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새로운 한해가 밝았습니다. 매년 말 ‘교수신문’은 한 해를 총결산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해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고, 다가오는 새해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우리사회가 걸어온 한 해를 상징적인 네 음절의 한자어로 발표하니, 그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미학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한자 문화권에 살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는 꽤 괜찮은 한 해의 결산방법이라 할 만합니다. 그 선정 과정에는 한자 관련 학과의 전문 교수들로부터 복수의 후보작 중 한 후보작을 추천받아 다시 200여명의 전국 대학 교수들의 추천과정 끝에 최종 선정한다고 하니 자연스럽게 권위 또한 인정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2001년 시작되어 2009년까지 선정된 사자성어를 차례대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01년 ‘오리무중(五里霧中)’,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 2003년 ‘우왕좌왕(右往左往)’,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 2005년 ‘상화하택(上火下澤)’, 2006년 ‘밀운불우(密雲不雨)’, 2007년 ‘자기기인(自欺欺人)’, 2008년 ‘호질기의(護疾忌醫)’, 2009년 ‘방기곡경(旁岐曲逕)’입니다.
그 많은 사자성어들 중에서 가장 ‘부정적인’ 의미의 사자성어들만 모아 놓은 것 같습니다.
지난 2010년에는 ‘장두노미(藏頭露尾·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한 모습을 뜻하는 것으로 진실을 밝히지 않고 꼭꼭 숨겨두려 하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가 선정됐습니다.
특히, 지난 한해는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세상사 다사다난’ 하다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몰상식한 사건들이 이어진 것 같습니다. 어처구니가 없는 한 해였고 미스터리한 한 해였습니다. 깔끔하게 무엇 하나 정리되거나 마무리 되지 못한 느낌을 모든 국민들이 한 해 내내 가지고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속은 보였지만 연막에 가려진 안개정국이었습니다. 각종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을 설득해 의혹을 해소하기보다는 진실을 감추려는 모습으로 비춰진 사실을 우리 모두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임기 하반기의 가장 중요한 국정지표로 제시했지만, 늘 공평하지 못해 의혹에 가득 찬 정부와 이를 추궁하는 국민들의 관계가 고스란히 읽히는 사자성어라서 더욱 마음이 무겁습니다. 진정한 선진사회일수록 국민과의 관계에서 투명성이 선명하게 확보되기 마련인데, 각 분야에서 선진화를 주창하는 지금의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그것을 기대하기에는 시기상조인 모양입니다.
지금은 ‘쿵푸팬더’라는 만화영화의 명대사로 더욱 유명해졌지만, 미국의 고(故) 루즈벨트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엘리너 여사가 말씀하신, ‘어제는 역사이고(Yesterday is history), 내일은 미스터리이며(Tomorrow is mystery), 오늘은 선물입니다(Today is a gift)’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이 소중한 선물인 바로 ‘오늘’을 우울하고 부정적인 내용의 사자성어로만 채울 수는 없습니다.
좀 더 밝고 희망적인 의미가 담긴 사자성어가 연말에 선정, 발표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올해는 자기중심적 사고의 팽배와 예측불허의 상황들로 인해 갈등과 상황에 따른 선택을 강요받는 어려운 일들이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지키고 상생하고자 하는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한 마음의 결심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 우리는 그것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저도 시민들에게 희망과 긍지를 드릴 수 있는 시정을 펼칠 수 있도록 마음의 결심을 단단히 하겠습니다. 새해, 늘 건강하시고 만복이 함께 하시길 소원합니다. 안병용 의정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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