 상품화될 소의 삶을 담았다. 작가는 삶과 죽음, 인간과 동물, 능동과 수동 등 양립되는 여러 개념을 상호적인 태도로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삶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또 전시에선 매체적 실험과 더불어 가족을 기억하는 방식을 고민한 금혜원의 ‘가족사진’, 소리의 다양성에 대한 행위와 위로의 관점을 연결하는 오로민경의 ‘소리 뒤의 소리 #2 ‘마른 풀의 노래’’, 폐허와 삶의 행위가 공존하는 한 장소에 대한 탐색을 담은 임민욱의 ‘꼬리와 뿔’을 볼 수 있다. 다섯 작가의 작품은 ‘비(飛)물질’의 형태로도 관람객을 맞는다. 오로민경, 조은지, 금혜원, 한석경, 임민욱 작가는 각각 전시 속 숨겨진 이야기들을 꺼내 오는 10월까지 퍼포먼스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갤러리에서는 5월18일까지 ‘신진작가 옴니버스전’의 첫 번째 전시로 ‘박예나: 뒤집힌 틈’이 펼쳐진다. 올해 전시를 펼칠 신진작가로 선정된 김민수, 강나영 등 3명 중 첫 번째 주자다. 박 작가는 인공 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공간 설치와 디지털 미디어 작업으로 풀어간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사건의 부분_챔버 n.3’는 지난해 개인전 ‘Interstitium’에서 선보였던 작품을 다시 출품한 융합체 설치 작품이다. 작품은 인공(artificial), 사물(object), 데이터(data)를 조합한 ‘아티젝타’라는 개념에서 시작한다. 박 작가가 설정한 ‘아티젝타’는 인간을 숙주로 능동적인 증식을 꾀하고 정보의 세계 속에서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인간을 사용하는 생명체다. 인간을 편하게 만들기 위한 최선의 형식으로 발현된 장치와 데이터가 인간을 가장 깊이 알고 있을 것이라는 작가의 가설에서 출발한 것이다. 이에 작품을 처음 선보였던 지난해보다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작품은 과다하게 영양분을 섭취한 듯한 모습을 띠며 한층 더 거대해졌다. 뒤엉킨 케이블, 다양한 인공 사물, 가구 조각, 사운드, 물컹한 바닥으로 구성된 ‘아티젝타 융합체’를 경험할 수 있다. 경기도미술관 관계자는 “8월, 12월에는 김민수, 강나영 작가의 ‘신진작가 옴니버스전’이 이어서 펼쳐진다. 인간과 비인간의 생태계를 향한 새로운 가설과 감각들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비(飛)물질’ 전시를 통해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의 이야기가 재조합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시 돌아온 ‘2025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18일 오후 2시 1차 블라인드 티켓 오픈

‘2025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1차 블라인드 티켓팅이 오는 18일 시작된다. 11일 인천시에 따르면 오는 18일 오후 2시 인터파크 단독판매를 통해 ‘2025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블라인드 티켓팅을 한다. 블라인드 티켓은 공연 주최측에서 라인업을 공개하지 않고 높은 할인율에 판매하는 티켓이다. 3일권 블라인드 티켓은 정상가 대비 30% 할인한 16만8천원이다. 본 티켓은 한정수량 판매로 정해진 수량이 모두 팔리면 조기 마감한다. 암표 거래 방지를 위해 티켓 구매는 1인당 최대 4매로 제한한다. 앞서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지난해 티켓 오픈 2분 만에 매진을 기록하며, 국내외 음악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하기도 했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락 매니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며 “특히 올해 20주년을 맞아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을 더욱 풍성하게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5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오는 8월1~3일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국내·외 유명 아티스트 60여팀이 출연한 가운데 열린다. 올해 인천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20주년 맞이 한정판 MD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2006년 첫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K-락 여정을 되돌아보는 각종 이벤트 등을 할 예정이다.

수원시티발레단 뮤지컬 발레 ‘빨간모자’, 수원 SK아트리움서 공연

수원시티발레단의 창작 공연 뮤지컬 발레 ‘빨간모자’가 오는 11~12일 수원 SK아트리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빨간모자’는 2023년 정조테마공연장, 2024년 경기아트센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고전 동화 빨간모자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창작 뮤지컬 발레다. 클래식 발레의 형식미에 뮤지컬 음악과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무대로 탈바꿈했다. 무대에는 수원시티발레단의 전문 무용수들이 총출동해 예술성과 완성도 모두 높은 수준의 공연을 선보인다. 수년간 국내외 무대에서 활동해 온 무용수들의 탄탄한 실력은 클래식과 뮤지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번 작품의 깊이를 한층 더할 예정이다. 공연은 아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무대로 구성됐다. 흥미진진한 동화적 구성, 풍부한 음악, 역동적인 무대 연출이 어우러져 가족 단위 관객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한다는 계획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적 구성에 범죄예방의 메시지를 담은 점도 특징이다. ‘낯선 사람 주의’라는 주제를 동화 형식으로 풀어낸 공연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범죄예방 교육 콘텐츠로도 활용된다. 경찰 마스코트 ‘포돌이’, ‘포순이’ 그리고 수원시 캐릭터 ‘수원이’가 함께 출연해 어린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수원시티발레단은 이번 공연에 문화예술을 무대에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범죄예방 교육이라는 사회적 메시지와 문화복지 실현이라는 공공적 가치를 담아냈다. 11일 오후 1시30분엔 수원시 관내 발달장애인 및 뇌병변장애 청소년을 위한 자선공연을 마련한다. 공연 예술이 장애인의 감성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뜻깊은 시도로 지난해 처음 선보인 자선공연은 관람객과 보호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 12일 오후 2시 공연은 다문화가정과 어르신 등 문화소외계층을 초청하는 자선공연이 열린다. 경찰 관람객들의 티켓 수익을 전액 기부하고 관람과 동시에 나눔이 이뤄지는 특별한 무대로 구성된다. 11일 오후 7시30분과 12일 오후 6시엔 시민들과 함께하는 티켓 공연으로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하여 입장할 수 있다. 티켓 수익의 일부는 지속가능한 자선공연을 위해 사용된다. 수원시티발레단 관계자는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감동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처음 선보인 자선공연을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장애인을 위한 공연이 하나의 지속 가능한 문화사업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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