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이명박 대통령(MB)의 정치적 한계다. 되지 않을 일을 되게 하는 것이 아니고, 되지도 않을 일을 고집하는 것이 그의 한계점이다. 이른바 한나라당 개헌의총은 사흘로 예정했던 것을 이틀인 어제로 앞당겨 끝낸 것 같다. 이틀째의 의총 쇼는 첫날보다 참석자도, 발언자도 적어 분위기가 맥빠졌다. 친박계의 암묵적 반대가 있었지만, 친이계에서도 시큰둥하는 수가 점점 더 느는 모양이다. 당내 개헌논의기구가 구성된다 해도, 주류 그들만의 반쪽 기구로 전락할 전망이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MB가 우기고 있는 ‘개헌은 당론이다’느니 ‘18대국회의 약속이다’느니 하는 소린 설사 그랬다손 치더라도 시효를 잃었다. 정치는 생물과 같아서 정체되지 않고 변화한다. 이엔 필연적 변화와 인위적 변화가 있어 시비의 대상이 되곤 한다. 국민사회가 생뚱맞게 여기는 개헌을 굳이 들먹이는 것은 필연적 변화에 대한 역린이다.
인기 없는 레퍼토리
MB는 야권에 개헌의 미끼를 던졌다. 이른바 개헌 가이드 라인을 권력 구조 개편에서 헌법의 전 조항으로 확대시켰다. 기본권 수정 문제를 예로 들었으나, 이렇게 되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무너지고 양심의 자유가 왜곡되고 복지가 이념화되는 등 대한민국 건국의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 경제 조항도 사회주의 색채로 덧칠 안 된다는 보장이 없다. 개헌에 여야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의 주장을 외면하는 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럼에도 야권이 MB의 도박에 불응하는 덴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어떻든 다행이다.
“정신 나간 소리”란 것은 개헌을 둔 국민사회의 목소리다. 아예 관심 밖이다. 서민층은 더한다. 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개헌의 노래’를 듣거나 말거나, 틀어대는 MB는 정말 딱하다. 이에 끌려만 가는 한나라당은 더 딱하다.
헌법이 잘못되어 나라가 이 모양인 것은 아니다. 정치를 잘못해서 민생이 어렵다. 개헌을 못하고 개헌 논의를 끌고 가는 것만으로도, 친이계 결속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게 MB의 내심이라는 말이 맞다면 짧은 생각이다. 노골적인 친박 견제는 당의 응집력을 와해시킨다. 친이, 친박의 공멸이다.
친이계 결속은 상대적으로 친박계 배제를 의미한다. 박근혜는 차기 후보로 안 된다는 것이, MB의 친이계 결속 요량일 것 같으면 용렬하다. 박근혜를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마음가짐이 협량하다.
친이계에서 마땅한 박근혜 대항마가 없는 것은 고민일 것이다. 도토리 키 재기로 자천하고 나선 수는 수명이나, 박근혜 대세론을 잠재울 만한 사람은 아직 없다. MB가 자신의 당선에 공이 많은 이재오를 후계자로 점찍었으면, 그를 되지도 않을 개헌 전도사 삼아 띄울 일이 아니다. 더는 MB의 짐이 안 되게 이재오를 풀어주는 것이 옳다. 그 다음 일은 그 자신의 역량에 달렸다.
신념과 아집은 달라
“생명은 오늘 해야 할 일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했다. 미국이 낳은 20세기의 예언자 에드가 케이시가 그랬다. 그의 말은 인간의 존재 가치를 일깨운다. 내가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낼 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국민사회가 MB에게 답답하게 여기는 것은, 자기 사람 외엔 만나지 않는단 사실이다. 야당 대표와 만난 지 오래다. 야당은 고사하고 같은 당내 박근혜하고도 한참 됐다. 정치는 협상이고 협상은 소통이다. 자기네들끼리 소통은 소통이 아니다. 편한 사람만 만나고 불편한 사람은 안 만나는 것은 대통령직이 요구하는 존재 가치가 아니다.
만나도 소용이 없는 것은 진정성이 가난하기 때문이다. 기묘한 건 상대의 진정성이 없는 것은 탓하면서, 자신의 진정성이 없는 것은 덮어두는 것이다. ‘개헌의 노래’ 또한 이런 선상에서 부르고 있다. 한마디만 더하겠다. 신념과 아집을 구분치 못하면 결국 불행할 수밖에 없다.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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