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매력적인 빌런들의 도시

최근 몇 년사이 ‘빌런’이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통용되고 있다. 코믹스를 배경으로 하는 많은 영화-어벤져스 시리즈, 스파이더맨, 베트맨 등-에서 등장하는 악당들을 통칭하여 ‘빌런’이라고 부른다. 옛 프랑스어인 ‘빌런(Villein)’의 어원적 유래를 살펴보면, 중세시대 농장(Villa)에서 일한 농장일꾼(villanus)에서 유래된 기아와 가난에 허덕인 농노, 농민을 의미한다. 중세 농민들은 권력자들과 도시민들에게도 천대받으면서 먹고 살길이 막막해지자 도둑질과 강도, 약탈 등 온갖 범죄를 일삼으며 도시의 악당으로 낙인찍히게 되었고, 현대에서 도시의 질서와 정의에 도전하는 영화속 ‘빌런’으로 계보를 잇게 된 것이다. 영화속 빌런들이 많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도시는 뉴욕(New York)이다. 뉴욕 처럼 상징적 초고층 빌딩이 즐비하고,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복잡한 대도시가 빌런들과 영웅들의 활동무대가 된다. 즉, 빌런들이 선호하는 도시는 인구와 경제력이 팽창하면서 도시의 활력과 잉여이익이 충분한 도시이며, 이런 매력적인 도시에 영웅들이 함께 공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빌런은 도시의 어둡고 소외된 슬럼가를 배경으로 도시의 불확실성과 무질서를 증가시키고, 배트맨 같은 영웅은 중세 고딕성당 같은 초고층 건축물의 꼭대기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도시의 질서를 지키려 할 뿐이다. 매력과 성장이 없는 도시에 빌런도 영웅도 없다. 배트맨이 수호하는 고담시의 빌런들을 보면 빌런이 되기까지의 이유와 사연이 있다. 대부분 도시의 소외되고 외면받았던 약자였거나, 버림받거나 배신당한 개인이 어떤 계기로 흑화되는 과정을 겪는다. 중세시대 농노들이 가난과 천대를 못이기고 범죄의 길로 들어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고담시처럼 흑화된 슈퍼 빌런들이 판치는 도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도시의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에도 희망을 줄 수 있는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의 쇠퇴로 낙후된 지역의 급격한 재개발이나 강한 물리력 행사로 주민의 반발을 사기보다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우선하는 관용성 높은 도시균형발전 정책이 필요하다.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 교수는 도시의 슬럼가가 도시 내부에서 적정 노동력을 공급하며 도시의 성장동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에게는 지속적인 소득과 평등한 교육 지원을 통해 가난을 벗어나는 희망과 기회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실의 도시 저소득층은 영화속 빌런처럼 제거하거나 몰아내야하는 대상이 아니라 공존과 상생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도시의 균형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두가지 요건은 도시개발이익의 낙후지역 재투자 정책의 구조화와 교육격차의 해소이다. 각 지자체마다 신규 주택사업을 추진하면서 발생되는 이익을 구도심과 낙후지역에 재투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초공사를 설립하여 이익환원을 추진하고 있지만 각종 규제와 재정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정부의 규제개혁과 유연한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다. 도시의 교육격차 해소는 가난과 소외를 벗어나는 희망 사다리이다. 다행히 스마트 네트워크 비대면 시스템의 확산은 교육격차 해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시흥시는 서울대학교와 협력하여 지역의 교육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비대면과 대면교육을 병행하고 있어 타 시·도의 모범이 되고 있다. 교육을 통한 지속적인 기술향상은 도시의 산업 재구조화에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빌런들의 도시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활력과 매력이 있다. 사람들은 불확실성과 퇴폐미에 흥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웅서사를 보기 위해 영화를 보기도 하지만, 매력적인 빌런의 모습에도 열광하는 이유이다. 도시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유지하면서 통제가능한 도시균형발전정책의 실현이 매력적인 도시의 안정적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이재혁 시흥도시공사 도시개발실장

[경기만평] 칼잡이와 총잡이...

[세계는 지금] 아랍의 봄은 다시 겨울로 향하는가

북아프리카의 아랍국가 튀니지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이 이뤄졌다. ‘새 공화국 헌법’으로 불리는 새 헌법 도입에 따라 대통령은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와 사법부까지 통제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이 주도한 새 헌법은 대통령에게 행정부 수반 임명권, 의회 해산권, 판사 임명권은 물론 군 통수권까지 부여하며 대통령이 임명한 행정부는 의회 신임 투표도 받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임기 5년에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한 대통령이 ‘임박한 위험’을 이유로 임기를 임의로 연장할 수 있게 됐다. 튀니지는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의 발원지다. 민중 봉기로 23년간 권력을 장악했던 독재자 벤 알리 전 대통령이 물러난 뒤 튀니지는 중동 지역 아랍 국가 중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진전 속에서도 지난 10년간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 속에 심각한 경제난과 극심한 정치적 갈등은 여전했고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국민들의 불만은 계속 쌓여 왔다. 이런 상황에서 2019년 선거를 통해 선출된 헌법 학자 출신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이른바 ‘명령 통치’로 총리 해임, 의회 활동 중지, 최고사법위원회 해체 등 입법·사법·행정부를 무력화시켰고 이번 개헌을 주도해왔다. ‘아랍의 봄’ 혁명 정신을 담은 2014년 헌법에 명시된 의원내각제 성격의 대통령제를 완전히 뒤엎는 이번 헌법 개정안은 정치권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주요 정당들은 사이에드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며 투표 보이콧을 선언했고 강력한 대통령제가 아랍권에서 드물게 민주주의를 정착 시킨 튀니지를 독재 정치 시대로 되돌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국무부는 튀니지의 새 헌법이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의 보호를 해칠 수 있으며 견제와 균형을 약화할 수 있음을 우려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제법학자회 튀니지 사무소는 거의 모든 권한을 대통령에게 집중시킨 새 헌법으로 누구도 대통령을 통제할 수 없게 됐으며 독재자스타일의 법 위반 행위로부터 튀니지를 보호할 안정 장치가 사라졌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아랍의 봄’ 민중봉기 후 정국을 주도한 정당 정치에 반감을 느낀 다수의 튀니지 국민은 정당 중심의 정치 체제를 뒤엎는 대통령의 개헌 시도에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오는 12월 튀니지 국회위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이 선거에서 사이에드 대통령이 개헌 성공을 발판으로 더 단단한 지지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 그리고 튀니지를 부패와 실패로부터 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완 한국외국어대학교 융합인재학부 교수

[기고] 중도입국자녀에게 한국어 꾹꾹 다져 주기

지난 5월부터 중도입국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가 부모의 국제결혼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국내로 이주한 아이들, ‘중도입국자녀’들에게 한국어는 높은 벽이다. 내가 만난 아이들은 인도, 일본, 베트남 아이들로 제법 한국말을 했다. 첫 만남부터 친근감이 들었고 ‘한국어를 쉽게 가르칠 수 있겠구나’하고 자신감을 가졌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한국어 말하기는 조금 했지만 듣기, 읽기, 쓰기는 못했다. 한국은 급격한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일반 학생들은 급감하는 반면, 다문화 가정 학생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2.04.13. 현재 여가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자녀는 16만58명으로 2012년 4만6천954명보다 240.8% 증가했다. 반면에 같은 기간 전체 학생 수는 672만여 명에서 532만여 명으로 21.0%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학생 가운데 다문화 학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0.7%에서 3.0%로 높아졌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2012년 1.1%에서 지난해 4.2%로 그 비중이 4배 가까이 늘었다. 또한 다문화 가정 학생의 국적·연령·특성 등이 다양해 중도입국·외국인 학생의 증가에 따른 학생별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 내가 맡게 된 중도입국자녀는 1학년 3명, 2학년 1명, 5학년 1명으로 학년도 다르고 한국어 출발점 수준도 다르기에 맞춤형 한국어 교육을 해야 했다. 학교에서는 1,2학년 1개반, 5학년 1개반으로 편성해 주었고, 경기도교육청 지침에 따라 1일 2시간×주5일×4주×3개월=120시간, 운영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주1~2회 참여하길 원하는 5학년 학생의 요구를 수용하여 1,2학년 104시간, 5학년 16시간을 편성·지도하게 되었다. 4명의 1,2학년 학생들에게 한글을 학습하기 위한 기초 손 협응 능력을 기르고 한글의 기본적인 모음과 자음을 익혀 생활 한국어를 구사하도록 열심히 지도했다. 그 결과, 대체로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기본적인 모음, 받침 없는 낱말, 받침(ㄹ,ㅇ/ㄴ,ㅁ/ㄱ,ㅂ,ㅅ) 있는 낱말, 겹모음(ㅐ,ㅔ/ㅘ,ㅢ/ㅚ,ㅝ,ㅞ,ㅒ,ㅖ) 있는 낱말까지 읽고 쓸 수 있었다. 비록 짧은 한국어로 조금씩 읽고 쓰고 말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가르침의 희열을 맛본다. ‘중도입국자녀 한국어교실’ 3개월 과정은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다문화 학생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기초학력 향상에 도움을 주었으며 실생활이나 다른 교과를 공부하는 데 기초가 되는 읽기와 쓰기를 익히게 해주는 마중물이었다. 더하여 학교생활 적응력을 키우고 자존감 신장 및 한국 사회에의 조기 정착을 돕는 기본 자양분이 되었다고 자부해 본다. 중도입국자녀에게의 한국어 입문 과정은 어렵고 힘든 시간의 연속이지만, 3개월 한국어 입문 과정보다 3개월 이후의 한국어 교육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함을 느껴본다. 한국어 입문 과정을 더 복습하고 여러 가지 낱말, 문장, 짧은 글 익히기 등을 더 익혀야 학습 한국어와 자연스럽게 연계할 수 있다. 즉, 낱말을 익혀 낱말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 문장을 만들어 보고 알맞은 문장을 써 보는 것, 글의 짜임을 알아보고 글의 내용을 알아보는 것, 대표로 나는 소리와 겹받침 등을 배우는 것이다. 3개월 입문 과정 이후, 목표 도달 수준을 확인하고 3개월+3개월 또는 3개월+3개월+3개월 과정을 더하여 한국어를 꾹꾹 다져간다면 학습도구 한국어로 발전해 다문화 학생의 학습 부진을 줄일 수 있고 교과 적응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관련 교육 관계자들의 선도적인 정책 수립·운영을 기대해 본다. 오늘도 나는 중도입국자녀에게 ‘기본 모음·자음 익히기 복습·받아쓰기-낱말카드 보여주며 따라 읽기·쓰기-본 학습하기-주제별 어휘학습(신체,색깔,과일,채소,교실)하기’등을 지도한다. 매일 비슷한 과정의 연속이지만 학생들에게 큰 소리로 말하고(혼자 말하기/친구에게 말하기/선생님에게 말하기/모두에게 말하기), 읽고(혼자 읽기/친구 따라 읽기/모두 함께 읽기), 쓰기(허공에다 손글씨 쓰기/공책에다 쓰기/칠판에다 쓰기)를 반복하게 한다. 학생들이 즐겁게 한글 놀이하면서 춤추며 열정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학습 분위기 조성에 힘쓴다. 한국어가 틀리면 힌트(hint)를 주고 고쳐주고 칭찬하고 격려한다. 맛있는 사탕, 스티커 주기 등 깜찍한 보상도 해준다. 중도입국자녀, 그들은 소중한 내일의 한국인! 오늘 그들이 꾹꾹 다져가는 한국어가 대한민국의 힘이다. 비록 3개월간의 짧은 한국어 교실이지만 하루빨리 한국어를 깨우쳐 자신 있게 한국어를 구사하고 한국 학생들과 밝게 웃으며 지내길 바란다. 중도입국자녀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00초 교육 관계자들, 경기도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관계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모두 모두 훌륭한 대한민국 일등 교육 역군들! 오늘도 파이팅이다. 김경호 前 수원 영덕초 교장

[특별기고] 탄소중립을 위한 순환경제의 길

기후 위기, 탄소중립, ESG경영에 이어 탈플라스틱이 세계적 화두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2017년 766만t에서 2020년 1천80만t으로 1.41배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8년 4월 수도권 쓰레기 대란 이후 재활용 폐기물 관리종합대책,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 탄소중립을 위한 한국형 순환경제 이행계획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 같은 대책의 핵심은 플라스틱 원천 감량 및 재활용 확대이다. 필자는 60여개 재활용단체를 회원으로 둔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의 대표로서 수시로 전국 회원 업체들을 방문,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있다. 그 일환으로 총연맹은 지난해 4월 동반성장위원회를 방문, 생활계 폐플라스틱 재활용업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또 탄소중립과 ESG경영을 명분 삼아 영세 재활용업 400만명 종사자의 생계까지 말살시킬 수 있는 너무나 무책임한 대기업의 폐플라스틱 선별재활용업 진출을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한민국 재활용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방안을 천명하고자 한다. 우선 정부 재활용정책의 우선순위를 물질 재활용을 통한 성형제품 생산에 둬야 한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가정에서 배출한 플라스틱을 재활용 가능한 상태로 선별, 성형제품 생산에 주력해야 하며 제품 수명 주기가 2~3차례 지나 더 이상 제품생산의 효용성이 없는 경우 이를 열분해하거나 에너지 회수 등을 통한 재활용을 해야 한다. 아울러 대기업은 종량제 봉투, 사업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에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시멘트 소성로나 열병합발전 등 에너지원으로 폐플라스틱류를 투입하는 것은 진정한 순환경제가 아니다. 폐플라스틱은 물질 재활용으로 반복돼야 순환경제를 이루고 신재 플라스틱 사용량도 줄일 수 있어 이것이 탄소배출을 줄여 탄소중립에 근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생활폐기물 처리 책임을 갖는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에서 배출된 생활계 플라스틱을 발생지 처리원칙에 따라 각 지역에서 우선 처리하고, 그것을 재활용해 생산한 제품을 책임 구매해 성형제품의 안정적 수요를 보장해야 한다. 경기도는 지역에서 배출되는 생활계 플라스틱 처리를 위해 한국재생플라스틱제조업협동조합과 음식물폐기물 보관 용기 생산 업무협약을 맺고 재활용 제품을 구입(2021년 7천700개, 2022년 1만6천600개), 보급해 신재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도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자체 처리하는 모범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국가는 성형제품에 대한 적극적인 경제적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 인삼밭에서 사용하는 인삼 지주대는 그동안 수입 목재를 사용했지만 현재 폐비닐을 재활용한 내구연수가 12년 이상 되는 인삼 지주대가 개발,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농가는 여러 가지 장점에도 당장 비싼 구매비용 때문에 쉽게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입 목재 및 철재 인삼 지주대는 정부 보조금이 지급된다. 정부의 선제적 대응으로 순환경제에 앞장서는 재활용업체들이 우대받는 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신창언 한국자원순환단체총연맹 회장

[천자춘추] 음주운전의 위험과 책임부담

음주운전은 인명피해 위험이 높고 피해자의 억울함이 커서 그 처벌은 줄곧 강화됐다. 혈중알코올농도 기준이 0.05%에서 0.03%로 낮아져 처벌 범위가 넓어졌고, 0.2% 이상인 경우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던 처벌 기준이 2년 이하 5년 이하의 징역으로 개정됐다. 선택형인 벌금형의 선고 기준도 1천만원 이상이다(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음주운전을 2회 반복했다는 사실만으로 가중처벌 하도록 한 소위 ‘2진 아웃’ 규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선언으로 효력을 상실했다. 반복 음주행위가 이뤄진 ‘기간’이나 ‘혈중알코올농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함은 양형상 형평성을 잃고 비례원칙에도 어긋난다는 이유이다. 가령 10년 동안 음주운전이 없던 경우와 1년 안에 음주운전을 반복한 것을 동일하게 가중처벌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취지다. 음주운전을 예비살인과 다름없다고 본다면 일견 수긍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행위의 정도를 무시하면 단순절도와 강도살인을 구별 없이 모두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는 규정과 다름없어 불합리하다. 재판부는 반복된 음주행위의 불법이 무겁고 재범의 위험성이 높은 경우 가중처벌 조항에서 정했던 형으로 선고할 수도 있으므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존중할 만하다. 실제로 잦은 음주운전만으로 판결 선고와 동시에 법정구속(法廷拘束) 되는 사례가 근래에 꽤 있다. 피해자가 있고 합의가 잘 되지 않은 경우 구속의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교통사고로 인명피해를 발생시키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처리해 종합보험 가입만으로 형사재판은 면할 수 있다. 그러나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중앙선 또는 횡단보도 침범 등 특례법이 정한 12개의 중과실이 결합된 사고와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는 예외다. 특히 무면허운전과 음주운전은 자동차운전보험의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해 보다 무거운 민사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알코올농도가 0.1% 이상이고 중앙선 침범 등 교통법규위반이 심각하다면 정상 운전이 현저히 불가능했다는 판단하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정한 위험운전치사상죄가 인정될 수 있고 강력한 처벌이 예상된다. 이렇듯 음주운전은 민사상, 형사상 과중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재판을 받게 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면하기 위해 양형참작사유를 잘 정리하는 일도 필요하겠지만,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것이 운전자 자신과 잠재적 피해자의 평온한 일상과 경제적 안정을 가장 확실하게 보장하는 길이다.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大和) 변호사

[사설] 무너지는 경기 섬유산업, 실효성 있는 대응책 절실

경기북부지역을 대한민국 섬유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무너지고 있다. 일할 사람도 없고, 일감도 없어 위기다. 대규모 섬유·의류 업체들의 해외진출에 따른 수출물량 감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매출 감소, 부재자값 폭등 및 고용 악화 등으로 영세 섬유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북부는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약 20%를 차지한다. 양주·포천·동두천시에 업체가 밀집돼 있다. 경기도는 국가안보를 위한 희생에다 각종 중첩 규제 속에 고통을 겪어온 경기북부지역을 세계적인 섬유산업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특별 프로젝트를 시행해왔다. 서울과 가까운 지리적 특성상 수도권 업체와 협업이 가능하고 인력 공급이 수월해 섬유·패션산업의 최적지로 꼽힌다고 판단했다. 경기도는 지난 2012년 경기북부 섬유산업을 특화산업으로 선정했다. 이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프라 구축과 마케팅, 연구개발 지원 등에 나섰다. 양주에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동두천에 ‘섬유·봉제산업지식센터’, 포천에 ‘섬유원자재 수급지원센터’ 등의 문을 열었다. 도는 경기북부가 세계적인 섬유·봉제·패션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생각했다.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했다.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이곳은 섬유원단 생산·공급의 최대 지역으로 수출 비중이 2000년 10.5%에서 2020년 20.5%로 증가했지만 종사자 수가 2016년 이후 계속 줄고 있다. 섬유 노동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돼 임시·일용근로자 비중이 늘어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 대형 섬유·의류 유통회사가 빠져나가 영세업체간 과당경쟁이 일면서 수익성 악화, 투자 감소, 지역 섬유기업의 제품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상당수 업체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매출이 50% 이하로 감소했다. 공장 가동률도 절반에 못 미치고 있다. 여기에 고용난까지 겹쳐 영세업체의 줄도산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기도는 지난 4월 섬유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2026년까지 5년간 390억원을 투입한다며 3개 시와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기북부 특화산업인 섬유산업을 고부가가치 신성장 산업으로 고도화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이바지한다’는 것인데, 현장에선 와닿지 않는다. 실질적인 지원체계 구축이 절실하다. 지원이 부족한 것인지, 정책에 실효성이 없는 것인지 경기도와 해당 지자체는 애로사항과 대응책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도내 섬유산업의 근간이 흔들려 지역경제가 휘청거려선 안된다.

[사설] 안성시의 잇단 보은 인사 논란/덮고 가기에 찜찜한 부분 있다

안성시 인사 잡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내용도 선거 관련부터 측근 관련까지 다양하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후유증 수준의 잡음은 아닌 듯하다. 인사 불복 분위기도 있고, 일부 당사자는 석연찮은 휴가를 내기도 했다. 급기야 안성시의회까지 나섰다. 1일자로 발령 난 의회 파견 공직자 5명 전원에 시 복귀를 요청했다. 시장 인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공식 의사 표시다. 더욱이 일부 의혹은 잡음 수준을 넘어 감사 또는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있다. 구설 하나는 ‘수사 받는 공무원 보은설’이다. 안성시가 대규모 인사를 한 것은 지난달 초다. 이 인사에서 A과장이 4급 국장으로 승진했다. B팀장은 행정과 행정팀장으로 영전했다. 둘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보라 시장이 공직자 1천399명에 떡을 돌렸다는 혐의다. 시정 현안 업무 추진 격려가 명분이라고 했지만, 6·1 지방 선거를 두 달여 앞둔 시점이라 점에서 선거법 위반 조사가 진행 중이다. A과장과 B팀장은 이 사건의 조사 대상자다. 수사의 관심은 김 시장의 관련 여부다. 김 시장이 기부 행위 등으로 의율될 것이냐에 있다. 이런 과정에서 A과장과 B팀장의 진술이 중요하다. 이런 때 시장이 둘에 대한 승진·영전 인사를 했다. 통상 이런 수사의 경우 참고인들의 진술이 방향을 결정한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시장이다.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인사로 비춰질 수 있다. 시 인사 담당 관계자가 인사 직후 “(둘 인사에)결격 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오비이락’ 이상이다. 또 다른 구설은 복잡하고 수상쩍다. 같은 인사에서 5급으로 승진한 C팀장이다. 당초 5급 결원은 행정직과 시설직이 각 한 자리씩이었다. 하지만 시설직이 생략되고 두 자리가 모두 행정직에서 채워졌다. 행정직인 C팀장을 승진시키기 위한 조치였다는 의혹이다. 중요한 것은 이 의혹에 따라붙는 근거다. C팀장이 공사 계약 업무를 담당하면서 시장 측근 사업가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주장이 나돌고 있다. 단순한 인사 특혜로부터 차원이 달라지는 의혹이다. 시장실과 측근 모두 선거 때 도움을 주고 받은 것은 인정한다. 특혜를 준 일감이 문제인데, 그 측근이 직접 사업을 하진 않는다. 자녀 명의 회사가 실내 건축·인테리어 업을 하고 부인 명의 회사가 인력·포장공사를 한다. ‘자녀 명의 회사’가 수주한 관급 공사가 꽤 된다. 본보가 확인 한 것만 2018년 13건, 2019년 10건, 2020년 13건, 2021년 19건, 2022년 6월 말 12건이다. 수주 내용은 정비사업, 용역, 집기 구매, 인테리어, 보수 공사 등 다양하다. 특혜 수주도, 인사 비위도 예단하지는 않겠다. 다만 잡음의 실체를 분명히 밝히고는 가야 한다. 소문만으로도 관내 업계에 주는 실망이 얼마나 크겠나. 안 그래도 척박한 코로나 지역 경제다. 당사자가 특정돼 있다. 연도별 계약 공사도 확인돼 있다. 이제 밝히면 된다. 절차는 옳았는지, 적격한 공사였는지, 경쟁 업무를 방해한 것은 없는지 밝히면 된다. 필요하다면 감사도 해야 하고, 수사도 해야 한다. 안성시의회의가 밝힐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다.

[지지대] 펠로시의 대만 방문

요란법석이다. 미국 내 의전서열 4위 정치인의 방문을 놓고 말이다. 해당 인사의 동선을 따라 항공모함도 이동했다. 외신들도 분주하다. 이 인사의 첫 도착지는 싱가포르다. 총리가 버선발로 마중 나왔다. ▶낸시 펠로시(Nancy Pelosi) 미국 하원의장의 아시아 순방 얘기다. 그녀는 캘리포니아를 지역구로 둔 다선 의원이다. 미국 내 대통령과 부통령, 주지사(해당 주에서) 다음으로 의전서열이 높다. 연방 대법원장보다도 한 단계 위다. 우리 나이로 여든 세살이다. ▶첫 도착지인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부터 위상이 입증됐다. 국가원수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의장대 사열을 받으며 트랩을 내렸다.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인 리셴룽 총리가 펠로시 의장을 직접 맞았다. 매우 이례적이다. ▶리셴룽 총리는 펠로시 의장에게 “아시아의 평화와 안보 등에 미중(美中)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외교부도 “미국과 싱가포르 양국 간의 훌륭하고 오랜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외교적인 수사(修辭)이지만, 싱가포르 방문을 전적으로 반긴다는 뉘앙스가 담겼다. ▶리셴룽총리도 거들었다.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등을 통해 미국의 경제적 참여를 심화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 미국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들이 원하는 내용을 자진해 발표한 셈이다. 펠로시 의장의 다음 행선지는 말레이시아, 한국, 일본 등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맹방(盟邦)이라고 추켜세우는 한국과 일본 방문이 맨 마지막에 잡혀 있다. 무슨 의미일까. ▶이들 나라 순방이 중요한 게 아니다. 대만을 방문해서다. 중국이 눈에 띌 정도로 유난스럽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점이 이를 시사한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간다면 중국 내정에 대한 난폭한 간섭이다. 중미관계를 심각하게 파괴해 매우 심각한 사태와 후과(後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저지하기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양국 사이의 긴장 고조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자체가 지닌 정치적 폭발성 때문이다. 바야흐로 미국과 중국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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