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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댄 지방자치 20년


이젠 제대로 뿌리 내려야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되기 이전의 얘기는 접어둔다. 다만 경기도의회로 말하면 1952년 제1공화국 당시 초대가 시작돼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중단된 것이 3대 의회다. 1972년 4 공화국 옛 유신헌법은 지방자치 조문만 두고 실시는 통일이 될 때까지 유보한다고도 했다.

 

1988년 4월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제4대 경기도의회와 시군의회의원 양대선거의 지방자치가 실시된 게 1991 년이다. 명실공히 도지사 및 시장군수를 포함한 4대 지방선거가 시작된 것은 4년 뒤인 1995년이지만, 1991년을 기점으로 통칭 올해를 지방자치 부활 20년으로 꼽는다. 전에 읍면의회에서 읍면장까지 뽑은 중단된 지방자치 10 년을 합하면 30년 연륜이다.

 

한데, 실익이 없다. 물론 그동안 유능한 지자체장, 쓸만한 지방의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막대한 지방자치비 부담에 비하면 대체로 대차대조표의 자치실익이 미약하다. 더욱이 7·8대 도의원을 비롯한 시군의원들에겐 상당한 급여가 지급된다. 경기도의원 연봉은 자그만치 6 천만원이 넘는다.

 

지방선거 한번 치룰려면 주민세금이 엄청나게 들어간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엔 1천16억7천여만원을 썼다. 지역주민이 봉급을 부담하는 지방선거직을 선거비용까지 써가며 뽑는 민선자치 효과가 도대체 관선자치 때와 어떻게 다르다는 말인가, 지방재정의 낭비 요인이 많다. 민선자치에 지역 여론 수렴을 말한다면 이 또한 관선자치 시절에도 없었던 소린 아니다.

 

주민세금 축낸 효과 의문

 

잘못은 제도에 기인된다. 현행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청부업이 대부분이다. 참다운 지방자치는 찾기가 힘들다. 지방자치단체는 법률상 각기 독립된 법인이다. 이런 지자체가 중앙의 하청업자로 전락했다.

 

만약 언젠가 개헌을 하게되면 지방자치 조항을 크게 보완해야 한다. 과거의 개헌 논의는 언제나 대통령 임기, 권력구조 개편 위주일 뿐 지방자치에 관심을 둔 적은 한번도 없다. 그동안 헌법을 8차나 고쳤다. 한데도 지방자치 조항은 1948년 헌법 제정 당시 그대로인 단 두 조문이다. ‘자치권, 자치단체의 종류’(117조) ‘자치 단체의 조직 운영’(118조)이다. 모두 합쳐야 150자도 안되는 두 조문으로는 지방자치의 활성화를 기할 헌법상 장치가 빈약할 수 밖에 없다.

 

지방자치는 지방분권을 전제하는 데도 역대 중앙정부는 이를 외면했다. 간혹 지방에 이양한다는 권한을 보면 뒤치닥거리 검불 뿐, 실속은 여전히 거머쥐고 있다. 특히 국내 중앙집권 모델엔 문제가 있어 일제의 악성이 잔존한다. 식민지 통치의 효율화를 기한 것이 일제 조선총독부의 중앙집권형이다. 이 틀에서 아직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노릇이다. 과거 개발독재 시대엔 그같은 중앙집권을 원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민주화 구가시대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이런 지방자치를 홀대하는 민주주의는 인식에 문제가 없다 할 수 없다. 지방자치는 차별이다. 획일화 된 기계식 지방자치는 지방자치가 아니다. 경쟁력에 따라 천차만별화 돼야 한다. 지방자치는 책임이다. 가령 지자체 공무원 봉급 또한 지자체 살림에 맞춰 더 많이 주기도 하고 더 적게도 주고, 살림살일 잘못 살면 파산도 되고 해야 한다. 지방자치는 흥미다. 지방자치에 지역주민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관심의 동기다. 지방자치의 성공 요인이 이에 있다. 이 모든 것을 한마디로 집약하면 재량권 확대다.

 

이젠 제대로 뿌리 내려야

 

그렇다. 지방자치는 지방의 재량권 강화가 요체다. 식품위생법 상의 식당영업 허가를 예로 들겠다. 산간·야촌·해안 등 지역에 따라 조건이 다를 수 있는 것을 현행 법률은 모든 조건을 획일화 하고 있다. 이러지 말고 법률은 기본 요건만 간단히 정하고 세부 내용은 지역 사정에 따라 만드는 조례에 위임하는 것이 생활자치다. 지자체마다 갖는 이같은 생활자치의 품질경쟁이 곧 지방자치의 차별이며 책임이며 흥미를 갖는 참여자치가 되는 것이다.

 

물론 어느날 갑자기 일시에 이런 방향으로 가는 것은 무리가 있어 어렵다. 단계적 전환이 있어야 한다. 문젠 이런 조짐이 조금도 없다는 사실이다. 요컨데 지방자치를 하려면 지방자치 답게 하고, 지방재정만 축내는 어설픈 지방자치일 것 같으면 때려치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데, 지방자치를 그만둘 순 없다. 그렇다면 지방의 자구 노력과 함께 중앙의 잘못된 인식을 일깨우는 비상한 노력이 있어야 된다.   임양은 본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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