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 로고
2025.07.01 (화) 메뉴 메뉴
위로가기 버튼

4대강 문제

4대강 문젠 잘 모르는 분야다. 토목공사이면서 수자원분야다. 환경 문제이기도 하다. 이토록 어려운 4대강 문젤 잘 모르면서 꺼내는 것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조차 말이 다르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페인트 만드는 과정은 몰라도, 색깔은 구분할 줄 아는 것과 같아 말을 꺼낸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 반대투쟁이 간판구호다. 원내대표 박지원은 범국민운동을 벌인다고 하고, 당대표 손학규는 운하사업이라고 우긴다. 4대강 사업이 악의 대명사인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

 

어느 자리에서 상당한 지위가 있는 사람에게 “왜 보가 나쁘냐”고 물었더니 “강물은 흘러야지 가두면 썩는다”는 것이다. “팔당댐 물이 썩는다는 소리를 못 들었다”고 했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준설에 대해선 “찌꺼기가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안 된다”해서 “그럼 찌꺼기를 긁어내야 되잖느냐”고 했더니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

 

반대에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말하기로 하면 학술 및 기술 양면에서 고급 논리에 속하는 것이 4대강 문제다. 그러나 반대의 이유는 어느 것도 이에 근거하지 않는다. 그냥 이명박이 미워 주술적으로 반대한다. 생명논리를 내세우는 종교계의 반대는 그들의 교리일뿐이다. 어설픈 환경론은 시민운동의 순수성을 잃은 생업수단이다.

 

그렇다고 찬성의 논리를 알아듣게 들은 것 또한 없다. 찬성하면 무슨 코딱지가 얻어걸리는 게 있어서가 아니다. 이명박이 탐탁지 않긴 매한가지다.

 

굳이 어렵게 말할 것이 없다. 4대강을 가만 놔둬선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소년시절에 멱 감고 고기 잡던 영산강이 바싹 말라붙어 실개천이 된 것을 보고 나서다. 전남도지사 박준영이 민주당 사람인데도 4대강 사업을 해야 한다고 한 것은 그 뒤다. 요즘은 민주당 경남도지사 김두관, 같은 당 충남도지사 안희정은 반대하는 데 비해 다대수의 경남이나 충남 시장·군수들은 해야 한다고 하는 것으로 들린다.

 

지금의 4대강을 정상이라고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강물이 썩는 것은 죽어가는 것이다. 이를 손보는 것은 죽이는 것이고, 가만둬야 살린다는 것은 소피스트적 궤변이다.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한 강변이 많다. 이 부분에 대해 새로운 생태계를 복원시켜 주는 것이 4대강 사업인 것으로 안다.

 

물 부족 국가가 되지 않게 대비하는 것은 연간 강수량이 적어서가 아니다. 홍수가 나는 것은 치산이 잘 안 돼서도 아니다. 빗물의 95% 이상을 바다로 흘려 내버리고, 강물을 조절하지 못해 홍수가 난다. 또 건천이 되곤 한다. 물줄기를 조정하면서 일정량을 두고 쓰기 위해 물을 가두고, 강바닥을 준설하는 것을 두고 마치 역적질하는 것처럼 야단이다.

 

전두환이 서울 한강 연안공사 하나는 잘해놨다. 서울시장 염보현이 전두환을 받들어 심혈을 기울였다. 호안공사를 하기 전엔 마포나루 큰물이 공덕동 로터리까지 치밀기가 예사였다. 지금의 한강공원은 그때 이룬 수변공원 등 조경사업의 산물이다. 그래도 당시엔 반대의 목소리가 없었다. 신군부의 5공정권 치하였기 때문이다.

 

이젠 그만둘 수 없어

 

이젠 민주화가 이룩된 지 오래다. 그래서인지 요란스런 4대강 사업 반대가 ‘삼인성호’(三人成虎)처럼 들리지만 아니다. 4대강 문젠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이제 심판 단계에 들어선다. 지난해 봄에 시작한 4대강 사업은 이미 4조6천600억원이 집행됐다. 전체 예산 15조4천억원의 33%다. 공정은 보 건설만도 57%가 진척됐다. 중단될 수가 없다. 대통령 자신이 재임 중에 마쳐야 하는 부담감도 있고 여름에는 장마철도 있어 공사를 서둘러 추진하는 것 같다.

 

아마 다음 대선 전까지는 공사가 마무리될 것이다. 공사는 마무리돼도 즉효가 나는 것은 아니겠으나,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이슈가 될 것은 분명하다. 심판은 그때 가서 국민들이 한다.

 

요컨대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은 국토의 젖줄이다. 이 젖줄이 되살아나 경제·환경·문화가 아우르는 새 생명이 움트느냐, 아니면 국토를 망친 죄업의 예산낭비냐가 판가름 나는 것이다.

 

민주당은 더 이상 공연한 시비를 걸지 말라, 예컨대 박근혜더러 (반대의 말을) “한마디하라”며, 남의 당 분란을 부채질하는 것은 공당의 자세가 아니다. 4대강 문젠 여기서 일단 접어두고 지켜보는 것이 민주당을 위해서도 낫다.  임양은 본사주필

댓글(0)

댓글운영규칙

-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 대상을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법률에 의해 제해될 수 있습니다. 공공기기에서는 사용 후 로그아웃 해주세요.

0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