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 그의 4·27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선은 이적이다. 한나라당 텃밭에 들어가 박힌돌을 빼냈다. 사지에서 살아났다.
분당을 출마는 민주당내 비주류의 꼬드김 때문이다. 떨어질 게 뻔한 나무에 올라가라는 부정적 꼬드김을, 그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정면돌파 한 것이 이번의 출마다. 타고난 승부사 기질의 개선은 배수진의 선물이다. “분당을 선거에 운명을 걸겠다”는 막판 선언이 배수진이다. “진짜 시골로 돌아갈 생각이었다”는 것은 측근의 말이다.
민주당은 잔뜩 고무됐다. 하지만 손대표의 당선을 승리의 축배로 알기보단, 자신의 고배로 알고 배 아파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아 있다. 한나라당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의 실패는 아깝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당내 사정은 그의 실패에 내심 축배를 드는 사람 또한 없지 않다. 한나라당은 격동의 회오리 바람이 한차례 일 것이다.
분당을에서 부활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 체제가 더 굳어졌다. 이젠 정세균 전 대표도 정동영 의원도 더 뭐라고 할 말이 없게 됐다. 내년 4월 총선, 12월 대선 항로를 향해 당을 정비하는 일만 남았다. 손학규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인지는 물론 아직은 미지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점이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많은 외지사람들이 잇달아 그의 선거사무실을 찾은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경기도지사를 마치고 나선 100일 민생탐험 장정등으로 당시에 접촉했던 민초들이다. 예컨대 수해 현장에서 삽질을 하고 탄광 막장에서 곡괭이질을 하고 뙤약볕에서 쟁기질을 해본 정치인은 그 말고는 없다. 이도 사진만 찍고 마는 게 아니다. 민중과 더불어 진종일 계속하기가 예사였다.
2009년 10·28 재보선 때다. 수원시장안구에서 무명에 가까운 이찬열 민주당 후보가 쟁쟁한 박찬숙 한나라당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된 것은 백의종군한 손학규의 선거운동 덕이다. 이때 손학규는 새벽 4시면 어김없이 만석공원에 나왔다. 아침 산책을 나온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 유권자보다 일찍 나와 기다린 것이다. 그는 빈 공원의 벤치에 앉아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무튼 당에 이찬열을 당선시켜 보이고 나서, 다시 춘천에 칩거하더니 어느날 나와 당대표 도전에 성공한 데 이어 분당대첩까지 이뤘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가리켜 “좌파”라고 한다. 그런 소리를 듣겐 됐다. 그렇긴 해도 “그가 좌파라면 믿어도 되는 좌파”란 사람도 많다. 그의 당선은 당보다 인물에 대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반면에 강재섭 후보의 고배는 인물보다 당에 대한 실망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변화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다. 정치·경제·사회·문화 할 것 없이 타성에 젖은 구곽을 깨고 새싹을 틔워야 한다. 기득권에 안주하는 무사안인은 더 이상 국가사회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 지금은 개혁 성향이라는 진보주의자들 역시 안일에 도취된 신기득권층이 돼 버렸다.
포지티브 정치 병행을
인간 손학규의 취미는 용접이다. 구로공단 위장취업 시절에 기술을 익혔던 기능공이다. 남의 생업분야인 용접을 취미라고 한다면 어폐가 있을지 몰라도, 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쇠붙이끼리 잇는 용접은 합성에 묘한 쾌감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그의 정치적 과제는 네거티브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포지티브 정치도 병행할 줄 알아야 포용력을 갖는다. 네거티브 정치가 분해 정치라면 포지티브 정치는 용접정치라 할 것이다. 분당생환으로 끝날 것 같으면 몰라도, 더 큰 생각이 있다면 포지티브정치를 명심해야 한다. 그에게 남은 과제는 경쟁보다는 포용이다. 정치인 손학규 앞의 유일한 야권 경쟁자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다. 임양은 본사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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