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장·군수 당선자에서 시장·군수로 신분이 달라지는 날이다. 얼마나 좋은 일인가, 일신의 영달이며 가문의 영광이다. 새로 뽑힌 시장·군수는 더할 것이다. 가슴이 벅찰 게 분명하다.
오늘 취임식을 앞둔 어젯밤은 무슨 생각을 했으며, 취임식을 마친 오늘밤은 또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하다. 이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은 미루겠다. 왜냐면 이유가 있다. 이 순간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이번에 취임하는 시장·군수 가운덴 사고를 쳐 임기를 못 채울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지 상상해 본다. 시장·군수 취임이 감옥소 가는 치욕의 길목이 된 것을 너무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악담한다고 나무라지 말라, 시장·군수가 비리에 약한 것은 새삼 통계를 들 것도 없는 사회적 상식이다.
영광의 자리, 더럽히지 말아야
시장·군수, 그 자리는 말하자면 돈방석이다. 누구 한 사람에게 이권을 주어 벼락부자 만들기로 하자면 식은 죽 먹기만큼 쉽다. 하물며 자신이 축재하기로 작심하면, 거머쥔 모든 시장·군수의 권한이 곧 돈이다. 이 같은 권한이 도지사보다 더 많다. 각종 인·허가권만도 그렇다. 여기에 용도지역 변경이나 토목공사 등 이해관계가 얽힌 갖가지 일이 쌔고 쌨다. 지방자치는 생활행정이고, 또한 기초자치단체 행정이 지방자치의 진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여 처음부터 시장·군수 자릴 독직으로 더럽힐 생각을 갖는 시장·군수는 없다. 과거에 영어의 몸이 된 시장·군수들도 취임식 땐, 오늘 시장·군수들이 취임식에서 한 말처럼 좋은 말만 골라서 했다. 시장·군수 노릇을 하다 보니까 나쁜 길로 빠진 것이다. 자신은 아무리 다짐하고 거부해도 비리의 유혹이 끊이지 않는 것이 시장·군수 주변이다. 이 ‘유혹과의 전쟁’은 정말 힘겨운 싸움이다. 열 번 잘하다가도 자칫 한 번 잘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아홉 번 잘한 게 소용이 없다. ‘유혹과의 전쟁’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시장·군수를 망치는 적은 먼 데 있지 않다. 가까운 데 있다. 가까워도 아주 가깝다. 측근을 조심해야 된다. 시장·군수와 먼 사람이 감히 유혹의 손을 뻗치기는 어렵다. 측근을 통해 마수를 내민다. 물론 측근은 필요하다. 내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은 필요악이다. 문제는 측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있다. 측근 관리의 성패는 바로 시장·군수 본인의 역량이다. 또한 책임에 속한다.
시장·군수에게 갑자기 다가서는 사람들 역시 조심해야 한다. 전엔 알지 못했던 사람, 또는 알아도 잘 알지 못했던 사람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장·군수 곁에 끼지 못해 안달인 것은 위험한 사람이다. 그러한 위인이 자치단체 공무원이든 지역사회 유지든 사업가든 마찬가지다. 진짜 시장·군수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스스로 시장·군수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의도적 접근을 제어하며, 침묵하는 사람들 가운데 있다.
시장·군수는 사람들과 더불어 일하는 것이 본분이다. 사람 만나는 것이 직무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다 만난다. 그러나 변별력을 잃어선 안된다. 변별력을 잃으면 상대의 로봇이 된다. ‘유혹과의 전쟁’에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면 그 같은 변별력을 잃고, 결국은 약점까지 잡혀 상대에게 끌려간다. 감옥소 신세 지는 인생유전의 불씨가 여기서 시작된다.
‘유혹과의 전쟁’에서 이기길
선거운동에 들인 돈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빚도 졌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군수는 나쁜 짓 않고, 공식 수입만 잡아도 꽤 짭짤한 자리다. 시장·군수 자릴 팔아 돈을 벌고도, 탈 없이 넘어가는 일이 아주 없지 않은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요행은 바라지 말라, 곪은 것은 터지기 마련이다. ‘하늘의 그물코가 엉성한 것 같아도, 건져낼 것은 건져낸다’고 했다. 노자(老子)의 말이다.
이렇게 판단해야 한다. 일신의 영달이며 가문의 영광인 자리를, 돈 먹고도 넘어가는 요행수를 바라며 비리와 타협하는 도박을 벌이기엔 너무도 아깝잖은가, 그보다는 비리와 담 쌓고 맘 편히 큰소리치는 심적 자산의 자긍심이 훨씬 더 값지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앞으로 4년 뒤 또 뽑혀 연임이 되든, 그대로 퇴임을 하든 탈 없이 임기를 채우는 시장·군수들에게 오늘 미룬 ‘축하’를 마음속 깊이 우러나는 진정성을 갖고 하고자 한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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